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모르는 페미민국

정치 2019. 7. 17. 13:19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Irq6ZtFtl6w

 



 현재 벌어지고 있는 반일 파시즘의 이면에는 공교육 문제가 있다는 강한 확신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이 문제의 본질을 역사교육 문제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은 인과와 배경을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사실로서의 역사를 충실히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박정희 때부터 우리나라의 역사 트랜드는 민족주의 감성을 고취시키는 것이었고, 학생운동권은 민족을 외치면서 군사정권에 맞섰으며, 민족주의 감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건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은 이러한 민족주의 감성을 고조시키는 데 충실히 일조하였지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합니다. 조선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쇠퇴하였는지.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을사조약을 맺게 되었는지. 일본은 왜 조선을 병합하려 했으며, 조선은 왜 그에 충분히 저항할 수 없었던 것인지. 정유재란의 패전국 일본은 왜, 어떻게 조선보다 앞서나가 열강이 될 수 있었는지. 일제시대에 한반도의 상황은 어떠하였고 어떤 문제 또는 발전이 있었는지. 독립운동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였고, 독립운동가들의 행동이나 분열, 화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 일본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것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학술적 주류 연구결과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선 객관적인 논의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유죄판결은 우리나라의 국가권력이 해당 문제에 있어 객관적인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으로 나는 해석합니다.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이 맞고 틀리고는 둘째 치고, 관련하여 학문적 이의제기나 논의 자체마저 법원이 막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합니다. 일본에 대한 반감만을 주입받을 뿐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끼친 실질적 피해는 전쟁 때 적이었던 북측이나 중공이 훨씬 더 컸다는 걸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기도 합니다.


 

 일제에 대한 적개심의 기반에는 내셔널리즘이 있습니다. 기습 공격으로 대한민국을 망국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주적보다도, 승전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개입하여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전쟁을 장기화시킨 끝에 65년이 넘는 휴전을 만들어낸 주범도. ‘민족을 희석시켜 말살하려했던 일제보다는 가벼운 죄라는 해석은 오로지 민족주의로만 가능합니다. 반대로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에서 국가와 국민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다면, 일제를 그렇게까지 미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잘하고 못한 것, 잘못에 대해 사과한 것 등만 보자면 일본, 북조선, 중공 중 우리에게 그나마 가장 덜 잘못하고 사과와 보상을 가장 많이 한 건 일본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에 대해서는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습니다.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하는 언행과 강한 반일감정을 가진 사람들의 언행 사이엔 본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습니다. 강한 피해의식, 객관성의 결여, 장기적인 전략의 부재, 폭력의 합리화, 내로남불 등등 모두 똑같습니다. 그나마 강한 정치적 뒷배가 있는 래디컬 페미들이 조금은 더 현실적인 승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겠네요. 우리나라는 그런 것도 없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이 피해자의 목소리가 증거라고 우기잖아요? 우리나라의 일본에 대한 주장도 그것과 똑같은 거 많습니다. 피해 입증이 안 되는 데 피해자의 목소리가 증거라고 하고 있단 말이에요. 하물며 그나마 우리나라 법원조차 피목증은 자칭 피해자의 증언이 계속 일치할 때나 채택되는데, 종군위안부 문제 같은 건 피해자의 증언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본에 증거가 없는 걸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하고 있고요.


 

 물론 증거가 없는 것에 대해 일본은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아픔은 유감이며 성의를 표시하겠다.’ 정도가 일본이 해 온 언행이고, 그럴 때마다 더 분노해온 게 우리나라 태도입니다. 객관적으로 열강 출신인 타 선진국들이 이 문제를 지켜보면서 누구 편을 들고 싶겠습니까? 특히 미국은 예전부터 한미일 삼각동맹을 바라왔는데, 계속 반감을 표현하고 거부해 온 한국이 예쁠까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해 말을 정말 여러 번 바꿨습니다. 사과 받고 보상받고, 다 끝났다고 한 뒤에 또 말 바꾸고. 또 사과 받고 보상받고 또 말 바꾸고. 또 끝났다고 했다가 또 말 바꾸고. 이래왔단 말이지요. 물론 일본도 말을 바꾸거나 잡음이 나오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정말 이 문제에서 잘 한 거 없습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관련하여 문제를 풀고 개선하려는 진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도 이제 그렇게 보고 있는 것 같고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요새는 잘 나가지요. 그렇지만 앞으로의 역사에서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계속 잘 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런 집단은 지속가능성이 없습니다. 성공할 수도 없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도 일본에 대해 비슷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런 태도를 가지고 강화해가는 집단의 장기적 성공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물론 우리나라는 대일외교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래디컬 페미니즘에 부합하는 법률적, 사회적 압력 및 분위기가 무척이나 강화되는 중에 있기도 합니다.



