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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공간 형태별 특성과 장단점

사회 2019. 3. 15. 17:39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HaXUlcoHn8w

 

 

 이번 포스트는 좀 깁니다.

 

 이 이야기는 아는 사람한테는 커먼센스인데, 모르면 잘 모르는 것 같아 정리해봅니다.

 

 살면서 알아야 하는 지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리해 봅니다. 부족한 부분이나 이의가 있다면 댓글로 의견, 보충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1. 단독주택

 

 법률적인 단독주택과 구어로 쓰는 단독주택, 그리고 실질적인 단독주택의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실질적인 단독주택은 해당 1필지에 1주택용 건물이 있고, 그걸 1가구가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법률적으로는 1가구만 사용하지 않아도 단독주택으로도 취급되며, 구어로도 다가구와 단독을 구분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부동산 매물도 같이 취급할 때가 많고요. 다만 최근의 도시계획이나 행정에 있어서는 다가구와 단독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하고요.

 

 일단은 실질적인 단독주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단독주택은 현재 우리나라 도시지역에서는 다소 사치스러운 거주 형태에 속합니다. 1가구가 소비하는 토지가 꽤 되니까요. 단독주택의 시세는 같은 지역의 공동주택보다는 아무래도 높습니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 대도시에서 실질적인 단독주택에 거주 중인 인구는 거의 없습니다. 부유층 또는 단독 거주에 관심이 많은 중산층 이상의 계층만이 단독주택에 거주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골에 가면 단독주택이 흔한 거주 형태가 됩니다. 토지가 싸지니까요.

 

 대도시 단독주택은 현실적으로 전원생활 같은 장점은 보통 없는 편입니다. 정원으로 쓸 법한 토지를 확보하는 게 힘듭니다. 돈이 아주 많다면 모를까, 앞뜰에 정원 만들려면 그 가격이 너무 비싸요. 동물을 키우는 것도 당연히 제약이 있습니다. 큰 개를 키우는 집은 종종 있지만, 보통은 짖어대기 때문에 주변 이웃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단독주택의 장점은 많습니다. 공동주택 생활에 수반되는 층간소음 및 악취 문제가 거의 없지요. 이웃집에서 소음이나 악취가 넘어올 수 있습니다만 층간에 비하면 아무래도 덜한 편이고, 내 쪽에서도 소리를 좀 더 내도 됩니다. 애들이 뛰어논다거나, 음악을 듣는다거나 하는 데 조금 더 자유롭지요. 주변 환경만 좋다면 애 키우기 좋습니다.

 

 아파트처럼 관리비를 낼 일도 없고, 주택이 낡고 문제가 있는데 집주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방치되는 일도 없습니다. 많은 권한과 책임이 집주인에게 있는 것이지요. 언제든 마음대로 뜯어 고쳐도 됩니다. 동네 룰과 커먼센스, 법률 같은 것만 지키면 됩니다. 원하는 구조, 원하는 소재로 지을 수 있습니다.

 

 단점도 꽤 많긴 합니다. 집이라는 건 끊임없이 탈이 나고 고치고 보수 및 관리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아파트에 살면 이걸 관리사무소에서 어느 정도 해 줍니다. 전체적으로 규격화가 되어 있어서 관리가 쉬운 면도 있고요. 그런데 단독주택에 살면 알아서 다 해야 합니다. AS를 받기 쉬운 조건이면 그나마 다행인데, 아니면 셀프로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파트에 오래 살던 사람은 적응이 필요합니다.

 

 차고가 없으면 주차도 좀 문제가 있긴 합니다. 요새 대도시 단독주택 단지는 주차 공간이 넉넉한 편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외부 차량, 특히 상용차가 근처에 너무 주차를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개인 차고를 소유하려면 투자가 꽤 필요합니다. 그런데 차가 없으면 아무래도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건 좀 불편합니다. 단독주택이 독립적이고 한적한 위치에 있을수록 각종 서비스 접근성은 떨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단독주택의 건축 양식은 다양하고, 거주하려면 건축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은 있는 게 좋습니다. 자차를 가지려면 자동차에 대해 일정 정도의 지식은 있는 게 좋은 것과 마찬가집니다. 특히 새 단독주택을 지어서 거주하시려는 분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건축에 대해 아예 무관심한 사람은 단독주택 거주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평수가 상당히 넓게 나온다는 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짓기 나름이지만, 평균적인 단독주택의 총면적(연면적)은 아파트 1채에 비해 훨씬 넓습니다. 그래서 대도시라도 평당가로 보면 단독주택이 그렇게까지 많이 비싼 건 아닙니다. 단가가 높을 뿐이지요. 그래서 가족이 많으면 단독주택이 좋은 선택지가 되는데, 1~2인 가구한테는 넓어도 너무 넓습니다. 4인 가구쯤은 되어야 단독주택이 나쁘지 않은 가성비가 됩니다. 근래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극단적으로 낮고,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단독주택 수요도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협소주택이라고 작은 부지에 3층 이상 높게 단독주택을 짓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전적 여건은 부족하지만 공동주택은 많이 싫고,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경우 이런 주거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공동주택 대비 장점이 크지 않고 환금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습니다.

 

 대조적으로 시골 지역에서는 단독주택이 꽤 일반적인 거주 형태가 됩니다. 땅값이 싼 지역에선 공동주택보다는 마당, , 정원을 갖춘 단독주택에 사는 게 장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제 전원주택에 살아보면 집, 정원, 잔디, 밭 등을 가꾸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미처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면 살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흔히 서구 남자들은 가사노동시간이 길다고 합니다만, 주로 하는 게 집 고치고 잔디 깎는 겁니다. 미국 중산층 남성들은 대체로 간단한 집수리 정도는 직접 할 줄 알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집고치는 방법을 보고 배웁니다.

 


 

1-1. 이동식 주택 & 농막

 

 이동식 주택 중 잘 알려진 형태는 컨테이너 하우스입니다. 건물 전체를 공장에서 만들고, 거주지에 가져오면 됩니다. 컨테이너가 싸니까 유명하긴 하지만,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해당 대지에 건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 피해가 적고, 급히 거주해야 할 때도 유리합니다.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물론 차량에 실을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습니다만, 다수의 블럭을 조립하는 형태로 좀 크게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농막은 법률적으로 주택이 아니고, 농지에 쓰는 창고 같은 것인데요. 실질적으로 6평 이하의 주택은 농막으로 허용되는 편입니다. 전기와 수도 등을 연결하는 데 있어 각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긴 합니다만, 6평 이하의 이동식 주택으로 세컨드 하우스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농막은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주택 보유로 인한 세금 문제 같은 게 없습니다. 물론 다른 주택 없이 농막에서 거주하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1-2. 단독형 타운하우스 & 땅콩주택

 

 단독형 타운하우스는 단독주택 단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정 부지에 한 건설사가 단독주택을 여러 채 지어서 분양하고, 아파트 단지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단독주택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커스텀 주택 설계가 사라지는 대신 관리가 쉬워집니다. 공동주택에 비해 더 많은 프라이버시를 가질 수 있는데, 아파트와 어느 정도 유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습니다.

