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2

식이 2021. 11. 26. 19:31 Posted by 해양장미

 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1편

 

 

 

 

 

1) 우리가 느끼는 감칠맛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습니다. 글루탐산, 아스파라긴산, 이노신산, 구아닐산, 호박산. 이 종류를 이해하면 음식에 복합적인 감칠맛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완제품 조미료들도 이 종류들을 다양하게 섞어놓은 게 많습니다.

 

 글루탐산은 다양한 음식물에 들어있는 물질입니다. 많이 들어있는 식품은 다시마, 간장, 된장, 토마토, 숙성된 치즈 등입니다. MSG는 이 글루탐산 맛을 냅니다. 적당한 농도일 때는 아시안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에 가까운데, 음식에 MSG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지나치게 달고 탁하며 입 안에 과하게 달라붙는 느낌이 됩니다. 각자 취향차가 있지만 음식물에 글루탐산 맛이 나는 %가 너무 높아지면 맑은 느낌이나 우아한 느낌을 낼 수 없게 됩니다.

 

 아스파라긴산은 콩나물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콩나물국 특유의 시원한 감칠맛이 아스파라긴산의 맛입니다. 콩나물에만 많이 들어있는 건 아닌데, 콩나물을 먹을 때 아스파라긴산 맛을 잘 볼 수 있습니다.

 

 이노신산은 육류나 생선류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쇠고기, 멸치 같은 것 말이지요. 글루탐산과 함께 감칠맛을 내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인데, 글루탐산에 비해 이노신산은 맑은 느낌의 감칠맛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음식 레시피에는 글루탐산과 이노신산 맛이 같이 나도록 되어있는 게 많습니다. 서로 다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멸치 + 다시마 = 잔치국수 국물, 돼지등뼈 + 된장 = 뼈해장국, 쇠고기 + 토마토 = 비프스튜 등등.

 

 구아닐산은 쉽게 이야기하면 버섯의 감칠맛입니다. 이노신산과 함께 핵산계 감칠맛이라 부르는데, 조미료에 핵산계 조미료라고 적힌 것들이 있습니다. 핵산계 조미료는 육류, 생선류, 버섯의 감칠맛이고, MSG는 글루탐산의 감칠맛입니다.

 

 호박산은 쉽게 이야기하면 조개의 감칠맛입니다. 조개 외에 맛술의 감칠맛도 이 계열입니다. 아스파라긴산과는 좀 다른 소위 시원한 맛을 냅니다.

 

 

 

 

 

2) 우리나라 라면에서는 07~08년 쯤에 팔도야쿠르트를 제외한 모든 라면 회사의 라면에서 MSG가 빠졌습니다. 팔도만 MSG를 유지하고 있지요. 이후 우리나라 라면은 대체로 핵산계 조미료 맛이 많이 납니다.

 

 조미료로 설명하자면, 미원은 순수한 MSG라서 글루탐산 맛입니다. 그런데 다시다는 핵산계 조미료에 MSG와 소금이 들어있지요. 그래서 용도가 다릅니다. 미원은 글루탐산 버프용이고, 다시다는 그냥 그것만 써도 육수 비슷한 걸 만들 수 있습니다. 저렴한 냉면은 다시다 + 설탕 + 식초로만 육수를 만들기도 하는 정도라서요.

 

 우리나라 대중음식에서 MSG와 다시다 맛을 빼는 건 어렵습니다. 집 음식에서는 MSG나 핵산계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가정이 많은데, 그 경우 소위 바깥음식과 집 음식의 결정적인 맛 차이를 만드는 게 이것입니다. 대중음식으로 한식이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가장 큰 이유는 화학조미료고, 고급음식으로는 영 발전을 못 하는 이유도 화학조미료입니다.

 

 천연재료로만 음식을 해서는 화학조미료의 감칠맛 농도를 현실적으로 따라갈 수 없습니다. 재료비를 생각 안 해도 되는 가정에서는 만들 수는 있는데, 음식점에서는 그런 식으로 만들면 재료비 너무 많이 들어서 망하고요. 조미료를 쓴 쪽이 맛의 강도가 강하기 때문에 좀처럼 우리나라 음식에서는 조미료를 빼기 어렵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간이 센 걸 좋아하는 상황이라는 거지요. 짜게 먹다 싱겁게 먹으면 맛없다고 생각하기 쉬운 것과 마찬가지로, 감칠맛이 강한 걸 먹다 여린 걸 먹어도 비슷하게 맛없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3) 나는 가정에서 만든 만두를 좋아합니다. 가능하면 두부를 많이 넣고, 중력분과 계란을 써서 피까지 가정에서 만든 게 좋지요. 집에서 만든 만두는 찐 것을 튀겨서 간장을 듬뿍 끼얹어 먹으면 맛있습니다.

 

 대조적으로 시판하는 만두는 튀겨도 별로 맛이 좋아지지 않고, 간장을 듬뿍 끼얹으면 짠 정도나 감칠맛이 과해집니다. 여기서 집 만두와 시판 만두의 차이를 알 수 있는데요. 쪄 먹게 나온 시판 만두피는 글루텐이나 전분이 많이 들어있어서 튀기면 영 안 어울리고요. 시판 만두의 소에는 염분과 지방질과 감칠맛 성분이 집 만두보다 일반적으로 많이 들어있습니다. 특히 비비고 시리즈는 내가 생각하기엔 감칠맛 성분이 듬뿍 들어있지요. 비비고가 괜히 인기 있는 게 아닌데, 나는 그래서 비비고가 입에 잘 안 맞습니다. 조미가 많이 된 편이라서요.

