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5

식이 2020. 11. 3. 15:23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U3LUcgmUTe8

 

 

1- https://oceanrose.tistory.com/1202

2- https://oceanrose.tistory.com/1205

3- https://oceanrose.tistory.com/1213

4- https://oceanrose.tistory.com/1215

 




 

1) 김치가 익어가는 과정은 유산균과 효모(이스트)가 함께합니다. 유산균은 젖산을 만들고, 효모는 당을 먹고 알콜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김치가 제대로 익어가는 과정에서는 유산균의 활동이 활발하고, 효모의 활동은 덜 활발합니다. 가장 맛있게 익은 상태에서 김치는 유산균은 많이 증식한 상태고, 산은 젖산 위주라 부드러운 산미가 나며, 약간의 알콜이 생성되어 있고, 이산화탄소 버블이 있습니다. 김치도 꽤 중독성이 있는 음식인데, 미미하게나마 알콜이 함유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효모는 단당도 이당도 다당도 분해할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단당이나 이당을 먹었을 때 더 활발하게 알콜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냅니다. 김치에는 대체로 무가 사용되는데, 무즙에는 디스타아제가 들어있습니다. 디스타아제는 다당을 단당 및 이당으로 분해합니다. 굳이 설탕을 넣지 않아도 녹말풀로 양념을 버무려주면 무즙의 디스타아제가 녹말을 엿으로 분해해줍니다. 그러니까 무를 사용하지 않는 김치에 녹말풀을 썼을 때는 효모가 직접 다당을 분해해야 하기 때문에 분해효율이 낮습니다. 무를 갈아서 녹말풀에 좀 섞어 주거나, 설탕을 써 주는 게 좋습니다.

 

 김치가 시어지는 터닝포인트는 유산균이 유산을 너무 많이 생성한 시점입니다. 유산균은 너무 증식하면 산도가 너무 올라가서 스스로 만든 유산에 죽어버립니다. 그러고 나면 효모가 우점종이 되지요. 유산균이 있을 때는 김치 냄새가 나빠지지 않습니다만, 효모가 과하게 증식하면 골마지가 피면서 쉰김치 특유의 꿉꿉한 냄새가 나게 됩니다. 김치 효모는 맥주 효모와 마찬가지로 몸에 나쁠 게 없고, 독성도 없어서 골마지 핀 김치도 딱히 몸에 나쁠 건 없습니다만 냄새가 나쁩니다. 맛도 점점 안 좋아지고요. 물론 곰팡이가 피면 버려야하지만요. 골마지와 곰팡이는 다릅니다.

 

 김치는 보존할 때 가능한 공기와 접촉을 차단해야 한다는 걸 대부분 아실 겁니다. 일단 유산균은 혐기성이라 산소가 닿으면 쉽게 죽어버립니다. 대조적으로 효모는 산소에 강합니다. 그러니까 산소접촉은 빠르게 유산균을 죽이고 효모의 과다증식을 유도합니다.

 

 또 문제가 있는 게 초산발효입니다. 알콜은 공기에 노출되면 증발되어 날아가거나 공기 중에 떠도는 초산균에 의해 식초로 변해버립니다. 보관온도가 높아도 초산균이 잘 증식하고요. 부드러운 산인 유산에 비해 초산은 식초 같은 강한 산미와 자극적인 냄새를 가집니다. 신 김치가 익은 김치보다 자극적으로 신 건 초산균의 영향입니다.

 



 

2) 밥을 엿기름으로 삭히면 식혜가 됩니다. 엿기름을 실제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엿기름은 기름이 아닌 맥아, 즉 싹틔운 보리입니다. 싹틔운 보리에는 아밀라아제(=디스타아제)가 들어있기 때문에, 다당류인 밥을 이당과 단당으로 분해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밥을 삭히기만 해서 만든 식혜는 그다지 달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식혜는 설탕을 넣어 더 달게 만든 겁니다. 식혜에서 밥알을 빼고 졸이면 조청이 됩니다. 이 조청을 그냥 굳히면 갈색 갱엿이 되고, 공기를 섞어가면서 굳히면 흰엿이 됩니다.

 

 옛날에는 조청을 물엿이라고도 했던 것 같지만, 현대에 물엿과 조청은 편의상 구분을 좀 합니다. 물엿은 대체로 옥수수 전분을 공업적으로 당화시켜 만든 것으로, 투명한 게 많습니다. 갈색 옥수수 물엿도 있지만요. 투명한 물엿은 냄새나 특유의 맛이 약한 편입니다.

 

 대조적으로 조청(쌀물엿)은 엿 특유의 풍미가 있는 편이고 더 진득합니다. 가격은 투명 옥수수 물엿이 훨씬 싸지만, 맛있는 건 아무래도 조청입니다.

 

 조청/물엿에는 꽤 특이한 기능이 있는데, 볶는 요리를 할 때 물엿을 넣으면 잘 안탑니다. 그래서 좀 달게 볶아도 되는 볶음에는 대체로 물엿을 쓰는 게 한식 일반 레시피입니다. 음식에 윤기를 더하는 기능도 있다 보니, 물엿은 한식에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호박엿은 호박으로 맛을 낸 엿이지, 호박을 주재료로 만든 엿이 아닙니다. 그리고 올리고당은 단당이나 이당이 아닌, 대략 3~10당으로 단맛은 나지만 사람이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당입니다. 대신 장내미생물이 이용하거나, 소화흡수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살이 덜 찌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맛은 별로 없습니다. 시판하는 올리고당은 순수한 올리고당이 아니고, 액상과당 같은 게 섞인 겁니다.

 



 

3) 흔한 잡초인 강아지풀은 개나 고양이를 놀리는 용도 외에, 종자도 먹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잡풀인 피의 종자도 먹을 수 있지요.

 

 강아지풀은 조의 야생형입니다. 조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다면 좁쌀이라고 하면 더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네요. 조는 강아지풀을 개량한 겁니다. 그 작은 알곡도 나름 야생 강아지풀에 비하면 큰 쪽으로 개량한 것이지요. 사실 식물이곡물이 인류를 지배합니다.

 

 조는 기장하고 닮은 모양새지만, 조가 확연히 작습니다. 주관적으로 풍미는 조가 낫습니다. 기장은 밥 해먹기엔 조보다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현대처럼 쌀이 흔하지 않았고, 특히 위도가 높은 지역은 쌀농사가 어려워서 조를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쌀은 상대적으로 위도가 낮은 지역에서 주로 먹던 거지요. 그래서 자포니카를 주로 먹는 문화권은 우리와 일본, 대만 정도입니다.




 

4) 나는 한식 소스의 정점은 고추장이라 생각합니다. 무척이나 유니크한 소스지요. 보통은 보기만큼 맵지도 않고요.

 

 고추장도 공장식과 재래식이 있고, 된장 못지않게 차이 납니다. 재래식 고추장은 스타일도 좀 다양하고요. 다만 그냥 먹을 때는 저렴한 공장식 고추장도 제법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렴한 대용량 고추장은 정말 저렴한데, 그렇게 저렴한데도 가격에 비해 꽤 먹을 만 합니다. 대조적으로 고급화시키면 많이 비싸지지만, 매우 맛있습니다.

 

 쌈장과 고추장은 본래 크게 다른 레시피는 아닙니다. 제대로 된 쌈장은 고추장에 고추가루가 덜 들어간 것이거나, 고추장에 된장과 갖은 양념을 믹스하고 볶은 것인데 고추장 성분에 원래 막()장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된장 비율이 높아진 일종의 고추장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흔한 공장제 쌈장이야 개량식 공장제 된장에 양념 좀 한 거지만요. 여하튼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쌈장 대신 고추장을 써도 됩니다. 나는 공장제 쌈장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고추장으로 거의 대체합니다. 물론 호박잎 쌈에는 제대로 만든 쌈장을 써야 하고요. 생선회에 공장제 쌈장은 고추장으로는 대체가 안 되고요.

 

 고추장의 최대 단점은 생각보다 굉장히 풍미가 강하다는 데 있습니다. 고추장이 들어간 요리는 무조건 고추장 맛이 납니다. 그래서 어떤 요리에건 고추장을 쓰는 건 신중해야합니다. 고추장은 부재료일 수가 없습니다. 어떤 요리에건 고추장이 들어가는 순간, 고추장XX 또는 비빔XX 같은 식으로 불러야 합니다.

 



 

5) 생선회에 초고추장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회에 초고추장은 어지간해서는 먹지 않습니다. 초고추장 찍은 회는 회맛이 아닙니다. 초고추장 맛이지요. 내 생각엔 피데기 구워 고추장 찍어 먹는 게 고급 생선회에 초고추장 찍는 것보다 맛있습니다.

 

 물론 물미역에는 초고추장을 찍어야 합니다. 물미역에는 다른 소스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브로콜리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경상도에서는 부추전을 간장보다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는 경상도 입맛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만, 부추전만큼은 나도 그렇게 먹는 걸 좋아합니다. 배추전에 초고추장도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에 초고추장은 동물성 음식보다도 식물성 음식에 어울리는 편입니다.

 



 

6) 다양한 콩 중 대두로만 두부, 된장, 간장 등을 만드는 이유는 대두가 매우 높은 단백질 함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콩류는 대두만큼 단백질 비율이 높지 않습니다.

 

 일본식 된장인 미소나 공장식 개량된장, 중국식 첨면장, 춘장, 그리고 우리나라 고추장은 장 계열이긴 합니다만 콩에 더해 밀가루, 찹쌀가루, 보리가루 등을 씁니다. 이런 곡물가루들은 단백질보다는 당을 제공하는 역할인데, 발효과정에서 당이 변해가는 과정은 대동소이합니다. 다당 -> /이당 -> 알콜/이산화탄소 -> 식초 로 변하지요.

 

 그래서 잘 만들어졌을 때 상기한 장들은 달달한 편입니다. 찹쌀고추장 같은 경우 아주 잘 만들어지고 적당히 익은 상태에서는, 찹쌀엿이 잘 형성되어서 달콤합니다. 찹쌀은 당화 이후 알콜로 완전히 변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요. 첨면장 같은 경우 주성분이 아예 밀이고 완전히 숙성된 상태에서는 물엿에 가까운 단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래식 고추장은 담글 때 곡물 성분이 과숙되기 쉽습니다. 과숙되면 상기한대로 알콜이 형성된 후, 초산균 접촉에 의해 그 알콜이 식초로 변합니다. 그래서 과숙 초기의 고추장에서는 단미가 줄어들면서 알콜 풍미와 약발포주같은 톡 쏘는 느낌이 생기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단맛이 아예 사라지고 산미가 생깁니다.

 

 과숙 고추장은 그 자체로는 맛이 영 없어서 그냥 먹긴 어렵고 요리에 쓰던지 다른 양념과 믹스를 해야 맛있습니다. 아니면 식소다로 중화를 해서 신맛을 없애기도 합니다. 과숙을 막으려면 당화가 완료된 상태에서 멸균시킨 후 밀봉보관하면 될 겁니다.

 

 한편으로 우리가 먹는 김치나 장, 부풀린 빵에는 대체로 미량의 알콜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익히거나 끓여도 알콜은 웬만해서는 다 날아가지 않습니다. 술을 쓰는 요리에는 알콜이 반드시 남아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술을 직접 마시는 것보다야 알콜을 적게 섭취하게 됩니다만, 건강 문제나 임신 등의 이유로 알콜을 끊어야 하거나 소아에게 주는 경우에는 알고는 있어야 하겠습니다.

 



 

7) 문어는 한국인이 즐겨 먹는 생물 중 머리가 가장 좋은 편에 속할 겁니다. 다행히 인류의 라이벌로 성장하기엔 문어는 수명이 너무 짧아서, 문어가 지구를 탈출해 화성을 정복한 후 그들의 모습을 닮은 로봇으로 지구정복을 노리는 일은 없을 것 같긴 합니다.


 

 문어가 속한 연체동물문 두족강(통칭 두족류)은 꽤 재미있고 신기한 방향으로 진화한 생물들입니다. 아주 오래 전, 중생대 시절에는 두족류도 껍질이 있는 게 주류였습니다. 암모나이트와 벨렘나이트가 두족류에 속합니다. 그렇지만 현생 두족류는 껍질이 없는 게 주류지요. 껍질과 뼈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게 통념입니다. 물론 현생 두족류 중에도 앵무조개, 집낙지, 스피룰라처럼 암모나이트같은 @형 패각을 가진 것들도 있고, 갑오징어도 제법 크고 아름다운 뼈를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문어와 낙지는 뼈가 아예 없습니다.


 

 나는 물고기를 제외한 해산물 중 문어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칭 가문어 드셔보고 문어 맛없다는 분들도 있는데, 가문어는 어디까지나 가짜 문어입니다. 훔볼트오징어라는 대형 오징어 다리지요. 훔볼트오징어는 오징어 중에도 원체 맛이 없는 오징어라서 시판하는 건 그나마 먹을 만하게 가공 처리한 겁니다. 물 좋은 국내산 문어는 매우 맛있습니다. 비쌀 뿐.

 

 내가 좋아하는 문어 요리방식은 조림입니다. 간장에 조리는 건데요. 잘 만들면 해산물같지 않게 냄새도 괜찮고 맛있습니다. 양념 맛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고, 맛있는 문어에 양념을 좀 한다는 느낌으로 만들어야 맛있습니다.

 

 한식은 아니지만 타코야키도 맛있다고 생각하고 좋아합니다. 그런데 여담이지만 나는 문어 대신 낙지를 넣은 걸로 추정되는 타코야키를 먹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낙지 자체는 좋아합니다만, 낙지 타코야키는 맛이 없었습니다.

 


 

8) 옛날에 그냥 오징어라 부르던 건 갑오징어였습니다. 현대에 우리가 그냥 오징어라 부르는 건 옛 분류로는 꼴뚜기의 일종입니다. 이게 용어정리가 정식으로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1990년에만 해도 통칭 오징어의 정식 명칭은 피둥어꼴뚜기였습니다. 90년대 초에 피둥어꼴뚜기에 살오징어라는 이름을 붙여 같이 정식 명칭으로 취급하게 되지요.

 

 우리나라에서 현재 오징어로 취급되는 국내산 오징어는 대략 5종류입니다. 살오징어, 창오징어, 화살오징어, 무늬오징어, 그리고 갑오징어입니다. 이 중 옛날 이름 기준 진짜 오징어는 갑오징어 뿐이고요. 살오징어는 통칭 오징어’, 창오징어와 화살오징어는 통칭 한치입니다. 무늬오징어는 이명이 흰오징어고요. 시중에서 화살오징어와 무늬오징어는 좀 희귀합니다.

 

 갑오징어는 살오징어를 대체하여 다양한 요리에 쓸 수 있지만 데쳐 만드는 숙회가 정석이라 생각합니다. 갑오징어의 질감은 살오징어 대비 매우 연하고, 그 특유의 질감이 두드러지는 장점입니다. 그렇지만 맛 자체는 살오징어 대비 딱히 장점이 없습니다. 살오징어 대비 값비싼 갑오징어의 장점을 최대한 즐기려면 숙회가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숙회를 좋아하지 않고 볶음이나 튀김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갑오징어를 쓴다 하여 살오징어보다 맛없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9) 돼지고기는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나쁘게 말하면 맛이 심심한 고기입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해 소고기와 비교해보면 국물 우리는 용도로는 부적합하지요. 살 속에 소고기만큼 충분한 맛 성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돼지고기를 먹을 때 느껴지는 풍미 중 많은 부분을 향기와 식감, 그리고 지방부의 기름맛이 차지합니다. 품질이 좋은 돼지기름은 열에 녹았을 때 무척 근사한 향기를 냅니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냄새에 덜 민감하고, 라드를 잘 쓰지 않다보니 돈지의 향은 그다지 중시되지 않고, 그보다는 부정적인 돼지냄새가 없어지는 방향으로 돼지를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돼지를 구울 때는 겉면에 마이야르를 많이 만들수록 맛있습니다. 쇠고기는 오버쿡을 피하는 게 마이야르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돼지고기는 기름이 조금 있는 부위일 때는 오버쿡을 일으키더라도 마이야르를 잘 일으키는 게 맛있습니다. 돼지고기에서 맛을 이끌어내려면 마이야르 반응을 충분히 일으키거나, 햄처럼 절여서 숙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양념의 힘을 빌리는 게 좋습니다. 돼지는 닭에 어느 정도 육박할 정도로 강한 양념과 잘 어울립니다.

 

 


  

10) 키위는 무언가 열대과일같은 이미지지만, 실제 원산지는 중국이며 다래의 친족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곧잘 자라는데 정운천 전 장관이 국내 재배 키위에 참다래라는 이름을(양다래 정도가 보다 정확한 이름이겠습니다만) 붙였고, 정운천의 별명이 키위정입니다.

 

 국내에서 재배하는 키위 중 레드키위라는 게 있습니다. 무화과와 접붙인 키위라 소문이 나 있는데요. 그런 게 가능한 것인가 의아해하면서도 꽤나 보도가 많이 되고 소문이 제법 나서 접붙인 키위인가보다 생각하였었는데, 육종자료를 보니 일반적인 품종개량의 결과물이고 무화과에 접붙인 키위라는 건 헛소문인 것 같습니다. 


 풍미는 그린키위와는 꽤 달라서, 파파야나 무화과를 떠오르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무화과에 접붙인 키위라고 헛소문이 퍼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껍질에는 털이 많지 않고, 얇습니다. 별로 시지 않은 편이고요. 

 

 향후 레드키위가 일반화되면, 한식 요리에 쓰기 좋은 식재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그냥 먹는 용도로는 그린키위가 좋고, 그린키위가 가진 강력한 연육 효과가 질긴 고기로 불고기를 할 때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린키위는 한식에 사용하기엔 개성이 강한 맛이라 한우 같은 데는 안 씁니다. 레드키위는 한식 양념에 사용하기에 그린키위보다 좀 더 무난한 풍미가 아닐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11) 우리나라의 전통 주방에서 쓰던 조리도구는 시루와 무쇠솥입니다. 시루, 무쇠솥, 번철, 식칼 이외의 조리도구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전통한식은 거의 다 무쇠솥에 만들 수 있는 요리입니다. 전이나 적은 달군 솥뚜껑이나 번철에 쇠기름을 내서 부치는 식이었고, 솥을 쓰니까 끓이는 요리가 발달했지요. 번철은 프라이팬 같은 거였는데, 솥뚜껑하고 유사하게 생긴 물건이었습니다.

 

 밥은 품질 좋은 솥이 개발되기 전에는 쪄서 만들었었습니다. 찐 밥은 생산성이 좋고 포만감이 금방 오는 편이라 근래에도 군대나 단체급식 같은 데서 나오기도 합니다. 대신 맛은 지은 밥에 비해 좀 떨어지지요. 포만감이 오래 가지도 않고요.

 

 무쇠밥솥이 개발되기 이전인 중세에는 우리나라나 아시아 전반이나 유럽이나 서민의 주식은 죽이었습니다. 서양에서는 죽보다 감주처럼 곡물을 거르지 않은 맥주를 먹기도 했습니다. 보리죽보다야 맥주가 맛있으니까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서민들도 솥에 지은 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건 고려시대 중기쯤으로 추정됩니다.

 

 화덕을 사용하지 않았던 건 우리나라 요리 발달에 여러 모로 영향을 줬습니다. 화덕은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 등지에서도 사용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어째 화덕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선진국이 된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오븐 보급률은 그리 높지 않았고, 아파트 입주할 때 오븐이 있어도 잘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요새야 간이 컨벤션 오븐인 에어프라이어가 보급되면서 많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12) 가정용 가스렌지는 예전에 생산되던 건 중앙부에서도 불꽃이 나왔습니다. 지금도 부탄가스를 사용하는 부루스타는 중앙부에서도 불꽃이 나오는 게 많지요. 그렇지만 화재감지 센서 부착 의무화의 영향으로, 요새 나오는 가스렌지는 가에서만 불꽃이 나오고 중앙쪽은 불꽃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에 가스렌지의 실질적인 화력이 줄어들었고, 모카포트를 사용할 때 일반 가정용 가스렌지에 삼발이로는 사용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요새는 인덕션도 많이 쓰기 때문에 가스렌지의 불에 대한 불만은 그리 많이 제기되지 않습니다만, 인덕션은 조리도구가 대단히 제한되고 섬세한 조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불만을 해소하려면 업장용 가스렌지를 가정에 설치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업장용 가스렌지는 화력은 좋아도 가정용처럼 쓰기 편하지 않습니다.

 

 여담인데 인덕션이 건강에 더 좋다는 건 인덕션 업체의 허위과장광고입니다. 가스렌지는 정상적인 작동을 할 때는 거의 완전연소를 합니다. 푸른 불꽃일 때는 완전연소라고 보면 됩니다. 불완전연소를 하면 탄 냄새, 그을음 등이 발생하지요. 실제 가스렌지를 사용해 물을 끓인다고 실내 PM 2.5 초미세먼지 수치가 딱히 올라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조리 시 미세먼지는 음식이 조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그것은 인덕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공정위는 전기레인지 업체의 허위과장광고에 대해 몇 년 전 시정조치한 바가 있습니다만, 당시의 허위과장광고영향인지 인덕션이 더 건강에 좋다고 아직도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 기사를 링크합니다. 실내에서 고등어를 굽는 등 조리를 하면 환기, 후드의 사용, 공기청정기의 사용 등으로 미세먼지를 제거해줘야 합니다.

 

https://www.todayenergy.kr/news/articleView.html?idxno=118832

 

 



13) 매운 떡볶이나 불닭에 쿨피스류라는 조합이 어쩌다 생겨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쿨피스류를 꽤 좋아합니다만, 쿨피스는 고추의 매운 맛을 제거하는 데는 별 효과가 없습니다. 캡사이신은 지용성이기 때문입니다. 클렌징 오일로 화장 지우듯 입안의 캡사이신은 기름으로 지워야 한단 말이지요.

 

 그러니까 같은 종이팩에 들었어도 쿨피스보다는 우유를 마시는 게 매운 맛을 지우는 데 훨씬 좋습니다. 물론 저지방 우유 같은 건 별로 안 좋고, 지방이 많은 우유가 좋습니다. 모짜렐라처럼 유지를 제거하지 않은 치즈도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체다슬라이스도 도움이 되고요. 그렇지만 그라나 파다노 같은 경성 치즈(가루 치즈)는 별 도움이 안 되는데, 그라나 파다노는 탈지유로 만드는 치즈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고급품인 파르미자노 레자노는 탈지유 + 전유이기 때문에 그나마 그라나 파다노보다는 조금 낫긴 합니다만.

 

 그러니까 매운 떡볶이에 피자치즈, 불닭에 피자치즈 같은 요리가 코리안 스탠다드가 된 건데 실제로 잘 어울릴 수밖에 없습니다. 피자치즈는 매운맛을 줄여줍니다. 설령 모조치즈라도 기름으로 만들기 때문에 매운 맛을 줄이는 데는 유용합니다.

 

 유지방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은 매운맛을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지방이 들어가지 않은 빙과류는 씻어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먹으면 차가우니까 입 안의 감각이 둔해져서 매운 맛을 덜 느끼게 될 뿐입니다.

