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본 블로그 유입 중 많은 비중이 고지방 저탄수 열풍에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저지방, 고탄수화물 다이어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고 그에 관련한 글을 몇 개 올려두었기에 그 글이 고지방 저탄수 하시는 분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 비추어볼 때 고지방 저탄수 방식에는 찬성하기 어려웠고, 근래에야 시간을 내서 관련 글들을 여럿 찾아보았습니다.

 

 이후 개인적으로 내린 판단은 고지방 저탄수는 내가 알고 있던 대로 위험성이 있으며, 내가 직접 시도해보거나 남들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겠다는 것입니다.

 

 나는 표준적으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적정 비율로 챙겨먹되 단순당을 가능한 배제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남들에게도 추천하려고 합니다.

 

 한편 이런저런 문서들을 보면서 강하게 인지하게 된 것은, 대다수의 사람은 확률적으로 장기적 다이어트에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실험 결과에서 다이어트 방식과는 무관하게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실험마다 그 구체적 %는 다릅니다만, 어떤 실험을 봐도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이 살이 찌는 이유는 본인이 어쩌기엔 너무나도 어려운, 유전적이거나 환경적인 요인들이고 감량 후 장기적으로 날씬한 몸을 유지할 확률은 빈자가 부자 되기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각종 다이어트 방식이 돌아가면서 유행을 타는 건, 다이어트가 장기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경우가 있듯, 장기적으로 감량에 성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 비율은 너무나도 낮고 다이어트가 얼마나 어려운건지를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살찌는 건 팔자입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만일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면, 당신은 앞으로 살아갈 날의 많은 부분을 과체중, 비만인으로 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당신이 만일 과체중, 비만을 탈출하고 날씬한 몸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당신은 빈자였던 부자만큼이나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살찜을 노력이나 의지의 문제로 폄하하기엔, 개인은 비만을 거의 극복할 수 없습니다. 통계적으로는 살이 많이 찐 사람일수록 극복확률은 낮아집니다. 사람의 유전자는 살찌는 데 특화되어있고 살빼는 덴 매우 무능합니다. 살찜에 대한 사회적 냉대는 줄어들어야 합니다. 빈자를 타박하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요.

 

 다이어트는 어쩌면 단기적 방식으로 제안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살을 빼는 건 장기적인 저체중 유지보다는 훨씬 쉬운 과제입니다. 그리고 일단 줄인 체중은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단 저탄수 고지방 다이어트는 논외라고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저탄수 고지방은 단기 체중감량에 매우 유리하지만, 그 대가가 클 확률이 있기에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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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무분별한 각종 다이어트를 섭렵하다 정석의 길로 들어오게 되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문구가 있다. ‘체근육은 늘리고, 체지방은 줄여라.’


 대부분의 (나이가 많지 않은) 한국 여성들은 문화적으로 저 문구 자체를 받아들이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울퉁불퉁할 정도의 근육은 그리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자 몸은 어지간해서는 부피 있는 근육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이젠 어느 정도는 알려지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생각보다 체근육은 늘리고, 체지방은 줄이는 목표를 이루기란 쉽지 않다. 실제 통상적인 사람 몸은 체지방과 체지방이 어느 정도 이상 같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비만인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체근육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인데, 그 이유는 늘어난 체중을 충분히 움직일 정도의 체근육은 자연스레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 체근육은 그대로 보존하거나 늘리면서 체지방만 줄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체중이 과하긴 하지만 비만 범주는 아닌, 소위 과체중의 경우는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수많은 다이어터들이 왕도를 버리고 자꾸 온갖 유행 다이어트의 길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는 위에 이야기한 것과 관계가 있다. 동시에 ‘체근육은 늘리고, 체지방을 줄여 결국 체중까지 줄이는 것.’은 정말 쉬운 게 아니다. 이게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지만, 이 경우 우리 몸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체근육을 늘리려면 보충제를 먹는 게 아닌 이상 단백질 식품을 엄청나게 먹어야 한다. 실제로 체중의 0.15%에 해당하는 무게의 단백질만 매일 먹으려 들어도 어지간해선 식단이 정말 보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단백질 위주의, 극도로 통제된 식단을 이어나간다면 체근육을 늘리는 가운데서도 체지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어지간해서는 그건 정말 쉬운 게 아니다. 잠시라면 모를까, 그런 걸 지속하기란 너무 어렵다. 그렇다고 일반인이 운동을 프로 선수들처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한 텀에 보통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물론 운동을 충분히 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이다.