 

 이따금 맛이 맹탕인 홈메이드 만두를 드셔보셨을 겁니다. 너무 쉬어서 냄새가 나쁜 김치를 썼거나 그밖에 상태가 나쁜 재료를 넣은 만두가 아닌 이상, 대체로 그런 만두는 맛이 없는 게 아닙니다. 지방질과 감칠맛과 염분 같은 게 부족해서 맛이 없게 느껴지는 상태일 확률이 높지요. 소에 짠 맛이 과한 상태가 아니라면, 튀긴 다음 과감하게 간장을 치면 맛이 확 좋아집니다.

 

 

 

 

 

4) 쌀에는 단백질이 7% 정도 들어있습니다. 대부분의 음식에서 단백질은 맛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만, 쌀의 단백질은 함량이 높을수록 품질이 낮은 쌀로 취급됩니다. 특히 쌀로 술을 담글 때 더더욱 그렇지요.

 

 쌀의 단백질은 녹말 입자를 감싸고 있습니다. 생 단백질 자체는 별로 맛이 없기 때문에, 쌀 단백질은 보통 좋은 식감이나 맛을 내는 데 방해가 됩니다. 밥의 맛은 거의 녹말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쌀 단백질은 쌀의 안쪽보다는 바깥쪽에 많습니다. 그러니까 쌀로 술을 담글 때 다이긴죠는 쌀의 바깥쪽을 깎아내고 안쪽으로만 술을 담급니다. 쌀 단백질은 술 만드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미는 너무 식감이 나쁘니까 분도미를 먹는 분들도 많은데, 쌀겨나 쌀눈이 몸에 좋긴 하고, 사실 쌀단백도 몸에는 좋습니다만 확실하게 쌀 바깥쪽을 벗겨낼수록 맛있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쌀단백을 좀 벗겨주는 쪽이 맛은 더 맛있거든요. 몸에 별로 안 좋은 게 맛은 좋은 법칙이 쌀에도 적용됩니다.

 

 그런데 볶음밥을 만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쌀단백은 밥알끼리 덜 붙게 만듭니다. 이게 쌀밥을 먹을 때는 별로 좋지 않은데, 밥을 볶을 때는 좋은 특성이 됩니다. 그리고 고온으로 마이야르를 만들어주면 쌀단백도 긍정적인 풍미가 생길 수 있지요. 마이야르 반응은 대략 130~200℃에서 일어나고, 가장 급격하게 일어나는 온도는 175~180℃입니다. 압력솥에 밥을 지어도 약 120℃정도로 조리되니까 마이야르를 거의 기대할 수 없는데, 볶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지요.

 

 신동진처럼 그냥 밥을 지으면 맛없는 쌀이 볶음밥으로 만들면 맛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볶음밥은 좀 거칠고 찰기가 없는 밥으로 볶아야 맛있습니다.

 

 

 

 

 

5) 콘플레이크와 콘푸로스트를 혼동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영어로 외우면 쉽습니다. 켈로그가 개발하여 포스트가 처음 시판한 최초의 씨리얼은 Corn Flake입니다. Flake는 얇은 조각을 뜻하지요. 프레이크, 후레이크 등 한글 표기는 다양합니다만 공통적으로 콘플레이크는 별로 달지 않습니다. 설탕을 거의 안 넣거든요. 실제 시판하는 건 여러 첨가물(비타민 등)이 들어가지만, 그냥 옥수수를 밀면서 구우면 콘플레이크가 됩니다. 농심 인디안밥이 그에 가깝지요. 다만 인디안밥은 일반적인 콘플레이크보다는 기름지고 살짝 더 답니다.

 

 콘푸로스트는 Frost입니다. 정식 명칭은 Frosted Flakes인데, Frosting은 제과 용어로 설탕 혼합물을 입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콘플레이크에 프로스팅을 한 게 콘푸로스트지요. 우리나라에서 파는 포스트 버전은 콘푸라이트라는 상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콘푸로스트는 콘플레이크와는 반대로 강한 단맛이 납니다. 설탕 혼합물이 입혀져 있으니까 조금 더 단단하고, 우유에 말았을 때 조금 천천히 부드러워지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콘플레이크는 인기가 없는 편이고, 콘푸로스트쪽이 인기가 좋습니다. 그래서 콘푸로스트는 싸게 살 수 있는 행사가 많은데, 콘플레이크는 들여놓지도 않는 마트가 많습니다. 나는 콘플레이크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콘푸로스트도 잘 먹긴 합니다만.

 

 

 

 

 

6) 동물성 기름은 동물이 뭘 먹었느냐에 따라 지방산의 조성이 달라집니다. 지방산의 조성은 경화 및 산패가 잘 되는 정도와 상관이 있는데요. 경화가 잘 되는 기름이 산패도 잘 되고, 오메가3를 많이 가진 기름입니다.

