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비 식량, 약품 이야기

식이 2016. 9. 20. 00:39 Posted by 해양장미

 근래 북조선과의 사이도 험악하고, 지진도 나고 하니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사실 옛날엔 북쪽이 도발하면 라면 사재기를 하는 사람도 많고 그랬지요. 이번 글에서는 혹시라도 피난을 가야 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어떤 식량과 약을 준비하는 게 좋을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어지간해선 별 일은 없을 테지만, 알아 둬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 식량 -

 

 일단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만, 비상사태를 대비해 라면을 구매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라면의 유통기한은 결코 길지 않고, 라면의 부피대비 열량은 높지 않으며 여러 모로 큰 메리트가 없습니다. 유탕면은 건면에 비해 유통기한이 매우 짧아요. 그럼 보다 쓸만한 것들을 이야기해보지요.


 

 일단 구하기 쉽고 먹기 쉬운 것 중에 가장 부피대비 열량과 영양가가 높은 건 견과류입니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저렴하고 흔한 건 땅콩이지요. 그러니 일단 땅콩을 준비하길 권합니다. 물론 취향대로 다른 견과를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더 부피가 작은 땅콩버터도 좋아요. 같은 원리로 견과나 깨를 쓴 강정도 강력 추천입니다. 실제 견과/깨강정은 조선 시대만 해도 먼 길 떠날 때 챙기던 휴대용 식량이었습니다.


 

 그런데 견과류만 많이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됩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곡물도 같이 챙겨 다니는 게 여러 모로 좋습니다. 비상사태를 대비한다면 다른 곡물보다 찐쌀(올벼쌀)이 좋습니다. 찐쌀은 한 번 쪄서 말린 쌀이라 그냥 먹을 수도 있고, 빠른 시간 내에 죽이나 밥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레토르트 밥도 부피 대비 식량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조금 무겁지만요.


 

 인류가 오랜 기간, 그리고 현대에도 휴대식량으로 이용 중인 비스킷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위에 이야기한 땅콩버터를 비스킷에 발라 먹으면 부피대비 높은 열량 섭취가 가능합니다. 추천할 만한 건 다이제 같은 겁니다. 부피대비 참 아름다운 칼로리라 다이어트의 적입니다만, 비상시엔 그만큼 좋은 것도 없지요. 조리할 시간이 있고 물이 충분할 땐 견과를 넣은 죽을 끓여먹고, 아니면 견과, 강정, 비스킷을 먹는 걸 추천합니다.

 


 찬거리로는 마른김과 캔 햄, 캔참치, 소금과 간장을 추천합니다. 마른김은 먹을 수 있는 양에 비해 부피가 매우 작고, 영양가도 좋고 맛도 좋습니다. 좋은 마른김은 굳이 굽지 않고 그냥 먹어도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찐쌀로 죽을 끓여 마른김, 간장과 함께 먹으면 됩니다. 캔 햄도 챙기면 좋은데, 부피대비 먹을 게 많은 편입니다. 캔 햄을 구울 여유가 없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스팸같이 양질에 짠 캔 햄이 좋습니다. 캔참치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하절기에 많이 움직이면 소금기를 챙기는 게 중요하니 간장 외 소금도 어느 정도 가져다니는 게 좋습니다.

 

 그 외 초콜릿이나 캐러멜을 좀 챙기는 게 좋습니다. 기운을 북돋고 덜 지치게 합니다. 또한 녹차를 챙기는 것도 추천입니다. 물을 끓여 먹어야 할 때가 있을 텐데, 녹차를 끓이면 맛도 괜찮고 비타민C의 섭취도 가능합니다. 같은 차라도 홍차나 오룡차에는 비타민이 파괴되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먹을 게 없으면 우려낸 녹찻잎도 먹을 수 있습니다.


 

- 약품 -

 

 약은 지병이 있는 경우 그 약부터 챙겨야겠지요.

 


 그 다음으로 챙기면 좋다고 생각하는 약품은, 포비돈요오드입니다. 포비돈요오드는 소독에 있어서는 참 훌륭한 약품이거든요. 세균부터 바이러스까지 싹 살균합니다. 상처를 소독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깨끗하지 않은 물을 마시려 할 때도 소독할 수 있습니다. 식수 소독할 때는 1리터당 10%용액 몇방울 넣고 좀 기다렸다 마시라나요. 이렇게 소독한 물은 맛은 없지만, 위생은 많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포비돈요오드는 가글액으로도 씁니다. 목이 붓거나 하는 데 효과가 있고, 구내 세균을 살균할 수 있습니다. 7.5% 농도를 가글용으로 팔더라고요. 그 외 식기 같은 걸 세척하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또한 유사시엔 의외의 쓸모도 있는데... 일단 포비돈요오드는 요오드 성분이라 방사선 내부피복위험시 갑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쓸 수 있습니다. 요오드 정제를 먹는 게 좋지만 구할 수 없다면 포비돈요오드를 갑상선, 가슴 부위에 바르면 소량의 요오드를 흡수하여 내부피폭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화학무기인 겨자가스에 노출되었을 때 바로 바르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도 합니다. 수포가 생기기 전에 바로 발라야 합니다. 여러 모로 쓸만하지요.