 

 재워구운 김이나 견과류를 먹으면 당연히 캡사이신이 잘 씻깁니다. 초콜릿도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쿨피스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쿨피스는 유제품이긴 합니다만, 들어가는 건 탈지분유라 거의 지방이 없습니다. 물을 마시는 거나 거기서 거기란 말이지요.

 



 

14) 우리나라에서는 별 구분 없이 딸기라 지칭하기도 합니다만, 스트로베리와 라즈베리는 아예 꽤 다른 식물이고 열매입니다. 장미과에 색깔이 빨갛다는 것 외에는 별 공통점이 없습니다.


 

 통칭 딸기인 스트로베리는 초본성입니다. 실제 키워보면 바닥을 기는 풀입니다. 야생 딸기 중에는 뱀딸기가 이에 가깝습니다. 뱀딸기를 실제 먹어보면 별 맛은 없지만 향은 딸기 향입니다. 산딸기는 풍미가 아예 다르고, 씨가 알알이 들어있고요. 목본성 식물이라 스트로베리보다는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산딸기에 가깝습니다. 실제 지나가다 산딸기 계열을 보신 분들은, 그게 관목에 열려있는 걸 보셨을 겁니다.

 

 원래 딸기는 초여름 열매였습니다. 90년대만 해도 노지에서 육보 같은 딸기를 많이 키웠는데, 경기권에서는 오월은 되어야 익어서 수확합니다. 그런데 점점 하우스 재배가 늘고, 품종이 설향 같은 걸로 바뀌면서 초겨울부터 나오는 열매가 되어버렸고, 실제 제철인 오월이 되면 딸기를 보기 힘든 기현상이 생겨났습니다. 요새는 육보를 보기 힘들기도 하고요.

 

 딸기 애호가들이 많은데, 딸기는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니다보니 일찍 출하되는 딸기에 돈을 기꺼이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점점 출하시기가 앞당겨졌고, 마침 개발 보급된 설향 품종이 겨울 수확 품종이기도 했고, 초여름이 되면 습하고 더워져서 유통이 어려우니까 제철에는 사라지는 기현상이 생겨버렸습니다.

 

 여전히 오뉴월에 출하되는 육보를 키우는 농가들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만, 이젠 귀하신 몸이 된 것 같습니다. 어째 일본 품종이라고 천대받기도 하고요. 2005년에는 우리나라 딸기 생산 중 85.7%가 일본 품종인 육보 아니면 장희였습니다. 그렇지만 작년엔 생산량의 95.5%가 설향을 포함한 국산 품종입니다. 그 중에서도 설향 한 품종이 전체의 87.6%를 점유 중이지요. 여담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향기가 좋은 과일보다는 단 과일이 인기가 있는데, 딸기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고 그게 딸기 제철이 겨울에서 초봄이 되어버린 주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겨울은 날이 맑으니까, 하우스에서 재배하면 충분히 햇빛을 받고 달콤한 딸기가 나올 수 있거든요. 봄이 되고 비가 오고 황사가 끼고 하면 딸기의 당도가 떨어지기 쉽습니다. 대신 새콤하고 향기가 좋은 딸기를 얻을 수는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런 건 우리나라에선 인기 없지요.

 

 나는 금귤을 좋아해서 원래 초봄에 낑깡을 먹다가 늦봄에는 딸기를 먹으면서 최애 과일인 천도가 출시되기를 기다리곤 했었는데, 2010년대 들어 금귤과 딸기 철이 겹치고 늦봄부터 초여름에는 과일 기근기가 오는 최악의 패턴이 생겨버렸습니다. 금귤과 딸기 중 하나만 먹자면 나는 금귤을 먹게 되기 때문에, 딸기를 잘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여름 노지딸기가 언젠가 부활했으면 좋겠습니다.

 


 

15) 돈까스는 어느 부위로든 만들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건 물론 등심(로스가스)이고, 안심(히레가스)도 많이 씁니다. 주관적으로 안심으로 만든 돈까스는 저작감이 좋습니다만 등심대비 냄새가 조금 나쁘고 맛이 미미하게 떨어지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뒷다리살로도 돈까스를 곧잘 만듭니다. 뒷다리살로 만든 돈까스는 보다 고기맛이 강하고, 질감이 단단하면서 힘줄이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돈까스를 먹다가 맛은 나쁘지 않은데 힘줄이 두엇 나오면, 대략 뒷다리살 돈까스라 생각하면 됩니다. 뒷다리살의 저작감은 안심과 반대 방향입니다. 안심이 쫄깃하다면 뒷다리살은 퍽퍽합니다.

 

 해 보신 분들은 별로 없겠지만 삼겹살로 돈까스를 만들어도 의외로 괜찮습니다. 고기가 좀 얇으면 굉장히 바삭하다 못해 딱딱하게 튀겨지는데, 딱딱하도록 구운 베이컨과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돈까스라기에는 좀 다른 음식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맛은 나름대로 좋습니다. 튀기면 저절로 라드가 나오기 때문에 풍미 좋고 바삭하게 튀겨집니다. 딱딱 베이컨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만들어 보셔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한편으로 현대에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예전에는 다진 고기로 만든 돈까스, 일본어로는 민치(멘치)가스도 많았습니다. 흔히 피카츄나 한입 돈까스같은 저렴한 냉동 돈까스로 취급됩니다만, 민치가스는 당연히 잘 만들면 매우 맛있습니다. 실제 유럽 커틀릿 중에도 다진 고기로 만드는 게 많고요.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만든 민치가스 먹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16) 일본 소설이나 만화 등을 보면 메론빵이라는 빵이 많이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팔지 않지만, 메론빵은 소보로빵과 유사한 빵입니다. 빵에 붙은 쿠키반죽의 종류가 조금 다르고, 조금 더 얇게, 체크무늬로 붙인 거지요. 실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대략 롯데 마가레트 모양 소보로빵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원래는 멜론이 안 들어가는 빵인데 이름이 멜론빵이다보니 멜론을 넣기도 합니다.

 

 주관적으로는 소보로빵이 메론빵보다 맛있습니다. 모양이나 이름은 메론빵이 귀엽지만요. 일본에서는 소보로빵은 거의 안 만들어먹고, 메론빵을 만들어먹는다는데 메론빵이 맛은 좀 덜해도 귀여우니까 만들어먹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보로빵은 분명 일본에서 전래된 빵인데, 경양식 돈까스처럼 한국 음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나는 맘모스빵이야말로 소보로빵의 올바른 진화 방향이라고 믿습니다. 맘모스빵은 우리나라에서 어레인지된 빵으로 추정되며, 일본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본 거주하던 한인들이 우리나라에 귀국하면 맘모스빵을 사서 챙겨 먹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전해집니다.

 




17) 밥은 같은 쌀이라도 어떤 물로, 어떻게, 어떤 도구로 짓느냐에 따라 맛이 제법 달라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게 맛있느냐라고 한다면, 좋은 쌀로 지은 밥이 맛있는데요.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맛있는 수준은 비슷하더라도 맛이 나는 방식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물 외에 다른 걸 첨가해서 짓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그건 그냥 이 아니라 부재료를 명시해서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음식이니까요.

 

 압력솥을 쓰면 쌀을 불리지 않아도 충분히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 생각에 불린 쌀과 불리지 않은 쌀은 결과물이 다릅니다. 불리지 않은 쪽이 아무래도 고슬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고, 충분히 불린 쌀은 차지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맛 자체도 좀 다른 것 같긴 한데,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압력솥과 일반 솥 또는 냄비에 한 밥을 비교하면, 냄비에 한 밥 쪽이 더 고슬합니다. 취향에 따라 냄비밥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냄비밥 쪽이 짓는 데 손이 더 많이 갑니다. 압력솥으로 짓는 게 편하지요.

 

 전기솥은 요새는 거의 다 압력솥인데, 아무래도 맛이 일정하게 나옵니다. 기술이 좋아져서 밥맛이 절대 나쁘지는 않은데, 지어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인 것 같습니다. 수동 모드가 아니고 오토 모드만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지은 밥을 보관할 때는 밥 냉동용 밀폐용기에 소분해 담아 얼리는 게 최고입니다. 갓 지은 밥에 근접하는 맛을 그나마 유지하려면 냉동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대조적으로 전기밥솥의 보온모드에 보관하는 건 밥을 가장 맛없게 보관하는 방식입니다.

 


 

18) 밥을 할 때 누룽지가 생기게 하느냐, 안 생기게 하느냐에 따라 밥향이 꽤 달라집니다. 되거나, 고슬하지 않게, 충분히 차지게, 그렇다고 질지는 않게 익히면서 누릉지가 전혀 생기지 않도록 밥을 짓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주관적으로는 누룽지가 생기지 않아야 순수한 밥향이 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대중적으로는 누룽지가 좀 생긴 밥 쪽이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마솥이나 (압력솥이 아닌) 곱돌솥을 쓴 밥은 어지간해서는 누룽지가 생깁니다. 돌솥밥을 주는 한식집에 가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마지막에 먹는 게 별미지요. 대조적으로 전기솥은 누룽지가 잘 안생깁니다. 그래서 전기솥으로 한 밥은 가마솥으로 한 밥과 냄새부터 좀 다르긴 합니다.

 

 밥할 때 누룽지가 생기지 않아도 밥을 팬에 구워서 누룽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좀 말려두면 좋은 보존식이 됩니다. 완전히 마른 누룽지는 상온에서 부패하지 않습니다. 그냥 먹기엔 너무 딱딱하지만 뜨거운 물에 잠깐 끓이거나 불리면 됩니다. 좀 만들어두면 햇반 같은 걸 대체할 수 있지요. 물론 파는 것도 있고요.

 


 

19) 고래회충, 즉 아니사키스는 야생 바닷물고기에 흔한 기생충입니다. 아니사키스는 생선이 살아 있을 때는 주로 내장 쪽에 있는데, 일부는 생선이 죽고 나면 살로 옮겨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살아서 사람의 위장으로 들어가면 난리를 치면서 위장벽이나 장벽으로 파고들기도 하지요. 드물지만 매우 골치 아픈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천공이라거나. 장폐색이라거나. 구충제 안 들으니까 애초에 산 채로 위장에 보내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지난 40년 동안 고래회충은 283배 폭증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별 위험이 없었지만, 요새는 흔해졌다는 이야기인데요. 고래회충은 최종숙주가 고래입니다. 예전엔 고래가 멸종 위기종이었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이 고래를 보호하면서 개체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좀 잡아먹게 해 달라고 오랫동안 요청 중인데요. 고래를 비롯한 해양포유류가 는 게 고래회충이 흔해진 주된 이유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예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연산 회는 가능한 생선이 살아있을 때 내장을 깔끔하게 제거하고, 제거하는 데 사용한 도마, , 손을 깨끗하게 씻거나 교체하고 회를 뜹니다.

2. 회를 뜰 때 고래회충이 있는지 잘 살피고, 회를 가급적 얇게 뜹니다. 먹을 때 잘 씹어 먹습니다.

3. 익혀 먹으면 안전합니다.

4. 참치 냉동고 같은 -35이하로 내려가는 저온냉동고에서 얼었던 생선은 안전합니다. 그렇지만 일반 냉동고에서는 며칠씩 살아남습니다.

5. 생선회를 먹고 명치가 매우 아프면 지체 없이 병원에 갑니다. 지체하면 안 됩니다.

6. 먹이가 통제되는 양식어는 거의 안전합니다.

 

 직접 회를 떠먹는 입장이 아닌, 단순한 회 소비자에게 중요한 건 2번인 것 같습니다. 고래회충도 생명체라 씹히면 죽습니다. 회를 드실 때는 잘 씹어 드세요. 고래회충 같은 게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고요. 보통은 없겠지만.

 

 미리 죽은 생선 회 떠먹을 때는 진짜로 고래회충을 신경 써야 합니다. 내장제거가 안 되어 있는 건 뜰 때 뱃살 쪽에 고래회충 없나 잘 살펴봐야 합니다. 시력 안 좋은 분들은 선어회 뜨면 안 됩니다. 춘추 있는 분들은 안경 쓰고 뜨세요.

 

 여담으로 생강이 고래회충 구충에 도움이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횟집에서 초생강을 먹어주면 딱히 나쁠 건 없겠지요.

 

 확률적으로 고래회충이 별로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독감 걸려 죽을 확률이 회를 즐기다 고래회충으로 고생할 확률보다 훨씬 높습니다. 자연산 회 많이 먹으면서 잘 안 씹고 삼키는 스타일한테나 좀 위험할 수 있을까요.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회는 잘 씹어 드세요.

 

 


  

20)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마늘은 대략 한지형과 난지형이 있습니다. 한지형 마늘이 육쪽마늘입니다. 편수가 적고 풍미가 강합니다. 대조적으로 난지형은 대체로 편수가 많고, 풍미가 연하지요. 가격은 한지형 > 난지형입니다.

 

 가격차와 품질차가 나기 때문에 보통 한지형 마늘은 벗기거나 편을 분리하지 않은 상태로 통째로 유통됩니다. 난지형은 편을 분리하거나 아예 편 껍질을 깐 상태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고요. 한지형이 저장성이 높아서 통째로 잘 말리면 제법 오래 보존 가능합니다.

 

 요리에 사용할 때 평균적인 한지형과 난지형 마늘의 풍미 차이는 꽤 큽니다. 비슷한 정도의 마늘 풍미를 내려면, 한지형에 비해 난지형 마늘을 사용할 때는 확연히 더 많이 넣어야 합니다.

 

 난지형 마늘이 장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풍미가 약하다는 건 먹기에 부담이 적다는 뜻도 됩니다. 싸니까 많이 먹을 수도 있고요. 마늘 편 자체를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때는 난지형 마늘도 괜찮습니다. 마늘을 익히지 않고 생으로 먹으려면 난지형이 그나마 덜 자극적입니다. 한지형 마늘은 맵습니다.

 

 그렇더라도 기본적으로 맛있는 건 한지형 쪽입니다. 괜히 육쪽마늘이 비싼 게 아닙니다. 보통 육쪽마늘 대비 깐마늘이 맛이 없는 건, 마늘을 까 둔 영향보다도 국내산이라도 난지형 마늘을 주로 까 두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산 마늘이거나요.




 

21) 마늘은 보관하다보면 저절로 싹이 트기도 하는데, 싹튼 마늘은 구근 부분의 맛이 당연히 떨어집니다. 그런데 마늘 싹은 그 자체로도 맛이 괜찮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싹을 일부러 키워서 마파두부 등의 요리에 사용합니다. 실제로 마파두부 만들 때 마늘 싹을 넣으면 맛이 좋습니다. 감자싹을 먹으면 안 되기 때문에, 가끔 마늘싹도 먹으면 안 되냐는 의문을 가진 분들도 있는데 파 계열은 모두 싹을 먹어도 됩니다.

 

 한편으로 마늘종을 마늘싹이라 부르기도 합니다만, 구근에서 키운 싹과 마늘종은 다릅니다. 마늘종은 마늘의 꽃대입니다. 마늘싹이 없을 때는 마늘종으로 대체할 수도 있긴 합니다만, 식감 등이 다릅니다.

 

 양파를 싹틔우면 가는 파와 비슷한 게 자라나는데, 대파나 쪽파에 비교하면 풍미가 매우 약한 게 자라납니다. 대파도 쪽파도 없다면 대신 쓸 수는 있습니다만, 딱히 일부러 먹을 만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셜롯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22) 국밥은 밈이 될 정도로 가성비가 매우 좋은 음식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성비가 좋아 근래 보급이 많이 된 음식이 콩나물국밥과 순대국밥일 것입니다. 수도권은 옛날에는 설렁탕이 대세였는데, 근래 순대국이 설렁탕을 몰아내고 대세를 거머쥐었습니다. 설렁탕보다 저렴한데다 설렁탕처럼 농축액 사용시비 같은 것도 없고, 건더기도 많은 편이라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순대국밥은 돼지국밥과 거의 같은 요리입니다. 실제 시판하는 순대국과 돼지국밥이 좀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돼지국밥을 주로 먹는 부울경 지역과 타 지역의 입맛 차이에 기인한 걸로 추정하고 있고요. 평균적으로 돼지국밥이 순대국밥에 비해 맑은 편입니다. 스타일 차이를 제외하면 돼지국밥에 순대 몇 조각이 들어가면 순대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돼지국밥에는 순대 대신 부추가 들어간다고 해도 될까요.

 

 다만 순대국에는 소뼈육수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뼈육수를 사용하게 되면 아무래도 돼지국밥과 현저하게 다른 맛이 됩니다. 보통 순대국밥 육수는 돼지 등뼈로 끓이는데, 그렇게 하는 집은 메뉴판에 뼈해장국이 있습니다. 메뉴판에 뼈해장국이 없는 순대국집은 직접 육수를 끓이지 않거나 소뼈육수를 사용하는 집입니다. 나는 순대국을 나름대로 좋아합니만 불쾌한 냄새를 느낄 때가 잦고, 소뼈육수를 사용한 곳들이 입에 더 맞는다고 느낍니다.

 

 돼지국밥의 또 다른 자매 메뉴로 고기국수(돼지국수)를 꼽을 수 있습니다. 고기국수는 가장 유명한 제주 음식인데, 타 지역과는 달리 돼지를 매우 진하게 우려내고 마늘 같은 스파이스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한식 아닌 것처럼 깔끔하면서 진한 맛입니다. 제주식 고기국수에서 면이 아닌 밥을 주는 건 돼지국밥이라 하는데, 부산경남식 돼지국밥과는 이름은 같지만 꽤 스타일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3) 비빔밥을 한식으로 홍보, 보급한다고 했을 때 그게 과연 성공할까 싶었습니다. 물론 비빔밥의 맛은 한국인이라면 딱히 싫어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만, 비빈 후의 비주얼이 영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의외로 채식주의자들 때문에 성공적으로 보급 중이라 합니다. 그야 채식 메뉴 중에야 맛있는 편이긴 할 테지요. 나는 계란이 빠진 비빔밥은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참기름과 고추장을 쓴 비빔밥이 일반적이고 그게 다양한 재료와 어울리는 편입니다만, 별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 간장버터계란 비빔밥도 매우 맛있습니다. 일본인들은 간장에 날계란밥을 워낙 좋아해서 계란밥에 어울리는 양념간장을 개발해 시판하기도 하는데, 그건 나름대로 맛있지만 참기름과는 어울려도 버터와는 풍미가 어긋납니다. 계란간장은 요새는 국내 브랜드에서도 나오고 있고요. 간장버터계란에는 순수한 무염버터에 품질이 좋은 양조간장, 그리고 뒤집지 않고 한 면을 완전히 튀긴 계란프라이가 최적입니다.

 

 콩나물밥은 급식이나 저렴한 도시락 등으로 먹으면 맛이 없습니다만, 잘 만들면 맛있습니다. 간장으로 비비는 걸 전제로 하는 밥이라, 밥 지을 때부터 태생적인 비빔밥입니다. 정석은 달래를 잘게 썰어 넣은 달래간장으로 비벼 먹는 겁니다. 콩나물밥에 달래간장은 달래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여담인데 달래와 다래는 물론 전혀 다른 겁니다.

 

 보리밥을 주로 파는 식당은 거의 비빔밥 집입니다. 보리밥은 비빔밥으로 먹을 때 맛있습니다. 순수하게 보리로만 지은 꽁보리밥은 밥알끼리 엉겨 붙지 않으면서도 찰보리인 경우 적절한 찰기와 부드러움이 있어 비빔밥에 최적입니다. 보리밥은 다른 방식으로 먹는 것보다 비빔밥이 가장 맛있는 것 같습니다.




 

24) 나는 우리나라 프라이드치킨을 크게 3가지 타입으로 분류합니다. 일단 하나는 일반적인 튀김옷. 맥시칸이나 페리카나 같은 오래 된 브랜드들이 기본적으로 튀겨주는 타입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튀김옷이 얇은 타입이 있습니다. 보드람이나 마리째 통째로 튀기는 옛날통닭 같은 타입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결무늬 튀김옷이 두껍게 붙은 크리스피 치킨이 있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크리스피 치킨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KFC같은 경우 핫크리스피 치킨이 오리지널 치킨보다 인기가 좋은 나라는 거의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하지요. 한 때 KFC와 거의 비슷한 맛이라고 홍보하면서 인기를 몰았던 부어치킨도 오리지널이 아닌 핫크리스피를 비슷하게 만든 거였습니다.

 

 BBQ는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황금올리브 치킨이 크리스피 타입입니다만, 바삭칸 치킨이라고 얇은 튀김옷 치킨도 팔고 있습니다. 나는 튀김옷이 얇은 타입을 좋아해서, BBQ는 바삭칸 치킨이 좋고 KFC는 오리지날을 선호합니다. ‘바삭칸치킨인데 크리스피타입이 아니라 얇은 튀김옷인 건 재미있는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얇은 튀김옷 치킨의 바삭함과 크리스피 치킨의 바삭함은, 둘 다 바삭하지만 좀 느낌이 다르지요.

 

 한편 사견으로 잘 만든 치킨은 크리스피도 맛있지만, 못 만들었을 때는 크리스피 쪽이 압도적으로 맛이 없는 것 같습니다. 튀김옷이 기름을 과도하게 먹어서 지나치게 기름진 치킨이 나오거든요. 만약 기름이 산패라도 되거나 염지가 잘 안 된 치킨이면 압도적으로 맛없습니다. 그리고 양념치킨으로 만들면 크리스피보다 중간 두께 튀김옷 치킨이 명백하게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25) 탕수육 계열 요리는 중국에서도 지역마다 스타일이 다양한데,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팔리고 있는 계열은 대략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 얇고 넓적한 고기 (꿔바로우) or 가늘고 긴 고기 (탕수육)

2. 튀김옷의 재료 : 밀가루 or 감자/고구마/옥수수 전분 or 찹쌀가루 or 타피오카 전분

3. 소스의 소재 : 채소, 케챱, 파인애플, 레몬의 사용유무

4. 사용 부위 : 등심, 안심, 뒷다리살, 기타

 

 일단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파는 꿔바로우는 밀가루는 잘 안 씁니다. 보통은 찹쌀가루를 쓰는데, 중국 현지 꿔바로우는 전분을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도 전분을 쓰는 곳이 있긴 할 겁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꿔바로우는 어째 찹쌀 탕수육으로 처음에 알려져서, 찹쌀을 주로 쓰는 것 같습니다.

 

 꿔바로우는 양꼬치집에서 시켜야 맛있고, 인천 차이나타운이나 북경오리집 같은 곳에서 시키면 보통 맛없습니다. 이유는 꿔바로우는 원래 동북(둥베이) 요리라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중화요리는 일차적인 기원이 산동성(산둥) 요리고, 거기에 화북(화베이) 요리나 광동(광둥)요리가 섞인 형태인데 산동이나 화북에서 먹는 탕수육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탕수육에 가까운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모처의 꿔바로우는 고기는 얇은데 튀김옷을 듬뿍 써서 튀겨서, 식감이 찹쌀도넛 같은 느낌이 꽤 있습니다. 나는 찹쌀도넛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스타일도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던 전통적인 탕수육은 대략 밀가루 옷에 슴슴한 간장식초 소스맛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광동식의 영향도 받고 하면서 케챱, 파인애플 등이 사용되는 경우도 흔해졌고, 식초보다 풍미가 좋은 레몬 등을 사용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고기도 뒷다리살이나 안심 등도 사용하게 되었고요.

