지선 이후의 경인권 이야기

정치 2018. 6. 21. 22:38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SxsXalb3j_s


 

 이번 지선에서 경인권은 거의 전 지역이 묻지마 민주당 투표가 되어버려서, 구청장이나 군수까지 거의 다 민주당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이부망천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소리를 들은 경인권이 지선 이후 어떨지 이야기해보고, 경인권 도시들의 문제도 간단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3선한 서울 박원순부터 이야기해볼까요. 나는 2010년대의 서울이 좀 문제 많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나 명백하게 도시를 쇠퇴시키는 사람이 3선을 하다니요. 예전엔 대한민국이 서울민국이라 문제였는데, 박원순은 그 국가적인 숙제를 전력을 다해 해결 중인 것 같습니다. 박원순 집권 이후 서울 인구는 급락세이고, 도시경쟁력 순위 같은 것도 많이 떨어졌으며, 이번 3선으로 인해 가시적이고 어느 정도 비가역적인 쇠퇴에 들어설 거라 생각합니다.

 

 여담인데 박원순의 3선은 명백한 민주정의 실패입니다. 차라리 관선시장 시절이 낫거든요. 아직 우리나라 민주정의 성숙이 얼마나 멀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마 박원순이 3선을 하게 된 데는 서울이 전국에서 가장 자가거주율이 낮은 광역단체인 것이 큰 이유일 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장기임차세대를 제외한) 전입 임차거주자들의 투표가 지방자치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제법 문제를 만들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임차거주인의 투표권을 빼앗자는 게 아니고, 장기임차거주가 드문 한국 현실에서 임차거주자 중 다수는 전입지역에 큰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한편으로 경인권에 박원순은 그리 도움이 되는 인물은 못 됩니다. 인천과 김포에 인구를 늘려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좋습니다만, 서울을 강남특별시로 만들고 있거든요. ‘강남시장은 박원순의 잘 알려진 별명 중 하나입니다. 서쪽의 양천, 강서, 은평, 서대문, 마포, 영등포, 구로, 금천 쪽엔 박원순이 결코 좋은 시장이 아닙니다. 문제는 경인권의 다른 도시들, 그러니까 인천, 부천, 김포, 시흥, (+광명, 고양)은 서울 서쪽의 흥망과 꽤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타 도시 입장에서 경쟁적인 관점에서 볼 땐 좋은 서울 시장인데, 협력의 관점에서 볼 땐 나쁜 시장입니다.



 박원순이 3선했으니 앞으로도 경인권 서울시민들은 엑소더스를 이어나갈 겁니다. 이혼하고 부천가고 더 망하면 인천 가는 게 아니고, 서울이 낙후되고 살기가 점점 나빠지니까 더 살기 좋은 인천, 김포, 부천 등의 신축 주거지로 움직이게 될 겁니다. 서울은 주택은 점점 낙후되는데 부동산값은 점점 오르는 기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거고요.


 

 인천광역시는 박남춘이 시장에 당선되면서 스윙보트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이어나갔습니다. 박남춘이 어떤 시장이 될 지는 아직 지켜봐야 감이 잡힐 것 같지만, 그래도 박남춘은 인천 토박이고 인천에서 2회 국회의원을 했으니 약간 기대하는 면은 있습니다. 민주당 친노 정치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있던 기대도 사라집니다만.

 

 인천시장은 투쟁적이고 도전적이며 애향심이 가득해야 욕을 덜 먹을 수 있는 험난한 자리입니다. 다수의 인천시민들은 박근혜와 홍준표가 싫고 유정복이 불만스러우며 이부망천 소리에 화가 나서 박남춘을 찍은 거지, 박남춘에 대해 잘 알고 그가 좋고 민주당이 좋아서 박남춘을 찍은 게 아닙니다.

