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경제 2016. 7. 6. 14:50 Posted by 해양장미

http://oceanrose.tistory.com/564

 

 링크 포스트의 추가 글입니다.

 

 앞으로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가 다수 필요한 업종을 창업하거나 그 쪽 사업으로 국내에 투자를 하는 바보는 드물 걸로 판단합니다.

 

 투자자들은 자동화 설비에 더 관심을 기울일 확률이 높고, 창업자들은 최소한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다수 고용하는 형태의 사업은 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의 주 소비자인 중장년 중산층들의 노후 불안은 증가할 것입니다. 보통 은퇴를 하면 자영업을 하는 게 현 시대의 일반적인 패턴인데, 지속적이고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은 자영업을 시작하는 데 마이너스 요소가 되기 때문에, 노동을 하는 기간에 더 저축을 해서 노후를 대비하고자 할 것입니다.

 

 실제로 근래의 저축률은 21세기 들어 최고이며,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더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좋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경기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지속적이고 가파른 인상일수록 더 그러합니다.

 

 한편으로 영세 사업자들은 좋은 노동자를 구하기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어차피 높기 때문에, 일 잘하는 노동자에게 집중적으로 임금을 올려주는 게 어려운 상황입니다. 능력 있고 성실한 노동자는 다른 노동자들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는 좋은 노동자의 이탈 및 좋지 못한 노동자가 남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런 상황은 사업자나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 모든 사회적 단점을 최저임금 노동자의 구매력 상승이 커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장기적으로 최저임금 노동자는 더 취업하기 어려워지고, 좋은 일자리를 가지기 어려워질 것이며 노후도 더 불투명해질 것입니다. 당장 시간당 몇 백원을 더 가지게 되는 대가는 그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은 당분간 가파르게 오를 확률이 높습니다. 바른 말을 하는 사람보다는 착한 척 하면서 대중의 인기를 끄는 사람이 인정받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경제가 어려워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러면 그럴수록 최저임금 인상 압력 또한 올라갈 것입니다. 그러다 언젠가는 특이점이 오겠지요. 도서정가제가 도서시장을 망친 것처럼,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광범위한 시장을 결국 망칠 겁니다.

 

 

 달팽이나 거북이는 느리지만 귀엽기라도 합니다. , 맛도 있고요. 그런데 한국은행은? 귀엽지도 않으면서 속도는 달팽이보다 더 느립니다.

 

 나는 금리인하 더 해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해 왔어요. 그런데 한국은행은 이제야 내렸어요. 지난 금리인하 후 일 년을 날려 먹은 겁니다. 물론 이건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긴 합니다만, 이제 와서 찔끔 해봐야 큰 효과 없습니다.

 

 하긴 안한 것보단 나아요. 그런데 금리 더 내려야 합니다. 정부가 멍청한 가계대출 조이기를 푸는 게 훨씬 중요하긴 합니다만, 아직 시장 현실에 비하면 금리가 높습니다.

 

 금리를 0.5%는 더 내려야 합니다. 고정금리 대출 늘리라고 예전부터 압력 넣은 정부가 스스로의 멍청함을 시인할 용기만 있다면 말이지요. 물론 고정금리 같은 걸 선택하는 건 각자의 몫이기도 합니다만, 지난 몇 년간 금리는 계속 내리는데 정부는 고정금리 대출상품 추천해왔지요. 물론 정부 입장에서야 그런 게 리스크 헤지일 수 있습니다만, 정부에 속아서 고정금리 상품 선택한 사람은 다신 정부를 못 믿을 겁니다.

 

 그래도 내릴 건 내려야지요. 1.25%? 아직 멀었습니다. 만약 지금 한은이 0.25%나 내리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고, 스스로 뿌듯해하고 있다면 앞으로도 당분간 이 나라 경제가 좋아질 일은 별로 없을 겁니다. 0.25% 내렸다고 경기가 좋아질 것 같습니까? 겨우 안 죽을 정도지.

 

 그리고 역시나 금리가 내려가니 소위 진보니 어쩌니 하는 사람들의 빈 캔 굴러가는 소리가 사방팔방에 울려 퍼집니다. 기초지식도 없으면서, 메이저에서 밀려나 진보 장사하는 사람들 말만 잔뜩 들어놨으니 현실 파악이 안 되는 겁니다.

 

 내 판단으로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가계대출 조이기를 풀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4개월 내에 추가 금리인하를 해야 합니다. 물론 나는 현 정부에 그런 결단력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우수하고 유능한 관료들이 있으면 뭐합니까. 지도자가 골골대고 교통정리 못 하는데요.

 

 

박근혜정부 3년차 평가

정치 2015. 12. 29. 20:30 Posted by 해양장미

 박근혜정부에게 올해는 도약할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임기의 딱 중간에 해당하는 년차면서 보궐을 제외한 선거가 없고, 마침 야당대표도 강성이었던 김한길에서 협상하기 편한 상대인 문재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정윤회 사건과 성완종 게이트 및 메르스에 대한 안일하고 허둥대는 대처로 인해 국정의 너무 많은 동력을 잃고 맙니다. 유승민에게는 보기 안좋을 만큼 강압적으로 행동했고, 부동산/대출 정책은 너무 심한 자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또한 정부는 국회 압박을 위해 비관적인 전망을 말하길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매우 잘못된 행동입니다. 설령 법안 통과가 중요할지언정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희망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정부는 국민을 협박하고 겁나게 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런 면들을 볼 때 이번 정부는 심하게 수준 이하입니다.

 

 사실 박근혜정부의 정책은 비교적 학술적으로 합당한 것이 많고, 실제 외교적이거나 수치적인 업적도 만들고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합리적인 각종 정책들 또한 국민들의 지지와 안도, 연대가 있어야 효과가 큰 법입니다.

 

 이는 의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의료인은 환자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그래야 실제 경과도 좋습니다. 같은 처방을 하더라도 환자가 의료인을 불신한다면, 그 치료 결과는 신뢰할 때보다 실제로 나쁩니다. 반대로 아무런 합리적인 의료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환자의 신뢰만 얻을 수 있으면 병을 치료할 수도 있습니다. 굿이나 주술, 민간요법, 각종 종교행위 등은 그 불합리성과는 무관하게 실제로 질환을 곧잘 개선시키곤 합니다.

 

 심리는 의료 이상으로 경제사회 문제에서 큰 영향을 발휘합니다. 정부의 정책은 실제 시장과 사회에 매우 제한적인 영향만을 행사합니다. 그렇기에 정부는 시민들의 마음을 얻으려 애써야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자신에 대한 지지층 외에 다른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생각이 과연 있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입니다. 물론 스스로의 지지기반마저 붕괴시켰던 노무현, 이명박에 비하면 박근혜가 낫다 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최소한 이명박은 나름대로 다른 시민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시도를 포기하지는 않았었습니다. 나는 이명박을 매우 싫어했었지만 그런 모습은 조금씩 좋게 받아들였고 결국 싫은 감정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었습니다. 그는 천박하고 후안무치했지만 인간미는 있었지요.

 

 박근혜정부가 과연 이런 단점들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통령 개인의 단점이 정부 운영상의 단점이 된 것이 아닐까 의심중입니다. 박근혜는 아무래도 친구가 없을 타입인 것 같거든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지요.

 

 한편으로 올해 박근혜 대통령은 건강이 좋지 않아 보일 때가 많았고, 실제 쓰러졌다는 소식도 한 번 전해져왔고 김영삼 장례 때도 비슷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건강이 나쁘다는 것은 좋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더구나 그는 영부군이 없는 만큼 각종 부담이 더 많은 상황입니다. 새해엔 대통령의 건강만큼은 충분히 회복되면 좋겠습니다.

 


LTV 완화 및 가계부채 논란에 대하여

경제 2014. 6. 29. 19:41 Posted by 해양장미

 근래 들어 LTV[각주:1] 완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 예전부터 LTV 완화에 강력하게 찬성하는 입장이었는데,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LTV 완화가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줄 거라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어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모든 것에 앞서 우선적으로 이야기할 게 있습니다. 모든 투자전망 및 규제정책에는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의 의견이 엇갈리기 마련입니다. 사람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각자가 보고 싶은 데로 상황을 보게 됩니다. 경제학자들은 보다 정확한 예측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만, 이러한 예측 모델들의 정확성은 일기 예보보다 떨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기상 현상에 비해 경제 현상은 더욱 변덕스럽고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경제 문제에 있어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은 내일 비가 오냐, 안 오냐같은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경제 정책을 결정한다는 건 내일 놀러가려고 하는데, 예상 강수확률이 60%라면 과연 그냥 놀러갈까, 아니면 취소해야 하는가?’ 같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치권의 언어는 이런 불확실성에 비해 너무나도 전투적입니다. 한국에서는 꽤나 단정적인 어투가 일상적이며, 예언가와 같은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특히 일종의 종말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대체로 사이비 종교 교주 혹은 신도와 같습니다. ‘곧 멸망이 다가오니, 우리는 검소함 같은 도덕적 미덕을 회복해야한다.’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세상이란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긴 합니다만, 혹세무민은 언제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마련입니다.

 

 그럼 본론인 가계부채 문제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LTV 논란의 핵심은 LTV 그 자체가 아닌 가계부채입니다. KDI[각주:2]나 피치[각주:3]LTV를 늘리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경고를 하고 있는데, 사실 이건 당연한 일입니다. LTV를 늘리면 당장은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불경기에서 레버리지 규제를 해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가 살펴봐야 할 건 현재의 높은 가계부채 자체입니다. 왜 이리 가계부채가 많은지, 가계부채의 질(퀄리티)과 건전성은 어떠한지를 봐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고, LTV가 그것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거시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심리와 전망에 있습니다. 쉽게 기본적인 설명을 하자면 사람들은 앞으로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돈을 더 쓴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지금 자금이 충분하더라도 앞으로 쪼들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돈을 덜 씁니다. 유난히 헤픈 사람도 있고 구두쇠도 있지만 대체로는 이렇습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돈을 많이 쓰면 쓸수록 더 호황이 오고, 안 쓰면 안 쓸수록 불황이 오게 되어있습니다. 누군가가 돈을 쓴다는 건 누군가가 돈을 번다는 거고, 돈의 흐름이 빨라질수록 해당 사회는 부유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가계부채는 그 액수보다도 사람들이 가계부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봐야합니다. 부채가 그 이상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하게 되면, 그 부채는 거시적으로는 별 문제가 아닙니다. 쉬운 말로 5%이율로 돈 빌려서 10% 수익을 얻게 되면, 아무리 많은 돈을 빌려도 빌린 만큼 이익이 되는 것이지요.

