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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6

식이 2022. 2. 17. 19:36 Posted by 해양장미

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1

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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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4

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5

 

 

 

 

1) 초밥 같은 요리가 고급 요리가 된 건 여러 모로 신기한 일입니다. 비싼 초밥의 가격은 어처구니가 없지요. 맛은 있지만. 어느 정도 비싸기 때문에 비싼 게 비싼 초밥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생선초밥은 초밥 위에 올려진 생선의 질과 밥의 균형, 그리고 밥이 뭉쳐진 정도가 포인트입니다. 물론 밥 자체의 품질도 영향을 주긴 하고요. 그런데 정말 간단히 이야기하면 초밥을 쥘 줄 아는 사람이, 살포시 밥을 뭉쳐서 초밥을 만들면 그럭저럭 맛있습니다. 잘 만든 쥠초밥은 입 안에 밥을 넣으면 밥알이 쉽게 풀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기도 어렵고, 만들어놓을 수도 없지요.

 

 우리나라 쥠초밥의 문제 중 하나가, 많은 경우 너무 찰기가 강한 쌀로 초밥을 만드는 경우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쌀알끼리 붙는 경향이 강해서 먹었을 때 밥이 바로 풀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쥠초밥용 밥에 고시히카리 같은 거 쓰는 거 아닙니다. 차라리 추청이나 신동진 쓰는 게 낫습니다. 특히 고시히카리 햅쌀은 찰기가 많은 편인데, 맛있는 밥 쓴다고 그런 걸로 잘못 질척하게 밥 지으면 초밥 망합니다.

 

 그리고 쥠초밥은 쥐자 마자 먹어야지, 쥐고 나서 두면 중력 때문에 밥끼리 눌리고 뭉쳐서 점점 더 단단해집니다. 그래서 시간이 좀 지나면 처음 쥐었을 때처럼 풀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초밥은 숙련자가 쥐자 마자 손님이 먹어야 하니까 좀 비싸지긴 합니다.

 

 문제는 시중의 초밥 대부분은 아예 사람이 쥐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초밥 쥐는 기계가 있고, 그 기계로 밥을 뭉치고, 그 위에 자른 생선을 얹어 파는 게 대다수의 저렴한 시중 초밥입니다. 어차피 그런 초밥들은 대체로 쥐자 마자 먹지도 않고요.

 

 여담인데 초밥은 법인카드로 먹는 게 제맛입니다. 먹방 BJ 수준으로 잘 먹는 여자라면 혼자서 10인분도 먹을 수 있지요.

 

 

 

 

 

 

 

2) 초밥과 마찬가지로 한우도 법인카드로 먹어야 제맛입니다. 내돈내고 먹는 한우야 호불호가 갈립니다만, 법카한우는 거의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지요.

 

 그런데 근래 마켓을 돌아다니다 보면 1+ 등급 육회라거나, 투뿔나인 육사시미라거나. 그런 것들을 보게 되는데요. 사실 그런 거 보면 속으로 한숨이 나옵니다.

 

 이전 편에서 이야기했지만 한우 등급은 대략 알등심의 근내지방도로 매기는 겁니다. 그런데 등급이 너무 높은 쇠고기는, 본래는 근내지방이 거의 생기지 않는 우둔 같은 부위에도 지방이 생겨요.

 

 문제는 쇠기름은 녹는점이 높아서 체온으로는 녹지 않는다는 겁니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도 지방이 있는 부위는 미디엄 레어 정도로는 익혀야 하고, 블루나 레어 수준으로 먹기엔 부적합합니다. 그렇게 지방이 낀 비싼 한우를 회로 먹어요? 입에서 녹지 않는 지방인데요? 익히지 않은 소지방은 제대로 씹히지도 않습니다.

 

 육회나 육사시미는 기름 없는 부위로 해먹는 겁니다. 기름이 있으면 안 좋아요. 그러니까 1++1+1등급이고 하등 필요없습니다. 요새 한우는 너무 기름이 많아져서 육사시미, 육회에 안 어울리는 방향으로 비육되고 있는 겁니다.

 

 기름이 있는 쇠고기는 미디엄 레어 이상으로 익혀서 드세요. 그렇게 먹어야 맛있습니다.

 

 

 

 

 

 

 

3) 흔히 수제햄으로 파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베큐햄같은 식으로도 부르고, 선물세트로도 주고받는데요. 분류상으로는 본레스햄이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돼지고기 덩어리를 절여서 훈연하는 게 본래의 제법인데, 보통 시판하는 건 양념이 포함된 소금물을 주사하고 훈연액에 절여서 만듭니다. 제대로 만든 건 우리나라에서는 비싸고요. 식품회사에서 대규모로 만들어 시판하는 건 그래도 싸게 먹을 수 있는 편이지요. 그냥 생돈육 사는 것보다 쌀 정도입니다. 어찌 보면 시판 훈제오리의 돼지고기 버전인데, 기름 함량 때문에 특성은 훈제오리와 꽤 다릅니다.

 

 본레스햄은 살코기로 만들기 때문에 지방함량이 낮은 편입니다. 그래서 캔햄과는 용도가 완전히 다르고요. 잘 구워서 그냥 먹으면 의외로 별로 맛없습니다. 보통 본레스햄을 구워먹는 분들은 케챱, 허니머스타드 등을 곁들여 먹는데 실제 돼지등심같은 부위를 쓰기 때문에 소스 없이는 맛이 심심하기 쉽습니다.