 

 주관적으로 간장이나 케챱은 소스에 많이 쓰면 소스맛이 진해져서 부먹보다 찍먹이 어울리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간장이건 케챱이건 숨김맛처럼 소량을 쓰면서 섬세하고 치밀한 맛을 내는 게 잘 만든 탕수소스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최근에는 꿔바로우가 아닌 일반 탕수육에도 찹쌀튀김옷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밀가루 튀김옷의 다소 폭신하면서 부드러운 느낌보다 찹쌀튀김옷의 아삭한 느낌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은데요. 나는 길쭉 탕수육에는 밀가루 옷이 좋지만 찹쌀탕수육도 나름대로 맛있는 것 같습니다.

 


 

26) 찹쌀도넛은 팥이 들어가도 맛있지만, 팥이 들어가지 않은 속이 빈 것도 맛있습니다. 속 빈 찹쌀도넛은 부피 대비 저렴한 게 매력입니다.

 

 그런데 예전에 시장에서 찹쌀도넛을 샀더니, 종이봉투에 녹색 물이 배어나와 무척 수상하게 여긴 적이 있습니다. 찹쌀도넛 먹다 죽은 사람 이야기는 못 들어서 수상하게 여기면서도 먹었는데, 맛은 이상이 없어서 뭔가 하다가 나중에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찹쌀도넛은 찹쌀도넛이 아니라 타피오카 도넛이었던 것입니다.

 

 타피오카 반죽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빵이 깨찰빵입니다. 깨찰빵을 먹다 보면 속이 녹색인 경우를 볼 수가 있는데, 내가 먹었던 찹쌀도넛도 동일한 경우였던 것 같습니다.

 

 만일 찹쌀 도넛을 먹다가 기름에서 녹색 기운이 보여도 너무 놀라실 건 없습니다. 진짜 찹쌀로 만드는 찹쌀도넛은 좀 드뭅니다. 많은 경우 타피오카를 씁니다.

 



 

27) 빵과 떡의 경계는 좀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술빵이나 만터우, 포자(파오즈), 꽃빵, /호빵은 그 경계에 있는 음식이겠지요. 깨찰빵이나 찹쌀가루 믹스 빵 계열도 그렇고요. 구운 것만 빵이라 부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크게 부풀리면 빵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애매하게 부풀린 난(인도 음식)부터 아예 안 부풀린 차파티, 로티 계열도 빵이고, 밀가루 문화권에서 무발효빵은 그리 드물지 않은 레시피입니다. 여담인데 차파티는 만들어 먹어 보면 의외로 먹을 만 합니다. 밀가루를 물반죽해서 얇게 만든 다음 그냥 잘 구우면 됩니다. 원래는 통밀가루를 씁니다만 백밀가루도 당연히 무방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 의식하지 못합니다만, 야채호빵은 명백하게 포자(파오즈)의 일종입니다. 만두집에서 왕만두라고 파는 것과 야채호빵은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야채호빵 쪽이 빵 비율이 좀 더 높긴 합니다만. 주관적으로는 같은 호빵이라도 야채호빵은 주식이고 팥 호빵은 디저트 느낌입니다.

 

 여담으로 많은 분들이 잘 의식하고 있지 못합니다만, 중국 화베이 지역은 쌀 문화권이 아닙니다. 밀 문화권이고 면과 만두를 포함한 찐빵 및 튀김빵을 주식으로 먹지요. 코에이에서 삼국지 게임을 만들 때 주곡을 로 만들어놔서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같기도 한데, 그건 명백한 고증 오류입니다. ‘’, ‘’, ‘같은 걸로 만들어놨어야 올바른 고증이고요. 당시에도 중원에서는 쌀 별로 안 먹었고 지금도 화베이에서 쌀은 별식입니다.

 

 개화 이전에 중국에서 왜 화덕에 구운 빵을 만들어먹지 않았는지는 좀 의문스러운데,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강력분 품종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고요. 아시안이 서양인보다 타액분비량이 적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저배율 빵을 많이 안 먹는데, 촉촉하지 않은 빵을 먹으면 맛없고 뻑뻑하다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 저배율 빵도 밀, , 이스트로만 굽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에서도 찐빵 쪽이 아무래도 더 촉촉하니까 인기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요.

 



 

28) 주관적으로 쌀이 그냥 익혀 먹을 때는 곡물 중 제일 맛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엿을 만들거나 양조주를 담그거나 해도 맛있습니다. 쌀이 인류의 축복인건지, 인류가 쌀의 노예인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쌀은 주관적으로 증류주로 만들면 맛이 없습니다. 전통식 쌀소주가 맛이 없단 말이지요. 그러니까 나는 우리나라에서 희석하고 조미한 타피오카 보드카가 소주라는 이름으로 일반화된 후, 지금도 그게 변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타피오카 소주는 입에 안 맞아서 못 마시지만요.

 

 나는 증류주 만드는 기술과 노하우는 중국과 스코틀랜드와 일본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비싼 꼬냑을 마시느니 저렴한 샤블리나 싱글 캐스크 버번/테네시 마시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를 꼽지 않습니다. 프랑스 사람들도 스카치 많이 마십니다.


 

 여하튼 온갖 종류의 바이지우(백주)가 다 있는 중국에서 쌀소주는 많이 안 마십니다. 그 넓은 전국에서 온갖 바이지우는 다 만들어본 결과 쌀로 만든 게 딱히 맛있지 않다는 게 결론이라는 거지요. 물론 바이지우 주산지가 쌀이 별로 안 나오는 지역이라는 것도 하나의 이유겠습니다만, 맛있으면 외지 쌀이라도 가져다 만들겠지요.

 

 바이지우의 주재료는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수수입니다. 다른 말로 고량. 그래서 바이지우를 대체로 고량주라 부르지요. 물론 바이지우에 수수만 쓰는 건 아니긴 합니다. 중국 사람들답게 이것저것 다 씁니다. 쌀도 씁니다. 거의 쌀로만 만든 바이지우도 있긴 있습니다. 이것저것 다 써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지요. 그리고 일본 소주도 고구마가 주류입니다. 보리도 쓰고요.


 

 우리나라 전통증류주 중에도 쌀로 만들지 않은 게 있습니다. 문배주라고, 김포에서 만듭니다. 원래는 평양 지역 술이라 하고요. 재료는 수수, 조에 밀누룩입니다. 좀 거칠긴 한데, 주관적으로는 쌀소주 같은 것과는 품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산 바이지우와 비견하면... 완성도가 좋다고 하긴 어려운데, 매력은 있습니다.

 

 나는 어릴 때 문배주를 처음 마셨을 때 무척 맛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그런데 명절에 한 잔 얻어먹었던 거고, 정확히 무슨 술인지 기억을 못 해서 한동안 전통증류주 이것저것 마셔보다가 겨우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만드는 사람도 바뀌고 공법도 바뀌어서 옛날 그 정도 수준의 풍미는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맛있긴 합니다.

 

 여담으로 23도짜리 저렴이 문배주도 파는데 그건 진짜 문배주가 아니라는 평입니다.

 



 

29)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맛을 모릅니다. 그 명백한 증거가 우리나라 판매용 스카치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판하는 스카치는 35~40도가 많습니다.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저도수화되었지요. 해외에서 파는 제대로 된 블렌디드 스카치는 보통 43도고요. 아예 고급품인 싱글 캐스크는 물을 아예 섞지 않아서 60도 전후 된다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요.

 

 웃프게도 우리나라는 스카치가 정말 많이 팔리는 나라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맛을 즐기려고 마시는 게 아니고, 유흥업소 같은 데서 마구 마셔버리는 게 문제지요. 스트레이트 잔을 원샷하는 문화다보니 도수가 낮아졌습니다. 요새는 희석식 소주도 청주 수준으로 도수가 낮아지고 있고요.


 

 한편으로 이명박 시절엔 탁주(막걸리)가 유행했었는데, 그 땐 와인 페어에도 탁주 부스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탁주를 라이스 와인이라고 부르곤 하고요. 그런데 내 생각엔 이화주같은 걸 제외한 탁주의 고급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미 쌀 양조주를 고급화시키는 방식은 거의 알려져 있습니다. 입맛이야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어떻게 해도 탁주는 준마이다이긴죠처럼 고급스러운 맛을 낼 수 없습니다.

 

 애초에 일본에서는 양조용 쌀을 따로 키웁니다. 양조용 품종만 100종류가 넘고 신경 써서 키우지요. 그런데도 와인에서 그랑/프리미어 크뤼 취급하듯 제대로 논 구분해서 고급화하지 않는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탁주 고급화 이야기는 나오지만 대부분의 탁주는 수입쌀로 만들며, 그 수입쌀은 남아도는 국내산 쌀보다 미미하게 저렴할 뿐입니다. 그나마 있던 탁주 열풍도 끝났고 요새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희석한 소주를 마시고 있지요. 우리나라 소주 도수는 옛날 대비 반토막 났습니다.

 


 

30) 우리나라의 인스턴트 라면사에는 큰 사건이 대략 3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대의 하얀국물라면 유행이나 짜왕을 선두로 한 굵은 면발 중화라면의 유행 같은 건 작은 유행이겠고요. 큰 사건을 꼽아보면.

 

 첫 번째로 꼽아야할 건 역시나 1989년의 우지파동입니다. 그 이전엔 삼양라면은 우지(쇠기름)로 튀겼었는데, 당시 법률이나 관행으로나 별 문제가 없었음에도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튀긴다는 게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문제시되었습니다. 검찰은 문제 있다고 주장하는데 당시 보건사회부는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었지요. 객관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검찰이 김기춘이라는 게 2016년에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었지요.


 이후 삼양라면은 몇 년간 아예 시판되지도 못했고, 법정에서 승소하여 재출시를 하게 된 이후에는 예전만큼의 퀄리티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삼양라면은 쇠기름으로 튀긴 게 맛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삼양식품은 불닭식품 다 됐습니다만. 그리고 당시 파동으로 우리나라 요리에는 동물성 기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팜유나 쇼트닝으로 대체하게 되었지요. 식문화 전반의 수준이 떨어지게 된 겁니다.


 

 두 번째로 꼽아야 할 건 빙그레의 라면사업 철수입니다. 빙그레는 1985년부터 2003년까지 라면을 생산해 팔았습니다. 20년도 안 되는 생산이었고, 상업적으로 실패했으니까 철수한 거였긴 한데 애호가들한테는 전설이 되어 있지요. 나는 우지파동 이전에는 삼양라면을 먹다가 우지파동 이후 삼양라면을 구매할 수 없게 된 이후 빙그레 라면을 먹었고, 빙그레 라면이 사라질 때까지 먹었습니다.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아있어요.

 

 빙그레에서 시판했던 매운콩라면은 팜유가 아닌 콩기름을 사용해서 인기가 좋았습니다. 매운콩라면은 우지파동 이후 팜유로 튀기지 않은 유일한 메이저 브랜드 라면이었고, 그게 사라진 이후에는 브랜드 라면 중 유탕면은 모두 팜유로 튀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꼽아야 할 건 2010년 경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의 모든 라면에서 MSG가 빠지게 된 사건입니다. MSG가 몸에 나쁘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는 없습니다만, MSG가 몸에 나쁘다는 관념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본질이 화학조미료 국물인 라면에서 MSG를 뺀다고 건강에 좋은 게 될 리 없지만, MSG를 빼는 마케팅은 빙그레가 라면 팔던 시절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그게 2010년이 다가올 때쯤 불이 붙지요. MSG가 나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팔도를 제외한 모든 메이저 브랜드의 라면에서 MSG가 빠지게 된 것입니다.

 

 MSG는 몸에는 별 영향이 없지만 맛에는 영향이 큽니다. 라면 전반에서 MSG가 빠지자 맛이 많이 변하게 되었지요. 사견으로는 당시 농심 라면이 맛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고, 그 악영향은 5년 이상 갔습니다. 라면은 보통 사람들 생각보다 꽤나 자주 맛을 미미하게 바꾸는 편인데, 그렇게 하면서도 농심이 MSG 뺀 라면 맛 끌어올리는 데는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삼양식품이나 오뚜기는 퀄리티엔 문제가 없었지만 끓이는 데 좀 노하우가 필요한 제품들(잘못 끓이면 맛없는)을 한동안 내놓았었고요. 팔도는 여전히 MSG를 유지중입니다만, 원체 일반 라면은 약하고 용기면이나 비빔면, PB라면 같은 것만 강한 회사라 존재감이 강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2020년 현재 고전적인 인스턴트 라면 맛을 그나마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회사는 팔도라 할 수 있습니다.

'식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세미의 종류  (10) 2021.09.20
형태에 따른 팬(Pan)의 종류 (Ver 1.1)  (8) 2021.09.06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4  (33) 2020.10.14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3  (63) 2020.10.05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2  (45) 2020.09.06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4

식이 2020. 10. 14. 17:41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8i8ZYp3Vpgw

 

 

1- https://oceanrose.tistory.com/1202

2- https://oceanrose.tistory.com/1205

3- https://oceanrose.tistory.com/1213

 

 

 

 

 

1) 콩국수는 유니크한 한식입니다. 콩국수와 같은 요리는 다른 나라에서는 먹지 않는 것 같습니다.

 

 콩국수에 대한 호불호는 각자 꽤 다른 것 같은데, 나는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냉면보다 콩국수를 좋아하고 있고, 여름에는 거의 매일 먹어도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콩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해는 가는게, 나도 어릴 때는 콩국수 맛을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냉면도 그렇지만 콩국수도 꽤 방식이나 기호가 다양합니다. 잘 언급되지는 않지만 두드러지는 방식 및 기호의 차이는 얼마나 비지를 거른 맑은 콩물을 쓰는가일 겁니다. 비지를 전혀 거르지 않아 걸죽한 콩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지를 최대한 완전히 걸러 매우 맑은 콩국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 시판하는 걸 보면 중간 정도 형태도 많고요.

 

 콩물은 화합물이 아니라 혼합물입니다. 삶아 갈은 콩 입자의 고형 성분은 물에 용해되지 않습니다. 즉 이 문제는 어느 사이즈의 입자까지 허용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비지에 해당하는 큰 입자가 많을 경우, 콩 맛은 진해집니다만 맑은 느낌이 없고, 먹을 때 충분히 씹지 않으면 목에 걸리는, 일종의 텁텁한 느낌을 남기게 됩니다. 대조적으로 맑은 콩물에 가까울수록 맑고 목넘김도 깔끔합니다만 콩 맛이 연해지기 쉽지요. 나는 맑은 콩물을 선호하고, 너무 비지가 많이 들어간 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맑은 콩물 쪽이 정석이라 보이는데, 한 때 시판 두유나 두부 간 것 같은 걸 사용한 콩국수가 꽤 팔렸기 때문에 비지가 들어간 쪽이 진짜 갈아 만든 콩국수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그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어떤 면을 사용하느냐도 기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 면이나 사용해도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나는 해서 먹을 때는 소면을 사용하는데, 바깥에서 먹으면 손칼국수로 된 걸 주로 먹게 됩니다. 소면보다 중면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건 맛있는 것 같습니다.

 

 콩국수는 대체로 소금간을 해서 먹습니다만, 전라도 쪽에서는 콩국수에 소금이 아닌 설탕을 넣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는 달콤한 콩국수는 한 번 먹어봤는데, 입에 맞지 않았습니다만 식사가 아닌 디저트로 소량을 먹는다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칼국수는 전국적으로 매우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인천 지역은 해안이라 그런지 대략 멸치, 디포리, 바지락 등을 활용한 해물칼국수가 주류입니다. 그렇지만 인천은 지리적으로는 경기권이기 때문에 닭육수나 소 사골육수를 활용한 서울 / 경기식 칼국수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는 해물칼국수 계열을 좋아하는데, 육수맛보다도 면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 차이인 것 같습니다. 해물칼국수는 보통 두꺼운 면을 씁니다. 칼국수는 다른 면 요리와는 달리 면반죽을 육수에 넣고 삶아서 그대로 먹는 요리입니다. 그래서 국물에 전분기가 풀어져서 점도가 생기고, 면은 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리법 때문에 영어로는 Noodle Soup라 부르기도 하지요. 나는 면이 수제비처럼 좀 두꺼워야 그렇게 퍼져도 쫀쫀하고 질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닭 칼국수나 사골 칼국수는 면이 얇은 경향이 있습니다. 아예 생면이 아니라 건면을 쓰는 경우도 많지요. 얇은 면을 육수에 그대로 삶아내니까, 국물의 점도가 많이 올라가는 대신 면이 쉽게 퍼져버립니다. 그 느낌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면 반죽끼리 붙지 말라고 사용한 생밀가루 맛이 너무 나게 되기도 하고요.

 

 

 

 

3) 세계적으로 간장은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콩간장과 어간장(어장)입니다. 세계적으로는 어간장을 더 많이 씁니다. 어간장은 지중해 문화권인 로마 제국에서도 많이 먹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콩간장 문화권입니다만, 어간장의 일종인 액젓은 김치 등을 담글 때 씁니다. 콩간장이 주류니까 활용이 다양하지는 않지만요.

 

 콩간장의 주재료인 대두는 만주가 원산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중국 북부, 일본 등지에서 대두를 활용한 요리법이 발달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순수하게 대두를 이용한 장이 발달한 편이었는데, 흔히 국간장으로 활용하는 조선간장은 콩만 사용한 장입니다.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밀, 보리를 섞는 방식이 발전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방식이 우리가 현대에 주로 먹는 왜간장입니다. 대체로 우리나라에서 왜간장은 공업화된 방식으로 만들고 있고, 현대 기술 덕에 저렴하게 맛있는 간장을 먹고 있지요.

 

 공업 기술로 만든 간장 중 산분해 간장이 있습니다. 균을 이용해 단백질을 분해하는 전통적 방식 대신 염산으로 분해한 후 소다로 중화하는 방식인데요. 화학적 방식이다보니 사람들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단백질 분해율 자체는 균을 사용하는 것보다 높습니다. 순수한 산분해간장은 소비자들이 그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아 잘 유통되지 않습니다만, 산분해간장에 양조간장을 혼합한 혼합간장은 여전히 인기가 좋습니다. 가격도 저렴한데다 맛도 나쁠 게 없거든요. 시판하는 간장 중 진간장으로 표기된 건 거의 다 혼합간장입니다. 원래 진간장은 된장 포기하고 5년 이상 장기숙성시켜 만드는 조선간장입니다만, 그런 건 잘 팔지 않으니까요.

 

 사견으로는 쌀을 먹는 동북아시아 문화권은 콩간장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콩밥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이 봤습니다만, 콩간장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4) 된장은 콩간장과 쌍둥이 같은 관계입니다. 물론 간장을 만들지 않고 메주에서 바로 만드는 막장도 된장의 일종으로 보긴 합니다만.

 

 자세히 들어가면 된장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공장제 개량식 된장과 재래식 전통 된장으로 구분합니다. 공장제 된장은 종국균이 통제되어 있고, 감칠맛이 강하며, 별다른 재료 없이 된장 위주로도 그럴싸한 맛이 납니다. 그렇지만 풍미가 깊지는 않지요. 나는 개량식 된장을 미소와 재래식 된장의 중간형 정도로 여기고 있고, 둘 중 재래식 된장보다는 미소에 좀 더 가깝다고 느낍니다.

 

 재래식 된장은 감칠맛 자체는 공장제 된장보다 약합니다. 공장제 된장은 미소처럼 국물의 주재료로 쓸 수 있는데, 재래식 된장은 부재료라 생각하면 됩니다. 이 특성 때문에 간편하게 끓이는 된장찌개는 개량식이 맛있는데, 재료를 많이 사용할수록 재래식 된장이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믹스를 해도 됩니다. 의외로 서로 역할이 다른 소스이기 때문입니다.

 

 

 

 

 

5) 낫토와 청국장은 매우 유사한 것입니다만, 일본 낫토는 주로 생으로 먹어서 그런지 냄새가 잘 나지 않는 균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저온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물론 청국장도 낫토처럼 냄새가 별로 안 나게 만들 수 있고, 이미 그런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청국장 애호가들은 냄새가 나지 않는 청국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꽤나 보편적인 음식이었던 청국장찌개가 잘 먹지 않는 음식으로 변해버렸습니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피하게 된 2대 냄새로 청국장 냄새와 담배냄새를 꼽아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담배냄새는 매우 싫어합니다만 청국장은 괜찮고, 청국장을 잘 찾아볼 수 없게 된 건 유감스레 생각합니다.

 

 나는 청국장과 재래 된장을 믹스한 레시피를 좋아합니다. 공장제 된장과 재래 된장을 같이 쓰는 레시피에서 공장제 된장을 청국장으로 대신하는 겁니다. 그리 드문 레시피는 아닐 걸로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청국장을 만들려면 볏짚이 필요합니다. 볏짚의 고초균을 이용하는 거지요. 그런데 고초균은 열소독을 해도 잘 죽지 않을 만큼 튼튼한 균이라, 청국장을 만들던 장소에서는 볏짚을 안 써도 청국장이 잘 만들어집니다. 공기 중에 떠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국장 만드는 법 레시피를 찾아보면 볏짚이나 균주 같은 거 전혀 안 쓰는 레시피도 있는데, 그런 레시피는 장소에 따라서는 실패할 수도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청국장 냄새가 싫으면 낫토로 대신 끓여도 됩니다. 일본 거주 한인들이 청국장 먹고 싶을 때 낫토를 많이 쓴다고 압니다. 여담으로 낫토도 (일본 내) 지역에 따라서는 청국장처럼 냄새가 꽤 있다고 합니다.

 

 

 

 

 

5) 계란은 닭의 품종에 따라 알껍질 색이 달라집니다. 오리알도 마찬가지고요.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계란은 흰색 계란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갈색 계란이 주류입니다. 우리나라도 80년대만 해도 시중에 흰색 계란이 많았었는데요. 90년대 들어서면서 신토불이 민족주의 열풍이 불더니 갈색 계란이 토종이 낳은 거라는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이 갈색 계란을 선호하게 되었고, 어느 때서부터인가 시중에서 갈색 계란만 팔게 되었습니다. 물론 진짜 우리나라 토종닭 품종은 멸종한지 오래고, 시중에서 토종닭이라 파는 것은 후대에 만들어진 유사 토종닭 품종이거나 노계입니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2016년 계란값이 폭등하면서 1판에 만원을 넘어가는 참사가 벌어졌을 당시, 외국에서 계란을 수입해왔더니 흰 계란이라 사람들이 매우 생소해하기도 하였습니다. 희니까 계란이 아니라 오리알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보였습니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껍질이 청색인 청란도 있습니다. 청계가 낳은 알인데요. 몸에 더 좋다는 속설이 있어 인기 있고 가격도 비쌉니다만, 건강 쪽으로는 계란 색깔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알 색깔에 따른 맛 차이는 미미하게나마 있는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갈색 달걀도 진한 갈색과 옅은 갈색이 있습니다. 경험적으로는 시판 달걀은 색이 짙은 편이고, 시골 닭들이 나은 알들은 색이 옅은 편입니다. 내 생각에는 색이 옅은 알이 더 맛있는데, 크기는 색이 진한 알들이 더 큰 경향이 있습니다.

