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 김연아 - 사담

운동 2014. 2. 21. 04:37 Posted by 해양장미




1) 김연아는 마지막까지, 마지막에 어울리는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이젠 더 이상 김연아의 경기를 볼 수 없다니, 사실 그것만으로도 아쉽다. 김연아는 기적적인 선수였고, 모든 제약과 부정을 깨부숴왔던 만큼 이런 마지막은 참 씁쓸하기도 하다.


2) 결과에 대해서는 일단은 넘어가자. 이런 걸로 전쟁을 할 수는 없으니까. 김연아가 하자고 그런다면 또 모르지만. 하긴 축구로 전쟁을 한 나라도 있는데, 피겨라고 못 할 건 없을지도 몰라. 역사에 길이 남을 정신 나간 경기였다. 러시아인이 아닌 세상의 모든 피겨 팬은 오늘 평정심을 잃고 수명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정도면 편파판정이 아니고 그냥 조작.


3) 이런 게 소련의 방식이고 수준이다. 기름 없었으면 벌써 쪽박을 차도 여러 번 찼을 족속. 오늘의 이 일을 영원히 잊지 않고, 평생 염두에 둘 것이다. 저열한 족속이 본성을 드러낼 때 그것을 잘 기억해둬야 하는 법이다. 통일하면 인접국이잖아. 


4) 평창을 기대한다.


5) 향후 김연아가 뭘 하던간에, 어지간해서는 지지를 보낼 생각.

대한민국 VS 브라질 A매치 (2013.10.12 상암)

운동 2013. 10. 13. 07:35 Posted by 해양장미

 웬만하면 프로 스포츠 이야기는 본 블로그에서 잘 안하려 하지만, 워낙 파격적인 졸전을 본 후라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스타팅 멤버 보자마자 든 생각이 ‘지려고 작정했나?’ ‘구자철 심장 터지겠다.’정도.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스타팅이었는데, 나는 홍명보 감독의 역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방식대로 하는 게 준비기간이 짧은 토너먼트에서는 꼭 나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동원

   김보경   구자철   이청용

           한국영 기성용

김진수  김영권 홍정호  이용

               정성룡


 이 구성의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한국영과 기성용이 둘 다 다이나미즘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커버 범위가 넓지 않고,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경향이 낮다. 이렇게 되면 구자철이 더 많이 내려왔다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본래의 공격적인 재능을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홍명보는 수비 출신이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라인을 내리고 선수비 후공격을 하는 방식의 축구를 선호한다. 저 구성으로 브라질을 어떻게 상대할까 싶었는데, 역시나 라인 자체가 매우 낮았다.


 라인을 낮춘 상태에서 피지컬로 부비면 브라질은 꽤 난감해지긴 한다. 신체조건에서는 기성용을 앞세운 한국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브라질 또한 조가 브라질 대표팀 원톱이라기엔 실력이 모자란 편이고, 네이마르와 헐크 양 윙어는 보기보단 낮은 수비라인을 상대로 곧잘 어려움을 겪는 타입이다. 알베스 또한 공간이 없을 때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다만 이렇게 되면 한국도 공격하기가 어렵다. 구자철은 생각이 많아지면 전혀 제 실력을 못 내는 타입인데, 이번 경기에서는 수비를 너무 신경 써서인지 혼자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인지 본래 실력의 반도 못 냈다. 지동원에게도 짐은 너무 무거웠고, 공격을 할 때의 한국 선수들은 거의 항상 상대보다 소수였다.


 이런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최대한 실점하지 않는 것이다. 선제골을 넣으면 더 좋지만, 일단 실점하고 나면 워낙 무게중심을 후방에 잡아놓은 상태라 방법이 별로 없다. 나는 브라질이 우리가 웅크려야 할 정도로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브라질은 조건에 따라 자신들보다 더 강한 상대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 팀이지만, (예 :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의 승리) 백 포를 제외한다면 아직 과거의 강하던 브라질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네이마르는 고평가를 받고 있지만, 나는 네이마르가 아구에로나 디마리아보다 못한 선수라 생각한다.


 김보경과 이청용이 하드워커로 제 역할을 잘 해준 덕에 전반은 어느 정도 원하는 대로 되어갔다. 단 실점 전까지만, 전반 막판에 득점이 된 네이마르의 프리킥은 잘 차기도 했는데, 수비벽이 제대로 뜨질 않았다. 벽 쪽으로 왔기에 정성룡은 막기 힘들었고, 이로 인해 거의 승부가 기울어버렸다.


 내가 홍명보의 축구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저렇게 할 경우 선실점을 했을 때 대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점을 한 팀은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데, 저 구성은 제대로 앞으로 나가려면 2명은 교체를 해야 한다. 그나마도 빨리 핵심적인 변화를 주었다면 조금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오히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를 먼저 한 쪽은 브라질이었다. 스콜라리는 전반에 활약이 미미했던 헐크를 빼고, 중앙에서 상당한 다이나미즘을 가져갈 수 있는 하미레스를 투입함으로 유명감독의 자세를 보여줬다.


 미드필드의 역동성이 부족한 한국은 포워드쪽만 죽어라 뛰어다녔고, 반격을 위해 수비라인을 올리자마자 오프사이드 트랩이 깨지면서 오스카에게 추가 실점을 했다. 이는 매우 무능한 실점 장면이었는데, 수비라인을 올릴 때 절대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다. 그러고 한국 선수들은 두 점차에 한동안 멘붕을 해버렸다. 실제로 이 시점에서 거의 승부 끝.


 홍명보는 여전히 승부를 거는 게 늦었고, 그나마 교체도 지동원을 이근호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지동원은 고립되어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그나마 키가 큰 브라질 센터백 둘을 상대로 어느 정도 제공권이라도 확보할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포기. 이근호는 전혀 센터포워드 기질이 없기에 홍명보는 아예 톱을 뺀 것이었고, 이는 좋은 선택이 되기 어려웠다. 브라질의 두 볼란테는 그 둘만으로도 역동성 없는 한국의 미들을 충분히 장악할 수 있었고, 하미레스는 중앙을 지원할 필요 없이 헐크가 뛰던 위치에서 뛰어다녔다. 하미레스의 기동성으로 인해 네이마르는 보다 더 쉽게 활동할 수 있게 되었고, 반격이 필요한 한국은 브라질이 공격할 때마다 위험한 모습을 연출하였다.


 그 다음 홍명보의 선택은 구자철을 빼고 손흥민을 투입한 것이었는데, 이것은 더더욱 최악의 선택이었다. 구자철이 이 경기에서 못한 이유는 커버범위가 너무 넓고, 머릿속이 복잡한데다 제 때 그를 도와줄 사람이 달려오지 않았던 탓이 크다. 그는 충분히 자유로울 때, 스스로의 판단과 감으로 마음껏 공격을 펼쳐나갈 수 있을 때 제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다. 그런데 그를 빼고 개인 공격 외엔 거의 할 줄 아는 게 없는 손흥민을 넣자 한국의 미들은 그대로 더 얇아졌고, 이근호는 구자철의 롤을 어느 정도 대신해야 하게 되었으며 그나마 손흥민의 공격은 브라질에 통할만한 속성의 것이 아니었다. 그처럼 개인기를 앞세운 공격은 브라질 선수들에겐 너무 익숙하다. 손흥민이 개인 능력으로 상대하기에 아직 단테와 루이스, 그리고 알베스는 좀 버겁기도 하다.


