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의 파업과 그 진압은 정당한가?

사회 2013. 12. 22. 18:36 Posted by 해양장미

 나는 지난 포스트, ‘코레일과 철도민영화 사이의 간략한 이야기(링크 클릭)’에서 철도노조의 파업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배제하였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노조의 파업은 본질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는 법률로 보장받는 것이며, 노동자는 임금이나 근무요건 등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런데 또한 법률적으로 노동자는 경영에 간섭할 수 없다. 경영에 대한 판단은 주주 및 사용자의 권리이며, 이는 대체적인 대중의 직관에는 위배될지언정 근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주식회사란 소유와 경영, 그리고 노동을 분리하는 체제다.


 그렇기에 원론적으로 철도노조는 ‘임금을 올려 달라!’라고 파업을 할 수는 있지만, ‘민영화 반대!’라고 파업을 할 수는 없다. 합법파업과 불법파업의 경계는 노조의 요구사항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 경찰에 의해 철도노조가 강제진압된 것은 철도노조의 파업 명분이 민영화 반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철도노조는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파업에 들어갔을까?


 내가 보기에 철도노조가 진짜로 원하는 건 사실 임금인상 등의 처우개선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아무리 봐도 객관적으로 이번 수서발 KTX 법인 분리는 기껏해야 민영화 전 단계지, 본격적인 민영화 단계라 보긴 무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포스트에서 말했듯 이미 5개 자회사가 있는 코레일 그룹에 법인 하나 더 생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로 민영화가 목전에 닥쳐,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무릅쓰고 초법적인 판단을 해야만 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철도노조가 원하는 임금인상 폭은 6.7~8.1% 정도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는 근래의 경제상황을 생각해볼 때 쉽게 수용할 만한 인상폭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임금인상을 전면에 주장하면서 파업을 하게 되면, 철도의 공공성 때문에 절대로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결국 그들은 파업의 명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결국 오늘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은 경찰에 의해 진압되었고, 이것은 현행법 및 공공의 이익을 위한 조치라 보기에 크게 모자라지는 않을 것 같다. 안타깝지만 일단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철도노조가 충분히 좋은 방식을 선택하지 못했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언젠가는 그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하면서 보다 승객에게 더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로 철도파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옛~날에 노무현 정부에서도 익히 있었던 일이다. 당시 노무현과 문재인이 뭐라고 했었는지 기사가 남아있으니, 링크를 해 드리겠다. (클릭)  보시다시피 각종 불법파업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정부에 비해 더 강경했고 더 과격하면 과격했지, 결코 덜 과격했던 적은 없었다. 실제 이명박 집권 이후엔 적어도 시위 진압 중 사망자는 없었지만, 노무현 정부 때는 그렇지 않았다. 깨시민들에 의해 시민들의 태평성대처럼 포장되고 있는 노무현 정부 때의 참상을 기록하고 있는 기사를 하나 링크하려 한다. (클릭) 지금 와서 저랬던 민주당과 친노세력이 위선적으로 착한 척 하는 것을 보면 연말에 입맛이 떨어질 지경이다. 이건 아마 많은 이들에게 불편한 진실일 거다.


 한편 지난 포스트에서 넌지시 이야기했지만, 코레일을 공사화시키고 적자를 떠넘긴 이후 철도인력은 계속 감축되어왔고, 그로 인해 철도노동자들의 부담 또한 커진 게 사실이기도 하다. 철도노조가 인력감축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힘들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고, 그것을 고임금으로 보상받고 싶어 할 거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가 이렇게 된 건 노무현 정부 때 근본적으로 잘못된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파업이 불법이긴 하고, 정치적 의도성이 있는 발언을 하며 국민의 발을 볼모로 잡은 것에는 찬성할 수 없지만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도 이해가 가는 면은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구조에서 기관사는 한 번 전철을 운행하기 시작하면 긴 시간동안 화장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데, 이 때문에 사망한 기관사도 2007년에 있었다. 부기관사를 태울 인력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공황장애 등으로 지난 1년 반 새 자살한 지하철 기관사도 3명이나 된다.


 개인적으로는 다시금 역사와 객차에서 충분한 인력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민영화엔 찬성하지 않는다. 통일호가 달리고, 철도청이 철도를 운영하던 시절엔 역에도 차량에도 충분한 인력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모두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가 풍족하고 부드럽게 돌아가려면 모두들 약간의 낭비를 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덴 지혜와 냉정함과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게 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문제를 처음 유발시킨 이들이 무책임하게 그들의 신도를 데리고 위선적인 정치적 발언을 해대는 사회에서, 도대체 무슨 문제가 제대로 해결이 되겠는가.



 근래 수서발 KTX 법인을 따로 만든다고 하여 아주 시끄럽다. 금방 잠잠해지려나 했는데, 계속 너무 시끌시끌하다 보니 간단히만 이야기하고 넘어갈까 한다.