1) 감량이나 체지방량 줄이기를 둘째 목표로 하고, 근력이나 근육 크기 및 지구력 등을 늘리는 걸 첫째 목표로 한다.

2) 근력이나 근육량이 감소할 위험은 좀 있지만, 체지방과 체중을 우선적으로 줄인다.


 어지간해서는 1과 2를 번갈아가면서 반복하는 가운데 최종적으로 체근육을 늘리고 체지방을 줄이는 게 수월하다. 물론 각자의 목표나 입장에 따라 1또는 2만 무한 반복할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른 대가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1번을 무한 지속할 경우 소위 전형적으로 체격이 좋은 운동한 사람 몸이 되기 쉽다. 추구하는 게 그런 몸이라면 별 문제가 없는데, 통상적인 여성 기준에선 마냥 좋게 받아들여지는 몸은 아닌 게 단점. 또한 엄청나게 먹어대야 하기 때문에 소화기가 충분히 튼튼하지 않은 경우 탈이 난다거나, 원하는 체중에 비해 너무 나가게 된다거나 할 수가 있다.


 2번을 지속할 경우 소위 아이돌 몸매에 가장 근접해지기 쉽다. 슬림하면서도 발달된 근육이 체지방까지 적어 도드라져 보이기 알맞은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문제는 근력이나 근육량 자체가 일정한 한계를 가지기 쉽고, 체지방도 너무 줄어들 위험이 있다. 또한 지속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던 운동이 몸에 적응이 되어버린 상태에서는 똑같이 운동을 해도 몸은 점점 더 운동효율이 높아진다. 즉 똑같이 운동해도 운동 시 연소하는 칼로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실 운동은 충분히 하는 데 먹을 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면 몸은 그것을 비상사태로 받아들인다. 어지간해서는 너무 지속하지 않는 게 좋다.


 실제론 보통 계절이나 상황에 따라 1번과 2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몸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나만 지속할 거라면 당연히 1번이 낫다. 운동을 많이 한 근육질 과체중이 어지간한 정상체중보다 훨씬 건강하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여성들의 미적 감각에 그리 잘 부합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다이어트를 처음 시작하는 경우라면 보통은 1번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 운동 수행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상태라면 1번같이 해도 살이 잘 빠진다. 초고도비만을 고도비만 수준으로 만드는 건 정말 쉽고, 고도비만을 비만으로 만드는 것도 쉽다. 그리고 비만을 과체중 정도로 만드는 것도 그나마 쉽다. 위에 말한 문제는 그러고 난 다음의 이야기이다. 이미 전체적인 운동 신경과 근절이 발달하여 충분한 운동 수행 능력을 갖춰야 2번이 쉬워진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운동이나 식이는 결국 각자의 목표에 맞춰야 한다. 1과 2로 나눈 것은 편의에 가까운 것으로, 각자의 목표와 시즌에 맞춰 기간을 나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운동과 식이의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급적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더 해 나갈 계획이다.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진다는 사람들을 위하여

