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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24 김여사 이야기 21

김여사 이야기

사회 2014. 1. 24. 21:56 Posted by 해양장미

 김여사는 모든 드라이버와 라이더 및 보행자에게 언제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지 모르는 두려운 존재다. 그러나 어째서 김여사가 탄생하는지, 과연 김여사가 도로 위의 무법자를 대표할 수 있는지는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여자들이 운전에 있어 불리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간인지능력이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낮기 때문이다. 당황을 좀 더 쉽게 한다거나, 좀 더 겁이 많다거나 한 것 역시 유리한 면은 아니다. 실제로 이런 능력들은 선사시대엔 주로 사냥에 필요하던 능력들이라서, 보통 남자들이 많이 가지고 태어나고 또 개발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김여사를 만드는 주요인은 아니다. 차의 크기는 몰다 보면 외워지는 것이고, 주변 상황엔 좀 더 집중하면 되는 것이고 운전경력이 많은 것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여성의 공간 인지 능력도 사실 평균 크기의 차를 모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학습이 조금 느릴 수는 있지만, 숙달만 되면 얼마든지 여성이라도 버스 같은 대형차량을 몰고 다닐 수 있다. 이 면에서 여성 드라이버에게 진짜 불리한 건 사실 운전보다는 주차다.


 실제로 내가 생각하기에 김여사를 만드는 것은 좀 다른 요인들이다. 경험과 학습, 그리고 문화 등의 요인에서 동양 여성 운전자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서구에선 ‘여자들은 운전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고, ‘아시안 여성 운전자들이 운전을 못한다.’ 라고 생각한다고 알고 있다. 이게 진짜라면 그럴 만한 요인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가장 큰 차이는 차량과 운전 자체에 대한 관심에 있을 것이다.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은 차를 ‘가’지점부터 ‘나’지점까지 효율적이고 편하게 이동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경향이 더 크고, 그것에 따른 온갖 부수적인 것들에는 관심이 적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특성이 나쁘게 발현될 경우 차량의 특성과 규칙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본인 편한 방식대로 운전을 해 버릴 위험도 있다.  이건 실제 교육의 문제가 있고, 자연스럽게 차량과 운전에 관심을 가지게끔 유도하지 못하는 탓이 크다.


 한국의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너무 쉽다. 도로교통의 이론적인 것들을 제대로 모르는 운전자가 너무 많다. 룰 자체의 애매함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있는 룰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많은 여자들은 차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여자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보를 얻기 쉬운 차량 커뮤니티들의 심각한 마초적 분위기도 장벽이 되곤 한다.


 그러나 과연 여자들이 문제일까? 실제 보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통계적으로 김여사들이 내는 사고는 얼마 되지 않는다. 전체 사고 중 불과 16~17%만 여성 운전자들이 낸다. 여자들이 운전을 안 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남자들이 낸다. 운전자 100명당 남성 운전자가 1.3명이 사고를 낼 때, 여성 운전자는 0.3명만 사고를 낸다. 또 심각한 교통사고일수록 남자들이 낸다. 남자들은 본인들이 운전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여자들보다 한참 못한다. 스킬이나 유사시 대응에서는 나을지 모르지만, 신호 무시하고 규칙 무시해서 사고를 내는 건 대체로 남성 운전자들이다. 공도에서는 사고 내는 운전자가 제일 운전 못하는 운전자다. 실제로 봐도 면허취소 당해서 다시 면허 따려는 사람들은 거의 아저씨들이다. 어떤 객관적인 자료를 봐도, 김여사보다는 김기사가 문제다.


 이런 차이는 너무 현저하기 때문에 보험료에서도 남성 운전자가 현저하게 더 많은 보험료를 낸다. 전체 사고의 84%를 남자들이 내는데, 평균 사고율이 4배가 넘는데 어쩌겠는가. 어지간해선 도로 위의 무법자처럼 달리는 김여사는 없다. 도로 위의 무법자들인 음주운전자, 택시, 양카, 칼질 애호가, 클락션 애호가, 온갖 배달의 기수들은 99% 남자들이다. 그들이 여성 운전자나 경차 운전자, 초보운전자에게 쓸데없이 시비를 걸고 무시하는 것 또한 다분히 일상적인 일이다. 사실 싸그리 다 신고해줘야 한다.


 김여사들이 곧잘 놀림감이 되는 건 이따금 황당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건 위에 말했듯 차량과 운전에 대한 관심 및 이해 부족, 또는 각종 태만함에서 오는 게 많다. 예를 들면 순정페달에 하이힐을 신고 운전한다거나, 야간에 전조등을 안 킨다거나, 옆 신경 안 쓰고 문을 확 연다거나, 레이싱 게임도 아닌데 브레이크를 왼발로 밟는다거나... 일방통행로 역주행 사례도 좀 있긴 하다. 사실 김여사들이 일으키는 문제들과 사고들은 그 빈도는 낮을지 몰라도 워낙 창의적이고 기상천외한게 많아서 기억에 오래 남기 쉽다. 게다가 사고를 내도 많은 경우 자신이 뭘 잘못한지 모르는데다 곧잘 아줌마 스타일(...)의 뻔뻔함을 시전하니 더더욱 인상이 강해진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김여사들에겐 딱지를 날려주자. 딱지 잔뜩 받으면 알아서 고쳐진다.


 한편으로 수많은 남성 운전자들이 자신의 운전 실력을 실제 실력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평균적으로는 여성 운전자보다 더 많은 딱지를 끊고, 더 많은 사고를 낸다. 그렇다고 현저하게 빠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시내에선 어차피 추월해간 차가 같은 신호 걸려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간선도로를 주로 주행하는 게 아닌 이상 공도 운전은 안전이 최고다.


 그렇다면 왜 남성 운전자들이 더 많은 사고를 내는 걸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우선 본인의 운전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급정거를 하는 경우가 더 많은 유형은 대체로 운전을 못 하는 거라고 본다. 그리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집중력이나 공간인지능력 및 성취의욕 등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공격적으로 만드는 부작용도 있어서 사고율을 높인다. 또한 여성에 비해 남성은 태생적으로 멀티태스킹 (동시에 여러 가지를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한 편인데, 운전은 멀티태스킹이 필요한 것이기에 이 면에서는 남성이 운전을 하기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김여사들은 본인들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딴 짓에 사용해서 종종 사고를 내기도 하니, 운전 시엔 반드시 집중해야한다는 기본을 지킬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