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소감
추천 브금
바빠서 벤투 취임 이후 국대 축구팀 경기 못 보다가 최근 3경기만 봤습니다. 아시안컵 중국전, 바레인전, 카타르전.
나에게 벤투는 무능해보이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그는 포르투갈식 축구를 하는 걸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대대로 좋은 사이드 자원이 나왔다는 점에서 포르투갈식 축구가 아주 안 맞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잘 맞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전통적으로 지능적인 플레이에 강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일반적인 강점을 축구 선수들도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신체능력이나 테크니컬한 면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선수들이 밀리는 건 당연한 겁니다. 우리가 가진 강점은 그런 게 아닙니다.
그래서 외국인 감독을 쓸 때 나오기 쉬운 문제가 있습니다. 벤투는 무능해보이지는 않지만 벤투의 상식과 우리나라 축구의 상식 사이엔 좀 차이가 있고, 국가대표 토너먼트같은 조건에서 그러한 어긋남은 좋은 결과를 내는 데는 꽤 방해요소라 보는 게 옳겠습니다.
벤투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하기에는 우리나라 선수 자원이 부족합니다. 벤투가 원하는 플레이에 잘 어울리는 선수가 얼마 없어서 그렇습니다. 다만 벤투호 승률이나 성적이 좋았던 건 우리나라 선수들이 육성되는 스타일이 기존과 좀 달라져서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선수 인선은 당연히 마음에 안 들었지만 축구 하려는 스타일이 그러니까 그런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카타르전의 패배는 불운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봅니다. 전력은 비슷했고, 우리는 상대를 제압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 컨디셔닝이 좋지 않았는데, 현 대표팀의 의료 체계에는 큰 문제가 있고 이는 벤투 체제보다는 축협이 많은 욕을 먹어야 마땅한 문제입니다.
다만 앞날은 결정해야합니다. 벤투는 우리나라에 어울리는 감독은 아닙니다. 좋은 성적을 원했다면, 처음부터 벤투를 뽑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만약 처음부터 벤투에게 기대한 게 우리나라 축구 스타일 변화였다면 벤투에게 쭉 맡기는 게 옳다고 봅니다.
나에게 결정권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벤투를 감독으로 부르지 않았을 겁니다. 어떤 욕을 먹더라도 한국인 감독으로 갔을 거고요. 그렇지만 그렇게 가지 않았기 때문에, 벤투에게 원한 게 무엇이었고 벤투가 감독이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볼 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