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봐야 할 때

정치 2022. 7. 2. 11:10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pt5UkT3rfRY

 

 

 

1) 국제관계에서 중요하게 꼽을 만한 게 핵심이익입니다. 각국은 핵심적인 이익에 관한 사안이 있는데, 그걸 지키기 위해 타국에 핵심이익을 선언하고, 갈등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습니다. 다만 서로의 핵심이익이 충돌하거나, 누군가가 타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핵심이익을 주장한다면 전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런 일은 꼭 국제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국제관계는 무법상태에 가깝고, 국가라는 건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현상이 좀 첨예해지는 거고요. 정치인들의 정쟁이나 보다 사적인 공간에서의 투쟁도 유사한 모습을 띨 때가 많습니다.

 

 이번 국민의힘 정쟁은 이준석이 기존 국민의힘 구성원들의 핵심이익을 건드리면서 발생하였습니다. 소위 기득권에 대한 개혁을 시도하니까 아주 강한 반발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준석이 당대표가 된 시점에서, 국힘 내 권력구도를 보는 나의 기본적인 관점은 전략ㆍ전술ㆍ병법 같은 게 되어 있었습니다.

 

 

 

 

 

2) 기본적으로 나는 이준석의 투쟁 자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비슷하게 봅니다. 아마 이곳을 자주 들러주시는 분들은, 내가 어느 타이밍에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있다고 했는지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그 때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누가 전황을 제대로 보고 있었는지도 알고 계실 겁니다.

 

 우크라이나가 그러하듯, 이준석도 전의와 열정을 잃지 않는 한 쉽게 지지 않습니다. 다만 전투에서는 지는 게 관측될 수도 있습니다. 이준석은 모든 전투를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전투에서 진다고 전쟁에서도 지는 거 아니고, 전투에서 이긴다고 전쟁 이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나는 이준석에 한해서는 그가 정치에 의욕을 잃어버리는 경우의 수만을 우려하고 있고, 다른 건 크게 우려하지 않습니다.

 

 

 

 

3) 우려스러운 건 이준석 외 다른 많은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이명박 정권 초기가 연상될 정도로 삐걱대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민주당에게 질 확률이 높겠고, 파멸의 쓰나미는 밀려오고 있고, 사람들은 상황파악을 못 하는 것 같고, 민주당은 갱생의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많이 나쁜 상태라 봅니다. 무역적자 나는 걸 보면 이 환율에서 이렇게 된다고?’ 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출구를 모르겠어요. 내가 모른다고 출구가 없는 건 아닐 것입니다만. 일단 대외적 경제문제에 대해 예전의 우리나라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었다면 근래 우리나라는 비키니 아머를 입은 수준입니다. 예전에 비해 레벨이 많이 올라가서 HP는 높다 보니 좀 대미지 입어도 빨피되지는 않습니다만, 문제는 대미지가 계속 꽤 들어오고 있다는 겁니다.

 

 

 

 

 

 

 

4) 나는 청년세대의 낮은 언어능력을 우리나라의 현실화된 위험요인으로 봅니다. 한국어는 고도의 맥락언어고 좀 어렵습니다. 그런데 현재 사회에 나온 청년세대는, 평균적으로 윗세대에 비해 다른 건 어떨지 몰라도 언어능력이 낮은 상태로 보입니다. 이게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화이트컬러 업무 현장에서는 한국어 능력이 낮으면 일이 안 됩니다. 소위 비즈니스 언어라거나 공적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해야 일이 매끄럽게 되는데요. 앞 세대에는 이게 딱히 큰 장벽이 아니었는데, 현 청년세대는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 청년세대와 윗세대는 어릴 때부터 언어를 사용해온 환경이 많이 다릅니다. 언어 센스는 단시간에 길러질 수 없는 거고,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환경이 변하면서 평균적으로는 윗세대에 비해 문해력의 현저한 감퇴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이건 청년세대가 윗세대에 비해 체격은 큰데 체력은 오히려 약하다.’ 와 다르지 않은 현상입니다. 물론 엘리트 레벨로 가면 현 청년세대가 윗세대보다 더 체력이 좋은 경향이 있습니다. 문해력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평균입니다. 예전에는 공(Ball)과 책이 청년들의 주된 오락 수단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꽤 예전부터 더 이상 그렇지는 않게 되었지요.

