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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정부 이름 붙이기의 문제

정치 2013. 2. 7. 17:15 Posted by 해양장미


 박근혜 인수위가 출범하는 정부의 공식 이름을 ‘박근혜 정부’로 하겠다는 발표를 내 놓았다. 나는 이 이름에 대해 아무 불만이 없지만, 역시나 트위터 깨시민들은 불만이 많은 것 같다. 박근혜라는 이름을 정부에 붙이는 게 마음에 안 드는가 보다.


 그러나 특별한 정부 이름을 붙이는 건 사실 그다지 오래 된 일이 아니다. 김영삼이 ‘문민정부’라는 이름을 건 게 그 시초다. 이후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 노무현의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초기의 ‘실용정부’까지 정부 이름 붙이기가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곧 그 이름을 폐기하고 ‘이명박 정부’로 돌아갔다.


 공화정 체제가 안정된 이상, 대통령제에서 대표자가 바뀌는 건 일반적인 일이다. 국가의 헌법이나 아이덴티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굳이 하나하나의 정부에 차별화된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다. 단지 김영삼은 87체제의 수립에도 불구하고 군인인 노태우가 가져갔던 정권을, 군인이 아닌 ‘문민’이 되찾았음을 선언하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을 붙인 거였다. 이후엔 그게 이어져왔을 뿐이다. 그러나 그런 건 일시적인 현상이 되어야 한다. 일단 저런 식으로 오래 가다보면 금방 쓸 말이 없어진다.


 또한 정부는 단일한 하나의 가치만을 내걸 수 없다. 복잡한 현실에 맞춰 정말 많은 일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 그렇기에 정권을 구분하여 지칭하려면, 대통령의 이름을 앞에 거는 쪽이 합리적이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이명박 정부 초기까지 붙여왔던 이름은 민주화 시기 초기의 구분 짓기라 보는 쪽이 더 옳을 것이다. ‘문민’, ‘국민의’, ‘참여’, ‘실용’. 사실 이런 건 모든 정부가 다 해야 하는 거다.


 박근혜를 비판하려거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통할만한 방식으로 하는 게 좋겠다. 본인의 이름을 정부에 붙인다고 독재자인 것이 아니다. 결국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초기단계를 넘어 통상적인 네이밍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괜히 매사에 투덜투덜해봐야 절대 깨시민 이미지가 나아질 일이 없다. 항상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해야한다.


 어차피 박근혜 인수위가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많다. 이름가지고 뭐라 하는 것보다는 행동가지고 뭐라 하는 게 훨씬 낫다. 그리고 그것보다는 사실 지금 민주당이 뭘 하고 있는지를 보는 게 더 생산적이다. 지금 민주당 돌아가는 꼴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