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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사망 10주년

정치 2019. 5. 22. 20:34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BmJHGWpq9JA

 


 

 내가 본 블로그에서 노무현을 많이 비판해오긴 했지만, 나는 노무현에 대해 그다지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가 죽기 전에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악감정이 없었습니다. 나는 어지간해서는 타인에게 불필요한 악감정을 가지고 살고 싶지 않습니다.


 

 노무현의 삶에서 가장 큰 과오를 꼽는다면 그렇게 죽은 겁니다. 그것에는 나도 꽤 화가 났었습니다. 죽은 자에게 악감정을 가져봐야 소용없다는 걸 금방 깨달았지만요.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는 폐족을 부활시켰고, 매노를 만들었습니다. 원천적으로 책임이라는 걸 질 수 없는 망자는 망자가 되지 못했고, 재앙의 씨앗이 뿌려져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나는 별로 노무현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자라나는 재앙이 너무나도 무서웠기에 노무현의 과오를 한동안 열성적으로 비판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결국 이 루나틱한 시대의 도래를 막을 수는 없었네요.

 

 정치가를 평할 때는 크게 두 가지 잣대가 필요합니다. ‘정치질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것과, 어떻게 政治를 하느냐에 대한 평가입니다. 풀어 이야기하면 주변 사람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 이미지를 어떻게 만드느냐, 자기편을 어떻게 살리고 적을 어떻게 견제하느냐, 내 편을 어떻게 늘려나가느냐. 이런 것에 대한 면이 있고요. 다른 한 면은 통치와 행정, 입법 등에 있어 얼마나 실력이 있고 올바른가입니다.


 

 나는 행정가 노무현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의 노무현은 최악이었습니다. 대통령은 프로 정치질러여야 합니다. 그 면에서 노무현은 아마추어만도 못했지요. 이 괴리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은 많은데, 노무현은 괴리가 많이 심했고 정치질에 있어서도 어떤 분야는 좋은데 어떤 분야는 궤멸적으로 엉망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모두가 불행해졌지요.


 

 근래 그래도 노무현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는 문재인과는 비교도 안 되는 행정가였습니다. 운동권 베이스에 전향하지 않은 입지, 터무니없는 마이너 취향을 감안할 때, 정책을 결정할 때의 노무현은 특별한 균형 감각과 탁월함이 있었습니다. 그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었지요. 그가 잘한 대통령이라거나 결과를 낳은 대통령이라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을 이끌고 그 정도 한 건 그만하면 잘 했던 겁니다. 이번 정권에서 보이는 사회주의자들의 루나틱한 아집 이면에는 노무현 시절의 씁쓸한 기억이 있기도 합니다. 노무현은 사회주의자들의 말을 그다지 많이 들어주지 않았었거든요.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문재인에게 노무현같기를 기대했다는 겁니다. 참으로 문재인스러운 공약과 토론 실력에도 불구하고, 막상 하면 노무현처럼 결정적일 때 특별한 균형 감각을 발휘해줄 거라는 헛된 기대를 많이들 가졌던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노무현의 친구는 노무현이 아닙니다.


 

 박근혜는 박정희가 아니라는 걸 모두가 깨달은 시점에서, 문재인은 노무현이 아니라는 걸 너무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 건 참으로 비극적인 일입니다. 노무현이 없으면 문재인은 대통령이 될 수 없었습니다. 문재인의 브랜드는 노무현의 친구라는 것에서 시작하였고, 김종인이 나서서 거둔 총선 승리는 문재인의 공으로 포장되었습니다. 1회에 불과한 그의 국회의원 의정활동은 최악의 성적이었음에도 모두가 간과했었습니다. 그의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시민들은 알지 못했고, 보지 않았습니다. 봉하에는 작은 비석 하나만 있었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