 구자철이 빠지고 이청용과 김보경의 체력이 바닥나면서 한국은 점점 더 심하게 밀렸다. 네이마르와 하미레스는 한국 수비 요원들이 충분한 커버 없이 잡을 수 있는 스피드가 아니고, 포워드가 수비를 도와주기 어렵게 되면서 처참하게 밀렸다. 골 자체는 나오지 않았지만 홍명보는 대응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했고, 흐름을 전혀 바꾸지도 못했다. 차라리 흐름을 바꾸려 노력하다가 한두 골 더 먹히는 게 낫지,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지는 건 가장 처참한 패배다.


 이후 뒤늦게 고요한과 윤일록을 투입한 것도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저 둘은 스피드가 좋은 플레이어지만, 알베스와 마르셀로가 원래 스피드가 좋은 풀백인데다 브라질은 전혀 수비라인을 올릴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었다. 또 둘을 도와줄 만한 성격을 가진 선수도, 세밀한 공격 전술도 없었다. 손흥민은 아직 그다지 동료를 이용할 줄 모르고, 이근호는 구성과 위치로 인해 본래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하드워커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추가골을 먹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아무것도 못해보고 졌다는 점에서 이 패배는 최악이다. 대중들은 두 골 차밖에 안 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클럽 감독이 이런 식으로 몇 경기 하면 아마 서포터들이 프론트로 쳐들어 갈 거다. 게다가 이번 경기는 상암인데... 상암에서 이리 심한 대표팀 졸전을 본 게 얼마만인지.


 이 경기보다는 2010년 월드컵 본선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4로 졌던 경기가 더 잘했다. 그땐 그래도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만회골도 넣었고, 허정무가 잘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런 식으로 몇 경기 하면 한 경기는 이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같이 하면 10경기해도 10경기 다 진다. 거의 슈팅 한번 제대로 못 한 것 같은데, 멤버가 비슷했던 작년 올림픽 때보다도 못했다.


 또한 기성용이 굳이 나와야했는지도 의문. 기성용이 대체 불가능한 자원도 아니고, 그의 죄가 대표팀을 생각한다면 그리 가볍지도 않은데 그는 너무 쉽게 복귀했다. 최강희가 너무 대인배지. 네이마르 첫골도 기성용이 점프 제대로 안한 데로 날아가서 먹혔고.


 이제 월드컵 본선까지는 1년도 안 남았다. 그 때까지 이 난감한 팀이 조직력을 좀 갖추는 게 가능할지, 나는 그다지 기대를 걸기 어렵다. K리그는 강하지만 대표팀은 약하다. 그 이유는 한국에 좋은 선수가 없어서가 아니다. 내년 여름이 되면 또 한 번 마법에 걸린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축구에 관심을 갖고, 거리에 모여서 붉은 옷을 입고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긴 할 거다. 그런데 우리가 내년에 한국 경기를 3경기 이상 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좀 회의적이다.



저강도(유산소)운동의 필요성

운동 2013. 9. 28. 01:29 Posted by 해양장미

 개인적으로 흔히 말하는 유산소운동, 즉 저강도의 운동을 하라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평소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라고 권장하는 편이다. 운동 강도의 중요함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포스트, ‘어떻게 운동할 것인가?’ 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그러나 저강도운동이 유용성이 없는 건 아니다. 몇 가지 면에서 저강도운동은 실제로 필요하고 챙겨서 해주면 좋다. 다만 내가 고강도운동을 강조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너무 저강도로 운동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저강도의 고반복 운동은 기본적으로 운동량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재미가 없는 편이다. 때때로 과도한 반복과 긴 시간으로 인해 관절이나 인대, 체근육 등에 악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실행 후의 문제다. 예를 들어서 과체중인 사람이 매일 2시간씩 걸어 다닌다면 분명히 그 행동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다만 우선적인 문제는 그걸 성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누구도 의미 없이 매일 2시간씩 걷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실제로 사람 몸이 휴식과 고강도 운동이라는 두 극단적인 형태의 운동만을 하도록 만들어져있지는 않다. 물론 운동 강도는 중요하다. 아무리 강조를 해도 모자라다. 특히 한국 여성들은 문화적으로 고강도운동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니까 한국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꾸준한 운동에 쉽게 실패한다. 실제로는 강하게 운동을 해야 안 지겹고 재미있고 성과도 좋은 법이다.


 그런데 강한 운동은 반드시 몸에 부담을 준다. 이 부담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은 더 강해지고 건강해지며 군살이 빠지고 탄력이 생기지만, 동시에 부상 위험과 통증, 피로를 동반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 통증과 피로는 좀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회복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저강도운동이 필요해진다.


 운동을 조금이라도 해 보신 분이라면 근육통이 심한 날 산책을 했더니 오히려 근육통이 더 잘 풀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소위 능동적 회복에 해당한다. 잠을 잘 때와 쉴 때, 그리고 저강도로 움직일 때 몸의 회복 매커니즘은 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신경계의 피로를 회복시키는 데는 잠이 최고다. 그렇지만 근육의 회복만 놓고 보면 좀 움직이는 게 나을 때도 있다. 그 편이 혈액순환이 더 잘 되고, 피로 물질을 더 잘 처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저강도운동을 통한 능동적 회복은 고강도운동 후의 회복 외에도 다양한 컨디션 조절에 유용하다.


 이런 능동적 회복은 운동 직후의 쿨다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해 정리운동의 개념이다. 본운동 후 정리운동으로 저강도운동과 동적 스트레칭을 하게 되면 피로 물질이 더 빨리 사라지고, 근육통이 덜하며 유연성에도 도움이 된다. 사람 몸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더욱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흔히 말하는 ‘다이어트-즉 감량’자체에 저강도 고반복 운동이 어느 정도 유용한 것은 사실이다. 고강도의 운동은 실제 할 수 있는 양이 심히 한정되어있는 반면, 저강도의 운동은 더 오랜 시간 반복할 수 있고 그만큼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저강도 운동을 장시간 반복할 경우 근육이 소실되고 관절 등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지난 포스트 ‘대단히 어려운 목표’를 우선 참조하시길 바란다. 


 전형적인 다이어터의 경우, 체근육이 일부 감소하더라도 체중을 줄이는 게 우선시되곤 한다. 이 경우엔 고강도운동을 통해 체근육의 손실을 ‘줄이고’, 체형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추가적인 저강도운동으로 칼로리소모를 최대화시켜 체중을 비교적 빠르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포스트에서 말했듯 이런 방식이 계속 지속될 경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고강도운동과 저강도운동 각각의 기능을 잘 이해하고, 둘 모두를 각자의 목표에 맞춰 잘 활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체로는 저강도운동은 고강도운동을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게 좋다. 순수한 저강도운동은 대단히 비효율적이며 결과가 좋지 못하다. 물론 그마저도 안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다만 저강도운동의 기준은 각자 다르다. 둘이 똑같이 운동하는데 한 사람은 지쳐서 힘들어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워밍업 같이 느끼곤 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프로 수준의 선수들이라도 도핑을 하는 게 아닌 이상 절대 매일 힘들게 운동하지는 않는다. 다만 일반인이 보기엔 프로 선수들의 몸 푸는 운동이 힘든 운동으로 보일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약쟁이는 자연인이 소화 불가능한 운동 프로그램도 소화할 수 있긴 하다. 대신 큰 대가를 지불하긴 하지만.


