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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한 기회

정치 2017. 4. 21. 16:45 Posted by 해양장미

 내가 안철수를 응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모두가 공감하실 읍씨의 대안 및 그를 따르는 광신성에의 저항.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국 정당 및 정치구도 개편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안철수는 신한국-한나라-새누리당계 대 민주당계의 싸움이라는 한국 정치의 판을 바꿔줄 수 있는 인물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수세력과 북쪽과의 관계를 적대적 공존이라 여깁니다.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지만, 서로를 이용해 권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그런 관계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과 마찬가지로 민주당계도 새누리계와 적대적 공존관계입니다. 서로를 이용해 권력을 강화하고 유지하지요.

 

 이 관계 속에서 한국 시민들은 많은 걸 잃어버립니다. 뚜껑을 열고 내용을 보면 민주당계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들은 막연한 정의감은 있지만, 세상을 나아지게 할 방안은 없습니다. 낡은 그들은 또 하나의 기득권이며 너무 많은 경우에 망상을 앞세웁니다.

 

 사실 민주당계에 투표하는 사람들 중 정말 다수도 이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인정합니다.

 

 읍을 추종하는 맹목성, 그리고 그를 지탱하는 생각들은 사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시도는 소위 참여민주주의 모델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정치에 관심 있고 의식이 깨어있는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감시를 통해, 구시대적 정치인들의 나눠먹기를 타파하자는 것입니다. 읍은 그걸 강하게 실현하였고, 추앙받고 있습니다. 읍의 주위엔 그가 끌어들이고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인정한 정치인들로 가득하지요. 이런 행위와 변화들은 열광을 가져옵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변화와 열광을 파시즘이라 부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파시즘의 21세기 한국 버전이라 해야겠네요.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중 다수는 저러한 정치방식의 문제점을 설명하긴 어려워도, 직감적으로는 이해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 방식의 문제를 쉽게 설명하자면, 저 방식은 더 민주적인 것처럼 착시를 일으킬 수는 있으나 실제론 덜 민주적입니다. 저 방식에선 협약은 사라지고, 맹목적 추종은 상존하며 패권적이고 폭력적인 형태가 드러나지만, 아무도 책임은 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여민주정의 극단적인 한 예시가 옆 나라에 있습니다. 중국이요. 중국이 1당독재라지만 공산당 내에서는 제법 민주적입니다. 공산당원도 굉장히 많고요. 공산당원이 1억 명 가까이 됩니다. 그들이 당내 정치에 참여합니다. 강경한 읍 지지자들의 지향이 거기 있습니다. 읍 지지자들도 다른 정당을 인정하지 않고, 다들 읍당에서 싸우자 말하지요.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 잘 되어 봐야 중국정치 됩니다. 그래도 파시즘보단 중국식 정치가 낫긴 하지요? 도올이 괜히 중국식 정치 찬양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그보다 나은 다른 대안은 안철수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철수는 양당의 틈새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그 쐐기가 순수한 소재로 만든 것은 아닐지 몰라도, 그가 양당 기득권을 위협한다는 건 정치인들이 잘 알지요.

 

 박근혜의 몰락으로 양당의 한 축은 부서져 세를 많이 잃은 상황에서, 안철수는 반대쪽의 기득권도 깎아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가 승리하면 부서진 새누리계는 부활하기 어려워집니다. 정치판은 승자가 판돈을 가져가게 되어 있고, 부서진 쪽이 권력을 잃으면서 안철수의 권력이 늘어나는 상황이 될 테니까요.

 

 이 문제에서 자유한국당은 차라리 읍씨가 되는 쪽을 응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게, 읍씨는 적대적 공존관계를 대표하기에 읍씨가 승리하면 자유한국당은 부활할 여지가 있습니다. 5표당은 다시 자유한국당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인민당도 붕괴하여 다시 양당체제가 되면 언제고 자한당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지요. 안철수가 되면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없지만요. 관련 기사를 링크하지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1/2017042100205.html

 

 계산을 해 보면, 이번 대선에서 진짜 적폐청산을 원한다면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는 게 낫습니다. 대조적으로 읍씨의 당선은 양당제로의 회귀이자 정치의 후퇴가 될 확률이 높고요. 문제는 안철수가 이런 상황을 내세우거나 설명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데 있지요. 안철수는 모든 쪽에 손을 내밀지 못하지만, 모든 쪽에서 표를 받아야 하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니까요.

 

 나는 적대적 공존 아래 철학 없이 무능한 양당 기득권의 붕괴를 오래 전부터 원해왔습니다. 그를 위해 더 약한 쪽인 민주당계의 붕괴를 원해왔으나, 박근혜의 기적적인 활약으로 새누리계가 먼저 붕괴해버렸지요. 여기서 안철수가 이기면 오래도록 원해온 양당 기득권의 붕괴가 현실이 됩니다. 그러나 읍씨가 이기면 모처럼의 기회도 물거품이 되고, 중국식 정치나 파시즘을 마주해야 하겠습니다.

 

 대어는 물렸습니다. 낚아 올릴 수도 있지만 놓칠 수도 있습니다. 워낙 큰 고기라 낚아 올리긴 쉽지 않을 테지만, 이루어진다면 참으로 훌륭한 결과일 겁니다. 안철수라는 낚싯줄은 미덥지는 않으나 더 나은 게 없네요. 이번에 놓치면 평생 다시 잡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대선 결과까진 행복회로라도 돌려볼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