운동 2013. 6. 8. 14:53 Posted by 해양장미

 개인적으로도 살을 못 빼서 고생하는 비만인들을 몇 알고 있다. 사실 감량이라는 게 쉬운 건 아니라서 방법을 알아도 실패하는 경우가 흔한 거라, 방법을 모르면 정말 안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본인 스스로 살이 많이 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살을 빼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한다. 다만 그 노력이 요령이 없거나 잘못된 방식이거나, 노력 자체가 너무 부족해서 결국 살을 빼기에는 부족할 뿐이다. 본문에서는 왜 운동을 해도 살이 안 빠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적으로 꼭 이야기해야 할 게 있는데, 원래 적당히 운동으로 살을 빼려 해도 살은 잘 안 빠진다. 이게 뭔 소리냐 할 지 모르지만 정확히 대사량만을 소모시키는 걸 보면 그렇다. 운동을 어지간히 해도 몸이 태우는 에너지는 그리 많지가 않다. 인체는 비만으로 고생하는 현대인에게는 화딱지가 날 만큼 과도하게 효율이 좋은 운동 장치다. 인간이 개발한 어떤 기관도 에너지 대비 효율이라는 면에서는 인체의 효율성을 따라올 수 없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순수하게 강도 낮은 유산소운동을 통해 감량하려는 건 좀 바보짓이라는 거다. 예를 들어 ‘살을 빼기 위해 걸었다.’라고 한다면 그건 별 의미가 없다. 걸어봐야 살 안 빠진다. 물론 걷는 건 건강에 좋다. 양 다리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건강을 위해 좀 걸어야 한다. 그러나 살을 빼기 위해선 걷는 건 거의 무의미하다. 어지간히 걸어도 체근육이 적은 여성의 경우 오렌지주스 한 컵의 칼로리도 소모하기 힘들다. 특히 일정 이하 속도로 걷거나 런닝머신에서 걸으면 정말 살 빼는 데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 보기엔 살을 못 빼는 사람도 걷는 건 잘 한다. 오히려 살을 빼야겠다는 의지 덕인지 평균보다 잘 걷는 사람도 많이 봤다. 문제는 어지간히 걸어봐야 살이 안 빠진다는 데 있다. 걸어서 살 쉽게 뺄 수 있으면 세상에 과체중은 있어도 고도비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이어트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그렇지만 운동으로 살을 뺄 수 없냐 하면 그건 당연히 아니다. 내 말은 걷기 같은 순수한 유산소운동으로 칼로리를 태우는 식으로는 살이 안 빠진다는 거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적당한 속도로 걷는 건 워밍업 또는 움직임이지 진짜 ‘운동’이 아니다. 운동은 무산소계를 사용해 근손실이 일어나거나, 유산소의 경우 심박수가 일정 이상 올라가야 운동으로의 가치가 있다.

 

 그런데 왜 강도가 낮은 유산소운동이 체지방을 태워서 다이어트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이는 아마도 스포츠 의학을 잘못 해석한 결과인 것 같다. 실제 낮은 강도의 운동이 20~30분 이상 지속될 경우, 인체는 체지방을 직접 태워 에너지로 보급하는 경향이 있다. 강도가 높은 운동을 할 때나, 운동시간이 짧을 경우 체지방을 직접 태우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에 충분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 우선 체지방에 들어있는 칼로리부터 보자. 체지방 1Kg가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품고 있을 것 같은가? 무려 7200kcal다. 그에 비해 체지방을 태우는 운동이 직접 소모하는 칼로리는 얼마 안 된다. 제법 빨리 걸어봐야 1시간 내내 걸어서 300Kcal쯤 쓴다. 천천히 걸으면 훨씬 덜 쓴다. 쉽게 이야기해 그냥 저강도 유산소운동으로도 칼로리 태우는 효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닌데, 매우 미약하다. 그냥 걸어서 체지방을 태우는 거라면, 단순계산으로는 빨리 24시간 내내 걸어야 체지방 1킬로 빠진다. 혹시 24시간 힘들게 걷고 1킬로 빼서 만족하실 분?


 더구나 유산소운동으로 살을 빼겠다면서 안 먹고 운동하고, 운동하고 나서도 제대로 안 먹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운동을 하면 지방만 타는 게 아니다. 체근육도 탄다. 특히 안 먹고 운동하면 체근육이 더 잘 타버린다. 그런데 운동하고 나서도 제대로 단백질 등을 안 먹으면 소모된 체근육이 제대로 복구되지도 않는다.