 

 한국의 가계부채가 늘어나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만, 가장 큰 비중은 역시나 2008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에 있습니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매우 잘 이겨낸 국가지만, 같은 해부터 발생한 부동산 경기 침체는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의 피해가 큽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 부동산 상승기 때 수많은 사람들이 담보대출을 포함한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그 덕에 대다수는 재산을 불렸습니다만, 망설이다 나중에 움직인 사람들 중 일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망설이던 사람들은 그다지 투기적인 성향을 가졌다 보긴 어려운데[각주:4], 이 사람들 중 일정 비율이 주로 하우스푸어가 된 것입니다.

 

 한편 이 사회엔 하우스푸어보다도 가계부채문제의 주된 요인이 되는 계층이 있습니다. 자영업자[각주:5]와 실질적으로 자영업이나 다름없는 소규모 법인[각주:6]의 문제입니다. 한국은 신용대출이 발달하지 못했기에, 가능한 한 저리로 대출을 받으려면 담보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한국에서 가장 일반적이고도 저금리인 담보대출은 주택담보대출입니다.

 

 IMF이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되면서 은퇴자금을 활용해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례가 증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질이 좋지 못한 가계부채가 늘었습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 이어지는 불경기, 신용카드 사용 비율의 증가, 계속되는 은퇴자들의 창업, 대기업 계열의 골목상권 진출 등으로 인해 자영업 및 소규모 법인의 생태계는 무너졌고[각주:7] 그것은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가 커지게 된 건 부동산 경기침체 이후 부동산에 묶인 자산이 충분히 유동화되기 어려웠다는 점에 있습니다. 부동산은 거래에 시일이 오래 걸릴 수 있는 자산이고, 급매물이 축적될 경우 순식간에 가격이 폭락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공동주택이 주된 거주형태이기에 주택가격이 규격화되어있고, 폭락은 순식간에 번질 수 있습니다. 물론 폭락을 방지하려는 힘이 충분하기에 실제 폭락이 발생한 지역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만, 대신 유동성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표준가격에 거래가 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줄어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거래보다는 대출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침체 당시 정권을 쥐고 있었던 이명박 정부는 정책과 행정에 있어 애매한 모습을 적잖게 보였습니다. 부동산 문제에 있어 최악의 대응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태도 역시 부족하였다고 봅니다. 쉬운 말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결정하고 추진하기보다는 우유부단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는 나쁜 결정을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낫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문제 해결에 대한 더욱 본격적인 논의는 현 정부인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에야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각주:8]

 

 LTV 관련 논의에 있어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율입니다. LTV는 부채의 액수에 대한 제한이지만, 이 법적 한도는 제1금융권[각주:9]의 담보대출에만 적용됩니다. LTV 제한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제한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LTV를 넘어서는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LTV 한도 때문에 더 많은 이율을 부담하게 됩니다.[각주:10] 실제로 보면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가계부채 평균 이율이 노동자가 부담하는 이율보다 유의미하게 높습니다.

 

 즉 위에 이야기한 것을 요약하자면 가계부채의 주된 문제는 소규모 사업자들에 있고, 이 소규모 사업자들은 LTV한도로 인해 실제 가진 자산의 규모에 비해 비교적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에서 저는 LTV한도가 소규모 사업의 실패 확률을 높이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여깁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실패한 사업자는 그 순간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피부양인구가 됩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 및 복지 문제, 청년층의 노인 부양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LTV 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명분은 충분합니다. 또한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되어왔는데 LTV를 낮게 유지할 명분이 없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자영업자, 소규모 법인 문제를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기침체를 속히 끝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계부채의 위험성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가계대출 금액이 너무 크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엔 많은 이들이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과대평가하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비관적 시각에는 전문적인 언어가 정치적 언어로 옮겨질 때 확대 재해석되는 문제가 그 뒤에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의 가계대출 규모는 외부 조건이 불변일 때는 감내할 만한 수준입니다. 한국의 가계대출은 많은 부분이 부동산 담보대출이고, 부동산이 폭락하지 않는 한 총자산에 비해 안정적인 규모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금융자산에 비해서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부채가 유난히 큰데, 이는 한국인들이 재산을 금융자산으로 보유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입니다.[각주:11] 물론 이런 점을 정치적이고도 공격적인 언어로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국은 (가계)금융자산에 비해 가계부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 같은 식으로요.

 

 중요한 것은 가계부채의 규모를 줄이려면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나쁠 때 부채가 줄어들 리 없고, 채무가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다 유동성이 줄어드는 경우 심히 나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경영이 힘든 기업에 회생자금이 필요하듯, 경기가 나쁜 사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이 시민들의 가장 큰 재산인 나라에서 부동산 거래가 오래 침체되어 있는 건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편으로 저는 충분한 근거 없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종말론을 설파하는 부동산 폭락론자들을 경계합니다. 대부분은 부동산이나 금융에 대해 기초지식조차 없어서 하는 말입니다만, 그 뒤에는 누가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세상에는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LTV는 완화해야 합니다. 설령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더라도, 현행 LTV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각주:12] 다만 정부는 향후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하여 고정금리대출을 늘리려는 시도를 지난 몇 년간 반복하고 있는데, 고정금리를 선택했던 사람들이 금리인하로 손해를 본 경험들이 있기에 이 시도는 실패할 것입니다. 한국은 변동금리제를 실시해왔던 나라인 만큼, 앞으로도 경기회복 때까지는 어떻게든 저금리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옳다고 봅니다.

 

 더 나아가 저는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잘 팔리지 않는 주택을 매입하고 임대를 놓는 등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북유럽 등의 복지국가 시스템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진보주의자들이 이런 식의 주장을 강력하게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주거복지와 경기부양 모두에 도움이 되는데다, 북유럽에서 실제로 사용중인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자칭 타칭 진보들을 보면 한숨이 나올 뿐입니다. 그들은 대체로 나쁜 상황을 이용해 불안과 공포를 자극함으로서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고 얻으려 들 뿐, 진짜 문제를 해결할 만한 어떠한 현실적 방안도 생각하거나 제시하지 않습니다.

 

 당장 이 사회의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을 해소시키고, 안정된 정서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공포감을 자아내는 말들이 공포를 확대시키고, 공포스러운 미래를 불러옵니다. 사람들은 예견한 대로 행동함으로 인해 예견을 실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 위험에서 눈을 돌리는 것은 더 위험한 행위입니다만, 약간의 위험을 확대시켜 겁을 주는 것은 더욱 위험합니다. 역사는 겁쟁이가 아닌 용기 있는 자들의 편이었습니다.

 


  1.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의미합니다. LTV가 60%으로 책정된 지역에서는, 주택가치가 1억일 때 제1금융권에서의 주택담보대출한도가 6천만원이 됩니다. [본문으로]
  2. 한국개발연구원. 국무조정실 산하의 재단법인 경제ㆍ사회 연구기관입니다. [본문으로]
  3.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입니다. [본문으로]
  4. 수완 좋고 재기 넘치는 사람들은 대체로 분위기를 빠르게 읽고 투자에 일찍 뛰어들기 마련입니다. [본문으로]
  5. 연구에 의하면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전체 가계부채의 43.6%를 차지하며, 가구당 부채액수는 임금노동자의 2배에 육박합니다. [본문으로]
  6. 실제 소규모 법인회사들을 보면 적잖은 경우 자영업과 동일한 방식으로 경영되고 있고, 자영업과 같은 양상의 큰 문제를 가진 경우가 적지 않지만 통계적으로는 결코 자영업으로 잡히지 않습니다. 무늬만 법인이지만 무늬 때문에 식별은 거의 불가능한 것입니다. [본문으로]
  7. 통계적으로 현재 자영업자의 1/3 정도는 생활비도 못 벌고 있습니다. 자영업자 평균 연수입도 노동자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습니다. [본문으로]
  8. 잘 하다가 전월세에 세금 걷는다는 희대의 바보짓을 하긴 했습니다만. [본문으로]
  9. 새마을금고, 지방농협 같은 건 제1금융권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본문으로]
  10. 물론 현실적으로는 DTI같은 문제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11. 한국 사람들은 총자산이 많은 사람이 부채도 많습니다. 그런데 비금융자산인 부동산을 빼고 금융자산만을 놓고 보면, 금융자산과 부채 사이엔 역의 관계가 성립합니다. 금융자산이 없을수록 부채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서구 선진국과는 정반대의 성향입니다. 즉 한국 가계부채는 외국의 사례와 양상이 달라 특수성이 있다는 겁니다.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12. 다만 외부리스크를 헤지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LTV를 지키자는 주장도 타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국이 그런 위험 회피적인 경향이 중장기적으로 더 큰 위험을 만들어내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느낍니다. [본문으로]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경제 2014. 2. 25. 11:27 Posted by 해양장미

 한국은 분배에 있어 문제가 심각화되는 경향을 가진 나라다.


 사실 한국의 지니계수라거나 빈부격차를 보면, 한국은 큰 문제가 있는 나라에 속하지는 않는다. 물론 한국보다 좋은 나라도 있지만, 한국보다 못한 나라가 정말 많다.


 그런데 한국이 좀 독특한 문제를 가진 점을 요약하자면,


1) 좀 중간이 없다. 잘살거나 아니면 못 산다. 쉽게 말해 양극화.

2) 못 사는 사람들 중 정말 못 사는 사람들은 너무 심각하게 못 산다. 이 사람들은 사회에 거의 아무 목소리도 못 내고, 그나마 살만한 사람들에게 치인다.

3) 전반적으로 너무 고학력에 너무 노동시간도 길고 타인 의식을 많이 하는 사회라 평균만큼 하기도 너무 힘들다.

4) 서민들도 부자를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생활구역이 뚜렷하게 분리되어있지 않다. 더구나 문화적으로 사람 간의 비교를 심하게 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진보좌파들은 실질적인 분배문제에 있어 현실성 있는 대안을 내놓거나 통찰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그렇기에 정치적인 문제 해결이 너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번 글에서는 이에 대해 좀 이야기해볼까 한다.