 

 곡물을 먹인 동물일수록 체지방에 오메가3 비율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체지방의 산패가 덜 되고, 건조도 덜 되는데요. 이게 장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오메가3가 몸에 좋다는 의견은 논외로 하고요. 자연산 생선이나 야생동물 고기는 지방의 산패와 건조가 빠릅니다. 대조적으로 양식 생선이나 현대 축산업에서 키운 고기는 지방의 산패와 건조가 느립니다. 우지나 돈지 같은 경우, 대략 1950년대 이전과 이후는 특성이 다른 기름입니다. 그 이전의 사용법을 지금 사용할 수 없다는 거고, 레시피도 좀 다르게 적용하는 게 좋습니다. 생선도 자연산과 양식은 취급을 좀 달리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산 쪽이 부패가 빠르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무쇠솥이나 팬을 관리할 때, 옛날에는 라드로도 충분했습니다. 그 땐 라드가 지금보다 건성유였거든요. 라드로 폴리머를 형성해서 넌스틱 효과를 만들기도 쉬웠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젠 그런 전통적인 방식의 조리법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현대의 라드는 불건성유입니다. 폴리머 형성이 잘 안 되고, 덜 굳습니다. 아마 옛날 라드로 볶음밥을 하면 매우 근사했을 겁니다. 경험적으로 볶음밥에 불건성유를 쓰면 기름이 빨리 굳어서 그런지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라드를 구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지요.

 

 대신 산패에 강한 현대 돈지의 특성은 돼지뼈를 끓이는 계열의 요리를 발달시켰을 수 있습니다. 돈지가 옛날 돈지보다 산패가 빨리 안 되니까, 장시간 끓였다 식혔다 하면서 요리를 만들기 유리해졌을 거거든요. 쇠고기나 소뼈를 끓이는 요리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7) 스테이크는 참으로 낭설이 많은 요리입니다. 근래엔 그나마 올바른 정보가 좀 퍼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낭설 때문에 잘못 하기 쉬운 요리지요.

 

 스테이크 구울 때 확실하게 실패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육즙에 집착하는 겁니다. 육즙은 스테이크 구울 때 초보 수준에서는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육즙 남기는 데 신경 쓰는 건 마스터 영역입니다. 일단 스테이크 굽기의 마스터가 되기 전엔, 육즙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그걸 적으로 보는 겁니다. 적어도 쇠고기 표면 부위의 육즙은 적입니다.

 

 일단 이제 알 만한 분들은 다 알겠지만, 쇠고기 겉면을 아무리 지져줘도 육즙 보존 안 됩니다. 쇠고기 익힐 때 육즙 잘 보존시키고 싶으면 튀김옷 입혀서 비프까스로 튀기세요. 그렇게 해야 육즙 보존이 됩니다.

 

 쇠고기 표면의 육즙은 두 가지 면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데 있어 문제를 일으킵니다. 일단 첫 번째는 표면에 수분이 있으면 고기가 안 구워진다는 겁니다. 물에 젖은 음식은 굽기 힘듭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육즙은 부패가 빠르다는 겁니다.

 

 보통 소매점에서 스테이크용 고기로 파는 쇠고기는 숙성이 잘 된 고기입니다. 신선하고 맛있어 보여서 샀는데, 집에 와서 뜯어보면 나쁜 냄새가 나는 경우가 흔하지요. 십중팔구 육즙이 부패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냥 먹어도 어지간한 사람이면 큰 문제는 없지만, 맛있게 먹으려면 나쁜 냄새를 내는 육즙을 철저히 제거해줘야 합니다. 이건 사골 끓일 때 핏물 빼는 거랑 원리가 비슷합니다.

 

 

 

 

 

8) 스테이크에 대한 또 다른 흔한 착각 중 하나는, 레어 스테이크는 생각보다 많이 구운 스테이크라는 겁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레어를 보고 미디움이라고 생각하거나, 블루를 레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블루(블루레어)와 레어(핑크레어)는 다릅니다. 레어는 다 익힌 쇠고기고, 블루는 겉만 익히고 속은 안/덜 익힌 육회(타다키)입니다. 대조적으로 웰던은 많이 익힌 쇠고기. 미디엄은 레어와 웰던의 중간이지요.

 

 쇠고기 스테이크를 기준으로 블루로 익힌 쇠고기의 속 색깔은 생고기와 같습니다. 그런데 레어로 익힌 고기는 핑크색으로 익은 고기입니다. 거기서 더 익히면 점점 회색이 되고요. 이게 처음에는 감을 잡기 힘든데, 두꺼운 고기를 탐침 온도계로 찔러서 온도를 재면서 굽거나 수비드를 해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레어의 기준온도는 대략 중심부 49~54℃, 미디엄 레어는 54~57℃입니다. 레스팅 이후 60℃가 넘으면 레어나 미디엄 레어가 아니라 미디엄입니다.