 근육은 지방보다 10~20% 무겁기 때문에 체근육을 없애버리면 일단 감량이 빠르긴 하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잘못된 사진처럼 그렇게 엄청난 무게대비 부피차가 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당연히 중장기적으로는 체근육이 없어지면 살이 더 찐다. 체근육은 기초대사량(=기본 숨쉬기 운동)에만 관여하는 게 아니고, 몸을 움직이는 모든 동작에 관여를 한다. 복리의 마법처럼 체근육을 늘려나가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면 살이 잘 빠지는 몸이 된다.


 또 하나 정말 중요한 것. 체지방을 직접 태워봐야 별다를 것도 없다. 체지방은 어차피 저장 창고고, 만약 몸에 잉여에너지가 충분하다면 우리 몸은 거의 쓴 체지방만큼 동일하게 도로 채워 넣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기대보다 우리의 에너지 저장 효율은 정말 뛰어나다. (그렇기에 순수한 열량부족으로 한국에서 굶어 죽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 면에서 중요한 건 운동을 해서 쓴 에너지의 총량이지, 에너지원으로 혈당을 썼건 글리코겐을 썼건 체지방을 썼건 결과적으로 별 차이는 없다.


 물론 체지방을 에너지로 가져오는 작업이나 체지방을 채워 넣는 과정 또한 에너지가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어차피 우리 몸은 허구한 날 체지방을 부수고 다시 채워 넣는다. 이 글을 보는 당신 몸의 군살들은 반년 전 그 때 그 세포가 아니다. 우리 몸은 뇌세포 같은 일부를 제외하면 낡은 세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운동을 해서 살을 뺄 수 있을까?


 운동이 취미여서 대회에 나가고 싶다거나, 특별히 연예인급 몸짱이 되고 싶거나 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일반인 기준으로 살 좀 빼고 싶다 정도라면 이야기는 훨씬 간단해진다. 시간보다는 운동 강도가 중요하다. 위에 이야기했듯 강도 낮은 운동만을 지속해 봐야 그 효과는 미미한 반면, 몸에 부담을 줄 정도의 강도 높은 운동은 좀 다른 효과를 낸다.


 이것은 몸의 프로그래밍이나 각종 특성들과 관련이 있다. 좀 딴소리 같지만 우리 몸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우리 조상들이 과거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 동안 살아온 방식을 생각해 보자.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아프리카 초원 한가운데 갑자기 홀로 떨어졌다 치자. 가진 거라곤 아주 기본적인 도구 (나이프, 물통 등) 뿐이다. 그럴 때 다음의 사진과 같은 친구들을 사냥해 먹을 수 있을까? 현대인이?






 답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다. 물론 저런 영양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더운 지역에서의 오래달리기라면 어떠한 동물보다도 뛰어나다. 체모가 거의 없는 데다 전신에 땀샘이 발달하고, 물통을 들고 달릴 수도 있어서 달리면서도 물을 마실 수 있다. 게다가 머리가 좋아서 시야에서 놓치더라도 어디로 도망쳤는지 발자국 등을 보고 추론할 수 있고, 유사시 대단히 집요해질 수 있다.


 힘들더라도 인간이 집요하게 물을 마시면서 계속 추격하면 저런 생물들은 잡힐 수밖에 없다. 어떤 대형동물도 사람만큼 효율적으로 열을 몸 밖으로 빼내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달리고 또 달려서, 마지막에 저런 사냥감이 지친 것 같을 때 스퍼트를 하고 (인간의 몸은 스퍼트를 위해 달리다보면 글리코겐을 아끼면서 체지방을 사용한다. 그래서 사람 몸은 스퍼트가 가능한 것이다. 체내 글리코겐을 다 쓰려면 마라톤수준의 장시간-고강도 운동이 필요하다.) 나무 깎아 만든 창을 던져서 사냥감을 잡았다 치자.


 그런데 저런 녀석들, 무거우면 체중이 200kg도 넘는다. 이 정도는 혼자 못 드니 여러 명이 나눠 들어야 한다. 이번엔 그 정도까진 아니라도 70kg짜리 중형 영양을 잡았다 치자. 그럼 어찌해야할까? 당연히 들고 머나먼 집으로 가야한다. 근데 사람 몸은 상당히 지쳤어도, 일단 잡은 사냥감 피라도 좀 빼 먹고 좀 쉬면 다시 사냥감을 들 수 있는 힘이 난다.


