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정치 2022. 3. 10. 06:59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ay3EwNGM5yw

 

 

 

 

 

1) 이겼어요.

 

 10년 걸렸네요. 이기는데.

 

  달밤은 끝났고, 마왕은 쓰러졌으며, 이제 해가 떠오릅니다.

 

  그저 좋은 일만 있을 리야 없겠고, 괴로운 일도 힘든 일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젠 드디어 무언가를 해볼 수가 있겠어요.

 

 대한민국은 아직 망할 때가 아니었고,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했습니다.

 

 

 

 

 

 

2) 이 승리가 얼마나 힘든 것이었는지, 얼마나 기적적인 승리인지 설명하고 기록해두고 싶습니다. 윤석열과 이준석을 지지하였던 우리가 싸웠던 상대는 그저 이재명이라는 한 개인이 아닙니다.

 

 우리는 박정희 유신의 업보, 전두환 신군부의 업보, 김영삼 IMF의 업보, 박근혜의 업보를 짊어지고 절벽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편파적인 선관위의 부정선거를 이겨내며 싸웠습니다.

 

 상대는 1980년대부터 만들어져온 운동권 종교 조직이고, 오랜 기간 문화권력을 장악하여 장기적인 가스라이팅과 세뇌로 질 수 없는 콘크리트를 만들어둔 상황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원하는 모든 것을 가르는 문재인은 역사에 남을 갈라치기를 통해 임기말에도 유래없는 지지를 확보하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 후보는 정치초보, 돌고래 시절을 겪은 윤석열입니다. 집단탈당에 이재명 찍겠다는 단체 블러핑, 2차 스톤런까지 거치면서 겨우 사람 되고 유능한 후보로 거듭나게 되었지만, 아직 그에게 나쁜 기억을 가진 유권자가 많지요.

 

 또한 우리 정당은 2012년에 마지막으로 이겨보고, 2014년에 비겨본 다음에 2016, 2017, 2018, 2020년에 4번 연속으로 지고, 당 조직이고 뭐고 다 망가진 가망없는 정당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긴 겁니다.

 

 

 

 

 

 

3) 개표가 끝났습니다. 표차는 247,077표입니다. 그야말로 간발의 승부였는데요. 이건 간단히 이야기해서, 이준석이 호남표를 평소보다 더 얻어내지 못했다면 졌다는 겁니다. 이재명은 2012년의 박근혜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소위 이대남이 충분히 결집하지 못했다고, 압도적인 표를 행사하지 못했다고 실망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요. 나는 본래 세대론을 부정하였고, 세대론이 과도하게 주목받는 걸 우려해 왔습니다. 어느 세대나 특정 성별이 드러내는 평균적 경향이라는 건 존재하지만, 그 내부는 결코 균질한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청년은 본래 정치에 관심이 없는 편이고, 좌파의 사탕발림에 넘어가기 쉽습니다. 그런 태생적 경향 자체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최근의 20대 남성은 예전 세대보다 약간 더 자유주의적이고, 약간 더 합리적이고, 약간 더 정치에 관심이 있긴 합니다만 어쩔 수 없이 약간 차이입니다. 인류는 갑자기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치 고관심층 청년의 존재는 그들이 가진 표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준석의 세대포위론이 유효했던 것입니다. 사실 나는 세대포위론은 일종의 레토릭이고, 중요한 포인트는 청년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이미지, 그리고 활동적인 청년들이 만들어내는 것들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것은 주요하였고, 망해가던 국민의힘이 강대하고 광신적인 민주당을, 절벽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편파적인 선관위를 끼고도 이길 수 있게 해줬습니다.

 

 승리를 위해 진정으로 노력한 모든 분들,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우리는 강대한 적을 상대로, 너무나도 불리한 전장에서 나라를 지켜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후대에게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4) 윤석열의 승리는 당연하게도 시작입니다. 정쟁도, 당 개혁도, 국가재건도 이제 시작입니다. 방심이라거나 편안한 정치무관심 같은 게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겨우 추락사를 면했을 뿐, 심한 부상을 입고 죽어가는 중입니다. 우리 사회는 치유되어야 합니다. 일단 지선을 위해 계속 달려주셔야 합니다. 지선도 정말 중요합니다. 지선에서 국민의힘이 대승해야만 저들의 지역 조직과 자금줄이 갈려나가고, 우리의 지역 조직과 자금줄이 생겨납니다. 그런 결과를 거두고 나야 진짜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게 됩니다.

