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부동산 및 내수경기 전망

경제 2013. 9. 9. 19:29 Posted by 해양장미

 우선 이야기하건데 모든 전망이 그렇듯, 아무리 잘 하려 노력한 전망이라도 맞을 확률은 일정 이하라는 걸 염두에 두고 보시길 바란다.


 이미 지난 5월의 포스트 ‘한국 부동산 주택시장은 어떻게 될까?’에서 이야기한 바가 있듯, 추세적으로 한국 부동산은 바닥을 찍고 회복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넘어야 할 변수들이 있긴 하지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2011년 이후 드디어 반등에 들어갔다.


 이제 남은 변수는 정부의 8.28 대책이 국회에서 어떻게 통과되느냐에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재 이석기 사태 등으로 거의 힘을 잃었다. 국민들의 고통도 매우 큰 상태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번만큼은 법안이 어떻게든 통과될 거라 본다. 물론 이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게 되고, 그에 따라 급매물이 다 소진되고 거래가 수월해지면서 전망이 밝아질 수 있다. 전세는 이미 품귀가 된지 오래고, 결국 실수요자는 매매와 월세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월세를 살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매매에 나서게 되는 빈도가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향후 전세가격이 매매가보다 높아지는 현상은 나타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일반화되기는 어렵다. 매매가격보다 높은 전세가격은 어디까지나 부동산 가격의 폭락을 전제한 상태에서만 의미가 있다. 그러나 종말론자들의 말과는 달리 실제 부동산 폭락은 일어난 적이 없고, 너무 비싼 전세는 그 자체로 위험하기에 집을 소유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하다.


 이제 미국이 출구전략을 쓰면 금리가 오를 수 있다. 물론 풀어놓은 유동성에 대한 관리를 해야 하기에 가파르게 금리가 오를 일은 없겠지만, 금리 인상은 현 한국의 부동산 시장 여건을 볼 때 그 자체로 위험성이 있다. 그렇기에 정부는 재빠르게 부동산 침체를 해소해야 한다. 지금이 중요한 시기다.


 부동산에 고여 있는 돈이 재빨리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이 긴 경기침체가 해소되어 시장에 활력이 돈다. 물론 민주당의 주장처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절대 안 된다. 예를 들면 지난 1989년에 주택 임대차 기간이 단순히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되었었는데, 그로 인해 1989~1990년 2년간 서울 전세값 상승률은 약 43.74%에 이르렀었다. 임대인들이 미리 전세값을 많이 올려 받으려 하기 때문이었다. 현재 민주당의 방안대로 상한제에 더해 1번의 갱신권한까지 더해진다면 전세값이 얼마나 오를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현실에서 민주당과 친노세력이 인기가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시점에서 개인적인 권장사항은 다음과 같다. 앞으로 만약 집값이 본격적으로 반등하는 것 같다면, 그리고 현재 무주택자라면 너무 늦지 않게 집을 사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집값대비 월세도 꽤 싼 편인데, 월세가 싼 이유는 사실 전세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세제도가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전세제도는 더 이상 집주인들에게 메리트가 없는 제도다. 오직 아주 고가의 주택만이 전세 제도가 유지될 것이다. 고가 주택은 월세가 너무 비싸서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전세가 거의 사라지고 나면 그 다음은 월세가 오를 확률이 매우 높다. 더 이상 월세가 전세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만약 집값이 앞으로 많이 오른다면 월세는 그만큼 덜 오를 것이라 보지만, 어느 쪽이건 앞으로 세입자가 살기엔 더 험난한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개인적인 전망이다.



2013년 조세개편안에 대한 사견

경제 2013. 8. 12. 03:41 Posted by 해양장미

 더운데 짧고 간결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전반적으로는 마음에 안 든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 하나는 너무 서민 편애고 암만 봐도 나는 손해 볼 것 같다는 게 첫 번째 이유.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현재 한국 경제는 디플레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증세보다는 부채를 늘리는 게 좋은 시점이 아닐까 싶고 조세저항이나 부작용이 클 만한 게 꽤 보인다는 게 두 번째 이유.


 그래도 반대 없이 찬성할 만한 안도 몇 가지 있고, 재정건전성을 중요시하는 듯한 박근혜정부의 태도를 볼 때 합리성이나 타당성을 충분히 가진 안은 맞는다고 판단한다. 불만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크지는 않다. 손 봐가면서 고칠 점이 분명 나중에 좀 나올 거라 생각하지만.


 그런데 언론들, 인간들, 특정 정당 태도는 정말 못 봐주겠다.


 자유주의 언론이야 증세를 반대하는 게 맞으니 아무 문제없다. 문제는 자칭 진보좌파 언론이다. 본 조세개편안은 연봉 1000만~3500만원 수준의 서민층에게는 실제로 소득공제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감세를 해주는 효과가 난다. 그리고 연봉 3500만원이면 상위 28%다. 중산층을 충분히 상회하는 연봉이다. 이 정도 연봉부터 조금씩 증세효과가 시작되어서 - 소득공제가 줄어들 뿐이지만 - 고연봉자에게는 꽤 증세효과가 나온다.

 

 그런데 자칭 진보좌파 언론이건, 자칭 진보좌파들이건 서민 감세는 싹 빼고 중산층 유리지갑 턴다고 욕을 해대는 걸 보면 기본적으로 의도가 심하게 수상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죄다 사악하지는 않을 테니 머리가 나빠도 너무 나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서민에 대한 감세 외에 그들이 싹 빼는 말도 말해보자. 전반적인 재산 보유세가 늘어난다. 소득 외에 재산이 많은 사람에게도 증세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양도세는 줄어든다.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은 있다는 뜻이다. 그 외 종교인에 대한 과세도 있고.


 한XX같은 타락한 언론은 서민 감세는 입에도 안 담고, 법인세 가지고만 투덜대는데 투덜이 스머프짓도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총 세수 대비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다. 법인세 자체가 높다기보다는 다른 세금이 너무 낮아서 그렇다. 특히 한국만큼 저소득자에 대한 면세범위가 넓은 나라가 또 없다. 한국은 저소득층이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복잡하게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자칭 진보좌파-깨시민들의 세금문제에 대한 일자무식함은 정말 눈 뜨고 봐주기가 힘들다. 자주 그들은 산술적으로 ‘아 세율을 줄여서 세금이 이렇게밖에 안 걷혔어! 세율이 이랬으면 세금을 훨씬 더 걷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식으로 공상을 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그건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망상일 뿐이다. 그건 마치 상인이 마진율 높이면 돈을 더 벌 거라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망상이다. 각종 조사 결과들을 보면 낮은 세율이 세수에 주는 이점이 꽤 많다. 괜히 박리다매 상인이 시장에 많은 게 아니다. 그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가뜩이나 별로 마음에 안 드는 조세개편안이지만, 그것 때문에 괜히 징징대는 사람들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불쾌지수 가득한 여름이다. 특히 이번 개편안으로 이득 볼 사람들이 징징대는 건 정말 못 봐주겠다. 그들이 평생 국가와 사회에 대해 내는 것 없이 혜택만 보고 살길 바란다.


 아, 그리고 이번 건을 자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특정 정당은 아마 그 얄팍함 때문에 지지를 더 잃게 될 거다. 더위 많이 드시고 있는데, 남은 더위 더 많이 드시길 바란다.




 근래 들어 한국의 좌경화는 좀 우려스러울 정도다. 결국 최저임금까지 대폭 올라버렸다. 노동계 측에선 겨우 350원 올랐다는 반응이지만, 퍼센테이지로 치면 무려 7.2%다. 요즘 같은 디플레이션 시대에 1년 만에 7.2%가 오른다는 건 큰일이다. 이율 7.2% 보장되는 투자처가 있다면 거액을 투자할 사람이 정말 많다. 난 이런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그것에 관련하여서는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것을 보시라.


 한편으로 흔히들 징징대는 (...) 소리가 임금은 제자리고 물가는 많이 오른다는 건데, 최저임금 기준으로 보면 어디 그럴까?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의 자료를 모아 표로 만들어봤다. 최저임금상승률 및 전년물가상승률은 소수점 아래 한자리까지만 표기하였고, 그 오른쪽에는 2003년 최저임금 기준, 물가상승률만큼 최저임금이 올랐을 때 얼마가 되는지를 계산하였다. 한편으로 2007년 이전에는 최저임금 적용기간이 해당 연도별이 아니었는데, 그 해에 보다 오래 적용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표기하였다. 한편으로 올해 물가상승률은 현재까지 오른 것에 예상치를 더한 값을 표기하였다.





 보기 좋게 그래프로도 만들어봤다. 물가에 비해 최저임금이 얼마나 올랐는지 한눈에 보인다.




 

 애초에 최저임금이 너무 낮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용자측에서 이런 엄청난 임금 상승 압력을 견디기란 쉬운 게 아니다. 잘나가는 회사라면 직원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고용할 이유가 없다. 보통 최저임금을 주는 곳는 영세한 회사 또는 자영업자다. 그들이 얼마나 엄청난 이익을 본다고 저런 임금 상승분을 감당하겠는가?


 최저임금을 올려주면 내수경기가 살아난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은 2배 넘게 올랐지만, 디플레이션은 별로 해결될 기미가 없다. 정말 많은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수준의 수입이라도 있길 원하면서 가게를 꾸려나가고 있다. 망할 사업자는 빨리 망하라고 하는 사람들, 사실 얼마나 사악한 말을 하는 건지 스스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니들은 죽어도 그만.’ 이라고 말하면서 자기 받을 돈은 올려달라는 철면피가 참으로 많다.


 물가가 저렇게 조금 올랐을 리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당신 인지구조가 간사해서 그런 거다. 예를 들어보자. 10년 전에 비해 미용실 비 얼마나 올랐는가? 수박의 계절이니 수박 값은? PC방 이용료는? 한우, 돼지고기 가격은? 실제 구매할 수 있는 냉동 만두 가격은? 그리고 피자 가격은? 거저 줘도 안 쓸 10년 전의 그 비싼 전자제품들은 논외로 하자.