 

 근단백질의 주요 구성성분인 미오신은 40℃ 이상에서 변성합니다. 이 미오신이 변성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익힌 레어냐, 익히지 않은 블루냐가 결정됩니다. 그리고 쇠고기의 지방은 54℃에서 녹으면서 변성합니다. 그래서 지방이 있는 쇠고기는 엄밀히 말하면 레어로 구우면 안 됩니다. 진짜 레어로 먹어도 되는 쇠고기는 지방이 없는 살코기여야 하고요. 일반적으로 먹는 지방이 좀 있는 쇠고기는 54~60℃, 그러니까 미디엄 레어로 구워줘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대조적으로 지방이 없는 쇠고기 살코기는 신선할수록 블루로 충분합니다.

 

 60℃가 넘어가면 미오글로빈이 변성해서 회색으로 익고, 콜라겐 조직이 변해 질겨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66℃가 넘으면 미오신과 함께 근단백질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액틴이 변성하기 시작하는데, 액틴이 변성하면 진짜로 질겨집니다. 웰던은 액틴까지 변성시키는 온도가 되지요.

 

 사견으로 두께가 일정 이상 되는 고기는 웰던 만드는 거 아닙니다. 그렇지만 햄버그처럼 다진 고기는 웰던으로 굽는 게 룰입니다. 그래야 소독이 되거든요. 고기는 주로 표면이 오염되기 때문에, 고깃덩어리는 겉면만 구워서 블루로 먹어도 대략 안전하지만 햄버그는 다지기 때문에 속까지 오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웰던으로 구워야 하지요. 다행히 웰던으로 구워서 다져진 고기조각이 단단해져도 햄버그는 씹히는 느낌이 좋고 맛있습니다.

 

 

 

 

 

 

9) 양식을 코스로 좀 드셔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양식 코스에서 빵은 전채와 함께 먹습니다. 식전빵이라고도 하지요. 수프나 샐러드를 먹으면서 빵을 먹게 된단 말이지요. 대조적으로 메인 요리하고 빵은 좀처럼 같이 먹지 않습니다. 이게 왜 그렇게 되냐 하면, 양식 메인 요리의 꽃은 아무래도 스테이크인데, 쇠고기 스테이크와 빵은 영 안 어울린단 말입니다. 그리고 웬만한 메인 메뉴하고 빵은 잘 어울리는 편은 못 됩니다. 그러니까 많은 경우 빵 대신 감자를 곁들여 먹지요.

 

 그런데 밥은 감자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스테이크 같은 고기구이와 잘 어울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밥과 스테이크를 같이 먹는 문화가 이상하게 발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외국에서는 스테이크에 밥을 같이 먹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나는 스테이크를 굽고 레스팅하는 동안 스테이크를 구운 팬에 밥을 소량 볶아서 먹기도 하는데, 별 재료 안 넣어도 고기와 함께 먹기 나쁘지 않게 됩니다.

 

 

 

 

 

10) 요새 큰 닭으로 치킨을 튀겨야 맛있다는 말을 누가 자꾸 해서 시끄러운데요. 육계 큰 닭은 물론 방목한 닭까지 좀 먹어본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닭 맛 자체는 큰 닭이 더 맛있는데요. 대신 큰 닭은 튀겨서 익힌다고 치면 잘 안 익고, 좀 질기고, 닭냄새가 나기 쉽습니다. 괜히 작은 닭 쓰는 게 아닌데요. 큰 닭 쓴 치킨의 좋은 레시피 예가 KFC 오리지날 치킨인데요. 큰 닭은 그런 식으로 요리하는 게 어울립니다. 염지 강하게, 허브 스파이스 잔뜩. 그리고 압력솥으로 잘 익게 튀겨내야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치킨은 대체로 KFC 오리지날하고는 다른 방향으로 발달했잖아요? 레시피에 따라 작은 닭이 어울립니다.

 

 닭다리를 예로 들어볼까요. 닭다리에는 제법 큰 혈관이 있습니다. 그 혈관은 비릿하고 탁한 맛을 내지요. 먹을 때 혈관 떼서 버리고 먹는 게 더 맛있습니다. 그렇지만 보통들 그냥 먹지요. 닭이 사이즈가 커질수록 혈관도 커지고, 비린 풍미도 더 강해집니다.

 

 큰 닭으로 요리 제대로 하려면 쓸데없는 피하지방, 내장 조각, 핏덩이 같은 거 제거 확실하게 해줘야 합니다. 완전히 제대로 하면 시간 상당히 걸립니다. 확실하게 해 주면 맛이 좋아지긴 하는데요. 대량으로 프라이드 치킨 같은 거 튀길 때 그런 작업을 제대로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큰 닭이 더 맛있긴 합니다만, 대체로 치킨 시즈닝에는 마법의 가루, MSG가 들어간다고요? MSG를 잘 쓰면 큰 닭이 가지는 맛의 이점을 작은 닭도 꽤 따라갑니다.

 

 

 

 

 

11) 일반적인 떡볶이는 정의하자면 오뎅국물 베이스에 고추장, 고추가루 등으로 매운 맛을 내고, 물엿과 설탕 등으로 단맛을 내고, MSG 등으로 감칠맛을 더한 일종의 쫄깃한 파스타 요리입니다. 강한 감칠맛과 매운 맛, 단맛이 맛의 골조를 잡고 있고, 여기에 떡의 질감이 더해진 방식인데요.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려면 이노신산과 글루탐산 맛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생각해야합니다. 원래 레시피 자체가 저렴한 분식집 음식이라, 화학조미료를 충분히 쓰면 맛있게 만들기 쉬운데 자연재료로 일정 이상 맛있게 만들려면 난이도가 좀 높아집니다.

