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브금

 

https://youtu.be/Gbx21vMKzH4

 



 기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60갑자 연도는 음력으로 셉니다.) 나는 매년 새해를 세 번 맞이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동지 다음날이 천문학적인 새해입니다. 전통적으로 동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작은설로 쳤고, 크리스마스의 기원도 동지입니다.

 

 양력설이 동지 이후 일주일 이상 뒤로 밀린 건 현행 그리고리력의 오류에 가깝습니다. 그레고리력의 잘못된 관습이나 오류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실제 별 문제는 없기 때문에 그냥 쓰고 있습니다. 20세기에 국제 표준 역법을 수정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실패했었지요.

 

 오늘은 통칭 음력인 시헌력으로 새해의 첫 날입니다. 우리가 음력으로 흔히 쓰는 시헌력은 청나라에서 만든 것으로, 예수회 선교사들의 천문학적 지식을 수용하여 상당히 과학적으로 완성된 체계입니다. 조선 시대 땐 청나라 오랑캐들이 만든 거라고 인정을 못 받았다고 합니다만. 시헌력 24절기는 천문학적 양력 주기를 따르며 절기 사이의 간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지구의 공전궤도가 원형이 아닌 타원형이라 절기 사이의 간격이 일정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시헌력은 24절기로 천문학적 양력 기준을 맞추고 날짜로 음력 기준을 맞추는 체계인데, 옛날에는 바닷가나 강 하구 쪽에 사람들이 많이 살았기 때문에 음력이 유용했습니다. 전근대 시절에는 바닷가에 살면 먹을 걸 구하기 쉬웠고, 대체로 강 하구에는 퇴적지가 생겨 농경에 적합한 평야 지대가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다 근처에 살면 반드시 음력 달력을 봐야 합니다. 달의 주기에 따라 조수간만차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기해년 새해를 맞아 간단하게 역법 이야기를 잠시 해봤고요. 이번 포스트의 본론으로는 MB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말해볼까 합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습니다만 문재인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공통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가장 큰 공통점은 역시나 사회주의적 성격이 있다는 것과, 강한 권력을 쥐었음에도 기대가 컸던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합니다. 노무현 정권의 사회주의적 성격은 문재인 정권만큼 심하지는 않았고, 문재인 정권보다 노무현 정권의 권력이 꽤 약했던 것은 첨언해둡니다만 정도의 차이지 본문에서 이야기할 논지에 대한 방향성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정치에 대한 실망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노무현 시절에도 그랬지요. 구체적으로는 노무현 시절의 분위기와는 좀 다릅니다만, 이번에 퍼지고 있는 정치적 실망감은 역시나 문재인 정권에 대한 큰 실망에서 기원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좀 잘 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들 또한 시민들을 끝도 없이 실망시키고 있지요. 홍준표가 이명박, 박근혜 석방을 주장하고 나설 정도니 참, 그런 걸 보는 시민들 마음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나 역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MB가 떠올랐습니다.

 

 MB는 서울시장 때부터 비토도 약점도 많았던 정치인입니다. 그렇지만 시민들의 강한 기대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고, 결국 박근혜까지 꺾으면서 대통령을 차지하고 대선에 연이은 총선에서까지 친이계 일색으로 한나라당이 크게 이기도록 리드한 적이 있습니다.


 

 이명박은 탈이념적 실용을 내세웠었습니다. 국민들을 잘 살게 해줄 거라 공언했었어요. 지금정도는 아니지만 노무현 정권에도 사회주의적 아집이 있는 인사가 많았고, 불필요한 갈등과 잘못된 노선이 많았습니다. 이명박은 결코 신중하지도 않았고 완벽한 서울시장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추진력과 청사진은 보여줬었고 그래서 답답하진 않아 보였지요.


 

 나는 이명박의 천박함과 저렴함, 앞뒤 가리지 않는 무대포 스타일 및 기만적인 성향을 결코 좋게 생각할 수 없었고, 결국 내가 우려한 대로 집권하고 나니 완전히 엉터리인 면 투성이이긴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이명박 정권이 그나마 다른 정권들보다는 나은 편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그나마아집을 덜 부렸고, ‘그나마현실적이었고, ‘그나마좋은 결과를 내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비교대상이 혼자 정치하려다 비참하게 죽은 노무현, 말할 가치도 없는 박근혜, 그리고 우리 이니라서 그런 거 같긴 합니다만.

 

 여하튼 현재의 자유한국당은 MB의 실패 못지않게 MB의 성공도 좀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정희의 딸인 게 정치적 가치의 7할 이상을 차지했던 박근혜는 논외로 하고, 군사정권과 김영삼 빼면 자수성가해서 대통령까지 했던 자유한국당 계열 유일한 정치인이 이명박입니다. 이명박이 어떻게 노무현 정권의 약점을 공략하고 민심을 얻을 수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방정권 운영 면에서도 이명박, 안상수, 손학규 시절 수도권은 좋았습니다. 이명박이 좀 너무 주변 생각 안하고 막 나간 면은 있고, 나는 그걸 결코 좋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세월이 지나 돌아보면 장점이 더 많았지요. 박원순 3선 하는 걸 보고 있으니까 더 그렇습니다.

 

 (그 때는 한나라당이었던) 손학규정도는 아니었지만 당시의 이명박도 그렇게까지 보수적인 이미지는 아니었습니다. 실제로는 이미지보다 보수적이었고, 그게 대통령이 된 이후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더 보수적인 박근혜에 비해 이명박은 조금은 중도적인 이미지가 있었지요. 그게 이명박을 강한 후보로 만들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자유한국당은 당시의 한나라당에 비해 여러 모로 나쁜 상황이고, 행보도 불안불안합니다. 조건도 다른 게 노무현 시절엔 이명박과 손학규가 지방정권에서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차기 정권까지 노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지방정권까지 민주당이 싹쓸이한 상황이라 그게 안 됩니다. 그리고 황교안이 당 내에서 너무 강해졌습니다. 황교안은 절대로 혁신적이거나 중도적인 이미지는 아닙니다.


 

 전당대회에서 황교안이 무난하게 승리한다면, 어쩔 수 없이 미래의 많은 부분이 황교안의 손에 있을 것이고 그건 현실이니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황교안이 그나마 괜찮은 행보를 걸어주길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없다면 이 나라의 미래가 위험해도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MB가 비록 최종적으로는 실패한 정치인이었을지언정 한 때는 성공적이었던 것을 떠올리고, 그 성공이 어떻게 가능했었는지 복기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대깨문과 메갈과 상습적 보행 흡연자 제외, 모두들 기해년 한 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