 아, 그리고 쿨다운이나 능동적 회복은 사실 남자들에게 더 필요하다. 운동 후 근육통은 남자들이 평균적으로 더 심하다. 여자들은 근지구력이 약한 대신 회복력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근육이 뭉치고 경직되는 것 또한 남자들이 더 심하므로 스트레칭도 더 필요하다. 그러니까 여자들은 남자들보단 평소엔 더 고강도 운동에 집중해도 된다. 



다이어트 및 운동과 음주와의 상관관계

운동 2013. 9. 21. 17:31 Posted by 해양장미

 음주가 위와 간 등에 나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술에 관대한 나라고, 술로 인해 벌어지는 사고와 문제도 참으로 많다. 너무나도 흔한 알콜의존증은[각주:1] 정말 많은 사회문제를 만들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술이 몸에서 즉각적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그것이 다이어트나 운동 등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혹자는 술이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문제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올바른 정답이라 하긴 어렵다. 물론 알콜은 1g당 7kcal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긴 하다. 그런데 알콜은 사람 몸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니다.[각주:2] 굳이 말하자면 ‘빨리 없애버리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독성 에너지에 해당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사람이 살이 찌는 건 술이 아니라 안주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술은 사람의 몸에 어떤 영향을 줄까? 술을 마실 때 안주를 안 먹으면 살이 안찔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술은 다이어트에 최악이다. 또한 운동과는 아예 궁합 자체가 맞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차라리 그 날은 운동을 안 하는 게 낫다. 운동하고 마시는 술은 최악이고, 술을 진탕 마셨다면 며칠간 강도 높은 운동을 안 하는 게 차라리 낫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알콜을 ‘독’으로 인지한다. 물론 맹독은 아니지만, 알콜을 너무 많이 먹으면 죽는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술을 마시면 알콜은 바로 빠르게 흡수되고, 간은 거의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알콜 분해에 매달리게 된다. 알콜을 빨리 분해하지 못하면 죽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술을 마시면 간은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간이 얼마나 중요한 기관인지, 무슨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간은 우리 몸에서 뇌와 함께 가장 큰 장기이고, 그 크기만큼 중요하다. 간은 우리 몸의 영양 물질과 화학 작용의 정말 많은 부분을 관장한다. 그렇기에 알콜 때문에 간이 다른 일을 못하게 되면, 우리 몸의 전체적인 화학적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다. 물론 알콜은 간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 우리 몸이 받는 데미지는 더 크다.


 그럼 이 광범위한 데미지 중에 다이어트와 운동에 밀접한 쪽만 뽑아서 이야기해보자.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문제는 단백질 대사문제다. 우리 몸의 단백질은 사실 알고 보면 다 간이 만든 거다. 간은 정상 상태에서는 다량의 아미노산을 저장하고 있고, 매 순간 다양한 아미노산 블럭을 이용해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우리 몸은 원래 계속 낡은 세포가 죽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단백질이 필요하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 이 대사과정이 제대로 작동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새로운 근육을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합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근육이 줄어들게 된다. 운동을 하고 술을 마시면 더 나쁘다는 것도 그래서이다. 운동을 제대로 하면 반드시 근육 손실이 일어나는데, 운동을 하고 나서 술을 마시면 운동 중 손실된 근육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는다. 술을 많이 마시고 나면 당분간 격한 운동을 삼가라는 것도 같은 이유다. 체질에 따라, 그리고 마신 술의 양에 따라 알콜은 꽤 오랫동안 몸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알콜은 장내에서의 아미노산 흡수까지 방해한다.


 물론 다이어트 문제에서 알콜의 폐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원래 우리 몸은 격한 운동을 할 때를 제외하면 항상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콜을 분해하는 중간에 대사과정이 꼬여버린다. 지방을 쪼개서 에너지로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이걸 못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레 분해되어야 할 체지방이 분해되지 않으니 당연히 살이 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알콜을 분해하는 도중에 나오는 효소는 체지방 합성까지 촉진한다. 추가로 알콜을 다 분해하고 나면 약간의 중성지방까지 나온다.


 게다가 알콜을 분해하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 몸은 그 과정에 가장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포도당을 중점적으로 소모해버린다. 그러니까 술을 마시면 우리는 허기를 쉽게 느낀다. 그것도 탄수화물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쉽다. 저혈당이 쉽게 오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다 보면 살이 찐다. 게다가 술을 마셔서 살이 찌면 그냥 찌는 게 아니고, 팔다리가 가늘고 배가 나온 ET체형으로 찐다. 체근육이 줄어들어서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체지방은 잘 쌓이는데 간이 지쳐 멀리 보낼 기운까지 없다 보니 배에 쌓아놓기 쉬운 것이다.


 술은 적어도 몸에는 장점이라고는 거의 없다. 아무리 소량을 마시더라도 심혈관계를 제외하면 무조건적인 악영향이 있다. 몸에 좋다고 하는 와인이건 막걸리건 긍정적인 작용보다는 부작용이 비교할 수 없이 더 크다. 거의 모든 경우에 ‘약주’또한 ‘약’이 라기보다는 ‘독’이다. 프렌치 패러독스도 실제론 와인으로 인한 게 아니다.


 물론 인생사에 술이 장점을 가지는 여러 순간들이 있다. 양질의 주류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술의 문제점을 바르게 아는 것은 중요하다. 술은 보편적인 인식에 비해 몸에 아주 많이 나쁘다. 그러니 특히 절대 남에게 술을 강권하지 말자.



  1. 알콜의존증은 곧 알콜중독을 의미한다. 사람은 대단히 쉽게 알콜에 중독될 수 있고, 한국의 알콜 중독자 숫자는 180만 명에 이른다. [본문으로]
  2. 알콜의 최종 산물이 우리 몸에서 에너지로 쓰이지 않는 건 아니다. 다 해독하고 나면 에너지원이 되긴 하는데, 처리 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힘들어서 문제다. [본문으로]

 몸을 위한 마켓에서는 ‘여성을 위한’, 또는 ‘남자에게 정말 좋다.’ 같은 식의 마케팅이 넘쳐난다. 안타깝게도 이런 말들은 사실 대체로 충분한 근거를 가진 말은 아니지만, 좀 더 매력적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본성을 자극하기엔 충분하다.






 여자 운동으로 요가는 한국에서 나름대로의 메이져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무식해보이지도 않고, 몸매 좋은 여성 모델이 요가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기도 하다. 또한 요가는 같은 자세로 오래 있는 경우가 많은 현대인의 근육 피로에 좋다. 다만 문제는 요가의 운동 특성을 무시하는 광고 또는 인식이 많다는 것이다.


 요가의 운동 특성은 주로 정적 스트레칭 및 등척성운동에 해당한다. 정적 스트레칭은 수축되어있는 근육들을 강제로 잡아당기는 운동에 해당되는 것이다. 실제로 적색근(지근)은 가만히 두면 점점 짧아지면서 수축되고 통증을 일으키는 특성이 있다.[각주:1] 그래서 이런 것들을 정적 스트레칭으로 당겨서 늘려주면 좋다. 물론 정적 스트레칭은 유연성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사실 유연성은 성인이 된 후엔 좀처럼 잘 늘어나지는 않는다.[각주:2]


 등척성운동은 근육의 길이가 변하지 않는 근력운동을 뜻한다. 자세를 유지하는 운동인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근육에 힘은 들어가지만, 동적이지는 않다. 등척성운동의 장점은 관절의 부담이 적다는 데 있다. 움직이기 힘든 사람을 위한 재활치료 같은 데도 많이 쓴다. 다만 당연하리만큼 일반적인 등장성운동 (움직이는 운동) 에 비해서는 근육이 성장하지 않는다. 등척성운동에서 강화되는 근육은 각 동작마다 비교적 작은 부위라 할 수 있다. 또한 운동 중 혈압이 크게 오른다는 단점도 있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안 하는 게 좋다.