 

 맛없는 떡볶이는 대체로 이노신산과 글루탐산 성분이 너무 적거나, 아니면 글루탐산이 너무 많이 들어간 떡볶이입니다. MSG를 실수로 너무 넣은 떡볶이는 못 먹을 맛입니다.

 

 반대로 MSG를 아예 안 쓰고 떡볶이를 만들려면 좀 고난이도가 되는데, 원래 떡볶이가 MSG를 쓰는 쪽으로 개발된 레시피라 그렇습니다. 떡볶이를 만들 때 일반적으로 쓰는 자연적인 재료 중에는 고추장이 그나마 감칠맛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 쉽습니다.

 

 쉬운 해결책은 케챱을 좀 넣거나 간장 베이스로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MSG 없어도 맛있게 됩니다. 그냥 순수한 고추장/고추가루 떡볶이는 MSG 안 쓰면 글루탐산 확보가 어렵습니다. 다시마 육수라도 내면 가능은 합니다만.

 

 

 

 

 

12) 우리가 음식물을 익히는 방법은 4가지입니다. 복사, 전도, 대류, 그리고 마이크로파입니다. 복사는 매질 없는 직접적인 열의 전달. 전도는 고체 매질을 이용한 것. 그리고 대류는 유체 매질을 이용한 것이지요. 전자렌지의 마이크로파는 음식물 안쪽에 열을 만들어내고요.

 

 불꽃이나 열선의 열기가 음식물에 직접적으로 전달될 때는 복사입니다. 팬, 철판 등에서 음식물을 굽거나 볶을 때는 전도고요. 물, 기름, 증기, 공기를 이용해 열을 전달하는 건 대류입니다.

 

 토스터기나 오븐토스터 같은 경우는 거의 복사열로 음식을 익히는 기기입니다. 그런데 컨벤션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서는 대류열의 역할이 커지지요. 오븐은 대체로 복사열과 대류열을 쓰는데 오븐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같은 오븐이라도 오븐 안의 음식물 위치 등에 따라 복사열과 대류열을 받는 비율이 달라집니다. 과자 같은 걸 구울 때는 복사열로 굽느냐 대류열로 굽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커피를 볶을 때는 전도열과 대류열, 그리고 기기에 따라 복사열도 쓸 수 있는데 그 비율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고요. 저렴한 간이 로스터들은 대류열을 제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커피콩을 제대로 볶을 수가 없습니다. 커피의 센터컷 내부는 복잡하기 때문에, 대류열을 쓸 수 있어야 안쪽을 원하는 만큼 구워줄 수 있습니다. 대류열만 너무 세게 걸면 바깥은 덜익었는데 안쪽부터 타버리기도 하고요.

 

 스테이크를 구울 때, 팬에 구우면 전도열로 굽는 겁니다. 석쇠에 굽거나 토치로 구우면 복사열로 굽는 거고요. 내 생각에는 제대로 스테이크를 구울 때는 충분한 전도열이나 강한 복사열로 구워야 합니다. 그런데 일반 가정집에는 철팬은 물론이고 괜찮은 스테인리스 팬도 없는 경우가 많지요. 팬이라고는 코팅팬밖에 없는 경우에는 그걸로 제대로 스테이크를 ‘굽기’는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기름을 많이 써서 튀기는 방식으로 스테이크를 익히는 게 결과물이 나은데, 튀기게 되면 전도가 아니라 대류입니다.

 

 

 

 

 

13) 나는 피자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피자를 먹다 보면 불만족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맛없는 피자를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다른 걸 잘못 만들어서 맛없는 게 아닙니다. 보통 설구워서 맛이 없어요. 스테이크는 너무 구우면 맛이 없는데, 반대로 피자는 설구우면 맛이 없습니다. 제대로 구운 피자는 비주얼이 좀 타야 합니다. 탄 부분이 없으면 제대로 구운 피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 꽤 다수가 탄 음식을 먹으면 암에 걸린다고 생각해서 기피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구운 피자를 내놓는 집은 반드시 컴플레인과 클레임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러다보니까 우리나라는 설구운 피자를 일상적으로 먹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대부분의 피자는, 그냥 좀 더 구우면 더 맛있어집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파스타는 알덴테로 먹지만, 피자는 타도록 구워 먹습니다.

 

 

 

 

 

14) 치즈는 강하게 숙성시킬수록 감칠맛 성분이 늘어 ‘맛’이 좋아집니다. 대신 냄새가 생기지요. 그리고 강하게 숙성시키려면 염분이 많이 들어갑니다. 짜고 냄새가 강하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는 경성 치즈나 워시드 연성 치즈를 좋아합니다만.