 

 포비돈요오드 외에 구하기 쉬운 것 중 식수, 음식물 소독과 겨자가스 노출 대응에 쓸 만한 게 또 있긴 합니다. 차아염소산나트륨 수용액, 그러니까 락스입니다. 락스로도 식수 소독할 수 있고, 겨자가스 수포작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락스는 포비돈요오드와는 달리 꽤 유독하고 상처 소독 같은 덴 못쓰기 때문에, 유사시 가지고 다니기엔 덜 적합할 걸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챙기길 권장하는 게 지사제입니다. 문명 생활 중엔 어느 정도 설사가 와도 불편한 정도입니다만... 피난같은 거 다닐 때는 그 정도 문제로 그치지 않습니다. 물론 세균성 설사가 왔을 땐 지사제를 함부로 먹으면 안 되니, 충분히 위생적인 음식을 먹어 세균감염만큼은 피해야 합니다. 세균감염이 아니더라도 과로와 스트레스로 설사가 올 수 있으니, 지사제정도는 챙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밴드와 물파스 정도는 챙기는 게 좋겠지요.


서울 최서단의 흥미로움

사회 2016. 9. 18. 01:23 Posted by 해양장미



 

 서울특별시가 이렇게 생겼다는 건 어지간한 분들 다 알 겁니다. (사진이 작은 분들은 클릭 또는 터치하세요)

 

 이런 서울의 최남단은 양재2동 청계산에 위치합니다. 최북단은 도봉산 정상 근처고요. 최동단은 상일동으로, 상일 IC 동남쪽에 있습니다. 이 곳들은 비교적 무난하게 경계가 그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 최서단은 좀 생긴 게 특이합니다.



 

 이 붉은 선 경계가 서울 최서단인 강서구 오곡동입니다. 김포공항 활주로를 포함하고 있는 법정동으로, 보시다시피 서쪽 경계가 실제 지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이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최서단은 굴포천을 통과해 넘어가 있지요. 서울 오곡동 남쪽은 부천 끝자락인 오정구 대장동이고, 서쪽은 인천광역시 계양구 동양동입니다.

 

 경계가 이렇게 지도와 관계없는 건 이 경계가 매우 오래 전에 생성되었기 때문인 걸로 추정합니다. 이곳이 지금은 오지라도 조선 시대 땐 꽤 번화한 곳이었고, 동일한 부평부였다고 하거든요. 그러다 공항이 생기면서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 되어버렸지만요.

 

 여하튼 실제 해당 장소를 가보면 서울의 경계를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지도를 안 보면 굴포천 서쪽까지 서울 경계일 거라고 생각할 수가 없어요. 39번 국도나 굴포천 자전거길을 타고 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시 서울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셈이 됩니다. 굴포천 서쪽의 서울 끝자락은 농지고 비닐하우스들이 있습니다.

 

 실제 서울시가 이 경계부를 얼마나 관리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부동산 거래 시에는 해당 행정기관을 이용해야겠지만요. 그리고 이 김포평야 일대는 서울특별시에서 아직 쌀이 생산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합니다. 의외로 서울시민 중 서울 내 농업 종사자들이 좀 있습니다. 서울 내에서 생산되는 쌀이 경복궁쌀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유통되는데, 년 생산량은 마곡 개발 전에는 의외로 제주와 비슷했습니다. 근래는 마곡이 개발되면서 농지가 줄었고, 경복궁쌀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 같지만요.

 

 서울 최서단은 산악 지대를 제외하면 서울 유일의 오지입니다. 그럼에도 한때는 번영했던 지역인 만큼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좀 있습니다. 오곡동에 인접한 오쇠동은 2002년에 방화로 추정되는 다수의 화재와 함께, 불타죽은 사람들이 나왔음에도 조사는 심하게 미진하였고 마지막까지 살던 사람들이 결국 떠나고 지금은 거의 황폐화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무한도전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었다지요.

 

 그 때 (아마도) 불까지 질러가며 사람들을 내 쫓은 이유는 골프장 건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환경단체들에 의해 골프장 건설은 지연됩니다. 물론 인근에 사는 사람들도 대체로 서울-인천-부천 세 대도시에 걸친 이 오지(김포습지)를 잘 모릅니다. 김포공항 때문에 오지가 된 곳이거든요. 이 곳 개발을 막기 위해 환경단체들은 아직도 싸우고 있습니다. 김포습지는 수많은 새들이 날아드는, 서울의 마지막 미개발지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로 인해 김포공항에서는 버드 스트라이크를 막기 위해 새를 쫓으려 매일같이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곳으로 인해 인접지역에는 비교적 대도시치고는 야생생물이 흔하기도 합니다. 실제 몇 년 전 강서구 한강변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고라니가 목격된 사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