 그리고 어린 깨시민들의 안타까운 피해의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일단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은 흔히 대다수가 겪게 되는 저임금노동에 관한 것이다. 성인이 되고 저임금노동을 처음 해 보면, 그 반응은 각자 다르지만 대체로는 그것이 힘든 데 비해 정말 돈은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나마 요즘은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서 꽤 나아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1.5배쯤 심각했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고학력에 어린 시절 인생의 목표도 (실제 이루기 힘들 정도로) 높은 편이라서 이런 경험이 좀 충격적이기 쉽다. 대체로 이런 경험들에서 진보적인 의식이 싹트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이후 습득하게 되는 소위 ‘진보세력’이 주장하는 말들을 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쉽다는 데 있다. 그나마 진보세력이 하는 말들이 좀 말이 되는 소리들이면 그래도 괜찮은데, 알고 보면 대체로 뻘소리 그 자체라서 이게 사회문제로까지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일례를 들기 위해 모 커뮤니티의 덧글 하나를 임의로 인용해 보겠다.[각주:1] 우연히 발견한 이 글을 인용한 이유는, 이것이 매우 흔한 진보좌파 식 담론 중 하나의 스탠다드가 될 수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 덧글은 해당 커뮤니티의 추천/반대 시스템에서 인용 시점 현재 추천 60개에 반대 0개를 받고 있기에, 소위 진보적인 사람들의 인지와 정서를 파악하는 데도 일정 이상 도움이 된다고 본다.


‘ 쌍팔년도식 경제관념을 교육받은 사람들이 자꾸 분배를 성장과 반대되는 개념쯤으로 착각을 하는게 문제인데, 분배는 성장에 반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분배는 더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에요. 소를 키워 파는 사람도 더 질 좋은 사료, 예방접종 등 기본적인 의료 지원을 해야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도 양질의 품종을 구하고 더 좋은 비료를 써야 더 높은 수익을 내는 법이구요.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도 더 좋은 기술 개발에 투자를 하고 더 좋은 설비에 투자를 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죠. 성장과 분배의 개념도 마찬가지에요. 노동자 개개인의 삶의 질이 올라가야 노동력도 더 향상되고 더 뛰어난 품질의 노동력 제공이 가능해 집니다. 분배는 성장의 결과라거나, 성장 이후에 '다 이루었다'하고서는 나눠먹는 개념이 아닙니다. 더 성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투자죠.


 성장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둥 뻘소리 하는 인간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 이거나, 혹은 다 알면서 자기 배만 채우기 위해 거짓말하는 악당일 뿐입니다.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를 인간의 본능적인 '욕심'을 무시해서 그랬다고 쉽게들 이야기 합니다. 자본주의가 망한 이유도 똑같습니다. 인간의 본능적인 '욕심'이 저절로 컨트롤 될거라 믿는 착각과 무지 때문에 망한거에요. 지금의 자본주의는 초창기 개막장 천민자본주의랑은 엄청나게 다릅니다. 이름에 자본주의 들어가 있다고 해서 저 옛날 산업혁명 시절 영국에서 10대 미만 어린애들을 공장 기계 틈 기름웅덩이 속으로 밀어넣던 그 시절 막장 자본주의랑 같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시장논리에 모든걸 맡기면 다 알아서 될거다'라는 둥, '낙수효과'라는 희대의 뻘소리를 지껄이는 둥, 인간의 욕심과 시장논리에 그냥 모든걸 맡겨두면 다 알아서 될거라는 그런 착각은 곤란합니다.


 나라에서 나서서 적극 개입하며 분배에 힘써주지 않으면 더이상의 성장도 없습니다. 분배가 없으면, 분배를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없으면, 결국에는 시장도 붕괴되고 말겁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요? 최저임금 확 높이고, 나태하고 태만한 대기업들 정신차리게 확 조져줘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을 위협할 수 있게 보호해줘야 합니다. 어느 중소기업이건 좋은 아이템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새로운 강자로 일어설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고, 대기업들도 정부 지원에 기대어 중소기업과 노동자들 피나 빨어먹으며 썩어가는게 아니라 언제건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죽자살자 뛰게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높은 임금과 여가생활, 자기계발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을때 소비도 촉진되는 법이고, 더 질높은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며, 그로 인해 기업들의 경쟁력도 올라가는 겁니다.


 자유시장경쟁체제요? 분배가 없으면 제일 먼저 '경쟁'이 없어집니다. 그 다음은 '시장'이 붕괴되고 '자유'도 무너집니다. 분배는 성장 이후에나 하는 옵션, 선택 같은게 아니라 성장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기본 전제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글쓴이에게는 좀 가혹하고 유감스러운 평일지 모르겠지만) 위와 같은 이야기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싸한 말과,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섞여 있긴 하다. 저런 글을 보면 도대체 누가 저런 이상한 소리를 하게 만들었을까, 얼마나 사태가 악화되었으면 애들이 저런 글에 모두 동의만 하게 된 걸까 싶다.


 한국 대기업이 나태하고 태만하다는 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망상이다. 실제 수많은 한국 대기업들은 글로벌한 규모다 보니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 살벌하게 노출된 상태다. 그런 만큼 현실을 보면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보다 훨씬 더 혁신적인 경우가 정말 많다. 그들이 정부의 보호 아래서 착취나 하면서 나태하게 있다는 오판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 대기업들이 각종 문제가 없는 건 아니고, 하청기업 착취가 없는 것도 결코 아니지만 적어도 나태하지는 않다.


 또한 주식회사는 원론적으로 투자자(주주)의 것이고,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이 매 분기 늘어나고 줄어드는 데 촉각을 곤두세운다. 실적이 줄어드는 걸 반기는 투자자는 없고, 기업은 투자자를 위해서라도 점점 더 많은 이윤을 남겨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 사실 총수가 주주 엿 먹이는 게 유일한 방법인데, 진보좌파들은 총수는 싫어하고 주주 대우는 언제나 극진하니 될 리가 없다.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 좌파 지식인이라는 작자들이 금융에 대한 개념이 제로니 뭐가 되겠는가.


 실제 무식한 좌파들이 대기업에 괜한 압력 넣으면 그 피해는 엉뚱한 데로 튄다. 1차 하청업체에 튄 불꽃은 2차 하청업체로, 2차는 또 3차에게... 이런 식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위기를 느낀 대기업은 도전적인 신규투자를 꺼리게 될 수 있고, 유보금을 축적하는 경향도 생긴다. 정부는 힘은 세지만 전지전능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대기업을 제지하려는 수단들은 거의 다 헛발질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 헛발질에 맞아서 실려 나가는 애먼 피해자들이 한둘이 아니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이미 제법 하고 있다. 실제로 창업하려고 하는 청년들은 대체로 정부의 각종 지원 프로그램과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 중소기업이 크기 힘든 건 정부의 지원이 없어서가 아니다. 하청업체 문제? 현실적으로 중소기업 차리는 사람한테 대기업 1차 하청은 나름대로의 꿈인 경우가 많다. 1차 들어가면 사실 회사 망할 걱정은 많이 없어진다. 중소기업의 대기업 위협? 사실 거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제조업 기준에서 중소기업은 대체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다. 규모 상 완제품의 Part를 생산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 업체에 생산품을 납품하는 입장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무슨 중소기업 지하실에 외계인이라도 있어서 우주수준의 기술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과 경쟁할 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중소기업? 체급이 애초에 너무 다르다. 초일류 엔지니어들이 뭐가 아쉬워서 중소기업에서 일할까.


 그럼 위의 말마따나 중소기업이 새로운 강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본 블로그에서 항상 하는 말이지만 중소기업은 크다 보면 중견기업이 되고, 더 크면 대기업이 된다. 그런데 중소기업만 지원하고 중견기업부터는 견제하고 나 몰라라 하면? 중소기업은 영원히 중소기업으로 남기 쉽게 된다. 아니면 기업을 팔아 버리거나.


 이미 한국은 중소기업 지원은 나름 빵빵한데 중견기업부터는 대접이 엉망이라, 중소기업의 피터팬 컴플렉스가 꽤 심한 상황에 있다. 심지어 잘 나가는 중소기업들 중에는 해외지사 세우면서 한국에선 계속 중소기업으로 남아있거나, 한국 마음에 안 든다고 외국으로 날라버리는 회사도 있다. 이건 워낙 여러 번 해온 말이라 같은 말 자꾸 하려니 피곤한데, 사태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건 신자유주의자와 멍청한 사회주의자들의 쎄쎄쎄 짝짝꿍 놀이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정의감에 불타는 멍청이들이 모든 걸 망쳐 놨다. 그들의 눈에는 슈퍼 갑의 위치에 있는 몇몇 대기업 말고는 보이는 게 없는 것 같다.


 어설프게 국내 대기업 조여 봐야 국민들이 얻을 건 거의 없다. 그 대기업들에 국민연금 돈 잔뜩 들어가 있고,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고 엄청난 수의 하청업체들이 연결되어있다. 또 한국 대기업들의 국제적인 라이벌 기업들은 각 해당 나라들 지원 받으면서 뛴다. 괜히 대기업 규제 들어갔다가 외국계 대기업만 신나라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또 대기업에 압박을 가하자는 말은, 대기업이 되려는 중견기업이나 미래가 유망한 중소기업에도 압박이다. 중소기업 많아봐야 일자리 안 나온다. 또한 대기업의 수가 적다는 건 그들이 그만큼 내수시장 및 갑을관계에서 유리한 입지에 있다는 뜻도 된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납품할 기업을 충분히 고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좌파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분배에 대해 기본개념을 못 잡는다는 데 있다. 경제학적으로 시장실패 = 불황 = 디플레이션 or 저성장 = 분배 안 됨 이다. 복지 시스템? 그런 건 부수적인 것이다. 시장이 아닌 정부가 분배를 주도해야한다는 관점은 공산주의인데, 사실 현실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없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소득재분배는 본질적으로 시장이 하는 것이다. 시장이 성공적으로 잘 돌아갈수록 분배가 잘 된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진보좌파들은 노동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적은 시간을 일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청년들의 살벌한 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없기에 사회를 개선하지 못하고, 오히려 어리석게도 신자유주의와 때때로 결탁하면서 사태를 크게 악화시켰다. 경제 현실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좌파들이 퍼뜨리는 사회주의적 관념을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면서 비롯된 일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이 정말 좋지 못한 상황으로 몰리게 된 건 일차적으로는 IMF 이후이다. 그 이전까지는 경제가 잘 성장하면서 분배 또한 점점 잘 되고 있었다. 성장과 분배는 별개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IMF 이후 상황이 크게 변해버렸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졌고, 금융에 대한 주권을 잃어버리면서 한국 기업들의 지분 중 많은 부분을 외국인들이 차지했다. 금융개방이 강행되었고, 주주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광풍처럼 몰아치게 되었다.