 

 본격적인 위기가 오기 전에는 수많은 경고의 목소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위정자들은 물론 구성원들조차 그런 목소리를 거부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을 때 진짜 큰 위기가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화가 위험한 것이고, 온건해야 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하루하루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사건은 어떻게 해결될지 몰라도, 근원적인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 꼬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운명적 서사와 정치시나리오

정치 2019. 6. 19. 23:24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JBJF3COO3ts

 



 돌아보면 김영삼 때부터 대통령은 운명적으로 되어야 할 것 같은 사람이 되어온 것 같습니다. 내가 운명론을 믿는 건 아닌데요. 우리나라 시민들이 그래 보이는 사람을 뽑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서 보면 다음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건 지금도 유시민일 거라고 생각하네요. 유시민이 대통령이 되면 그나마 서사가 나와요. 역사가 되고, 그럭저럭 문학적이 된단 말이지요. 이낙연이나 황교안이 되면, 복선이나 플롯을 앞으로 구성해가지 않으면 스토리가 재미없어져요. 호모 루덴스들은 재미없는 스토리를 자기 손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요.


 

 황교안의 본질적 문제. 이 양반이 실제로 어떤 사람이건 간에, 정치인 황교안의 스토리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참 재미가 없어요. 황교안에게 어떤 시대정신이 있나요? 아니면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운명적인 무언가라도 있나요? 애초에 그는 왜 대통령이 되려는 건지. 그저 권력욕이 있을 뿐이라면, 사람들은 찍어주지 않아요.


 

 우리 이니는 아주 대조적이에요. 적어도 그는 서사적이고 역사적인 감각만 보면 아주 뛰어난 인물이에요. 어쩌면 그런 것 밖에는 거의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 보일 정도. 그는 역사적인 운명이 자신을 선택해서 지금 자신이 하고 싶지도 않던 대통령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요. 그러니까 그렇게 막 나갈 수 있는 거고. 나는 그가 민주정치에서 등장해서는 안 될 위험한 타입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 다수는 사실 대통령이 아니라 왕을 원하는 것 같으니까. 그가 계속 인기가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대통령은 역사에 남는 인물이에요. 그런 자리에 올라가고 싶다면, 황교안은 History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등장하고 있는지, 어떤 플롯 위에 있는지, 스토리가 재미가 있는지.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플롯인지. 주인공이 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걸 생각 좀 해야 해요. 권력의 정점에 올라가는 인간은 대체로 이걸 본능적으로 알아요. 아니면 행운이 그를 추종하기도 하지요. 이 면에서 보면 그는 더 위로 올라갈 재능이 없어요. 재능이 없다고 꼭 안 되는 건 아니겠지만. 재능 없으면 노력을 몇 배로 해야지요? 지금 노력 하고 있나요?


 

 기본적인 것부터 이야기해볼까요. 황교안은 총선이나 대선 중 일단 하나는 포기하는 게 좋아요. 총선에서 이기고 그걸 발판으로 대선? 아주 자기 자신한테만 득 되고 편한 발상이지요. ‘나는 대통령 같은 거 염두에 둘 급이 아니다. 당대표로서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이 총선만큼은 내 정치생명을 걸고 잡는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나마 희망이 있을 건데요. 그는 먼저 뒤를 보잖아요. 완전히 정치초보면서. 주제 넘는 게 뻔히 보여요. 그가 언제 선출직 한 번이나 해봤나요.


 

 아니면 당을 위해 칼자루만 죽어라 휘두르고, 당 모양새 좀 잡아놓은 다음에 본격 총선레이스는 물러나서 남한테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네요. 문재인도 2016년 총선에선 어쨌든 그런 모양새로 갔었지요. 그거 꽤 효과 좋았잖아요? 그 때 문재인은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자신은 물러서는 것 같은 연출을 했어요. 내가 보기엔 참 속보이는 쇼였지만, 통했지요. 내가 보는 각도와 남들이 보는 각도가 달랐던 거니까요.



 나는 누구라도 좋으니 이 정권의 폭주를 좀 막아줬으면 좋겠어요. 지금으로서는 그럴 수 있는 입장에 가장 가까운 건 황교안이지요. 그런데 나는 황교안이 왜 정치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나도 모를 정도면 보통 사람들은 더 모르겠지요. 그럼 사리사욕 때문에 정치를 하는 걸로 보일 뿐이에요. 그래서는 실패가 예정되어있지요.


 

 정치에 크게 관심 있지 않은 사람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나 문재인 찍은 사람들한테 황교안이 다음 대선에서 어떨 거 같으냐고 물으면요. 반응이 이래요. ‘황교안이 나온데? 왜 나와? 될 리가 있어?’ 아예 출마 자체를 납득을 못 하는 거예요. 나올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요. 어찌 그냥 은근슬쩍 대표 따내고 골수지지층만 결집시켜서는 그 정도란 말이에요.