 요가는 좋은 운동이다. 그러나 요가의 운동 효과는 다분히 제한적이다. 무엇보다도 살이 찐 여성의 다이어트에 요가는 정말 별로 좋은 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혈압문제로 위험할 수도 있다. 원래 운동은 각각의 운동마다 그 장점이 다르다. 각자의 목적에 맞는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애초에 그 출발을 보면 요가는 여자를 위한 운동이 아니다. 요가는 인도 남자들이 하던 운동이고, 굳이 보자면 남자에게 더 좋은 운동일 수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지고 근육이 더 뭉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여자가 요가에 더 접근하기 쉬운 건 평균적으로 더 유연하고 뭉치는 근육량이 적기 때문인데, 사실 그런 만큼 대다수의 여성에게 더 필요한 운동은 요가보다는 동적인 근력운동이다.


 대외 이미지 다 빼고 원리상으로만 보면 평균적인 여자에게 제일 좋은 운동은 쇳덩이 휘두르는 거다. 그것도 가능한 한 부상 입지 않을 한도 내에서 제일 무거운 걸로 휘두르는 게 좋다. 그 이유 중 일부는 지난 포스트 ‘어떻게 운동할 것인가?’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물론 몸매 관리에 요가가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살이 이미 쪄 있는 상황이라면 요가의 그 효과는 아무래도 미약하다. 아예 안하는 것보다야 당연히 낫지만 원리상 살이 잘 빠지는 운동과는 거리가 좀 있다. 요가만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단 이미 정상적인 체중을 가진 여성이 몸매를 더 다듬고 싶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괜히 더 마르겠다고 안 먹지 말고, 요가 같은 좋은 운동을 하는 게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이미 정상체중인데 운동도 안 하고 식사 제대로 안 하면 몸 제대로 망가진다.


 또 반드시 첨언해야 할 말이 있다. 요가 같은 정적 스트레칭은 다른 운동을 하기 직전에 하면 좋지 않다. 또한 운동을 안 한 상태에서 갑자기 시작해도 별로 좋지 않다. 정적 스트레칭은 근육을 일반적인 가동범위 이상으로 잡아 늘리는 행위다. 이 경우 과도하게 수축되어있던 근육이 당겨지면서 개운한 느낌이 들 수는 있지만, 근육의 수축 능력은 일시적으로[각주:3] 떨어진다. 즉 잠시 운동능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요가는 다른 운동을 하기 전의 워밍업으로 결코 적당하지 않다. 오히려 요가를 하려면 다른 방식으로 워밍업을 먼저 해주는 게 좋다. 요가는 다른 운동과 배합한다면 정리운동으로 그 가치가 있다. 워밍업으로 좋은 운동은 동적인 스트레칭이다. 움직이면서 자연적인 가동범위 안에서 스트레칭을 해주는 걸 의미한다. 예를 들면 학창시절에 하던 국민체조나 청소년체조같은 것. 특히 청소년체조는 동작이 좀 우스워보일지는 모르지만, 아주 잘 만든 동적 스트레칭 프로그램이다.


 대조적으로 워밍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정적 스트레칭은 부상위험도 높고, 다른 운동 전에 우선적으로 하면 워밍업도 안 되고 유연성 향상효과도 생각보다 없다. 애초에 사람은 움직이게 되어 있는, 그것도 대단히 활동성이 높은 동물이다. 우리는 식물이 아니다. 운동이란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고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적은 정적 스트레칭은 보조적이거나 특수한 상황을 위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보조적인 운동이라는 게 폄하의 의미는 아니다. 동적 운동기능을 높이려면 정적 스트레칭도 챙겨 해주는 게 좋다. 특히 엘리트 수준의 체육인일수록 정적 스트레칭을 챙겨 한다. 본 운동 뒤의 정적 스트레칭은 근육 피로와 부상의 위험을 줄이고 혈류를 개선하며 관절과 근육의 가동범위를 넓힌다.


 한편으로 한국에선 운동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부족하기 때문에, 본 운동 전에 정적 스트레칭을 하거나 무리하게 정적 스트레칭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두 무식한 짓,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특히 성인이 된 후의 무리한 정적 스트레칭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잘못하면 큰 부상을 입는다. 타력에 의해 정상적인 관절 가동범위를 무리하게 넘는 것은 서브미션 피해지 운동이 아니다.



  1. 반대로 폭발적인 근력을 내는 백색근(속근)은 가만히 두면 점점 늘어나면서 사라져버리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근력을 쓰는 운동을 챙기지 않으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먼저, 더 크게 근력이 줄어든다. [본문으로]
  2. 유연성과 운동신경은 타고나는 게 가장 크고, 발달도 성장기에 주로 일어난다. 성인이 된 후엔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 무리하게 유연성을 늘리려는 시도는 종종 위험할 수 있다. [본문으로]
  3. 시간적으로는 대략 30분 이상 수축능력이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오기 때문에,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준비운동 시간을 충분히 잡고 정적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당일의 컨디셔닝에 활용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식이에 대해서는 본 블로그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 이번에는 운동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우선 운동을 할 때는 자신의 목표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바디빌더 스타일의 운동은 최대한 근육 크기(근매스)를 크게 하려는 게 주목적이다. 그래서 사실 이런 방식은 슬림한 근육이나 마른 몸을 추구하는 대다수의 여성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


 의외로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근육 크기와 근력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물론 근력과 근육 크기가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상관관계는 대략 30~50%정도는 어긋날 수 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서이다.


1) 폭발적인 근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근섬유 내의 아주 가는 근절인데, 실제 근육 부피를 크게 차지하는 것은 근절을 둘러싸고 있는 근형질이다. 근절이 근형질보다 발달한 근육을 속근(백근)이라 부르며, 이 근육은 낼 수 있는 힘에 비해 가늘다. 상대적으로 근절보다 근형질이 발달한 근육은 지근(적근, 자세유지근)이라 부르며 크기가 크지만 상대적으로 폭발적인 힘은 약하다. 대신 근형질이 발달하면 상대적으로 근지구력 등이 좋아진다.


2) 실제 근력을 사용할 때는 하나의 근육만 고립되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은 수의 근육이 연계되어 움직이게 된다. 여기엔 근육과 근육을 있는 근막과 힘줄의 발달 및 소프트웨어 역할을 하는 신경계의 발달이 중요하다. 근막이나 힘줄, 신경계의 발달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힘에는 큰 역할을 하지만 겉보기엔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는다.


3) 실제 근력을 사용할 때는 2번에서 설명한 것처럼 여러 근육이 사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뼈와 근육이 붙은 위치에 따라 힘이 달라진다. 이것은 일종의 지렛대의 원리와 같다. 즉 근육이나 근막, 신경 등의 힘이 동일하더라도 뼈와 근육이 붙은 각도가 다르면 낼 수 있는 힘은 달라진다. 이런 이유로 실제 근력 등과는 무관하게 특정 동작에서 낼 수 있는 힘이 유독 센 사람도 있다. 물론 그 반대도 있고.