 

 우리나라 음식 중에도 강하게 숙성시켜서 감칠맛 폭탄이고 냄새가 강한 음식은 있습니다. 보리굴비라거나, 갈치속젓이라거나. 갈치속젓은 나는 먹긴 하는데 감칠맛은 좋지만 잡스러운 풍미가 많은 음식이라 많이는 못 먹고, 보리굴비는 좋아합니다. 먹을 때마다 치즈 같은 맛이라고 생각하지요. 어쩌면 보리굴비를 주로 드시고 치즈는 별로 못 드셔보신 분들은 숙성이 잘 된 치즈를 먹으면 보리굴비 같은 맛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성 치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파르미자노 레지아노, 그라나 파다노, 올드 고다(하우다), 파르미자노 레지아노와 올드 고다의 중간형, 페코리노 로마노. 이 중 페코리노 로마노는 양젖 치즈입니다. 그러니까 맛이 완전히 달라서 논외. 나머지는 우유 치즈입니다.

 

 고다(네덜란드어 발음으로는 하우다) 치즈는 네덜란드 치즈로, 유지방 함량이 높은 치즈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반경성 치즈로 겉 표면을 왁스로 싸 둡니다. 먹을 때는 왁스를 벗기고 썰어 먹으면 되는데요. 일반적인 고다 치즈는 왁스가 붉은색이거나 노란색입니다. 이 때는 평범한 반경성 치즈지요. 그런데 검은 왁스로 싸여 있는 건 장기 숙성형입니다. 올드 고다는 경성 치즈라 일반적인 고다와는 다른 치즈입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치즈를 하나만 꼽으라면 올드 고다를 꼽습니다.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는 분쇄해서 가루로 먹는 치즈의 원조격입니다. 보통 가루 치즈를 파마산 치즈라고 부르는게, 파르미자노 레지아노에서 이름을 따온 거지요. 그런데 진짜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는 그냥 썰어 먹어도 맛이 좋은 편이고, 가루로 먹는 치즈 중에는 풍미가 강합니다.

 

 그라나 파다노는 실질적으로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보다 가루 치즈로 더 많이 씁니다. 둘은 외형이나 주 용도가 비슷하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풍미 차이가 분명하게 납니다. 가장 큰 차이는 그라나 파다노는 그냥 썰어서 덩어리째 먹으면 맛이 없다는 겁니다. 이 차이는 주로 유지방에서 비롯됩니다. 파르미자노 레지아노 쪽이 그라나 파다노보다 숙성기간이 길기도 한데, 그보다 결정적인 차이가 그라나 파다노는 탈지유로 만드는 반면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는 탈지유에 전유를 섞어서 만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라나 파다노는 거의 유지방이 없는 치즈인 반면,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는 유지방이 들어가 있습니다. 유지방이 숙성되면 복합적인 풍미를 만듭니다. 올드 고다 같은 경우 유지방 함량이 48%에 이르기 때문에 그라나 파다노와는 매우 대조적이고요.

 

 올드 고다와 파르미자노 레지아노의 중간형 치즈는 유지방 함량이 올드 고다보다는 낮고,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보다는 높습니다. 그래서 특성이 중간적입니다. 올드 고다 같은 경우 가루 치즈로 쓰기에는 풍미도 강하고 짠 맛도 있는데, 중간형은 풍미가 약해지고 덜 짜서 가루로 쓰기도 좀 더 용이하고, 덜 짜기 때문에 짠 맛에 약한 사람이 먹기도 편합니다.

 

 

 

 

 

15) 내가 어릴 때 인천지역에 조기는 많았는데 말린 굴비는 별로 없었습니다. 말린 생선은 가자미나 박대/서대 같은 게 흔했지요. 옛날에는 참가자미 말린 것도 흔했는데,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았습니다. 요새는 맛있는 가자미가 예전처럼 흔하지 않고, 가격도 비쌉니다. 근 몇 년 동안은 가자미보다 광어를 더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할 정도고.

 

 한편으로 인천지역에서 먹는 음식 중 하나가 말린 가오리 찜입니다. 인천 앞바다에서는 원래 홍어(간재미)나 가오리가 많이 잡히는데, 인천 사람들은 홍어나 가오리를 원래 삭혀 먹지 않고 신선할 때 먹거나 말려서 먹어왔습니다. 가오리는 말리면 안 삭습니다. 요새는 호남 사람들이 유입도 많이 되고, 호남 사람들한테 영향을 받았거나 어쩌다 입맛에 맞아서 삭힌 홍어를 먹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나는 왜 맛있는 홍어나 가오리를 삭혀서 먹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삭힌 홍어는... 그건 먹을 수 있는 음식 냄새가 아니라고 느껴지는데요?

 

 참고로 간재미와 홍어가 다른 생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같은 생선입니다. 어린 홍어가 간재미입니다. 간재미가 다 크면 홍어가 됩니다.

 

 말린 가오리를 쪄 먹으면 맛있습니다. 살도 맛이 진해진 상태고, 연골이 부서지는 느낌이 좋지요. 인천 재래시장에서는 말린 가오리 조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썩은 냄새 안 나니까 부담없이 드셔도 됩니다.

 

 

 

 

 

 

16) 가스렌지는 요리에 있어 혁명적 변화였습니다. 그런데 가스렌지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80년대 초중반만 해도 연탄불에 요리를 하는 가정이 흔했습니다. 전두환 시절이 좋았다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 시절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탄불에 요리를 하다가 가스렌지를 쓰게 됐고, 집마다 컬러 TV를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시대가 좋아지는 걸 강하게 체감할 수 있었지요.