 사실 따져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가격동결 상태다. 더 싸진 것들도 있고. 그런데 저 가격동결은 더 비싸진 부동산 임대료, 더 비싸진 유류비와 물류비, 더 비싸진 인건비 등을 다 감안하고도 나온 가격동결이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니까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내리다 보니 일어난 현상이다. 한국의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억압되어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좌파들은 실제로 지난 10년간 두 배 넘게 오른 최저임금은 무시하고,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거짓말을 한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결코 사실이 아니다. 최저임금 주는 업종이 있을 뿐이다. 구인광고 보면 최저임금보다 더 준다는 곳 널렸다. 실제로 조선족들이 하고 있는 일 중에도 최저임금보다 훨씬 더 받는 일 정말 많다. 그런데 수많은 산업 현장에서 젊은 한국인들을 별로 볼 수가 없다. 임금이 그리 낮지도 않은데 그렇다. 왜 최저임금 주는 곳을 가는가? 힘든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닌가?


 물론 최저임금수준의 수입으로 생활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건 좀 다른 문제다. 시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방법을 구상하고 구현하는 건 좀 더 복잡한 문제인데, 최저임금을 물가상승률에 비해 극단적으로 상승시키는 건 결국 누군가의 희생이 뒤따르고 그것은 사회에 복합적인 문제를 안긴다. 이렇게 크게 오른 최저임금은 이 사회의 일부에게만 이익이 되고 사회 전체에는 손해가 될 것이다.

 박원순이 취임 후 1년도 안 되어 서울시 빚을 무려 1조 2천억이나 줄였다는 말은 어느 정도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런데 나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좀 의아했던 게, 도대체 어떻게 그 시간 동안에 그런 막대한 빚을 갚을 수 있었을까?였다. 1조가 넘는 빚이라는 건 정말 엄청난 액수다.


 그런데 이게 숫자놀이라는 공방이 이미 시의회에서 있었던 것 같고, 나는 좀 뒤늦게야 이 내용의 상세한 것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참으로 황당하다는 기분이 들어 블로그에 글을 적으려 한다.


 서울시의 채무[각주:1]는 2011년 말 기준 18조 6844억원이었다. 그리고 이중 SH공사의 채무가 66%인 12조 2672억원 이었다. 박원순이 줄였다는 1조 2천억원은 이 SH공사의 채무를 줄인 것이었다.


 그런데 SH공사의 채무가 별 문제를 일으키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SH공사는 신용등급이 무려 AAA에 이르는, 채무 자체는 많지만 그 채무가 문제를 일으킬 확률은 삼성전자 수준으로 낮은 (실제 동일 신용등급인) 공사다. 그런데 박원순은 이 SH공사의 채무를 ‘회계적으로’줄였다.


 이것을 요약해 이야기하자면 박원순이 줄였다는 채무는 다음과 같은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1) ABS발행 5300억

2) 마곡지구 택지 매각 3000억

3) 현금 상환 2000억

4) 투자 지연 2000억


 이렇게 합쳐서 1조 2천억 이상의 채무를 ‘회계적으로만’ 줄였다.


 회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는 분들은 이미 이게 무슨 뜻인지 대략 감을 잡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곡지구를 매각해 빚을 갚거나 가지고 있던 현금성 자산으로 빚을 갚은 건 말 그대로 그냥 원래 있던 자본으로 채무를 상환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일정 이상 정치적 고려로 나온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위에 이야기했듯 SH공사는 채무가 문제를 일으키던 공사는 아니다. 이익잉여금도 1조원이나 쌓아둔, 아주 건실한 회사다. AAA라는 신용등급은 정말 쉽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이런 행위는 원래 적금도 꽤 있고, 집도 있고, 은행 대출도 좀 있던 사람이 적금 깨고 집 팔아서 대출 갚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선택이 과연 순수하게 SH공사의 경영상의 이유로 이루어진 것일지는 의심해볼만 하다. 박원순은 부임 이후 채무를 줄이라고 지속적으로 막무가내 압력을 넣었고, 그 결과 올 2월 SH공사 사장이 사임하겠다고 했다가 박원순이 붙잡아서 무마되기까지 했었다.[각주:2] 2천억의 투자 지연 또한 원래 마곡에 하려고 했던 투자자금을 안 넣은 것이니, 채무를 줄였다고 기뻐할 것도 아니다. 이건 마치 돈 좀 있던 이혼녀가 새 결혼을 했는데, 새 남편이 대출 없애라고 우겨서 있던 집도 팔고, 적금도 깨고, 투자 하려던 것도 안 해서 대출금이 줄어든 것과 마찬가지다. 이걸 가지고 채무를 줄였다고 기뻐할 수 있을까? SH공사는 어차피 AAA 신용 회사라 공사채를 발행해도 이율이 상당히 낮을 뿐더러, 원래 SH공사가 하는 사업 자체가 굉장히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 본래는 장기적 계획 하에 모든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박원순은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 정치논리를 적용해 버렸다.


 그렇다면 나머지 5300억의 ABS는 뭘까? 이건 회계적으로 좀 복잡한 개념이라 설명하기가 좀 곤혹스럽다. 쉽게 이야기해 채권 만기가 다가온 상태에서 새로운 차입을 좀 복잡하게 했다는 걸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SH공사가 쓰고 있는 K-GAAP 회계방식에서는 부채가 줄어든 것으로 기록된다.


 회계나 투자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으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K-GAAP는 구식 회계방식으로 이제는 더 이상 상장회사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새로운 회계기준인 K-IFRS 연결회계방식을 쓰면 ABS를 한다고 해서 부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SH공사는 상장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K-GAAP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방식에서는 ABS로 차입을 돌리면 그만큼 부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회계표시방식의 문제일 뿐, 실제론 전혀 부채를 줄인 게 아니다.[각주:3]


 즉 박원순이 서울시 빚을 1조 2천억 줄였다는 건 그냥 포퓰리즘 숫자놀이다. 그는 가진 자본으로 채무를 줄이고, 회계방식의 단점을 활용해 채무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게 했을 뿐이다. 물론 이런 걸 일반 회사 사장이 해서 ‘우리 회사 채무 줄였다!’ 라고 하면 사기꾼 소리 듣기 딱 알맞다.


 결국 박원순은 대국민 사기를 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9호선도 그렇고, 서울시 채무 문제도 그렇고 제돌이도 그렇고... 아직 이야기 안 했지만 새빛둥둥섬도 그렇고 도무지 제대로 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른 이야기들은 다음 링크에서 다뤘다.


9호선 이야기[각주:4] 

제돌이 이야기 


 현실적으로 서울시 최대 부채 문제는 지하철 양 공사의 누적적자 문제다. 지하철 요금이 저렴하고, 무료로 지하철을 타는 노인 등의 문제로 누적채무가 이미 2011년에 3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걸 해결하려면 지하철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원순은 실제 양 공사의 적자누계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민자가 손해보고 있는 9호선을 건드리면서 이미지 관리를 하는 중이다. 현재 박원순이 사실 그 나름대로 유력한 차후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볼 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과연 어떤 행위를 할까 심히 우려가 되기 시작하였다.


 물론 박원순이 처한 문제도 있다. 경기침체, 특히 부동산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각종 대응 등으로 예상 수익보다 실제 지자체 수입이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행보가 진정성이 충분하다 보기도 어렵다. 눈에 당장 보이는 정치적 파격의 대가는 참으로 비쌀 수 있다.


 실제 서울시의 채무는 줄었을지 몰라도, 부채는 늘었다. (이에 대해서는 각주 1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박원순은 결코 서울시의 빚을 줄인 게 아니다. 모두들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


  1. 채무와 부채 사이엔 좀 차이가 있다. 회계에서는 사실 채무가 아닌 부채를 다루는데, 박원순이 줄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채가 아니라 채무다. 쉽게 이야기해서 부채 중 상환기간이 정해져 있고 이자가 발생하는 것을 채무라 보면 된다. 서울시의 실제 부채는 박원순 취임 이후 늘어났다. SH공사 임대보증금, 퇴직금 충당금 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채무가 아닌 부채는 채무보다는 덜 부담스러운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부채가 늘어났기에 서울시의 재정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련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5152229185&code=950201 [본문으로]
  2. 관련 기사. http://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560 [본문으로]
  3. SH공사 사장의 주장에 의하면, ABS로 채무를 돌려서 25억 정도 이익을 볼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는 한다. 물론 의원의 질의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다보니 변명일 수도 있고, 진짜라 해도 시장 이율은 계속 변하기에 계획대로 될 지 미지수이지만, 말대로 성공한다면 조금은 득을 봤다고 칭찬해줘도 좋을 거다. 물론 이 경우 금액은 5300억이 아닌 25억이다. [본문으로]
  4. 지난 포스트 작성 후 9호선 관련 1차 판결문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판결에 대해 좀 긴가민가한 부분이 해결되었고, 당장은 일단 맥쿼리 측이 실수를 저지른 게 있어 서울시가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서울시 또한 큰 실수를 저지른 게 있어 어쩌면 차후 서울시가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것에 대해서는 차후 시간이 나면 추가 포스팅을 쓸까 한다. [본문으로]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이야기

경제 2013. 6. 17. 21:02 Posted by 해양장미

 한국은 한 해의 최저임금을 그 전 해의 6월 29일에 정한다. 그러다보니 올해도 최저임금 논란이 좀 있는 것 같다. 최저임금 논란은 많은 이들에게 생존이 달린 문제다. 그러나 좀처럼 좌우 양측의 입장을 대변한 최저임금 이야기는 잘 없는 것 같다. 본문에서는 한국의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다면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선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4860원이다. 이는 OECD 국가들 중 분명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으로, 2011년 기준 24개국 중 16위이다. 좌파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OECD 최저이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결코 높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한국의 소득분배지수, 즉 지니계수는 어떨까? 한국이 불평등한 나라라고 굳게 믿고 있는 수많은 젊은 층에게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도표도 못 보는 어리석은 기자들이나, 권력에 대한 탐욕을 가진 좌파들에게 너무 속으면 안 된다. 한국의 지니계수는 OECD 평균치보다 낮다.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불평등한 것이다. 한국의 소득분배율은 미합중국, 일본은 물론 캐나다나 뉴질랜드보다도 평등하다.[각주:1]




 다만 한국은 최하위 소득군, 특히 농촌 인구나 고연령층의 소득이 매우 낮다. 그렇기에 10분위 최고위 소득군과 최저위 소득군의 소득 차이는 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낮은 최저임금과 꼭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 이 경우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소위 풀타임을 제대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나 전업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의 저소득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낮은 최저임금은 우선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의 1인당 GDP와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12년 기준 $23679인데, 한국보다 시급이 높은 국가들은 대체로 한국보다 1인당 GDP가 월등하게 높다. 예를 들어 일본의 2012년 1인당 GDP는 $46972이다. 이 정도면 최저임금 차이도 제법 날 수밖에 없긴 하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 정직원 평균 초임은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근래 엔화가 떨어져서 한국이 실제 더 높은 상황이다.)


