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시대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사회 2015. 7. 2. 11:22 Posted by 해양장미

 별 지각없이 있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지난 주말에 있었던 퀴어 페스티벌에, 미 연방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 그렇다면 이것은 변화입니다. 아마 몇 년 내로 한국도 제도적인 변화가 올 것입니다. 낮지 않은 확률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공개된 동성애자 국회의원도 나오고 지자체장도 나올 겁니다.

 

 사실 퀴어 페스티벌은 매년 초여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다지 보편적인 관심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었지요. 한국은 성에 대해 굉장히 왜곡되고 기이한 사고구조가 만연한 나라라서, 퀴어뿐만 아니라 성에 관련하여 그 어떠한 진보적인 시도를 하더라도 사회에 받아들여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변수가 된 게... 그러니까 작년부터일 겁니다. 작년 말에 박원순이 인권선언을 뒤엎어버리고, 이후 퀴어 페스티벌이 금지되네 어쩌네 하면서 이것이 성소수자의 문제를 넘어 정치적인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에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였고, 때마침 절묘하게 미 연방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보도가 뜨면서 더욱 많은 대중들이 이 문제를 자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장소가 바뀐 것도 한 원인이겠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저는 극단적인 개신교 단체의 증오와 불안이 아니었다면 이 사안이 이만큼 대중의 관심을 받기는 어려웠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들이 보이는 비정상적인배타성과 혐오 정서가 수많은 정상적인사람들을 자극한 것이겠지요. 성소수자는 상대적 소수자일 뿐이지만, 광신도는 확실하게 비정상이고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지요. 심지어 교회 세력은 동성애 반대 집회를 하면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까지 사용했다고 하니 정말로 정신이 나간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외신에는 그들이 축제의 당사자로 보도가 되었어요. 차이코프스키는 동성애자였습니다.

 

 이제 다음 순서는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그 집행입니다. 김한길이나 박원순 등 여러 비겁한 정치인들이 차별금지를 법제화하거나 선언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왔습니다. 용감하고 정의로운 정치인이 앞장 서야 합니다. 물론 차별은 성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본문의 주된 주제는 이 정도로 마치고, 화제가 화제이니 몇 가지 부록을 곁들이자면...

 

 

1) 그 심리 및 행동 매커니즘에 있어 성소수자 반대에 나서는 정신 나간 개신교 세력과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깨시스트 세력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 들으면 양쪽 다 펄쩍 뛸 것 같긴 합니다만. 전자는 목사 말 말고 예수 말을 들어야 하고, 후자는 말년의 노무현 말을 들어야죠.

 

2) 정말 흔하게 잘못 쓰는 용어로 성정체성이 있습니다. 성정체성은 이성애/동성애/양성애/범성애/무성애 같은 걸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이 아닙니다. 성정체성은 Gender Identity를 의미하며 (인터섹슈얼을 논외로 하고) 시스젠더냐 그렇지 않느냐에 적용할 수 있는 용어지요. 이성애/동성애/양성애/범성애/무성애 문제에선 성적지향이나 성적취향 같은 말을 쓰는 게 맞습니다.

 

3) 새누리당에는 극단 개신교 세력이 꽤 뿌리박혀 있는 면이 있습니다. 특히 몇몇 인물들이 좀 그렇지요. 저는 이것이 장기적으로 새누리당을 분열시킬 수도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4) 물론 퀴어 혐오 및 혐오의사 표출이 개신교도만의 특질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꼰대와 수꼴, 무례한 오지라퍼, 소심한 겁쟁이가 참으로 많은 법이니까요. 대체로 수구성은 미성숙함과 용기 없음에서 비롯됩니다.

 

5) 인권이나 진보 같은 관념과 무관하게 현실적인 이성애자라면 동성혼에 찬성하는 게 좋습니다. 동성혼이 허가되지 않고, 동성애에 배타적인 사회에서는 많은 동성애자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이성과의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 (양성애나 범성애 성향을 가진 게 아닌 이상) 배우자를 영원히 사랑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사실을 평생 또는 매우 장기적으로 숨길 수도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런 결혼은 동성애자에게만 불행한 게 아닙니다. 모든 이성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이런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고, 내 가족과 이웃 또한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