나는 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합니다.

사회 2015. 10. 8. 17:08 Posted by 해양장미

 본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한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발상과 그 추진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아마 국사교과서는 현 정부에서 국정화하더라도 미래에 다시 기존의 체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으며, 별 의미없는 논란과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 또한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앞서 내가 봐 왔던 기존의 국사교과서는 대체로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었기는 합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가 그보다 확실히 나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대다수의 학생은 국사를 귀찮고 번잡한 암기과목 정도로 생각하지,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큰 관심이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역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 또는 사람에게는 교과서가 그리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사관은 교과서보다는 교사의 견해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사의 견해를 정치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정부는 부적절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런 시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현 정부와 새누리당의 가치관 중 어떤 근본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관이 민을 선도하고 계몽해야 한다는 사고방식 말입니다. 이런 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만 가진 문제는 아닙니다만, 그런 시도는 오만하며 주제넘은 것입니다.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대들은 국민의 대표자이자 국가의 운영자일 뿐이니, 역사교육은 사학자와 역사교육자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것이 올바른 협치자의 태도입니다. 나는 교학사 교과서 같은 걸 일선 학교에서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입니다만,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그런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또한 야당 및 민족주의자들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대들은 그 동안 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방자하고 배타적인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그리고 현 사태는 그에 대한 반발입니다. 당신들이 보다 온화하고 덜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데에 당신들의 극단성과 맹신 역시 큰 책임이 있음을 깨닫길 바랍니다.

가만히 있으세요. 그러면 중간은 갑니다.

사회 2015. 3. 1. 12:58 Posted by 해양장미

 31일은 봄맞이하는 좋은 날이지만, 이 날에 보이는 극우들의 준동은 결코 아름답지 않습니다. 3.1절은 좋은 방향으로 해석되기보다는 한국인들을 극우적으로 만드는 날이 되고 있습니다.

 

 극우 민족주의는 사람들의 증오심을 부추기고, 분노를 일으키고, 공격성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그런 증오와 분노와 공격성은 대체로 특정 집단의 정치적 권익을 위해 이용됩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런 권익을 위해 역사를 날조하고, 상징을 왜곡하며 폭력을 합리화시킵니다.

 

 역사왜곡의 한 사례를 살펴보지요. 우리는 소양 없는 언론인들이나 네티즌, 심지어는 공무원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신채호같은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정말 한심한 일이지요. 신채호는 그런 말 한 적이 없습니다. 조선상고사에서 신채호가 그런 말을 했다고 사람들은 그러지만, 대체로 그 사람들은 조선상고사 한 페이지도 안 봤을 겁니다.

 

 신채호는 그저 독사신론의 첫문단에서

 

國家(국가)歷史(역사)民族(민족) 消長盛衰(소장성쇠)狀態(상태)閱敍(열서)(). 民族(민족)()하면 歷史(역사)()할지며, 歷史(역사)()하면 民族(민족)其 國家(기 국가)()觀念(관념)不大(부대)할지니, 嗚呼(오호), 歷史家(역사가)責任(책임)其亦 重矣哉(기역 중의재)인저.’

 

 라고 기술했을 뿐이지요. 이게 어딜 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 가 됩니까?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지만, 저 말에 가장 가까운 말을 남긴 사람은 처칠입니다.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라고 했지요.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nation을 민족이라고 해석하면 꽤 곤란합니다. 브리튼 특성 상 민족 운운할 수가 없어요. 굳이 해석하자면 저 말은 과거를 잊은 국가에 미래는 없다.’ 정도입니다. 어감이 완전히 다르지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당신들을 조종하기 위해 누군가가 만들어낸 문구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저 말을 따라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역사를 정말 모릅니다. 편향적으로 추린 사실들과 거짓들에 의존하여 조작된 상징을 받아들이고, 폭력성을 발휘하기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이지요.

 

 역사를 잘 모르면 가만히 있으세요. 그러면 중간은 갑니다. 이용당하고, 나쁜 사람이 되지 마세요.

 

 역시나 오늘도 폭력적인 말들이 3.1절 기사 베플마다 달려 있습니다.

 

친일파를 처단하자

아베 정수리에 태극기를 팍 꽂고 싶다.’

‘3.1절에 동반자라니 ..미쳤내’ - [대통령 "한일, 미래 50년 동반자로 새역사 써나가야"] 기사

덮고가긴 복수해야할 상대데’ - ['과거사는 덮고가자'..··일에 작심하고 촉구] 기사

 

 이 사람들은 이런 걸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당장 수천 명이 동의하고 있고요. 저런 게 나쁘다는 생각을 못할 정도인 겁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극우성과 폭력성을 주의해야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미래를 진짜로 나쁘게 만들 수 있습니다. 3.1절마다 사람들이 증오와 분노를 불태운다면, 그런 날은 없는 게 차라리 낫겠지요. 96년 전에 이러라고 독립운동 한 게 아닐 텐데 말입니다.