 

 

 

 

 

6) 계란말이와 오믈렛은 유사한 요리인데, 각 지역마다 만드는 방식은 다릅니다. 우리나라식 계란말이도 특색이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계란말이용 소형 팬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얇은 지단에 가까운 것을 만 형태의 계란말이가 흔합니다. 두꺼운 계란말이를 만들려면 팬이 작거나 계란을 많이 써야 합니다. 종종 대형 계란말이를 만드는 식당을 보면 한식 계란말이인데 꽤나 두꺼운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계란말이는 내 생각엔 식감이 좀 단단한 편입니다. 속까지 잘 익었고요. 그런 스타일이 우리나라 입맛이나 관념에 맞는 것 같습니다.

 

 

 

 

 

7) 오므라이스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애초에 볶음밥 + 오믈렛이다보니 잘 만들면 아주 맛있을 수밖에 없는 레시피고, 요리사의 실력이 극단적으로 강조되기 쉬운 요리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데미글라스를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제대로 만들려면 조리 난이도도 매우 높고 포텐셜도 높은 레시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는 오므라이스에 데미글라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믈렛이고 데미글라스고 원래 프랑스 레시피인데, 프랑스에서는 둘을 조합해 먹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고, 내 입에도 둘은 잘 안 어울립니다. 실제 오믈렛에 데미글라스는 서구권에서는 일본식 오믈렛으로 부릅니다. 일식 레시피란 말이지요. 어쩌다가 왜 그렇게 먹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오므라이스에 선호하는 소스는 크림소스와 케챱입니다. 크림소스는 오므라이스에 매우 잘 어울립니다. 오믈렛은 원래 유제품과 잘 어울리지요. 크림치즈 등 유제품을 사용하는 오믈렛은 서구권에서 꽤 일반적인 레시피이기도 합니다.

 

 

 잘 모르는 분들도 많지만, 중화요리집에서도 오므라이스를 만듭니다. 한국식 중화요리 중 하나 같은데요. 대체로 중식 볶음밥 + 케챱 + 계란지단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많은 경우 볶음밥과 얇은 계란지단 사이에 꽤 많은 양의 케챱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지단 위에 케챱을 조금 뿌리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실제로 먹으면 케챱 맛이 상당히 강합니다. 계란지단이 얇긴 하지만, 애초에 볶음밥에 계란이 추가로 들어가지요.

 

 이렇게 설명만 하면 경험적으로 괴식이나 사도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잘 만들면 꽤 맛있는 요리입니다. 원체 계란과 케챱이 잘 어울리기도 하고, 중식 오므라이스는 중식 볶음밥으로 만든 오므라이스입니다. 중식 볶음밥은 잘 만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오므라이스로 만든다고 맛없어지진 않습니다. 계란에 케챱만 좋아한다면 더 맛있지요.

 

 다만 중식 오므라이스는 레시피가 딱히 표준화된 게 아니라서, 계란 위에만 케챱을 뿌리는 경우도 있고 시판하는 오므라이스 소스를 사용한 것도 있습니다. 나는 오므라이스를 맛있게 잘 만드는 중식집은 요리를 잘 하는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8) 우리나라에서 파는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는 한국식 로컬라이징 크림소스 스파게티입니다. 본래 이탈리아식 까르보나라는 관찰레라는, 돼지 항정살을 절여 만든 염장육과 페코리노 로마노, 계란 노른자, 후추로 만든 겁니다. 진짜 오리지날 레시피에 가까운 건 드셔 본 분 비율이 높지 않을 텐데, 관찰레는 둘째 치고 페코리노 로마노를 파르미자노 레자노나 그라나 파다노, 또는 가루 치즈 같은 걸로 대체하면 완전히 다른 풍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페코리노 로마노는 양젖 치즈입니다. 파르미자노 레자노 대비 매우 짜고, 양젖 냄새가 납니다. 양젖은 별로 드셔보신 분이 없을테니 산양유 비슷한 냄새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원래의 까르보나라는 새하얗고 단단한 양젖 치즈를 좋아해야 기호에 맞는 음식입니다. 나는 페코리노 로마노는 입에 맞지 않아서 힘듭니다. 파르미자노 레자노로 대체해 만들면 기호에 맞고요.

 

 이탈리아 피자가 미국에 가서 미국식 피자가 되었듯, 까르보나라도 미국에서 크게 변이하였습니다. 프랑스 요리처럼 크림이 들어가게 되었지요. 미국 요리는 프랑스 요리에 영향을 많이 받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미국식 까르보나라에는 계란과 치즈에 라드를 쓰는 오리지날리티는 남아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로 넘어온 까르보나라에서는 아예 계란이 빠집니다. 치즈도 거의 빠지고요. 라드도 빠지고 베이컨에서 나온 기름 정도만 라드 성분이 됩니다. 거의 순수한 크림소스 스파게티가 되지요. 진한 크림도 대다수의 코리안은 좋아하지 않으니까, 우유를 섞은 묽은 크림이 주류가 되고요. 원래 이탈리아 까르보나라가 꽤 뻑뻑한 걸 생각하면 많이 묽어진 겁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마늘이 들어갑니다. 마늘 먹는 분야에서 코리안이 이탈리안한테 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 지난 몇 년 사이 오리지날 까르보나라의 존재가 알려지긴 했습니다만... 피자가 우리나라에서 마개조되었듯 까르보나라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사람들 입에 맞춰 마개조되고 있습니다.

 

 

 

 

 

 

9) 요리에 재미 들린 사람들이 많이 해 보는 것 중 하나가 힘줘서 카레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카레는 그다지 힘 줘서 만들 만한 요리가 아닙니다. 카레 만드는 친구들한테 항상 조언하는 게 카레는 적당히 만들어 먹는 요리고, 제대로 요리를 만들 거면 스튜를 끓이라고 합니다.

 

 카레의 기원은 인도의 커리입니다. 인도는 요리에 아주 다양한 스파이스를 많이 쓰는데, 양고기나 닭고기 같은 주재료에 약간의 채소와 다양한 스파이스를 써서 끓여낸 진한 국물 요리 같은 걸 대략 커리라 생각하면 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약간의 채소입니다. 인도식 커리는 채소가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치킨 커리와 비슷한 한식은 카레가 아니라 닭도리탕입니다.

 

 이후 이 커리가 영국을 거쳐 일본에서 재탄생해 카레가 됩니다. 카레는 커리와는 완전히 다른, 스파이스가 들어간 감자 스튜 같은 요리가 되었지요. 물론 인도에도 감자가 들어간 커리를 먹기도 합니다만, 그건 주재료가 감자인 커리라는 느낌이지 카레같지는 않습니다.

 

 일본 카레는 라멘 같은 일식 국물요리 조리법과 결합해, 본격적으로 육수를 쓰고 스파이스도 고급스러운 시나몬, 정향(클로브), 육두구(넛맥)를 중점적으로 쓰고 거기에 버터 루를 등을 쓰는 등 일본인의 소울푸드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카레가 들어오면서 카레는 대대적인 다운그레이드를 겪게 됩니다. 그야 예전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력, 식탁 사정은 차이가 컸으니까요. 그 선두주자는 오뚜기였습니다. 오뚜기는 과감하게 비싼 육두구, 정향, 시나몬 같은 걸 다 빼버립니다. 그리고 강황과 호로파(페누그릭. 파가 아닙니다. 한자로 葫蘆巴. 콩과 식물입니다.) 위주의 한국식 카레가 탄생하지요. 여기에 쿠민 시드(쯔란)와 펜넬(산미나리), 그리고 코리엔더도 기본적인 향료가 됩니다. 로즈마리와 월계수잎이 더 들어가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코리엔더는 고수의 씨앗입니다. 고수 잎인 실란트로와는 매우 다른 풍미입니다. 실란트로는 우리나라 사람 중 잘 못 드시는 분들이 많지만, 코리엔더는 누구나 즐길 만한 스파이스입니다.

 

 한국식 카레가루의 위대함은 카레가루 자체 가격도 싼데, 감자/양파/당근 3대 채소만 썰어서 카레가루와 끓이기만 하면 그럭저럭 먹을 만한 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카레용 고기로 취급하는 건 등심인데, 돼지 등심을 조금 넣는다고 거기서 딱히 맛이 많이 우러나오는 게 아닙니다.

 

 장점이 있는 대신 한국식 카레는 고급화시키기 쉽지 않습니다. 고급형 카레도 이런저런 조미료가 첨가되는 거지, 일본식 카레처럼 향료가 고급화되는 게 아닙니다. 조미료는 비프분말이니 치킨파우더, 양파분말 같은 거라 사실 원재료로 넣으면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까 한국식 카레는 적당히 인스턴트로 즐기면 그게 올바른 방식입니다. 우리나라 브랜드의 고급형 카레가루는, 쉽고 적당히 더 맛있는 카레를 만드는 데 적합합니다.

 

 

 

 

 

10) 기호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레시피 자체로 보면 하이라이스가 카레라이스보다 고급음식 레시피입니다. 일본에서는 하야시라이스, 오사카 쪽에서는 하이시라이스라 부른다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하이라이스로 이름이 바뀐 것 같습니다.

 

 하이라이스는 설명하자면 데미글라스 스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데미글라스 레시피는 비프스튜와 많이 비슷합니다. 소스가 되도록 졸인 비프스튜라고 볼 수도 있지요. 그런 데미글라스를 사용해서 만드는 거라, 하이라이스는 졸인 비프스튜를 첨가해 만드는 비프스튜 덮밥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시판하는 하이라이스 블럭/과립이나 데미글라스 소스 안 쓰고 처음부터 만들거면 그냥 비프스튜 만들면 됩니다. 1차로 데미글라스를 만들고 그걸 또 하이라이스로 만들 이유가 없어요. 그러니까 하이라이스는 반제품을 이용한 간단 비프스튜 덮밥에 가깝습니다.

 

 레시피 특성상 하이라이스는 적당히 만들면 당연히 카레라이스보다 맛이 없습니다. 대신 작정하고 만들면 카레라이스보다 맛이 더 올라가는 레시피 구성입니다. 그러니까 카레 힘줘서 만들어보실 계획이면 그보다는 하이라이스에 도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진짜로 맛있는 거 만들어보고 싶으시면 제대로 스튜 끓이는 게 좋고요.

 

 

 

 

11) 소는 반추동물입니다. 반추동물은 되새김질을 하는, 위가 4개인 동물이지요. 각각의 위는 첫 번째부터 양, 벌집, 천엽, 막창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돼지는 직장을 막창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대장 전반을 막창으로 팝니다. 그러니까 소의 대창이 돼지의 막창입니다. 돼지는 반추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위장이 4개가 있지 않고, 그러니까 소의 막창에 해당하는 기관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돼지의 위는 사람처럼 1개입니다.

 

 소 막창은 상태가 좋은 경우에 한해 소의 각종 부위 중 매우 맛있는 부위에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신선한 막창을 구워 먹으면 버터에 가까운 풍미에 씹는 감촉도 좋습니다. 그리고 열매가 들어간 청주 계열과 매우 잘 어울립니다. 다만 신선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풍미가 매우 평범해진다는 게 단점입니다. 주관적으로 상태 좋은 막창은 곱창보다 훨씬 맛있습니다만, 평범한 막창은 딱히 곱창보다 별로 맛있지 않습니다.

 

 

 

 

 

12) 곰탕 및 설렁탕 계열 중 내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건 소머리국밥입니다. 제대로 삶은 소대가리는 매우 맛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설을 따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소머리국밥을 먹어야 우설을 먹을 수 있기도 합니다. 실제 통 우설은 꽤 큽니다. 소머리를 삶으면 우설수육이 나오는데, 그걸 저며서 국물에 곁들이는 게 정석입니다. 우족에 비해 소머리는 젤라틴은 적지만, 큰 근육인 우설이 있기 때문에 좀 더 곰탕같은 고기국물 맛이 섞여 있습니다.

 

 우족도 잘 끓이면 물론 맛있습니다. 우족은 젤라틴이 많기 때문에, 희석을 많이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젤라틴질 국물이 매우 진한 맛을 냅니다. 다만 우족탕은 우리나라 요리에서는 그냥 먹는 국물 요리고, 다른 조리에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리에 사용하는 육수로 비슷한 느낌인 건 닭발육수입니다. 닭발도 콜라겐이 꽤 있는데요. 보통 파는 닭발 요리는 매우 맵게 양념해서 뜯어먹는 것이지만, 국물의 점도를 높이기 위한 육수로도 활용됩니다. 대표적으로는 짬뽕을 끓일 때 닭발육수를 쓰곤 합니다. 냉면육수로도 닭발육수를 쓰기도 합니다.

 

 

 

 

 

13) 내가 닭 요리 중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건 콕오뱅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닭도리탕입니다. 볶는 요리가 아니기 때문에 닭볶음탕이라고는 부르지 않습니다. 찜닭 레시피를 좀 극단적으로 개량하면 닭도리탕보다 맛있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아직은 그런 걸 접해보거나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일정 이상 잘 만들면 닭도리탕이 찜닭보다 맛있지만, 그저 그럴 때는 찜닭이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닭도리탕은 매운 양념인 것 치고는 레시피 포텐셜이 매우 높습니다. 닭이 워낙 스파이스와 매우 잘 어울리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요. 실제 프라이드 치킨도 스파이스 안 쓰고 그냥 튀기면 별 맛이 없습니다. 보통은 온갖 양념에 절여서 (염지해서) 튀기는 겁니다. 닭은 고기 자체는 별 맛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닭가슴살 스테이크는 바질이라도 뿌려야 먹을 만한 맛이 되지, 아무 허브 / 스파이스도 안 쓰면 맛이 없습니다.

 

 그리고 닭도리탕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포텐셜도 높지만 어지간해서는 그럭저럭 맛있게 된다는 겁니다. 완전히 실패한 닭도리탕을 만나는 건 그리 쉽지 않습니다. 맛 없는 프라이드 치킨 만나는 게 더 쉽지요. 닭만 신선하고 정말 이상하게만 안 만들면 그럭저럭 맛있습니다. 물론 잘 만들면 매우 맛있고요.

 

 

 

 

14) 꽤나 맛있는 한식 닭 요리인데 이름이 너무 애매해서 잘 안 알려졌던 요리 중 하나가 닭한마리입니다. 닭한마리는 맛이 강하지 않아서 그런지 일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한식 중 하나로 꼽힙니다. 닭한마리는 서울 음식으로, 거의 서울과 인근 지역에서만 팝니다. 이게 무슨 요리인지를 굳이 설명하자면 파닭전골 정도 되는데, 닭도리탕이나 찜닭처럼 토막난 닭으로 끓이는 요리고, 파 맛이 나는 맑은 닭국물 요리고, 부추와 함께 전용 간장 양념 같은 걸로 먹고, 떡 같은 게 보통 기본으로 들어있고, 고기를 다 먹은 후에는 칼국수 사리 같은 걸 넣어서 먹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먹는 방식으로 보면 뭔가 닭갈비의 맑은 국물 요리 버전 같기도 합니다.

 

 요새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닭한마리를 좋아한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이 인지도 낮던 음식도 조금 알려진 것 같긴 한데, 여전히 그리 전국적으로 유명한 요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뭔가 외국인이 매우 좋아하는 음식으로, 대한민국 관광용 음식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15) 영계백숙에 대해 의문을 가진 분들이 꽤 있습니다. 왜 그렇게 작은 병아리 같은 걸로 해먹느냐는 건데요. 시판하는 조금 큰 13호 생닭 같은 거 말고, 진짜 시골에서 많이 키운 닭으로 해먹어보면 왜 영계백숙을 만드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방목해 키운 큰 닭은 고기가 진하고 맛있긴 합니다. 대신 질기고, 안 익고,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안 익는 거야 시간을 두고 익히면 되긴 합니다만, 냄새가 문제입니다. 백숙은 말 그대로 백숙에 가까운 레시피일수록 별로 들어가는 부재료가 없어서요. 냄새 잡는 게 힘듭니다. 만들다보면 약재 같은 게 많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고요.

 

 그래서 백숙하려면 작은 닭으로 만드는 게 효율이 좋고, 큰 닭은 토막 내서 닭도리탕이나 찜닭 같은 걸 만드는 게 더 효율이 좋습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맛있는 큰 닭으로 굳이 백숙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16) 감자탕/뼈해장국은 나름대로 꽤 좋아하는 요리인데, 나는 그 요리를 시래기된장국의 베리에이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돼지뼈 육수를 활용한 시래기된장국 계열 요리로 본단 말이지요.

 

 돼지 등뼈에 붙은 고기는 맛있긴 한데, 고기 양이 많지는 않습니다. 먹다 보면 뼈는 꽤 쌓이는데 먹은 고기 양은 그리 많지 않은 요리지요. 그렇지만 시래기 국물 요리로는 최고입니다. 감자탕은 시래기가 핵심재료입니다.

 

 여담으로 홈메이드 감자탕과 음식점 감자탕은 꽤 다른 맛이 날 때가 많은데, 음식점 감자탕에는 MSG가 들어가서 그렇습니다. 감자탕은 재료 특성상 MSG를 넣은 거랑 안 넣은 게 아예 다른 맛이 납니다. 나는 넣지 않은 쪽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안 넣으려면 재래 된장 쪽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17) 도토리묵도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한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토리 하면 다람쥐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 도토리라는 이름은 현대어로 돼지밤이라는 뜻입니다. 옛날에는 성체 돼지를 돝으로, 어린 돼지는 돝야지로 불렀는데요. 돝야지 -> 도야지 -> 돼지로 말이 변했고, 어떤 이유에선가 성체 돼지건 어린 돼지건 돼지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소와 송아지, 말과 망아지처럼 돝과 돝야지로 불렀던 겁니다. 도토리에는 돝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요. 돼지가 도토리를 매우 좋아합니다.

 

 우리 민족은 아주 오~래 전부터 도토리를 주식으로 먹었습니다. 대략 신석기 시대, 그러니까 1만 년 전 정도부터요. 한반도는 기후대가 원래 자연 산림은 참나무 위주여야 합니다. 지금은 전국토 민둥산 되었다가 빨리 자라는 소나무부터 식재한 다음, 참나무로 천이 중인 거고요. 우리 먼 조상들은 도토리를 먹기 위해 토기를 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질그릇이 없으면 도토리를 먹기 힘들어요. 도토리는 타닌 성분이 많아서, 물에 담가서 타닌을 빼야 합니다.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단 말이지요. 고대에는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도토리 먹는 지역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해 먹기가 힘들어서인지 다른 나라 도토리들이 맛이 없어서인지 거의 우리나라에만 도토리 먹는 문화가 남았습니다.

 

 순수한 도토리 가루 묵은 아주 약간 쫀득하며 풍미가 매우 진합니다. 타닌을 완전히 빼내지 않아야 도토리묵다운 묵이 되고요. 내 생각에는 꽤 맛있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호불호가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도토리는 참나무 열매는 다 도토리라 부르다 보니, 종류가 여럿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도토리가 나오는 나무 종류 중 기본적인 것은 여섯입니다. 신갈, 떡갈, 굴참, 졸참, 갈참, 상수리. 이 중 흔한 건 상수리고, 제일 맛있는 건 졸참나무 도토리라고 합니다.

 

 

 

 

 

18) 우리나라 식문화 중 좀 특이한 것 중 하나가, 버섯의 갓보다는 대를 주로 먹는다는 것입니다. 갓이 펴지지 않은 어린 버섯을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버섯은 갓이 맛있지만 갓은 잘 부서집니다. 그래서 운반이나 유통이 어려운 종류가 많고, 씹는 저작감도 저항이 덜합니다. 대조적으로 대는 갓에 비해 풍미가 약한 대신 운반과 유통이 씹고, 저작감이 좋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향에는 둔감하고 저작감을 매우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대 위주의 버섯 유통이나 어린 버섯을 좋아하는 경향이 정착한 것 같습니다.

 

 송이버섯이나 표고버섯의 등급 기준이 영향을 줬을지도 모릅니다. 송이버섯은 갓이 펴지지 않은 어린 버섯일수록 등급이 높고 비쌉니다. 갓이 펴진 건 등급이 낮고 싸지요. 표고버섯도 그렇고요. 그런데 등급 높은 송이가 딱히 맛있는 건 아닙니다. 갓이 펴지지 않은 송이가 보기 좋다고 생각해서 비싼 것 같은데, 모양이 남근을 닮아서 그렇다는 썰이 제일 그럴싸합니다. 정력에 좋다고 생각되는 음식이 비싸지는 경우는 흔하니까요.

 

 

 

 

 

19) 느타리버섯은 원목 재배로 갓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자란 게 제대로 된 상품이며 맛이 매우 좋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갓이 펴진 느타리가 유통되었지요. 그런데 21세기 들어 보다 저렴하게 병에서 키우는 기술이 등장하였고, 병 재배한 느타리를 갓이 다 펴지기 전에 어린 것을 저렴하게 맛타리라는 상품 이름으로 유통하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키운 느타리 쪽이 풍미가 훨씬 좋긴 합니다만 사람들은 어린 맛타리의 단단한 식감과 저렴한 가격에 호의적이었고, 시대가 지나면서 점차 맛타리가 아예 느타리를 거의 대체해 버리게 됩니다. 이젠 제대로 키운 느타리를 파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저작감과 향을 빼고 맛만으로 판단한다면, 제대로 키운 느타리는 가장 맛있는 버섯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더 비싼 버섯들은 약용버섯이거나 향이 좋은 거지 맛이 느타리보다 좋은 게 아닙니다. 계란과 섞어 전을 부쳐 먹는 게 느타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20) 표고버섯은 말린 것과 생표고가 있습니다. 말린 표고버섯은 말리는 과정에서 갓이 거북이 등딱지 모양으로 갈라지는 화고가 최상품이고, 화고 중에서도 많이 갈라져 흰 속살이 크게 보이는 백화고가 상급품입니다. 표고의 겉면이 많이 보이는 건 흑화고라고 하며 백화고보다는 아랫등급으로 칩니다. 그리고 갈라지지 않은 어린 표고를 말린 건 동고, 갓이 벌어지도록 자란 표고를 말린 건 향고, 그보다 더 갓이 많이 벌어진 하급품은 향신입니다. 등급을 정리하자면 백화고 > 흑화고 > 동고 > 향고 > 향신 이고요. 표고버섯 슬라이스나 후레이크는 대략 향신이 많고 향고인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맛은 딱히 별 차이 없습니다. 특성 자체는 조금씩 다르긴 한데, 백화고가 향고보다 맛있느냐 하면 내 생각에는 아닙니다. 내가 실사용에 선호하는 건 동고나 향고인데, 딱히 비싸지도 않으면서 맛도 충분히 있고 먹기도 좋기 때문입니다. 백화고는 사실 향고에 비하면 어린 버섯이라 향이 꽤 약하기도 하고요.