 물론 한국의 최저임금이 실제 생존에 어려움을 줄 정도로 낮기는 하다. 나라고 최저임금 근접하게 받으면서 일해보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런데 실제 최저임금을 올리려 하기엔 걸림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요소들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도시민들 중 제일 못 사는 사람들이 누굴까? (농촌은 빼자. 한국 농촌은 정말 가난하다. 가난해도 어느 정도 생존이 되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우리는 이 답을 대체로 알고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외면한다. 한국 시민들 중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영세 자영업자다. 그리고 한국인들 중 자영업자나 그 가족의 비율은 무려 30% 정도다. 문제는 이 30%중 60%는 평균적으로 3년 내에 망한다는 데 있다. 특히 숙박 및 음식업종의 5년 생존율은 불과 17.9%다.




 그런데 최저임금으로 알바를 고용하는 업체는 대체로 저런 개인 사업장 또는 소기업이

다. 당장 내년의 생존을 보장 받을 수 없는 곳들이라는 것이다. 적잖은 업체들이 최저임금조차 주기 어려워한다. 최저임금도 못 줄 거면 왜 사업을 하느냐는 말도 많지만, 실제 주변에서 자영업을 시작 또는 재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사정이 다르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은 일자리의 수 자체는 풍부한 나라지만, 일자리의 질이나 실제 고용이라는 면, 그리고 각 회사 내부의 사정을 보면 꽤 심각한 문제들이 많은 나라다. 이 모든 문제들을 요약해보면 ‘좋은 직장이 너무 없다.’ 와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일할 직장이 없다.’ 다.


 이 면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평균 수명이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데 있다. 근래 40년 동안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년이나 올라갔다. 그런데 이런 장수는 그다지 꼭 축복은 아니다. 많은 노인들에게 노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재산도, 일자리도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IMF 이후 수많은 대기업이 문을 닫고, 외국 자본에 팔려버렸다는 것도 문제다. IMF 이전과 이후 한국 기업의 양상은 분명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노년이 일할 일자리는 더 없어졌다.


 은퇴자들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빈도는 상당히 높다. 평생 모은 돈으로 자영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성공하는 사람의 비율은 상당히 낮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쉬기 위해 최저임금 수준으로 알바를 고용하지만, 정작 본인이 시간당 가져가는 돈은 최저임금만도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최저임금도 주기 힘들다면 사업을 하지 말라’고 쉽게 말하는 것은, ‘그러게 왜 겨우 최저임금을 받고 일을 하느냐’라는 말과 차이가 없다.


 결국 최저임금 문제와 직결되는 저소득층 문제는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좋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중견기업의 부족과 너무나도 많은 개인 사업자 및 소기업, 그리고 낮은 물가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특히 낮은 물가라는 말에 발끈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한국은 대부분의 물가가 싼 나라다. 한국만큼 돈을 적게 쓰려면 적게 쓰고도 살아갈 수 있는 선진국이 그리 많지가 않다. 다만 한국 물가가 체감 상 비싸게 느껴질 수 있는 면도 있는데, 이 또한 좀 복잡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기후는 그다지 안정적인 편이 아니고 농업 또한 가정농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체로 국민들의 식생활 기호까지 비슷하다보니 신선식품 물가가 좀 널을 뛰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사실 그 시기마다 저렴한 걸 골라서 사 먹어도 해결되는 문제이지만, 배추나 고등어 같은 일부 품목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한국인의 취향 상 해결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또한 한국에는 장마가 있기 때문에 농업의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벼처럼 애초에 습지에서 키우는 식물은 제외하고.





 한반도는 옛날부터 영농기술이 상당히 발달한 곳이었는데, 안 그러기가 어려웠다. 장마는 한국인에게 있어 복잡한 시련을 가져다준다.[각주:2] 농업 이후 한반도는 결코 한국인에게 평온한 자연을 선사해주는 곳이 아니었고 한국인은 오랜 세월 동안 기술로 그 자연적인 난관을 극복해 나갔다.[각주:3]


 한국산 농작물이 비싸다고 해서 결코 농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한국 농업은 더욱 더 진흥시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식량 안전문제도 있고, 식량 안보문제도 있고, 기타 환경문제 등 복잡한 여러 사안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마구잡이로 식량을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물가와 바로 연동된다. 전반적인 물가가 낮더라도 이따금 비싸지는 특정 식료품 가격은 어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물가에 대단히 민감하다. 그런데 사실 물가를 잡는다는 것은 디플레이션을 촉발하는 행위일 수 있다. 호황은 인플레이션이고,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물가를 올린다. 그런데 물가를 우선적으로 억제하려 하면 결국 경기가 가라앉게 된다.


 실제 IMF 이후 한국 물가상승률은 대단히 낮은 수준으로 억제되었다. 10년 전 가격이나 지금 가격이나 고만고만한게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이는 사실 불경기가 지속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 좋은 시장은 물가를 빨리 올리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인들은 시장경제보다는 물가에 민감하다. 그렇기에 정부 또한 물가 억제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정부가 개입해서 물가를 억제시키는 데 가장 좋은 정책 중 하나는 임금 상승률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른다면 물가가 뛰어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저렴한 물가는 낮은 임금, 특히 낮은 서비스 업종 임금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정부가 강력한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서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은 제조업 국가다. 우리는 외국에서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해서 전자제품, 자동차, 배, 석유 및 화학제품 등을 만들어서 수출함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브랜드나 기술은 뒤쳐진 상태였고, 그 대신 가진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었다.


 그런데 서비스업 종사자의 분산된 힘과 달리 대기업 제조업 종사자들은 노동조합이 있고, 이 노조는 상대적으로 강한 임금상승 압력을 넣는 게 가능하다. 만약 물가가 빨리 상승한다면 노조의 임금 인상 압력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임금을 올려줘서 그것이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면 아직 충분히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한 한국 제품들의 수출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시스템을 떠받드는 하부구조는 서비스업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소위 ‘을’에 해당하는 제조업 종사자들의 낮은 임금에 있다. 이것을 건드리려면 전체적인 한국 경제 시스템을 건드려야 한다. 만약 시스템 수정이 어긋날 경우, 수많은 제조업 회사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 시스템이 무너져 내릴 위험이 있다.


 일부 진보 경제학자들은 지자체가 최저임금을 보조해주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주장도 한다. 이는 나도 꽤 솔깃하게 봤던 주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의 지자체 재정에 있다. 대체로 지자체들이 재정이 나쁘다. 그렇다고 증세가 해답도 아니다. 증세에 관련된 문제는 이 링크를 참조해보길 권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했던 음의 세수, 즉 기본소득의 소액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내 주장은 세금을 0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고, 연 -100만 수준에서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감세안 또는 양적 완화와도 같다. 다만 지금은 도입할 때가 결코 아니다. 한국 경제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후에야 적잖은 위험 부담을 안고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한국에 중견기업이 많아지고, 보다 폭넓은 고용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상할 만큼 젊은 사장이나 중견기업이 적은 나라가 되어 있다. 


 중소기업보다는 크고, 대기업보다는 작은 중견기업은 그 숫자에 비해 매우 많은 고용을 창출한다. 그런데 한국엔 중견기업이 정말 적다. 2011년 기준, 한국 중견기업 숫자는 1422개다. 많은 것 같지만 한국 전체 기업 수에 비하면 0.04%쯤 된다. 이 수는 오히려 대기업 수보다도 적다.[각주:4] 그러나 중견기업이 고용하는 인원수는 82만명이 넘는다. 전체 고용 퍼센테이지로는 7.7%정도의 비율이다.


 한국 기업 중 불과 0.1%도 안 되는 수가 대기업이거나 중견기업이다. 그런데 이 기업들이 전체 고용의 30% 가량을 창출한다. 쉽게 이야기해 일자리를 늘리려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영세기업이나 자영업자만 너무 많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는 이런 이유도 크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이 기업하기 나쁜 나라라는 데 있다. 특히 중견기업하기가 유난히 나쁘다. 적잖은 중견기업들이 일종의 샌드위치 상태다. 중소기업이 잘 나가서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중소기업에 지원되던 각종 혜택들이 끊겨 버린다. 지원은커녕 대출 금리도 대기업 기준에 맞춰서 올라가고, 국가는 세금을 더 내라고 압박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대기업처럼 슈퍼 갑도 아니다. 중견기업 되었다고 채권 찍어서 자금 조달하기엔 신용등급 떨어져서 이율이 살인적이다. 여건이 이러니 잘나가는 중소기업 사장이 개인 지갑 아쉬울 것도 없는 입장에서 성장을 포기하고 그냥 중소기업으로 남아서 혜택이나 냠냠 해버린다. 그럼 당연히 일자리가 나올 리가 없다. 일부 중견기업은 중견기업 자리 포기하고 중소기업으로 돌아가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하려면 일부러 사업 규모를 줄여야 하지만, 그렇게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지금 있는 대기업들은 대체로 옛날에 어느 정도 이상 국가에서 뒤를 봐줘서 규모를 키웠다. 그런데 현재 중견기업들은 그렇지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중견기업의 각종 사정들은 시민 사회에서 뒷전이다. 한국 사회나 정치 의제 등이 여전히 너무 좌경화되어있고,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데 대단히 약하기 때문이다.