 

 청년들이 언어능력이 좀 낮아도 윗세대가 충분히 쉽게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능력이 올라오는 걸 기다려줄 수 있으면 그나마 나을 겁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쉽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유감스럽게도 평균적인 윗세대는 청년세대보다는 나은 정도일 뿐, 현 상황을 해결할 만한 높은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 초기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과 향상된 노동 관련 룰은 각 현장에서 인력에게 높은 수준을 요구할 수밖에 없게 합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청년세대를 충분히 잘 교육하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전교조나 교육 관련 정치권 같은 문제가 심각하게 얽혀있을 겁니다. 세월이 누적된 결과인지, 근래 나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산수나 암산을 잘 하지 못하는 청년들도 보곤 합니다. 다 업무효율과 연관이 있습니다.

 

 어쩌면 현재의 청년세대에 맞는 업무방식이 따로 있고, 그렇게 하면 나름대로 좋은 효율을 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일이라는 게 그런 식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나는 근래 청년 취직자 중 조기퇴사자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단순히 워라밸같은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청년세대는 전 세대에 비해 업무를 습득하고 적응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각각의 회사에서 청년들을 뽑아 일을 시킬 때 예전에 비해 애로사항이 있다는 뜻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인적자원이 양적으로만 감소한 게 아니라 질적으로도 감소하였고, 실시간으로 이 문제가 가속되는 중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5) 우리나라는 흔히 가계부채가 위험하다고 언급됩니다만, 기업부채도 제법 심각합니다. 그런데 기업부채의 상환은 COVID-19를 계기로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유예되어왔습니다. 그에 금융부실이 발생했을 수 있는데 1금융권은 통제가 됩니다만, 그 아래는 아닐 수 있습니다.

 

 현재 GDP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IMF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보다 더 높고, 외환위기가 한참이던 때와 유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분식회계하고 부채비율 관리가 안 되던 그 시절보다 부채가 더 많다는 겁니다. 그런데 회사채도 안 팔린다고 하고, 금리는 올라갑니다.

 

 위기의 쓰나미가 저 멀리서 밀려온다는 소식은 있는데, 문제는 해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꼬여있고, 보이는 것들을 해결하면서 자연적인 문제개선을 도모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반드시 잘해야 했던 윤석열 정권은 잘하고 있지 못하고, 갈 길은 구만리인데 출발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상황입니다.

 

 

 

 

 

 

6) 大統領大人이고 리더여야 합니다. 그런데 윤석열이 그에 어울리는 처신을 충분히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잘못했건 현재 국민의힘에서 나오는 파열음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윤석열에게는 그것을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바보가 아닌 이상, 이준석을 내치는 게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바보가 많긴 합니다만, 바보는 제일 윗자리에 올라가서는 안 됩니다.

 

 즉 나는 현재 윤석열이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물돼지 전하의 재림이지요. 사람은 해야 하는 의무는 해야 합니다. 우리는 의무를 다하지 않는/못하는 사람을 나쁜 사람이거나 무능한 사람이라 하지요.

 

 

 

 

 

7) 어려움이 길게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정신력을 빠르게 소진해서는 안 됩니다. 체력이 유한하듯 정신력도 그러합니다. 학교나 일터에서 기운차고 졸지 않는 사람이 밤에 잠을 잘 자는 사람이듯, 정신력이 강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신력도 회복하면서 쓰는 겁니다.

 

 정치뉴스 보다가 정신적으로 마모된다고 스스로 느끼면, 소식에 좀 어두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뭘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합니다. 해야 할 일이나 하는 게 좋은 것들을 정리한 다음 최선을 다해 수행해도 항상 부족한 게 시간입니다.

 

 칠월은 좋은 계절이라 생각합니다. 즐거운 여름 되시기를.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조  (35) 2022.07.16
아베 신조, 윤석열 정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59) 2022.07.10
2022. 06. 01 지방선거 소감  (54) 2022.06.04
새로운 시대  (56) 2022.05.15
브랜드가치  (16) 2022.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