 

 윤석열은 선거 과정에서 이준석에게 따봉을 날린 시점부터는 기대보다 정말 잘 해줬습니다만, 앞으로도 잘 할거라 믿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정치초보니까요. 대통령 하기엔 너무 착한 것도 같고. 당원들이 많이 도와주고, 잘못된 길로 가는 것 같으면 어떻게든 바른 길로 다시 끌고오고 그래야 합니다. 과거 박근혜가 잘못된 길로 갈 때 어떻게든 바로잡을 수 있었다면 지난 암흑기는 없었을 겁니다. 윤석열은 적어도 박근혜보다는 좋은 대통령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5) 그동안 말을 안 하고 있었던 것들을 하자면.

 

 윤석열의 선거운동 방식은 굳이 보자면 정권교체 열망을 결집시키는 것이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였습니다. 대통령이 될 사람은 보다 포지티브한 떡밥을 던져대야 합니다. 그건 이재명 쪽이 윤석열보다 잘했습니다. 뻥카라고 할 만한 거라도 던져댔는데, 남자가 여자 꼬실 때 해주지도 못할 거 해준다고 사탕발림을 해대는 것처럼, 정치인도 국민에게 그렇게 하는 게 원래 정석입니다. 윤석열은 정치인 하기에는 사람이 너무 착하고 정직한 편이어서인지 그렇게는 잘 못한 것 같은데, 정치인은 그렇게 하면 이기기 힘듭니다. 앞으로 윤석열이 선거할 일 없을테니 이준석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안티페미니즘을 앞세운 선명야당 전략은 태생적으로 적을 결집시키는 리스키한 전략입니다. 그건 윤석열의 돌고래 시절과 역량부족으로 인한 약점을 커버하기 위한, 어쩔 수 없이 택한 전략이라 생각합니다. 원래는 그런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됩니다. 정석을 수행해서 이길 수 없는 선거였기 때문에 변칙으로 덤빈 건데, 굉장히 힘든 선거를 이준석과 윤석열의 개인 역량으로 뚫어낸 부분이 꽤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다시 선거 치르지 않아야 합니다.

 

 홍준표가 경선에서 진 시점에서, 윤석열이 이재명에게 이길 확률은 결코 높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경선 직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이 대승하는 걸로 한동안 나왔다는 겁니다. 그건 심각한 독이 되었었지요. 민주당이 막판에 결집할 것 자체는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만, 당시 윤핵관은 그런 걸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2020년 총선을 망쳤듯 대선도 망칠 기세였지요. 돌핀스 시절의 마이너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확률낮은 전쟁을 치르지는 않아도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승리는 총알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착검돌격으로 덤볐는데 우리 편에 소드마스터가 있어서 이긴 것과 같은 승리입니다.

 

 안철수의 몽니 이후 사퇴식 단일화는 결과적으로 마이너스였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과 안철수는 화학적인 (캐미 맞는) 결합을 이루어낼 수 없었고, 안철수의 사퇴로 인해 이재명의 잠재적인 지지층은 강하게 결집했습니다. 앞으로 거간꾼들에 대한 심판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재명 반대파에게 이재명을 극혐하고 경계하게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재명에게 이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지지층의 결집이 먼저 이루어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전쟁을 이해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자들은 윤석열 지지층보다는 이재명의 잠재적인 지지층에 더 많았고, 이재명의 평화 사탕발림에 어느 정도 넘어갔다고 봅니다.

 

 

 

 

6) 이렇게까지 힘든 격전을 벌여야 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오랜 세월 민주당이 만들어온 소위 민주당교에 있습니다. 우파는 너무 오랜 세월동안 민주당교세의 성장을 방치해 왔습니다. 이제 국민의힘은 그 도그마를 파괴하고, 꽃밭으로 이루어진 망상 세계관에서 유권자들을 끄집어내 현실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줘야 합니다. 약쟁이가 약을 빨면 행복하다지만 계속 약을 빨고 있게 두면 안 되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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