 

 가스렌지는 요리 테크닉에 큰 진보를 가져왔습니다. 전기렌지는 논외로 하고, 다른 연료를 쓰는 조리도구에 비해 가스렌지가 가지는 큰 장점은 불을 일정한 크기로 쓸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약불을 쓰기 좋지요. 강불이야 무슨 연료를 쓰건 연료를 많이 투입하면 쓸 수 있습니다만, 약불을 일정하게 오래 유지하는 건 가스렌지가 아니고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븐 문화권이 아니기 때문에 가스렌지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약불로 장시간 굽는 요리가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화력을 제한해 쓰면서 오래 익히는 방법은 찜이나 중탕처럼 물을 이용하는 것이었고요.

 

 가스렌지의 보급은 요리에 많은 영향을 줬고, 동시에 경제수준도 올라가면서 우리나라 요리는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흔한 속설 중 하나가 요리 못 하는 사람들은 약불을 싫어한다고도 하지요.

 

 

 

 

 

17) 부탄, 이소부탄, LPG는 호환 가능한 연료입니다. 같은 버너에 다 쓸 수 있단 말이지요. 사실 커넥터를 바꾸면 LNG도 호환이 안 될 건 없는데, LNG는 아무나 못 다루게 법이 정해져 있고요. 일반인도 같은 휴대용 버너에 커넥터 바꿔서 부탄, 이소부탄, LPG 다 쓸 수 있습니다. LPG 차량에도 충전소까지 갈 연료가 부족하면 부탄가스 캔으로 충전해도 되긴 합니다. 프로판 비율이 없으니까 겨울에는 힘듭니다만.

 

 그래서 가정용 가스렌지에 불만이 있으면 사실 좋은 휴대용 버너에 LPG 쓰면 해결이 되긴 하는데요.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법률적으로 LPG 가스통은 실내에 두고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도시가스가 보급된 지역의 주택은, 특히 공동주택은 실외에 LPG 가스통 둘 곳이 없지요. 부탄가스는 보다 자유롭게 아무 데서나 써도 됩니다만.

 

 요새 캠핑용으로 소형 LPG 가스통 가지고 다니는 분들이 좀 있는데, 그 가스통을 실외에 둔 채로 쓰면 합법인데 실내로 가지고 들어와서 사용하는 순간 불법이 됩니다. 실내에서는 부탄이나 이소부탄 캔만 법적으로 허용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충전해 쓰는 LPG가 1회용 부탄보다 L당 가격이 훨씬 싸지요.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요새 도시지역에 LPG 가스통 충전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쓰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차량용 LPG는 가스통에 충전하지 못하게 룰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LPG가 싸긴 하지만, 사실 진짜 많이 쓰지 않는 이상 도시지역에서는 그냥 부탄 쓰는 것보다 가성비가 그렇게까지 좋지 않습니다. 충전해오는 코스트가 높아서요.

 

 물론 도시가스 안 들어오는 시골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전화하면 LPG 업체가 알아서 찾아오거든요. 충전까지 다 해 주고 별로 비싸지도 않지요.

 

 

 

 

 

 

18) 와인 공부를 할 때는 일단 주요 품종을 이해하면 쉽습니다. 어차피 술이니까 그냥 편하게 마셔도 되긴 합니다만. 요리에 와인을 쓰려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아는 게 좋습니다.

 

 요리에 이리저리 쓰기 편한 건 화이트 와인입니다. 화이트 와인용 품종 중 가장 흔한 건 샤르도네(=샤도네이=Chardonnay)인데요. 샤르도네 와인은 요리용으로도 좋습니다. 다만 샤르도네는 세계적으로 재배하는 품종이고 양조할 수 있는 방식도 다양해서 관련 지식을 좀 알아두는 게 더 좋습니다.

 

 포도가 대체로 그렇지만 샤르도네처럼 다양한 지역에서 재배하는 포도는 재배지역의 위도에 따라 과일스러운 정도가 달라지고, 해당 지역의 양조 스타일까지 영향을 받게 되어 결과물은 더더욱 그렇게 됩니다. 예를 들어 칠레처럼 위도도 낮고 신세계 양조 스타일을 가진 지역에서 나오는 샤르도네는 과일 풍미가 많은 편인데요. 프랑스 부르고뉴처럼 위도도 높고 전통적인 스타일로 양조하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건 별로 과일 풍미가 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샤르도네는 양조할 때 말로락틱 발효를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합니다. 또한 숙성에 오크통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오크칩이나 관련 첨가물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모든 와인 품종 중 양조 스타일이 가장 다양한 품종이 샤르도네입니다.

 

 일단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런저런 요리에 쓰기 좋은 샤르도네는 고위도에서, 전통적인 스타일로, 첨가물 없이, 오크통이나 오크칩을 사용하지 않고, 말로락틱 발효를 하지 않은 타입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런 타입의 샤르도네를 좋아하기도 하니까 이 이야기는 적당히 참고해 주시면 좋습니다. 이 중 중요한 건 말로락틱 발효를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오크 숙성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말로락틱 발효는 매우 중요합니다. 말로락틱 발효를 한 샤르도네와 하지 않은 샤르도네는 전혀 다른 와인입니다.