 

 한편으로 전전임 시장인 송영길은 인천에 대한 애정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박남춘이 송영길보다는 애향심이 더 있고 더 나은 시장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 이재명은 자신이 남경필보다 나은 행정가일지 스스로 증명해야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다만 그것이 쉽고 수월해 보이지는 않는데, 이재명이 성남시에서 펼친 행정은 긍정적으로 이슈화되긴 했으나, 그런 방식은 성남시 같은 조건에서 단기적으로만 유효한 것으로 보이는 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경기도는 매우 넓고,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광역단체이며, 행정력에 문제가 있는 곳도 많을 뿐더러, 자치시가 많아 성남시장 때처럼 일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경인권 경기도 지역은 행정이나 인프라 등에서 인천광역시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을 정도지요.

 

 김포시는 나의 생각에는 정치적으로 좀 문제가 많은 곳입니다. 지리적으로 한강과 두 독립된 광역단체 사이에 고립되어있고, 실질 면적이 좁은데다 - 북과 인접지라 개발이 불가한 면적이 넓습니다. - , 인구도 인천광역시 1개 구 수준인데, 그 인구 중 또 너무 많은 비율이 최근에 온 외지 출신입니다. 실제 인구수는 인천 남동구 > 부평구 > 서구 > 김포 > 계양구입니다.


 

 그런 작은 도시가 고립되어있고, 재정적으로 열악하다보니 꽤 복마전이 벌어집니다.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 남발하고, 비리가 많고, 일 추진이 제대로 안 되며, 심한 환경오염 문제를 재정난 때문에 시가 방조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벌어집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김포는 꽤 자주 인천과 병합 이야기가 나오고, 가장 병합이 유력한 곳입니다만 지금까지는 실패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김포시는 이번에도 김포도시철도 개통이 또 연기되는 문제가 터졌는데, 그 도시는 빨리 인천과 합치는 것 외에는 정치적으로 답이 없습니다. 토박이는 인천과 합치는 걸 찬성하거나 그리 반대하지 않는데, 외지 출신들이 반대하고 있는 이상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지요.

 

 김포는 문제 많은 민주당 시장이 연임을 곧잘 하고 있는데, 이번에 또 이런저런 문제가 있음에도 연임되었습니다. 나는 김포가 잘 되길 오래 전부터 바라왔으나, 독립시로 남아있는 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매우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위치에서, 그런 인프라로, 그런 인구와 그런 재정으로는 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얼마 없습니다.


 

 부천시는 지난 19대 총선부터 완전한 민주당 텃밭이 된 지역인데, 사실 나는 부천 시민들이 부천의 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김포 정도는 아니지만, 현재 부천은 부천이 당면한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재정난이 크고, 앞으로 무언가에 쓸 만한 남은 부지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경기도 쪽에서 부천에 무언가 배려를 해 줄 거라는 기대도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부천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전 중이었고 괜찮은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번영은 부천에서 일궈낸 게 아니고, 중앙 정부와 경기도에서 이룬 것인데다 부천의 최대 메리트는 서울접근성입니다. 많은 인프라를 인천에 의존 중이기도 한데, 재정과 부지가 없어서 보다 독립적인 도시가 될 수가 없습니다.

 

 이 와중에 본래는 한 지역이었던 인천과는, 인천이 직할시로 승격한 직후부터 계속 다투고 있는데 인천도 부천에 잘못한 것들은 있습니다만 전혀 현명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합니다. 나는 부천은 결국 인천과 합병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 확신하며, 자치시를 유지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거의 없는 상황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시흥시는, 그야말로 하나의 도시로 아이덴티티가 거의 없는 곳입니다. 존재감도 별로 없고, 서울 시흥역 때문에 더 혼동하는 사람도 많은데 거기하곤 위치가 좀 다릅니다. 서울 시흥역은 거기가 시흥이고 얽힌 사정은 복잡합니다. 여하튼 시흥시는 거기가 시흥시라는 이름의 단일 도시로 존재하는 것부터 문제인 곳인데, 통째로 인천에 병합시키던가 아니면 쪼개서 인천과 안산 등으로 병합시키던가 해야 하는 지역이고, 단일 도시로는 정치적인 답이 김포 이상으로 아예 없는 곳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딱히 이야기할 것도 없습니다. 언제 따로 다뤄보도록 하지요. 