 

 땅콩주택은 1필지에 두 가구가 살 단독주택을 붙여 지은 거라 생각하면 됩니다. 보통 3층 정도까지는 올리고, 대지는 두 가구가 나눠 좁게 사용하되 단독주택같은 장점은 확보하는 것이지요. 다만 이렇게 하면 여러 문제가 있는데, 일단 토지와 건물이 공동소유가 되고 벽간소음이 있게 됩니다. 관련 문제가 있다는 걸 미리 잘 이해해야 합니다. 아파트 등에 비해 환금성이 낮은 것도 단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1-3. 다가구 주택

 

 이름이 비슷하다보니 다가구와 다세대를 혼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릅니다.

 

 다가구 주택은 넓은 범주로 단독주택입니다. 주인집이 있고, 거기에 여러 가구가 세를 들어 사는 형태지요. 다세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다세대는 각 세대가 따로 소유주가 있습니다. 그런데 다가구는 전체를 1주체가 소유합니다. 개인이건 공동소유건 법인이건 간에요. 그래서 단독주택으로 분류되고, 공동주택이 아닙니다.

 

 다가구는 법적 규제가 있습니다. 19세대까지 거주할 수 있고, 지하 제외 주택으로 쓰는 층수가 3층까지 허용되며, 연면적은 200평 이하여야 합니다. 그러니까 여러 세대가 사는 옛날 양옥집은 다가구 주택이고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및 신혼부부 등이 많이 거주하는 원룸 1.5룸 투룸 같은 것도 보통 1건물을 1주인이 관리하는 다가구 주택입니다. 다가구라는 형식이 있다 보니 대도시에서 실질적인 단독주택은 고급 주택인 것입니다.

 

 세를 사는 입장에서, 다가구는 그럭저럭 주택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 중에는 가장 자본(보증금)이 적게 드는 거주형태입니다. 보증금이 0인 것도 있으니까요. 보통 월세가 저렴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세대별로 수도가 계량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인원수대로 공동수도를 나눠 내거나 정액제로 수도요금을 받는데 인원수대로 나눌 경우 수도를 엄청나게 많이 쓰는 세대가 보통 하나쯤은 있어서, 별로 안 써도 수도요금을 꽤 많이 내게 됩니다.

 

 그리고 다가구는 불법 증축된 건물도 많습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다가구 주택이 매우 많습니다. 그러니까 다가구에 살다가 화재가 난다거나 하면 문제가 꼬이기 쉬운데, 다가구 주택 대부분은 화재에도 취약합니다. 다가구에 거주할 경우 화재보험 드는 건 나쁜 선택이 아닙니다.

 

 여담입니다만 최근에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을 올리면서 다가구 주택들의 재산세가 많이 올랐습니다. 다가구 주택 건물주의 임대수익률은 높은 편이 아니다보니 오른 재산세가 천천히 임대차 시세에 반영될 확률이 높습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에 지어진 조적조(벽돌집) 다가구 주택이 꽤 많이 남아있습니다. 조적조 건물은 수명이 길지 않은 편인데, 해체 후 재공사는 쉬운 편이기 때문에 다가구 리모델링이 꽤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표현이 리모델링이지 재건축이나 다름없는데, 재건축이라 하지 않는 건 설계변경이 없기 때문입니다. 80년대와 달리 현행 법규에 맞게 재설계를 하면 주차 공간도 확보해야 하고, 반지하도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지만 리모델링을 하면 기존 설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2. 다세대 주택,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과 연립주택은 법적으로 다르긴 합니다만 비슷합니다. 구분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하 제외 연면적이 200평 이하인 건물은 다세대고, 200평을 초과하면 연립주택입니다. 대체로는 그냥 빌라라고 이름이 붙고 그렇게 부르는데, 보통 1개 층에 2가구가 사는 빌라는 다세대고 4가구가 사는 빌라는 연립주택이 됩니다.

 

 빌라는 주택으로 쓰는 층수가 지하 제외 4층까지 허용됩니다. 저층아파트랑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겁니다. 저층아파트처럼 보여도 4층이면 보통 빌라고, 5층 이상이면 단지 없이 독채라도 아파트입니다. 1층이 필로티 주차장이고 2층부터 주택이 있으면 5층까지 있어도 빌라지요.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자가 거주하기 쉽습니다만, 흔히 빌라는 사는(Live)’ 곳이지 사는(Buy)’ 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적어도 매수해서 시세차익을 얻기엔 아파트에 비해 불리한 편입니다.

 

 빌라와 아파트의 가장 큰 차이는 관리사무소가 있냐 없냐에 있습니다. 아파트는 보통 관리사무소가 있습니다. 관리인은 어쨌든 있어야 합니다. 관리 문제가 있는 아파트는 무척 많습니다만, 어쨌든 전담 관리사가 있다 보니 상태가 일정 이하로 나빠지기는 힘듭니다. 주민 간 트러블이 생겨도 어쨌든 중재자는 있고요.

 

 그런데 빌라는 보통 관리인이 따로 없습니다. 좋게 표현하면 주민자치 형태고, 정확하게 표현하면 보통 관리가 안 됩니다. 조금 규모가 있는 빌라도 최소한의 경비원(이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담당) 한 명 정도를 둘 뿐입니다.

 

 건축 과정에서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다소 열악하게 지어지고 주변 환경도 열악합니다. 대지에 비해 층수가 낮기 때문에 건물이라도 싸게 지어야 하고, 가능한 부지를 아껴서 건물을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가 싼 데는 싼 이유가 있습니다.

 

 빌라도 세분하면 구축과 신축, 단지가 형성된 빌라와 아닌 빌라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빌라의 건축양식은 2001년에 크게 한 번 변했는데, 이 때부터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게 의무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01년부터 지은 빌라는 거의 다 필로티로 1층을 띄워 그 공간을 주차장으로 씁니다. 통상적으로 필로티 구조로 1층을 띄운 빌라들을 신축빌라라 하는데, 이는 아파트를 신축이라 부르는 기준과 몇 년 정도 차이가 납니다.

 

 구축 빌라들 중 외부가 벽돌로 지어진 것처럼 보이는 게 많습니다만, 거의 다 장식벽돌이고 실제 건물은 철근콘크리트조입니다. 벽돌을 쌓아 만드는 조적조로는 공동주택을 짓기 어렵습니다. 철근콘크리트는 조적조나 목조, 철골구조 등과는 달리 일체형 구조라 철거가 어렵고, 구조체를 개선하는 리모델링이 불가능합니다. 현재 남아있는 구축 빌라는 머지않아 거의 다 재건축 또는 재개발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정권은 그 현실에서 최대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만.

 

 

 

3. 아파트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중산층 이상 가구가 거주하는 가장 표준적인 형태의 주택입니다. 다만 아파트도 지은 시기 등에 따라 크게 저층, 고층, 신축으로 나눕니다. 그 밖에도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있고요. 각각이 좀 다르기 때문에, 나눠서 설명합니다.

 


 

3-1. 저층아파트

 

 대체로 1980년대까지 지어졌습니다. 저층아파트는 대체로 5층 아니면 6층인데, 4층이면 빌라고 7층 건물부터는 의무적으로 승강기를 설치해야합니다. 그래서 저층아파트는 보통 승강기가 없고, 오래 된 건물들입니다. 80년대 후반부터는 거의 저층아파트를 짓지 않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층아파트는 서민의 주거형태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어쨌든 보통 관리사무소가 있으니 최소한의 관리는 되고 있고, 가격에 비해 넓은 곳도 많고, 대부분 단지 형태라 최소한의 주차공간도 있는 게 장점입니다.

