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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어울릴 것 같은 브금

 

https://youtu.be/hfXZ6ydgZyo

 


 

 밀턴 프리드먼과 케인즈로 대변되는 통화주의자와 재정주의자의 대립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흘러간 옛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이런 대립구도를 대중들이 좋아하긴 합니다만, 주류경제학은 케인즈와 프리드먼을 모두 포용하여 통합했지요. 물론 여기서 비주류 포스트케인지언들은 논외입니다. 요새 우리나라에서 소득주도성장 어쩌고 하는 사람들이요. 그 몽상가들은 케인즈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고전적인 대립이 근래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들은 저금리 정책을 실행했는데, 일단은 기대했던 결과가 나온 곳이 미국뿐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경제위기의 주범이었던 미국경제가 역설적으로 빨리 회복되는 바람에, 미국은 금리를 먼저 올렸고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타 주요국들은 금리를 더 낮추는 식으로 대응하게 되었지만, 그 결과는 현재로서는 망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한미금리역전이 한참 이어지고 있는 우리도 이 논란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금리를 낮춰서 통화량을 늘렸는데 경기부양이 안 되고 점점 죽는다... 이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이론이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통화주의가 처음부터 안 맞던 것은 아니고, 그 동안 곧잘 맞아왔던 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및 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 잘 안 맞게 된 것 같습니다.


 

 요새 우리나라 정부가 추경해 재정 푸는 걸 우선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도 이것입니다. 금리인하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근래 돌아가는 걸 보면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좀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이론적으로 통화완화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색된 경기를 완화시켜야 하는데, 별로 그렇게 되고 있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 우리 대한민국의 입장 차이에 있기도 하겠지만, 문화적인 차이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사람들은 저축을 좋아하지 않고, 주식 같은 유동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부동산 같은 비유동자산을 투자용으로 선호하는 비율은 낮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축과 부동산을 좋아하고, 주식 같은 투자용 유동자산은 잘 신뢰하지 않습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통화완화가 잘 안 통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부동산이 많이 오른 편은 결코 아닙니다만. 세계적으로 안 오른 편입니다. 주요국 중엔 그나마 금리가 쭉 높은 편이기도 했고요.


 

 2010년대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리가 낮아지는 와중에도 저축을 늘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금리를 낮추면 이론상 저축을 줄여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저축을 늘린 것입니다. 그 첫째 원인으로 그 동안 꼽히던 건 고령화였습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 생각해보면 그냥 우리나라 사람들 성향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금리가 낮아서 기대이자수익이 낮아지니까, 저축을 더 함으로 그 낮아지는 수익률을 만회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주식시장 같은 유동자산시장에 대한 인식과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제 고령화가 된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던 방식을 쉽게 바꿀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낮은 기준금리가 외국자본을 쉽게 떠나게 하는 한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건 한미기준금리역전이 일어난 현 시점에서는 좀 더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되어버렸지요. 경기가 좋아지려면 우리나라사람들의 자산 중 유동자산 비율이 더 높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결국 주식시장이 올라야 하는데, 그 동안의 박스피 및 평균PBR 하락을 보면 저금리가 주식시장에 도움이 된다는 일반론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안 통하는 것 같긴 합니다.


 

 사실 그 동안 대중들 사이에서는 저금리 같은 X수작부리지 말고 금리 올리라는 주장이 꽤 있기도 했습니다. 대조적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저금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아주아주 가끔 전문가들이 틀리고 대중이 옳을 때도 있긴 합니다. 이번이 어쩌면 그런 경우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에 금리를 올리는 걸 생각해보면 정말 어려운 수긴 합니다. 이렇게 경기가 나쁜데 통화유동성을 줄이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나에게는 금리를 올리는 게 좋은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한미금리역전을 감수한 저금리가 효용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생긴 정도입니다. 다만 이 논제에 대한 이해는 이주열을 비롯한 한국은행측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무언가 선택을 하기 어렵겠지요.