 부천 88번 버스를 아는 사람은 그 버스를 놓칠 것 같을 때 뛰지 않습니다. 만약 뛰어가서 그 버스를 탄다면, 현지인이 아니거나 정말 1분도 급한 사람입니다.

 

 88번 버스의 공식 배차간격은 4~8분입니다만... 아마 현지인은 믿지 않을 겁니다. 88초가 이 버스의 배차간격에 대한 사람들의 통상적 인식이자 체감 배차간격입니다. 88번 버스가 다니는 정류장에서 타려는 버스가 88번보다 일찍 올 경우, 전혀 기다렸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이 버스는 경기도 부천시 대장공영차고지를 기점으로 합니다. 대장공영차고지는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채 1km도 떨어지지 않은, 인천과 부천의 경계지역에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 버스는 인천 계양구를 기점으로 운행되는 버스고, 차량 정면 표기 기점을 계산동으로 적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장동으로 적어놓기도 합니다만, 같은 버스에 같은 구간을 운행합니다. 실제 부천시 대장동을 나온 후 이 버스가 첫 정차하는 곳은 법정동 기준 인천광역시 계양구 서운동, 행정동 기준 작전동에 속하는 작전서운동입니다.) 이 버스는 기점을 출발하면 작전동과 계산동 일대를 한 바퀴 돈 후, 부평 IC를 넘은 후 드물게 서쪽의 청천동-산곡동 쪽을 거칩니다. 그리고는 원적로를 지나 부평대로를 달려 부평역에 도착한 후, 메인 코스라 할 만한 경인로를 쭉 달립니다. 부평-신길까지 이 버스는 1호선 전철과 거의 같은 라인을 달리고, 이어지는 여의도를 종점으로 합니다.



 

 버스를 운행하는 시간도 매우 긴 편이기 때문에, 해당 버스 노선에 오래 산 사람은 야밤이나 이른 새벽에 이 버스를 타본 경험이 반드시 있을 정도이며, 인천과 부천 사람의 희망이니 GOD88이니 부천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것이니 하는 찬양들이 존재합니다.

 

 이 버스는 국토교통부 발표 기준 지난 2013년부터 3년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타는 시내(?)버스로 기록되었습니다. 이제 2016년 결과가 나올 시기가 되었는데, 근래 서울시가 대중교통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나와 언제 제대로 된 결과가 발표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담입니다만 하여튼 서울시 행정은 현 시장 취임 후 지저분함이 심해도 너무 심합니다. 본문의 내용과는 관련이 밀접하지 않습니다만, 이왕 말이 나왔으니 일단 관련 기사를 링크하겠습니다.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47580

 

 다시 88번 이야기로 돌아가서, 부천 88번 이용 중 주의해야 할 건, 이 버스의 운행구간 중 영등포역엔 김포 88번이 같이 정차합니다. 번호도 같은데, 부천 88번과 김포 88번은 생긴 것도 똑같습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지 써놓은 걸 보고 타야합니다. 김포 88번은 강화행이니... 어쨌든 같은 인천(!)으로 가긴 합니다만 잘못 타면 머나먼 길을 가게 됩니다. 다행히 같은 정류장에 정차하진 않습니다만, 혼동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일일승객이 많은 시내(?)버스가 많은 구간을 전철과 나란히 달린다는 점에서, 철도와 버스가 서로 온전히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체가 심한 구간에서 철도는 버스보다 평균 주행속도가 빠릅니다만, 역을 이용하는 건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는 것보다 보통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인천광역시는 작년에 인천지하철 2호선을 개통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버스개편을 강행했는데, 결과가 대단히 나빴습니다. 지하철이 버스를 대체하기 힘든 영역이 있는데,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개편이었던 게 실패의 한 주된 이유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