 


비정상회담 폐지론과 대한민국 파시즘

사회 2014. 11. 2. 17:20 Posted by 해양장미

 신해철의 느닷없는 타계로 인해 조금 덜 회자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지난 월요일 방영되었던 JTBC프로 비정상회담BGM으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틀은 것으로 인해 일련의 사회적인 파장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파시스트들이 궐기한 또 한 번의 사건으로 보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한국 파시즘이 그 세를 잃지 않고 유지되는 중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이 사건은 대한민국 파시즘의 개성적인 특징이 드러난 경우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비정상회담의 본 편은 보지 못했으나, 기미가요 BGM에 대한 사견을 밝히자면 큰 문제 없다입니다. 한국에서 기미가요를 트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90년대에는 모든 일본 음악을 트는 것이 불법이었으나, 그러한 반민주적인악법은 김대중 대통령의 치세에 사라졌고 이제 기미가요를 트는 것은 각자의 자유입니다.

 

 물론 역사적 관점에서 한국인이 기미가요를 싫어하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각국의 국가를 정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권리입니다. 그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 또한 해당 국가의 몫이고요. 한국은 일본 국가가 기미가요인 것에 대해 항의를 하고 자국에서 그것을 공식적으로 방송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수 있으나, 그런 규제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국가(national anthem)는 대체로 폭력적이고 국가주의적인 내용이 많고 (우리 한국 애국가 같이 평화로운 가사는 좀 드뭅니다), 나라끼리 역사적으로 악연을 쌓기 쉬운 만큼 특정 나라의 국가(national anthem)에 악감정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타국에 대한 악감정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미 한국은 기미가요의 방영 등을 금지하지 않기로 정한 상황입니다. 이것에 대해 각자가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현 시점에서 이는 세계적 표준에 부합하는 우리 사회의 규칙이며 사적으로 이 규칙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일단은 규칙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규칙을 갈아엎고자 하더라도 일단은 규칙에 대한 존중이 필요합니다. 또한 '비정상회담'은 모토 자체 중 하나가 세계인의 화합이기도 하고요.

 

 저라고 일본이 기미가요를 국가로 쓰는 것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내에도 류큐인, 자이니치 등이 있는 만큼 기미가요를 국가로 삼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이 많고, 개인적으로는 기미가요를 국가로 제정하는 일본이 대단히 한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 내 문제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항의를 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내정간섭을 하긴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처한 진짜 문제는 우리 국가 내부의 파시즘입니다. 일본이 기미가요를 국가로 쓰건 어쩌건, 그건 기분이 나쁜 정도지 한국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국의 파시즘은 그런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공격성과 무관용으로 대표되는 이런 반민주성 및 극우성은 우리 앞에 놓인 미래를 진짜로 어둡게 만듭니다.

 

 저 역시 어떤 사람들이 기미가요를 방송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할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것도 이해합니다. 비록 그런 행위가 극우적인 행위라는 것은 이야기 해야겠지만요. 그러나 사과를 넘어 폐지를 요구하며 맹렬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은 파시즘입니다.

 

 한국의 이런 파시즘은 비단 이번만의 일이 아닙니다. 황우석 줄기세포와 심형래 디워사태는 한국 파시즘의 대표적인 사례들이었습니다. 이젠 대다수의 사람들이 황우석 사태를 흑역사로 받아들입니다만, 그런 사건이 일어나게 된 문화 및 대중심리 구조가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한국 파시즘의 현장에는 언제나 깨시민들이 있었는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번 본 블로그에서 이야기해왔듯, 파시스트들이 자칭타칭 진보로 불리는 게 21세기 한국의 너무나도 불행한 자화상입니다.

 

 비정상회담 제작진이 기미가요를 튼 것에 일본제국주의 찬양이나 식민통치에 대한 찬양의도가 있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 기미가요가 뭔지, 어떤 건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모두가 알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알아봐야 기분 나쁘기만 한 일이고, 딱히 그 이상의 현실적인 문제는 없는 사안이니까요. 또한 심지어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제작진에게 설령 일제를 찬앙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러한 과격하고 공격적인 인민재판은 자유민주정체국가의 국민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적어도 바람직하지는 않지요.

 

 만약 TV에서 기미가요 트는 게 보고 듣기 싫으면, 그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행동에 나서면 됩니다. 물론 그것은 다분히 극우적인 사고방식이고 조처라는 건 미리 이야기해야겠고, 저는 그러한 자유민주정의 적들에게 관대한 태도를 가질 생각이 없기도 합니다. 자유민주정의 핵심 사상인 관용은 오직 불관용만을 적대합니다.