 저 소식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뭐 저런 걸로 이렇게까지 시끄러워?’정도다. 사실 이 문제를 키우는 건 일정 이상 분명한 정치적 의도를 품고 있다. 쉽게 이야기해 현 정권을 또 다른 방향에서 흔들려는 것이다. 적당히 좀 했으면 좋겠는데, 그것을 위해 이야기를 푼다. 참고로 파업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본문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알 만한 분들은 다 알겠지만 코레일이 20년 전에도 코레일인 것은 아니었다. 철도청이라고, 정부 기관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이게 10년 전 쯤에 코레일 공사 및 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되어 나갔다. 노무현 때 일이다.


 우리는 구조적으로 적자를 면할 수 없는 철도청을 왜 코레일로 전환시켰을 지를 먼저 떠올려 봐야 한다. 이런 분리에는 신자유주의적 논리가 항상 뒤따른다. 노무현 정권은 건국 이래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행보를 밟은 정부였고, 철도청을 공사화시킨 것은 그런 행보 중 하나였다.


 당시 교통부의 성명은 가관이었는데 (링크 클릭), 만약 지금 박근혜정부에서 저런 식으로 교통부에서 나오면 아마 깨시민들 쪽에서 게거품을 물고, 촛불을 들고, 하야를 외칠 거라 확신한다. 게다가 코레일은 단일기업도 아니고 기업집단이다. 노무현 때 이미 이 구조는 완성되었다. 코레일 홈페이지만 가도 계열사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다. 귀찮으실 분들을 위해 링크를 걸어드리겠다. (클릭) 


 왜 구조를 이리 만들어놨을 지를 생각을 해야 한다. 이번 수서발 자회사는, 모든 디테일을 떠나 그냥 자회사 하나 더 생기는 것뿐이다. 이미 코레일은 노무현때부터 민영화하려면 그리 어렵지 않게, 금방 할 수 있게 구조가 개편되어 있었고, 그때 코레일 간부들은 지금도 코레일 간부다.


 나는 민영화에 찬성하는 입장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만약 이번 사태가 민영화라는 목표로 나아가는 한 과정이라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뚜렷한 의지 하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코레일 등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것은 오래 된 일이고,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반대하고 간섭하기엔 별로 명분도 없고 잘 이루어질만한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청와대나 미래부쪽에서 내놓는 정책들은 대체로 신자유주의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지만, 정치는 협상과 타협, 밀고 당기기의 영역인 부분이 많고 이런 일련의 민영화 과정들은 오랜 시간 동안 세워진 거대한 권력과 조직, 그리고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가진 철학 수준의 문제라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면, 공기업 적자에 대해 위험하다고 외치는 목소리들을 경계해야 한다. 공기업은 많은 경우 흑자를 내기 쉽지 않고, 코레일 같은 공기업이 흑자를 내려면 그럴 만한 운임을 받아야 한다. 한 발의 화살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으니, ‘착한 적자’를 감수하거나 요금인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요금을 합리화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골치 아픈 쪽이 요금은 동결하라 하면서 공기업 적자는 뭐라 하는 바보들이다. 그리고 문제는 요즘 이런 바보들이 너무나 많다는 데 있다. 그 사람들이 진보와 정의의 탈을 쓰고 있으니 더욱 문제다.


 철도의 운임동결이 목표라면 공사를 다시 정부부처 산하 기관으로 편입시켜서 국가재정으로 철도를 운영하는 것이 옳다. 이 면에서 잘못된 흐름을 만든 것은 노무현 정부였고, 그것을 바로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편으로 현 상황에서라도 공공성을 유지하고 싶다면 어느 정도의 적자 누적을 감수하고, 운임 체계를 대폭 손봐야 한다. 코레일의 경우엔 화물열차의 운임부터 손봐야 할 것이다.


 시민 사회가 합리성을 잃고, 정치 논리에 빠져 합리성 없이 아귀다툼을 벌이고, 근시안적인 이익만을 추구하여 운임동결을 외치고 특정 정치인을 영웅화하려 한다면 장기적으로 민영화를 피할 방법은 없다. 개인적으로 현재 한국 사회를 볼 때, 철도의 민영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보인다. 철도 민영화에 앞장서서 반대의 목소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가장 민영화되기 쉽게 만들고 있다. 그들은 운임을 올리려 해도 반대할 것이고, 현 정권에 극단적으로 반대하며 철도청을 코레일 그룹으로 만든 친노세력에 무조건적 호의를 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서 코레일을 없애고 철도청을 부활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철도는 효율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이고, 가급적 많은 이들이 철도를 이용해야 도로가 너무 많은 자동차로 막히는 빈도가 줄어든다. 그런 공공성은 철도가 국가기관의 산하일 때 최대가 된다. 그러나 철도청의 부활은 실질적으로 이뤄질 만한 바람이 아니다. 만약 대통령이 이렇게 한다면 유신의 부활이니, 개발독재 시대로의 회귀니 하면서 엄청난 공격이 시작될 것이고, 새누리당 내의 지지도 얻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진정한 진보세력이 충분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그들의 손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 그런 건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