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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6.19 운명적 서사와 정치시나리오 20
  2. 2017.11.22 안철수는 서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126

운명적 서사와 정치시나리오

정치 2019. 6. 19. 23:24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JBJF3COO3ts

 



 돌아보면 김영삼 때부터 대통령은 운명적으로 되어야 할 것 같은 사람이 되어온 것 같습니다. 내가 운명론을 믿는 건 아닌데요. 우리나라 시민들이 그래 보이는 사람을 뽑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서 보면 다음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건 지금도 유시민일 거라고 생각하네요. 유시민이 대통령이 되면 그나마 서사가 나와요. 역사가 되고, 그럭저럭 문학적이 된단 말이지요. 이낙연이나 황교안이 되면, 복선이나 플롯을 앞으로 구성해가지 않으면 스토리가 재미없어져요. 호모 루덴스들은 재미없는 스토리를 자기 손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요.


 

 황교안의 본질적 문제. 이 양반이 실제로 어떤 사람이건 간에, 정치인 황교안의 스토리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참 재미가 없어요. 황교안에게 어떤 시대정신이 있나요? 아니면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운명적인 무언가라도 있나요? 애초에 그는 왜 대통령이 되려는 건지. 그저 권력욕이 있을 뿐이라면, 사람들은 찍어주지 않아요.


 

 우리 이니는 아주 대조적이에요. 적어도 그는 서사적이고 역사적인 감각만 보면 아주 뛰어난 인물이에요. 어쩌면 그런 것 밖에는 거의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 보일 정도. 그는 역사적인 운명이 자신을 선택해서 지금 자신이 하고 싶지도 않던 대통령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요. 그러니까 그렇게 막 나갈 수 있는 거고. 나는 그가 민주정치에서 등장해서는 안 될 위험한 타입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 다수는 사실 대통령이 아니라 왕을 원하는 것 같으니까. 그가 계속 인기가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대통령은 역사에 남는 인물이에요. 그런 자리에 올라가고 싶다면, 황교안은 History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등장하고 있는지, 어떤 플롯 위에 있는지, 스토리가 재미가 있는지.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플롯인지. 주인공이 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걸 생각 좀 해야 해요. 권력의 정점에 올라가는 인간은 대체로 이걸 본능적으로 알아요. 아니면 행운이 그를 추종하기도 하지요. 이 면에서 보면 그는 더 위로 올라갈 재능이 없어요. 재능이 없다고 꼭 안 되는 건 아니겠지만. 재능 없으면 노력을 몇 배로 해야지요? 지금 노력 하고 있나요?


 

 기본적인 것부터 이야기해볼까요. 황교안은 총선이나 대선 중 일단 하나는 포기하는 게 좋아요. 총선에서 이기고 그걸 발판으로 대선? 아주 자기 자신한테만 득 되고 편한 발상이지요. ‘나는 대통령 같은 거 염두에 둘 급이 아니다. 당대표로서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이 총선만큼은 내 정치생명을 걸고 잡는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나마 희망이 있을 건데요. 그는 먼저 뒤를 보잖아요. 완전히 정치초보면서. 주제 넘는 게 뻔히 보여요. 그가 언제 선출직 한 번이나 해봤나요.


 

 아니면 당을 위해 칼자루만 죽어라 휘두르고, 당 모양새 좀 잡아놓은 다음에 본격 총선레이스는 물러나서 남한테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네요. 문재인도 2016년 총선에선 어쨌든 그런 모양새로 갔었지요. 그거 꽤 효과 좋았잖아요? 그 때 문재인은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자신은 물러서는 것 같은 연출을 했어요. 내가 보기엔 참 속보이는 쇼였지만, 통했지요. 내가 보는 각도와 남들이 보는 각도가 달랐던 거니까요.



 나는 누구라도 좋으니 이 정권의 폭주를 좀 막아줬으면 좋겠어요. 지금으로서는 그럴 수 있는 입장에 가장 가까운 건 황교안이지요. 그런데 나는 황교안이 왜 정치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나도 모를 정도면 보통 사람들은 더 모르겠지요. 그럼 사리사욕 때문에 정치를 하는 걸로 보일 뿐이에요. 그래서는 실패가 예정되어있지요.