 

 단점은 건물 상태가 낡았고 구조도 신식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아무래도 5, 6층에 살면 계단을 매번 오르내리는 게 만만찮다는 점 등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최상층을 선호하는 사람한테는 저층아파트의 높이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빌라가 그렇듯 저층아파트들도 심하게 낡은 것들이 많은데, 철근콘크리트조라 머지않아 재건축 또는 재개발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이론적 수명과 우리나라 건물들의 실질적 수명은 꽤 차이가 납니다.

 


 

3-2. (구축) 고층아파트

 

 7층 이상의 아파트는 승강기 설치가 의무화된 고층아파트입니다. 그러면서 신축이 아닌 걸 이야기합니다.

 

 일반적인 구축 고층아파트의 높이는 12~25층 정도입니다. 198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 정도까지 지어졌습니다. 이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들 중 넓이가 작은 건 복도식이 좀 있고, 신축과는 달리 대체로 지상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지하주차장도 보통 갖추고 있지만 거기까지는 승강기가 이어지지 않은 게 많고요. 대체로 건물의 생김새가 직선적이며 신축보다는 긴 것들이 많은데, 복도식은 특히 좀 깁니다. 저층아파트도 꽤 긴 것들이 있습니다.

 

 요새 아파트는 그렇게 직선적으로 길게 짓지 않는데, 건물을 길게 지으면 부동침하가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부동침하라는 건 지반이 불균형하게 가라앉는 걸 의미하는데, 어느 한 쪽만 지반이 더 가라앉아서 건물이 뒤틀리고 피해를 입는 현상을 뜻합니다. 부동침하는 근처의 땅을 무분별하게 갈아엎을수록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 규모가 크거나 주변 또한 마찬가지로 아파트 단지면 발생확률이 줄어든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신축 아파트의 등장으로 인해 구축 고층아파트의 인기는 다소 줄어든 감이 있지만, 가격대비 넓은 평수에 살려면 구축아파트가 좋습니다. 2010년대 초반 이후에는 넓은 평수 주택의 인기가 줄어들었고, 구축 넓은 평수 고층아파트는 찾아보면 상당히 저렴한 평당가로 매매되고 있기도 합니다. 연식 차이가 나는 저층아파트와 별 차이 없는 평당가로 매매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구축 아파트와 신축 아파트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지상 주차공간의 차이로, 적어도 지상에서는 전면주차가 권장된다는 데 있습니다. 후면주차를 하면 배기가스가 1층 또는 저층 세대에 피해를 주기 때문인데, 전면주차를 못 하는 사람은 후면주차를 하다가 시비가 붙기도 합니다. 전면주차를 못 하는 사람이 구축 아파트로 이사 갈 계획이라면 미리 연습을 좀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평수가 좀 되는 구축 아파트의 경우 거주인구의 평균연령대가 좀 높은 편이 되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은 구축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소형평수 아파트는 저렴하니까 젊은 부부들이 꽤 살지만, 대형평수가 되면 소형평수 신축에 비해 선호도가 밀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아파트가 관리되고 운영되는 방식에 좀 차이가 생기는데, 조금 덜 극성맞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운영될 확률이 신축대비 조금 더 높습니다.

 

 신축대비 구축 아파트의 단점 중 하나는 옆집끼리 현관이 서로 마주본 형태의 설계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설계에서는 서로 현관을 열었을 때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확률이 있고, 현관을 세게 닫을 경우 옆집에 불편을 끼치게 될 확률이 높으며, 애완견 등을 키워도 옆집에 소음이 잘 들립니다. 복도식은 현관을 서로 마주보는 문제는 없으나 복도식 특유의 불편함이 있고요. 그래서 구축 아파트는 신발을 벗는 공간 뒤에 중문을 만들어 다는 경우도 많습니다.

 


 

3-3. 신축아파트

 

 신축아파트는 00년대 중~후반쯤에 등장했습니다. 2007년 정도가 신축아파트 같은 게 등장하기 시작한 과도기인 것 같고요.

 

 신축아파트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우리나라도 경제가 성장하고, 각자 더 많은 프라이버시를 원하게 되면서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가 점점 유행하게 될 거라는 전망이 꽤 있었습니다만... 신축아파트가 등장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 양식이 완전히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냥 아파트를 더 살기 좋고 고급스럽게 지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신축과 구축의 일반적인 차이는 지상에 주차장이 전혀 없거나 거의 없고, 지상 공간이 공원화되어 있다는 점. 지하주차장에서 승강기가 바로 이어진다는 점. 그리고 아파트의 외형이 직사각형이 아니고, 타워형에 가까워졌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그 외 세부적으로는 기능이 많은 전자장비가 들어갔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재나 설계 및 디자인 등이 개선되었다는 점, 통상 단지 내부에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신축아파트는 보통 구축아파트보다 평당가가 꽤나 더 비쌉니다만, 살아 보면 여러 모로 편리한데다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아 아이를 키우기 더 좋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부터 재산이 일정 이상 되는 중산층 이상 계층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단점이라면 은근히 부실시공이 드물지 않습니다. 중요한 골조나 기둥, 벽체 등은 멀쩡하게 만든 반면 배전이나 통신선, 하수도, 찬장 같은 게 부실한 경우가 꽤 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공사장에 한국인이 줄어들고 외노자가 많아진 걸 한 주된 이유로 추정합니다. 그리고 주택을 고르는 데 점점 여성의 선택권이 늘어나고, 남성들은 신경을 덜 쓰게 된 것도 한 영향이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주로 신경을 쓰는 부분들은 개선되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 원가절감을 하고 있단 말이지요.

 

 그래도 비싸다는 걸 제외하면 신축아파트는 대체로 구축아파트보다 살기 좋습니다. 보온 효율이 높고 층간소음도 덜합니다. 특히 신축 중에서도 요새 지은 아파트일수록 층간소음 개선이 있는데, 규정이 강화된데다 건설사들도 전보다는 신경을 더 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강화했다 해도 위에서 뛰거나 하면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웃을 잘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구축대비 신축의 단점 중 하나는 보통 관리비가 좀 더 비싸다는 것입니다. 분수나 수로처럼 단지 내에 이런저런 시설이 많고 조경 관리에도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런데, 시설들을 잘 이용한다면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괜히 돈만 내게 됩니다. 그러니까 신축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이사를 갈 생각이면, 단지 내에 있는 시설들이 공짜가 아니라는 걸 이해하고 그 사용료를 분담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 걸 잘 이용할수록 신축아파트 단지에 사는 게 득이 됩니다.

 

 

3-4. 단지가 아닌 아파트

 

 좀 예외적인 형태라 따로 이야기합니다. 보통 아파트는 다수의 동이 모인 단지 형태입니다만,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독채인 경우도 있고 2~3동 정도만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2~3동이 있는 경우는 그나마 소규모 단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아예 1동만 있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1동만 있어도 5층 이상이면 아파트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이런 형태는 그 1동에 해당하는 부지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아파트 단지와는 다른 주거형태가 됩니다.

 

 이런 아파트는 단지의 혜택을 누릴 수 없고, 대신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가끔 특이하게 생긴 건 완전히 빌라인데 법률 상 아파트인 게 있습니다. 설계 및 허가와 시공 상의 차이가 생긴 경우인 것 같은데, 매물로는 아파트로 등록됩니다.