 

 이런 류의 가공육은 샌드위치나 밀전병 등에 싸 먹는 랩(Lab), 크레이프 등의 요리에 잘 어울리고요. 피자 토핑으로도 괜찮습니다. 밥하고 잘 어울리는 캔햄과는 대조적으로 빵 계열하고 잘 어울립니다. 그 외 프레스햄을 대체해도 됩니다.

 

 

 

 

 

 

 

4) 소와 돼지는 같은 네발 포유동물이라 몸구조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소에는 있는데 돼지에 없는 부위는 천엽, 벌집, 막창뿐입니다. 돼지 막창은 소의 막창에 해당하는 부위가 아니고, 실제로는 대창입니다.

 

 소의 우둔, 설도는 돼지고기에서는 후지(뒷다리살)입니다. 그리고 소의 양지에 해당하는 부위는 삼겹살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삼겹살은 돼지의 갈비살 + 양지(뱃살) 입니다. 흔히 돼지갈비라 부르는 건 등쪽의 등갈비고요. 삼겹살의 오돌뼈는 늑골과 흉골을 잇는 늑연골입니다. 실제 우삼겹이라 부르는 업진살은 돼지의 삼겹살 중 일부에 해당하는 부위가 맞기도 합니다.

 

 다만 단단해서 국거리로 쓰는 부분이 많은 양지에 비해 돼지의 삼겹살은 부드러운 부위인데요. 이 차이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소는 체격도 더 크고, 초식동물입니다. 그런데 돼지는 비초식동물이지요.

 

 초식동물과 비초식동물의 차이는 식물섬유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원래 모든 동물계 생물은 자체적으로는 식물섬유를 에너지로 쓸 수 없는데요. 미생물 중에는 식물섬유를 분해해서 동물이 사용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분해해주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초식동물들은 장 속에 그런 미생물을 키웁니다. 그러니까 풀만 먹고도 살 수 있는 건데요. 풀이라는 게 원체 영양가가 없고 미생물 발효까지 시켜야 하니까 초식동물은 내장이 크고 깁니다. 그리고 그렇게 내장이 커야 하니까 체격도 커지는 경향이 있고요. 사실 초식동물도 육식할 수 있으면 육식을 피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사냥을 못 하는 거지요.

 

 활동적인 초식동물 중 예외적으로 체격이 작은 생물이 토끼인데, 사실 토끼의 몸 사이즈는 초식동물 하기에는 너무 작습니다. 그러니까 체격에 비해 내장도 긴데, 그 내장을 두 번에 걸쳐 활용합니다.

 

 그래서 소 내장은 돼지 내장에 비해 부피가 크고 무겁습니다. 소의 복근은 그 크고 긴 내장의 무게를 버텨줘야 하고요. 그러니까 소양지는 제법 질긴 조직인 반면 돼지 삼겹살은 부드러운 조직인 것입니다.

 

 

 

 

 

 

 

5) 예전에는 메추리알이 매우 저렴했습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메추리알 가격이 계란에 비해 많이 올라서, 요새는 메추리알이 계란보다 비싼 느낌인데요. 예전에는 계란보다 메추리알이 싼 느낌이어서 서민들이 많이 먹었습니다.

 

 메추리알은 프라이를 하면 귀엽습니다. 그런데 딱히 계란프라이보다 맛있지는 않고, 만드는 데 노동력이 들기 때문에 비주얼용 아니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도 맛없지는 않고, 귀엽기 때문에 애들한테 해주면 좋아합니다.

 

 시중에서 잘 팔지는 않지만 메추라기 고기도 팝니다. 문제는 메추라기 고기는 워낙 살이 적어서 그런지 영계라는 대체재가 있어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고, 그래서 도축유통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겁니다. 외국엔 메추라기 고기도 즐겨 먹는 나라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메추라기를 많이 키우면서도 잘 먹지 않으니 유감입니다.

 

 

 

 

 

 

 

6) 영계는 약병아리나 중병아리라고도 부르는, 실질적으로 병아리에 해당합니다. 부화한지 한달 정도 지난 병아리들이지요. 삼계탕용 생닭으로 파는, 2마리에 1킬로 하는 것들이 그것입니다. 한마리에 500그램 정도니까 5호 닭이지요. 닭을 X호라고 하는 건, 1100그램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큰 닭이 맛있다고 병아리 고기를 폄하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만, 이렇게 어린 닭을 즐겨먹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외국, 특히 미국하고 우리나라는 닭에 대한 입맛 자체가 다른 편입니다. 미국에서는 닭가슴살이 최고 인기 부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제일 인기없는 부위지요. 다이어터나 헬스하는 사람들이나 먹는 부위로 취급받고요. 미국에서도 버팔로윙은 해먹지만, 그건 원래 인기없던 부위였던 윙으로 버팔로 시의 시그너쳐 메뉴를 만든 셈입니다.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에선 윙은 옛날부터 인기가 많은 부위입니다.

 

 그런데 큰 닭에 비해 병아리는 껍질과 지방이 많습니다. 체격이 작으니까 부피대비 껍질이 많은 건데요. 똑같은 부피의 물체도 잘라서 분리해 두면 표면적이 늘어나는 걸 생각해보면 원리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계를 튀기면 껍질튀김 맛을 부피대비 많이 즐길 수 있습니다. 조각을 낼수록 튀김옷 면적이 늘어나고요. 교촌치킨 같은 경우 조각을 많이 내서 부피 대비 껍질 넓이를 극대화시킨 타입입니다.