 

 또 이야기해야 할게, 관용 없이 공격적으로 구는 파시스트들이 과연 특별히 애국하는 마음에서 그러는 걸까요? 전 그건 아니라고 거의 확신합니다. 그보다는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공격할 만한 대상을 찾은 것에 가까울 테지요. 세금 조금 더 걷는다고 투덜거리고, 조금만 나라가 마음에 안 들어도 이민 가겠다고 하던 그 사람들이 가장 파시스트같이 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국과는 거리가 먼 불만분자들이라는 거지요.

 

 그리고 저는 이 깨시민 파시스트들이 TV에 탈북자가 나올 때 북조선 애국가 (제목은 한국 국가와 동일하게 애국가입니다만, 다른 곡입니다.) BGM으로 나온다면 결코 기미가요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으리라 예상합니다. 실제 북조선 애국가를 트는 건 기미가요와는 달리 불법이 될 확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저야 북조선 애국가를 틀건, 기미가요를 틀건, 한국 전쟁 당시 한국군과 연합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쳤던 중국의 국가 의용군 행진곡을 틀건 그것이 우리의 이 사회와 자유민주정체에 대한 명백하거나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각자의 자유로 일단은 존중한 후, 그 뒤에 제 판단과 주장을 펼칠 것이지만 말입니다.

 

 파시스트들이 유독 기미가요에 심각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파시즘 심리에는 극우적 민족주의가 반드시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교육받고 자란 한국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우익 민족주의 교육을 받고 자랐고, 문화 또한 집단주의적이기에 파시즘에 물들기 쉽긴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을 존중하고 중용의 미덕을 지킬 필요가 있으며, 대화와 타협을 우선해야 한다는 교육도 같이 받았습니다. 이 사회가 잘 돌아가려면 무엇이 우선일까요?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기미가요가 방송에서 가끔 나온다 해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파시즘이 한국에 매번 넘실대는 건 이야기가 전혀 다릅니다. 뭐가 진짜 문제인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일제시대에 대한 역사교육도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좀 더 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일제시대는 단순한 독립운동의 시대도, 일본이 단순히 미쳐서 한국을 수탈하던 시대도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 시대에도 사람들은 각자 생존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했고 그런 각각의 삶들이 모여서 역사가 되었습니다. 전체주의집단주의민족주의국가주의적 사관과 교육 체계는 그 시대의 실상을 전혀 알려주지 않습니다. 실제 파시스틱하게 구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매우 편향적인 정보만을 취합하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저는 이번 사건에서 한국 파시즘에는 한국 특유의 문화적 결함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며, 매우 계승되기 쉬운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의 여러 요건이 파시즘이 발달하기에 제법 좋은 토양이 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강화되었습니다. 실제 파시즘은 여러 국가에서 융성했었는데, 각 국가마다 개성적인 모습으로 전개되곤 합니다.

 

 다행히 한국 파시즘은 아직은 초기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심화될 수 있는 여지는 있고, 심화되고 결국 집권을 해낸다면 매우 나쁜 결과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 미리 무엇이 파시즘인지를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파시즘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관용의 적이 관용을 압도하게 되면, 그 사회는 매우 쉽게 집단화되고 결국 파시즘이 꽃피기 쉬운 조건이 됩니다. 관용과 이해가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입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려면 애국의 탈을 쓰고 완장을 차고 극우적 관점으로 타인을 공격하는 게 파시즘임을, 그리고 파시즘이 얼마나 위험하고 왜 나쁜지를 보다 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겠습니다.

 

 

민족주의와 식민사관 논쟁에 대한 소고

사회 2014. 6. 17. 03:51 Posted by 해양장미

 근 며칠 문창극 총리지명자의 자질에 대한 이야기로 조금 시끌시끌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블로그를 통해 그 논란에 본격적으로 끼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각주:1], 그에 대한 논란 중 식민사관 논쟁이 있어 조금 흥미를 끕니다. 저는 이 논란이 언제고 해결되어야 할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선 교학사 역사교과서 논란이 떠오릅니다. 당시 직접 블로그를 통해 밝히진 않았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제가 무엇보다도 끔찍하게 본 것은 민족주의 사관과 민족주의자들의 극우성입니다. 그에 비하면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는 상대적으로나마 사소한 것으로 느껴졌고, 이후 검증을 통해 개선된 부분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다른 교과서들은 교학사 교과서에 비하면 충분한 검증을 통과했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교학사 교과서가 사회적 압력으로 인하여 훨씬 엄정한 검증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역사 애호가인 친구와 교학사 교과서에 관한 사담을 나눴었는데, 그 친구는 반일감정을 저보다 강하게 가진 편이라 그런지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에 대한 발언들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제 반응은 다음과 같은 식이었습니다. ‘교학사만 문제가 아니라 다 문제죠.’