 시민 사회가 진영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시장 경제를 적대하지도 말아야 이런 문제들을 직시할 수 있다. 중견기업이 되는 중소기업, 대기업이 되는 중견기업이 많아져야만 한국에 넘쳐나는 자영업자 수를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물론 회사를 세우려는 청년이 많아져야 하기도 한다.


 한국의 교육 체계와 낙후된 문화 의식, 전체주의적인 분위기, 그리고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유난한 압력은 한국에 좋은 회사가 생기는 것을 매우 효율적으로 억제한다. 젊은이들이 사자의 심장을 가져야 나라의 장래가 밝다. 그러나 한국은 젊은이에게 세상의 두려움부터 먼저 가르치고, 무기력을 학습시킨다. 한국에서 가장 똑똑한 젊은이들은 부모 말을 잘 듣고 선비(士)가 되곤 한다. 다른 나라라고 안 그런 건 아니지만, 그 비율이 유난히 높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세상에는 좋은 전문직이 많이 필요하지만 다 그래선 곤란하기도 하다.


 최저임금 문제 해결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최저임금을 대폭 높일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사업주들의 문제들은 결국 또 사회가 떠안아야 할 문제다. 많은 자영업자와 가족들이 최저임금에 한참 미달하는 수준의 이윤을 창출하는 노동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여기에 있다. 최저임금이라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은 이 사회의 최하위 계층은 아닌 것이다.



  1. 기자들이 얼마나 멍청한지 (또는 사악한지) 를 다음 기사에서 알 수 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6282005 본 기사는 마치 한국의 지니계수 순위가 16위라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니계수 순위는 평등의 관점에서 본다면 낮을수록 좋은 것이다.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소득이 불평등한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2.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이 이어지는 한국의 여름 기후는 농부에게 가장 큰 재앙이다. 강풍은 둘째 치고 비가 너무 한 번에 많이 오면 밭이 침수되어 버리는데, 이 경우 물이 빨리 빠지지 않으면 대부분의 작물이 전멸하고 만다. 게다가 양분도 폭우에 씻겨 나가기 쉽기 때문에 토양이 금방 척박해지기 쉽다. 한반도가 풍요롭고 기름진 땅이라는 이미지는 일종의 민족주의적인 것일 뿐, 결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한국산 농작물은 좀 비쌀 수밖에 없다. [본문으로]
  3. 한반도는 지형과 기후를 볼 때 무역과 기술을 중시해야만 잘 살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어긋났던 조선은 초기엔 아주 잘 사는 나라였지만, 결국 중기가 넘어가면서 세계적으로 못 사는 곳이 되고 만다. 대한민국 출범 이후에야 한반도 국가는 다시 원래의 위치를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본문으로]
  4. 대기업은 기업집단이기 때문에, 대기업 계열사 하나하나를 세 보면 숫자가 상당히 많다. [본문으로]


 서울메트로 9호선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한번쯤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각종 보도들이나 여론이 과도하게 편향되어있고,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본 블로그에서는 근래 1심 판결이 나온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사건의 의미와 그 영향력까지 살펴보려고 한다.


 서울메트로 9호선(이하 9호선)과 서울시의 갈등은 사실 개통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기본 운임에 대해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시의 갈등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시가 승리했다. 맥쿼리는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당분간 다른 지하철과 동일 요금을 받기로 하였었다. 그리고 1년 후 요금 협상을 다시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 합의가 안 되었다는 데 있다. 박원순 시장으로 정권이 바뀐 서울시는 합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 같다. 결국 맥쿼리는 지난해 4월, 요금 인상을 통보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협의에 응하지 않았던 서울시는 맥쿼리를 힘으로 제압하여 요금을 올리지 않게 한다. 맥쿼리는 여기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맥쿼리에 대한 각종 특혜 의혹이 나오게 되고, 결국 이명박과 커넥션이 있는 사악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낙인찍히게 되었다. 결국 얼마 전 1심 판결이 나와 맥쿼리가 패소하게 되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운영권과 요금결정권을 되찾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통상적인 보도와 여론만을 보면 맥쿼리가 정말 나쁜 기업이고, 이명박 시장 때 맥쿼리가 특혜를 받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당하게 시민의 권리를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진실일까? 맥쿼리는 이미 많은 돈을 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마처럼 더 욕심을 부리는 걸까?


 이 진실을 직접 찾아보려면 회계와 금융, 그리고 경제에 대한 일정 정도의 이해가 필요하다. 기자들이 성의 있게 기사를 쓰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가능한 한 본 블로그에서는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일단 박원순의 말부터 직접 보자.




 이 글만 보면 참으로 박원순이 시민을 위해 일하는 시장 같고, 맥쿼리가 사악한 금융자본인 것 같다. 실제 링크를 보면 반응도 좋다. 그러나 사실을 파 보면 박원순이 일부러 교묘하게 어감을 속여 시민을 기만하고 있는 면이 있다.


 일단 이 글만 보면 맥쿼리가 무려 15%나 되는 후순위채권 이율을 부당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맥쿼리가 24.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맥쿼리는 9호선에 주식과 채권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투자를 했다. 24.5%의 지분을 위해 맥쿼리가 투자한 금액은 418억이다. 그리고 15%의 후순위채권에 투자한 금액은 335억이다.


 그런데 이 중 주식에 투자한 418억의 경우 9호선 운영이 이익이 나야만 순이익을 분배해 가져갈 수 있다. 그런데 모두들 알다시피 - 박원순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 이미 9호선은 적자가 심해 서울시가 적자보존을 해주는 상황이다. 즉 418억의 투자에 대해 맥쿼리는 이익은커녕 손해를 보고 있다.


 후순위채권 이율이 15%나 되는 건 애초에 주식에 418억을 투자하는 위험을 짊어졌기 때문에 얻은 특혜다. 그러나 실제 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 부분을 손해가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투자금액 대비 맥쿼리가 얻고 있는 연리는 세전 6.67%이다. 즉 후순위채권 이율이 15%라는 건 맥쿼리를 공격하기 위한 가쉽일 뿐, 실제 맥쿼리가 그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이 이자지급까지 제때 주어지는 게 아니라 연체가 되고 있다. 맥쿼리는 그로 인한 추가손실도 보는 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혹자는 6.67%도 높다고 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BTO 투자의 리스크를 이해하지 못한 채 하는 말이다. BTO는 수익형 민자사업을 의미하는데, 메트로 9호선은 이 BTO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결과 완공 직후 9호선의 소유권은 서울시가 되었다. 즉 맥쿼리는 9호선에 대한 운영권과 운영회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의 지분 24.5%를 가지고 있을 뿐, 9호선의 소유주는 이미 서울시라는 것이다. BTO에 대한 설명은 링크를 참조하시라.


 그런데 이 운영기한은 30년이다. 그리고 이 30년 중 절반인 15년에 대해서는 정부가 MRG를 해준다. 이는 잘 알려진 최소운임수입보장이다. (역으로 운임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높은 경우 일정 이상은 서울시에 되돌려주도록 계약이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도 예상 운임수익에 비해 100% 다 해주는 게 아니고, 9호선의 경우 첫 5년은 90%, 다음 5년은 80%, 마지막 5년은 70% 보장해주기로 계약이 되어 있다. 이런 보장이 없을 경우 BTO는 너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참여하려는 투자자가 없어진다. 또한 애초에 예상운임수입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만일 이런 것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당기순이익이 아닌 운임수익에 대한 MRG이기도 하다.


 흔히 가쉽성으로 MRG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이야기되곤 하지만, 비리가 아니라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 또 좀 생각을 해 보자. 지하철 중 흑자를 내고 있는 지하철이 있는가? 없다. 지하철은 현재 한국에서 대표적인 공공사업으로 지속적으로 적자를 쌓고 있는 중이다. 기존 서울지하철 1-8호선의 경우 사용인구도 워낙 많고 운영도 잘 하고 있기에 적자 누계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이것도 초기 투자비용이 이미 상쇄된 상황의 문제고 적자 자체의 발생은 현재 어쩔 수 없다. 요금을 좀 몇백원은 올려야 적자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이 또한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9호선에 MRG를 주건 다른 지하철 공사의 적자를 보존해주건 어차피 세금은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민자에 의해 운영되는 9호선은 애초에 적자를 내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요금을 받길 원했다. 그러나 요금을 적게 받도록 요구하여 적자를 내게 만든 쪽은 서울시였다. 처음엔 맥쿼리도 한 발 양보해서 서울시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서울시의 태도는 막무가내였고, 계약을 위반한 것이었다.


 9호선 계약서를 보면 계약대로의 기준운임이 있다. 그 기준운임 가이드라인 아래에서 9호선은 자율적으로 운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요금인상을 위해서는 1개월 전에 대중에게 공표해야 한다. 다만 기준운임보다 더 높은 금액을 징수하려 한다면 서울시장과 합의를 하도록 되어있다.

 

 2013년 현재 계약상 9호선의 불변기본운임은 1446원이다. 그런데 여기엔 고려하도록 되어있는 물가상승분이 빠져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재 기본운임 가이드라인은 1955원이다. 즉 9호선은 계약대로라면 1955원 내로는 자유롭게 기본운임을 변동할 수 있다. 1개월 전에 대중에게 고지만 하면 된다.


 그리고 9호선이 현재 원하는 기본운임은 1550원이다. 계약상으로 아무 문제도 없는 금액이다. 그런데 현재 9호선의 기본운임은 1050원이다. 그리고 서울시가 힘으로 기본운임을 올리는 걸 막고 있다. 다만 박원순은 그 후 개통시 서울시의 요구에 의해 9호선이 1년 후 서울시와 합의로 운임을 결정한다고 했던 걸 이유로 9호선은 서울시와 협상을 통해서만 운임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9호선을 실제 이용하는 내가 봐도 억지다. 애초에 9호선이 한번 양보를 해 줬던 거고, 이후 서울시는 9호선의 운임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이런 걸 뭐라고 해야 할까? 시민의 입장이 아니라 제 3자의 입장에서, 계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기본적 가치를 놓고 보면 서울시가 잘못하고 있는 게 맞다. 슈퍼 갑인 정권의 입장에서, 을인 일개 기업과의 계약을 힘으로 위반하고 있으니 자유민주주의적이지 않다고 해야겠다. 이런 건 독재시대에 어울리는 행위다. 민주주의는 국가가 민간을 함부로 위협하지 않는 게 민주주의다. 국가가 힘을 함부로 써서 포퓰리즘으로 시민들의 인기를 얻는 것은 전형적인 독재 정치의 한 유형이다.


