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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몰락

정치 2017. 7. 4. 03:12 Posted by 해양장미

 여러 번 하던 이야기입니다만, 한국에 엄밀한 의미에서 보수주의 정치세력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건국 이후의 한국엔 왕당파도, 전통을 지키려는 정치세력도 의미 있는 규모로는 없었으니까요. 한국에서 보수주의의 유일한 가치로 통하는 건 반공이었고, 그 외엔 보수주의라 할 만 한 건 없었습니다. 세력, 소속감, 지역감정, 기득권, 권위주의 같은 게 보수파를 구성하였으나 그 응집력은 세에 비해 매우 약했습니다. 그들은 언제고 세가 잦아들면 분열되고 몰락할 것이었고, 한심하게 붕괴하였습니다.

 

 만일 한나라-새누리당 세력이 충분한 명분을 가질 수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권위적이고 일방적이지 않았다면, 보다 더 보편적인 설득력과 올바름을 지녔고 강자의 여유를 보였다면, 자유라는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는 그들이 진짜 자유주의를 기초적으로라도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였다면 지금과 같은 파시즘 시대는 결코 열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 시대의 과제에 무한한 책임이 있고, 다수의 시민들은 그 책임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들은 쇠퇴하였고 현재진행형으로 몰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도금이 벗겨진 그들에게 남은 지지세는 소속감이 남아있는 자들이 보내는 것뿐입니다. 그들은 명분도 정통성도 설득력도 잃어버렸고, 어느 때보다도 잘 해야 함에도 그들이 보이는 모습은 여전히 한심하고 많이 모자랍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 중 바른정당에 기대를 가졌던 분들이 많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나 역시 그들이 가능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랐지만, 진심으로 기대를 건 적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유승민이 말하는 그 어떤 말에도 마음이 움직인 적이 없고, 그의 주장에 동의한 적 또한 없습니다. 또한 바른정당 구성원 중엔 함량미달이 많았습니다. 결국 극단적인 보수개신교도 이혜훈이 대표가 되었지요. 제대로 된 정치철학을 가지고, 자유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혜훈처럼 어이없는 주장을 펼치지 않습니다. 이혜훈이 뭘 어쨌는지 궁금하신 분은 다음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iraorCoL3to

https://www.youtube.com/watch?v=egocIVbJdYw

 

 한편 이름값을 전혀 못하는 자유한국당은 홍준표가 대표가 되었습니다. 홍준표가 흠집투성이 정치인이란 건 굳이 더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싶고, 무엇보다도 그는 2개월 전 대선에서 패배한 정치인입니다. 그런데 2개월 만에 당대표가 되었지요.

 

 아무리 그래도 자유한국당은 107석을 가진 거대야당입니다. 그 의석만큼 역할을 해 줘야 하는 정당이고요. 그런데 그런 정당에서 불과 2개월 전에 패한 대선후보가 대표가 되는 건 정말 실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현재 그만큼 상황이 좋지 못하며, 거의 몰락단계에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만일 자유한국당이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이고, 고인 물이 아니라면 이런 사태는 없을 겁니다. 군소정당도 이런 추태를 보이진 않습니다.

 

 물론 이 보수 소리 듣는 정당들만 상태가 나쁜 건 아닙니다. 국민의당도 정의당도 끔찍한 상황에 있지요. 이 쪽들도 언젠가 이야기할 일이 있겠습니다만, 본문에서는 두 보수정당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보수정당이 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유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기본적인 철학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입니다. 이들은 명분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철학적 담화를 하지 못하며, 국가를 꾸려나갈 청사진에 있어 민주당보다 더 왼쪽인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 주장합니다. 또한 이들은 권위주의적이고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심하게 부족하며, 유기체적 국가관을 최소한의 문제의식조차 없이 내세우고, 자유주의-공동체주의 논쟁 같은 건 별나라 일인데다 자유시장경제는 말로만 옹호하지 제대로 지켜본 적이 없는 대상이며, 더 나아가 아예 헌법의 정신과 너무 동떨어진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구성원 중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 이들이 잘 되는 건 요원한 일이며 지금까지 운이 좋아서, 3당 합당 덕에, 상대가 약해서 잘 풀렸던 겁니다.

 

 실제로는 보수주의와도 자유주의와도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던 한국의 보수세력 이념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들은 유기체적 국가론자이자 권위주의자이자 근대화, 산업화를 앞세우는 개혁주의자였습니다. 자유와 보수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함부로 가져다 썼고, 심지어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를 구분도 못 하면서 서구의 자유주의, 보수주의 개념을 완전 자기 멋대로 가져다가 마음에 드는 부분만 가져다 쓴 세월이 길어서, 흔한 표현으로 끔찍한 혼종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주제는 품위 있게 꼬아서 학술적으로도 제법 자주 다뤄집니다.

 

 내가 좀 신랄하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자한당쪽에서도 윗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긴 합니다. 자한당 지지자들이나 구성원들 중에 멍청이가 많긴 하지만, 절대 다 멍청이는 아니니까요. 기사 하나 보셔도 되는데.

 

http://www.mediapen.com/news/view/279941

 

 기대는 하지 마세요. 원래 새누리당엔 보기보단 나름 유능하고 똑똑한 사람이 있긴 있었습니다. 그래봐야 전혀 소용이 없었어요. 문빠들에게 당내에서 무슨 바른 말을 해도 소용이 없듯, 저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권을 포함하여 많은 걸 가졌음에도 무력하게 허물어진 집단입니다. 수십 년 간 이념도 지성도 없이 자유주의 말만 가져다 붙인 집단에 갑자기 뭐가 생기겠습니까. 폐광에 곡괭이질 해봐야 황금을 얻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 보수정당들은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있고, 시스템 상 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이들이 남은 의무라도 다하길 바랍니다. 그 이상의 기대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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