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태 사건에 관한 이야기

사회 2013. 3. 23. 01:02 Posted by 해양장미


 별로 좋은 사건이 아니지만, 짧게 조금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사건을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사건 정황에 관한 기사를 하나만 링크하겠다.


 나는 비신론자이며 세상의 모든 공공의 법률과 규칙은 비신론을 기준으로 규범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천부인권 개념은 현대에 폐기되어야 할 개념이라 생각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이고도 감성적인 합의의 영역에서 인권은 중요하다 생각한다.


 평소 고은태의 글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아왔고, 엠네스티가 딱히 공정하게 정의만을 수호하는 단체라 여겨오지도 않았다. 또한 고은태가 DS를 즐기는 돔인 것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 없었다. DS가 뭔지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자면, DS는 지배-피지배를 의미하는 것으로, 통상적으로는 SM행위가 수반되지만 가학-피가학의 SM과는 개념상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만 문화적으로 한국에선 SMer들이 대부분 DS관계를 맺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 사건에서 고은태의 DS취향 자체를 문제시 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비신론적 인권은 본질적으로 합의의 문제고 오히려 DS같은 소수취향을 존중하는 것 또한 인권의 범주라 생각한다. 이 문제를 보수적 윤리성의 문제로 재단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인권은 관습보다 상위 관념이다. 다만 고은태가 저지른 핵심적인 잘못이라면 역시나 눈치와 합의의 부재 및 이로 인한 준성범죄 행위일 것이다.


 사실 대부분 피지배욕구를 가진 서브들은 마조히스틱한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러다보니 소위 돔들은 서브들이 강제적이거나 반강제적인, 공격적인 성적 언행을 좋아하거나 보다 쉽게 받아들일 거라는 기대를 하고 실행에 옮기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브건 마조히스트건 개인차는 크고, 대부분의 서브는 자신을 아무나 함부로 대하는 걸 잘 용납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공인으로 고은태는 충분히 조심하지 않았고, 성적 희롱 및 언어적 추행행위를 했다.


 널리 퍼진 착각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여자가 쉬워 보인다고 무조건 들이대는 것은 범죄다. 식탐이 강한 사람이라고 아무거나 막 먹는 것은 아니듯,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고종석까지 여자가 정숙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그래서 혐오스럽다고 한 마디 거들었으니, 참으로 자칭 ‘진보적인’ 남자들의 마초적 수구성은 골치 아픈 문제라 해야만 할 것 같다.


 고종석 관련은 여길 참조. 세상에 참 믿을 놈 하나 없다.


 혹자는 ‘여자라서’ 박근혜를 찍은 여자들을 비난하곤 한다. 그런데 나꼼수건 (참조)  고은태건 고종석이건 여성 문제에 관해 이 모양 이 꼴인데, 어쩌겠는가. 얼마 전 인터뷰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한 말이 좀 인상 깊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다시 떠올라서 인용해본다. ‘(서울법대에 다닐 때) 1학년 때부터 선배들에게 불려가 의식화 교육받았다. (중략) 자유로운 토론이 아니라 한 가지 답을 정해놓고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었다. 웃기는 게 그때는 선배들이 여학생들 치마도 못 입게 했다. 어떻게 법대 여학생이 치마를 입고 다니느냐는 거지. 정말 비민주적이었다. 여전히 야당의 문제가 그런 것 아닌가?’


 어쩌면 맞는 것 같다. 지금도 좀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