 애초에 계약된 기본운임 가이드라인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별로 그렇지는 않다. 계약을 보면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질운임상승률이 초기 10년에 해당하는 2018년까지 매해 3.41% 올라가고, 그 다음 10년 동안은 1.49% 오르고, 마지막 10년인 2038년까지는 아예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계약상 초기에 기본운임 가이드라인이 많이 올라가게 되어있고, 나중엔 부담이 적어진다.


 그래도 많이 올라가는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 장기적으로 보면 대중교통요금은 많이 올라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성인이라면 어릴 때 대중교통요금을 생각해보자. 원래 많이 오른다. 계산을 해 보면 9호선 가이드라인이 딱히 특별한 게 아니다.


 더구나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에 불과할 뿐, 9호선도 다른 대중교통수단과 경쟁을 해야 한다. 요금을 너무 올려버리면 다른 버스 등으로 승객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9호선 측에서 원하는 게 1550원인 건, 그보다 더 올릴 때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원래 대중은 가격에 민감하다. 그리고 맥쿼리는 사정상 9호선의 합리적인 경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맥쿼리 등이 져야 할 또 하나의 리스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운영기한이 30년이라는 건, 운영 30년 후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 자체가 사라진다는 (또는 강제로 인수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시간동안 9호선의 적자가 누적된다면, 채권자이자 주주인 맥쿼리는 투자 원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다. (서울시는 계약상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의 적자를 보존해줘야 할 의무가 없다.)


 어차피 MRG도 15년밖에 보장을 안 하는데다 차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맥쿼리 입장에서는 MRG를 받는 것보다는 운임을 계약대로 인상해서 흑자를 내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위에 이야기한 6.67%이라는 이율이 높아보일지 몰라도, 원금 회수가 불투명한 6.67%이라는 점에서 지금처럼 서울시의 견제를 받으면 저 채권은 투기성 채권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실제로 15%의 후순위채권이다. 후순위채는 선순위채를 다 환급한 후에야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고리스크 상품이다.) 그리고 투기성 채권은 실제 6.67%보다는 이율이 훨씬 높다. 나름 안전한 브라질 국채만 해도 이것보단 더 나온다.


 그런데 박원순이 말하고 있는 수입 보장률 8.9%가 뭘까? 이는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실시협약 때 실질사업수익률을 예측한 수치가 8.9%였고, 이것을 가이드라인으로 하여 현재 90%에 해당하는 MRG를 받고는 있으나 결과적으로 9호선은 적자 운영 중이다. 9호선의 MRG는 당기순이익이 아닌 운수수입에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그리고 8.9%라는 사업수익률 예측이 굉장히 높아 보일 수 있지만, 9호선에 투자했을 때 생각하는 리스크를 감안했을 때는 그리 꼭 높은 게 아니다. 우선 30년 안에 수익을 내야하는데다 30년간 묶이는 돈이기도 해서 유동성도 없고, 받기로 한 돈도 제때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다.


 결과적으로 맥쿼리가 9호선 투자로 이익을 내고 있냐 하면 그렇지 않다. 맥쿼리 입장에서 9호선은 골치 아프고 곤혹스러운 사업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맥쿼리와 같은 조건에서 9호선에 투자하겠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내 답은 절대 No. 다. 그나마도 지금 애초의 협약이 정치적 이유로 지켜지지 않는 중이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법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편을 들어줬다. 그리고 박원순은 영웅 행세를 하며 맥쿼리에게서 9호선을 인수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계약 조건이 어떨까?


 MRG도 초기 15년만 보장이고, 그 후 15년은 맥쿼리가 알아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조건이다. 그나마도 현재까지 보낸 시간은 MRG를 90% 보장해주는 기간이었다. 앞으로 MRG 비율도 떨어지게 된다. 또한 모든 지하철은 적자다. 9호선만 적자가 아니고, 그 차액은 어차피 지자체가 세금으로 내고 있다. 9호선의 착공에 들어간 막대한 투자비용에 대해서는 보상이 필요하다.


 만약 서울시가 민자유치를 안하고 지방채를 찍어서 사업을 벌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맥쿼리에 주는 높은 후순위채권 이율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막상 계산해보면 그렇지가 않다. 민자로 유치한 전체 비용을 서울시가 지방채나 시 보증 채무로 확보할 경우, 결국 그 이율이 그 이율이다. 좀 뜻밖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맥쿼리 외에도 보다 저리의 선순위채에 투자한 다른 투자자들이 있었고 이 투자자들의 이율을 주식 지분까지 합쳐 계산하면 그런 결론이 나온다. 이 면에서도 맥쿼리가 특혜가 아니냐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 서로 돌아간 혜택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이런 BTO는 특수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고, 리스크나 유동성 문제에 대한 보상책이 어떤 형태로든 주어지게 된다.


 더구나 민자를 유치하지 않고 서울시가 직접 사업을 벌였을 경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면이 있다. 우선 지방채를 더 찍으면 회계상 시의 부채 규모가 더욱 증가하게 되고, 이는 시의 재정을 가시적으로 악화시킨다. 또한 BTO 방식은 애초에 민간 사업자에게 예산 규모를 정확하게 계약하고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 지출이 들어가지 않는다. 만약 BTO 과정에서 추가비용이 생기면 그건 계약대로 민간 사업자가 지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맥쿼리가 30년간 맡아 운영해야 할 상황이니 공사에 대한 관리도 더 꼼꼼하게 할 수밖에 없고, 부실공사 위험도 줄어든다. 만일 문제가 생기면 책임소재가 달라지는 것이다. 만일 시가 지방채를 찍게 되면 이런 이점이 사라져 그만큼 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 맥쿼리가 떠안고 있는 빚을 서울시가 떠안았어야 했을 걸 감안한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9호선은 2012년까지 세전 당기순손실이 무려 1849억이나 발생했다. (특수손실이 많이 발생하였는지 결손금은 훨씬 더 높다. 이미 자본총계가 2011년에 -로 떨어졌다. 적자누적으로 자본잠식이 일어났다는 뜻.) 이게 MRG 받은 상태에서 그렇다. MRG 지급액은 불과 924억이다. 결국 현재의 양상은 서울시가 맥쿼리를 뜯어먹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주책임은 낮은 운임을 강요하고 있는 서울시에게 있다.


 맥쿼리인프라가 실패한 투자회사는 아니다. 9호선에 한정짓지 않는다면 맥쿼리의 투자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9호선에 한정한다면 맥쿼리는 대실패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는 소송으로 치달았으나, 1심에서 재판부는 서울시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요금 인상을 서울시와 합의를 통해서 결정하라는 식의 판결을 하였지, 요금을 인상하지 말라는 판결을 한 것은 아니다. 이렇다면 결국 서울시도 요금 인상에 대한 협상을 계속 회피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진실을 설명하려 애썼다. 박원순이 이런 사정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걸까? 일단 경실련, 참여연대 등 자칭 진보 단체들은 사태를 파악을 못하거나 일부러 왜곡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아마도 박원순도 거기에 넘어가고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가 정말 진실을 모를까? 이번에도 포퓰리즘 정치쇼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9호선을 지금 서울시가 인수한다면, 계산적으로는 분명 서울시 손해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박원순은 과거 이명박 정권과는 다른, 보다 국민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웅이 된다. 특히 시민에게 펀드를 모으고 사업수익률 예측도 5%로 떨어뜨리겠다는 식의 말은 그야말로 포퓰리즘 이상은 아니다.


 당장 9호선 운영권을 서울시가 인수한다면, MRG로 주던 돈이건 현재 나고 있는 적자건 간에 서울시가 다 떠맡아야 한다. 물론 운영권 양도 과정에서 막대한 돈이 일거에 지출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2009년부터 서울시는 9호선 요금 인상을 막으면서 924억만을 지급했다. 그리고 맥쿼리는 잔뜩 투자를 해놓고도 적잖은 손해를 보고 있다.


 이런 만큼 맥쿼리 입장에선 사실 9호선 운영권을 서울시에게 팔아버린다면 나름 홀가분할 수도 있다. 물론 전동차 구입 등 막대한 초기투자로 인한 적자가 큰 시기이긴 하지만, 계약사항까지 위반하는 정도의 정치적 리스크를 진다는 건 기업 입장에서 정말 좋은 게 아니다. 어차피 수익도 불투명한 사업이니, 투자원금만 보존된다면 발을 빼서 나쁠 게 없을 거다. 오해와는 달리 실제 운임 좀 올린다고 맥쿼리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9호선 인수를 위해 시민 기금을 모으겠다는 것도 일종의 쇼일 가능성이 높다. 지방채 찍는 것보다 낮은 돈으로 펀드를 만들기 어렵기도 하고, 실제 9호선은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기금의 형태에 따라선 원금보존도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박원순은 그런 뒷일보다는 당장의 이미지를 중시할 거라 나는 추측한다.


 그리고 현재의 이런 사태는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에 손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향후 민자 사업을 유치하는데 있어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프라에 투자할 때 정부가 이런 식으로 포퓰리즘 정치논리에 따라 계약을 지키지 않는 국가라면, 자본은 그런 데 들어오지 않거나 그 리스크만큼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려 하기 마련이다. 박원순의 정치쇼는 상도덕을 어기고 자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신뢰를 망가뜨렸다.


