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치(短)

지방마다 다른 최저임금이라면

해양장미 2025. 4. 26. 12:02

 

 우리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께서 최저임금을 지자체가 +-30%할 수 있게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이 경우 어떻게 되는지 간단히 살펴봅시다. 일단 편의상 기준 최저시급을 만원으로 하겠습니다. 이러면 어떤 곳은 최저시급이 13000원이 되고, 어떤 곳은 7000원이 됩니다. 최대 2배 가까운 차이가 나게 됩니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는 아주 많은 직군이 최저임금을 받기 때문에, 저 제도가 실행되는 순간 근무지역에 따라 임금이 거의 2배 차이나게 되는 겁니다. 일단 이것 자체로 정상이 아닌데요.

 

 광역단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차등화시킬 수 있다 전제한다면, 내가 거주하는 인천광역시는 서울특별시 및 경기도와 접경합니다. 그래서 전철로 한정거장 이동했는데 한쪽은 최저임금이 13000원이고 한쪽은 7000원인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게 이준석의 이번 공약입니다.

 

 만일 인천의 최저임금이 7000원이고 경기도의 최저임금이 13000원이 될 경우, 고용계약을 경기 접경의 인천에서 한 후 실제 근로는 조금 이동시켜서 부천이나 김포에서 시켜도 됩니다. 그러면 13000원에 써야 할 사람 7000원에 부려먹을 수 있지요. 일자리가 충분하다면야 그런 식의 근로계약을 아무도 안 하겠지만, 일자리 없으면 그런 일자리에도 사람들이 지원합니다. 화이트컬러 일자리는 아무리 열악하더라도 언제나 지원하는 사람이 있는 게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파견근로 같은 각종 간접고용 문제까지 엮어서 보자면 답도 없는 상황 나올게 뻔하고요. 이준석이 실 산업현장의 노동이나 고용 같은 문제에 대해 진지하고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 문제와 정치 문제로 접근하면 이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일단 지자체가 차등임금을 결정하게 될 경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은 최저임금이 오를거고, 범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은 최저임금이 내려갈 확률이 높다고 추정합니다. 이 경우 수도권과 호남권은 최저임금이 오르고 영남권은 최저임금이 내려간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런 변화는 영남권의 청년인구유출을 가속화시키게 됩니다. 더 나아가 고부가가치 산업이 수도권에 더 몰리게 되고, 가장 단순하고 열악한 형태의 산업과 노동이 영남권에 몰리거나 남아있게 될 확률도 높습니다.

 

 특정 사업이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높을수록 최저임금제에서는 영향을 덜 받습니다.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을 국내에서 저렴하게 아웃소싱할 수 있게 되고, 귀찮은 부분을 간접고용으로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지요. 수도권 고부가가치 산업군을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예전에는 외국에 맡겨야 했던 부분을 영남에 맡기면 되는 겁니다. 싸게 쓸 사람이야 최저임금 낮은 지역에서 근로계약서 쓰게 한 다음에 간접고용하면 되는거고, 어쩔 수 없이 3D한 일부분은 영남에 공장짓고 싸게싸게 외노자 돌리면 되는 거지요.

 

 그리고 애초에 우리나라처럼 중앙집권 역사가 길고, 지자체가 다 미쳐돌아가는 나라에서 지자체 권한을 크게 늘려주겠다는 건 대체 무슨 발상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이준석 뒤통수라도 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만, 이 정도로 개혁신당 및 이준석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는 않을 겁니다. 어차피 기적이 일어나서 만약 이번에 이준석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런 정신나간 공약을 끝까지 밀어붙이지는 못할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