 이 외에도 복잡한 여러 이유들 때문에 근육 크기와 근력은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각자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입장에 따라선 근육이 무조건 큰 게 유리한 경우도 있다. 바디빌더거나, 종목에 따라 무제한급으로 대회에 나간다거나 등등이 그렇다. 그러나 근육 크기는 작고 근력은 센 게 유리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체급 경기라거나 체중이 가벼운 게 유리한 종목이라거나 할 때, 또는 대부분의 다이어트를 추구하는 여성들의 경우가 그렇다.


 많은 여성들이 탄력 있는 몸을 원하지만, 그렇다고 근육 크기를 너무 키우고 싶지는 않아한다. 그런데 이따금 원하는 것과는 달리 최대한 근육이 커지는 방식으로 운동하는 여성들이 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젊은 여성이 일정 이상 근육이 커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굳이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이 아닌 쪽으로 힘들게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이런 불상사가 생기는 이유는 대부분의 상업적 웨이트 트레이닝 방식이 바디빌더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웨이트를 하라는 권장사항과 실제 여성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웨이트 사이엔 꽤 폭이 넓은 강이 흐르는 셈이다. 그런데 정말로 웨이트 머신으로 적당히 무거운 무게 깔짝깔짝 여러 번 하면 쓸데없이 근육만 커지기 쉽다. 그건 근육 크기를 키우려는 사람들의 방식이다.


 애초에 운동 머신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재활 치료. 다른 하나는 바디빌드다. 이 두 가지 목적이 아니라면 머신을 할 이유는 없다. 머신은 일종의 제한된 운동방향을 가지는데, 이게 인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는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웨이트 기기만 그런 게 아니고 헬스장에 있는 트레드밀(런닝머신)이나 자전거 머신 등도 마찬가지다. 실제 뛰는 거나 실제 자전거를 타는 것과는 꽤 다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운동해야할까? 만약 목적이 최소 근육 크기에 최대 힘이라면 이 답은 간단하다. ‘머신 없이 최대 강도.’ 예를 들면 딱 한 번 들고 더는 못들 수준의 바벨을 들거나 하는 게 가장 힘만 많이 세지고 근육 크기는 덜 굵어진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운동을 하면 주 근육이 커지기보다는 연동되는 근육이 많이 사용됨으로 인해 잔근육이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근력은 모든 운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근력이 없으면 효율적인 운동을 할 수 없다. 또한 근력의 감퇴는 인간의 노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편으로 한국에서는 체력을 검증할 때 지구력 위주로 테스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근력의 중요함을 무시한 결과다.


 또한 강한 근력을 가지는 것은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근력 강화를 위해서는 보다 강한 힘을 내는 게 필요한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몸은 그에 맞춰서 적응한다. 그리고 이런 적응은 기본적인 근육의 에너지 소모량을 높인다. 모세혈관이나 미토콘드리아 등이 더 발달하고, 언제든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낼 수 있도록 대기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지으려면 소위 유산소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해야 할 것 같다. 운동을 흔히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으로 나누지만, 사실 이 분류는 정확하지 않다. 흔히 근력운동으로 분류되는 고강도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도 숨이 차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또한 보통 달리기는 유산소라 하지만, 100M 달리기 선수들을 보면 상당히 근육이 발달된 몸이다. 결국 실제로는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이라는 이분법은 옳지 못하다. 즉 운동은 고강도냐 저강도냐, 아니면 지속 시간이 어떠하냐에 의해 분류하는 게 더 정확하다.


 흔히 유산소운동이라 부르는 강도가 낮고 오래 지속되는 운동이 신체에서 소모하는 에너지나 사용하는 근육, 그 외의 각종 매커니즘은 고강도 운동과는 꽤 다르다. 사람 몸은 상당히 다양한 형태로 몸 속에 에너지를 저장하는데, 운동 형태에 따라 꺼내 쓰는 에너지가 다르다.


 저강도의 지속적인 운동이 다이어트용으로 각광을 받았던 것은 운동 시 체지방을 가져다 쓰는 매커니즘 때문이다. 체지방은 몸 입장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 방식이지만, 막상 고강도로 운동을 할 때는 가져다 쓰기가 어렵다. 포도당 같은 탄수화물이 바로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유형인 반면, 지방은 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에너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방을 에너지로 쓰는 데는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 쉽게 비유하자면 체지방은 열량은 높지만 불이 잘 붙지 않는 연료와도 같다.


 반대로 저강도 운동이 이어지면 사람 몸은 체지방을 직접 연료로 쓰기 시작한다. 에너지 공급이 약간 느려도 무방하고, 고강도 운동에 비해 다른 기관에서 쓰는 산소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물론 몸에 저장할 수 있는 탄수화물 양은 지방에 비해 훨씬 제한적이다. 에너지 소모가 많다면 몸은 체지방을 바로 꺼내 쓸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알려진 대로 살을 빼려면 저강도 운동을 오래 해야 하는 걸까? 물론 그게 아니니까 이렇게 글을 쓰는 거다.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장시간 운동이 이어지면 몸은 체지방만 가져다 쓰는 게 아니다. 체근육도 가져다 분해해서 쓰기 시작한다. 쉽게 말해 운동하면서 체지방을 본격적으로 태울 때 쯤 되면, 우리 몸은 이미 체내 탄수화물 고갈을 걱정하여 지방이건 근육이건 가릴 것 없이 태워버리려는 단계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위에 말했듯 체지방을 바로 가져다 쓰는 건 쉬운 게 아니다보니 근육도 같이 가져다쓴다.


 사람 몸은 어떤 순간에든 포도당과 글리코겐을 남기고 강한 근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유지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 사냥감을 추격한 후 따라붙으면 그 다음 창을 힘껏 던지고, 격투를 하고, 그걸 어떻게든 들고 와야 하는 긴 세월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근손실을 막거나 줄이려면 한 번에 너무 길게 운동하지 말고, 길게 운동한다면 운동 전후는 물론 운동 중에도 충분한 에너지 공급을 해줘야 한다. 물론 운동 후의 휴식도 중요하다. 근육이 회복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 체지방은 어떻게 줄이는 게 바람직할지 궁금해할 분들도 있을 거라 본다. 그런데 사실 이건 그리 어렵지 않다. 체지방은 숨쉬기 운동만 해도 분해된다. 분해 자체가 힘들다보니 전력 질주를 할 때보다는 가만히 있을 때 잘 분해되는 게 체지방이다. 다만 우리 몸이 이것을 도로 채워 넣을 뿐이다.