 많은 이들의 오해와는 달리 민자 유치를 하지 않으면 사회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 빚이 많은 건 그 자체로 리스크가 증가하는 것이다. (빚을 너무 쌓은 일본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면 간단하다.) 비록 민영화 등의 말로 이미지가 나쁘긴 하지만, 실제 민자유치와 민영화는 다르고 국채나 지방채를 더 찍는 것보단 BTO가 (비리만 없다면) 더 좋은 방식이다. 그런데 정치적인 이유로 정권이 계약을 무시한다면, 그런 나라는 투자 위험 국가로 낙인찍히기 딱 알맞다. 그럼 자본을 유치하는 데 그만큼 더 많은 코스트가 들어간다. 본래 금융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열심히 본문을 쓰긴 했지만 시민들은 아마 저런 박원순의 정치쇼를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9호선을 서울시가 인수하기라도 하면, 박원순은 나름 영웅 같은 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포퓰리즘이다. BTO 문제는 배경 지식이 모자란 기자들이 쉽게 요약할 만큼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본문도 가급적 쉽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어려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시민들이 이런 걸 이해하는 건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정치인은 책임을 가지고 사회의 신의를 지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은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시민 사회도 진실을 볼 능력이 없는 것 같다.



참조 : 2013년 10월 24일, 2편 업데이트 (링크)

추가 참조 : 2013년 10월 25일, 3편 업데이트 (링크)

복지 담론의 불편한 진실

경제 2013. 5. 30. 17:42 Posted by 해양장미

 근래 한국에서 사회주의자들이 대단한 일을 해낸 것 중 하나는, 복지를 곧 분배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분배를 늘려야 한다.’라는 정치사회적 의미를 사회주의적이고 복지를 강화해야 하는 것처럼 이해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분배와 복지는 정말 다른 것이다.


 분배란 쉽게 이야기해 경제적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것 전체를 의미한다. 당연하게도 이 분배가 잘 될수록 사회는 보다 평등해지고, 가난하고 불만을 가지는 이들이 적어지게 된다. 그런데 복지, 특히 정치사회 쪽에서 말하는 공공복지는 정부가 개입하는 형태의, 분배의 한 방식을 의미할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칙적인 분배는 복지보다는 통화의 회전에 달려있다. 즉 노동자가 임금을 제 때 많이 받고, 보통 사람들이 돈에 대해 너무 불안감을 가지지 않고 쓸 만큼 쓰고, 소비에 의해 영세상인들도 돈을 충분히 벌 수 있다면 그게 분배가 잘 되고 있는 거다. 시장이 충분히 잘 작동한다면, 복지는 다분히 보조적 수단으로 충분하다. 문제는 충분히 잘 작동하는 시장은 정말 드물다는 데 있다.


 완벽한 시장이 일종의 유토피아라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의 불완전함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이 다르다. 소위 메인스트림의 사고방식은 시장을 좀 더 잘 작동시키는 데 있다.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하여 물가를 조율하고, 시장이 무난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선진국들은 이러한 면에서 잘 작동하는 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많은 경우 그렇지는 않다. 호황은 모두를 평균적으로 부유하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불평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신용이 무너지거나 붐이 꺼질 때 발생하는 불황을 막을 방법 또한 완벽하지는 않다. 이는 마치 병에 걸렸을 때, 의료적 조치를 받는다 해도 전혀 아프지 않을 수는 없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주의자들의 말대로 복지를 늘려야 하는 것일까? 근래 보편적 복지 담론이 불이 붙었던 것처럼, 증세를 해서 그런 식으로 하면 우리 사회의 분배는 더 나아질까? 그리고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분배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적으로 꼭 이야기해야 할 것들은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에서 사회주의자들이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거다. 고의적인 누락이건, 몰라서 말하지 않는 것이건 근래 벌어지고 있는 사회주의적 담론의 확산은 사기성이 있다는 게 근래의 개인적인 판단이다. 


 일단 꼭 알아야 할 것은 모든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는 것과 우리 사회는 이미 일부 측면에선 강도 높은 복지를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의 ‘아주 저렴하면서도 잘 관리되고 있는’ 대중교통은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고 시행 중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복지이지만, 지속 가능성이 의심되는 복지다. 모두들 현재의 운임 체계에서 적자가 누적된다는 걸 알고 있다. 다만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대중교통 요금이 오른다 하면 자칭 서민들은 모두들 죽는다는 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들은 미래의 일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라는 심정으로 우리의 후손들에게 빚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도,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복지 시스템이 잘 작동되기 어려운 이유는 정말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장기적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요금을 올린다거나 건강보험료를 더 걷겠다거나, 연금 지급액을 낮추겠다는 등의 조처를 반가워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는 대략 저런 조치들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4~5년짜리 정권들이 저런 일들을 벌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박원순처럼 초기 협정을 무시하고 대중교통요금을 올리는 걸 힘으로 눌러버리는 시장이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과연 우리 사회가 지금 하고 있는 복지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나는 대단히 의문스럽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코레일만 봐도 그렇게 인력감축을 하고 부실한 면을 많이 만들고 그래도 계속 적자가 나고 있다. 그나마 근래는 적자액이 줄어 올해가 흑자원년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원순이 부당하게 탄압하였다고 보고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만 해도 지난해 540억의 적자가 났다고 시에 청구한 상황이다. 9호선과 맥쿼리의 진실 또한 자칭 진보언론과 박원순의 포퓰리즘에 의해 크게 왜곡되고 있다고 본다.


 즉 민주주의 정권 하에서 복지 시스템을 제대로 유지시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복지 시스템을 처음 만드는 것 자체는 비교적 쉬운 일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예산을 증액하고 혜택을 축소하는 정치적 리스크를 아무도 지고 싶어 하지 않아한다. 갑자기 대중교통비 기본요금을 500원 인상하겠다고 누군가 발표한다면, 그 사람이 과연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모든 복지 제도가 이런 면이 있다.


 또한 세율을 올린다고 결코 세금이 더 걷히는 게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글 ‘커지고 있는 지하경제와 그 문제 및 원인, 그리고 해결방안’ 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데, 증세는 필연적으로 조세저항을 만들고 지하경제를 키우기 마련이며, 그 결과 현대의 금융자본주의 하에서 순환하지 않게 되는 돈은 모두에게 피해가 된다는 게 그 주된 내용이었다.


 실제 이명박 정권이 부자감세로 욕을 먹긴 했지만, 그것은 부당한 정치적 공격이었다. 우선 국세청에서 공개한 연도별 종합소득세율을 보자.


http://taxinfo.nts.go.kr/docs/customer/noted/noted_main.jsp?taxitem_str=%C1%BE%C7%D5%BC%D2%B5%E6%BC%BC&sub_title=%BC%BC%C0%B2&file_path=file%2FnotedInfo%2FU%BC%D2%B5%E6%BC%BC%C0%B2%282012%29.htm


 조금만 자세히 봐도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종합소득세율을 감세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명박 정권 또한 마찬가지로 감세기조였지만, 정권 도중 3억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한 추가세율이 생겨났다. 무려 38%나 된다.


 1억 초과 법인세율 또한 마찬가지다. 노태우 정권 때 34%였던 법인세율은 김영삼 정권에서 28%까지 내려간 후, 김대중 정권에서 27%, 그리고 노무현 정권에서 25%로 감세한다. 그리고 이를 이명박 정권은 22%로 내렸다. 1억 미만 법인세율 흐름도 거의 동일하다.


 즉 감세는 이명박의 특이한 행동이 아니라, 민주화 이후 쭉 이어져온 기조였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일단 자칭 진보 좌파 사회주의 세력들은 두 가지 방향으로 공격했다. 하나는 보수주의자와 연합하는 양상의 김대중부터 노무현까지 다 신자유주의였고, 그것이 양극화에 일조했다는 공격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노무현 정권을 그래도 마음만은 서민을 위했던 정권처럼 포장하여 이명박 정권을 유독 부자 편을 드는 정권으로 낙인찍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부당한 공격이다.


 결과적으로 세수는 어땠을까? 세율을 꾸준히 내린 것과 반비례로 세수는 쭉 증가해 왔다. 김대중 정권 후기인 2001년에 걷힌 총 국세는 95.8조였던 반면, 많은 감세가 있는 이후인 2011년에 걷힌 총 국세는 192.4조원이다. GDP가 올라가서? 꼭 그렇지도 않다. 현재와 큰 GDP 차이가 없었던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의 총 국세는 161.5조원이었다. 국제경기는 노무현 정권 때가 훨씬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세율인하가 더 많은 세수를 불러온 것이다.


 실제 감세를 하면 일시적으로는 세금이 덜 걷힌다. 그러나 금방 회복되어 더 많은 세금이 걷히게 된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가?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일차원적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증세가 지하경제와 불황을 불러온다면, 감세는 더욱 많은 경제활동으로 인한 호황을 불러온다. 세금은 돈이 돌아가는 과정에서 부과되기에 호황이어야 세수가 늘어난다. 실제 자유 경제학자들의 이론이 잘 증명되어온 게 한국인 것이다.


 결국 복지를 위해 증세를 하겠다는 방식은 불황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방식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복지는 증세하지 않고, 적자를 누적시키지 않는 복지이다. 그런데 이미 한국은 적자를 누적시키는 양상의 복지를 하고 있다. 이런 면들에서 본다면 복지를 늘려 분배를 하자는 방식은 바람직하지가 않다.


 물론 한국이 사회적 지출비용이 높은 편은 아니고, 세율이 유럽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도 아니다. 그런데 여기엔 중대한 맹점이 있다. 이것은 결코 사회주의자들이 말하지 않는 것들이다. 알려진다면 결코 지금처럼 시민들이 복지 담론에 열광할 수가 없을 테니까.


 일례로 스웨덴을 보자. 스웨덴은 복지국가로 유명하다. 스웨덴이 복지국가가 된 일차적인 이유는 워낙 부유해서였지만, - 2차 대전 직후 전쟁에 휩쓸리지 않은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 그런 복지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는 엄청난 세금이 들어간다. 그런데 실제 스웨덴의 세율과 한국의 세율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한국이 스웨덴에 비해 세금을 별로 안 내는 건 맞다.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은 소득수준을 4단계로 나눌 경우, 고소득자가 저소득자에 비해 8.7배나 많은 소득세율을 부과 받고 있다. 이는 세율기준이기에 실제 세액으로 치면 까마득한 격차가 나게 된다. 실제 한국은 부자들만 세금내고, 서민들은 거의 세금 안 내는 나라다. 그런데 스웨덴은 소득격차 대비 1.44배 차이밖에 안 난다. 쉽게 말해 모두가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이다.


