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정국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역시나 비교적 온건하고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마 다수의 새누리당 지지자는 박근혜가 더 강하게 나와 주기를 원할 것이다. 그들은 저 1년 내내 대선불복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적인 ‘종북세력[각주:1]’을 확실하게 제압하길 바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할 만한 빌미를 민주당 세력이 자꾸 주고 있기도 하고.


 사실 지속적인 선거불복은 민주주의 국가의 뿌리를 그 무엇보다도 강하게 흔드는 행위다. 물론 불법이 있었고, 그 불법은 수사 중에 있으며 권력자에 대한 수사인 만큼 당연하리만큼 여러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건 원래 그런 것이다. 또 사실 냉정하게 이야기해 선거 과정에 불법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완전하게 깔끔한 선거는 이상적인 지향점이지만, 그런 건 실제로 불가능하다. 양쪽 모두에서 비리를 저지르기 마련이다.[각주:2]






 87체제 이후 가장 큰 선거 부정은 초원복집 사건과 김대업 사건이었다. 이 둘에 비하면 댓글 좀 달고 트윗질좀 한 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당시 김대중도, 이회창도 본인이 직접 선거불복을 하고 나서지는 - 또는 그렇게 보일 만한 행위를 하지는 - 않았다. 본격적인 선거불복은 엄밀히 말해 현재의 체제가 더 이상 존속될 수 없고, 내전이라도 감수할 수 있을 때나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행위다.


 얼마 전 문재인이 본인의 블로그에 ‘박대통령의 결단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라는 글을 남겼던 것을 대체로 알고 계실 것이다. (본문 링크)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단언컨대 문재인만큼 찌질한 역대 2위 대선후보를 본 적이 없다[각주:3]. 국회의원 한 번 안 해봐서인지 정치 감각이 전무하고, 자신이 하는 언행이 어떠한 결과물을 가져올지 예측이 전혀 안 되는 타입인 것 같다. 


 지금 같은 식으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에 민주당은 ‘부정선거 심판’, ‘박근혜 탄핵’ 같은 구호를 들고 나올 거다. 하는 거 보면 통진당하고 점점 오십 보 백 보가 되어가고 있다.


 깨시민들은 개표기 때문에, 댓글 때문에, SNS 때문에 문재인이 졌다고 망상과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은 사실 극소수다. 촛불시위 한다고 민주당까지 직접 나와서 시위대 모은 게 한창 때 겨우 시청광장이나 채울 정도였는데. 딱 광장 채울 정도면 그 인원 대략 8000명도 안 된다. 한줌 광신도들이 한국 온라인의 75%이상을 장악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박근혜정부 이후 민주당 당 지지율은 겨우 20%수준이고, 전혀 그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이 수치는 쉽게 말해 호남인과 소수의 깨시민을 빼면 아무도 민주당 안 지지한다는 뜻.


 사실 머리가 조금이라도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이 사안에 대해 약간의 관심이 있다면 모두가 현실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대선불복을 박근혜가 받아들여서 재선거라도 하게 되면, 문재인이 재선될 가능성은 완전히 0%이다. 박근혜는 대략 70% 이상의 득표율로 재당선될 것이다. 만약 내가 박근혜라면 그렇게 한다. ‘문제를 저지른 자들을 엄중히 수사하겠다.’라는 언론 플레이까지 더해서. 10년 전에 노무현은 인기가 완전 바닥이었는데도 탄핵되고 나니까 갑자기 다들 노무현을 지지했었다. 그런데 과반 지지율을 얻고 있는 박근혜에게 대선불복? 사실 생각이 있는 언행인지 의심스럽다.


 박근혜가 이런 식으로 안 하는 이유는 발상이나 성격이 비교적 온건하고, 갈등을 키우는 걸 안 좋아해서라고 본다[각주:4]. 그렇지만 지금 상황은 마음만 먹으면 박근혜가 깨시민과 친노세력을 지하 깊숙하게 파묻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용가치가 있으니까 계속 이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깨시민이 날뛰는 한 새누리당은 앞으로도 20년은 충분히 집권할 테니까.


 또 다른 방식도 있다. 박근혜는 저들의 대선불복을 빌미로 MB를 공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는 지지율이 더 올라가고, 깨시민의 대선불복운동은 한순간에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그러고 나면 박근혜는 한동안 영웅시될 것이고. 아마 이렇게 한다면 그건 중요한 선거 전에 할 거다. 지금은 시기가 아니긴 하다.


 정치적 수싸움이 개미 눈물만큼도 안 되는 사람이 윗자리에 올라가서, 광신도들의 비호를 받으면서 잘난척하는 걸 보고 있자니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진다. 정치인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한 정치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무뇌한 깨시민들은 생각이라는 것을 도무지 하지 않고, 친노세력은 그런 깨시민들의 폭력적인 정서에 맞춰서 립서비스를 해줄 뿐이다.


 물론 친노세력들이 저러는 것도 나름 합리적인 이유는 있다. 그들이 깨시민들에게 립서비스를 해주는 한, 그들은 언제고 민주당을 장악할 수 있고 떡고물도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깨시민들은 온갖 친노세력이 발간하는 졸저뿐 아니라, 노무현 묘소의 어이없이 비싼 기념품도 돈 내주고 사줄 정도로 돈이 많다.


 실제 친노세력의 지지자는 대체로 중산층이다. 부자나 서민은 깨시민이 잘 되지 않는다. 깨시민의 평균적 생활수준은 깨시민이 왜 그런 언행을 저지르는지를 보여주는 한 자료가 될 수 있다.




  1. 그들이 실제로 종북세력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본문으로]
  2. 이 면에서 사실 가장 깨끗한 선거과정을 치렀던 정부는 이명박 정부였다. 이명박의 ‘우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말은 선거과정에서의 깨끗함을 의미한 것이었다. 물론 정부가 꾸려진 후에는 워낙 비리가 많은 정권이 되어버려서 우스갯소리가 되고 말았지만. [본문으로]
  3. 5년 전 이명박을 찍었던 친구들의 기분을 근래에야 이해하고 있다. ‘내가 저런 놈을 찍었다니.’ [본문으로]
  4. 만약 노무현이나 박원순 같은 스타일이라면, 지금 박근혜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