 

 굳이 보자면 표고의 품질 차이는 건표고보다도 생표고에서 쉽게 느낄 수 있고, 표고가 나온 계절이나 품종 등에 따른 차이가 큰 편입니다. 표고가 겉보기 좋은 쪽이 가격이 높다 보니, 맛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쪽으로 품종개량이 되고 있는 것 같고, 딱 봐도 화고스러운 건 맛은 크게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봄에 생표고가 많이 풀려서 저렴할 때가 있는데, 경험적으로는 그 때의 표고버섯이 맛있습니다. 표고를 말릴 환경이 된다면, 그 때 표고를 많이 사서 말려 두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1) 내가 먹어 본 버섯 중 주관적으로 가장 맛있었던 건 큰갓버섯입니다. 문제는 큰갓버섯은 야생버섯이고, 흔하지도 않은데 나는 야생버섯을 채취할 줄 모릅니다. 그러니까 운 좋아야 먹어볼 일이 있는 버섯입니다.

 

 송이버섯은 처음 먹었을 때는 매우 놀라웠고 한동안 선호했는데, 이후 여러 번 먹다 보니 어택이 강한 풍미이긴 한데 원체 개성이 강한데다 본래 가진 풍미에서 뭘 하건 더 좋아지는 경향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비싸다보니 이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요리를 잘 한 상태에서 정말 맛있게 먹은 경험이 있었던 버섯은 표고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음식점에서 먹어봤던 전가복인지 잡탕인지에 들어있었는데, 볶는 요리 하나만큼은 초일류인 주방장이 만든 거였고 표고를 잘 볶았을 때 얼마나 맛있는지 그 때 깨닫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화요리 중 볶음을 그리 선호하지도 않고, 정말 잘 볶아봐야 그만큼 인정도 못 받다 보니 버섯 같은 걸 잘 볶아주는 요리사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중식화구가 있어야 그런 볶음을 시도라도 해볼 수 있다 보니 직접 그런 볶음에 도전하는 건 어렵고요.

 

 일반적인 조건에서 구하기 쉬운 버섯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버섯은 양송이입니다. 여담인데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양송이건 새송이건 송이버섯하고는 별 상관이 없고요. 상품명 참송이, 해송이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22) 양송이는 귀여운 외형과 부담 없는 풍미를 가진 버섯입니다만, 실제 어떻게 해먹어야할지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양송이의 특성은 대다수의 한식 레시피에 잘 안 어울리긴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양송이 먹는 방식은 대를 떼어내고 갓만 물이 생기도록 구워 먹는 것 같은데, 양송이 물은 속설만큼 몸에 좋을 건 없습니다만 버섯 자체는 몸에 꽤 좋은 편이고, 칼로리도 별로 없는데다 물이 생기도록 구운 양송이는 맛있으니까 많이 드셔도 좋습니다.

 

 양송이는 음식에 사용했을 때 완성된 음식의 풍미를 잘 담아내고, 스스로 가진 버섯향과 조합되어 매우 맛있게 먹을 수는 것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버섯 자체만 구워 먹어도 꽤 맛있는 버섯이긴 하지만, 양송이와 어울리는 풍미가 좋은 요리에 사용했을 때 더 맛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요리는 대체로 향이 중시되지 않거나, 양송이에 잘 어울리지 않는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버섯볶음을 하기에는 수분이 많은데다 비싸고요. 재래된장찌개에 양송이를 넣으면 의외로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버섯을 양송이만 넣어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표고는 기본적으로 넣고 양송이를 부재료로 넣거나 해야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요리 중 예외적으로 양송이를 넣었을 때 잘 어울리는 건 카레입니다. 이는 카레가 태생적으로 서양 요리에 가까운 것이라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넣어보면 꽤 잘 어울립니다. 원래 수프나 스튜 등에서 활약하는 버섯입니다.

 

 

 

 

 

23) 흔히 고급재료로 취급되지만 사견으로 맛이 꽤 애매하고 과대평가가 많다고 생각하는 식재료 중 하나가 전복입니다. 특히 전복죽은 꽤 고평가입니다. 전복죽이라고 파는 것 중 소라죽이나 골뱅이죽이 많은데, 내 생각에는 전복죽보다 소라죽이 더 맛있습니다. 전복은 맛이 진하고 강한 식재료가 아니라서, 죽 같은 데 넣어서는 맛이 나지가 않습니다. 대조적으로 소라는 진한 맛을 가지고 있지요.

 

 신선한 전복으로 죽을 끓이면 조개 맛보다는 내장 맛이 더 나는데, 전복 내장 맛은 일종의 해초가 소화되다 만 맛입니다. 전복의 주식이 다시마 같은 해초라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전복내장죽보다는 매생이죽이 낫습니다.

 

 전복회는 특유의 씹는 느낌을 좋아할 수는 있는데, 맛 자체는 별게 없습니다. 초장 맛에 드시는 분들이 많을 걸로 생각합니다.

 

 사견으로 전복을 맛있게 먹는 방식은 전복장입니다. 익힌 전복을 양념간장에 담근 건데요. 간장 양념이 전복 특유의 맛과 잘 어울리는데다 워낙 전복 살은 단단하다보니 흐물해지지도 않아서 맛있습니다. 다만 비리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내 생각엔 전복장은 해산물의 일반적인 비림이 아니고, 해초가 좀 비릿해진 느낌입니다. 주관적으로 전복장은 꽃게 간장게장만큼 맛있고, 새우장 같은 것보다는 훨씬 맛있습니다.

 

 

 

 

 

24) 명태는 우리나라에서만 인기 있는 생선입니다. 사실 살 자체가 맛있는 생선이라 볼 수는 없지만, 크고 저렴한데다 뼈를 우려내면 국물은 맛있는데다 한식 양념이 명태살에 잘 어울리기 때문에 인기가 생긴 것 같습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명태는 가공법에 따라 이름이 다양합니다. 생물은 생태, 얼린 건 동태, 완전히 말리면 북어, 반만 말리면 코다리, 얼었다 녹았다 하는 조건에서 말린 건 황태, 황태 만들다가 색이 검어지면 먹태(흑태), 어린 건 노가리입니다. 여담인데 노가리를 너무 잡아서 우리나라 동해에서는 명태가 씨가 거의 말랐습니다. 생태는 워낙 보존성이 나쁘고, 회로도 거의 못 먹기 때문에 말리거나 얼리는 방식이 발달했습니다.

 

 명란젓은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한식으로 참기름을 곁들이면 맛이 좋고, 인기도 좋은 젓갈입니다만...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서 더 인기가 있습니다. 노리마키가 한국에 와서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된 것처럼, 명란젓은 일본에 가서 일본인의 소울푸드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란젓을 안 먹더라도 알이 포함된 동태탕을 많이 먹는데, 일본인은 명란젓만 소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많은 일본인들이 적어도 예전에는 명란젓이 명태의 알인 걸 잘 몰랐습니다. 명태를 잘 모르기도 하고, 그다지 먹을 게 아닌 잡어로 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요새는 좀 알려졌을지 모르겠네요.

 

 한편으로 명태의 고니(곤이)는 사실 이리입니다. 곤이는 난소고, 이리는 정소입니다. 그러니까 알이 있는 개체는 이리가 없습니다.

 

 

 

 

 

25) 말리지 않은 아구(표준명 아귀)찜은 인천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구찜은 호불호가 분명한 음식이라 인천 사람들도 아구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아구 살은 사실 별로 먹을 게 없습니다. 양이 많지 않은 아구 살의 맛은 우아합니다만 동시에 밍밍해서, 살을 먹을 거면 차라리 가자미를 쪄먹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아구의 장점은 그 물컹거리는 부분에 있습니다. 생선이라기보다는 낙지나 주꾸미를 먹는 기분으로 먹으면 맛있습니다. 커다란 아구일수록 먹을 게 많습니다. 아구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구찜은 콩나물밖에 먹을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만...

 

 서양 요리에도 아구 요리가 있는데, 프랑스 요리 같은 데 아구살에 소금과 허브를 쓴 스테이크 같은 게 있기도 합니다. 영국에서는 튀겨 먹기도 하는 것 같고요. 그런데 나는 아구살 스테이크는 별로 좋은 조리법이라 느끼지 못했습니다. 박대 구워 먹는 게 훨씬 맛있습니다.

 

 

 

 

 

 

26) 와사비나 가루 와사비(호스래디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스시에 들어간 와사비 외에는 와사비를 잘 먹지 않는 편입니다. 나는 생선회를 먹을 때는 간장이건, 와사비를 곁들인 간장이건, 초고추장이건 거의 먹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호스래디쉬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호스래디쉬가 들어간 샌드위치도 잘 먹고요. 가루 와사비를 푼 간장은 구운 가자미나 해물탕/해물찜에 들어간 낙지를 먹을 때 주로 먹습니다. 특히 탕에 들어간 낙지에 호스래디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소고기에도 와사비를 곁들여먹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소고기에는 와사비보다는 홀그레인 머스터드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7)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작감을 매우 중시합니다. ‘치감이라는 신조어도 쓰는 것 같은데, 굳이 어휘를 해석해보자면 치감은 치아 내의 신경과 치주인대쪽에서 느끼는 감각일 것이고 저작감은 씹을 때 사용하는 턱관절과 구강 내의 촉각 전반을 포함한 감각일 것이라 저작감이라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감이라는 어휘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대체로 사용하게 된 신조어휘가 치감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음식 중 저작감의 최대 만족을 위해 발달한 요리로 산낙지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잘라서 참기름이라도 뿌려 놓으면 그나마 요리지만, 요리를 아예 안 하고 낙지를 통째로 드시려 시도하다 돌아가시는 분들도 종종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복어 먹다 죽는 사람보다 산낙지 먹다 죽는 사람이 많은 걸로 압니다. 가장 위험한 요리입니다. 잘 씹어 먹으면 100% 안전하다는 면에서 참 웃프기도 합니다만.

 

 산낙지가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음식이 된 건, 낙지가 세계적으로 흔한 생물이 아닌 것도 한 이유일 것 같습니다. 낙지는 거의 동아시아에만 있다고 하고, 뻘에서 삽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서해안 같은 조건이어야 낙지가 있단 말이지요. 일본에서조차 낙지는 많이 먹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28) 벚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봄 감성을 사로잡은 지 오래입니다만, 이것은 일제 이후의 유행입니다. 조선 시대 때는 벚꽃보다도 복사꽃과 매화를 좋아했지요. 위의 사진은 복사꽃입니다.

 

 꽃은 벚꽃도 복사꽃도 매화도 예쁩니다만, 열매의 활용도로 보면 벚나무는 복사나무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서양 체리와 달리 버찌나 앵두는 그다지 먹을 만한 게 아닙니다. 열매가 작고 씨앗이 커서 먹을 게 없습니다. 별로 인기 있을 만한 맛도 아니고요.

 

 대조적으로 관상용 복사나무에서 열리는 복숭아는 대체로 품종개량이 되지 않은 개복숭아이긴 합니다만, 개복숭아는 매실청처럼 설탕에 절여 청으로 담그면 꽤 맛있는 시럽이 됩니다. 맛이야 설탕 맛이지만 복숭아향이 나거든요.

 

 

 가끔 변이로 인해 개복숭아 중에서도 크고 맛이 괜찮은 게 있긴 한데요. 과수용 복사나무도 꽃은 예쁘고요. 문제는 그런 건 관리가 어렵다는 겁니다. 복숭아는 맛있고 워낙 즙도 많아서 그런지 벌레들이 정말 작정하고 달려드는 과일입니다. 벌레와 전쟁을 벌이고 제 때 봉지라도 씌워주지 않으면 벌레천지가 됩니다. 사람 입에 맛있는 건 야생에 경쟁자가 많기 마련입니다.

 

 여담인데 매실청이나 개복숭아청 등을 효소라고 부르는 건 이상한 이름입니다. 청은 효소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과일 청은 그냥 과일 성분이 당에 추출되어 나온 시럽입니다. 맛으로 먹는 거란 말이지요.

 

 

 

 

 

 

29)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밥을 먹습니다만, 밥을 먹는 방식은 사람마다 꽤 다릅니다. 국물이 없으면 밥 먹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국물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국물에 밥을 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따로 먹는 걸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카레 같은 걸 먹을 때 덮어서 먹는 걸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잘 비벼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요. 밥과 반찬을 한 입에 넣어서 먹는 사람도 있고, 따로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식사 시간도 각자 매우 다릅니다. 군대 다녀온 경험들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특히 남자들 중에는 매우 빠르게 식사를 마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맛을 잘 보기에는 좋지 않은 문화지요.

 

 나는 맛있는 식사를 위해서는 쌀 품종을 각자의 식사 방식이나 기호에 따라 고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밥을 먹을 때 국물을 챙기는 빈도가 낮다거나, 잘 말아 먹지 않는다거나, 치아가 충분히 좋지 못하다거나 하면 부드럽고 차진 쌀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국물에 말아 먹는 걸 즐긴다면 좀 단단한 쌀로 지은 된밥이 잘 어울리지요.

 

 보통 맛있는 품종으로 불리는 쌀들은 차지고 부드러운 게 많습니다. 고시히카리도 그렇고, 삼광도 그렇고, 반찰계들은 더하고요. 그렇지만 단단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좀 더 단단한 쌀을 구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래 보급되는 품종중에 참드림이 단단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데요. 풍미도 매우 좋은데다 웬만한 한식에는 다 어울릴 맛이라 널리 추천해도 될 것 같습니다. 참드림이 차지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차진데 단단합니다. 찰기와 단단하고 부드러움은 다른 겁니다. 차진 쌀이기 때문에 참드림을 볶음밥용으로 추천할 수는 없습니다.

 

 

 

 

 

30) 우리나라는 두부를 맛있게 잘 만드는 나라입니다만, 두부를 가공하는 방식은 발달하지 않은 편입니다. 유부는 많이들 먹지만 아직도 일식 느낌이고, 건두부 같은 건 한식화되지 않은 중화요리 분야로 취급되고 있지요.

 

 두부는 튀겨 먹으면 꽤 맛있습니다. 부침과 튀김은 좀 다릅니다. 두부를 튀기려면 부치는 것 대비 기름을 꽤 써야지요. 수분을 뺀 두부를 2번 튀기면 유부가 되는데, 유부를 만들 게 아니면 굳이 수분을 많이 뺄 것 없이 적당히만 빼준 후 한 번만 잘 튀기면 됩니다. 물론 딮프라잉을 할 때는 적어도 겉면의 수분 정도는 잘 닦아줘야 폭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튀긴 두부는 맛있지만 기름이 너무 많습니다. 기름지지 않게 튀긴 두부 비슷한 걸 간편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긴 한데요. 전자렌지에 돌리는 겁니다. 전자렌지는 음식의 수분을 날려서 맛없게 만드는 데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두부는 원체 수분이 많은데다 수분이 날아가도 맛있기 때문에 전자렌지에 팍팍 돌려버리면 제법 맛있어집니다.

 

 한편으로 요새는 에어프라이어가 많이 보급되고 오븐을 가진 집도 많이들 있다 보니 오븐을 사용한 두부 레시피도 알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에어프라이어는 오븐의 일종입니다. 역시나 원리상 튀기지 않고도 수분을 많이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3

식이 2020. 10. 5. 16:27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LHJtoA5pFCY

 

1- https://oceanrose.tistory.com/1202

2- https://oceanrose.tistory.com/1205

 

 

 

 

 

1) 자연산 광어와 양식 광어 중 뭐가 맛있느냐는 이야기가 가끔 나옵니다. 별로 맛 차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에 관한 나의 견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연산 광어와 양식 광어는 먹는 음식도 다르고, 운동량도 다르기 때문에 맛이 다릅니다. 자연산 광어가 복합적인 맛이라면, 양식 광어는 상대적으로 잘 조절된 맛입니다. 비유하자면 자연산 광어 맛은 구세계 와인에 가깝고, 양식 광어는 신세계 와인에 가깝습니다.

 

 나한테는 평균적으로는 자연산 광어가 더 맛있습니다. 그런데 광어가 맛없는 하절기에는 양식 광어가 낫습니다. 그리고 내가 먹어본 광어 중 가장 맛있던 1, 2위는 양식 광어였습니다. 광어는 개체마다 맛 차이가 큰 편인데, 나는 양식 광어 쪽을 자연산보다 훨씬 많이 먹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2) 외국에서는 잘 먹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즐겨 먹는 대표적인 생선 중 하나가 참조기입니다. 참조기는 매우 맛있는 생선인데, 왜 일본이나 중국에서 잘 안 먹는지는 모를 일입니다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부세를 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참조기가 분명 예전에는 흔한 서민생선이었는데 요샌 귀해져서 무언가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게 되었습니다

 

 참조기는 황강달이(황석어/황새기)와 외모가 매우 흡사합니다. 상인들도 참조기 새끼를 황새기라고 팔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맛을 보면 참조기와 황새기는 맛이 다릅니다. 구분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어서, 황석어젓이라고 담근 걸 보면 참조기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나는 참조기 쪽을 좋아하는데 어린 참조기 젓갈이 적당히 삭았을 때는 매우 맛있습니다만, 나는 생선뼈를 먹지 않기 때문에 발라 먹는 게 일입니다. 그리고 너무 삭으면 나에게는 먹기 힘든 냄새가 되어서 잘 먹지 못합니다.

 

 

 

 

3) 인천 지역 어시장에 가면 갯가재를 많이 팝니다. 어느 지역에서나 쏙과 갯가재를 구분 안 하고 부를 때가 많은데, 쏙과 갯가재는 다릅니다. 쏙은 갯가재처럼 생겼지만 새우의 일종(또는 매우 가까운 친족)이고요. 갯가재는 그냥 가재라고 팔 때가 많습니다.

 

 갯가재는 저렴하고 잘 까져서 먹기 편합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봐서 별 감각이 없는데, 안 보던 분들은 무슨 벌레나 외계생물체처럼 생겼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쪄 먹으면 맛은 평범하고 슴슴하게 맛있고, 갑각류가 원래 좀 그렇지만 껍데기에 비해 살이 별로 없어서 한참 먹다보면 배는 별로 안 부른데 껍데기는 엄청나게 쌓이는 먹거리입니다.

 

 주관적으로는 동일하게 바닷가재로 불리는 랍스타보다는 갯가재가 훨씬 맛있습니다. 랍스타는 비싸기만 하지 진짜로 맛이 없어요. 괜히 옛날에 미국 노예나 하인들이 랍스타를 계속 식사로 주면 어찌 사람에게 그런 걸 줄 수 있느냐고 싸웠던 게 아닙니다.

 

 갑각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갯가재를 사서 해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가성비가 좋은 갑각류입니다. 문제는 직접 사서 해 먹지 않는 한 별로 먹어볼 일이 없는 식재료라는 겁니다. 어시장에는 매우 흔한데요.

 

 

 

 

 

4) 병어는 세꼬시로 많이 먹습니다만, 주관적으로는 조림을 할 때 맛있는 생선입니다. 조려 먹을 때는 내가 아는 생선 중 가장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삼치를 꼽겠습니다.

 

 생선조림은 좋아하는데 병어조림은 안 드셔보신 분들은, 병어조림을 꼭 드셔보셔야 합니다. 조림을 위해 태어난 생선인 것처럼 맛있습니다.

 

 물론 병어는 뫼니에르를 해 먹어도 맛있습니다. 프랑스식 레시피지만 별로 어려울 건 없고, 레몬즙을 바른 다음에 밀가루를 잘 묻혀서, 버터에 구우면 됩니다. 생선 요리를 할 때 레몬즙을 쓰면 비린내를 잡아줍니다.

 

 여담인데 예전에는 인천 앞바다에 병어가 제법 흔했습니다. 그런데 매립을 하다 보니 귀해졌고, 큰 병어(:덕자병어)는 이제 비싼 고급생선이 되어버렸지요. 간척사업이 병어 같은 어종을 죽이는 건, 매립을 하는 데 필요한 흙을 바로 옆의 바다에서 조달하기 때문입니다. 간척사업에는 어마어마한 흙이 필요한데, 인근 바다 모래나 개흙 같은 걸 이용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그걸 조달할 방법이 없습니다. 위험하게 오염 위험 있는 물질 함부로 쓸 수도 없고요. 그러니까 병어 같은 생선의 산란장이 광범위하게 파괴되는 겁니다. 사실 대도시에 국제공항 건설한 인천 앞바다는 둘째 치고 새만금이나 조력발전소 같은 게 진짜 문제입니다. 특히 조력발전소는 말이 친환경이지 바다에 말도 안 되는 대미지를 줍니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방식입니다. 친환경 이름 붙은 것 치고 제대로 된 거 거의 없습니다. 지열발전은 포항지진의 주원인이라는 설이 유력해서 공식적으로 중단되었고, 풍력은 보긴 좋지만 소음이 크고 철새 대량 학살 중이며, 문제의 태양광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농담이 아니고 원전이 제일 친환경 같습니다.

 

 

 

 

 

5) 우리나라 사람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은 다른 문화권보다 다양한 생선을 곧잘 먹는 편입니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젓가락인 것 같습니다. 젓가락은 생선살을 바르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는 금속 젓가락은 정교한 살 바르기를 용이하게 합니다.

 

 대조적으로 서구 사람들은 포크를 쓰니까, 생선살을 발라먹을 방법이 없습니다. 손으로 잡고 뜯거나, 미리 조리할 때 살을 발라내야 합니다.

 

 여담인데 흔히 젓가락질 방식으로 II(또는 V자로 묘사)를 정석이라 합니다. 그런데 II자는 원래 일본식입니다. 일제 이전 조선 시대에는 X자를 많이 썼습니다. 양반은 겸상을 안 하는 문화였는데 남의 젓가락질에 신경 쓸 필요도 없었지요. 중국도 X자 젓가락질을 많이 합니다.

 

 사담으로 나는 II자와 X자를 모두 할 수 있습니다만, 꽤 오래 전부터 나무젓가락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일회용은 안 씁니다),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다 보니 X자를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X자 젓가락질은 젓가락끼리 미끄러지며 움직이다 보니 마찰이 적은 금속 젓가락을 사용할 때 더 용이한 것 같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나무젓가락이 주류인데, 그래서 II자 젓가락질이 정석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II자 젓가락질이 생선을 먹는 데 더 유리해서 그렇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나는 X자로도 생선을 먹는 데 별 불편을 느끼지 않으며 X자 사용자들은 대체로 불편이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6) 요새는 꽤 줄어들었습니다만, 아직도 좌식 테이블인 음식점들이 꽤 있습니다. 집에서도 좌식생활을 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데 좌식생활은 발목, 무릎, 고관절, 골반, 허리 등에 모두 좋지 않습니다.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게다가 신발을 벗는 음식점은 냄새 문제도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조선 초기까지는 입식 생활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온돌이 보급되면서 바닥에 몸을 지질 수 있는 좌식 생활이 일반화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현대 들어 다시 입식으로 변하는 중이지요. 몸에는 입식이 좋습니다.