 한국만큼 고소득자가 저소득자에 비해 엄청난 세율을 부과 받는 나라는 소위 선진국 중 없다. 배수로 치면 브리튼이 1.43배, 미합중국이 1.57배, 일본이 1.82배, 도이칠란트가 2.16배, 프랑스가 좀 차이가 심해서 2.64배다. 그러나 어떤 나라도 한국처럼 극단적인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쉽게 이야기해서 한국이 세금을 많이 걷지 않는 건 맞는데, 특히 극단적으로 저소득층에 세금을 거의 안 걷고 있다는 것이 진실이다. 실제 경험으로 모두들 알겠지만, 한국은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공제율이 커서 소득이 일정 이하면 실제 세금을 안 걷는다. 그런데 다른 나라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소득이 낮은 서민에게도 세금을 꽤 떼어간다. 소위 복지국가들은 다 그렇게 한다.


 소득세뿐만이 아니고, 모두들 공평하게 낼 수밖에 없는 VAT도 한국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모두들 알다시피 한국의 VAT는 10%다. 그런데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20%전후의 높은 VAT를 걷는다. 스웨덴의 VAT는 25%다. 그나마도 한국 서민들은 현금거래를 통해 VAT를 내지 않는 데 능하다.


 결국 한국이 증세를 통해 복지국가가 되려면 서민들에게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엄청난 세금을 물려야 한다. 그런데 면세혜택에 익숙한 한국 서민들이 과연 그걸 감내할 수 있을까? 한국은 사실 서민에게 실질적 면세혜택을 제공해왔다는 점에서 제법 복지국가였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 현실에서 ‘복지해줄게, 세금 왕창 내라.’ 라는 말은 사실 복지국가를 만들려 한다면 부자보다도 서민에게 먼저 적용되어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결코 이 진실을 말하지 않아왔다. 그들은 부자를 털어 서민의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양 말해왔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중산층 이상만 세금을 내는 나라다. 부자들의 경우 그 불평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세율을 더 올린다 하면 조세저항도 강할 수밖에 없다. 실제 세율 올려봐야 부작용만 심하고 딱히 더 걷히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실제 세금을 더 걷는 방법은 결국 서민들에게 보다 평등한 조세를 부과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게 과연 서민들이 원하는 걸까?


 실제 우리 한국인들에게 다가와 있는 불평등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다. 보다 많은 좋은 일자리, 너무 길지 않은 노동시간, 강제적이지 않은 회식 및 유흥, 법 앞에서의 평등, 하도급 및 갑을관계에서의 정당함, 체불 없는 임금 지급, 출산 및 육아시의 경제적 안정 등이 정말로 필요한 것이다.


 부자에 대한 증오심으로 증세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다. 부자가 돈을 잘 쓰도록 해야 한다. 그 돈이 시장에서 잘 돌고 돌면 결국 지급준비율의 원리로 점점 불어나면서 모두의 주머니로 돌아오는 게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세상의 법칙이다. 사업자들이 돈을 벌어야 노동자도 안정적으로 임금을 받고, 사업하기 좋아야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일자리가 많이 생겨야 노동자도 좀 더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사회주의를 억압해왔기에 실제 사회주의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그러나 우린 왜 자본주의가 결국 사회주의를 이겼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하경제 양성화 공약과는 정반대로, 근래 지하경제의 성장은 내 눈에까지 가시적으로 보이고 있다. 특히 그 움직임 양상이 조세회피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장기적 투기라는 점에서 경제에 끼칠 마이너스가 심각하다 할 수 있겠다.


 이 문제가 시작된 주된 원인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올해 1월 1일부터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내려갔다 데 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이하의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모두들 적금 탈 때 경험해봤겠듯이) 15.4%의 세금을 일괄 부과하게 된다. 그런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으로 계산하게 된다.


 종합소득은 누진세율이 붙기 때문에, 이는 결국 금융소득에 대한 세율이 증세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이는 사회주의적인 법률이고, 근래 한국 사회가 사회주의적인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일례이다.


 그런데 이렇게 과세표준을 바꾸면 실제로 서민에게,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좋을까?


 이제 본문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사회주의와 초기 케인즈주의가 실패한 원인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분명한 것은 과세를 늘린다 해서 그만큼 세수가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해당 시민이 받아들이지 않는 과세는 결국 강경한 조세저항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감소에 대하여, 시민들은 결코 그냥 과세당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기준에 맞춰 최대한 절세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하였다.물론 이 과정은 필연적인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정부가 커지면 커질수록 비효율적이라는 말 속에는 이런 현실도 포함되어있다. 정부와 시민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무의미하게 소모되는 비용’을 만들어버린다. 없었다면 보다 생산적인 데 쓰일 수 있었던 재화와 시간이다.


 그런데 이 포트폴리오의 재편성 방향은 당연하게도, 일정 이상 정부의 눈을 피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사실 절세를 위해 노력해본 사람은 모두가 알겠지만, - 돈 없고 앞으로도 없을 ‘실패한 먹물’들은 이걸 잘 모르지만 - 어떠한 과세 체계도 어느 정도 합법적으로 피해나갈 방법은 있다. 심지어 잘만 하면 100% 피하는 것도 불가능한건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 그 나름대로의 적잖은 비용이 필요할 뿐이다.


 2월 말부터 4월 말까지 은행에 예금되어있던 정기예금이 약 5조원 줄어들었다. 금리의 저하 문제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이 정도의 이탈이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 이런 변화의 주요인은 은행권 예금은 정부의 눈에 바로 가시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은행에 예금된 돈은 지급준비율을 제외한 나머지, 즉 정기예금의 경우 예금액의 98%에 해당하는 금액이 다시 대출되어 시장에 흘러 다니는 유동자금이 된다. 그리고 이 유동자금이 흘러 또 예금이 되면, 그건 다시 지급준비율을 제외하고 대출됨으로 호황을 불러오게 된다. 그러나 세금을 피해 지하로 숨기 시작한 돈은 그렇지 않다.


 여기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박근혜 정부의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분명 역설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인데, 현 정부는 국세청에 의해 ‘탈세가 의심될 경우’ 보다 쉽게 금융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법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현재의 기준은 ‘조세범죄 혐의’가 있을 때에만 금융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당연히 ‘탈세 의심’과 ‘조세범죄 혐의’ 사이엔 엄청난 격차가 있다.


 그런데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세금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금융에 대한 변화는 지하경제가 밝은 양지로 나오게 하기보다는 더 깊이 숨어버리도록 조장하고 있다. 실제 사람들의 대응이 어떨까?


 답은 간단하다. 금괴, 즉 골드바 판매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특히 추적이 쉽게 되는 은행 골드바 판매가 아닌, 추적이 어려운 시중 골드바 판매가 늘어났다. 시중 골드바는 현재 은행 골드바보다 훨씬 비싼 상황이지만, 그래도 없어서 못 팔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가정용 금고에 그 금괴들을 보관하기 시작했다. 국제 금값이 크게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다. 금값이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세금폭탄을 얻어맞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여기엔 상속문제가 걸려있기도 하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금괴를 몰래 상속할 경우 어지간한 거액이 양지에서 일시에 움직이지 않는 한 그걸 잡아낼 방법은 거의 없다.


 근래 경제민주화니 복지니 하는 좌파적 화두가 대두되었었다. 이 모든 움직임은 그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적 방안이 성공한 역사는 실제 1970년대 이후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들은 정부의 증세 정책에 결코 순종하지 않는다. 각각의 시민은 개개인이 처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주체이다. 시민사회는 근래 들어 여러 모로 커졌고, 정보를 다루는 기술이 발전해 대응속도도 과거에 비해 훨씬 빨라졌다. 이제 정부는 시민을 이기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세금문제에서 정부가 상대해야 하는 시민들은 시민들 중 가장 강하고 영민한 자들이다. 힘은 정부가 강할지 몰라도 정부의 일은 결국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에 비해 시민의 대응과 회피는 훨씬 빠를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좌파적 의제에 의한 법률의 변화방향은 결국 가장 진중한 가치투자자들이 설 자리를 좁혀버렸다. 이럴 때 투자 양상은 보다 투기적이고 불법적인, 또는 각종 꼼수를 동원하는 양상이 되어버리기 마련이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세금을 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 예외적인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 정말 없다. 기부를 하면 했지.


 한국의 경우 금융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조업에서 무역흑자를 크게 기록하더라도 그걸 금융에서 잃는 게 현실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무역흑자를 쉽게 상회하곤 한다. 그런데 정부의 규제 방안은 건전한 투자를 방해하고, 투기를 조장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금을 사서 금고에 넣어두는 것만큼 ‘나쁜’ 투기는 없다. 금고에서 잠자는 금은 다른 투자자산과는 달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주식이나 채권, 또는 예금을 구매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투자다. 그 돈은 결국 제조와 서비스, 각종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투자금액인 것이다. 아니면 유전의 지분에 투자하더라도 그 석유를 퍼 쓰는 한은 투자라 할 수 있다. 물론 석유를 지하에 잔뜩 묻어두고 풀어주지 않으면 그건 수요-공급을 교란하는 투기가 되겠지만.


 금고에서 잠자는 금괴의 금액만큼, 시장에서는 돈이 사라져버린다. 돈은 흘러 다녀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바람직하게 투자된 돈은 엄청나게 증식하며 시장을 활성화시킨다. 투기 소리를 듣긴 하지만 부동산을 사는 것도 바람직한 투자다. 부동산에서는 사람이 살면서 일을 하고, 농작물과 가축이 자라기에 결국 전체적인 사회의 부를 늘리기 마련이다. 아니면 나대지를 놀리더라도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그린벨트도 가치가 있으니까. 그러나 금괴는 정말 아무 것도 안한다. 금고 속 금괴야말로 최악의 오리지널 투기다. 매도하기 전엔 절대 움직이지도 않는, 통화의 블랙홀이기도 하다. 특히 세계 금값이 하락추세에 있기 때문에, 만약 크게 하락할 경우 반등이 있기 전까진 금괴가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위에 말했듯 좌파적, 사회주의적 사회 분위기와 그로 인해 생긴 각종 법률이 최악의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거다. 돈이 숨다 보면 불황이 오고, 불황이 오면 금리를 내리고 돈을 더 풀어야하고, 이러다 보면 물가가 오르고 바람직한 투자자나 서민이 결국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자칭 진보 좌파와 사회주의자들은 결코 ‘왜 자본주의에서 그래도 사회주의보단 서민이 잘사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략 그 중 99%는 정말 몰라서 말을 못하는 거고, 1%는 자신의 밥줄을 위해 알아도 말하지 않는다.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물론 자칭좌파들은 그런 비난을 앞세울 것이다. 그러나 본래 민주주의의 출발은 ‘국가에 의한 사유재산 및 각종 권리에 대한 침해’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되었다. 국가는 유사시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사유재산을 뜯어가려 하지만, 개인은 그걸 지키려 노력하기 마련이다. 물론 항상 이러한 갈등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은 사회적 비용의 지출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한다. 그 결정권이 기부는 많이 하는 사람도 세금은 내기 싫어하는 이유다.