 

 영계백숙도 큰 닭을 끓이는 것에 비해 몇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일단 지방질이 더 나오고요. 상대적으로 뼈도 좀 쉽게 우러납니다. 삼계탕이 그저 닭을 1마리씩 주기 때문에 인기있는 음식인 게 아닙니다. 큰 닭 끓인 거하고 맛이 달라요.

 

 큰 닭은 잘 끓이면 맛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조리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잘 하려면 손이 더 가요. 괜히 작은 닭이 인기있는 게 아닙니다.

 

 

 

 

 

 

 

7) (acid) 중 옥살산이라는 산이 있습니다. 옥살산이라는 이름은 옥살리스, 즉 괭이밥에서 따왔는데요. 괭이밥은 토끼풀과 착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엄연히 다른 식물입니다. 꽃은 생긴 게 꽤 다르고요. 참고로 원예용 괭이밥은 흔히 사랑초라고 부릅니다.

 

 실제 괭이밥을 먹어보면 옥살산이 많아 새콤한 맛이 납니다. 그런데 이 옥살산은 독성이 있습니다. 그냥 독성도 꽤 있고, 요로결석도 유발합니다.

 

 옥살산은 괭이밥 외에도 파슬리, 시금치, 죽순에 꽤 들어있습니다. 수용성이라 데치면 줄어들고요. 파슬리에 특히 많은 편인데 데치지도 않으니까 파슬리 많이 먹으면 옥살산 좀 먹는다 생각해야 합니다. 파슬리는 100g1.7g의 옥살산이 있다고 하는데, 옥살산의 치사량은 600mg/kg입니다. 그러니까 체중이 50kg인 사람은 파슬리를 1.76kg 정도의 파슬리를 먹으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파슬리를 킬로그램 단위로 먹는 사람은 없겠습니다만. 요로결석 위험을 높인다고 하니까 파슬리나 시금치, 죽순을 많이 먹은 날에는 물을 많이 드셔주시고요. 많이 먹을 수 있는 위험 자체는 시금치가 파슬리보다 높은 편입니다. 시금치 즐겨드시는 분은 물을 가능한 많이 드세요.

 

 옥살산은 좀 들어있지만 시금치는 참 맛있는 채소입니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나는 피자에 시금치가 들어간 것도 좋아하는데요. 시금치를 넣어 굽고 바질과 루꼴라를 얹은 피자는 맛있습니다.

 

 

 

 

 

 

 

 

8) 가만히 놔둬도 잘 자라는 야생풀 중 잎이나 씨앗을 먹을 수 있는 게 많습니다. 문제는 맛과 효율인데요. 대체로 재배종으로 개량한 쪽이 더 먹기 좋고, 부드럽고, 씨앗도 커지는데요. 대신 약해져서 그냥 놔두면 야생 잡초에 밀립니다. 손이 가요. 그래서 텃밭 가꾸면서 잡초를 뽑아 정리하다가 먹을 수 있는 잡초들은 요리해먹다 보면 나름대로 좀 먹게 됩니다.

 

 내가 먹어본 잡초들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질경이 : 아무 데서나 엄청나게 잘자랍니다. 나물 해먹으면 제법 맛이 괜찮은데 일부러 키워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포장 안된 흙길이면 아무 데나 있으니까 먹고 싶으면 구하기는 쉽습니다. 나름 상품화가 되어 있어서 파는 곳도 있긴 한데, 나는 질경이처럼 아무데나 널린 것도 사서 먹나 싶습니다. 씨앗은 차전자입니다.

 

 

명아주 : 어린 건 먹을 만 합니다. 문제는 이게 뭐지 싶어서 놔두면 엄청나게 자랍니다. 1년생 초본식물 주제에 줄기로 지팡이 만들 수 있게 자랍니다.

 

 

소리쟁이 : 옥살산이 포함되어 있어서 소도 안 뜯어먹는 식물이라고는 하는데, 초봄에 어린 걸 데친 다음 된장국 끓여 먹으면 맛있습니다. 과도할 정도로 비옥하고 산성화가 안된 토양에서만 잘 자라는 식물이라 야생엔 잘 없고 초봄의 경작지에 많습니다. 소리쟁이 국은 좀 미끄덩거리는 질감이 있습니다.

 

 

원추리 : 원예종은 데이릴리라고 하는데, 야생 원종은 원추리라고 합니다. 잡초라기엔 원예용으로 키우기도 하는 식물입니다만, 원하지 않는 곳에 뜬금없이 자랄 땐 잡초 취급 받습니다. 잎이 아주 어릴 때에 한해 데친 다음 나물로 먹을 수 있습니다. 조금 자라면 못먹습니다. 자랄 수록 독이 많아지기 때문에 조리할 때는 물에 한참 담가 독을 빼줘야 합니다. 어릴 때 먹으면 맛있습니다. 다만 사견으로 원추리를 먹어치우는 건 좀 아깝습니다.

 

 

환삼덩굴 : 환삼덩굴은 생태계 교란식물 중 하나로, 엄청난 번식력으로 악명높습니다. 맥주 담글 때 쓰는 홒의 친척이라 환삼덩굴 꽃으로도 홒을 대체할 수 있다고는 하고, 잎도 먹을 수 있다고 하기에 잎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요. 맛은 없었습니다. 굳이 먹을 만한 건 아니었습니다.