 


 

3-5. 빌라형 타운하우스

 

 위에 이야기한 다세대 및 연립주택을 다시 생각해보면, 빌라라는 걸 제대로 고급지게 지으면 사실 아파트보다 싸질 수가 없습니다. 층수가 낮으니까요. 그래서 대체로 염가형 빌라는 좀 열악하게 짓습니다만, 고급형으로 지은 빌라도 있습니다. 이런 빌라들도 타운하우스라고 부릅니다. 타운하우스라고 하는 것에 단독형과 빌라형이 있단 말이지요.

 

 빌라형 타운하우스는 대체로 단독형 타운하우스보다는 저렴합니다. 빌라지만 여러 모로 고급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정원과 테라스가 있고, 관리도 있고, 커뮤니티 시설과 지하주차장이 있는 식입니다. 같은 동네 기준으로 하면 이런 빌라형 타운하우스가 브랜드 아파트보다 비쌉니다.

 

 어쨌든 빌라형 타운하우스도 빌라는 빌라다 보니 고급 빌라 같은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보통 4층 정도로 짓기 때문에 빌라형이라 부르는데요. 실제 분류상으로는 보통 아파트입니다. 아파트에 준하게 사적으로건 공적으로건 관리된단 말이지요.

 


 

3-6.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은 법을 따로 제정해서 단지형 다세대, 단지형 연립주택, 단지형 원룸형을 구분해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중 다세대와 연립주택은 도시형이라는 말이 붙어도 위에 설명한 것과 같고요. 원룸형은 보통 분류 상 아파트에 해당하고, 통상 도시형이라고 부르는 건 독채 원룸형 아파트를 가리킵니다.

 

 일반적인 원룸과 도시형의 가장 큰 차이는, 통상 원룸은 다가구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건물을 통째로 한 주인이 소유하면서 세를 주는 형태고요. 도시형은 각 세대를 각각이 소유합니다. 그냥 소형평수 독채 아파트와 거의 같은데, 주택법에서 규정한 감리 대상에서 제외되고 모든 건설기준도 면제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거주하기 매우 열악한 환경에 있습니다.

 

 실제 도시형 생활주택은 번화가 한복판에 있는 경우가 많고, 주변 건물과 매우 밀접하게 붙어있다거나 합니다. 그러니까 시끄럽고, 일조권도 없는 걸 넘어 창문 자체가 매우 작은 곳도 있고, 창문 열고 손 뻗으면 옆 건물에 손닿을 지경인 곳도 있고, 번화가 사무용/상가 건물 같은 느낌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장점은 번화가에 있고 그래서 대중교통이 좋다는 거고 단점은 살기 안 좋다는 겁니다. 주차 시설이 갖춰져 있긴 합니다만 공간이 부족하고, 기계식 주차시설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게 등장한 게 09년부터고, 통상 지어진지 오래 되지 않은 신축인데다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내부구조나 인테리어는 그럴싸한 경우가 많고, 번화가에 거주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보니 나름 거주용으로의 인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단점은 매매가 잘 안 된다는 겁니다. 다주택자가 생기는 걸 정부가 막아놓다 보니, 아예 임대사업자 또는 임대사업법인이 아니고서는 이러한 임대용 주택을 잘 매수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번 정권의 다주택자 제약은 서민용 주택을 보유한 실소유자들이 매도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강남 집값은 엄청나게 뛰게 만든, 너무나도 나쁘고 잘못된 정책이었습니다.

 



3-7. 펜트하우스

 

 고층아파트 또는 주상복합 등의 최상층을 고급스럽게 꾸며 놓은 형태입니다. 복층형이거나, 다락이 있거나, 테라스를 이용할 수 있는 등의 설계를 합니다. 가격은 통상적인 아파트보다 당연히 비싼 편이고, 고급형 아파트에 많습니다. 법률적으로 아파트라도 빌라형 타운하우스의 최상층을 복층형에 테라스로 꾸밀 경우엔 펜트하우스라 부르진 않는 것 같습니다.

 

 여담인데 펜트하우스로 설계되지 않은 아파트 최상층은 그다지 인기가 좋은 층이 아닙니다. 층간소음이 없는 대신 어쩔 수 없이 춥고 덥고, 냉난방비가 많이 든다고 생각하면 되는데다, 구축 고층아파트의 경우 승강기실 소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신축에서는 완화됩니다만, 적어도 구축에서는 살짝 인기가 떨어지고 월세의 경우 조금 저렴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4. 주상복합

 

 주상복합은 통상 주거용지가 아닌 상업용지에 세워집니다. 저층은 상업용 건물이고, 그 위는 고층아파트 또는 마천루와 유사한 형태인 걸 주상복합이라 부릅니다. 상가주택과 다른 점은 일단 층높이고요.

 

 타워팰리스 등의 이미지가 있기도 하고 실제로 보통 비싸기도 해서 고급 주택으로 인지되긴 합니다만, 실제 규정 등의 문제로 인해 아파트보다 주거공간으로의 기능은 열악합니다. 같은 평수에서 서비스 면적이 작고, 건폐율이 높은 경우도 많으며, 관리비도 비쌉니다. 감가상각도 많이 되고, 상가와 붙어 있기 때문에 시끄럽고 냄새도 올라오는데다 외부차량, 사람이 계속 드나듭니다. 요약하자면 좁고 빽빽하고 유지비 비싸고 가격 잘 안 오르고 시끄럽습니다.

 

 그래도 인기는 좋은 편입니다. 어쨌든 아래 내려가면 상가인 건 편리하기 마련인데다, 부유한 사람들이 번화하게 살면서 생기는 메리트도 있습니다. 각자 선호하는 삶의 방식은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고,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부자도 있지만 주상복합을 선호하는 부자도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부지 특성 상 주거용지로 전용이 불가능한 곳의 허가 문제와 주택법 규제 문제 등으로 주상복합을 세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1층 상가의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실이 다수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냥 주거용 아파트만 올리는 게 더 효율적인데, 규제를 피하려다 보니 쓸데없는 상가를 지어 주상복합으로 짓게 된단 말이지요. 일률적인 규제라는 게 비효율적이 되기 쉽다는 걸 알려주는 실 사례입니다.

 

 

5. 상가주택

 

 상가주택은 저층은 상업용 건물이고, 위층은 주거용 건물인 형태입니다. 주상복합과 다른 건, 주상복합은 마천루 수준으로 높은 게 많은 반면 상가주택은 대체로 총 층수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3~5층 정도 건물인데 1~2층까지는 상가고 2~3층부터는 주택인 건물이 많습니다. 그리고 상가주택은 건물 1채를 통상 1인이 소유합니다.

 

 상가주택을 짓기 위한 준주거용지라는 게 있습니다. 일정 면적은 주택으로 지어야 한다는 연면적 허가 비율이 있고요. 도시 계획상 상가주택을 보급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돌아다니면서 보면 1~2층까지만 가게가 있는 건물들이 있는데, 대체로 상가주택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상가주택 건물주는 직접 1층에서 사업을 하면서 위층에 거주하거나, 아니면 세를 주거나 합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사업을 하는 건물 위층에 거주하는 게 나쁘지 않고, 상가 위층은 보통 사업하기 좋지 않기 때문에 상가주택이라는 건물 형태는 꽤 효율적이긴 합니다.

 

 다만 주택으로만 보면 그다지 거주하기 좋은 편은 아닌데, 아무래도 좀 시끄럽기 쉽고 주차도 열악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월세가 딱히 일반 주택보다 저렴하진 않은데요. 상가주택에 살면 물건을 사러 나갈 때 동선이 무척 짧아지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번화하고 교통이 좋은 곳에 있는 경우도 많고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대단지에 살면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킬로미터 단위에 육박하는 거리를 걸어야 할 수도 있는데, 상가주택에 살면 수십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버스 정류장이 있기도 합니다. 조금 소란스러운 쪽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요.