 주주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가 곤혹스러운 건, 위에도 말했지만 투자자들이 근시안적이 되기 쉽다는 데 있다. 그렇지만 기업을 올바르게 경영하다보면 사실 어려울 때도 있고, 위기를 극복하고 큰 투자를 하면서 점점 더 나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주주들은 그런 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실적과 당장의 주가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주주의 힘이 강해질수록 기업의 간부들도 주주를 무시할 수 없게 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동자까지 챙기기는 힘들게 된다. 지난 대선 때 시끄러웠던 경제민주화 이야기도 신자유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건 지난 포스트들에서 몇 번 다뤘었다.


 계속 새로운 대기업이 생겨나서 인력을 수용해야만 노동자가 부족해져서 임금도 올라가고 대우도 좋아지는데, 한국은 IMF 이후 있던 대기업도 도산하고, 새로 생겨나는 큰 기업은 거의 없다 보니 노동자 대우가 좋아지기가 힘든 상황이 되었다. 더구나 일부 귀족노조가 온갖 땡깡을 부리다보니 상황은 더더욱 심각하게 꼬였다. 부르주아-프롤레탈리아로 세상을 이분화시켜 재단하는 멍청한 사회주의자들이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꼬아놓은 것은 물론이다.


 문화적 결함으로 인해 일부의 직종에 노동자가 계속 몰리게 된 것 또한 큰 문제다. 더 이상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한다는 지적에 대해 발끈하는 청년들이 많지만, 막상 현장에 가 보면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할 때가 많다. 한국인 남성 청년을 환영하는 일자리는 찾아보면 꽤 있다. 돈 더 주고 한국인을 쓰려고 해도 사람을 못 구하는 곳이 의외로 정말 많다. 외국인 노동자 일 시켜보니까 일을 잘 못 하다 보니 나온 현상이기는 하다. 찾으면 돈을 꽤 주는 곳도 찾을 수 있을 거다. 물론 학습된 무기력에 시달리는 수많은 청년들은 이런 일자리를 찾아다닐 정신적 여유가 모자란 것도 현실이고, 문화적인 각종 차별의식도 문제가 되곤 한다. 이런 건 단순히 각자의 몫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소위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맞고, 여자가 할 만한 일은 더더욱 부족하기도 하다. 그 주된 이유는 한국에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업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이런 상황에선 기업이 노동자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게 된다. 좋은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좋은 기업이 뽑는 사람은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의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심해진 시점은 노무현 정부 때이다.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드라이브 및 부동산 폭등이 이 사회에 정말 큰 상처를 남겼다. 위에 이야기했듯 IMF 이전만 해도 한국의 성장과 분배는 어느 정도 같이 일어났지만, 노무현 때부터는 성장은 되는데 분배는 오히려 기존만 못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IMF가 일차적인 문제였지만, 일단 고비를 넘긴 후에 집권한 노무현은 IMF가 벌여놓은 참상을 오히려 더 키웠다. 그의 적극적인 금융개방정책으로 인해 산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금융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아졌고, 부동산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다른 곳에 투자되었어야 할 돈이 모두 부동산으로 향했다. 이때의 폭등이 심했던 만큼  이명박 집권기의 부동산 침체는 심각했고, 부동산에 흘러들어간 돈은 고인 물처럼 밖으로 나가기 어렵게 되었다. 더구나 이 시기엔 부동산 폭락을 외치는 얼간이들이 더 극심한 거래절벽을 유도하면서 사회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사실 얼간이라거나 멍청이라거나, 이런 건 정말 순화된 표현이다. 그들이 이 사회에 끼친 해악과 그 참상을 생각하면 더 심한 말을 들어도 싸다.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에서 일하던 어떤 사람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열린우리당의 분위기는 ‘양극화’는 입에도 담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런 데는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소위 민생은 뒷전이었다는 이야기다. 그 때 열린우리당에서 양극화 문제 해결해야 한다고 그러면 ‘민주노동당으로 가라’ 같은 비아냥까지 들었다고 하는데, 그들의 비아냥과 뺄샘정치와 철면피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가 보다. 그랬던 사람들이 지금은 무슨 서민의 편인 양, 노무현 때가 그래도 사람 살만한 세상이었던 양 구는 걸 보면 종종 어이가 없다. 뻔뻔한 거짓말을 앞세워 커뮤니티들을 장악하고 있는 황위병들의 파시즘과 무지가 세상에 끼친 해악이 너무 크다. 대학 등록금 폭등, 출산률의 지속적인 저하, 자살률의 증가, 장기적인 경기침체 등은 모두 노무현 정권에서 일어났다. 노빠 깨시민 파시스트들에게 속고 사는 사람들은 얼른 진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특히 노무현 때 너무 어려서 아무 것도 모르던 애들 작정하고 속이는 사람들이 진짜 악질이다.


 만일 노무현 정권이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제 때 금리를 조절하고 LTV규제 등을 조속히 도입하여 부동산 폭등을 견제하고, 무분별한 금융 개방을 잘 규제했다면 모든 것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노무현은 서민을 위하지 않았고, 충분한 통치철학도 없었다. 당시 한국이 벌어들인 돈을 국제 금융으로 잃지 않고, 그게 부동산이 아닌 새로운 산업에 투자되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부동산 폭등이 어느 정도 제어되었다면 계속 완만하게 가격이 상승하였으리라 본다. 그랬다면 근래의 극단적인 침체기도 겪지 않았을 것이고 전세 문제도 지금 같지는 않았을 거라 추측한다.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도 노무현 정부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깨시민들이 말도 안 되는 혹세무민으로 노무현 정부를 변호하면서 잘못된 인식을 퍼뜨리니 문제를 해결하기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당시의 부동산 급등은 결국 정부의 온갖 헛발질 끝에 (종부세같은) 시장 및 과세 정의에 어긋나는 극단적 조처로 마무리되었는데, 강력한 규제와 맞물려 이제 너무 올랐다는 심리가 더해지면서 금융의 패턴 중 하나인 ‘Bust’ (소위 버블붕괴)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성인 전세제도 및 변동금리제도와 맞물려 거래절벽+전세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혹세무민을 일삼는 부동산 종말론자들은 한국 부동산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극히 일부 국가의 예만 의도적으로 들면서 한국 부동산은 폭락할 것이라고 오랜 시간 종말론을 퍼뜨려왔으나 그것은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았고, 문제를 계속 키우는 결과만을 낳았다.


 그나마 근래엔 반등의 여지가 있다. 불만투성이에 비관론에 빠진 깨시민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현 정부는 시장에 대해 약간의 신뢰는 회복하였다. 부동산 규제는 완화되었고, 거래절벽은 해결 조짐이 있다. 이는 역시나 금융의 일반적인 패턴과도 일치한다. 부동산 종말론자들의 말은 겨울이 올 때마다 봄은 다시는 오지 않고, 이대로 빙하기가 올 거라고 소리치는 것과 흡사하다.


 박근혜정부는 근래 창업을 더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고, 법인을 세우기 쉽도록 제도를 고쳤다. 또한 코스닥보다 작은 규모인 코넥스 증권시장을 도입해서 상장을 보다 쉽게 만들었다. 코넥스 시장은 아직까지는 대중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성장하고 있지도 않지만 제도상으로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 상장이 쉽다는 것은 초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기업을 세울 때는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투자자들은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수익을 실현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상장이 어렵다면 그만큼 투자를 받기도 어렵고, 투자가 없으면 기업을 만들기 어렵다. 한국은 세계 제 1의 파생금융시장이지만, 투기적 금융이 심하게 발달한 반면 창업과 신산업을 위한 ‘착한’금융은 거의 발달하지 못한 국가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이 포지션에 서야 할 사람들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근래엔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 논의도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법인세 차등 구간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이런 중요한 이야기들은 무능력하고 어리석고 폭력적인 정치권과 어리석은 자칭 진보좌파 지지자들의 무관심 속에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많아져야 노동자들이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부가가치가 높아야만 임금도 많이 줄 수 있고, 좋은 기업이 많아져야 노동자들이 기업을 좀 더 고르고 쉽게 취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위한 정책적 지원은 지극히 부족하고, 특히 어리석은 진보세력들이 현실을 모르고 외면하면서 사태를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


 일례로 GM대우나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왜 재기가 아닌 투쟁에 매달린 것일까? 그들의 입장에선 대기업 정규직을 벗어나면 다시는 그런 수준의 생활을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수많은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들은 정리해고 당해도 그렇게 싸우지 않는다. 언론의 관심도 정규직 출신 투쟁자에게 집중된다. 물론 하청업체나 비정규직 출신 입장에서는 투쟁하는 것보단 재취업이 훨씬 현실적이기도 하다. 일은 비슷하게 하는데,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이 훨씬 많이 받는 게 항상 지적되는 한국의 현실이다. 특정 대기업 강성노조는 끊임없이 싸우면서 엄청난 임금을 받고 있고, 그에 한국 기업들은 성공적인 기업일수록 점점 더 정규직 뽑기를 주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성공적이고 젊은 창업인이 심히 부족한 사회가 되었고, 청년들의 시장과 노동, 금융, 부동산 등에 대한 인식도 충분히 현실적으로 합당한 수위에 올라있지 못하다. 특유의 집단주의나 이너서클 문제, 도전 없이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 등도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남들이 비교적 안전주의적인 길을 걸을 때 누군가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기업을 세운다. 용기를 가진 도전자가 없다면 자본주의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지만, 많은 창업자들은 한 번 이상 넘어지고 힘들어서 도와 달라 그런다. 사업 성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도 ‘운’이다. 그런 그들이 다시 일어나서 성공하면 많은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고, 그런 성공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더욱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기에 노동자 대우도 좋아지게 된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역사 속에서 이런 진리를 깨닫고 창업자를 위한 안전 장치라 할 수 있는 주식회사 시스템과 파산 시스템을 발명하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칭 진보좌파들은 ‘이미 한국은 기업하기 너무 좋은 나라’라는 잘못된 망상을 가지고, 창업자들을 위한 금융 시스템 등에도 냉소를 보이며 누군가가 더 위로 올라서는 것을 가로 막는다. 조금만 돈을 벌어도 부르주아 취급을 하고, 운동권 방식으로 진실을 외면해 버린다. 금융계의 큰 손은 그런 그들의 어리석음과 질투심을 곧잘 이용하고, 엄청난 부를 축적한다.