 

 문제는 와인을 모르면 이런 걸 구분하기 힘들다는 건데요. 기본적인 방법을 알려드리자면 요리용 샤르도네는 Chardonnay라고 써 있는 것 중 싼 걸 사면 됩니다. 왜냐하면 오크통을 사용하거나 말로락틱 발효를 하게 되면 비싸지거든요. 그런 걸 안 한다고 꼭 싼 건 아니지만, 같은 포도를 사용하면 오크통 숙성한 쪽이 더 비싸집니다. 오크통 숙성은 공짜가 아니니까요.

 

 

 

 

 

19) 드라이한 와인을 처음 드셔보신 분들은 대체로 단맛이 없으니까 배신감을 느끼곤 하는 것 같습니다. 기대했던 맛이 아닌 것이지요. 그렇게 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효모는 당을 알콜로 바꾸기 때문입니다. 포도의 당분이 알콜로 바뀌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는 달콤한 포도일수록 양조를 했을 때 도수가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달콤한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포도즙의 당도를 많이 올려서 충분히 알콜을 만들어도 당분이 남아있게 하는 방법.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도수를 낮추는 겁니다.

 

 포도즙의 당도를 올리는 방법은 크게 보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수분을 줄이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설탕을 넣는 것. 많이 달고, 도수도 높고, 저렴한 와인은 예외 없이 설탕을 넣은 겁니다. 예전에는 그런 와인이 많이 팔렸지요. 조금 더 고급스럽게 만드는 이 방식은 설탕 대신 농축 포도즙 같은 걸 넣기도 하고요. 대조적으로 수분을 줄인 와인은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만, 이쪽엔 비싼 게 많습니다. 대중적으로 접근성 좋은 건 아이스와인인데 나는 아이스와인은 비싸기만 하지 맛있게 마신 적이 없어서 마시는 용도로는 비추하고요. 대신 아이스와인은 요리용으로는 쓸 만한 것 같습니다. 시럽 대용으로.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달콤한 와인은 역시나 저도수의 프리잔떼(약발포주)입니다. 막걸리의 맑은 포도주 버전 쯤 되지요.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가 대표적입니다. 내가 추천하는 건 브라케토 다퀴(Brachetto d'Acqui)고요. 원래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연 효모를 이용하면 저도수 달콤 프리잔떼가 잘 나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알콜에 약한 효모가 많아서 도수 좀 올라가다 보면 죽거든요. 그런데 예전 기술로는 도수 낮은 프리잔떼를 유통하긴 힘들었으니까, 동네에서 금방 마시는 술로는 괜찮아도 상업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였지요. 현대에도 생탁 유통은 신경 써야 하는 분야니까요. 현대에 프리잔떼를 만들 때는 대신 필터를 씁니다. 원하는 만큼 발효시킨 다음 필터로 효모를 걸러버리지요.

 

 포트와인 같은 강화와인도 단맛이 나는데, 강화와인은 저도수의 와인에 브랜디를 섞은 겁니다. 그러니까 단맛이 나지요. 포트와인은 도수도 있고 단 맛도 있기 때문에 요리에 많이 씁니다. 약간 단 맛이 나는 소스를 만들 때 쓰기 좋습니다.

 

 

 

 

 

20) 나는 후추 그라인더는 아주 좋은 주방용품이라고 생각하고, 모두에게 구매를 권합니다. 시중에 간단한 그라인더가 포함되어 있는 통후추도 팔긴 합니다만, 제대로 된 그라인더를 구매하시는 쪽이 좋습니다. 제대로 된 그라인더는 분쇄도 조절이 되기 때문입니다. 후추는 통후추를 갈아 써야 향이 진하고 좋습니다. 시판 후추가루는 의도적으로 약한 후추향을 낼 필요가 있을 때나 유용합니다.

 

 그런데 소금을 그라인더에 갈아 쓰는 건 내가 딱히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후추는 분쇄해 두면 향이 약해지지만, 소금은 분쇄해둬도 변화가 없기 때문인데요. 소금 그라인더는 딱히 소금을 대량으로 분쇄하는 데 적합하지도 않고, 요리할 때 그라인더로 즉석에서 갈아서 쓸 때의 장점이 전혀 없습니다. 소금을 골고루 뿌리기 어렵게 만들 뿐이지요.

 

 고운 소금은 짠맛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음식에 균일하지 않게 뿌리게 되면 어떤 부분은 너무 짜고, 삼투 현상이 강하게 일어나고, 반대로 어떤 부분은 싱겁게 됩니다. 소금을 균일하게 뿌리려면 꽤 신경 써가면서 뿌려야 하는데, 그라인더를 쓰면 그렇게는 잘 안 되지요.

 

 다만 소금을 균일하게 뿌리지 않아도 되는 요리에 소금을 넣을 때는 적당량을 넣는 게 중요한데, 그라인더를 쓰면 소금을 뿌리는 양을 조절하는 게 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푼으로 소금을 넣는 것보다 그라인더를 쓰는 게 편할 수 있지요. 작은 구멍이 뚫린 소금통을 쓰는 것보다는 편하게 적당한 양의 소금을 넣기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