 

 

6. 오피스텔

 

 오피스텔은 위에 설명한 것들과는 달리 법률적으로 주택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는 준주택인데, 전입신고가 들어가면 주택으로 보고 아니면 주택이 아닌 사무실로 쓰는 걸로 간주됩니다. 그래서 오피스텔 건물주는 전입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세입자를 받는 경우가 많고, 그런 식으로 다주택자가 되는 걸 피해 절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률적으로는 임차인이 임대인과의 계약을 무시하고 전입신고를 해도 되고, 그렇게 해야 유사 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한 보증금 우선변제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만, 이 경우 임대인과의 첨예한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입신고를 하고 안전하게 살고 싶으면 미리 협의하거나 오피스텔에 들어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원수는 안 만드는 게 좋으니까요.

 

 실주거용으로 오피스텔은 좋은 편은 아닙니다. 어쨌든 법률 기준이 주택이 아니거든요. 그다지 주거하기 좋은 설계 및 건축이 아닌 경우가 많고, 관리비도 비쌉니다. 특히 수도요금이 주택용이 아닌 요금으로 적용되어서 비싼 경우가 많고요. 취득세까지 비싸서 실거주 목적으로의 구매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통상 다주택자의 절세용 수익형 부동산으로 취급됩니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오피스텔은 상업용 건물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상업용 건물에 해당하는 전기요금체계인 곳이 많고, 이 경우 전기를 소량 사용할 때는 메리트가 없지만 누진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오피스텔 거주자들은 에어컨이나 전열기구를 마음껏 사용합니다. 무더운 한여름에 한정한다면 오피스텔 거주가 나쁘지 않습니다.

 


 

7. 숙박시설

 

 숙박시설에 장기 거주하는 사람들도 꽤 있긴 합니다. 그런 식으로 거주하는 걸 장기투숙이라 합니다. 실제 대부분의 숙박시설에는 월 단위 요금이 따로 있고, 개인 짐이 별로 없고 집에서 음식을 거의 해 먹지 않는다면 그렇게 살아도 됩니다.

 

 장기투숙의 장점은 보증금이 없다는 점, 낮에 외출하면 청소를 해 준다는 점, 수건 같은 건 빨래까지 해 준다는 점. 그리고 사업자의 경우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3개월 이상 거주 시 숙박업자의 허가가 있다면 전입신고도 가능합니다.

 

 단점이야 많습니다. 내 집같이 살 수가 없지요. 대체로 음식도 못 해먹고, 청소부 들락거리고, 짐도 많이 가져다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단기 거주하긴 나쁘지 않은 편이고, 비용 처리도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투숙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도 꽤 있긴 합니다. 주택을 임차하면 어쨌든 계약 시엔 2년 고정이기 때문입니다.

 

 주거비용은 주택임대차에 비해 아무래도 높습니다.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7-1. 고시원 / 고시텔 / 원룸텔

 

 고시원도 일종의 숙박시설입니다. 장기투숙이 일반적일 뿐이지요. 법률적으로는 연면적이 500제곱미터 미만인 고시원은 다중생활시설이고, 그 이상이면 숙박시설이긴 한데 이용자 입장에서 신경 쓸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정말로 고시생이 고시원에 머물렀지만, 이젠 그렇지 않지요. 이름이 고시원일 뿐 저렴한 장기숙박시설일 뿐입니다. 장점으로는 1인 가구 기준으로 실거주비를 많이 줄일 수 있긴 합니다. 공과금이 월세에 포함되어 있고, 기본적인 음식까지 제공해주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 외엔 모두 단점입니다.

 

 청년이 고시원에 거주하면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습니다만, 중년이 고시원에 거주하면 많이 가난하다고 생각하거나 임시거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고시원 거주까지는 그럭저럭 제대로 된 거주에 포함됩니다.



 


8. 옥탑방

 

 반지하와 함께 저렴한 거주공간으로 알려진 옥탑방은, 본래는 옥상 물탱크가 있었던 공간이거나 그와 관련된 공간을 개조하면서 생겨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수도 시설이 개선되면서 물탱크를 쓰는 건물이 줄어들었고, 그 공간에 불법 증축을 하여 옥탑방을 많이 만들게 됩니다. 다가구, 상가주택 등에 있습니다.

 

 보통 제대로 된 건물이 아니고, 세를 주면서 옥상 사용권까지 건물주가 전적으로 내주진 않기 때문에 거주현실이 대단히 열악합니다. 불법 증축물의 경우 전입이 불가하고, 화재 등이 발생했을 때도 문제가 됩니다. 대부분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더위와 추위에 극단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냉난방비로 저렴한 세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장점이라면 주인이 같은 집에 거주하지 않을 경우, 아주 저렴한 펜트하우스처럼 사용 가능하다는 것. 다만 주인이 옥탑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 집이라면 오래 살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옥탑이 있는 평지붕 건물은 관리에 좀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건물입니다.

 

 


9. 반지하

 

 반지하는 오래 된 다가구나 빌라에 주로 남아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하층으로, 지상으로 통하는 창문이 나 있어서 반지하라 부릅니다.

 

 지하라는 곳이 사람이 살기 좋지 않다보니 당연히 열악하긴 합니다. 습기가 잘 차서 곰팡이가 잘 생기고, 채광도 좋지 않고, 홍수가 나면 대책이 없습니다. 범죄에도 노출되기 쉽고 프라이버시 확보도 불충분한 편이고, 공기도 나쁘고 벌레와도 가까워집니다.

 

 장점은 저렴하다는 것. 그리고 법적으로 보호 받는 공간이라는 겁니다. 그렇지만 다른 단점은 어찌 이런저런 설비로 커버한다 해도 수해에는 아예 대책이 없기 때문에, 최근에는 건축 허가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예외적으로 비탈길에 짓는 건물은 고저차를 이용해 반지하를 만들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반지하보단 훨씬 좋고 침수 걱정이 덜하긴 합니다만, 실제로는 물이 곧잘 들어온다고 합니다.

 

 이렇게 열악한 거주 형태가 만들어졌던 건, 지하층은 건축 층수 제한에 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가구, 빌라는 위에서 설명했듯 층수 제한이 있는데 지하층을 만들면 한 층을 더 늘릴 수 있었던 것이지요.

 


 

10. 캠핑카

 

 우리나라엔 많지 않지만, 캠핑카에 주로 거주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주택으로 볼 수 없는 형태에 사는 유형에 들어가는데, 우리나라엔 많지 않은 편이지만 미국 등지에선 비율이 좀 더 높습니다.

 

 좀 이상하긴 하지만 캠핑카에 주로 거주한다면 그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일단 캠핑카라는 게 제법 비싸고, 돌아다니려면 그것도 유지비가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캠핑카에서 주로 거주하는 건 절대 쾌적하다고 할 수 없고, 많은 불편과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뭔가 사연이 있거나 특이한 취향이 됩니다만.

 

 실제 캠핑카에 장기 거주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 자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문을 두들기고 이거 얼마냐고 묻는 식의 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참 대단한 결례입니다만 실제로 그런 결례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니, 캠핑카에 살면 무척 피곤할 것 같습니다.