 만약 고강도 운동을 해서 우리가 몸 안의 탄수화물을 고갈시키고 체근육에 자극을 받고 손상이 있다면, 우리 몸은 이 고갈된 탄수화물을 채우고 근육을 복구하고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쉽게 말해 에너지와 단백질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체지방은 결국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운동 후 몸이 이것을 충분히 가져다 쓰면 저절로 체지방은 줄어든다. 음식 섭취를 같이 잘 조절할 필요가 있다. 방법은 본 블로그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요점을 정리해보려 한다. 이 글은 바디빌드를 원하는 사람보다는 일반인이나 각종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을 위해 작성되었다. 또한 그 중에서도 운동으로 다이어트 좀 제대로 해보려는 여성들을 위해 신경 쓴 것이 많다. 그러니까 단도직입적로 이야기해서, 살을 빼려는 여성에게 가장 어울리는 운동은 (무리하지 않는 가운데)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운동이다. 그게 가장 시간도 덜 걸리고 몸도 안 우락부락해지고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난 힘든 운동은 싫어!’ 라고 거부부터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을 안다. 그러나 사실 그게 가장 힘들고 멀리 돌아가는 길이다. 예를 들어 공부할 때를 생각해보자. 잠깐이라도 제대로 공부하는 게 남는 게 있지, 건성으로 한참 들여다본다고 학력이 신장되는 게 아니다. 운동도 다이어트도 사실 그거랑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무분별한 각종 다이어트를 섭렵하다 정석의 길로 들어오게 되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문구가 있다. ‘체근육은 늘리고, 체지방은 줄여라.’


 대부분의 (나이가 많지 않은) 한국 여성들은 문화적으로 저 문구 자체를 받아들이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울퉁불퉁할 정도의 근육은 그리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자 몸은 어지간해서는 부피 있는 근육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이젠 어느 정도는 알려지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생각보다 체근육은 늘리고, 체지방은 줄이는 목표를 이루기란 쉽지 않다. 실제 통상적인 사람 몸은 체지방과 체지방이 어느 정도 이상 같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비만인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체근육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인데, 그 이유는 늘어난 체중을 충분히 움직일 정도의 체근육은 자연스레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 체근육은 그대로 보존하거나 늘리면서 체지방만 줄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체중이 과하긴 하지만 비만 범주는 아닌, 소위 과체중의 경우는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수많은 다이어터들이 왕도를 버리고 자꾸 온갖 유행 다이어트의 길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는 위에 이야기한 것과 관계가 있다. 동시에 ‘체근육은 늘리고, 체지방을 줄여 결국 체중까지 줄이는 것.’은 정말 쉬운 게 아니다. 이게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지만, 이 경우 우리 몸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체근육을 늘리려면 보충제를 먹는 게 아닌 이상 단백질 식품을 엄청나게 먹어야 한다. 실제로 체중의 0.15%에 해당하는 무게의 단백질만 매일 먹으려 들어도 어지간해선 식단이 정말 보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단백질 위주의, 극도로 통제된 식단을 이어나간다면 체근육을 늘리는 가운데서도 체지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어지간해서는 그건 정말 쉬운 게 아니다. 잠시라면 모를까, 그런 걸 지속하기란 너무 어렵다. 그렇다고 일반인이 운동을 프로 선수들처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한 텀에 보통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물론 운동을 충분히 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이다.


1) 감량이나 체지방량 줄이기를 둘째 목표로 하고, 근력이나 근육 크기 및 지구력 등을 늘리는 걸 첫째 목표로 한다.

2) 근력이나 근육량이 감소할 위험은 좀 있지만, 체지방과 체중을 우선적으로 줄인다.


 어지간해서는 1과 2를 번갈아가면서 반복하는 가운데 최종적으로 체근육을 늘리고 체지방을 줄이는 게 수월하다. 물론 각자의 목표나 입장에 따라 1또는 2만 무한 반복할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른 대가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1번을 무한 지속할 경우 소위 전형적으로 체격이 좋은 운동한 사람 몸이 되기 쉽다. 추구하는 게 그런 몸이라면 별 문제가 없는데, 통상적인 여성 기준에선 마냥 좋게 받아들여지는 몸은 아닌 게 단점. 또한 엄청나게 먹어대야 하기 때문에 소화기가 충분히 튼튼하지 않은 경우 탈이 난다거나, 원하는 체중에 비해 너무 나가게 된다거나 할 수가 있다.


 2번을 지속할 경우 소위 아이돌 몸매에 가장 근접해지기 쉽다. 슬림하면서도 발달된 근육이 체지방까지 적어 도드라져 보이기 알맞은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문제는 근력이나 근육량 자체가 일정한 한계를 가지기 쉽고, 체지방도 너무 줄어들 위험이 있다. 또한 지속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던 운동이 몸에 적응이 되어버린 상태에서는 똑같이 운동을 해도 몸은 점점 더 운동효율이 높아진다. 즉 똑같이 운동해도 운동 시 연소하는 칼로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실 운동은 충분히 하는 데 먹을 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면 몸은 그것을 비상사태로 받아들인다. 어지간해서는 너무 지속하지 않는 게 좋다.


 실제론 보통 계절이나 상황에 따라 1번과 2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몸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나만 지속할 거라면 당연히 1번이 낫다. 운동을 많이 한 근육질 과체중이 어지간한 정상체중보다 훨씬 건강하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여성들의 미적 감각에 그리 잘 부합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다이어트를 처음 시작하는 경우라면 보통은 1번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 운동 수행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상태라면 1번같이 해도 살이 잘 빠진다. 초고도비만을 고도비만 수준으로 만드는 건 정말 쉽고, 고도비만을 비만으로 만드는 것도 쉽다. 그리고 비만을 과체중 정도로 만드는 것도 그나마 쉽다. 위에 말한 문제는 그러고 난 다음의 이야기이다. 이미 전체적인 운동 신경과 근절이 발달하여 충분한 운동 수행 능력을 갖춰야 2번이 쉬워진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운동이나 식이는 결국 각자의 목표에 맞춰야 한다. 1과 2로 나눈 것은 편의에 가까운 것으로, 각자의 목표와 시즌에 맞춰 기간을 나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운동과 식이의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급적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더 해 나갈 계획이다.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진다는 사람들을 위하여

운동 2013. 6. 8. 14:53 Posted by 해양장미

 개인적으로도 살을 못 빼서 고생하는 비만인들을 몇 알고 있다. 사실 감량이라는 게 쉬운 건 아니라서 방법을 알아도 실패하는 경우가 흔한 거라, 방법을 모르면 정말 안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본인 스스로 살이 많이 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살을 빼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한다. 다만 그 노력이 요령이 없거나 잘못된 방식이거나, 노력 자체가 너무 부족해서 결국 살을 빼기에는 부족할 뿐이다. 본문에서는 왜 운동을 해도 살이 안 빠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적으로 꼭 이야기해야 할 게 있는데, 원래 적당히 운동으로 살을 빼려 해도 살은 잘 안 빠진다. 이게 뭔 소리냐 할 지 모르지만 정확히 대사량만을 소모시키는 걸 보면 그렇다. 운동을 어지간히 해도 몸이 태우는 에너지는 그리 많지가 않다. 인체는 비만으로 고생하는 현대인에게는 화딱지가 날 만큼 과도하게 효율이 좋은 운동 장치다. 인간이 개발한 어떤 기관도 에너지 대비 효율이라는 면에서는 인체의 효율성을 따라올 수 없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순수하게 강도 낮은 유산소운동을 통해 감량하려는 건 좀 바보짓이라는 거다. 예를 들어 ‘살을 빼기 위해 걸었다.’라고 한다면 그건 별 의미가 없다. 걸어봐야 살 안 빠진다. 물론 걷는 건 건강에 좋다. 양 다리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건강을 위해 좀 걸어야 한다. 그러나 살을 빼기 위해선 걷는 건 거의 무의미하다. 어지간히 걸어도 체근육이 적은 여성의 경우 오렌지주스 한 컵의 칼로리도 소모하기 힘들다. 특히 일정 이하 속도로 걷거나 런닝머신에서 걸으면 정말 살 빼는 데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 보기엔 살을 못 빼는 사람도 걷는 건 잘 한다. 오히려 살을 빼야겠다는 의지 덕인지 평균보다 잘 걷는 사람도 많이 봤다. 문제는 어지간히 걸어봐야 살이 안 빠진다는 데 있다. 걸어서 살 쉽게 뺄 수 있으면 세상에 과체중은 있어도 고도비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이어트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그렇지만 운동으로 살을 뺄 수 없냐 하면 그건 당연히 아니다. 내 말은 걷기 같은 순수한 유산소운동으로 칼로리를 태우는 식으로는 살이 안 빠진다는 거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적당한 속도로 걷는 건 워밍업 또는 움직임이지 진짜 ‘운동’이 아니다. 운동은 무산소계를 사용해 근손실이 일어나거나, 유산소의 경우 심박수가 일정 이상 올라가야 운동으로의 가치가 있다.

