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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 탈권위의 역설

정치 2011. 6. 1. 22:50 Posted by 해양장미



 혹자는 노무현 정신 중 하나로 탈권위를 들 것이다. ‘탈권위는 주된 노무현 정신이다.’ 라는 명제는 이것이 실제로 참이냐 거짓이냐를 떠나서, 명제 자체의 추상적 이미지가 보편적으로 존재함에는 대부분 동의할 수 있을 거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일단 이 명제를 참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이 탈권위라는 정신의 가치는 친노 진영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을까? 정리하자면 친노는 탈권위적이냐는 질의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히 No. 세상에 이렇게 표리부동하게 권위적인 집단도 드물겠다. 노무현교는 종교가 되어있고, 그 교주는 유시민이며, 근래 그의 권위가 흔들리는 바, 차기 교주 후보로는 문재인이나 김두관이 지명되고 있다.


 그들에 대한 옹호나 신앙은 무조건적이다. 정치는 행위와 결과로 나타나는 현실임에도, 이 신흥 종교의 신자들은 신앙과 심정적 윤리를 강조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유시민이야말로 깔끔하고, 진정성이 있고, 옳고, 윤리적이고...’


 사실 이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생각하면 정말 어이가 없는 현상에 불과하다. 아이돌에 대한 열광이야 그것이 윤리적으로 옳건 그르건 그건 그러라고 만들어진 존재니 그럴 법하다고 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을 우상으로 삼다니, 그야말로 ‘민주 정치의 타락’ 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현명한 시민이라면 정치인은 정치인으로 취급해야 한다. 정치는 아름답지 않을 때가 더 많은 현실이고 정치인은 감시와 견제가 없다면 언제든 변질될 수 있으며,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권력을 탐하는 존재이다. 또한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가는 항상 관료 집단과 타협해야하며 언제나 조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규모가 있는 정당은 현실적인 체계 및 체제임에도 이런 현실은 쉽게 무시당한다. 더 나은 정치인을 뽑는 건 민주주의라는 체제 내의 바람직한 가능성 실현이지, 혁명적 행위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적 속성 중 하나를 이득을 위한 평화적 대립과 (권력 획득을 위한) 경쟁, 그리고 권력의 시간적 유한성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 측면에서 볼 때 현 정부는 그 윤리성에 대해서는 비난할 수밖에 없지만, 자유민주주의라는 기본적인 틀에는 큰 손상을 주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는 가장 핵심적인 지지 세력에게는 이익을 보장하는 편이고, 그것은 실리적인 관계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지지자는 대부분 이명박이 자신에게 이득을 가져다 줄 거라 생각할 뿐이다. 어지간해서는 이명박을 메시아처럼 숭배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엔 그림 속의 예수처럼 꽃미남도 아니고 불상처럼 인자해 보이지도 않으니까.


 노무현의 사망과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과격한 분노를 종교화시켰다. 그 분노와 맹목성은 실제로 파시즘의 재현이며, 절대적인 권위를 갈망한다. 그리하여 작은 비석 하나만 세우고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던 노무현의 유고는 철저하게 무시되고, 노무현은 노리스도가 된다. 민주주의적 열정은 허공에 흩어지고, 분노는 쉽게 가학성을 보인다. 그 결과 노무현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그 이름 세 글자만 남아 분열의 뿌리, 신종 파쇼 종교가 탄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