 


 

10-1. 타이니하우스

 

 캠핑카는 기본적으로는 장기거주용이 아닙니다만, 타이니하우스는 아예 트레일러 캠퍼를 장기거주용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개인용 차량으로 견인해서 끌고 다닐 수 있는, 바퀴 달린 소형 이동식 주택이라 할 수 있고요. 아니면 소형 트럭에 실리는 사이즈를 그렇게 부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새는 그냥 이동식 주택을 타이니하우스라 부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만, 혼용으로 보입니다.

 

 실제로는 보다 통상적인 이동식 주택과 마찬가지로 세컨드 하우스로 주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만, 타이니하우스에 주로 거주하는 사람도 0은 아닙니다. 스타렉스 캠핑카보다는 쾌적할 것 같긴 합니다.

 

 타이니하우스는 워낙 작다 보니,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은 전문 업체를 통하지 않고 통째로 직접 만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부 트레일러는 구매해야 하겠지만요.

 


 

11. 텐트

 

 세상에는 텐트에 거주하는 사람도 많긴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살면 큰 문제가 있는 걸로 보긴 합니다만. 몽고에서 게르는 아직도 일반적인 거주 형태입니다. 미국에도 텐트에 사는 사람이 꽤 많은데, 가족 단위로 텐트에서 사는 사람들 숫자도 그리 적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선 지진이나 수해쯤 당해야 텐트촌이 생기긴 합니다.


 이동을 자주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좀 오래 살 계획이라면 거주용으로 텐트가 컨테이너 주택에 비해 가지는 장점은 별로 없습니다. 컨테이너 주택이 대형 텐트보다 비싸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렴한 컨테이너 주택은 150만원도 안 합니다. 땅을 구하고, 그걸 가져다 놓고 시설 갖추는 게 문제지요.


 그래도 텐트는 최소한 사람이 지낼 만한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에, 노숙(비박)보다는 천배 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을 장기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건 여러 의미로 대단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텐트의 최대 장점은 역시나 이동이 쉽다는 점입니다. 타이니하우스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이동식 주택의 이동에는 중장비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텐트는 24인용 군용 텐트도 혼자서 칠 수 있지요. 제법 넓은 실내(?)공간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텐트에서 장기 거주를 할 경우, 권리가 있는 땅이나 오지에서 거주하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허가되지 않은 공용지에서 텐트를 계속 치고 있으면 노숙자에 준하는 취급을 받습니다. 실제 서울 용산구에는 홈리스들이 텐트촌에 살고 있기도 한데, 텐트에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노숙자들보다는 제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고, 돈을 모아서 텐트촌을 탈출하는 경우도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도시낙후지역에 관한 이야기

사회 2017. 3. 18. 14:24 Posted by 해양장미

 근래는 개인 사정으로 잘 챙기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도시를 걷는 걸 좋아합니다. 내키는 대로 한참을 걸으면서 도시 구경을 하는 거지요. 차를 타면 주로 큰 도로로만 다니게 되기 때문에, 도시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없습니다. 자전거를 타면 고성능 자전거는 너무 빨라서 주변을 잘 못 보고, 성능이 낮은 자전거는 오르막이 힘든 게 문제입니다. 걷고 걷다 보니, 이렇게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중 어떤 부분에 대해선 잘 알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니지 않은 길로 다니다보면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나? 여긴 어째서 이렇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십 년 전에 걸었던 곳은 별로 변하지 않았음에도 옛 인상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달동네, 쇠퇴한 지역, 슬럼, 폐허, 개발지 같은 곳을 지나가게 되기도 합니다. 한참을 걷다 위성사진을 보면, 위성사진이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되곤 합니다.

 

 그런 모습들 속에서 가장 쉽게 발견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옛날 80년대에 개발된 구역의 모습들입니다. 이런 구역은 한국 대도시에 정말 많은데, 길이 정말 좁고, 인도 구별이 명확하지 않거나 인도가 매우 좁습니다. 층수가 낮은 공동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은 곳도 많은데, 이사를 할 때 사다리차를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도 크고 멀끔한 차를 탑니다. 아예 빈곤층이 사는 동네가 아닌 이상, 서민들도 차는 신형입니다. 이는 차에 대해 약간의 지식만 있으면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차가 오래 되면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고 위험해서 새 차를 사거나, 연식이 덜 된 중고차로 바꾸는 게 오히려 이익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서민들은 1톤 트럭이나 스타렉스 같은 큰 차를 소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만큼 개발된 지 오래 된 동네는 주차난이 심합니다. 옛날엔 자동차가 많지 않았으니 주차장을 확보할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고, 지역 자체를 통째로 재개발하기 이전엔 길이 좁은 문제는 개선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대규모 재개발이 불가피합니다. 이제 시간도 흘러 수도권 일대는 새로 신도시를 건설할 곳이 거의 남지 않았고, 재개발 시대가 올 겁니다. 그런데 그 동안 좌파, 진보, 민주당 계열은 덮어놓고 서민들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재개발 문제에 대해선 반대를 일삼았고, - 물론 그에는 옛날에 많던 강압적인 거주자 퇴거가 한 몫 하긴 했습니다만, 근래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 그들의 각종 행태를 고려할 경우 앞으로의 도시재개발 문제 등에 꾸준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진보좌파는 서민의 편이 아닙니다. 사안에 따라 그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도지요.

 

 다만 앞으로 만일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가 오면 주차 공간 문제가 다소나마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승용 전기차의 보급이 지지부진하더라도 향후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전기택시가 일반화될 경우, 택시요금이 저렴해지고 승차거부 등의 문제가 사라짐으로 차량 보유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향후 예상되는 신기술을 예측하여 도시 인프라, 재개발 계획을 짜는 건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고요. 그러나 적어도 고려는 해야겠지요. 도시개발에 필요한 건 이데올로기와 고집이 아니라 통찰과 상상입니다. 많은 경우 정치인들은 근시안적이고 잘못된 선택을 해서 도시행정을 망치곤 합니다. 소위 진보 정치인이 이런 데서 많은 약점을 보이지요. 현재의 정치상황만 고려하면 앞으로 한동안 민주당계의 시대가 올 수도 있을 텐데, 일단은 그들이 변화하고 진화하길 기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가장 넓은 광역시, 인천광역시

사회 2017. 2. 22. 20:57 Posted by 해양장미

 인천의 전 지역에 가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은 어쩌면 인천의 전 지역을 둘러봤을지도 모릅니다만, 어지간한 사람은 그러는 게 불가능할 만큼 인천은 넓은 영역에 걸쳐 있습니다.



 인천광역시에 속하는 백령도 서북단부터 인천의 동쪽 끝인 소래산 정상 부근까지의 직선거리는 무려 200km에 육박합니다. 물론 대다수의 인천 사람들은 서해 5, 강화, 옹진이 인천이라고 잘 의식하지 못하고 삽니다만, 인천권은 매우 넓고 섬지역을 뺀 본토(?)지역도 실제 다수의 지역으로 나뉘어져 서로 교류가 많지 않은 대도시입니다.