 여기서 또 언급해야 할 문제. 사람 몸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엔 적당한 무게만 들어도 정말 힘들다. 이것은 우리 몸이 엄청나게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우리 몸은 어지간해선 항상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소모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서 들어야 할 물체의 무게가 20kg다 싶으면 무의식중에 20kg를 들 수 있는 만큼의 근섬유만 사용해서 물체를 들려고 한다. 더 무거운 물체면 그 무거운 물체에 필요한 만큼 맞춘다.


 그런데 20kg짜리만 맨날 들다 보면 20kg를 들 수 있는 근섬유 외엔 잠들어서 결국 20kg 이상은 들기 힘들어진다. 물론 잠들었을 뿐이다. 무거운 걸 들려고 잠시만 노력하면 금방 깨어나 정상 크기로 성장한다. 사냥의 계절이 와 사냥에 성공했는데 무거워서 못 들고 가는 불상사는 없어야 하니까.


 그럼 여기까지 설명한 이런 것들이 뭘 의미하는 걸까?


 인간의 몸은 본래 ‘잘 먹을 수’ 있는 상태에서는 ‘고강도의’ 운동이 익숙하다는 거다. 성공적인 사냥감은 정말 무겁다. 죽어라 몇 시간이고 뛰어서 사냥감 잡으면 그런 걸 들고 정말 정말 오래 걸어서 집에 가야 한다. 우리 DNA는 저런 걸 지속적으로 해낼 수 있는 DNA에서 별로 많이 변한 게 아니다. 우리도 좀만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오히려 가급적 안하려니 문제다.


 그렇다면 ‘강도 높은’ 운동이 없을 때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위에 말한 거랑 반대다. ‘뛸 일도, 무거운 걸 들 일도 없다’ 는 건 옛 조상님들 기준에선 ‘먹을 게 없다.’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럴 때 우리 몸은 정말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고 (대사량을 낮추고 체근육을 줄이고), 비축하는 (체지방을 늘리는) 식으로 변해버린다. 특히 운동 강도가 낮은 상황에서 제대로 안 먹으면 이건 더하다. 정말로 먹을 게 없는 비상상황으로 우리 몸이 인식해버리기 쉽다.


 천천히 걷는 건 물리학적으로는 운동이지만 우리 몸 기준에서는 운동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천천히 걷는 건 위의 기준에서 ‘사냥감 탐색’ 정도지 ‘사냥’은 아니다. 물론 열매 채집 등을 위해 거의 안 뛰고 걷기만 할 수도 있지만, 이럴 때라도 좀 경사가 있어서 근육과 심폐에 부하가 있거나 (등산) 성공적인 채집을 했다면 무게가 좀 있거나 해야 한다. 평지를 좀 걷기만 했는데 드는 게 없으면, 우리 몸은 이걸 ‘망했다. 사냥이고 채집이고 다 허탕이다.’ 정도로 인식하기 딱 알맞다. 그나마 제때 잘, 조금씩 챙겨 먹으면 ‘그래도 쌓아놓은 식량이 충분한 것 같음’ 이라고 우리 몸이 위안을 삼을 수 있지만, 제대로 제 때 안 챙겨먹거나 영양가 부족한 칼로리만 먹으면 ‘정말 망했다.’ 라고 비상 신호를 내리기에 적합한 상태가 된다.


 우리 몸은 사냥감과 열매가 충분하다고 느낄 때는 투자를 한다. 더 잘 달릴 수 있게 심폐 능력을 키우고, 근육에 부하가 있어 손상이 있으면 더 크게 키우고, 무거운 걸 들어서 잠들어 있던 근섬유가 자극받았을 경우 깨어나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이럴 땐 굳이 에너지를 체지방으로 열심히 저장해야 할 필요성도 없다. 그러나 먹을 게 없다고 판단한다면 이 반대다.