 홍남기 부총리나 KDI, 그리고 채권시장은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근원물가지수도 준디플레이션 상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금리인하가 이론적 답안에 가까운 상황이긴 합니다. 다만 근래 시장에서 이론이 잘 들어맞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론을 어떻게 업데이트해야할지를 결정해야 하고, 그것은 아주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지금은 정부의 반복된 실책으로 그러기 너무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놓은 시기이기는 합니다. 부작용 강한 약을 써보려고 해도 체력이 너무 소진되어서 쓰기 어려운 상황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내가 조금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세 가지 같습니다. 하나는 저금리 정책을 끝낼 거면 치밀한 준비와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치밀한 준비를 하려면 현실에 대한 이해가 좋아야 하는데, 이 정권은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는 것이건 무리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금리인하로는 충분한 경기부양 효과가 없는 걸 넘어, 거의 경기부양 효과가 없거나 어쩌면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경기부양을 시킬 거면 보다 확실하고 강력한 부양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주류경제학이 머지않아 업데이트되면서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방식의 경제정책이 표준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금리가 앞으로 더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장기대출을 받을 때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변동금리대출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줄이는 방향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당장 한국은행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들어가고는 있겠지만, 당장 올려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결하거나 내리겠지요. 내리면 내릴 때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별다른 조치 없이 그럴 경우 시중 부동자금들이 비유동자산으로 더 들어갈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는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고, 부동산 랠리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급반전해서 경기가 과열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정책이 크게 실패하고, 전반적으로 불안정하며, 대외변수에 많이 흔들릴 때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크게 움직이건, 신뢰를 잃은 이 정권은 더 이상 시장에 대한 강한 통제력을 가지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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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24 17: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해양장미 2019.05.24 19: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국인들은 뱅크런과 금 소유 금지와 닉슨 쇼크, 골디락스를 모두 겪었지요. 그러니까 금융에 대한 이해들이 좋습니다.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때도 뱅크런을 겪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때 현금가진 사람들은 부자가 됐습니다. 연이자를 20%씩 줬거든요. 보편적인 경험이 행동패턴을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2. 27남 2019.05.25 00: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저임금 때문에 안그래도 허덕이고 쓰러져가던 자영업자가 금리인상까지 맞아버리면 안그래도 불경기라 장사도 안되는 마당에 못갚는 대출때문에 큰일일텐데.. 미국까지 금리를 올려버린다면 너무 끔찍합니다.

    • 해양장미 2019.05.25 0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구조조정과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면 최소한 정부는 솔직하게 상황을 인정하고, 국민들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정부가 상황을 주도적으로 망치고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어서는 답이 안나옵니다.

  3. 적분 2019.05.25 0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씁쓸하네요 현정부가 싸지르고 있는데 정권바껴면 제대로 수습할수있을까요? 참.. 한탄스럽네요 아직3년 가까이 남았는데 어떻게 할지.. 503이랑 현정부꺼 처리하고도 못할거같네요

    • 해양장미 2019.05.25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본 블로그는 비속어를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게 룰이므로,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댓글 수정 요청하고요.

      워낙 상황이 안좋으니까 차기 정부가 반전을 시키면 체감상 좋아지긴 할 겁니다. 다만 이 정부가 저지르고 있는 문제들을 수습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수십 년 동안 장기적으로 만회해가야 할 것입니다.

  4. O44APD 2019.05.25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는 올해 최저임금은 동결하는걸 하는게 어떤가 싶긴한데.. 이 정부가 민노총 등에게 정치적으로 빚을 지고 있어서 불가능하겠지요?

  5. 윈브라이트 2019.05.25 2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머리가 아파오네요. 점점 더 예측할 수 없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는 막연한 공포감이 들때가 많습니다.

    • 해양장미 2019.05.25 2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앞으로는 정말 많은 게 변하게 될 겁니다.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든 게 당연히 많고, 그만큼 열린 마음을 가지고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 minddiver 2019.05.26 0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기가 반전해서 과열되는 상황은 어떤 경우에 그럴수 있다고 보시나요? 지금 한국경제가 근시일 내에 호황으로 반전되기는 쉽지 않아보이는데요

    • 해양장미 2019.05.26 0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져서 위안화 절상을 받아들일 때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화도 자동으로 절상되거든요. 지금 달러/원 1200쯤 하는데, 8~900 정도로 일순간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폭발적인 버블이 발생하게 될 수 있습니다. 확률이 높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 지나가던사람A 2019.05.26 0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시나요? 장미님의 글을 보고 원화가치 하락을 예상해서 달러화 현금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수익을 실현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 해양장미 2019.05.26 0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뇨. 별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까지 가려면 일단 미중간 군사적 충돌을 겪고, 거기서 중국이 참패하는 정도의 사건은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