 

 가끔 오래 된 음식점을 보면 처음에는 좌식으로 인테리어를 했다가 입식으로 개조를 하거나, 일부만 입식으로 바꾼 경우를 봅니다. 좌식 인테리어가 전통 한식답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겠으나, 나는 무조건 입식이 좋습니다.

 

 요새는 각 지자체에서도 좌식 식당을 입식 식당화하는 걸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세금을 그런 데 써도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식당들이 입식화되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7) 식당 공기밥의 기원은 박정희 유신 시절입니다.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 기준으로는 조리용 bowl이나 면기 정도에 해당하는 사이즈의 그릇에 밥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밥을 많이 먹다 보니 쌀이 부족해서, 박정희 시절에 스테인리스 밥공기의 규격화를 강제합니다. 그래서 블루컬러 성인남성 기준, 11공기로는 어림도 없는 미니 밥공기가 표준 규격이 되었지요. 스뎅 밥공기는 작기도 한데 더운밥을 담으면 너무 뜨겁기 때문에 사용하기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한국도자기나 행남자기 같은 국내 도자기 브랜드에서 스뎅 밥공기 사이즈에 맞춰 밥공기를 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나는 2년에 한 번 정도는 새 공기를 구매하고 있는데, 밥그릇 구매는 가심비가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사견으로 한식당은 가격대가 조금 있는 정식을 제외하면 식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강한데, 플레이팅까지는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식기와 수저 정도에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세척의 어려움이나 파손, 도둑질 등의 위험이 높은 것은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양식당, 일식당에 비해 한식 이미지가 낮은 요인 중 하나로 봅니다.

 

 

 

 

8) 우리나라는 거의 유일하게 조리용 가위를 식탁 위에서도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커다란 고기를 잘라가면서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 먹거나, 냉면같이 질긴 면을 자르는 식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하는데, 쓰다 보니 응용의 폭이 넓어져서 식사용 나이프보다 조리용 가위를 선호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게가위 외 일반 식사용 가위를 보기 좋게 따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미개발 상품인 것 같습니다.

 

 

 

 

 

9) 돈까스는 흔히 경양식 돈까스라 부르는 건 뭔가 이젠 본격 한식이 된 기분입니다만, 사실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방식이 경양식 돈까스입니다. 한국에서는 원조 스타일이 잘 유지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고기가 두꺼워지는 방향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지요.

 

 나는 일본식 돈까스를 (있으면 잘 먹긴 합니다만) 그리 선호하지 않고, 그게 좋은 조리법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싸면 모르겠는데 요즘 잘 나간다는 일식 돈까스집 보면 가격도 비싼 게 사람들이 줄까지 서서 먹어서 좀 어이가 없습니다. 조리원리로 보면 규카츠가 더 나은 요리일 겁니다. 양감 있는 돼지고기를 적절하게 익힌 걸 즐기고 싶다면, 뼈등심 스테이크가 더 나은 조리법이라 생각합니다.

 

 경양식 돈까스 소스의 기본형은 데미글라스+우스터인데, 데미글라스는 제대로 만들면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들어갑니다. 그래서 제대로 힘줘서 만든 경양식 돈까스는 고급요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양식 돈까스의 현 위상을 생각하면 제대로 만든 경양식 돈까스를 만들어 파는 곳이 드물 수밖에 없습니다만.

 

 

 

 한편으로 경양식 돈까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입맛을 유행에 뒤진 옛날 취향이라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화 맛의 달인작가 카리야 테츠도 돈까스는 얇은 게 맛있다고 주장합니다. 참고로 일본에서 덴푸라에 쓰는 참기름은 튀김용 냉압착 참기름이라 우리나라에서 먹는 조미용 열압착 참기름과는 다릅니다.

 

 

 

 

 

10) 당면은 음식 가공 기술이 발달한 후에 등장한 식재료입니다. 등장 이후 워낙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기를 끌어 뭔가 제법 전통적인 느낌입니다만, 당면은 공업기술 없으면 만들기 힘듭니다.

 

 그러니까 당면이 들어가는 모든 음식은 전통방식이 아닙니다. 만두, 순대는 전통방식은 당면 안 넣습니다. 잡채도 원래는 고추잡채처럼 채썬 채소와 고기를 볶는 음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당면을 넣기 시작하면서 아예 당면 요리가 되어버렸지요.

 

 조선시대 고급 요리의 맥을 이으려던 분들은 당면이 들어간 양 늘린 요리들을 영 나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만, 현실 대한민국은 당면 공화국이 되었습니다. 당면은 별 맛이 없는 대신 소스를 잘 흡수하고 특유의 식감이 있는 재료인데, 생각해보면 샥스핀도 별 맛이 없고 특유의 식감으로 먹는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긴 합니다.

 

 당면 그 자체의 매력을 최대한 살린 요리는 김말이튀김일 겁니다. 내 기억으로 김말이튀김은 90년대 초중반의 어느 날에 등장한 것 같은데, 워낙 매력적인 맛이었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고전이 되었습니다. 이젠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야끼만두(납짝당면만두튀김)를 대체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야끼만두가 더 좋습니다만.

 

 그리고 근래에는 납작하고 두꺼운 당면이 나와 찜닭의 2대 주재료로 활약 중입니다. 물론 다른 주재료는 닭입니다. 찜닭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태반은 그 납작 당면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찜닭을 매우 좋아합니다만 납작 당면에 대한 선호는 애매한데, 노골적으로 납작당면을 많이 넣어 양을 불리는 곳을 몇 번 접한 악영향인 것 같습니다.

 

 

 

 

  

 

11) 우리나라는 일제 이전에는 밀 음식이 거의 발달하지 않았는데, 보리와 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환경에서 보리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보리와 밀은 근연종이고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둘 다 동절기에 키울 수 있는데, 보리 쪽이 수확이 빠릅니다. 모내기해서 벼 - 보리 2모작 돌리는 게 생산성이 좋았고, 밀을 키우게 되면 벼를 키우기가 보리보다 어려웠기 때문에 밀이 귀했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 때는 밀 요리가 고급품이었습니다. 유밀과(약과)는 거의 최고급 요리였지요. 잔치국수도 말 그대로 잔칫날이나 먹을 수 있는 요리라 잔치국수였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전쟁 이후 미국이 우리나라에 밀을 많이 원조해줘서 본격적으로 밀 요리가 발달하게 됩니다. 사실 밀도 완전히 분도하지 않고 살짝 속껍질을 남긴 상태에서는 현미처럼 밥을 지어 먹을 수 있긴 한데, 그렇게 해 먹으면 맛이 꽤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밀가루를 원조 받았다 보니 그런 방식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밀은 속껍질을 다 벗기면 바스라져서 그냥 적당히 벗기고 가루를 내는 게 가공하기 편합니다.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유럽 서민들은 밀을 통밀가루 형태로 주로 먹었지요. 백밀가루는 귀족이나 부자가 먹던 겁니다.

 

 우리나라는 빵을 주식으로 먹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에, 원조받은 밀가루로 면을 주로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면 요리는 대단히 성공적으로 발전했습니다. 밥보다 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지요.

 

 

 

 

 

12) 가래떡은 굳이 분류해보자면 면입니다. 떡볶이는 양식으로 치면 일종의 숏파스타 요리에 해당합니다. 밀떡을 쓰면 기분상 뭔가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떡볶이에도 푸실리나 펜네 같은 모양 성형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기능미보다는 조형미를 중심으로 모양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긴 떡이 유행하는 걸 보면 뭔가 다른 방향으로 모양 변화 트렌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주관적으로 대다수의 떡볶이는 씹는 감각에 의존적인 요리입니다. 떡볶이의 매끄러운 표면과 떡볶이의 표준적인 소스로는 떡볶이의 떡에 충분한 소스 맛을 배게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소스 맛을 충분히 배게 하려면 떡을 많이 익혀야 하는데, 그러면 떡이 좀 퍼져버리기 쉽습니다.

 

 표준적인 선택은 소스의 점도를 올리는 겁니다. 떡이 퍼지도록 익히면 사실 떡의 전분이 소스의 점도를 올리기도 합니다만, 그건 아주 고전적인 스타일이고 요새 인기 있을 타입은 아닙니다. 중화요리처럼 따로 전분물을 넣거나 프랑스 음식처럼 루를 넣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어떤 방식이건 표준적인 떡볶이 소스에 잘 어울린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젤라틴을 넣는 방식은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사견으로 조리원리를 보자면 떡꼬치가 더 좋은 조리법이고, 나는 그 쪽을 선호합니다. 가래떡은 삶는 것보다는 굽거나 튀기는 게 더 맛있고, 소스는 충분한 점도를 확보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마진율을 자랑하게 된 떡볶이와는 달리, 떡꼬치는 만드는 데 손도 많이 가고 조리난이도도 있어서 그런지 거의 사라졌고, 마이너한 음식으로 전락하였습니다. 대신 떡볶이는 엄청나게 매워졌는데, 무식하게 매우면 소스맛이 떡에 덜 붙는 현상 같은 건 그냥 무시할 수 있긴 합니다.

 

 여담인데 떡꼬치 해먹고 싶다고 떡볶이용 떡 그냥 튀기면 폭발합니다. 떡꼬치가 괜히 그런 모양인 게 아니고, 괜히 사라진 게 아닙니다.

 

 

 

 

 

13) 면에 대한 취향은 각자 좀 다를 텐데, 나는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단단하지 않은 면을 좋아합니다. 건파스타도 알덴테에 집착하지 않는 편이고요.

 

 그래서 나는 소다를 넣은 중화면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중화면은 간수를 넣거나 베이킹 소다 등의 첨가제를 넣습니다. 그런 알칼리를 넣으면 색이 노랗게 되고, 단단해지고, 주관적으로는 풍미가 나빠집니다. 그리고 소화가 잘 안 됩니다. 알칼리성이라 위산을 중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중화요리 먹으면 소화 잘 안 된다는 사람이 괜히 많은 게 아닙니다.

 

 내가 스스로 중화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크게 실감할 때는 중화냉면을 먹을 때입니다. 특히 중화냉면을 먹을 때는, 이게 면만 중화면이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꽤 자주 있습니다. 내가 중화냉면은 좋아하는데 중화면은 별로 안 좋아해서 그렇습니다.

 

 간짜장 애호가들 중에도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면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일단 배달을 하면 첨가제 써야 합니다. 홀에서만 파는 집이 첨가제를 안 쓸 수 있는데, 문제는 그게 유행이 아니라는 겁니다. 탕수육 찍먹이 유행하다가 홀에서 파는 중화요리집에도 영향을 줬는데, 면에도 유사한 트렌드 변화가 있는 것인지 요즘은 고급 중화요리집도 대체로 면에 첨가제를 씁니다. 첨가제 쓴 중화면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트렌드입니다.

 

 

 

 

  

 

14) 탕수육은 기본형이 부먹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찍먹파들이 불만을 가질지 모르겠습니다만, 클래시컬은 부먹입니다. 원래 고전적인 탕수육은 소스를 붓는 요리기 때문입니다.

 

 

 

 고전적인 옛날 스타일 원조 탕수육은 2020년 현재 거의 먹기가 힘듭니다. 아직 하는 곳은 한 군데 알고 있네요. 고전 탕수육은 내 생각엔 튀김옷이 바삭하거나 아삭하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폭신하다고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탕수육 소스도 맛이 강하지 않습니다. 슴슴하고 고기튀김 맛을 보조하는 정도지요. 기본 탕수육 소스의 주재료는 식초와 간장인데, 식초와 간장은 농도가 높아지면 다분히 불쾌하기 쉬운 맛이 납니다. 그러니까 별로 짜지도 시지도 않게 소스를 만드는 게 고전 스타일의 정석입니다. 그래서 고전 탕수육은 부먹입니다만, 간이 강하지 않고 간장을 추가로 찍어 먹는 게 그리 이상하지 않는 부드러운 고기튀김입니다. 고전 탕수육은 소스가 큰 역할을 하지 않다 보니 옛날엔 그냥 고기튀김만도 많이 팔았는데, 덴뿌라라 불렀습니다. 덴뿌라는 소스로 맛을 가릴 수 없기 때문에 중식당의 실력과 퀄리티가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요리입니다. 굳이 보자면 현대에는 일식 돈까스가 덴뿌라의 후계음식 같기도 합니다. 덴뿌라라는 말이 애초에 일본 요리 이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고전 스타일은 홀에서는 좋은데, 배달로는 구현이 어려웠습니다. 배달 탕수육이 일반화되고, 중화요리가 서민음식화되면서 점차 고기튀김은 바삭하다 못해 딱딱한 게 많아졌고, 소스도 맛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찍먹이 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소스가 간이 강해지고, 탕수육 고기는 바삭한 느낌이 주가 되다보니 찍어 먹는 게 좋아졌단 말이지요. 나도 배달 탕수육을 먹을 때는 부먹파보다는 찍먹파에 좀 가깝긴 합니다. 요새는 찍먹파가 많다 보니 홀에서도 찍먹용 탕수육을 내놓는 곳이 생기고 있습니다. 홀에서도 소스를 따로 주는 곳은 소스의 간과 농도를 체크하고 부을지 찍을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볶먹은 정석이나 고전은 아니고 응용편입니다. 볶는 탕수육 잘 해주는 집은 맛있다고 생각하고, 선호합니다. 보통은 일반 탕수육은 잘 안 볶아주는 것 같고, 사천탕수육이 볶먹이 많은 것 같습니다.

 

 

 

 

 

 

15) 자장면은 맛있게 만들기 힘든 음식입니다. 맛있게 만들려면 재료비가 꽤 들어가며, 품도 많이 들어가고, 심지어 손맛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짬뽕은 어느 정도 맛을 내기가 더 쉽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21세기 들어 짬뽕의 시대가 열리게 된 두 가지 요인을 매운맛 유행과 일정 이상의 맛을 내기 쉬운 레시피라는 특성으로 봅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중식당에서 짬뽕보다 우동을 많이 먹었고, 기스면이나 울면도 제법 많이 팔렸습니다.

 

 사견으로 짬뽕은 레시피 자체가 크게 실패하기가 힘든 레시피입니다. 양념이 강한 국물 요리니까요. 심지어 짬뽕은 인스턴스화된 액상 농축액에 해물을 어느 정도 넣고 끓이기만 해도 그럭저럭 짬뽕같은 게 나옵니다. 중식당이 아닌 호프집 같은 데서도 맛이 좀 어설프긴 하지만 짬뽕 계열 메뉴가 있을 수 있는 이유지요. 베리에이션을 늘리기도 쉽습니다. 낙지 짬뽕, 갈비 짬뽕, 전복 짬뽕 등 고급 재료를 올리면 됩니다.

 

 그러나 짬뽕은 어쩔 수 없이 맛의 상향 한계치가 낮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일정 이상 맛있기는 쉽지만, 딱히 엄청나게 맛있기도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예 고급화시키려면 일반 짬뽕보다는 백짬뽕 쪽이 더 맛있어질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다만 이는 나의 주관적인 의견이고, 짜장면 쪽이 더 아무 데서나 먹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내 생각엔 그다지 맛이 별로 없는 짜장면도 남들이 곧잘 맛있다고 먹는 걸 여러 번 경험하긴 했는데, 내가 짜장면을 별로 안 좋아하거나 까탈스러운 건지 남들이 짜장면을 너무 좋아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16) 간짜장의 (=dry)'입니다. 짜장은 작장(灼醬), 즉 장을 볶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만든 간짜장은 뻑뻑하도록 건조하며, 장을 많이 썼기에 춘장 맛이 많이 납니다.

 

 춘장은 첨면장이라는 중국식 된장의 변형판입니다. 색이 검도록 캐러멜색소와 약간의 조미료를 넣은 것이지요. 그래서 제대로 만든 간짜장은 된장 비슷한 풍미가 많이 나고, 별로 달지 않고, 꽤나 짭니다. 보다 대중적인 달달하고 농도가 연한 짜장에 비하면, 반드시 맛있다고 하긴 어려운 맛입니다. 면하고 먹을 때는요.

 

 경험적으로는 춘장향이 강하고 별로 달지 않은 간짜장은 면보다 밥하고 먹을 때 시너지가 좋은 경향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중식당에서 간짜장밥 같은 메뉴를 거의 팔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담으로 자장을 밥과 먹을 때 쌀 품종은 신동진이 좋습니다.

 

 

 

 

 

17) 내가 먹어본 쌀 중 가장 맛있었던 건 품종은 고시히카리였고, 생산지는 인천 강화군 교동면이었습니다. 완전히 햅쌀이었는데, 생산 과정의 실수였는지 좀 덜 마른 쌀이었던 걸로 추정합니다. 처음 샀을 때는 심히 비상식적으로 맛있었는데, 밥 자체의 풍미가 너무 강하고 달아서 별로 어울리는 찬이 없었던 게 단점이었습니다. 구운 쇠고기 같은 게 아니면 거의 어울리는 게 없었습니다. 구운 스팸하고 먹어도 스팸이 밀리고 밥맛이 스팸하고 따로 놀았습니다. 원래 고시히카리의 풍미가 많이 강하긴 합니다.

 

 문제는 쌀이 덜 말라서 보존성이 최악이었고, 그 엄청난 맛은 며칠 가지도 않았으며, 반쯤 먹고 나니 썩어버렸다는 겁니다. 콩도 완전히 말리면 맛이 없고, 덜 마른 걸 냉동하는 게 맛있는데 쌀도 그렇다는 걸 깨달은 경험이었습니다. 덜 마른 쌀을 냉동 유통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싶습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는 덜 마른 쌀을 사게 되면 바로 냉동, 최소한 냉장하기로 했습니다.

 

 

 

 

 

18) 쌀 품종 중 반찰계 품종이 있습니다. 멥쌀과 찹쌀의 중간 특성을 가지는 품종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밀키 퀸, 백진주, 진상 등이 반찰계입니다. 찰기 있는 밥을 선호해 찹쌀을 섞어 밥을 짓는 분들이 꽤 있는데, 그냥 반찰계 쌀로 밥을 지으면 찹쌀 섞은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찹쌀을 대체해 사용도 가능하고요.

 

 반찰계 품종을 좋아하는 분들은 그 어떤 멥쌀 품종보다도 반찰계를 선호합니다. 특유의 찹쌀스러운 느낌이 있는데, 멥쌀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찹쌀밥 같지도 않고요.

 

 

 

 

19) 흔히 맛있는 쌀을 고르려면 혼합이 아니라 품종이 명시된 쌀을 사라고 합니다만, 나는 경험적으로 혼합쌀 중 어지간한 품종 명시 쌀보다 맛있는 걸 여러 번 먹어봤습니다. 혼합쌀은 품종 관리가 안 된 쌀이지, 키울 때부터 품종이 없는 쌀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맛있는 품종이 꽤 들어있을 수 있단 말이지요. 혼합쌀의 품질은 꽤나 랜덤합니다. 운이 좋으면 제법 맛있는 혼합쌀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20) 우리나라 사람들은 옥수수를 매우 좋아합니다. 옥수수 재배량에 비해 소비량이 많아서, 세계 2위 옥수수 수입국입니다. 식빵에도 옥수수 가루를 넣어 옥수수 식빵을 해먹을 정도지요. 옥수수 식빵은 우리나라에서만 해먹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찰옥수수도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찰옥수수를 좋아해서 외국에서도 코리아 수출용으로 재배해서 파는 것 같습니다.

 

 100% 한식임이 틀림없는데 거의 아무도 한식이라 생각 안 하는 요리 중 하나로 속칭 콘치즈가 있습니다. 그 횟집 가면 사이드 메뉴로 나오는 거 말입니다. 원래는 캔 스위트콘에 마요네즈 레시피인데, 사람들이 콘치즈라고 부르다 보니 진짜로 치즈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통칭 콘치즈, 실체는 콘마요는 전혀 한식 같아 보이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만 먹는다고 합니다. 오래 된 노포 횟집에 가면 여전히 치즈를 쓰지 않은 클래시컬 콘마요를 주기도 합니다.

 

 

 

 

 

21) 아시아에서만 주로 먹는 과일인 감은 장년 이상 연령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일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단맛과 짠맛을 느끼는 감각이 감퇴하고, 상대적으로 신맛과 쓴맛을 잘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대체로 신 과일을 더 좋아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단 과일을 더 좋아합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음식 간을 잘못 하면 과하게 짜지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입니다.

 

 

 

 감 중에서도 홍시(연시)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만 거의 먹습니다. 일본에선 떫은 감 품종은 주로 곶감으로 소비됩니다. 감은 크게 단감 품종과 떫은 감 품종이 있고, 떫은 감은 형태에 따라 대략 반시와 둥시, 봉시로 구분합니다. 반시는 밑쪽이 넓적하고 단감 닮은, 작은 감입니다. 둥시는 반시보다 둥근 감으로 주로 곶감으로 만듭니다. 봉시는 아래쪽이 뾰족하고 위아래로 큰 대형 감이고요. 당도가 높게 올라갑니다.

 

 단감은 녹색에서 색이 변하고 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감입니다. 대조적으로 떫은 감은 익어서 홍시가 되기 전엔 떫어서 못 먹습니다. 단감도 오래 두면 연시화되긴 하는데, 연시화되고 나면 떫은 감 품종 대비 맛이 없습니다.

 

 홍시는 나무에서 홍시가 되도록 다 익히는 게 맛있긴 합니다만, 수확할 때는 익혀서 수확하지는 않습니다. 홍시는 얼리지 않는 한 보존성도 없고 운반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홍시가 되기 전에 수확하는데, 감 수확철에 시장에 가면 아직 못 먹는 상태의 떫은 감들을 땡감이라고 좀 싸게 팝니다. 땡감은 별 거 안 해도 그냥 두면 저절로 홍시화되기 때문에, 사서 두고 홍시가 되는 대로 먹으면 싼 가격에 맛있는 홍시를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제 때 먹어야 합니다. 과숙되면 홍시는 워낙 단 과일이라 금방 알콜 생성이 되면서 즙이 와인화됩니다. 먹으면 알콜이 생긴 만큼 당도가 떨어져 있고, 과일주 맛이 나고, 살짝 취기가 올라오게 되지요. 더 두면 썩거나 감식초가 되고요.

 

 곶감은 떫은 감이 아직 홍시가 되기 전에 껍질을 벗겨 말린 겁니다. 반쯤 말린 건 반건시고요. 조각을 내서 말리면 감말랭이라 부릅니다. 유행을 타고 인기가 좋은 건 반건시 쪽이지만 곶감은 잘 마를수록 맛있습니다. 보존성도 올라가고요.

 

 

 

 

 

22) 계피와 시나몬이 같은 거라는 이야기가 많이 퍼져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수정과 끓일 때 쓰는 계피와 카푸치노 위에 뿌리는 시나몬은 다릅니다.

 

 커피나 애플파이에 쓰는 시나몬은 실론 시나몬입니다. 바닐라를 연상시킬 만큼 부드럽고 달달한 향이지요. 시나몬 조직 자체도 더 부드럽고 크기가 작습니다. 그냥 시나몬이라고 부르면 보통 실론 시나몬을 의미합니다.