 

 강화군 통합 후 오랜 기간 행정구역상 인천의 넓이는 한국 광역시 중 울산에 이어 두 번째였습니다. 그러나 인천은 점점 넓어지는 도시입니다. 불과 얼마 전인 2016년 11월, 인천은 울산보다 넓어졌습니다. 인천 앞바다는 지형이 매우 완만하고 조수간만차가 큰 곳인데, 지속적인 간척사업을 통해 바다를 육지화 시켰기에 넓어진 것입니다. 1910년 무렵 인천의 해안선 지도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런데 1910년의 지도도 자연적인 지도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강화, 교동, 석모 지역은 먼 옛날 고려 시대부터 매립을 통해 지형을 바꿔온 곳이기 때문입니다. 본래 강화, 교동, 석모는 각각 하나의 섬이 아니었다고 전해집니다. 강화도는 수십 개의 섬이었고, 물이 빠지면 길이 생겨 지나다닐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매립을 해서 결국 강화도는 하나의 섬이 되었고, 교동과 석모도 각각 하나의 섬이 되었지요.

 

 앞으로도 인천은 계속 넓어질 겁니다. 인천 앞바다엔 평균 수심 30cm 이하인 곳이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인천 시민들은 인천에서 자연적인 바닷가를 보지 못합니다. 모두 간척사업을 통해 경계를 만들었고, 그나마도 바닷가 쪽은 거의 항구나 공업 지역이라 일반인이 갈 만한 곳은 거의 없습니다.

 

 인천의 각 지역이 서로 교류가 많지 않은 이유엔 역사적 이유와 지형적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역사적으로 인천은 본토만 해도 인천과 부평, 김포의 3지역이 합쳐진 광역시입니다. 여기에 더해 근래 생긴 신도시 지역엔 외지 출신이 많이 들어와 독립적입니다. 일례로 송도 주민은 인천에서 독립을 꿈꾸지만, 대조적으로 인천시 측은 김포와 부천, 시흥을 흡수하고 싶어 하는 상황이랄까요.

 


 지형적으로도 인천엔 도시를 나누는, 한남정맥에 속하는 산맥이 지나갑니다. 인천지역 또는 근처 거주자 중 등산을 좋아하고 잘 하는 사람은 한남정맥을 따라 장거리 등산을 하기도 하는데, 한남정맥과는 또 다른 청량산, 문학산, 오봉산, 중경산 등이 한남정맥과 이어지다시피 하기 때문에 이 쪽으로 잇는 산악투어도 가능합니다. 사실 이는 그만큼 인천 내 분단지형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지요. 실제 과거에 인천, 부평, 김포 등지가 나뉘어졌던 건 지형이 나뉜 이유가 큽니다.


 

 이뿐만 아니라 인천엔 경인고속도로와 1호선 전철이 아주 오래 전에 깔렸습니다. 이 도로와 철도는 고가화나 지하화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도시를 남북으로 갈라놓기도 했지요. 이 넓은 도시가 매우 통일성이 없고 각 지역이 독립적이며, 정치적으로도 복잡한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근래 인구수도 300만을 돌파해 계속 늘어나는 곳이고 꽤나 북적하다 해야겠지요. 복잡한 만큼 문제도 많고 시장도 재선을 못 하는, 골치아픈 동네이기도 합니다. 누가 들어도 황당한 이야기입니다만 다른 도시를 경유하지 않고는 강화쪽을 오고갈 수 없다거나, 가장 가까운 방향으로는 영종도로 다리가 뚫리지 않고 있으면서 있는 다리 통행료는 매우 비싸다거나 하는 문제들부터 들 수 있겠지요.

 

 본문은 인천광역시가 울산광역시보다 넓어진 걸 기념(?)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자유의 태동

경제 2013. 2. 14. 19:07 Posted by 해양장미


 과거 조선의 상업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은 현대 한국인의 입장에서 꽤나 심각한 불운이다. 상업은 기본적으로 도전정신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누군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일확천금을 꿈꾸며 허풍을 치고, 가족의 품에서 떠나 상선을 몰고 출항을 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당시만 해도 악덕으로 취급받던 - 지금도 많은 좌파들은 악덕으로 취급하는 - 금융업종에 뛰어들던 유태인들의 후원 하에서 르네상스가 탄생했고, 근대가 태어났다.


 근현대적 자유의 탄생은 그야말로 근현대적인 사건이었다. 자연적인, 사람 대 사람의 유대관계가 강한 소규모 공동체에서 개개인이 누리는 ‘자유’는 근현대적인 자유라 하기는 어렵다. 자연 상태에서의 자유는, 그 집단이 가진 원시적 능력과 관습 안에 종속된다. 누구나 ‘원시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열대 지역 주민들이 가진 것과 같은 자유다.


 그러나 도시적인 자유를 누리는 것은 좀 다른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선 도시의 역사적인 의미를 알 필요가 있다. 아시아에서 도시는 자치권을 가진 적이 딱히 없지만, 유럽의 경우엔 이야기가 달랐다. 도시의 전통을 이해하려면 엘라다(그리스)의 고대 민주주의 시대부터 봐야 하지만, 중세부터 이야기해도 본문의 맥락에서는 충분할 거라 생각한다.


 서로마의 멸망과 게르만 족의 이동 이후, 중세의 도시는 10세기경부터 봉건 세력에 대항하는 동맹체의 기능을 수행했다. 또한 도시는 상공업자와 장인들의 집합소였으며,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각 영주의 장원에 속하지 않는 자유인들이었다. 돈을 모은 상인들은 영주에게 토지를 구매해 자치도시를 세우곤 하였다. 이런 자치권을 행사하는 도시는 독특한 제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도시로 도망 온 농노들은 1년 1일 동안 잡히지 않으면 농노의 신분에서 해방되는 것이 그것이었다. 농노들에게 당연히 도시는 선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민’이라는 단어에는 복잡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중국의 경우 정치적인 통일 세력이 되는 것을 오랜 기간 강하게 추구했던 반면, 유럽은 보다 느슨한 종교적 연대로 묶여 있었다. 크리스트교와 교황의 존재는 이슬람 세력을 타자로 하여, 정치적인 통일 없이도 그들을 연대하고 경쟁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동아시아인들이 혈통의 정통성을 보는 동안 유럽인들은 개인적인 능력과 신의 뜻을 보았다.


 그러나 오해해서는 안 되는 게 유럽은 결코 동아시아보다 우월했던 곳이 아니었다. 17세기까지만 해도 동아시아는 유럽보다 잘살았었다. 일례로 초기 조선은 세계에서 가장 ‘민중이 살기 좋은’ 나라에 가까웠다. 초기 조선같이 노비도 거의 굶지 않을 수 있는 지역은 지극히 드물었다. 세율도 파격적으로 낮았다. 같은 시대 평균적인 유럽인들의 생활 수준은 조선인들에 비하면 정말 참담하였다.