 만약 한국이 정말 기업하기 좋은 나라였다면 글로벌 대기업들이 한국에 수많은 지사를 세우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한국 출신 기업들까지 해외에 지사를 세우고, 더 나아가 아예 법인을 해외로 옮겨버리고 있다.


 애초에 사회주의자들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기업 활동 자체를 나쁘게 보기 때문에, 고용문제를 악화시키고 그로 인해 노동자의 처지를 더욱 최악으로 치닫게 한다. 물론 기업이 돈을 못 벌면 직원 - 엄밀하게 말해 대표이사도 기업 노동자이다. - 들도 돈을 못 벌고, 세금도 안 걷히니까 정부가 지출할 수 있는 재원도 모자라게 된다. 그리고 한 줌도 안 되는 이 사회의 사회주의자들은 무식하고 철학이 없는 수많은 자칭타칭 ‘깨시민’들의 사고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기도 하다.


 진짜 사회를 개선하고 싶은 사람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고, 어떻게 해결해야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이 정말 옳은지를 끊임없이 검증하고 더 나은 방식을 찾아야 한다. 소위 진보좌파들은 자신이 일단 쌓은 지식과 사고방식을 신념과 정의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고, 극단적인 확증편향을 보이기에 실제 사회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신념과 가치관으로 나쁜 결과를 만드는 것은 언제나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자칭 진보좌파들의 집단주의와 이너서클 성향은 젊은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세상은 무서운 곳.’, ‘안 되는 곳’ 같은 온갖 협박과 공포감 등이 이 사회를 도전과 혁신이 부족한 곳으로 바꾸어 버렸다. 한국의 진정한 불안요소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바로 봐야 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복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복지는 일종의 사회 안전망 또는 공공재의 개념으로, 어디까지나 경제구조에서 부수적인 것에 해당한다. 복지 재정은 공짜가 아니며, 국가의 복지는 국가가 경제적 성공을 거둘 때에야 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튼실한 복지 시스템은 사회를 보다 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보다 한국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각종 반기업적인 규제들과 정서, 그리고 문화적인 결함 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특히 자칭타칭 진보좌파들은 평소에는 복지국가를 만들자고 주장하지만, 막상 그들에게 약간의 손해라도 생길 수 있는 증세안이 나올 경우 후안무치할 정도로 거부감을 보이면서 ‘월급쟁이 유리지갑만 턴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작년에 민주당은 세무조사를 강화할 수 있는 법안에 대해 강경하게 반대하여 결국 통과되지 못하게 했다. 이러한 뻔뻔함과 도둑X심보로는 이 사회의 분배를 결코 개선할 수 없다.


 또한 현실적으로 한국의 재정 긴축 문제라거나 정부 부채 문제 등을 이야기하게 되면 이야기는 훨씬 복잡해진다. 한국의 수많은 정치사회적 담론들은 문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얽혀 있다. 이 나라에서는 자칭타칭 진보좌파들이 실제로는 더 수구/보수주의적 자세를 취하고 있기에 문제가 심각해지는 부분이 많다. 상황을 개선하고 싶은 사람은 먼저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의 자칭타칭 진보좌파들은 현실을 이해하는 데 있어 너무나 소양이 부족하다. 정말로 소통이 필요한 이들은 그들이다.



  1. 출처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149251&s_no=149251&page=1 [본문으로]

 개인적으로 진보좌파를 구분하는 기준은 지난 포스트, ‘한국형 6단계 이념 분류’ 에서 밝혔다. 본문에서는 저 포스트에서 (4), (5), (6)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통합하여 진보좌파라 이야기할 것이다. 그래프를 첨부한다.





 한국의 진보좌파가 사회에 끼치는 가장 큰 문제라면 사실 경제적인 면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다분히 교조적인 (5), (6)은 그렇다 치고 문화적으로 자유주의적인 (4)가 경제적으로 비현실적 선택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은 왜 그럴까? 본문에서는 이것에 대한 사견을 좀 이야기하려 한다.


 본래 한국에서 생겨나지 않은 말 중 본래의 어감과 꽤 다르게 번역된 말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대통령’인데, 이 어감은 ‘president’와 분명히 좀 다르다. 그런데 이건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의 영문은 ‘capitalism'이다. 한국에서 ’캐피탈‘이라는 말이 쓰이는 용례 덕도 있겠지만, 어감이 확 달라지지 않는가?


 진보좌파가 경제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관념적 윤리성이다. 많은 그들은 이 시장이 윤리적으로 잘못되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윤리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면에서 그들은 사회성을 앞세우려 들고, 복잡한 각종 금융 기술들을 사기적인 것이라 생각하여 ‘악’으로 규정한다. 물론 실제로 수많은 파생 금융 기술들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선악을 쉽게 나누고 구분하려는 건 진보좌파가 가장 빈번하게 가지곤 하는 미성숙한 모습 중 하나다.


 경제 분야에서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많은 진보좌파인들이 ‘돈’자체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못한다는 데 있다. 너무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돈을 실물이라 착각한다. 실물의 변형된 형태를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태도는 사실 자본주의에는 맞지 않는다. 1) 이자가 있고, 2) 발행기관이 있는 한 돈은 실물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들이 딱히 크게 어리석어서 이런 착각을 하는 건 아니다. 정말 오랜 세월동안 인류는 돈이 실물이라고 착각을 해 왔다. 돈이 실물이 아님을 깨달은 사람들이 먼저 부자가 되었고, 그런 사람들이 사는 국가가 제국이 되었다. 이것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해 보자.


 사람들은 오랜 시간동안 금화와 은화를 화폐로 썼다. 금과 은은 그 자체로 귀금속이기 때문에, 순도만 보장된다면 그 자체로 실물로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근대 이전 화폐 발행기관들은 충분한 신용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렇기에 화폐 자체의 가치를 실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가치가 있기 어려웠다. 사실 너무 많은 진보좌파의 인식은 안타깝게도 이 시대에 머물러 있다.


 대항해시대가 시작될 무렵, 에스파냐(스페인)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앞서갔다. 그들은 남아메리카의 은광에서 엄청난 은을 발견했는데, 당연하게도 그들은 부자가 되었다고 좋아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에스파냐는 얼마 안 되어 브리튼(영국)과 네덜란드에 밀리고 만다. 왜 그들의 막대한 부는 실효성이 없었던 걸까?


 MMORPG계열 게임을 해보신 분이라면 이 문제를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게임 속 화폐는 유저가 많아지면 금방 그 가치가 떨어진다. 많은 MMORPG게임에서는 따로 화폐발행기관이 없고, MOP을 잡으면 돈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MOP은 계속 무한히 리필되기 때문에 유저들은 약간의 노동으로 무한한 돈을 벌 수 있다. 이것은 엄청난 은광을 발견한 에스파냐와 거의 동일한 상태다. 너무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리면, 돈은 그 가치가 떨어진다. 시중에 돈이 2배가 되면 예전에는 은화 1개로도 살 수 있던 고깃덩어리를 은화 2개는 줘야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돈은 교환의 매개수단일 뿐 실물이 아니다. 관리되지 않는 돈은 풍년에 농산물 가격 폭락하듯 언제든 그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후에도 인류가 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부 천재들이 돈의 본질을 빨리 직감하고 막대한 돈을 벌긴 했지만, 그것은 소수에 국한된 경우였고 체계화되어 있지도 않았다. 인류가 돈을 바르게 이해하고 통제하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1971년, 서방 세계는 드디어 화폐를 실물과 완전히 분리시켰다. 그 이전에 달러는 금화의 변형된 형태였다. 35달러는 언제든 금 1온스로 바꿀 수 있었다. 이 제도를 금본위제라 한다. 그리고 금본위제 폐지 이후, 인류의 경제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었다.


 수많은 진보좌파들과 (한국에서는 아니지만) 보수주의자들은 금본위제의 폐지를 탐탁찮아한다. 그러나 금본위제는 본질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었다. 화폐에는 이자가 붙는데, 금은 저절로 증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자가 존재하는 한 금의 가치는 저절로 올라가게 된다. 장기적으로 이 모순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이자가 있는 자본주의에서는 금을 화폐로 쓸 수 없다. 자본주의가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이었다.


 한편으로 인류가 금을 돈으로 썼던 것은 발행기관의 신용문제 때문이었다. 금이 어떠한 발행처보다도 믿을 만했기 때문에 금을 돈으로 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금을 돈으로 쓸 수 없게 되었다. 돈은 본질적으로 신용이다. 이 크레딧을 보증하는 게 과거엔 금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금은 저절로 증식하지 않기 때문에, 이자가 존재하는 돈은 금이라는 기원을 벗어나 더 진보된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이 시기부터 돈이 사람보다 더 빠르게 진보했다. 자칭 진보주의자들에 비해 경제학과 금융의 진보가 훨씬 빨랐다는 뜻이다. 너무 많은 진보좌파가 본질적으로 현대의 돈이 크레딧이며,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속성이 있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한다. 때때로 일부 이해하더라도 이 상황은 윤리적인 문제가 있으며, 금본위제로 돌아가거나 획기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경우 일종의 음모론을 믿곤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금본위제 폐지 이후 공산주의에 대해 승리를 거뒀다. 또한 1971년 이후 지구는 상당히 부유해졌다. 그들은 금이 돈을 계속 보조할 수 없다는 것은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또 이해하지 못하는 것(어쩌면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시장의 분배기능이다.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에서 분배를 담당하는 것은 시장이다. 잘 돌아가는 시장은 은행의 예대차와 연계되어 엄청나게 자본을 증식시키고, 수요를 늘린다. 늘어나는 수요 전망은 경쟁적으로 공급을 늘리기 때문에 분배도 잘 일어난다. 그런데 너무 많은 진보좌파들은 시장 자체를 과소평가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실제 공산주의 국가를 제외하면 시장은 언제나 분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정부의 직접적인 분배는 훨씬 그 효율이 떨어지고 부작용도 큰 방식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해 진보좌파들이 경제면에서 하는 이야기 중 정말 많은 것들이 1800년대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다. 또한 그들은 너무 많은 경우 이성적인 이야기보다는 감정적인 증오를 퍼붓는다. 근래 그들이 취하는 태도 중 가장 나쁜 예를 들자면 부동산과 대기업에 대한 태도를 들 수 있다.