 

 

해바라기 : 해바라기는 아무 데서나 싹이 잘 올라오는 편입니다. 솎아내지 않고 그냥 방치하면 우리가 잘 아는 거대 해바라기로 자라는데, 가을이 되면 씨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의 상태면 나라면 위쪽 2개만 먹습니다.

까마중 : 까마중을 잡초로 봐야 할지 모르겠는데, 딱히 일부러 키우는 사람은 별로 없고 아무 데서나 곧잘 자라니까 잡초인가보다 생각 중입니다. 까마중은 가지과 식물인데, 작고 동그랗고 검은 베리가 열립니다. 열매는 나름 맛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오디나 블루베리보다는 맛있고, 친척인 방울토마토 중 맛없는 것보다도 맛있는데요. 문제는 열매에도 솔라닌이 좀 들어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많이 먹으면 안됩니다. 그런데 감자를 잘못 먹어 가벼운 솔라닌 중독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입장에서, 까마중을 나름대로 열심히 따먹어도 솔라닌 중독증상을 느꼈던 적은 없습니다. 완전히 익어서 꼭지 색이 변한 열매만 골라 따먹어야 합니다. 덜익은 건 솔라닌이 많습니다. 아동은 먹으면 안 됩니다. 참고로 토마토도 덜익은 건 솔라닌 있습니다. 까마중은 독성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약으로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9) 상추는 이름 때문에 요새는 배추와 가까운 식물이라 여겨지거나 혼동도 합니다만, 예전에는 상치가 표준어였습니다. 그러다가 1988년에 상추로 표준어가 바뀌었습니다. 어원은 생채(生菜) 입니다. 요새는 결구되지 않는 양상추와 비슷한 아삭한 걸 생채라 부르기도 하지요.

 

 상추는 왕고들빼기속에 속하는 국화과 식물입니다. 그래서 배추나 깻잎과는 멀고, 가까운 건 치커리. 그리고 의외로 민들레입니다. 이미지 매치가 잘 안 될 수 있지만 재배종도 오크상추는 실제로 민들레 잎하고 생긴 게 비슷하기도 하고, 노지에서 키운 상추는 제법 쓴맛도 생기고 쓴맛의 즙도 많아집니다. 상추의 진액에는 안정을 가져다주고 잠오는 효과가 있어서, 저녁 식사에 상추쌈을 먹으면 좋습니다. 아침부터 먹으면 쓸데없이 졸릴 수도 있긴 한데요.

 

 민들레도 먹을 수는 있습니다. 쓴 맛이 나니까 일반 식용으로는 많이 안 먹지만요. 약용으로 주로 소비됩니다.

 

 

 

 

 

 

 

10) 주름이 많은 축면상추나 로제트 형태로 붙어있는 시금치 등은 흐르는 물에 씻어도 흙이 잘 안 씻겨나갑니다. 그러니까 형상이 복잡한 잎채소는, 물을 받아 꼭지를 쥔 채 담그고 털듯이 씻어야 합니다. 그래야 흙이 잘 씻깁니다. 그렇게 줄기 안쪽엔 흙이 남는 경우가 많아서 체크를 하고 따로 씻어줘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음식점에서는 상추를 충분히 씻지 않은 채 내놓는 곳이 많습니다. 상추를 제대로 씻으려면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는데, 잘 씻는다고 돈을 더 받거나 손님이 늘거나 할 확률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상추는 서빙되었던 상추를 손님이 손대지 않은 건 재사용해도 합법입니다.

 

 위생 관리 신경쓰는 업장에서는, 상추 같은 건 락스 희석액에 담갔다가 헹궈서 서빙합니다. 생채소는 익히지 않기 때문에 락스희석액을 쓰는 게 안전한 소독법입니다. 다만 매끄럽고 비다공성이며 표면이 방수성인, 세포벽이 있는 식물만 락스로 소독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숯불이나 연탄을 쓰는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워먹다 보면 기름이 숯에 떨어져서 불길이 활활 크게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당황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나는 올라오는 불에 직화로 고기를 구워먹기도 합니다만, 끄고 싶으면 상추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불을 상추로 덮어버리면 금방 꺼지거든요. 촉촉한 상추는 마르기 전에는 불이 붙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불 위에 상추를 얹으면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해져서 불이 꺼집니다.

 

 

 

 

 

 

 

11) 시판 유부에는 초밥용과 탕용이 있습니다. 초밥용 유부는 구하기 쉽고, 마트의 냉장 코너에 있는데요. 탕용 유부는 파는 데가 좀 드물고, 냉동 코너에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사각 유부유부 슬라이스로 검색하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사각 유부는 통 유부고, 슬라이스는 잘라 놓은 겁니다. 그냥 탕용 유부로 검색하면 거의 유부 주머니만 나옵니다. 그리고 조미 유부라고 되어 있는 건 어떤 형태라도 탕용으로 사면 안 됩니다. 조미된 유부는 초밥용입니다.

 

 탕용 유부가 그냥 두부보다 좋은 점은 유통기한이 길고 사용도 편하다는 겁니다. 국에 두부를 넣으려면 도마와 칼을 꺼내고, 썰고, 씻어야 합니다. 남은 건 또 소금물에 담가 둬야하고요. 그렇지만 슬라이스 유부는 그냥 냉동실에서 꺼내 한줌 집어 넣으면 끝이지요. 사각 유부라도 가위로 자르면 됩니다.

 

 샤브샤브를 드실 때 유부를 넣어 드셔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유부는 어지간한 국물 요리에는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다만 기름지기 때문에 개운한 맛을 내야 하는 국물에 쓰면 기름져집니다.