 

 대조적으로 수정과에 쓰는 계피는 카시아 시나몬입니다. 통칭 카시아라고 합니다. 중국 시나몬이라고도 부르고요. 실제 통계피를 보면 실론 시나몬에 비해 훨씬 크고, 거칠고, 향도 강하고 맵습니다. 애들은 먹기 힘든 계피맛 사탕은 이 카시아 맛입니다. 실론 시나몬 맛이었으면 애들도 잘 먹을 겁니다.

 

 커피 테이스팅 등을 할 때는 카시아와 시나몬을 분명히 구분합니다. 확연히 다른 풍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은 시나몬이 비쌉니다.

 

 

 

 물론 수정과를 끓일 때는 카시아 계피를 써야 제맛입니다. 시나몬 같은 걸 넣어서는 수정과의 강렬한 맛을 낼 수 없지요. 한편으로 나는 수정과에 백후추와 육두구(넛맥) 가루를 더 넣는 걸 좋아합니다. 육두구 대신 시나몬 가루를 넣어도 나쁘진 않을 테지만, 내가 육두구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 시나몬 넣어봐야 카시아와 풍미가 겹치는 면도 많습니다.

 

 

 

 

 

23)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산물은 다양하게 먹지만, 다른 고기는 그다지 다양하게 먹지 않는 편입니다. , 돼지, 닭만 거의 먹지요. 양은 그나마 근래 어느 정도 대중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아직 집에서 해 먹는 정도는 아니고요. 토끼나 사슴은 거의 찾아 먹기도 힘듭니다. 여담인데 우리나라에 그 많은 고라니가 멀쩡한 이유는 고기가 맛이 없어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와중에 그나마 90년대 이후 대중화된 고기가 오리고기입니다. 오리기름이 몸에 좋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데 성공해서 퍼졌지요. 사실 딱히 몸에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느 정도 대중화된 것에 비해 오리고기 조리법이 발달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익히 드셔 보셔서 알겠지만 집오리고기는 기름기가 많고, 껍질이 두껍고, 특유의 냄새가 있고, 육질이 단단한 편입니다. 철판 등에 그냥 로스구이를 하는 방식으로 오리를 즐겨 먹는 사람이 소수다보니 훈제요리가 발달했고, 오리훈제의 대중화와 함께 00년대만 해도 흔하던 칠면조 훈제육이 잘 안 보이게 되었습니다만, 훈제육은 뭘 해도 맛이 비슷해지기 마련이며 해당 분야 최고존엄 훈제연어를 따라가기는 무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입맛에 따라 훈제연어보다 훈제오리를 좋아할 수는 있습니다만.

 

 

 

 오리는 닭과 특성이 꽤 다르기 때문에, 오리만의 조리법이 필요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오리 조리법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오리 요리는 오리기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발달하는 게 좋을 텐데, 우리나라는 예전에는 동물기름을 잘 활용했으나 근래 들어서는 동물기름을 안 쓰는 추세라 오리요리가 잘 발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의 사진은 오리기름을 활용하는 프랑스 요리인 오리 콩피입니다.

 

 

 

 한편으로 신선한 오리고기는 생고기 맛이 괜찮은 편이라, 미디움 레어같이 속을 덜 익히는 방식으로 익혔을 때 특유의 풍미가 좋습니다. 프랑스 요리에서는 일반적인데요. 그 풍미가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도 통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4) 파르미자노 레자노나 그라나 파다노를 가는 치즈강판은 한식 요리를 할 때도 유용합니다. 옛날에는 치즈 강판처럼 생긴 강판을 곧잘 팔았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사라졌습니다. 주관적으로 동그란 구멍에 구멍 주변에 뾰족한 돌기가 올라와있는 플라스틱 강판은, 갈았을 때 곱게 갈린다는 장점은 있습니다만 무언가를 갈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조적으로 치즈 강판은 다소 단단한 파르미자노를 갈게 만들어진 거라, 뭐든 잘 갈리는 편입니다.

 

 물론 치즈 강판은 동그란 구멍 강판에 비하면 완전히 갈리는 게 아니고, 잘게 채 썰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아예 완전히 갈아버리는 건 믹서로도 할 수 있으니까, 강판을 사용한다는 목적에는 대체로 괜찮습니다. 무채칼에 비하면 구멍이 작습니다.

 

 

 

 

 

25)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마다 주로 먹는 오이가 다릅니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백다다기오이(조선오이), 전라도는 취청오이, 경상도는 가시오이를 먹습니다. 가시오이 같은 경우 백다다기오이에 비해 오이향이 강한 느낌인데, 영남권이 더워서 가시오이처럼 맛이 강한 오이가 인기가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수도권에서는 오이지를 많이 먹는데, 오이지는 대체로 백다다기오이로 담급니다. 영남권에서는 가시오이로도 오이지를 담그는 것 같습니다만.

 

 

 

 나는 풋오이보다는 노각을 좋아하는데, 노각은 대체로 노각용 품종이 따로 있습니다만 백다다기오이같은 일반 오이도 수확을 안 하고 키우다보면 노각화됩니다. 노각품종 노각보다 일반품종 노각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각품종보다 더 아삭하거든요.

 

 

 

 

 

26) 참외는 멜론의 일종으로 기원을 보면 외래종입니다만, 근래엔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키우고 먹습니다. 그래서 국제표준명이 코리안 멜론입니다. 끊임없는 품종개량과 애호가들의 무시무시한 충성심, 그리고 봄 과일 공백기(금귤과 만감류가 들어가고 살구가 나오기 이전 늦여름~초봄)에 대한 성공적 공략 등에 힘입어 매년 단 맛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참외 맛이 너무 좋기 때문인지 다른 민무늬 멜론들은 우리나라에서 힘을 별로 못 쓰고 있습니다.

 

 

 

 참외는 주로 생과일처럼 먹습니다만, 엄연히 박과식물이기 때문에 절여서 먹어도 맛있습니다. 씨앗 부분은 빼고 과육 부분만 장아찌로 만들면 됩니다. 내가 먹었던 건 좀 말려서 만들었는데, 참외향이 나고 달기도 해서 맛이 매우 좋았습니다. 다만 뭔가 일식 계열 맛이고 쌀품종을 좀 가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주관적으로는 일식 계열 또는 일식스러운 맛이 나는 밥반찬에는 히토메보레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참외장아찌는 일식스타일 맛이 날 뿐, 완벽한 한식입니다. 일본에서는 참외를 거의 키우지도 먹지도 않는걸요.

 

 

 

 

 

27) 울외라는 박과식물이 있습니다. 근래엔 잘 안 먹는 열매입니다만, 조선 시대 때는 월과 등의 이름으로 부르면서 제법 일반적이었던 작물인 것 같은데요. 요새는 큰 참외나 오이참외 같은 식으로도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일본 나라 지방에서는 울외를 술지게미에 절여서 많이 먹는데, 나라즈케라 부릅니다. 이 나라즈케는 우리나라에서는 군산에서 여전히 주로 생산하고 먹고 있는데요. 맛이 꽤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나스끼나 나나쓰께라고 부를 때가 많습니다.

 

 

 

 군산에서 주로 생산하게 된 건 일제시대 때 일본인이 군산에서 많이 살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시대가 지나면서 군산 사람들이 인천에 꽤 이주해 왔기 때문인지 1990년대쯤만 해도 인천에서도 나라즈케를 볼 수 있었는데요. 어느 때서부터인가 인천에서는 사라졌습니다. 경쟁자 격인(?) 무 간장절임에 밀린 건지 모르겠는데, 나는 나라즈케가 더 맛있습니다.

 

 

 

 

 

28) 한국식 피자를 사람들은 잘 한식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엄연히 한식입니다. 특히 불고기피자는 이름부터 한식이고, 한국 피자헛에서 시작한 리치골드같은 고구마무스 피자도 한국식입니다. 사람들이 왜 김치 피자는 한식스럽다 느끼는데 불고기피자는 그만큼 한식스럽다 잘 못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옥수수 토핑도 한국식입니다. 옥수수를 전천후로 어떤 요리에나 다 쓰는 건 코리안 스타일입니다.

 

 

 

 저렴한 피자 브랜드들 중 59쌀피자나 피자마루 같은 경우 무척 많이 한식화된 피자입니다도우가 그야말로 한국인 입맛에 맞춰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59쌀피자는 쌀, 보리, , , 검은깨를 섞은 도우고 피자마루는 녹차가루와 깨를 섞은 도우지요. 두 브랜드 다 깨맛이 많이 나고, 도우 질감도 아시아인 취향입니다.

 

 한국식 피자가 토핑 위주로 발달한 건, 처음에 피자가 매우 비싼 요리로 들어와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요새는 생물 오징어나 뱅어포, 또는 알배기 조기가 피자보다 더 고급스러운 기분입니다만, 90년대 초만 해도 오징어나 뱅어포는 흔한 서민음식이었고 피자는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비싸니까 비싼 만큼 만족감을 줘야 했고, 토핑이 점점 늘어나다가 리치골드같은 것도 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인데 피자를 시키면 오는 1회용 핫소스는 진정한 타바스코 소스가 아닙니다. 타바스코 소스를 좋아하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병에 든 정품 매킬러니 사의 타바스코 소스와 1회용 번들 타바스코 소스의 맛은 매우 다릅니다. 피자에 핫소스를 좋아하는 분들은, 반드시 정품 병소스를 사서 드시길.

 

 물론 치즈 가루도 번들이나 저렴한 플라스틱 병에 들은 걸 사용하기보다는 파르지마노 레자노를 사서 강판으로 갈아 뿌려 먹는 쪽이 맛있습니다.

 

 

 

 

 

29) 국물 요리를 만들 때 감자를 넣으면 전분물을 푼 것과 유사한 효과가 가볍게 발생합니다. 국물이 걸쭉해진다는 겁니다. 쌀뜨물로 국물 요리를 만들어도 비슷한 효과입니다. 국물이 살짝 젤리화되면서 먹었을 때 더 달라붙는 느낌이 난단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국물 요리에 감자를 넣는 것과 감자를 넣지 않는 건 꽤 다른 맛이 납니다. 집된장찌개 같은 경우는 감자를 넣어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잔치국수 국물을 끓일 때도 괜히 감자를 넣는 게 아닙니다. 감자 자체는 별다른 맛이 아닙니다만, 감자가 들어가지 않으면 점도가 지나치게 맑아집니다. 물론 맑은 국물을 내는 요리에는 감자를 넣으면 안 됩니다.

 

 한국식 카레에도 거의 감자가 들어가는데, 감자를 충분히 넣고 잘 익히면 감자 때문에 점도가 생깁니다. 굳이 루를 만들어 넣지 않더라도 감자가 점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한편으로 익히 드셔보셔서 알겠지만 인도 커리에는 거의 감자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들어가는 커리가 따로 있는 정도입니다. 오히려 한국식 카레와 비슷한 맛을 내는 요리는 인도식 만두인 사모사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30)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 맛을 대체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신 맛은 향기와 상관이 있는데, 그래서 향기에도 좀 둔감한 편이라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소득이 올라가도 와인이나 에일이 대중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요. 21세기 들어 우리나라 요리는 달고 매콤하며 차진 방향으로 줄곧 진화중이라 생각합니다. 달고 매콤하고 차진 대표적인 요리를 둘 꼽으라면 떡볶이와 매운 닭강정이겠지요.

 

 과일 선호에서도 우리나라 과일은 매우 단 맛 위주입니다. 향기는 별로 중시되지 않는 편이고요. 사과 품종 중에 우리나라에 남은 신 맛 품종은 아오리와 홍옥 정도인데, 아오리야 계절과일이라 그렇다 치고 홍옥생산은 매년 쇠퇴하는 중입니다. 홍옥을 대체할 만한 신품종들은 거의 보급도 안 되고 있고요. 홍옥은 대표적인 조리용 사과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과를 사용한 요리가 별로 발달하지 않고 있기도 하지요. 사과를 사용한 요리라 하면 감을 잘 못 잡을 수도 있으실 텐데, 버몬트(바몬드) 카레만 해도 사과를 사용한 요리입니다.

 

 

 

 노리마키(김초밥)가 김밥으로 진화하는 과정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김밥은 노리마키에서 변화하여 한식이 된 것인데, 노리마키는 초밥의 일종이라 밥에 식초가 들어갑니다. 김밥도 예전에는 식초를 넣는 경향이 있었지요. 그러나 시대가 지날수록 식초를 넣는 레시피는 사라졌고, 21세기 들어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젠 김밥과 노리마키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되어버렸지요. 위의 사진은 김밥이 아니라 노리마키입니다.

'식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5  (38) 2020.11.03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4  (33) 2020.10.14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2  (45) 2020.09.06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1  (83) 2020.08.28
커피 생두 가공법  (27) 2020.07.05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2

식이 2020. 9. 6. 18:15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HC_LJHAA6LQ

 

 

1편 - https://oceanrose.tistory.com/1202

 


 사견이고오류 가능성 있으며시간 날 때마다 30개 정도씩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생선회를 쌈싸드시는 분들이 많은데, 주관적으로 대부분의 흰살생선은 쌈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쌈싸먹기엔 조각은 너무 작고, 맛은 여리며, 쌈싸먹으면 흰살생선의 섬세한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없습니다.

 

 다만 사견으로 쌈을 싸먹는 게 나은 흰살생선이 둘 있습니다. 놀래미(쥐노래미)와 숭어입니다. 이 두 생선은 살 자체가 별로 맛있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살이 양감이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특유의 질감이 쌈에 어울립니다.


 

 그래서 나는 놀래미와 숭어는 회를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평이 많이 다르기 쉬운 생선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상추쌈은 좋아합니다만 생선회를 싸먹는 건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놀래미와 숭어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먹을 일이 있으면 쌈을 싸먹고요.

 


 

2) 흔히 도다리로 팔리는 생선은 표준명 도다리가 아니라 문치가자미입니다. 경남 통영에서는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로 불러왔는데, 이게 전국에 퍼진 겁니다.

 

 봄의 문치가자미 세꼬시는 어느 정도 비싸게 취급됩니다만, 주관적으로는 여러 모로 그다지 돈값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 분야입니다. 일단 문치가자미가 맛이 오르는 시기는 봄이 아닙니다. 여름부터 초가을이 제철이지요. 게다가 세꼬시로 먹는 건 너무 어린 개체들입니다. 가자미도 살이 잘 오르고 크게 자란 개체가 맛있습니다.

 

 또한 넙치(광어)가 대량 양식되기 이전엔 기본적으로 넙치가 가자미보다 고급 어종 취급받았습니다. 그러니까 광어가 대부분의 가자미들보다 더 맛있는 생선입니다. 줄가자미, 노랑가자미, 범가자미는 예외로 넙치보다 맛있다고 합니다만 희귀어종들이고요. 회로 먹을 때는 넙치보다 맛있는 흰살생선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3) 회로 많이 먹는 통칭 우럭의 정식 명칭은 조피볼락입니다. 쏨뱅이목 양볼락과 볼락속으로 볼락 중 가장 대형 볼락이라고 알려져 있지요. 그러니까 볼락의 일종이란 말이지요.

 

 볼락 계열을 포함한 쏨뱅이목 생선들은 대체로 탕을 끓이면 맛있다고 알려져 있고, 실제 탕용으로 주로 먹는 생선이 많은데요. 꼼치(물메기), 양태(장대), 삼세기(삼식이) 등이 있습니다. 조피볼락 매운탕이 괜히 맛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조피볼락이라 그러면 어지간히 생선 잘 아는 사람이나 알고, 보통은 우럭이라 해야 알아듣습니다. 참고로 정식 명칭 우럭은 조개의 한 종류입니다. 그냥 우럭이라고 하면 다들 조피볼락을 떠올리니까 거의 우럭조개라고 부르는 것 같지만요.


 누루시볼락이라는 다른 어종도 우럭이라고 부르긴 하는데, 조피볼락과 구분해서 부를 때는 참우럭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우럭볼락'이라는 종도 있는데, 우럭볼락은 우럭이 아닙니다.

 


 

4) 참치회를 먹을 때... 다랑어별 또는 생선별 구분이 가능하고 맛을 아시는 분이야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이 일단 단적으로 품질을 알아볼 수 있는 기준이, 해동을 제대로 해서 내놓느냐입니다.

 

 제대로 된 참치집 참치는요. 해동이 되서 나옵니다. 모 고급 부페에서 설녹인 참다랑어를 내놓은 걸 경험해본 적이 있긴 합니다만. 일단 얼은 채 그대로 썰어 내놓는 참치회는 제대로 된 양품이 아니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냉동 다랑어 녹이는 법 아시는 분들은 익히 아시겠지만, 그것도 꽤 귀찮은 작업이고 잘 하려면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걸 안 한다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 아주 저렴한 참치집에 갔다가 어떤 내가 아는 종류의 다랑어도 새치도 아닌, 내가 알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꽝꽝 얼은 생선회를 한 접시 먹고 나온 경험도 있긴 합니다. 바다는 넓고, 나 역시 해양생물입니다만 내가 모르는 맛없는 생선은 많더라고요.

 

 주관적으로는 참치회로 취급되는 것들 중 회로 먹을 가치가 있는 건 참다랑어뿐입니다. 참다랑어 외의 다른 다랑어나 새치를 회로 먹는 것보다는 방어가 맛있습니다. 눈다랑어나 황새치 정도 되면 회로는 아주 맛있진 않아도 스시로는 괜찮게 먹을 만 한 것 같고요. 다른 다랑어나 새치 계열은 조리해 익혀서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생선회는 회로 먹을 때 맛있는 것만 회로 먹는 겁니다. 익혀 먹는 게 더 맛있으면 익혀 먹는 게 여러 모로 좋아요.

 


 

5) 내가 등푸른 생선횟감중에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건 참다랑어입니다. 그 다음은 방어. 그 다음은 밴댕이... 표준명으로는 반지입니다. 밴댕이(반지)회는 매우 맛있는 편인데, 등푸른 생선회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좋아할 거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안 드셔본 분이 많더라고요. 밴댕이(반지) 특성상 선어로만 유통되긴 합니다.

 

 내가 알기로 인천/강화지역에서 먹는 밴댕이반지입니다. 그런데 인천지역에서는 표준명 반지를 밴댕이로 부르고, 반지라는 이름은 알지도 못합니다. 호남쪽에서 밴댕이라 부르는 생선이 표준어 밴댕이고, 그건 반지와는 다른 생선이라고 합니다.

 

 말린 밴댕이는 디포리라 부릅니다그 국물 우리는 멸치 비슷한 것 말이지요지역에 따라서는 안 말린 밴댕이도 디포리라 부릅니다. 그런데 인천지역에서는 말린 반지를 디포리라 부릅니다. 인천쪽에서는 반지를 그냥 밴댕이라 생각한다는 겁니다.

 

 실제 밴댕이라 부르는 생선이 2종류다보니 지역에 따라 좀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인천/강화지역 토박이들은 밴댕이를 맛있는 횟감 생선으로 생각합니다. 선어로만 유통되는 특성 상 인천 토박이가 아니면 잘 먹지는 않지만요. 그런데 예전에 알던 호남 사람은, 밴댕이회는 서민 아저씨들이나 먹는 거고 인기가 없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왜 밴댕이회처럼 맛있는 게 푸대접받나 이해를 못했었는데, 알고 보니 사실 다른 생선을 밴댕이라 부르고 있는 거였습니다. 표준명 밴댕이는 회로 먹으면 별 맛이 없다고 합니다. 나는 먹어보지는 못했지만요.

 


 

6) 근래에는 우리나라에 쇠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가 인기를 끌게 된 건 일제 이후의 일로 알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엔 소를 농사에 써야 하니까 소를 못 잡아먹게 했는데, 사람들이 워낙 소고기를 좋아해서 소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잡아먹을 이유를 만들어서 잡아먹었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조선 조정은 돼지고기를 보급하려 했지만, 인기가 없어서 계속 실패했다고 합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싶은 게, 조선 시대엔 주로 소로 고깃국을 해 먹었을 텐데... 소고기로 국 끓이는 레시피에서 소 대신 돼지를 넣으면 그게 먹을 만한 게 될 수가 없거든요. 시대가 지나 왜간장(양조간장)으로 양념해서 구워 먹는 레시피가 보급된 후에야 돼지고기도 인기를 끌게 된 것 같습니다.

 




7) 한우가 비싼 원인 중 하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풀을 뜯도록 방목한 소고기의 냄새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데 있습니다. 수입 쇠고기, 특히 호주 쇠고기는 한우하고 냄새가 다르잖아요? 특유의 냄새가 있지요. 그게 품종 차이도 있습니다만, 소가 생풀을 뜯어 먹으면 고기에 그런 냄새가 생깁니다. 미국소도 공장식 축산이니 뭐니 욕은 먹지만 웬만하면 일단 풀어서 풀 뜯게 합니다. 가둬놓고 사료만 먹이니 뭐니 하지만, 소는 반추동물이라 곡물사료만 먹이면 건강에 이상 생기고 제대로 못 큽니다. 풀을 먹여야 해요. 사람도 섬유질 안 먹이고 백미나 백밀가루만 먹이면 탈나는데, 소는 더 금방 탈나요.

 

 그럼 한우는 어떻게 하느냐면, 건초 위주로 먹입니다. 생풀하고 달리 건초를 먹이면 고기에서 그 냄새가 잘 안 난다고 하거든요. 알팔파나 티모시 건초 같은 거 많이 먹이는데, 애완토끼 키워보신 분들은 뭔지 잘 알 겁니다. 그걸 소 체격 사이즈로 먹인다고 생각을 해 봐요.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볏짚도 먹입니다. 쇠죽 쒀서 먹이면 흡수율이 좋지요. 소도 좋아하고. 물론 다 돈입니다.

 

 그렇게 키워진 한우의 최대 장점은 냄새에 있습니다. 말고기 수준은 아니라도, 한우는 여느 쇠고기에 비하면 반추동물 고기 특유의 냄새가 매우 없는 편입니다. 이 특성은 후추 같은 걸 쓰지 않는 레시피에도 한우를 적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쇠고기미역국에는 한우를 쓰라고 나는 이야기합니다. 나는 후추를 매우 좋아하고 많이 먹습니다만, 미역국엔 후추를 치지 않아요. 미역국에 후추 치는 분은 얼마 없지요?

 


 

8) 고기 조리법의 발달은 고기 자체가 달라지면서 생긴 면도 많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일하던 소를 잡아먹었기 때문에, 고기가 많이 질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냄새도 났을 거고요. 그러니까 푹 끓여 먹는 방식이나 너비아니처럼 저미고 다지고 양념해서 굽는 방식이 발달했었지요.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고기를 기준으로 하면, 좋은 부위는 양념한 후 구워먹는 것보다는 그냥 구워먹는 게 더 맛있습니다. 양념 맛을 즐기고 싶으면 구운 후 찍어먹거나, 아니면 추가적인 조리과정을 거치는 게 낫고요. 양념은 수분이기 때문에, 양념한 고기는 구웠을 때 제대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고기 표면에 수분이 많으면 온도가 잘 안 올라가서 쪄지듯 구워진단 말이지요. 고기를 제대로 구우려면 고기 표면을 최대한 말려야 합니다. 그래서 양념한 고기는 그나마 석쇠에 구워야지 수분이 잘 날아가서 맛있게 구워지고요. 가능하면 양념된 고기 표면을 키친타올 등으로 잘 닦아준 후 구우면 좀 낫습니다.