 근본적으로 유럽인들이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해야 했던 이유는 그들이 가난했고 먹을 게 없어서였다. 태평성대와 덕치를 추구하고 농업을 중시하는 유교식 전통은 상당히 오랜 세월동안 동아시아를 잘 먹고 잘 사는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였다. 물론 기후와 토지라는 식생의 차이와 기술적 차이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중세 이후 근 500년간 아시아는 유럽보다 따뜻했는데, 이 기간은 동아시아가 가장 번영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또한 동아시아는 유럽에 비해 오랜 기간 더 뛰어난 농업과 의학 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부족함을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제공하는 조직과 체제는 유럽이 우월하였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인에게는 해방의 출구가 있었다. 시민이 가질 수 있는 자유를 위해 농노들은 목숨을 걸고 장원을 탈출할 수 있었고, 시민들은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 먼 바다로 나가는 위험한 배를 탈 수 있었다. 항해자들에게 안전은 없었지만, 꿈은 있었다. 그런 가능성은 동아시아인들에게는 부족한 것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근대적인 자유가 싹텄다. 개개인에게 자유는 결코 편한 것만은 아니다. 민중들은 적당한 지배와 안락함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의 한국만 봐도 더 많은 자유를 민중이 스스로 거부하곤 한다. 특히 타인의 자유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유럽인들에게는 더 많은 자유가 필요했다. 미지를 향해 나아가면서 그들은 신의 이름을 빌어 용기를 얻었다. 유럽인들이 지구에 있는 세 대양을 건널 때, 동아시아인들은 나라의 문을 굳게 닫고 그 안에서만 싸우고 있었다. ‘안에서만’싸우려 드는 성향은 지금 한국인들도 거의 똑같다. 그러나 현재 한국이 그럭저럭 잘 나가는 이유는 결국 바깥으로 진출하는 도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일수록 더 밖으로 나가려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편으로 역사 속에서 ‘왕’은 꽤나 절대적인 이미지를 가지곤 하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특히 유럽사에서 절대적인 왕권의 등장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었다. 이는 동아시아 등의 타 지역보다 훨씬 늦은 등장이라 할 수 있다. 16~17세기에 들어서야 유럽에는 전제 왕권이 등장한다. 강력한 왕의 등장은 근대적 국가의 기틀을 만들었고, 교황청의 개입에서 국가를 독립시켰다. 중세가 끝난 것이다. 이 시대 이전 유럽에서 국가의 개념은 근현대의 그것과는 꽤 달랐다.


 그리고 이와 함께 중상주의가 시작되었다. 이 중상주의에 대한 이해는 대단히 중요한데, 그 이유는 대한민국이 대표적인 현대적 중상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시민들은 이 중상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 이것은 소위 민주화 세력의 무능함과 소위 보수세력의 사악함이 합쳐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어쨌든 현재의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로의 첫 발을 내딛는데 무진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상주의 국가’쯤 되겠다. 그렇다면 중상주의란 뭘까?


 ‘중상주의자는 국가의 안보를 지키고 독립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간주한다.’[각주:1]


 어디서 굉장히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사실 한국의 소위 ‘보수세력’은 정확히 저 아이덴티티다. 한국의 보수세력을 신자유주의 세력이니, 수꼴이니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정확하지 못하다. 소위 진보좌파세력이 좀 더 똑똑했더라면, 그들은 중상주의를 먼저 떠올렸어야 한다. 한국의 보수세력은 그저 먼 옛날 유럽에 많았던 중상주의자일 뿐이다. 당연히 이들은 자유주의자라 스스로를 칭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


 역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전제 왕권과 함께하던 중상주의 시대에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들은 개혁세력으로의 절대군주에 기대를 걸곤 했다. 그러나 중상주의로 인해 축적된 부는 대체로 자유주의의 발달을 촉진한다. 더 많은 부는 더 많은 권리이고, 더 많은 권리를 지닌 사람이 많아질수록 군주에 대한 각종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으로 대표되는 ‘자유민주주의 혁명’은 발달한 자유주의가 공화정의 부활을 이끌어내는 주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규범과 법, 그리고 기존의 세계관을 뒤엎을 수 있는 의식적 자유의 성장 없이는 시민들 스스로 군주에게 자치권을 빼앗을 수 없다.


 한편으로 한국의 민주화는 워낙 전통이 없었기에 모든 것이 꽤 압축되어 일어났다. 제도는 시작부터 이식되었지만, 진정한 민주화가 이루어진 건 1987년이었다. 군사정권의 중상주의가 성공적이었고, 그로 인해 부가 축적되면서 사회의 각종 요구가 늘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유럽의 민주화가 ‘기존의 규범을 파괴하고, 새로운 규범을 세우는’ 일이었던 반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식받은 것이었기에 그것 자체가 새로운 규범이었다. 한국의 민주화 세력은 ‘자유를 달라!’고 외치면서 민주화를 이룩했다기보다는 민주주의를 규범으로 각인시켜 민주화를 이끌어냈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민주화 세력은 아직도 선거 때마다 윤리성을 소리 높여 외친다. ‘저쪽은 나쁜 년놈입니다!’ 그리고는 자주 진다.


 그러나 민주화 세력은 두 번의 정권, 10년 동안 집권을 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실제로 많은 자유를 늘렸다. 그 시기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근현대적 자유가 태동했다. 그러나 갓 태어난 어린 자유는 그 탄생 과정이 워낙에 비극적이었기에 매우 위험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외환위기와 신자유주의로 인한 비극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는 소중하다.


 시민들은 이제 윤리성보다는 나에게 뭔가 해줄 것 같은 사람들을 뽑기 시작했다. 전근대적 공동체는 빠르게 붕괴되어가는 중이고, 제도로 정착된 민주주의가 새로운 자유를 창출하고 있다. 다만 아직 민주화 세력은 그들이 불러온 민주주의 제도를 이해하지는 데 실패 중인 것 같고, 이에 많은 시민들은 그들을 대표할 만한 진정한 지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당선은 늘어난 자유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한편 자유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자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여기엔 좌우의 구분이 없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사실 이름만 그렇게 붙이지 않을 뿐 이념적으로는 중상주의, 그것도 근대적인 군사주의를 접목한 근대적 중상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들은 가능한 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자 시도하며, 자유가 불러오는 무질서함을 두려워한다. 이 연장선상에서 이들에게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과, 과거의 질서로 회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혼재되어 있다.


 대조적으로 민주화 세력은 사분오열 상태이지만, 그 중 가장 긍정적인 가능성을 지닌 세력은 근래 들어 규범적이고도 느슨한 공동체의 부활을 꿈꾸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유가 내포하는 필연적인 ‘힘’, 즉 고삐가 풀린 자본이 만들어내는 폭력의 가능성을 두려워한다. 다만 문제는 한국에 자유주의의 역사가 지나치게 없었다는 데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회주의적인 발상들은 자유주의의 부정적인 면이 극단화된 상황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후 사회주의 중 가장 큰 세력을 지녔던 공산주의는 멸종했고, 기존 자유주의에 사회주의적인 발상을 일부 섞은 것만이 긍정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엔 애초에 자유주의적인 전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소위 사회자유주의[각주:2]를 바로 만들려 하는 시도는 실패하기 쉽다. 제도는 이식할 수 있지만, 정신은 이식할 수 없다. 사회자유주의 같은 건 제도보다는 정신이 중요한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자유가 더 억압받고,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춰지거나, 실제의 정치적 행위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자칭 진보주의자가 도덕과 공동체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것은 사실 비극적 넌센스다. 그런 것을 보수주의자의 몫이다. 참여정부 및 깨시민의 개혁이 실패한 근본적인 주된 원인은 그들의 지적 빈곤함이었다. 그들은 진보의 의미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아직도 자칭 깨시민들은 넷우익 못지않게 보수적이다. 오히려 보통 시민들이 그들보다 진보적 자유의 성장이 빠르다.


 자유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더 많은 자유가 언제나 항상 더 많은 부유함을 만들어냈다. 자유로운 인간은 끊임없이 스스로 발전하고, 더 건강한 심신을 지니며 더 많은 창의성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1. 참조 링크.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04&contents_id=5110 [본문으로]
  2. 참조 링크. http://ko.wikipedia.org/wiki/%EC%82%AC%ED%9A%8C%EC%9E%90%EC%9C%A0%EC%A3%BC%EC%9D%9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