 

 정치에 크게 관심 있지 않은 사람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나 문재인 찍은 사람들한테 황교안이 다음 대선에서 어떨 거 같으냐고 물으면요. 반응이 이래요. ‘황교안이 나온데? 왜 나와? 될 리가 있어?’ 아예 출마 자체를 납득을 못 하는 거예요. 나올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요. 어찌 그냥 은근슬쩍 대표 따내고 골수지지층만 결집시켜서는 그 정도란 말이에요.

안철수는 서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 2017. 11. 22. 00:08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우클릭 후 연속재생 가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Kv_wua6kFE



 

 정치인 중 내가 지켜보면서 가장 많은 실망을 거듭한 정치인으로 안철수를 꼽겠습니다. 정말 절망적일 정도로 재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무슨 재능은 없는데 좌절해가면서도 노력으로 성장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스포츠 만화라도 보는 기분입니다.

 

 어쨌든 지금 시점에서 차기 대통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을 하나 꼽으라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안철수를 꼽겠습니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높은 인지도와 과거부터 앞으로 쭉 서사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입장이 이유라 하겠습니다.

 

 MythEpic, Saga같은 단어는 판타지 같은 어감을 꽤 가지고 있습니다만, 실제 우리가 하루하루 써가고 겪는 역사 속에서도 끊임없이 등장하고 이어집니다. 시민들은 정치인에서 서사와 신화를 보고 싶어 하며, 서사가 약한 사람은 선거에서 불리한 성적표를 받아드는 경향이 실제로 있습니다. 박근혜의 서사는 총에 육영수와 박정희를 잃고 몰락했다 다시 일어나, 한나라당을 천막당사로 구하고 뺨이 칼에 베이면서도 매 선거마다 당을 승리로 이끈 것입니다. 문재인의 서사는 노무현과 함께 변호사로 일하다 노무현을 잃고 망연자실하게 상을 치르고 정치에 뛰어들어 대선을 한 번 지고도 다시 일어나, 박근혜에 맞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젠틀하면서도 친절한 이미지로 대선까지 압승한 것이지요. 이 과정의 디테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원래 신화들은 앞뒤가 좀 안 맞거나 끼워 맞춰야 하는 게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안철수는 잠시 정계은퇴를 하던지, 어디 떠나 잠적해있는 게 나았습니다. 지선에서 서사를 이어나가기 힘든 입장이니까요. 그렇지만 안철수는 이젠 좀 우직해진 것 같습니다. 적어도 투지는 남아있는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짜증나는데 싫어하긴 힘든 스타일이라 느끼고 있습니다. 딱히 다른 기대주도 없고요.

 

 안철수가 막상 해야 하는 과제는 정말 험난합니다. 일단 박정천은 잃을지언정 호남 전반과 갈라져선 안 됩니다. 안철수는 가진 게 많지 않아요. 만약 호남과 완전 결별하면 자한당에라도 들어가야 할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엔 유승민과 손잡고 홍준표와 딜을 하긴 해야합니다. 지선에서 삼파전이 되면 안철수-유승민이고 자한당이고 공멸입니다. 이에 더해 안철수가 광역단체장으로 어딘가 직접 출마해서 이겨야 합니다. 그러려면 또 그 전에 안철수 없어도 당이 잘 돌아가게 만들어놔야겠지요.

 

 이러고 자한당이 박근혜 유죄 나오면서 친박 정리되고 안철수-유승민 세력과 어찌 합쳐지고, 안철수는 광역단체에서 이명박 서울시장 때와 같은 성과를 올리면 안철수는 아주 강한 차기대선후보가 될 겁니다. 이렇게 써놓으니까 밸런스 패치가 필요한 난이도 같긴 한데, 안철수는 지금껏 잃은 게 너무 많아서 어지간한 위업 이루지 않고는 대통령 되기 힘듭니다. 토론 나오면 마이너스인 편이라 실제 뭔가 해서 업적을 보여줘야만 성과가 됩니다.

 

 나의 판단은 이렇고, 그렇다보니 안철수를 응원할지 말지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게 어디 가능성이 얼마나 있어보여야 말이지요. 어쨌든 안철수에겐 내년 지선이 승부처입니다. 이번에 지면 뒤는 없을 가능성이 높아요. 지선 접을 거면 지금 접어야 합니다.

 

 차기 대선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게 안철수라지만 안철수의 가능성도 딱히 높은 건 아닙니다. 깜깜하고 흐린 밤하늘에 스산한 달만 보이고 가장 밝은 별도 잘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이랄까요. 그래도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고,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는 법이고, 안보여도 별은 떠있는 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