 

 그런데 왜 강도가 낮은 유산소운동이 체지방을 태워서 다이어트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이는 아마도 스포츠 의학을 잘못 해석한 결과인 것 같다. 실제 낮은 강도의 운동이 20~30분 이상 지속될 경우, 인체는 체지방을 직접 태워 에너지로 보급하는 경향이 있다. 강도가 높은 운동을 할 때나, 운동시간이 짧을 경우 체지방을 직접 태우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에 충분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 우선 체지방에 들어있는 칼로리부터 보자. 체지방 1Kg가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품고 있을 것 같은가? 무려 7200kcal다. 그에 비해 체지방을 태우는 운동이 직접 소모하는 칼로리는 얼마 안 된다. 제법 빨리 걸어봐야 1시간 내내 걸어서 300Kcal쯤 쓴다. 천천히 걸으면 훨씬 덜 쓴다. 쉽게 이야기해 그냥 저강도 유산소운동으로도 칼로리 태우는 효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닌데, 매우 미약하다. 그냥 걸어서 체지방을 태우는 거라면, 단순계산으로는 빨리 24시간 내내 걸어야 체지방 1킬로 빠진다. 혹시 24시간 힘들게 걷고 1킬로 빼서 만족하실 분?


 더구나 유산소운동으로 살을 빼겠다면서 안 먹고 운동하고, 운동하고 나서도 제대로 안 먹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운동을 하면 지방만 타는 게 아니다. 체근육도 탄다. 특히 안 먹고 운동하면 체근육이 더 잘 타버린다. 그런데 운동하고 나서도 제대로 단백질 등을 안 먹으면 소모된 체근육이 제대로 복구되지도 않는다.


 근육은 지방보다 10~20% 무겁기 때문에 체근육을 없애버리면 일단 감량이 빠르긴 하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잘못된 사진처럼 그렇게 엄청난 무게대비 부피차가 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당연히 중장기적으로는 체근육이 없어지면 살이 더 찐다. 체근육은 기초대사량(=기본 숨쉬기 운동)에만 관여하는 게 아니고, 몸을 움직이는 모든 동작에 관여를 한다. 복리의 마법처럼 체근육을 늘려나가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면 살이 잘 빠지는 몸이 된다.


 또 하나 정말 중요한 것. 체지방을 직접 태워봐야 별다를 것도 없다. 체지방은 어차피 저장 창고고, 만약 몸에 잉여에너지가 충분하다면 우리 몸은 거의 쓴 체지방만큼 동일하게 도로 채워 넣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기대보다 우리의 에너지 저장 효율은 정말 뛰어나다. (그렇기에 순수한 열량부족으로 한국에서 굶어 죽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 면에서 중요한 건 운동을 해서 쓴 에너지의 총량이지, 에너지원으로 혈당을 썼건 글리코겐을 썼건 체지방을 썼건 결과적으로 별 차이는 없다.


 물론 체지방을 에너지로 가져오는 작업이나 체지방을 채워 넣는 과정 또한 에너지가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어차피 우리 몸은 허구한 날 체지방을 부수고 다시 채워 넣는다. 이 글을 보는 당신 몸의 군살들은 반년 전 그 때 그 세포가 아니다. 우리 몸은 뇌세포 같은 일부를 제외하면 낡은 세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운동을 해서 살을 뺄 수 있을까?


 운동이 취미여서 대회에 나가고 싶다거나, 특별히 연예인급 몸짱이 되고 싶거나 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일반인 기준으로 살 좀 빼고 싶다 정도라면 이야기는 훨씬 간단해진다. 시간보다는 운동 강도가 중요하다. 위에 이야기했듯 강도 낮은 운동만을 지속해 봐야 그 효과는 미미한 반면, 몸에 부담을 줄 정도의 강도 높은 운동은 좀 다른 효과를 낸다.


 이것은 몸의 프로그래밍이나 각종 특성들과 관련이 있다. 좀 딴소리 같지만 우리 몸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우리 조상들이 과거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 동안 살아온 방식을 생각해 보자.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아프리카 초원 한가운데 갑자기 홀로 떨어졌다 치자. 가진 거라곤 아주 기본적인 도구 (나이프, 물통 등) 뿐이다. 그럴 때 다음의 사진과 같은 친구들을 사냥해 먹을 수 있을까? 현대인이?






 답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다. 물론 저런 영양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더운 지역에서의 오래달리기라면 어떠한 동물보다도 뛰어나다. 체모가 거의 없는 데다 전신에 땀샘이 발달하고, 물통을 들고 달릴 수도 있어서 달리면서도 물을 마실 수 있다. 게다가 머리가 좋아서 시야에서 놓치더라도 어디로 도망쳤는지 발자국 등을 보고 추론할 수 있고, 유사시 대단히 집요해질 수 있다.


 힘들더라도 인간이 집요하게 물을 마시면서 계속 추격하면 저런 생물들은 잡힐 수밖에 없다. 어떤 대형동물도 사람만큼 효율적으로 열을 몸 밖으로 빼내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달리고 또 달려서, 마지막에 저런 사냥감이 지친 것 같을 때 스퍼트를 하고 (인간의 몸은 스퍼트를 위해 달리다보면 글리코겐을 아끼면서 체지방을 사용한다. 그래서 사람 몸은 스퍼트가 가능한 것이다. 체내 글리코겐을 다 쓰려면 마라톤수준의 장시간-고강도 운동이 필요하다.) 나무 깎아 만든 창을 던져서 사냥감을 잡았다 치자.


 그런데 저런 녀석들, 무거우면 체중이 200kg도 넘는다. 이 정도는 혼자 못 드니 여러 명이 나눠 들어야 한다. 이번엔 그 정도까진 아니라도 70kg짜리 중형 영양을 잡았다 치자. 그럼 어찌해야할까? 당연히 들고 머나먼 집으로 가야한다. 근데 사람 몸은 상당히 지쳤어도, 일단 잡은 사냥감 피라도 좀 빼 먹고 좀 쉬면 다시 사냥감을 들 수 있는 힘이 난다.


 여기서 또 언급해야 할 문제. 사람 몸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엔 적당한 무게만 들어도 정말 힘들다. 이것은 우리 몸이 엄청나게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우리 몸은 어지간해선 항상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소모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서 들어야 할 물체의 무게가 20kg다 싶으면 무의식중에 20kg를 들 수 있는 만큼의 근섬유만 사용해서 물체를 들려고 한다. 더 무거운 물체면 그 무거운 물체에 필요한 만큼 맞춘다.