 민주당을 위시한 대다수 진보좌파들의 부동산에 대한 접근은 어리석은 광신 그 자체나 다름없다. 그들이 집값폭락을 외치는 근본적인 원인은 증오심과 질투, 그리고 그런 감정과 결합되어 ‘집값이 이렇게 높은 건 옳지 않다.’라는 판단에 있다. 그러나 집값은 시장에서 형성된 것이지, 어떤 특정인이 결정한 게 아니다. 또한 집값이 폭락할 경우 어떤 현상이 생길지, 부동산 거래가 잘 되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그들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거나 망상을 한다. 부동산 가격이 반토막 난다는 예언과 떨어져야 한다는 당위,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민주당의 행동들은 결국 전세대란을 불러왔다.


 대기업에 대한 태도 또한 그렇다. 그들은 대기업을 마치 재벌의 소유인 양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재벌에서 기업을 분리시키고, 좀 더 사회가 기업에서 많은 것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기업에 대해 워낙 잘 모르다보니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현금을 쌓아놓았다는 말에 진보좌파들은 분개하며, 그것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그 쌓아놓은 현금은 대체로 ‘유보금’이다. 이 유보금은 본질적으로 대기업 소유의 돈이 아니고, 대기업의 소유자인 주주의 돈이다. 그러니까 기업은 함부로 유보금을 건드릴 수 없다. 기업이 순이익을 현금배당하지 않고 이익금을 쌓아두면 그 유보금은 주가에 반영된다. 기업 총수라 할지라도 이 유보금을 함부로 건드리면 배임ㆍ횡령죄가 된다.


 다만 유보금이 그냥 기업에 쌓여있는 건 사회적으로 좋은 건 아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정부는 투자를 유도한다. 기업이 투자를 한다는 것은 대체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고, 시장에서 돈이 더 빠르게 돌아 호황이 오게 된다. 그러나 진보좌파들은 투자를 위해 정부가 기업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매우 아니꼬와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좌파 이념은 다 내던지고 ‘그냥 시장에 맡기라!’고 19세기 자유주의자들이나 할 법한 말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웃기는 광경을 너무 많이 봤다. 그런데 그러면서 또 법인세는 늘리라고 한다. 아무 것도 모르고 매사에 감정적이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런 판단들과 사회적 압력은 불황을 만들어낸다. 불황은 그 무엇보다 나쁘다. 특히 가진 게 없는 사람일수록 불황을 견디기 더 어렵다. 진짜 부자들은 오히려 불황을 반기기도 한다. 호황은 시민들을 더 평등하게 만들지만, 불황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한편으로 진보좌파들은 국가와 사회를 실제보다 인격체에 가까운 것으로, 또한 보다 전지전능한 것으로 여기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상을 반영하는 직관은 아니다. 정부는 아무리 잘 하려고 노력을 해도 허술한 면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시장은 쉽게 제어할만한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정부는 시장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오직 규제나 진흥을 시도할 수 있을 뿐이다.


 모든 국가가 시장이 발달하기 전에는 계획경제 정책들이 잘 통한다. 그러나 충분히 시장이 커진 이후엔 그렇지 않다. 계획경제를 추종한다는 면에서는 모든 집단주의자가 좌우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보수주의자들은 제 2의 박정희를 기대하고, 사회주의자들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혁명적 영웅을 꿈꾼다. 박정희교와 노무현교가 동시에 존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에서 한 정치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때때로 진보좌파들은 ‘진짜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라고 외친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경제를 모르듯, 민주주의도 모른다는 데 있다. 민주주의란 통치제도일 뿐이고 이 제도는 현실 속에서는 자유주의와 결합되어, 각각의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경쟁하고 화합하는 가운데 시장과 연계되어 돌아가는 사회 구조가 된다. 세금을 좀 더 걷던 덜 걷던, 세계의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근본적으로 이렇다. 시민들은 결코 경제적으로 실패한 정권이나 정당에 투표를 하지 않는다.


 깨시민들은 서민들이 왜 새누리당을 지지하느냐고 분개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현실적이고, 지난 세월을 되돌아봐도 뭐 하나라도 서민들에게 더 해줬다. 민주당은 서민들에게 잘 한 게 거의 없다. 있더라도 그것은 거의 다 김대중 정권이 한 것이지, 노무현 정권은 그야말로 최악이었고 각 지역의 지자체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봐도 새누리당 쪽이 더 해놓은 게 많고 문제도 잘 해결하는 경향이 짙다.


 진보좌파들의 경제적 이론들은 너무나 낙후되어있다. 그들이 하는 말들은 케인즈주의와 사회주의를 적당히 섞어놓은 것들이 많은데, 실제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현재의 네오케인즈주의에 대한 이해는 너무나도 부족하고, 좌파 경제학자들은 주류 학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있는 사람들조차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맞는 게 없고, 네오케인지언에 해당하는 주류 경제학자들과 토론을 하면 상대가 되지를 않는다. 한국의 진보좌파들은 좀 더 현실적인 경제적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제시하는 대안들은 대체로 별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근래 들어 한국의 좌경화는 좀 우려스러울 정도다. 결국 최저임금까지 대폭 올라버렸다. 노동계 측에선 겨우 350원 올랐다는 반응이지만, 퍼센테이지로 치면 무려 7.2%다. 요즘 같은 디플레이션 시대에 1년 만에 7.2%가 오른다는 건 큰일이다. 이율 7.2% 보장되는 투자처가 있다면 거액을 투자할 사람이 정말 많다. 난 이런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그것에 관련하여서는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것을 보시라.


 한편으로 흔히들 징징대는 (...) 소리가 임금은 제자리고 물가는 많이 오른다는 건데, 최저임금 기준으로 보면 어디 그럴까?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의 자료를 모아 표로 만들어봤다. 최저임금상승률 및 전년물가상승률은 소수점 아래 한자리까지만 표기하였고, 그 오른쪽에는 2003년 최저임금 기준, 물가상승률만큼 최저임금이 올랐을 때 얼마가 되는지를 계산하였다. 한편으로 2007년 이전에는 최저임금 적용기간이 해당 연도별이 아니었는데, 그 해에 보다 오래 적용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표기하였다. 한편으로 올해 물가상승률은 현재까지 오른 것에 예상치를 더한 값을 표기하였다.





 보기 좋게 그래프로도 만들어봤다. 물가에 비해 최저임금이 얼마나 올랐는지 한눈에 보인다.




 

 애초에 최저임금이 너무 낮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용자측에서 이런 엄청난 임금 상승 압력을 견디기란 쉬운 게 아니다. 잘나가는 회사라면 직원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고용할 이유가 없다. 보통 최저임금을 주는 곳는 영세한 회사 또는 자영업자다. 그들이 얼마나 엄청난 이익을 본다고 저런 임금 상승분을 감당하겠는가?


 최저임금을 올려주면 내수경기가 살아난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은 2배 넘게 올랐지만, 디플레이션은 별로 해결될 기미가 없다. 정말 많은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수준의 수입이라도 있길 원하면서 가게를 꾸려나가고 있다. 망할 사업자는 빨리 망하라고 하는 사람들, 사실 얼마나 사악한 말을 하는 건지 스스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니들은 죽어도 그만.’ 이라고 말하면서 자기 받을 돈은 올려달라는 철면피가 참으로 많다.


 물가가 저렇게 조금 올랐을 리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당신 인지구조가 간사해서 그런 거다. 예를 들어보자. 10년 전에 비해 미용실 비 얼마나 올랐는가? 수박의 계절이니 수박 값은? PC방 이용료는? 한우, 돼지고기 가격은? 실제 구매할 수 있는 냉동 만두 가격은? 그리고 피자 가격은? 거저 줘도 안 쓸 10년 전의 그 비싼 전자제품들은 논외로 하자.


 사실 따져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가격동결 상태다. 더 싸진 것들도 있고. 그런데 저 가격동결은 더 비싸진 부동산 임대료, 더 비싸진 유류비와 물류비, 더 비싸진 인건비 등을 다 감안하고도 나온 가격동결이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니까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내리다 보니 일어난 현상이다. 한국의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억압되어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좌파들은 실제로 지난 10년간 두 배 넘게 오른 최저임금은 무시하고,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거짓말을 한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결코 사실이 아니다. 최저임금 주는 업종이 있을 뿐이다. 구인광고 보면 최저임금보다 더 준다는 곳 널렸다. 실제로 조선족들이 하고 있는 일 중에도 최저임금보다 훨씬 더 받는 일 정말 많다. 그런데 수많은 산업 현장에서 젊은 한국인들을 별로 볼 수가 없다. 임금이 그리 낮지도 않은데 그렇다. 왜 최저임금 주는 곳을 가는가? 힘든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닌가?


 물론 최저임금수준의 수입으로 생활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건 좀 다른 문제다. 시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방법을 구상하고 구현하는 건 좀 더 복잡한 문제인데, 최저임금을 물가상승률에 비해 극단적으로 상승시키는 건 결국 누군가의 희생이 뒤따르고 그것은 사회에 복합적인 문제를 안긴다. 이렇게 크게 오른 최저임금은 이 사회의 일부에게만 이익이 되고 사회 전체에는 손해가 될 것이다.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이야기

경제 2013. 6. 17. 21:02 Posted by 해양장미

 한국은 한 해의 최저임금을 그 전 해의 6월 29일에 정한다. 그러다보니 올해도 최저임금 논란이 좀 있는 것 같다. 최저임금 논란은 많은 이들에게 생존이 달린 문제다. 그러나 좀처럼 좌우 양측의 입장을 대변한 최저임금 이야기는 잘 없는 것 같다. 본문에서는 한국의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다면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선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4860원이다. 이는 OECD 국가들 중 분명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으로, 2011년 기준 24개국 중 16위이다. 좌파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OECD 최저이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결코 높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한국의 소득분배지수, 즉 지니계수는 어떨까? 한국이 불평등한 나라라고 굳게 믿고 있는 수많은 젊은 층에게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도표도 못 보는 어리석은 기자들이나, 권력에 대한 탐욕을 가진 좌파들에게 너무 속으면 안 된다. 한국의 지니계수는 OECD 평균치보다 낮다.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불평등한 것이다. 한국의 소득분배율은 미합중국, 일본은 물론 캐나다나 뉴질랜드보다도 평등하다.[각주:1]




 다만 한국은 최하위 소득군, 특히 농촌 인구나 고연령층의 소득이 매우 낮다. 그렇기에 10분위 최고위 소득군과 최저위 소득군의 소득 차이는 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낮은 최저임금과 꼭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 이 경우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소위 풀타임을 제대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나 전업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의 저소득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낮은 최저임금은 우선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의 1인당 GDP와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12년 기준 $23679인데, 한국보다 시급이 높은 국가들은 대체로 한국보다 1인당 GDP가 월등하게 높다. 예를 들어 일본의 2012년 1인당 GDP는 $46972이다. 이 정도면 최저임금 차이도 제법 날 수밖에 없긴 하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 정직원 평균 초임은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근래 엔화가 떨어져서 한국이 실제 더 높은 상황이다.)