 

 

 

 

 

 

12) 철의 산화물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FeO(산화제일철)가 있고요. 그리고 Fe2O3(산화제이철/삼산화이철)이 있고요. 다른 하나는 Fe3O4(산화제삼철/사산화삼철)입니다. 산화제이철은 흔히 보이는 붉은 녹인데요. 산화제일철이나 산화제삼철은 검은 녹입니다. 철광석에도 적철석과 자철석이 있는데, 적철석은 산화제이철이 들어있는 반면 자철석에는 산화제삼철이 들어있기에 색깔과 성질이 다릅니다.

 

 철이 보통 자연상태에서 산화되면 산화제이철이 됩니다. 우리가 철의 녹을 막으려고 하는 건 산화제이철의 형성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철이 산화제이철이 되면 부피가 커지고, 조직이 연해지고, 가루가 되어 부스러집니다. 못써먹을 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는 일부러 산화제이철을 쓰려는 게 아니면 매우 다양한 수단으로 철이 산화제이철이 되는 걸 막으려 노력합니다.

 

 그 중 한 방법이 산화제일철이나 산화제삼철을 만들어놓는 겁니다. 검은 녹 위에는 붉은 녹이 잘 안 피거든요. 검은 녹을 만드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고온에서 만드는 것. 다른 하나는 산(acid)을 쓰는 겁니다. 원리상 고온에서는 산화제삼철이, 산을 쓸 때는 산화제일철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고온에서 만들어진 검은 녹은 소위 무쇠칼로 불리는 우리나라 대장간 강철단조칼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단조 주방칼은 날을 세운 부분 제외하면 검은 녹이 슬어 있습니다. 단조를 한다고 꼭 검은 녹이 생기는 건 아닌데, 우리나라 주방칼은 만들어 둡니다. 검은 녹 슬어있다고 붉은 녹 안 생기는 건 아니지만, 아주 쉽게 피어오르지는 않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수공으로 단조해 만든 프라이팬에도 검은 녹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있긴 한데, 시대가 시대다보니 그런 제품은 흔하지는 않습니다.

 

 강철칼이나 합금공구강 칼을 쓰는 사람들은 일부러 칼날을 식초나 빙초산으로 부식시켜 검은 녹을 만들면서 칼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검은 녹이 안 슬어있는 순수한 탄소강은 정말 녹이 엄청나게 잘 피어오르기 때문에, 관리가 매우 귀찮습니다.

 

 

 

 

 

 

 

13) 상기한 검은 녹을 생성한 철팬 같은 경우 영어로는 그 소재를 Blue Steel로 표현합니다. 실제 완전히 수공으로 단조해서 산화제삼철 피막이 생긴 철팬의 색깔은 검은 색이라기보다는 어두운 청회색 정도에 가깝습니다. 신품을 사면 보통 방청유가 발린 상태라 더 검어보이긴 하지만, 방청유막을 벗겨내면 삼삼한 다크 블루 그레이 표면이 드러나지요.

 

 그런데 Blue Steel은 산화제일철이나 산화제삼철만을 표현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 표현은 질화철도 포함합니다. 질화철은 고온에서 철과 암모니아를 반응시켜 질화물 표면을 형성한 겁니다. 질화강은 경도와 내부식성 등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검은 녹처럼 녹이 덜 습니다.

 

 그러니까 Blue Steel은 크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산으로 부식시킨 것. 매우 높은 고온에서 열간단조한 것. 그보다 덜한 고온에서 암모니아와 반응시켜 질화철을 만든 것. 공통점은 셋 다 어느 정도 붉은 녹에 대한 내부식성이 있다는 겁니다.

 

 Blue Steel은 표면에 형성됩니다. 그러니까 금속 자체에 손상이 생길 경우 벗겨질 수 있고, 안쪽은 그냥 철입니다. 신경 안쓰고 시즈닝해 써도 됩니다. 직접 검은 녹을 만들고 싶으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건 산으로 부식시키는 방법뿐입니다.

 

 

 

 

 

 

 

14) 재래시장의 잡화점에 가면 대장간에서 만든 한국식 강철단조칼을 팝니다. 흔히 무쇠칼이라 부르지만, 주철로 만든 건 아닙니다. 주철로 주방칼 같은 거 만들지 않습니다. 만약 만든다면 아예 못쓸 물건일 겁니다.

 

 시장 단조칼은 가정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시장 상인들은 많이 쓰고, 이런저런 장단점이 있는데요. 일단 강철칼이라 아예 저렴이 스테인리스 칼보다는 칼날의 물성이 좋습니다. 스테인리스는 마르텐사이트계가 아니면 아예 열처리가 안 되기도 하고, 마르텐사이트계라도 크롬이 탄소와 결합하기 때문에 들어간 탄소가 제 효율을 못 냅니다. 그래서 스테인리스 칼이 좋은 칼이려면 어느 정도 가격대가 되야 하는데요. 크롬이나 다른 금속원소 거의 안 섞인 강철은 그런 단점은 없어서, 저렴이라도 어느 정도 경도와 인성을 확보하는 게 쉽습니다.

