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대륙이 아닙니다.

사회 2016. 9. 2. 02:22 Posted by 해양장미

 그리고 이 곳은 본래 아시아가 아닙니다.

 

 지구에 대륙은 아프로-유라시아, 아메리카, 안타르티카, 오스트레일리아. 이렇게 넷뿐입니다. (넓이 순 정렬입니다.) 육지가 이어진 곳은 한 대륙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비록 지협으로 이어져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특히 그나마 지협으로 나눌 수 있는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의 경계와는 달리,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는 매우 모호합니다. 애초에 유럽과 아시아는 다른 대륙이라 볼 근거가 없으며, 본래의 아시아였던 아나톨리아는 현재 모호하게나마 종종 유럽으로 취급되곤 합니다. (터키 이야기입니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구분은 고대 엘라(희랍)인들이 했던 것입니다. 이 당시 엘라인들은 아프로-유라시아가 얼마나 광활한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알렉산더는 자신이 전 세계를 거의 다 정복했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러니까 이상한 구분이 된 것입니다. 유럽은 거대한 아프로-유라시아 대륙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유럽의 경계는 매우 모호합니다. 캅카스는 유럽인데 오랜 기간 비잔틴 영토였던 아나톨리아는 아시아라니 좀 이상한 이야기지요. 또 나눈다 해도 유럽은 전체 아프로-유라시아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 한 대륙으로 대접받을만한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그저 유럽인들이 우리들은 특별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지요. 다른 지역 사람들이 모두 그랬듯이 말입니다. 또한 유럽을 단일한 문화권 또는 지역으로 볼 수도 없고요.

 

 유럽인들에게 유럽이라는 표현은 일종의 특권적 표현입니다. 그래서 어떤 유럽인들은 다른 유럽인들에게 너넨 (진짜)유럽인이 아니다.’ 같은 차별적 발언을 하곤 합니다. 유럽을 하나의 독립된 대륙으로 보는 관점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만일 유럽이 대륙이라면 중동도, 인도도 같은 관점에서 대륙이어야 합니다. 실제 인도는 지질학적으로 봐도 독립된 하나의 대륙이긴 합니다. 인도가 만일 아시아에 붙어있지 않고 바다 한가운데 떨어져 있어도 대륙입니다. 기준인 그린란드보다 크거든요. 물론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극동, 인도차이나 역시 다 각기 다른 대륙이어야 합니다. 아프리카는 어떻게 나눠야할지 생각 좀 해봐야겠고.

 

 아시아라는 명칭에도 사실 문제가 있습니다. 위에 말했듯 아시아라는 이름은 본래 아나톨리아를 가리킵니다. 여기와는 별 상관이 없었어요. 극동이니 아시아니 하는 이름은 유럽인들이 붙인 이름입니다. 그걸 우리가 써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는 아무래도 분단과 냉전으로 고립된 세계에서 살아왔다 보니, 우리 주변을 지칭하는 지역 명칭에 대해서 크게는 중요하게 생각해오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나마 동양 정도가 비슷한 이름이겠네요. 그런데 동양도 정확한 기준이 없는 어휘입니다.

 

 유럽이 현대사에 끼친 영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의 체제와 법률, 제도 중 많은 것이 유럽과 미국에서 기원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지역과 유럽이 아닌 다른 모든 지역에도 충분한 개성이 있었음을 잊어선 안 됩니다. 유럽을 기준으로 지리와 역사에 이름을 붙이고 나누고 서술하는 건 공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프로-유라시아 같은 어휘가 아닌, 이 넓은 대륙을 보다 공정하게 지칭할 수 있는 어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륙을 분명한 기준으로 나눠 부를 필요가 있습니다. 바다는 모두 이어져 있으니 임의로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만, 대륙은 그렇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