 물론 한국의 최저임금이 실제 생존에 어려움을 줄 정도로 낮기는 하다. 나라고 최저임금 근접하게 받으면서 일해보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런데 실제 최저임금을 올리려 하기엔 걸림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요소들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도시민들 중 제일 못 사는 사람들이 누굴까? (농촌은 빼자. 한국 농촌은 정말 가난하다. 가난해도 어느 정도 생존이 되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우리는 이 답을 대체로 알고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외면한다. 한국 시민들 중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영세 자영업자다. 그리고 한국인들 중 자영업자나 그 가족의 비율은 무려 30% 정도다. 문제는 이 30%중 60%는 평균적으로 3년 내에 망한다는 데 있다. 특히 숙박 및 음식업종의 5년 생존율은 불과 17.9%다.




 그런데 최저임금으로 알바를 고용하는 업체는 대체로 저런 개인 사업장 또는 소기업이

다. 당장 내년의 생존을 보장 받을 수 없는 곳들이라는 것이다. 적잖은 업체들이 최저임금조차 주기 어려워한다. 최저임금도 못 줄 거면 왜 사업을 하느냐는 말도 많지만, 실제 주변에서 자영업을 시작 또는 재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사정이 다르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은 일자리의 수 자체는 풍부한 나라지만, 일자리의 질이나 실제 고용이라는 면, 그리고 각 회사 내부의 사정을 보면 꽤 심각한 문제들이 많은 나라다. 이 모든 문제들을 요약해보면 ‘좋은 직장이 너무 없다.’ 와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일할 직장이 없다.’ 다.


 이 면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평균 수명이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데 있다. 근래 40년 동안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년이나 올라갔다. 그런데 이런 장수는 그다지 꼭 축복은 아니다. 많은 노인들에게 노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재산도, 일자리도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IMF 이후 수많은 대기업이 문을 닫고, 외국 자본에 팔려버렸다는 것도 문제다. IMF 이전과 이후 한국 기업의 양상은 분명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노년이 일할 일자리는 더 없어졌다.


 은퇴자들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빈도는 상당히 높다. 평생 모은 돈으로 자영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성공하는 사람의 비율은 상당히 낮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쉬기 위해 최저임금 수준으로 알바를 고용하지만, 정작 본인이 시간당 가져가는 돈은 최저임금만도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최저임금도 주기 힘들다면 사업을 하지 말라’고 쉽게 말하는 것은, ‘그러게 왜 겨우 최저임금을 받고 일을 하느냐’라는 말과 차이가 없다.


 결국 최저임금 문제와 직결되는 저소득층 문제는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좋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중견기업의 부족과 너무나도 많은 개인 사업자 및 소기업, 그리고 낮은 물가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특히 낮은 물가라는 말에 발끈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한국은 대부분의 물가가 싼 나라다. 한국만큼 돈을 적게 쓰려면 적게 쓰고도 살아갈 수 있는 선진국이 그리 많지가 않다. 다만 한국 물가가 체감 상 비싸게 느껴질 수 있는 면도 있는데, 이 또한 좀 복잡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기후는 그다지 안정적인 편이 아니고 농업 또한 가정농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체로 국민들의 식생활 기호까지 비슷하다보니 신선식품 물가가 좀 널을 뛰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사실 그 시기마다 저렴한 걸 골라서 사 먹어도 해결되는 문제이지만, 배추나 고등어 같은 일부 품목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한국인의 취향 상 해결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또한 한국에는 장마가 있기 때문에 농업의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벼처럼 애초에 습지에서 키우는 식물은 제외하고.





 한반도는 옛날부터 영농기술이 상당히 발달한 곳이었는데, 안 그러기가 어려웠다. 장마는 한국인에게 있어 복잡한 시련을 가져다준다.[각주:2] 농업 이후 한반도는 결코 한국인에게 평온한 자연을 선사해주는 곳이 아니었고 한국인은 오랜 세월 동안 기술로 그 자연적인 난관을 극복해 나갔다.[각주:3]


 한국산 농작물이 비싸다고 해서 결코 농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한국 농업은 더욱 더 진흥시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식량 안전문제도 있고, 식량 안보문제도 있고, 기타 환경문제 등 복잡한 여러 사안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마구잡이로 식량을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물가와 바로 연동된다. 전반적인 물가가 낮더라도 이따금 비싸지는 특정 식료품 가격은 어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물가에 대단히 민감하다. 그런데 사실 물가를 잡는다는 것은 디플레이션을 촉발하는 행위일 수 있다. 호황은 인플레이션이고,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물가를 올린다. 그런데 물가를 우선적으로 억제하려 하면 결국 경기가 가라앉게 된다.


 실제 IMF 이후 한국 물가상승률은 대단히 낮은 수준으로 억제되었다. 10년 전 가격이나 지금 가격이나 고만고만한게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이는 사실 불경기가 지속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 좋은 시장은 물가를 빨리 올리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인들은 시장경제보다는 물가에 민감하다. 그렇기에 정부 또한 물가 억제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정부가 개입해서 물가를 억제시키는 데 가장 좋은 정책 중 하나는 임금 상승률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른다면 물가가 뛰어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저렴한 물가는 낮은 임금, 특히 낮은 서비스 업종 임금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정부가 강력한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서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은 제조업 국가다. 우리는 외국에서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해서 전자제품, 자동차, 배, 석유 및 화학제품 등을 만들어서 수출함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브랜드나 기술은 뒤쳐진 상태였고, 그 대신 가진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었다.


 그런데 서비스업 종사자의 분산된 힘과 달리 대기업 제조업 종사자들은 노동조합이 있고, 이 노조는 상대적으로 강한 임금상승 압력을 넣는 게 가능하다. 만약 물가가 빨리 상승한다면 노조의 임금 인상 압력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임금을 올려줘서 그것이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면 아직 충분히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한 한국 제품들의 수출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시스템을 떠받드는 하부구조는 서비스업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소위 ‘을’에 해당하는 제조업 종사자들의 낮은 임금에 있다. 이것을 건드리려면 전체적인 한국 경제 시스템을 건드려야 한다. 만약 시스템 수정이 어긋날 경우, 수많은 제조업 회사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 시스템이 무너져 내릴 위험이 있다.


 일부 진보 경제학자들은 지자체가 최저임금을 보조해주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주장도 한다. 이는 나도 꽤 솔깃하게 봤던 주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의 지자체 재정에 있다. 대체로 지자체들이 재정이 나쁘다. 그렇다고 증세가 해답도 아니다. 증세에 관련된 문제는 이 링크를 참조해보길 권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했던 음의 세수, 즉 기본소득의 소액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내 주장은 세금을 0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고, 연 -100만 수준에서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감세안 또는 양적 완화와도 같다. 다만 지금은 도입할 때가 결코 아니다. 한국 경제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후에야 적잖은 위험 부담을 안고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한국에 중견기업이 많아지고, 보다 폭넓은 고용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상할 만큼 젊은 사장이나 중견기업이 적은 나라가 되어 있다. 


 중소기업보다는 크고, 대기업보다는 작은 중견기업은 그 숫자에 비해 매우 많은 고용을 창출한다. 그런데 한국엔 중견기업이 정말 적다. 2011년 기준, 한국 중견기업 숫자는 1422개다. 많은 것 같지만 한국 전체 기업 수에 비하면 0.04%쯤 된다. 이 수는 오히려 대기업 수보다도 적다.[각주:4] 그러나 중견기업이 고용하는 인원수는 82만명이 넘는다. 전체 고용 퍼센테이지로는 7.7%정도의 비율이다.


 한국 기업 중 불과 0.1%도 안 되는 수가 대기업이거나 중견기업이다. 그런데 이 기업들이 전체 고용의 30% 가량을 창출한다. 쉽게 이야기해 일자리를 늘리려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영세기업이나 자영업자만 너무 많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는 이런 이유도 크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이 기업하기 나쁜 나라라는 데 있다. 특히 중견기업하기가 유난히 나쁘다. 적잖은 중견기업들이 일종의 샌드위치 상태다. 중소기업이 잘 나가서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중소기업에 지원되던 각종 혜택들이 끊겨 버린다. 지원은커녕 대출 금리도 대기업 기준에 맞춰서 올라가고, 국가는 세금을 더 내라고 압박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대기업처럼 슈퍼 갑도 아니다. 중견기업 되었다고 채권 찍어서 자금 조달하기엔 신용등급 떨어져서 이율이 살인적이다. 여건이 이러니 잘나가는 중소기업 사장이 개인 지갑 아쉬울 것도 없는 입장에서 성장을 포기하고 그냥 중소기업으로 남아서 혜택이나 냠냠 해버린다. 그럼 당연히 일자리가 나올 리가 없다. 일부 중견기업은 중견기업 자리 포기하고 중소기업으로 돌아가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하려면 일부러 사업 규모를 줄여야 하지만, 그렇게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지금 있는 대기업들은 대체로 옛날에 어느 정도 이상 국가에서 뒤를 봐줘서 규모를 키웠다. 그런데 현재 중견기업들은 그렇지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중견기업의 각종 사정들은 시민 사회에서 뒷전이다. 한국 사회나 정치 의제 등이 여전히 너무 좌경화되어있고,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데 대단히 약하기 때문이다.


 시민 사회가 진영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시장 경제를 적대하지도 말아야 이런 문제들을 직시할 수 있다. 중견기업이 되는 중소기업, 대기업이 되는 중견기업이 많아져야만 한국에 넘쳐나는 자영업자 수를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물론 회사를 세우려는 청년이 많아져야 하기도 한다.


 한국의 교육 체계와 낙후된 문화 의식, 전체주의적인 분위기, 그리고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유난한 압력은 한국에 좋은 회사가 생기는 것을 매우 효율적으로 억제한다. 젊은이들이 사자의 심장을 가져야 나라의 장래가 밝다. 그러나 한국은 젊은이에게 세상의 두려움부터 먼저 가르치고, 무기력을 학습시킨다. 한국에서 가장 똑똑한 젊은이들은 부모 말을 잘 듣고 선비(士)가 되곤 한다. 다른 나라라고 안 그런 건 아니지만, 그 비율이 유난히 높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세상에는 좋은 전문직이 많이 필요하지만 다 그래선 곤란하기도 하다.