 

 한국식 강철단조칼은 사실 보면 품질관리가 완전히 엉망입니다. 손잡이에서 칼날까지 똑바로 곧은 것 자체가 드뭅니다. 각도들이 제멋대로고, 모양이 완성도가 낮은 편들이라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서 사야 합니다. 그리고 대장간에서 두드려 만든 것 치고는 원체 저렴이 칼들이라 사용한 강철도 좋은 게 아니고, 모양이 미려하지도 않고 두껍고 투박한데요. 그래서 가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일단 시장에서 파는 단조 칼들은 비철금속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강철 칼입니다. 대체로 스프링강이나 레일강으로 분류되는 강재를 쓰지요. 그리고 칼등 쪽이 두껍고요. 열처리가 딱히 근사하게 된 물건들도 아닌데요. 이런 것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냐면, 막쓰기엔 참 좋은 칼이 됩니다.

 

 순수한 탄소강의 특징은 날을 세우면 쉽게, 매끄럽게 날이 잘 선다는 겁니다. 다른 비철금속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탄소강일수록 그렇게 됩니다. 대신 경도가 충분히 높지 않은 순수한 탄소강은 날이 잘 닳는데요. 그건 날을 자주 가는 사람한테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경도를 높이 끌어올리지 않은 탄소강은 취성(깨지는 성질)이 낮고, 대신 인성은 있는 편입니다. 우리나라의 속칭 무쇠칼은 그리 경도가 높은 편이 아니고, 대신 대체로 인성이 괜찮습니다.

 

 경도가 낮고 인성이 높은 칼은 충격을 가해도 잘 깨지지 않고 어지간해선 찌그러집니다. 그리고 칼등이 두꺼운 칼은 썰 때 음식물을 쐐기처럼 쪼개면서 들어갑니다. 빠르게 썰듯 칼질을 할 때, 무거운 편이니까 잘 썰리면서 음식물이 칼몸에 잘 달라붙지 않는 편입니다.

 

 비싼 합금강으로 만든 고경도의 주방칼은 특성이 전혀 다릅니다. 날을 세워놓으면 잘 유지되는 반면, 한 번 날을 깔끔하게 세우기는 엄청나게 힘들고, 깨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큰 충격을 주면 안 됩니다. 칼등도 얇은 게 많아서 섬세하게 써야 하는 칼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요.

 

 주방칼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자세히 다룬 글을 따로 준비하고 있고, 추후 잘 다듬어서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15) 식재료 내에서 수분은 생각보다는 잘 이동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온도가 높을 때는.

 

 그 때문에 일정 이상 구운 스테이크는 표면에 육즙이 올라오고, 튀김은 금세 눅눅해집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그런 건지 좀 이야기해보지요.

 

 스테이크는 블루로 구우면 사실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흔히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고 표현하는 스테이크는 보통 미디움에서 웰던 정도의 스테이크입니다. 핏물이 안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만들려면 웰던보다도 더 많이 구워 아예 오버쿡을 만들거나, 미디엄레어 이하로 구우면 됩니다.

 

 이렇게 되는 원리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스테이크는 굽다 보면 표면부터 수분을 잃습니다. 그런데 음식 내부의 수분은 촉촉한 부분에서 마른 부분으로 이동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안쪽은 촉촉한데 바깥쪽은 건조한 스테이크가 되면, 안쪽의 수분이 바깥쪽으로 이동하면서 스테이크 표면에 육즙이 올라오게 됩니다.

 

 고화력으로 레어 정도로 구우면 스테이크는 표면만 건조해질 뿐, 조금 안쪽에는 여전히 수분이 많은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수분 이동이 많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많이 구울수록 건조한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에 수분 이동이 많이 일어납니다. 안쪽 온도가 더 높아지니까 더 수분 이동이 쉬워지기도 하고요. 안쪽에서 나와서 표면을 젖게 만들 육즙이 다 사라질 때까지 구우면 고기 전체가 말라비틀어지는 오버쿡이 됩니다.

 

 스테이크를 제대로 구우려면 일정 이상의 화력이 필요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고기를 굽는 도중에도 수분 이동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고기 안쪽에서 계속 수분이 바깥쪽으로 올라오는데요. 고기 구울 때 화력이 너무 약하면 안쪽 수분이 바깥쪽으로 올라오는 속도 대비 구워지는 속도가 느려서 제대로 고기를 구울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수분을 많이 잃게 됩니다. 대조적으로 고화력일수록 수분 손실이 적게, 겉표면만 익힐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표면에서 수분 손실이 큰 튀김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납니다. 갓 튀긴 튀김은 바삭하고, 속은 수분이 많아 촉촉한 상태인데요. 시간이 좀 지나면 안쪽 수분이 바깥쪽으로 이동하면서 튀김이 눅눅해집니다.

 

 의도적으로 두 번 튀기는 튀김들이 있는데, 안쪽 수분을 줄이기 위해 두 번 튀기는 겁니다. 프라이드 치킨 같은 경우 한 번만 제대로 튀겨서 바로 먹으면 안쪽이 촉촉해서 매우 맛있는데요. 그런 치킨은 튀기자마자 먹을 때만 맛있고, 금방 눅눅해집니다. 그러니까 보통 시판하는 튀김은 두 번 튀겨서 안쪽 수분을 제거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야 배달을 해도 한동안 겉이 바삭한데요. 대신 그렇게 두 번 튀기면 가슴살같은 부위는 퍽퍽해져서 맛이 없어집니다.

 

 

 

 

 

 

16) 대체로 가정에서는 2구 이상의 쿡탑(가스렌지 등)을 사용하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그 중 한 쪽에 솥이나 주전자를 며칠이고 올려놓고, 다른 한 쪽에서 고기를 굽는다거나 프라이를 한다거나, 여하튼 기름을 쓰는 요리를 하다 보면 솥이나 주전자 등으로 기름이 제법 튑니다. 그 상태에서 솥이나 주전자를 쓰다 보면 그 기름이 중합되어 폴리머화되어 고착화되는데요. 그 원리는 무쇠팬 등에 시즈닝을 입히는 원리와 같습니다.