 두개의 심장같은 심폐 능력이건 힘세고 오래가는 근육이건 사냥감이나 열매가 없다면 괜한 잉여노동력일 뿐이다. 고객님들이 죄다 망해서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도 사줄 데가 없으면 일 잘하는 노동자도 해고할 수밖에 없듯, 우리 몸도 근육이고 심폐능력이고 먹을 게 없다 싶으면 대폭 정리해버린다. 그리고는 위기에 대비한 비상금 (체지방) 을 쌓기 시작한다.


 쉽게 이야기해 우리 몸이 ‘운동을 했다’고 인식하려면 좀 심장 박동수도 올라가고, 숨도 가쁘고, 근육도 뻐근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 뛰고 무거운 걸 들어야 한다는 거다. 걷기 운동이 우리 사회에서 장려되는 건 노년층을 위한 거지, 뛰어도 멀쩡한 젊은이들을 위한 게 아니다.


 의외로 시간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잠시 동안만 질주를 하고 무거운 걸 들어도 우리 몸은 ‘사냥을 했거나, 최소한 사냥감이 있다.’ 라고 느낀다. 이러고 나서 양질의 음식을 제 때, 조금만 먹어줘도 우리 몸은 ‘사냥 성공’ 이라고 만족스러워한다.


 실제로 운동을 한 후 ‘그 다음날 피곤하지 않으면’ 그건 제대로 운동한 게 아니다. (이미 운동능력이 동네 대회라도 나갈 수준이 아닌 이상) 제대로 운동하면 그 다음날 막 힘들고 정상이 아니어야 그게 정상이다. 특히 살이 쪘거나, 운동에 충분히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무조건 그래야한다. 안그러면 운동한 게 아니다.


 유산소운동 중 연소되는 칼로리는 위에 이야기했듯 반쯤 무시해도 무방하다. 중요한 건 강도가 있는 운동이 만들어내는 부수적인 효과에 있다. 우리 몸이 ‘이제 투자해야지 = 몸을 만들어야겠다.’라고 느끼면, 우리 몸은 열심히 아미노산을 단백질 블럭으로 합성해서 근육을 늘리고 심폐 지구력을 향상시키기 시작한다. 필요없다고 판단된 체지방은 줄이기도 한다. (위에 이야기했듯 유산소로 체지방 좀 태워봐야 사람 몸은 도로 채워 넣는다. 체지방이 필요 없다고 몸이 인정해야 그제야 진짜로 줄어드는 게 체지방이다.) 이 과정에서 저절로 칼로리 소모가 늘어나는데, 이를 추가 소모 칼로리라고 애프터번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과정은 몸에 당연히 부담을 준다. 체조직이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날 안 힘들게 강도가 낮은 유산소운동을 해봐야 당연히 살이 잘 안 빠진다. (이러고 잘 안 먹으면 당연히 체중은 줄어들지만, 체근육도 같이 많이 빠진다 보면 된다.) 그러니까 운동 해도 살 안빠진다고 불평할 거 없다. 물론 운동을 해도 과식하면 몸에 들어오는 칼로리가 너무 많아서 살이 안 빠지기도 하고, 제 때 안 먹으면 위에 이야기한 원리로 살이 안 빠지는 것도 맞다.


 추가 참고. 일조량 및 비타민 D도 살이 찌는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 몸은 햇빛을 받으면 비타민 D를 합성하는데, 이 비타민 D는 몸에 여러 가지 이로운 작용을 한다. 그런데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골다공증이나 충치 위험이 높아지고, 살이 잘 찌며 자연분만도 어려워진다 한다. 살과의 연관은 비타민 D가 지용성 비타민이라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체내 프로그램 문제도 있지 않을까 추정한다. 사람 기준에서 햇빛을 못 본다는 건 악천후라는 거고, 식량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알맞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실내운동 위주로만 할 경우 살이 빠지는 효율이 낮을 수 있다. 특히 런닝머신은 최악이다. 살 빼고 싶으면 런닝머신은 비오는 날이나 너무 더울 때, 너무 추울 때에만 한정해서 하길 권장한다. 햇빛도 못 받는데다 바닥이 움직이는 거라 운동 정말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