 최저임금 문제 해결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최저임금을 대폭 높일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사업주들의 문제들은 결국 또 사회가 떠안아야 할 문제다. 많은 자영업자와 가족들이 최저임금에 한참 미달하는 수준의 이윤을 창출하는 노동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여기에 있다. 최저임금이라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은 이 사회의 최하위 계층은 아닌 것이다.



  1. 기자들이 얼마나 멍청한지 (또는 사악한지) 를 다음 기사에서 알 수 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6282005 본 기사는 마치 한국의 지니계수 순위가 16위라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니계수 순위는 평등의 관점에서 본다면 낮을수록 좋은 것이다.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소득이 불평등한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2.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이 이어지는 한국의 여름 기후는 농부에게 가장 큰 재앙이다. 강풍은 둘째 치고 비가 너무 한 번에 많이 오면 밭이 침수되어 버리는데, 이 경우 물이 빨리 빠지지 않으면 대부분의 작물이 전멸하고 만다. 게다가 양분도 폭우에 씻겨 나가기 쉽기 때문에 토양이 금방 척박해지기 쉽다. 한반도가 풍요롭고 기름진 땅이라는 이미지는 일종의 민족주의적인 것일 뿐, 결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한국산 농작물은 좀 비쌀 수밖에 없다. [본문으로]
  3. 한반도는 지형과 기후를 볼 때 무역과 기술을 중시해야만 잘 살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어긋났던 조선은 초기엔 아주 잘 사는 나라였지만, 결국 중기가 넘어가면서 세계적으로 못 사는 곳이 되고 만다. 대한민국 출범 이후에야 한반도 국가는 다시 원래의 위치를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본문으로]
  4. 대기업은 기업집단이기 때문에, 대기업 계열사 하나하나를 세 보면 숫자가 상당히 많다. [본문으로]

일본 경제는 언제든 망할 수 있다.

경제 2013. 5. 25. 02:04 Posted by 해양장미

 일본에 어느 날 갑자기 경제위기가 닥치는 걸 상상할 수 있을까? 사람에 따라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갑자기 IMF 구제금융을 받는다거나, 갑작스레 세수를 올려 폭동이 일어난다거나, 더 나아가서는 모라토리엄 선언이 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현실이다.


 일본은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경제 동력을 잃은 지 오래 되었고, 감당 불가할 정도의 심각한 빚더미에 올라앉아있는 나라다. 그나마 부채의 대부분을 일본 자국민이 떠안고 있어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다면 벌써 망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한국의 부채가 GDP 대비 30%정도인데, 이런데도 빚 많다고 우려가 나오는 형국이다. 그러나 일본의 부채는 GDP 대비 240%이다. 금액으로 치면 천조엔 수준. 엔화가치가 떨어졌다고는 해도 현재 한화로 1경원이 훌쩍 넘는다. 실질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일본이 저런 엄청난 부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일본 국채 금리가 워낙 형편없기 때문이었다. 일본인은 국채 이율이나 금리가 낮아도 국채를 구매하고 은행에 예금을 했고, 이 연장선상에서 어지간히 돈을 풀어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았다. 금융에 대한 문화적 결함은 일본을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한 주된 요인 중 하나이다.


 문제는 이번에 아베가 엄청나게 엔화를 풀어내며 양적완화를 시작했다는 데 있다. 양적완화는 호황을 불러오는데, 그 결과 채권을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면 채권 금리는 올라가게 되어있다. 이를 설명하자면 채권의 금리는 채권의 가격과 반비례다.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채권이 인기가 좋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채권도 거래가 된다. 채권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반대다.


 그런데 일본은 이미 감당 불가능한 부채를 지니고 있고, 그 부채는 국채로 이루어져 있다. 국채금리는 채권시장에서 변동한다. 그런데 양적완화로 인해 식었던 경기가 뜨거워지면 채권금리가 올라가게 되어있다. 일본 국채금리가 오른다는 건 일본 정부가 지급해야 할 이자가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이 감당 가능한 금리가 어디까지일까? 사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지금도 감당하기 힘들다. 이미 실질적으로는 돌려막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도 금리가 낮아서 버틸 수 있었던 거고, 그래도 버티기 힘들어서 부가가치세를 늘린다는 둥 증세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정권이 교체되었다. 그런데 금리가 더 올라가면? 당연히 더 돌려막거나 더 증세하거나 파산할 수밖에 없다.


 만약 빠른 시일 내에 일본 채권 이율이 한국 국채만큼 올라간다면 일본은 그 이자를 지급하는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파산에 준하는 각종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경우 일본이 혼자 죽지는 않는다는 데 있겠다. 일본은 GDP기준 아직 세계 제 3의 경제대국이다. 그리고 일본은 엄청난 미합중국 국채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돈이 없어져서 미합중국 국채를 일거에 매도하고,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GDP가 줄어들게 되면 세계 경제에 또 한 번의 심각한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 물론 일본이 아무리 바보라도 정말 일자무식할 리야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이 오긴 어려울 것이다. 또한 IMF도 일본이 망하게 그냥 둘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일본이 조만간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일본은 일종의 한계에 부딪쳤다고 할 수 있다. 기적적인 소생이 없는 한 어쨌든 고통스러운 몰락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추월당할까?

경제 2013. 5. 20. 22:36 Posted by 해양장미

 올해 15년 만에 한국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추월당할 거라는 기사가 나왔다. 자세한 건 다음 링크로.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791533


 기사가 나오자 역시나 반응은 뜨겁다. 특히 평소 경제 쪽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더할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고, 전체적인 인과를 파악할 필요가 있는 일이다.


 아베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일본은 대대적인 엔저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엔화 가치는 폭락했고, 일본의 수출 경쟁력은 증가했다. 국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이상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은 그 피해를 적잖게 보게 되었다. 이것이 주된 원인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에 대해 대응을 안 하고 있을까? 이 문제가 오래 갈까?


 일단 일본 입장에서 이런 엔저 정책은 최후의 수단에 가깝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도 아닌, 평균연령이 45세에 이르는 초고령 사회이며 금리도 이미 제로금리가 된지 오래다. 국가 부채율도 한국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그나마 자국민이 국채를 대부분 소유해서 부도를 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엔저로 인해 닛케이 지수도 올라가고, 일본의 경제성장률도 늘어난 상황이지만 사실 저 상황은 한국의 5년 전과 유사하다. 오히려 일본의 타격은 더 크다. 일본은 세계 제일의 고령사회이며, 많은 노년층이 모아둔 돈을 소비하고 있다.


 일본이 왜 저렇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려면, 일본의 상황을 바로 볼 필요가 있다. 근래 사적으로도 종종 이야기하는 주제로 ‘한국이 과연 일본처럼 추락하게 될 것인가?’ 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를 겪고 있는지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일단 결론적인 것만 이야기하자면 현재의 일본은 도저히 해결 불가능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다. 쉽게 이야기해 일본은 이미 오랫동안 과거에 쌓아뒀던 재산을 까먹고 있는 중이다. 그 부가 워낙 막대했기에 아직도 선진국 위치에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만한 동력은 전무하다시피하다.


 아베가 당선된 것도, 다케시마니 침략은 없었니 입만 열면 헛소리를 하는 것도, 무한 양적완화라는 극단적인 전략을 취하게 된 것도 결국 일본이라는 나라에 탈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해결할 수 없다. 아마 까먹을 만큼 까먹고, 세월이 흘러 현재 일본에 있는 노년층이 다 명을 달리할 때쯤 되어야 어느 정도 이상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한국은 사실 한국에 사는 사람 말고는 거의 다 한국이 엄청 잘나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막상 한국인들의 행복도나 삶의 질은 그리 높지가 않지만, 그 이유의 정말 많은 부분이 문화적인 문제이자 심리적인 문제들로 인한 것이다. 내 생각엔 각종 문화적 결함들만 좀 해결할 수 있다면 한국은 그래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된 것 같다. 여담으로 소득 불평등의 문제를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자면, 한국은 소득 지니계수는 정확히 OECD 평균인데 십분위배율은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양상의 분배 불평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체적인 소득 분배가 나쁘진 않지만, 많이 가난한 사람들이 좀 심각하게 가난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또한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를 가지려 한다.


 그런데 일본의 양적완화가 일본이 처해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엔 사실 ‘그렇지 않다.’ 일본의 문제는 굉장히 복잡하고, 각종 문제들의 원인이 유동성 부족에서 출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어느 정도 도움을 받는 기업들도 있겠지만 과거 5년 전 한국이 환율을 크게 건드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환헤지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들도 다수 나올 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일본과 같은 경제구조에서 양적완화는 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수많은 ‘일하지 않는 노년층’이 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는 일단 완화한 만큼 노년층의 축적재산을 갉아먹는다. 특히 일본인들처럼 금리도 없는데 국채를 사고, 예금비율도 높게 해두는 사람들의 경우 그 타격은 훨씬 심하다 할 수 있다. 엔화가 떨어진 만큼 일본인은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예전처럼 수입품도 구매할 수 없고, 해외여행도 갈 수 없다. 일본인들이 이 상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결국 일본의 양적완화가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 계속하면 할수록 아베 정부는 엄청난 정치적 리스크를 지게 된다. 또한 미합중국과는 달리 일본의 경우 양적 완화를 할 때 다른 나라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달러 양적완화를 반기지 않을 나라는 거의 없었지만, 엔화 양적 완화는 정반대로 그걸 반길 나라가 없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반짝한 것은 어디까지나 양적완화 효과다. 그리고 그로 인해 한국도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펀더멘탈과 포텐셜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변한 게 없다. 한국이 훨씬 위다.


 또한 한국은 변동성에도 어느 정도 이상 대응을 잘하고 있다. 년초에 심각했던 북조선의 땡깡은 소심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귀결되는 분위기고, 이미 4.1 부동산대책도 내놨고, 17조 이상의 추경도 편성을 마친 상태이다. 일본은 7월에 선거가 있고, 그 이후엔 양적완화의 효과가 떨어질 전망이다. 물론 한국 내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일본보다 못한 정도는 아니다. 다만 올해는 성장률이 밀릴지도 모른다. 일시적으로.


 장기불황은 그다지 우려할 것은 아니다. 부동산 침체가 해결되고, 국제 경기가 바닥을 친 후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면 한국 또한 다시 호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불황과 호황은 본래 교차하며 지나가는 것이다. 일본이 예외적으로 장기불황을 겪은 것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국은 그런 원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