 

 스테인리스 밥솥이나 주전자 등에 튄 기름이 폴리머화되면 보기가 좀 안좋습니다. 그래서 이게 뭔가 싶어서 닦으려 해도 잘 안지워지지요. 그런데 기름이 튀어 생긴 폴리머는 보기가 좀 안 좋을 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가스렌지에 생긴 폴리머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기만 안 좋지요.

 

 스테인리스 프라이팬도 오래 쓰다보면 폴리머가 곧잘 생기는데, 특히 바닥 쪽에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팬에 고인 기름을 따라버리다보면 바닥 쪽으로 흘러가고, 그게 완전히 닦이지 않은 상태에서 가열하게 되면 중합되어 고착되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폴리머가 형성되다보면 나중에는 아예 검게 층을 이루게 되거든요. 무쇠팬에 검은 시즈닝이 덮여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도 보기 안좋으니까 굳이 지우려고 한다면 산으로 녹이고 스테인리스 수세미나 사포로 밀어버리면 되긴 합니다. 시즈닝과 같으니까, 시즈닝이 제거되거나 제거할 때와 같습니다.

 

 

 

 

 

17) ABC 주스라는 게 있습니다. Apple Beet Carrot 해서 ABC 주스인데요. 나는 사과 주스도, 당근 주스도 좋아하기 때문에 사과당근주스도 좋고, ABC 주스도 좋아합니다. 사과당근주스 대비 비트 때문에 색깔이 붉어서 보기에 그럴싸한 것도 장점입니다.

 

 ABC 주스는 그냥 마셔도 좋습니다만, 사과비트당근 즙이라 요리에 쓰기에도 괜찮습니다. 양념에 넣거나 소스에 첨가하거나 할 수 있단 말이지요. 건강을 위해 드시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드레싱 소스로 쓰는 분들도 종종 보입니다.

 

 다만 세상엔 당근 주스도 드시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비트 주스는 당근 주스보다는 난이도가 좀 있습니다. 둘이 합쳐진 ABC 주스도 먹을 만한 맛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ABC 주스 같은 게 몸에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느냐고 생각하면서 맛있으니까 마십니다만, 건강을 생각해서 억지로 드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18) 고기를 사서 바로 해먹지 않을 경우, 당연한 말이지만 너무 오래 두면 부패하게 됩니다. 그런데 부패했는지 부패하지 않았는지 좀 애매할 때도 있는데요. 고깃덩어리의 경우 애매하면 다음과 같이 하면 먹을 만 해집니다.

 

 고기는 육즙이 먼저 상합니다. 보통 상태가 애매한 고기는 육즙은 살짝 상했는데 근육 조직은 아직 멀쩡한 겁니다. 그러니까 육즙을 최대한 빼 주면 먹을 만해집니다. 고기가 신선할 때는 키친타올로 표면 육즙만 제거해도 됩니다만, 상태가 애매하면 그 정도로는 불충분합니다. 일단 고기덩어리를 흐르는 물에 잘 씻어주세요. 그 다음 키친타올로 물기를 제거합니다. 그리고는 절이듯이 소금을 잔뜩 뿌립니다. 그 후 좀 절여질 때까지 둡니다. 최소 30분은 절여야 합니다. 다만 상태가 좀 심각하면 소금을 뿌리는 정도로는 모자라고, 곰탕 끓일 때처럼 아예 고기를 물에 담가서 한참 핏물을 빼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본문에서는 소금을 쓰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고기를 절이면 삼투현상으로 내부의 육즙이 밖으로 나옵니다. 그러면 다시 흐르는 물에 잘 씻어줍니다. 완전히 잘 씻으려면 해산물 씻을 때처럼 밀가루를 바르고 문지르면서 씻으면 됩니다. 그 다음 다시 키친타올로 물기를 충분히 제거하고요. 그 다음 이제 요리에 필요한 만큼의 염도로 간을 해주면 됩니다. 여기서 간을 한 번 더 해도 또 육즙이 나오는데요. 조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키친타올로 최대한 육즙을 제거한 후, 굽는 요리를 할 경우에는 헤어드라이어를 써서 고기 표면을 건조시켜주면 좋습니다. 구울 거면 물기 제거가 부족하면 맛없습니다. 삶거나 찔 생각이면 헤어드라이어는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의사항은 고기를 씻으면 고기 표면의 박테리아가 튀는 물에 섞여 주변으로 퍼지기 쉽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근처에 생으로 먹을 쌈채소, 과일 같은 걸 두면 안 되고요. 싱크대, 주변 식기, , 도마 등도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헤어드라이어는 고기 표면을 건조시키는 데 유용합니다. 다만 내부에서 나온 육즙을 고기 표면에 말라붙게 합니다. 그러니까 육즙 성분을 제거할 때는 키친타올로 흡수시켜서 버려야 하고요. 그냥 표면을 건조하게 만들 때는 헤어드라이어가 좋습니다. 키친타올만으로는 헤어드라이어를 쓰는 만큼 건조해지지 않습니다. 나는 주방에 헤어드라이어를 하나 따로 놓고 씁니다. 헤어드라이어는 주방에 하나 있으면 여러 모로 유용합니다.