 그런데 20kg짜리만 맨날 들다 보면 20kg를 들 수 있는 근섬유 외엔 잠들어서 결국 20kg 이상은 들기 힘들어진다. 물론 잠들었을 뿐이다. 무거운 걸 들려고 잠시만 노력하면 금방 깨어나 정상 크기로 성장한다. 사냥의 계절이 와 사냥에 성공했는데 무거워서 못 들고 가는 불상사는 없어야 하니까.


 그럼 여기까지 설명한 이런 것들이 뭘 의미하는 걸까?


 인간의 몸은 본래 ‘잘 먹을 수’ 있는 상태에서는 ‘고강도의’ 운동이 익숙하다는 거다. 성공적인 사냥감은 정말 무겁다. 죽어라 몇 시간이고 뛰어서 사냥감 잡으면 그런 걸 들고 정말 정말 오래 걸어서 집에 가야 한다. 우리 DNA는 저런 걸 지속적으로 해낼 수 있는 DNA에서 별로 많이 변한 게 아니다. 우리도 좀만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오히려 가급적 안하려니 문제다.


 그렇다면 ‘강도 높은’ 운동이 없을 때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위에 말한 거랑 반대다. ‘뛸 일도, 무거운 걸 들 일도 없다’ 는 건 옛 조상님들 기준에선 ‘먹을 게 없다.’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럴 때 우리 몸은 정말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고 (대사량을 낮추고 체근육을 줄이고), 비축하는 (체지방을 늘리는) 식으로 변해버린다. 특히 운동 강도가 낮은 상황에서 제대로 안 먹으면 이건 더하다. 정말로 먹을 게 없는 비상상황으로 우리 몸이 인식해버리기 쉽다.


 천천히 걷는 건 물리학적으로는 운동이지만 우리 몸 기준에서는 운동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천천히 걷는 건 위의 기준에서 ‘사냥감 탐색’ 정도지 ‘사냥’은 아니다. 물론 열매 채집 등을 위해 거의 안 뛰고 걷기만 할 수도 있지만, 이럴 때라도 좀 경사가 있어서 근육과 심폐에 부하가 있거나 (등산) 성공적인 채집을 했다면 무게가 좀 있거나 해야 한다. 평지를 좀 걷기만 했는데 드는 게 없으면, 우리 몸은 이걸 ‘망했다. 사냥이고 채집이고 다 허탕이다.’ 정도로 인식하기 딱 알맞다. 그나마 제때 잘, 조금씩 챙겨 먹으면 ‘그래도 쌓아놓은 식량이 충분한 것 같음’ 이라고 우리 몸이 위안을 삼을 수 있지만, 제대로 제 때 안 챙겨먹거나 영양가 부족한 칼로리만 먹으면 ‘정말 망했다.’ 라고 비상 신호를 내리기에 적합한 상태가 된다.


 우리 몸은 사냥감과 열매가 충분하다고 느낄 때는 투자를 한다. 더 잘 달릴 수 있게 심폐 능력을 키우고, 근육에 부하가 있어 손상이 있으면 더 크게 키우고, 무거운 걸 들어서 잠들어 있던 근섬유가 자극받았을 경우 깨어나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이럴 땐 굳이 에너지를 체지방으로 열심히 저장해야 할 필요성도 없다. 그러나 먹을 게 없다고 판단한다면 이 반대다.


 두개의 심장같은 심폐 능력이건 힘세고 오래가는 근육이건 사냥감이나 열매가 없다면 괜한 잉여노동력일 뿐이다. 고객님들이 죄다 망해서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도 사줄 데가 없으면 일 잘하는 노동자도 해고할 수밖에 없듯, 우리 몸도 근육이고 심폐능력이고 먹을 게 없다 싶으면 대폭 정리해버린다. 그리고는 위기에 대비한 비상금 (체지방) 을 쌓기 시작한다.


 쉽게 이야기해 우리 몸이 ‘운동을 했다’고 인식하려면 좀 심장 박동수도 올라가고, 숨도 가쁘고, 근육도 뻐근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 뛰고 무거운 걸 들어야 한다는 거다. 걷기 운동이 우리 사회에서 장려되는 건 노년층을 위한 거지, 뛰어도 멀쩡한 젊은이들을 위한 게 아니다.


 의외로 시간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잠시 동안만 질주를 하고 무거운 걸 들어도 우리 몸은 ‘사냥을 했거나, 최소한 사냥감이 있다.’ 라고 느낀다. 이러고 나서 양질의 음식을 제 때, 조금만 먹어줘도 우리 몸은 ‘사냥 성공’ 이라고 만족스러워한다.


 실제로 운동을 한 후 ‘그 다음날 피곤하지 않으면’ 그건 제대로 운동한 게 아니다. (이미 운동능력이 동네 대회라도 나갈 수준이 아닌 이상) 제대로 운동하면 그 다음날 막 힘들고 정상이 아니어야 그게 정상이다. 특히 살이 쪘거나, 운동에 충분히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무조건 그래야한다. 안그러면 운동한 게 아니다.


 유산소운동 중 연소되는 칼로리는 위에 이야기했듯 반쯤 무시해도 무방하다. 중요한 건 강도가 있는 운동이 만들어내는 부수적인 효과에 있다. 우리 몸이 ‘이제 투자해야지 = 몸을 만들어야겠다.’라고 느끼면, 우리 몸은 열심히 아미노산을 단백질 블럭으로 합성해서 근육을 늘리고 심폐 지구력을 향상시키기 시작한다. 필요없다고 판단된 체지방은 줄이기도 한다. (위에 이야기했듯 유산소로 체지방 좀 태워봐야 사람 몸은 도로 채워 넣는다. 체지방이 필요 없다고 몸이 인정해야 그제야 진짜로 줄어드는 게 체지방이다.) 이 과정에서 저절로 칼로리 소모가 늘어나는데, 이를 추가 소모 칼로리라고 애프터번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과정은 몸에 당연히 부담을 준다. 체조직이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날 안 힘들게 강도가 낮은 유산소운동을 해봐야 당연히 살이 잘 안 빠진다. (이러고 잘 안 먹으면 당연히 체중은 줄어들지만, 체근육도 같이 많이 빠진다 보면 된다.) 그러니까 운동 해도 살 안빠진다고 불평할 거 없다. 물론 운동을 해도 과식하면 몸에 들어오는 칼로리가 너무 많아서 살이 안 빠지기도 하고, 제 때 안 먹으면 위에 이야기한 원리로 살이 안 빠지는 것도 맞다.


 추가 참고. 일조량 및 비타민 D도 살이 찌는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 몸은 햇빛을 받으면 비타민 D를 합성하는데, 이 비타민 D는 몸에 여러 가지 이로운 작용을 한다. 그런데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골다공증이나 충치 위험이 높아지고, 살이 잘 찌며 자연분만도 어려워진다 한다. 살과의 연관은 비타민 D가 지용성 비타민이라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체내 프로그램 문제도 있지 않을까 추정한다. 사람 기준에서 햇빛을 못 본다는 건 악천후라는 거고, 식량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알맞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실내운동 위주로만 할 경우 살이 빠지는 효율이 낮을 수 있다. 특히 런닝머신은 최악이다. 살 빼고 싶으면 런닝머신은 비오는 날이나 너무 더울 때, 너무 추울 때에만 한정해서 하길 권장한다. 햇빛도 못 받는데다 바닥이 움직이는 거라 운동 정말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