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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23 국정원에 의해 민주주의는 얼마나 훼손되었는가? 4

우선 지난번에 쓴 글



 난 처음에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 하는 걸 보고 국정원 직원이 대단한 여론조작이라도 했나 했었다. 그런데 실제 올렸던 글을 보니 정말 별 거 아니었다. 내보기엔 그냥 반공글 , 박근혜 지지글 좀 올려놓은 정도.


 그것이 현행법상 불법은 맞는데, 나는 국정원은 사실 국가보안을 위한 특수조직이기에 현행법보다 특정한 경우에는 상위에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이번 사안이 그 범주에 들어가는가는 의문인 점이 있긴 하지만, 그리 크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 법률은 딱 법전에 적혀있는 대로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오히려 법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민주주의적이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실제 국회를 통해 법을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된다.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국정원 직원에게 문재인 및 민주당 지지층이 가한 공격은 분명 과도했다. 물론 신고를 하고 대응을 했어야 했던 건 맞는데, 공지영ㆍ조국 등이 국정원 직원의 주소 및 신상정보까지 밝히면서 부당한 수위의 공격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심증이 있더라도, 과하게 강경한 태도로 그러한 것을 정치 쟁점화 시킨 것은 결국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한 행위였다. 민주당 지지층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와서 객관적인 시각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국정원을 민주당이 적대하는 건 결코 제 3자에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내에 빨갱이가 있다는 심증은 대단히 광범위한 사람에게 퍼져 있다.


 이후 경찰 발표는 분명 경찰이 선거에 개입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경찰 발표가 아예 거짓발표라 하기는 어려웠다는 데 있다. - 의도적으로 진실을 숨긴 편파발언 정도라 보는 게 맞을 거다. - 아직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비방글을 썼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 어차피 그런 글은 올리더라도 오유에서 그런 글을 가만히 둘 리도 없고. - 또한 의도적인 윗선 개입이 얼마나 있었는지도 알기 어렵다. 실제 수사도 되고 있고.


 정치가 현실이라는 점을 놓고 볼 때, 애초에 이런 것을 선거에서 쟁점화 시킨 것부터가 어리석은 행위였다. 선거판이 깔끔해야 한다는 건 윤리적 당위이지만, 아무리 규제를 하더라도 100% 깔끔한 선거가 진행된다는 건 어렵다. 본 사건에서, 처음부터 민주당의 대응은 문제를 만들 공산이 컸고 그 결과 또한 그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였다. 조용히 신고하고 침착하게 대응하고 발표했다면 문재인이 잃을 건 없고, 박근혜만 잃을 게 생기는 게 당시 상황이었다. 그러나 판을 너무 키우면 문재인이 손해보게 되어있다.


 이후 수사가 지지부진한건 현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애초에 불법이기는 하나, 국정원 직원이 올린 글이 별것 아니었기에 (이 면만 감안한다면) 국정원 측에 큰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경찰 또한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캐내는 게 (이런 사건의 경우) 쉽지 않고, 오히려 이후 검찰 등 각 기관들의 권력게임이 되어버린 상황이 되어 혼란에 빠져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할일이 워낙 많은데다, 이런 골치 아픈 일에 섣불리 접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성격으로 보여 스무스하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거다.


 그런데 이 사건을 핫이슈로 만들려는 세력이 있다. 그 의도가 무엇일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모두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결국 새누리당이 NLL으로 대응하고 문재인이 녹취록을 공개하자고 맞대응하면서, 정국은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한국 정국은 이게 아니라도 복잡하고 난해하다. 미국의 출구전략 문제, 에너지 위기, 외국인 금융 (공)매도, 4.1 후속대책 문제, 에너지 문제 등등 실제 민생에 관련된 사안이 훨씬 많고 이것이 위와 같은 핫이슈 같은 것들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게 내 사견이다.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을 비방하는 식의 대선개입을 했다는 건 심증만 있었을 뿐, 아직까지도 물증이 없다. 다만 경찰은 숟가락 하나 얹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또한 정권의 정당함을 흔들 만한 정도는 못 된다. 박근혜가 저지른 일이라 볼 근거도 없기에 박근혜가 사과할 일도 아니다. 사과할 사람이 있다면 이명박인데, 이명박이 이제 와 사과해서 무엇이 남겠는가. 윤리적으로야 하면 좋겠지만. 옛날 김대업 사건에 대한 책임도 딱히 진 사람이 없었고.


 다만 감정적으로, 국민들이 이 사건을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느끼기는 충분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정적인 국정을 위해 어떻게든 국민감정을 잘 추스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민주주의가 아직 훼손되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 불법적인 일들이 벌어졌지만, 그것은 언제나 항상 있는 일이고 중대하지 않은 범죄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