 

 사실 제가 보기엔 교학사 아닌 다른 역사교과서들 문제가 현 시점에서는 더 심합니다. 아마 역사를 좀 파본 사람이 아니라면, 제 말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역사를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알아가는 사람이라면 제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길 거라 생각합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한국의 역사 교육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편파적인 민족주의 사관을 가지고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그들의 사관과 태도는 역사교육 자체를 거의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리기까지 합니다.

 

 사실 사람들은 고등 역사교육 다 받아봐야 왜 조선이 망했는지, 조선의 사회 양상은 어떠하였고 어떤 식으로 변했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는 어떠하였는지, 우리가 역사 속에서 뭘 배울 수 있는지, 일제 땐 실제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대한민국 건국 과정은 실제로 어떠하였는지... 전혀 감도 못 잡는 경우가 일상다반사입니다. 커리큘럼 전체가 잘못되어있고 왜곡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역사 공교육은 거의 쓸데없는 거나 반복해 외우게 시킵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역사 과목을 싫어하고,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합니다. 오직 우리 민족은 위대해!’ ‘고난을 슬기롭게 이겨냈어!’ 같은 거나 배우죠. 물론 이런 건 지식도 지혜도 아닙니다. 세뇌죠. 현실적으로 좋은 교사를 만나지 않는 한 거의 아무 것도 못 배운다고 봐야합니다.[각주:2]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자신이 배운 걸 의심하기보다는 신뢰합니다. 그게 윤리적이라 느껴질수록, 권위를 확보하고 있을수록 더 그렇습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는 인간의 본능이고, 어느 정도는 문화적인 현상입니다. 형성된 믿음을 깨고 무엇이 진짜 사실인지를 알아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 주 원인은 민족주의입니다. 민족이라는 근대적인 개념은 이것이 우리에게 이식된 이후, 거의 모든 역사 관념에 개입하여 뒤헝클어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것에 대해 조금 간략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민족은 Nation 또는 Volk의 역어입니다. 같은 단어가 국민으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물론 유럽어의 번역어인 만큼 매우 근대적인 개념입니다. 쉽게 이야기해 조선에는 민족 개념이 없었습니다. 조선 이전에도 그렇고요.

 

 민족주의 개념이 짙은 사람에게는 이런 설명이 이해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왕이 있는 사회엔 본래 민족개념이 없습니다. 왕 아래 신민들이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조선은 단일 민족도 아니었습니다. 일단 개국공신 퉁두란이 여진족이었던 건 대체로 아실 겁니다. 조선 초기 퉁두란 뿐 아니라 여진족이 조선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물론 여진족만 들어왔던 건 아니고요. 초기 조선은 무려 이민자 대접이 좋은 나라로 소문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조선 말기에도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동학농민운동 때 조선 정부는 외세를 끌어들여 농민군을 말살시켰습니다. 이는 민족주의가 없는 사회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실제 한일합방 당시 양반들은 조선의 멸망보다 신분제의 폐지에 훨씬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하였었습니다.

 

 민족 개념은 근대적 공화국의 국민개념을 위해 창작되었습니다. 사람은 본래 그리 많은 수의 집단이 어떠한 일체감을 가지게끔 되어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민족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민족 근대국가가 형성됩니다. 근대적 공교육은 민족 개념을 강화하였고, 그것은 어떤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도 했으나 부정적인 면도 많았습니다. 그 중 가장 심각했던 걸 하나만 꼽자면 파시즘입니다. 파시즘은 어디까지나 철저히 근대적인 현상입니다.

 

 인간의 의식은 본래 나와 가족부터 근처의 부족까지 확장됩니다. 오래 전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그리 많은 수의 타인에 대해 알 일이 없었습니다. 우리의 자연적인 인식 방식은 아직 이 시기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닙니다. 사실 한 인간이 수천만 명, 심지어 수억 명 이상을 같은 '민족'으로 인식하게 되는 건 어디까지나 상상의 문제입니다. 저는 비신론자라서, 비신론 입장에서 비유하자면 민족은 일종의 종교와 같은 것입니다.

 