 

 

 

 

 

 

19) 도마는 기공이 크지 않고 경도가 적당한 수종의 나무로 된 엔드그레인 도마나 통 슬라이스 도마가 좋습니다. 나무는 결 방향이 세로로 되어있기 때문에, 결 방향 그대로 나이테 무늬가 도마 표면에 드러난 상태여야 결 사이로 칼날이 가볍게 들어가고, 칼자국이 크게 티나지 않습니다. 엔드그레인 도마가 아니라도 도마로 쓰기에 적합한 수종의 도마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고무 도마나 플라스틱 도마는 좋은 수종의 나무도마 다음으로 좋습니다. 경도가 낮은 합성고무나 플라스틱은 적어도 칼날을 상하지는 않게 합니다. 다만 칼자국이 난 부분에 장기적으로 세균이 번식하기가 더 쉽고, 손질해가면서 쓰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고무나무나 편백나무 등을 사용한 도마는 저렴하고 흔하지만 그리 좋은 도마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고무나무는 도마로 쓰기에는 너무 무르기 때문에, 칼자국이 깊이 나고 수명이 짧습니다. 편백나무같은 침엽수는 목질의 기공이 큽니다. 저렴한 도마를 자주 교체하면서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오일로 마감 처리가 제대로 된 원목 도마는 보통 도마 오일에 원목을 담가서 안쪽까지 오일을 먹여놓습니다. 그런 도마는 단순히 표면에만 도장이 있거나 한 게 아니고, 안쪽까지 방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분에 강합니다. 표면이 손상되거나 오일이 일정 이상 마르면 사포질을 하고 도마오일을 좀 먹여주면 됩니다. 도마오일은 정제한 미네랄 오일을 파니까, 그걸 구매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도마나 원목 조리도구에는 식용유 쓰는 거 아닙니다. 식용유는 산패됩니다.

 

 사용을 주의해야 하는 도마는 유리도마와 스테인리스 도마입니다. 그리고 도마 없이 접시 위에 식재료를 올려놓고 그대로 써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유리는 경도가 너무 높습니다. 유리도마를 쓰면 도마에 칼자국이 어지간해선 남지 않는데, 대신 칼날이 나갑니다. 유리도마는 무언가를 자르는 용도보다는 밀가루 반죽 같은 걸 하는 작업대로 적합합니다. 스테인리스 도마 또한 오스테나이트계로 만들기 때문에 날붙이에 쓰는 마르텐사이트계 스테인리스보다 경도가 낮긴 합니다만, 칼날 손상 확률이 높음은 물론 금속 부딪치는 소리 나고, 무겁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미끄럽고요.

 

 도자기 접시 같은 데 식재료를 올려놓고 자르는 분들도 많은데, 그렇게 하면 도자기의 유약 부분이 미세하게 손상됩니다. 당장은 잘 안보여도 도자기가 미세하게 깨져나가고 있는 겁니다. 유약 가루 먹어서 좋을 게 없음은 물론, 도자기의 패인 부분은 오염과 변색도 쉬우니 귀찮더라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20) 우리나라 요리는 요리명에 조리법을 엉망으로 표시해 둡니다. 갈비찜은 국물이 적은 스튜라 조림에 가깝고, 닭찜(찜닭)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구찜도 찜은 아니지요. 그리고 닭볶음탕이라는 조어는 국립국어원의 역사적인 잘못이지요.

 

 물론 엄밀히 말하면 찜은 고온의 수증기로 조리하는 것을 의미하며, 볶음은 우리나라에서 의미하는 범주가 과하게 넓긴 한데, 대략 기름으로 볶는 것과 물기가 있는 볶음, 그리고 기름도 물기도 없는 덖음을 구분해주면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증기에 화상을 입어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증기는 음식물에 꽤 많은 열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고온의 수증기는 열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물은 비열이 높기 때문에 끓여서 수증기가 된 물은 그만큼 열을 많이 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가열가습은 난방에도 매우 좋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겨울처럼 건조하고 추운 기후에는 더더욱.

 

 수증기가 상대적으로 저온의 음식물에 접촉하면 증기에서 물로 상전이합니다. 그렇게 증기가 물로 액화하면 증기가 품고 있던 잠열을 방출하는데, 이는 물이 수증기가 될 때 상당한 기화열이 필요한 것의 정 반대 과정입니다. 증기가 물체에 접촉하면서 물이 되면 적잖은 열을 방사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찜은 음식물을 꽤 잘 익힙니다. 증기에 의한 화상도 생각보다 매우 위력적이고 끔찍하니까, 증기는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압력솥에서 나오는 증기는 많이 조심해야 합니다.

 

 압력이 높아지면 물의 끓는점이 높아집니다. 즉 가압한 상태에서 찜을 하면 기화하는 수증기의 온도도 높고, 더 높은 온도에서 증기가 액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찜구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밀폐공간에서 증기는 온도가 많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1기압에서 물은 100도에서 끓으니까 증기 온도도 1기압에서 100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증기가 되고 나도 물분자는 얼마든지 열을 더 흡수할 수 있습니다.

 

 가압 찜구이는 촉촉한마이야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보통 찜이나 삶기로 마이야르를 못 만드는 건 어디까지나 온도문제입니다. 마이야르는 170~180정도에서 잘 생기니까요. 그러니까 스팀 온도를 150이상으로 만들 수만 있으면 마이야르는 생깁니다. 스팀오븐이나 더치오븐/꼬꼬떼를 사용하는 오븐 조리법에서 이와 같은 조건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