 신뢰의 문제도 있다. 내가 사회로부터 많은 걸 이미 얻었고, 내가 세금을 내더라도 사회가 그걸로 더 ‘우리가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조세저항은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이런 건 요원한 일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사실 복지 제도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문제를 일으킬 경우 얼마나 조절하기 어려운지 잘 체감하고 있다. 건강보험재정과 국민연금이 그것이다. 우리는 막대한 건강보험 적자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국민연금 문제도 어찌 손을 못 대고 있다. 그런데도 좌파적 담론들과 분노를 앞세우는 분노조절장애 환자들은 일단 복지부터 늘리자 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복지 재정 왕창 늘려봐야 그 효과를 보는 사람은 소수고, 체감이 잘 되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나 복지를 늘린다는 증세담론에 의해 피해를 입는 통화와 각종 자산, 그리고 기업의 문제는 결국 돌고 돌아 모두에게 적잖은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많은 양의 돈이 빨리, 잘 돌수록 결국 개개인의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돈도 많아진다. 그러나 돈이 어딘가로 계속 증발해버리면, 결국 못 사는 사람의 주머니가 먼저 말라버리기 마련이다. 얕은 개울이 먼저 말라버리듯.


 마지막으로 이 글은 복지 제도를 보다 양질의 것으로 만드는 데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복지의 퀄리티를 늘리는 데 있어 반드시 증세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또한 증세를 하더라도 보다 조세저항이나 부작용이 적은 방향을 선택하는 게 필요하다. 섣부른 증세와 복지만큼 위험한 것도 드물다는 게 이 글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다.



일본 경제는 언제든 망할 수 있다.

경제 2013. 5. 25. 02:04 Posted by 해양장미

 일본에 어느 날 갑자기 경제위기가 닥치는 걸 상상할 수 있을까? 사람에 따라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갑자기 IMF 구제금융을 받는다거나, 갑작스레 세수를 올려 폭동이 일어난다거나, 더 나아가서는 모라토리엄 선언이 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현실이다.


 일본은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경제 동력을 잃은 지 오래 되었고, 감당 불가할 정도의 심각한 빚더미에 올라앉아있는 나라다. 그나마 부채의 대부분을 일본 자국민이 떠안고 있어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다면 벌써 망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한국의 부채가 GDP 대비 30%정도인데, 이런데도 빚 많다고 우려가 나오는 형국이다. 그러나 일본의 부채는 GDP 대비 240%이다. 금액으로 치면 천조엔 수준. 엔화가치가 떨어졌다고는 해도 현재 한화로 1경원이 훌쩍 넘는다. 실질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일본이 저런 엄청난 부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일본 국채 금리가 워낙 형편없기 때문이었다. 일본인은 국채 이율이나 금리가 낮아도 국채를 구매하고 은행에 예금을 했고, 이 연장선상에서 어지간히 돈을 풀어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았다. 금융에 대한 문화적 결함은 일본을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한 주된 요인 중 하나이다.


 문제는 이번에 아베가 엄청나게 엔화를 풀어내며 양적완화를 시작했다는 데 있다. 양적완화는 호황을 불러오는데, 그 결과 채권을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면 채권 금리는 올라가게 되어있다. 이를 설명하자면 채권의 금리는 채권의 가격과 반비례다.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채권이 인기가 좋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채권도 거래가 된다. 채권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반대다.


 그런데 일본은 이미 감당 불가능한 부채를 지니고 있고, 그 부채는 국채로 이루어져 있다. 국채금리는 채권시장에서 변동한다. 그런데 양적완화로 인해 식었던 경기가 뜨거워지면 채권금리가 올라가게 되어있다. 일본 국채금리가 오른다는 건 일본 정부가 지급해야 할 이자가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이 감당 가능한 금리가 어디까지일까? 사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지금도 감당하기 힘들다. 이미 실질적으로는 돌려막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도 금리가 낮아서 버틸 수 있었던 거고, 그래도 버티기 힘들어서 부가가치세를 늘린다는 둥 증세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정권이 교체되었다. 그런데 금리가 더 올라가면? 당연히 더 돌려막거나 더 증세하거나 파산할 수밖에 없다.


 만약 빠른 시일 내에 일본 채권 이율이 한국 국채만큼 올라간다면 일본은 그 이자를 지급하는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파산에 준하는 각종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경우 일본이 혼자 죽지는 않는다는 데 있겠다. 일본은 GDP기준 아직 세계 제 3의 경제대국이다. 그리고 일본은 엄청난 미합중국 국채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돈이 없어져서 미합중국 국채를 일거에 매도하고,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GDP가 줄어들게 되면 세계 경제에 또 한 번의 심각한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 물론 일본이 아무리 바보라도 정말 일자무식할 리야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이 오긴 어려울 것이다. 또한 IMF도 일본이 망하게 그냥 둘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일본이 조만간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일본은 일종의 한계에 부딪쳤다고 할 수 있다. 기적적인 소생이 없는 한 어쨌든 고통스러운 몰락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 부동산 주택시장은 어떻게 될까?

경제 2013. 5. 23. 15:18 Posted by 해양장미

 사석에서 근 몇 년 한국 경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 때면, 핵심 문제를 부동산 - 특히 아파트 위주의 주택시장 - 이라고 반드시 꼽아 이야기하곤 한다. 부동산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전세값이 뛰어 오르기 때문에 시중에 돈이 풀리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2년간 전세값이 지역에 따라 50%까지 올랐다. 비용으로 치면 서울기준 평균 수천만원 올랐다 보면 된다. 그렇기에 전세 생활가구의 경우, 돈을 열심히 모아서 전세비에 부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주택 소유가구의 경우에도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미래 기대소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월세 가구는 말할 것도 없다. 부동산은 일종의 자금이 빠져 들어가는 블랙홀이 되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 거라는 공포감이 많은 이들에게 부동산을 구매할 수 없게 한다. 심지어는 팔수도 없게 한다. 거래절벽은 많은 이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도 이제 슬슬 바닥이 보인다 할 수 있다. 일본같이 특이한 사례를 제외하면 아무리 심한 부동산 침체도 결국 회복되기 마련이다.


 한국이 예전에 부동산 침체를 안 겪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물론 대부분 어린 사람들이다. 한국은 이미 과거에 부동산 침체를 겪은 적이 있다. - 일례로는 1991년부터 1994년까지 - 많은 사람들의 관념에 비해 부동산 침체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모든 자산이 침체기를 겪고, 가격이 떨어진 후에 폭등한다. 어차피 전체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 한,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 부동산이 부담하는 경제적 펀더멘탈 자체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국 부동산의 경우 사실 장기적으로 침체될 만한 이유가 별로 없다.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 부동산은 2000년대 초중반에 그리 많이 오른 편이 아니다. 게다가 리먼사태 이후 부동산 침체기에 들어선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수요가 부족한 것도 결코 아니다. 전세값 폭등은 결국 수요를 증명해준다. 현재 부동산이 거래되고 있지 않은 것은 일종의 심리문제다. 장기적으로 펀더멘탈이 나쁘다는 인지가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가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가 부동산 펀더멘탈 하락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이민 정책이 상대적으로 잘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처럼 극단적인 고령사회가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가 않다. 일본이 저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출산율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이민정책에까지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이민 정책은 대단히 중요하다. 모든 선진국은 이민 인구가 일정 이상의 역할을 한다. 한국도 이제 정식 이민 절차를 공식화해야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가능한 한 잘 흡수하여야만 한다.


 또한 아직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국인의 1인당 주택 거주면적은 좁은 편이다. 이 또한 경제성장과 함께 점진적인 성장을 하는 분야이다. 주택 가격이 떨어질 거라는 전망을 미리 하고, 그에 끼워 맞춰 정보를 수집하는 게 아닌 이상 지속적으로 부동산 불황이 이어질 거라는 예언을 하기는 어려운 게 한국의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부동산 종말론은 많은 젊은 층의 의식을 틀어잡고 있다. 물론 종말론자의 예언이 맞았다면 이미 한국 부동산 가격은 15년 전 가격이 되어있어야 하겠지만, 예언이 틀리더라도 종교는 유지되기 마련이다.


 분명한 것은 부동산 시장이 호황으로 돌아서지 않는 한, 전세 가격은 점점 상승하면서 전세 제도 자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 전세제도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한 높은 이율과, 전세금을 부동산에 재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높은 기대소득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기준금리는 2.5%까지 떨어졌고, 대부분의 부동산 소유주들은 담보대출을 받고 월세를 주는 게 훨씬 나은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임대인이 없다면 임차인도 없다.


 이미 일부 지역의 전세 비용은 경매가를 상회할 정도로 올라버렸다. 주택 경매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지도 이제 2~3개월 정도 되는 것 같다. 전반적인 시그널은 침체가 바닥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결국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아지기는 어렵다.


 물론 과격한 종말론자들은 지금 전세가도 버블이라고 우겨대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말은 시장 가격의 기본 의미에 대한 기초지식조차 없는 헛소리다. 노숙자로 살 게 아니라면 누구나 집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의 전세비는 결국 시장에서 합의된 금액이다. 불황과 공황을 찬양하는 좌파 종말론자들의 말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