 민족주의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국가주의적인 색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조선의 멸망과 일제의 지배라는 굴욕적 역사를 부정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역사 인식은 왜곡되었고, 과거의 문제점을 성찰하는 태도는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또한 민족주의는 신생 국가 대한민국의 아이덴티티를 긍정적으로 확립하는 데 나쁜 영향을 주었는데, 이 관점에서 볼 때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건국은 하나의 민족국가를 설립하지 못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논의 전개를 위해 잠시 문창극 총리지명자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 역시 교회에서 했던 발언 전반을 보면 민족주의적인 색채를 다분히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발언에서 우리 민족에 대한 하나님의 시련 등등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그가 말하는 주제는 한민족이 하나님에게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논란이 되는 부분은 소위 식민사관 문제인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민족주의자들이 극우적인공격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안타깝게도 이 사회에서는 글로벌 기준에서 극우파들이 [진보좌파] 타이틀을 달고 있어요. 이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제 말은 문창극의 발언이 충분히 타당하다거나 합당한 이야기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교회 내의 언어라는 게 본래 그다지 논리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그의 이야기 주제는 하나님의 시련이었다고 판단합니다. 그가 총리로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저 역시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민족주의적으로 민감하게 구는 건 그의 자질 문제보다도 더 큰 사회문제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식근론)에 대해 간단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일단 조선 말기는 국가 자체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던 상황이었고, 근대성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던 게 사실입니다. 약간의 개인적인 가치판단을 첨부한다면, 그런 국가는 국가로서의 존속가치가 없습니다. 이는 현재의 북조선이 국가로서의 존속가치가 없는 말과 유사합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당시의 조선은 국가를 유지할 만한 역량을 유지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즉 어떤 열강에라도 정복되기 대단히 쉬운 상황이었으며, 아마도 일본이 점령하지 않았다면 다른 열강에 의해 점령되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조선의 지배층이 너무나도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잘못을 했기 때문이며, 저는 현대 한국인들이 역사에서 이런 문제들을 배우고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역사의 가치라면 이런 데 있을 겁니다.

 

 그러나 민자영을 명성황후라고 안 불러준다고 뭐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각주:3] 갈 길이 너무 멀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식근론보다는 내가 조선의 국모다!’론 같은 게 진짜 문제입니다.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과거미화는 결국 파시즘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일제가 한반도 근대화에 도움이 된 것 자체는 절대적으로 참입니다. 일제는 조선을 단기적 착취대상인 식민지로 삼으려 한 게 아닙니다. 그들은 일본 제국 내에 한반도를 포함시킬 계획으로, 장기적인 접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을사조약 이후, 태평양전쟁 전까지 한반도 민중의 생활수준은 크게 향상됩니다. 이는 많은 데이터들에 의해 쉽게 증명됩니다. 그래도 일제가 잘못을 많이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태평양 전쟁 시기를 제외한다면 조선의 지배층들이 일제 이상으로 잘못했었다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중의 입장[각주:4]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국가의 이름이 무엇이냐, 지배층이 어떤 왕조냐가 아닙니다. 특히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관점일수록 민중 자체의 삶을 중요한 기준으로 다뤄야 합니다.

 

 국가, , 정통성, 충성... 이런 걸 중시하는 것은 대조적으로 보수주의적이며 집단주의적인 관점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것을 중시하는 민족주의는 본질적으로 보수주의적이면서 집단주의적인 극우파의 자세입니다.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민중의 삶은 국가의 정통성에 비해서는 별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각각의 행복 추구권, 개성, 인권... 이런 건 상대적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소위 진보세력이 극우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참으로 문제입니다. 이 사회엔 진짜 진보가 필요합니다.

 

 역사적 문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데는 나름대로의 역사적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1980년 무렵까지 한국 사학계는 조선 이후의 근현대사 자체를 다루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갈등 요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80년대에 들어 사학계 일부는 현대사 연구를 시도했습니다만, 전두환이 그것을 불온하다하여 막았습니다.

 

 물론 우리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냉정한 성찰 자체를 불온하게 여기는 것은 한국-일본에서 쉽게 발견 가능한, 매우 심각한 문화적 결함입니다. 이런 문화적 결함은 좌우파를 가리지 않습니다.[각주:5] 그러나 일부 성찰을 시도한 집단이 있고, 그들은 현재 한국 사회의 파벌 중에는 소위 보수에 주로 붙어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진보가 아닌 보수성찰을 더 한다는 것은 그 단어 자체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은 많은 대중에게 인식의 오류를 불러일으키기 쉽기도 합니다.

 

 사학계의 실증적 연구가 권위주의적 억압에 가로막혀 있는 사이, 그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소위 재야학계와 운동권이었습니다. 이들은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고, 적잖은 거짓말을 섞어가면서 인기를 끌게 됩니다.[각주:6] 그리고 이 영향은 실제 사학계 또는 역사교육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퍼져 나갔습니다. 진실이 감춰진 사이, 수많은 오류들이 역사교육을 지배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관의 문제이기에 현대사가 아닌, 우리가 역사를 보는 관점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민족주의자들은 역사를 논하고 가르치는 데 있어 수많은 진실을 식민사학으로 낙인찍고, 자신들의 주장과 아집을 듬뿍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에 날개를 답니다. 한편으로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유행하였던 배일호의 신토불이열풍과 줄곧 유행하던 민족주의적인 각종 문예, 드라마, 다큐멘터리.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의 성공 등이 민족의식을 강화시켜갔었습니다.

 

 이것과 연관된 수많은 문제를 단순화시켜 논하는 것은 사실 너무나도 힘든 일입니다. 이야기할 문제 자체가 너무 많은데다 자료도 충분히 정리되어 있지 않아 하나하나 찾아야 하는 것 역시 많고, 이 사회의 한 지배적인 패러다임에 대항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숙하게나마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고, 그 움직임을 주도하는 세력도 있습니다.

 

 그럼 이제 뉴라이트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별로 이미지가 좋지 못한 뉴라이트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그나마 그 집단이 민족주의 사관에 대항하고 있는 가장 메이져한 그룹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미숙함과 각종 문제에도 불구하고, 저는 뉴라이트가 이 사회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들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이것을 제가 그들을 좋아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뉴라이트는 많은 부분 87 민주화 이후 동구권의 몰락을 본 이들의 변화에 기원합니다. 이들의 주류는 대체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던 사람들입니다. 그 당시 민주화에 앞장서던 사람들 중 사회주의에 심취하던 사람들이 많았으나, 공산권의 몰락이 이들에게 진실을 깨닫게 한 것입니다.

 

 저는 이들의 태도는 그래도 진보적이라 평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라는 것은 자신이 옳다고 믿던 것을 의심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태도, 그리고 나쁜 구습을 바꿔나갈 수 있는 추진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적어도 기존 사상보다는 훨씬 쓸 만한 사상을 발견했습니다. 비록 그들이 가진 새로운 사상에 문제와 미숙함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만, 적어도 그들은 민족주의에 대항할 만한 사상을 확보하고 힘을 모으게 됩니다.

 

 뉴라이트와 민족주의 계열이 벌여온 충돌을 서술하는 것은 너무 힘들고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일이라 일단 본문에서는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또한 뉴라이트에 대한 비판은 이미 사회에 넘칠 정도라 제가 보탤 게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다만 저는 너무나도 민족주의적인 평범한사람들이 뉴라이트를 손쉽게 으로 낙인찍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야겠습니다. 그런 태도는 극우적이고 다분히 파시스틱한 태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파악하기에, 역사왜곡은 양쪽 모두에서 자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쪽 중 민족주의 계열이 압도적으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균형과 견제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역사인식 문제에 있어 아직 균형은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민족주의자들은 진짜 식민사관을 가진 것과, 조선 말기의 문제 및 무능 및 당시의 세계사적 현상 등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식민사관은 그러므로 일본은 조선을 지배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핵심입니다. 대조적으로 객관적인 사관은 당시의 조선은 이러저러한 문제가 많았고, 이러저러해서 일본에 지배당하게 되었으며 일제 당시엔 어떠어떠하였다.’라고 진실을 파악하는 데 주력합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역사란 역사적 사실에서 배울 게 있기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를 소위 사회주의적 민족주의 - 민중사관에 대한 비판으로 연장해가고 싶습니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정말 광범위한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그러기엔 이 본문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것에 대한 내용과 비판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할 것 같습니다.

 

 우선적으로 본문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민족주의적이지 않은 태도식민사관으로 이분화 시켜, 이것을 양극단의 진영 논리적 정치 갈등으로 발전시키는 일련의 흐름.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우려입니다. 물론 현재 이 사태 자체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도 적잖은 책임이 있으나, 저는 이 사태 이면에 있는 만성적인 민족주의 담론 문제를 주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1. 사실, ‘설마 그런 사람이 통과되겠느냐’ 정도로 좀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2. 사담을 첨부하자면, 지인 중 공무원 시험에 좀 뒤늦게 도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국사를 싫어하다보니 국사 과목에 많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데, 저는 민족주의자들이 의도적으로 중대한 역사적 사건들을 주요 커리큘럼에서 누락시키고 역사를 흥미로운 흐름으로 파악하지 못하게끔 만든다고 대기근과 소중화사상 등 몇몇 예시를 들어 설명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뭉뚱그려 설명하자면, 민족주의 사관은 비판적인 시각을 최대한 빼고 가능한 한 긍정적인 민족사를 ‘만들어’ 가르치려다보니 역사의 흐름을 설명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본문으로]
  3. 통상적으로는 민자영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명성황후’라고 챙겨 불러줍니다. 알수록 싫어할만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민자영을 명성황후라 부르는 게 별 문제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럴 거면 고종도 광무황제로, 흥선대원군도 헌의대원왕으로 챙겨 불러줘야 형평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본문으로]
  4. 이 말을 ‘민중사학’과 혼동할까봐 조금 우려가 됩니다. 한국에서 민중사학은 민족주의 사학의 한 계열로,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사회주의적 색채의 민족주의 사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제가 이야기하는 관점과는 적잖은 거리가 있습니다. 본문의 주제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접근을 하려면 민중사학에 대한 자세한 조명이 필요하겠으나 분량 등의 문제로 줄입니다. [본문으로]
  5. 제 개인적으로는 소위 진보좌파가 이런 문화적 결함을 더욱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는 경험적인 이야기입니다. [본문으로]
  6. 이 가장 극단적이고도 유명한 사례가 환단고기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