 


 

9) 한우는 특유의 풍미 때문에 다른 소고기에 비해 핑크페퍼가 유독 어울립니다. 신선하면 블랙페퍼가 필요 없을 정도고요. 핑크페퍼를 사용한 쇠고기 요리를 할 때는 한우를 추천합니다. 핑크페퍼의 풍미는 사견으로는 블랙페퍼보다는 로즈마리에 가깝습니다.



 

10) 불고기를 만들 때, 한우는 육질이 부드러운 편입니다. 그래서 한우 양념은 배로 충분합니다. 배는 매우 약한 연육작용만 가지고 있고, 주로 맛을 내기 위해 넣는 것입니다.

 

 대조적으로 호주산 쇠고기 불고기감은 보통 고기맛 자체는 괜찮지만 질깁니다. 그러니까 더 강력한 양념 재료를 넣어 주는 게 좋습니다. 나는 키위를 추천합니다. 키위는 매우 강력한 연육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질긴 고기도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11) 알 만한 분들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만, 미역은 미역귀가 맛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미역엔 그게 별로 안 들어가요. 산모미역이라고 따로 파는 게 있는데, 그걸 사서 국을 끓여먹는 게 맛있습니다. 일반 미역하고 산모미역은 품질이 다릅니다.

 



12) 마른 김을 굽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김을 구울 때 두 장이 겹쳐진 접석쇠를 씁니다. 두 장의 석쇠 사이에 김을 한 장씩 넣고 구우면 쉽게 구울 수 있습니다.

 

 김을 굽는데 익숙하지 않으면, 김을 굽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불로 말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신선하고 잘 마른 햇돌김은 굳이 굽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맛이 좋은데요. 보관하다 보면 신선도도 떨어지고 습기도 차기 때문에 불로 다시 말려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조금 익숙해지면 취향이나 김 상태에 따라 굽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13) 우리나라에서 먹는 김의 상세한 종은 아주 다양합니다만, 대략 우리가 먹는 김에 들어가는 건 크게 대략 돌김, 참김, 파래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돌김은 김 조직 자체가 두껍습니다. 그래서 돌김은 마른김으로 떠서 만들 때 충분히 두껍게 만들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뻥뻥 구멍이 난 상태고, 그래도 두께가 두껍습니다. 돌김 품종도 여럿 있는데, 고급품종으로 만든 건 곱창()김으로 부릅니다. 상기하였듯 신선할 때는 굽지 않아도 맛있고, 살짝 구워서 밥을 싸 간장 양념으로 먹으면 참 맛있는 김입니다.

 

 참김은 돌김보다 얇고 부드럽습니다. 그래서 참김으로 뜬 김은 구멍이 없게 만들 수 있습니다. 참김만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김이 김밥김입니다. 김밥김은 구멍이 없도록 참김을 좀 두껍께 써서 만듭니다. 경험적으로는 김밥김을 써서 김밥을 만들어야 맛있는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시판하는 김밥에는 무조건 김밥김을 씁니다. 김밥김을 써야 옆구리가 잘 안 터지기 때문입니다. 주관적으로는 옆구리가 좀 터지더라도 맛이 더 나은 쪽이 좋습니다만.

 

 재래김은 주로 참김으로 만든다고 알고 있습니다. 김밥김과는 달리 약간 파래가 들어가고, 대체로 김밥김보다는 조금 얇습니다. 그냥 구워서 먹는 데는 돌김보다 적합하지 않고, 흔히 먹는 방식으로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굽는 쪽이 맛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재래김을 그냥 구워 먹는 분도 많고, 실제 한정식집 가면 재래김을 그냥 살짝 구워서 내놓는 것도 곧잘 봅니다. 그런데 그렇게 먹으려면 돌김이 압도적으로 맛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파래김은 파래 비율이 높은 겁니다. 얇고, 값이 싸지요. 나는 기름바르고 소금뿌린 김은 파래김을 선호하는데, 얇은 질감에 파래맛 많이 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파래김은 안 재우고 그냥 구워서 먹으면 정말로 맛이 없습니다. 무조건 재워야 합니다.

 

 그리고 고급 김에는 지주식으로 적혀 있는 게 있습니다. 김 재배법은 지주식과 부유식이 있는데, 지주식이 고급입니다.




 

14) 나는 참치김밥이나 새우튀김김밥을 좋아합니다. 캔참치와 김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참치에 중금속이 많다고 캔참치도 안 드시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금속이 많기 쉬운 건 크게 자란 참다랑어고, 캔참치에 쓰는 건 대체로 가다랑어입니다. 고급품에는 황다랑어도 씁니다만 그건 황다랑어참치라고 써있고요. 외국산에는 날개다랑어나 백다랑어도 씁니다만, 여하튼 시중의 참치캔 99%는 가다랑어입니다. 그리고 가다랑어는 그렇게 크게 자라는 어종이 아니고, 참다랑어만큼 상위포식자가 아니라서 별로 중금속이 많지 않습니다. 가다랑어의 사이즈는 삼치보다 조금 더 큰 정도입니다.

 


 

15) 굴비는 말린 조기를 의미합니다만, 근래 유통되는 냉동 굴비는 거의 말리지 않은 것들입니다. 요새는 말린 굴비를 통칭 보리굴비라고 하지요.

 

 제대로 만든 보리굴비는 강한 감칠맛과 숙성된 냄새를 가지는데, 주관적으로는 올드 하우다(고다)나 에쁘아스, 숌므 르 크르미에 같은 워시드 연성 치즈에 비견할 만한 맛입니다. 아주 맛있지요. 문제는 비싸다는 겁니다. 완전히 말린 굴비는 아무래도 살이 쪼그라드니까 큰 조기로 만들어야 하는데, 큰 조기는 원체 비싸기 때문입니다.

 


 

16) 꽃게는 봄 암게가 가장 맛있습니다. 초여름까지 암꽃게는 몸속에 알을 키우고 있는데, 알이 다 차고 나면 옆의 뾰족한 부분까지 알이 찹니다. 알이 다 찬 암게는 뒤집어 보면 붉은 빛이 돌지요.

 

 산란이 임박하면 암게는 알을 몸 바깥에 꺼내고 붙이고 다닙니다. 이를 포란꽃게라 하며, 잡아 파는 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꽃게는 621일부터 두 달간 금어기입니다. 먹어 보지는 못했는데, 포란꽃게는 어차피 잡아먹어도 별 맛이 없다고 합니다.

 

 꽃게는 4년 정도를 산다고 하는데, 나이가 먹을수록 커지고, 워낙 잡아 먹혀서인지 오래 산 큰 개체는 드뭅니다. 작은 개체가 많이 잡히고, 더 저렴하지요.

 

 간장 게장을 담글 때는 큰 게가 좋습니다. 꽃게 살은 간장게장을 담그면 맛은 좋지만 쉽게 녹아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믐때 잡힌 큰 꽃게를 담가 먹는 쪽이 먹을 게 많아 좋습니다. 꽃게는 통상적으로 보름에 살이 빠지고, 그믐에 살이 오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조적으로 양념 게무침을 하려면 작은 게가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꽃게는 껍질이 덜 단단해서 잘 잘리고 무쳐서 먹기 편한 편입니다. 저렴하기도 하고요.

 

 꽃게의 친척인 민꽃게(박하지)는 꽃게보다 저렴합니다. 게를 먹고 싶은데 꽃게는 비싸면 민꽃게를 먹으면 됩니다. 민꽃게는 껍질이 단단해서 게무침은 안 해먹고, 간장게장은 많이 해먹는데 꽃게에 비해 살이 잘 녹지 않는 건 장점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맛은 꽃게에 비해 별로 달지 않고 담백합니다. 대신 간장게장으로 만들었을 때 꽃게 대비 더 보존성이 좋고, 더 삭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민꽃게를 이로 깨 드실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치아 다 나갑니다. 껍질이 단단해서 붙은 이름 중 하나가 돌게입니다. 물론 꽃게를 드실 때도 치아를 적게 쓰시는 게 좋습니다.




17) 멍게는 상태가 좋은 건 굉장히 맛있습니다. 문제는 상태 좋은 멍게 먹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상태 좋은 멍게 못 드셔보신 분들은 멍게 자체를 별로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확률도 높다 생각합니다. 여러 모로 굴과 비슷한 면이 있지요. 생물학적으로는 아주 다른 종입니다만.

 

 멍게는 그래 보여도 척삭동물입니다. 척삭동물은 척추동물보다 살짝 큰 분류입니다. 척추의 원시적인 형태가 척삭이지요. 멍게는 어릴 때는 올챙이 비슷한 생물입니다. 뇌도 있고, 근육도 지느러미도 척삭도 있고. 그런데 성체가 되면 우리가 익히 아는 식물화된 멍게가 됩니다. 뇌까지 사라지지요. 사실 인류도 어릴 땐 엄청나게 뛰어다니는데, 다 크고 나면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사람이 많은 거 보면 유사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18) 굴은 산지 쪽에서 안 깐 것을 사면 정말 쌉니다. 게다가 엄청나게 맛있습니다. 바다에서 나오면 맛이 실시간으로 퇴화되는 굴 특성상 당연한 건데... 대도시로 오면 맛은 감퇴됨에도 가격은 몇 배나 올라갑니다.

 

 굴 나오는 지역 사람들은 그런 굴을 잔뜩 사다가 까서 냉동해 둡니다. 그리고 요리할 때 쓰지요. 굴전이나 굴떡국도 매우 맛있긴 합니다만, 가능한 신선할 때 생굴을 먹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19) 파래, 매생이, 김은 전으로 부쳐 먹으면 맛 자체는 그렇게까지 다르지 않습니다. 질감이 주로 다르지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김전은 마른김이 아닌 아직 말리기 전의 김, 통칭 물김을 전 부쳐 먹는 겁니다. 그런데 김은 전으로 부치면 맛은 괜찮지만 질감이 억세서 나는 별로고요. 매생이가 맛있긴 합니다만, 전으로 만들 거면 파래 대비 비싼 가격을 납득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결론은 파래로 전 부쳐 먹으면 맛있다는 겁니다.



 

20) 은갈치와 먹갈치는 같은 갈치입니다. 낚시로 잡으면 은갈치, 그물로 잡으면 먹갈치지요. 그런데 통상 먹갈치가 더 맛있고, 은갈치는 보기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은갈치는 제주쪽에서 잡고, 먹갈치는 전라도나 경상도 쪽에서 잡는데요. 서해 근해 쪽에서 잡는 갈치가 더 맛있다는 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21) 사골은 다리뼈입니다. 보통은 소의 사골을 사골이라 하지만, 사지상강에 속한 다른 동물들도 거의 다 있지요. 물론 뱀은 제외입니다.

 

 사골은 커다란 통뼈고, 안에 골수가 많이 차 있어서 가장 먹을 게 많은 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국물을 우립니다만, 프랑스 요리에는 구워서 작은 스푼으로 골수를 파먹는 것도 있습니다. Os à moelle이라는 요리지요.

 

 사견으로는 닭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사골입니다. 닭을 끓이는 요리가 맛있는 게, 닭뼈육수가 잘 우러나서 그렇습니다. 살 자체는 오버쿡을 피해 적절하게 익힌다면 굽는 게 더 맛있지만요.

 

 그런데 닭을 그냥 끓여서는 뼈 안의 조직이 어지간해선 충분히 우러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닭을 최대한 활용해 조리하려면, 소나 돼지고기를 다루듯 살을 발라서 따로 조리하고, 뼈는 따로 국물을 내야 합니다. 그렇지만 어지간히 익숙하지 않는 이상 닭을 직접 발골하는 건 상당히 귀찮습니다. 시장 닭집이나 정육 코너에서 생닭을 살 때 발골을 부탁할 수 있는데요. 뼈도 달라고 하면 안 버리고 줍니다. 생오리를 발골해 파는 곳에서는 닭도 발골해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닭뼈육수를 직접 만들어보면 꽤 오래 끓여야 합니다. 상당히 오래 끓인 후에도 뼈를 쪼개 골수를 파 먹어보면 먹을 게 있지요.

 

 여담인데 닭을 염지해 조리하면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닭도 어느 정도 맛을 낼 수 있긴 합니다만, 닭의 골수까지 어쩔 수는 없습니다. 닭의 윗 다리뼈를 쪼개 골수를 맛보면, 닭의 신선도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주관적으로는 직접 신선한 생닭으로 요리를 할 때가 아니면 골수는 손 안 대는 게 좋습니다.

 



 

22) 통닭구이는 잘 만들면 매우 맛있는 요리입니다. 그렇지만 닭의 특성상 오버쿡이 발생했을 때 옷이 없는 통닭구이는 워낙 맛이 떨어지는데다, 상태 나쁜 생닭을 쓰는 저렴한 노점 통닭이 일반적이다보니 음식 자체의 위상이 심히 낮은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육질 특성 상 닭은 오버쿡에 많이 약합니다. 그나마 다리, 날개살은 괜찮은 편이지만 가슴살은 엄청나게 뻑뻑해지지요. 이는 튀긴 치킨도 동일합니다. 튀김옷을 입혀 한 번에 적절하게 튀겨낸 치킨은 매우 맛있습니다만, 그렇게 맛있는 치킨을 먹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프라이드 치킨집에서는 초벌 이후 재벌튀김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그렇게 만들면 닭 살에서 수분이 많이 빠지기 때문에 맛이 많이 떨어집니다. 물론 아무리 맛있게 튀겨 놓은 치킨도 시간 지나면 수분이 날아가 맛이 없어집니다.

 

 그나마 튀긴 치킨은 오버쿡이 되더라도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덜 뻑뻑합니다만, 구운 닭은 맛이 심하게 없어집니다. 조각을 내서 굽는 숯불 닭 바베큐 같은 요리는 숙련자가 적절하게 구워 내기 때문에 대체로 문제가 없습니다만, 통닭구이는 서빙 시점에 오버쿡이 발생하기 매우 쉬운 편입니다. 적당하게 구워진 시점에 서빙을 할 수 있어야만 오버쿡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주문을 받은 후 굽기에는 너무 조리시간이 길고요.

 

 그렇기 때문에 통닭구이는 트럭보다는 가게를 차려서 하는 곳에서, 그리고 일정 이상 통닭 장사가 잘 되는 곳에서 사 먹는 게 맛있습니다. 회전율이 나쁘면 맛이 심하게 떨어지는 요리입니다. 직접 해먹기에는 오븐을 오래 써야 하니까 효율이 많이 안 나옵니다.




 

23) 대파는 보통 씨로 번식하고, 쪽파는 구근으로 번식합니다. 쪽파구근은 마늘처럼 생겼는데, 보통 구근을 먹지는 않고 키워서 쪽파를 먹습니다. 쪽파 구근은 맛없지는 않지만, 딱히 일부러 키워 먹을 정도로 맛있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파는 어린 대파입니다. 대파는 씨를 많이 파종한 후 솎아주기를 한 후 남긴 걸 키우는데, 이 솎은 대파가 실파입니다. 그러니까 쪽파와 실파를 구분하려면, 뿌리 쪽을 보면 됩니다. 쪽파는 구근식물이라 뿌리 쪽이 둥그스름하고 큽니다. 실파는 뿌리가 가늘고요.

 

 쪽파의 유명한 친척 중 하나로 염교(돼지파)가 있습니다. 그런데 염교라는 이름을 아는 분은 많지 않지요. 이 염교는 쪽파보다 구근이 좀 더 크게 자라는데, 구근을 주로 먹습니다. 절여서요. 일본식 염교 절임을 보통 부르는 이름이 락교입니다. 염교가 일본어로 랏쿄(ラッキョウ)거든요.



 염교는 지역에 따라 에샬롯으로도 불리며 셜롯과 혼동을 일으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둘은 생긴 것도 다르고 풍미도 다릅니다. 종종 구분 힘들게 생긴 사진도 보긴 합니다만... 단순히 품종 차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레시피에 셜롯 또는 에샬롯이 표기되어 있을 경우, 그것이 실제 셜롯인지 염교인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24) 음식점에서 김치를 먹다 유난히 시원하고 맛이 좋다고 느껴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보통은 그런 맛은 신화당/뉴슈가 등을 넣은 영향입니다. 사카린 기반의 감미료 상품명이지요. 삶아 파는 옥수수를 조리할 때도 뉴슈가를 곧잘 넣습니다. 사카린이 몸에 나쁘다는 주장은 딱히 근거가 없으니까, 건강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사카린 계열의 감미료는 김치가 익는 과정에 전반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유산균은 당을 먹고 산을 뱉는데, 사카린은 당이 아니기 때문에 유산균이 먹어도 산을 못 뱉습니다. 대조적으로 김치에 밀가루풀이나 쌀풀, 설탕 등을 넣으면 유산균이 먹고 산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사카린을 쓴 김치는 원리상 잘 시어지지 않습니다. 대조적으로 밀가루풀이나 설탕을 쓴 김치는 충분히 익힐 수 있고, 적절하게 익은 시점에서 충분한 탄산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잘 익어서 맛이 절정일 때의 포기김치가 내는 맛의 핵심요소는 탄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세한 이산화탄소 방울들이 김치 포기 사이사이에 있는 것이지요.

 

 



25) 소금은 호수소금이나 암염 계열이 고급품이고, 천일염은 하급품입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다음과 같이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천일염은 간수를 오래 뺀 소금일수록 고급이지요. 그리고 호수소금은 시간적으로 지질시대 단위로 간수를 뺀 천일염입니다. 호수소금, 돌소금도 처음에는 해수소금이었지요.

 

 비교적 저렴하게 호수소금과 비슷한 건 정제염입니다. 호수소금은 시간적으로 간수가 오래 빠진 거고, 정제염은 해수를 전기분해해 염화나트륨을 해수에서 분리해낸 겁니다.

 

 단점이라면 정제염은 엄청나게 짜다는 겁니다. 호수소금도 입자가 작은 건 많이 짭니다. 염화나트륨 비율이 높으니까요. 그러니까 고기를 고운 정제염에 그냥 찍거나 하면 너무 짜서 먹기가 좀 그래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음식할 때도 짠 정도를 감안해서 넣어야 간이 맞습니다.

 



 

26) 소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런저런 미네랄이 많아 천일염이 좋다는 이야기가 곧잘 나오는데, 염화나트륨이야말로 대표적인 미네랄입니다. 천일염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이고 그 다음으로 많은 성분이 염화마그네슘인데, 이 염화마그네슘이 간수의 주성분입니다. 맛이 쓴 성분이지요. 간수가 충분히 빠지지 않은 천일염으로 김치를 담그면 크게 망쳐버리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뢰성이 부족한 천일염으로 김장담그면 안 됩니다. 보통 김장을 아예 망쳤을 때의 주 원인은 간수가 덜 빠진 소금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천일염은 많은 경우 제법 불순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스타를 삶을 때 질이 좀 낮은 천일염으로 간을 하면 불순물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천일염을 한 번 씻고 녹여서 여과하고 재결정화한 것을 흔히 파는데, 그게 제재염입니다.

 

 물론 천일염이 꼭 나쁜 소금은 아닙니다. 고급 천일염도 있지요. 대표적으로 프랑스 게랑드의 플뢰르 드 셀이 있는데, 이건 뜬 천일염입니다염전에서 천일염이 생길 때는 우선 소금결정이 함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게랑드 플뢰르 드 셀은 이 결정이 가라앉기 전에 뜬 소금을 모아 만드는데, 일반 천일염 결정처럼 단단하지 않고 씹으면 큰 저항 없이 씹힙니다. 그 질감 때문에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게 되지요.

 

 단순히 맛 때문에 천일염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천일염은 해수에서 나온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소금이기 때문에, 해수에서 비롯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네랄 맛이라는 식으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실제로는 플랑크톤 등에서 비롯된 아미노산 맛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극대화된 소금은 따로 있습니다. 자염입니다.

 

 자염은 조선시대까지 먹던 진짜 우리나라 전통 소금입니다. 천일염은 일제 시절 무렵 들어온 거고요. 이 방식은 갯벌에 임시 염전 같은 걸 만들어서 해수를 농축시킨 후, 그 해수를 머금은 개흙을 퍼서, 개흙에서 여과장치를 이용해 함수를 추출한 다음, 함수를 솥에 넣고 끓여 소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으로 만든 자염에는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천연 맛소금이라 할 수 있지요. 물론 자염도 해수소금이라 염화마그네슘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만큼, 보존해서 염화마그네슘을 빼면 더 맛있어지긴 하는데 이건 잘 알려지진 않은 것 같고요. 좀 비싼 게 단점입니다.

 

 여담인데 천일염은 구워도 염화마그네슘 같은 간수 성분이 빠지지는 않습니다. 주로 날아가는 건 아황산가스와 탄산가스, 그리고 수분입니다.

 


 

27) 중국에서는 만두를 크게 속이 없는 만터우, 피가 두꺼운 찐빵 같은 포자(파오쯔), 그리고 피가 얇은 교자(자오쯔), 교자보다 피가 얇고 꽃 모양으로 빚는 사오마이(슈마이), 길게 마는 춘쥐안(춘권) 등으로 나눕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만들어 먹는 만두는 교자인데, 일본에서도 교자는 교자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자를 만두라 부르고, 포자는 보통 왕만두라 부르지요.

 

 근래 우리나라의 만두 유행은 사오마이처럼 피가 얇아지는 방향으로 보입니다. 교자라 해야 할지 사오마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오마이(슈마이)라 하면 남부 중국식 소가 들어간 것만 의미하니까, 구분할 이름이 없는 상황입니다.

 

 가정식 만두에서는 반대로 좀 두꺼운 피가 선호되기도 합니다. 포자와 교자의 중간 형태라 할 수 있는데, 교자라기에는 피가 두껍고 살짝 반죽이 숙성도 진행되었지만 포자처럼 아예 빵 같지는 않은 정도 말이지요. 얇은 수제비 정도의 피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경험적으로 피가 두꺼운 만두는 튀겨 먹으면 맛있습니다. 당면만두도 딮프라잉 쪽이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28) 세계적으로는 인기가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인기가 없어서 이젠 먹기도 힘들어진 음식이 피쉬버거입니다. 유사품인 생선까스도 인기가 별로 없는 편이지요. 물론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합니다. 나는 생선까스를 좋아하는 편인데, 일식 스타일 돈까스보다 생선까스를 좋아합니다. 생선까스보다 경양식 돈까스를 더 좋아합니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선을 안 먹는 편은 아니고, 튀김도 좋아하는데 묘하게 튀긴 생선 요리는 선호가 없는 편입니다. 학교나 군대 등에서 맛없는 생선튀김이 많이 나오는 탓일까요. 생선 요리가 다 그렇듯, 생선튀김도 좋은 생선으로 잘 튀길 수록 맛있습니다.

 


 

29) 가지는, 흐물하게 나물 만든 걸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지나물만 먹어보고 가지를 안 좋아하다가 나중에 가지튀김을 먹어 보고 놀라워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나는 가지나물은 좋아하는 편인데, 그건 너무 푹 익히면 맛이 없고, 익힌 정도를 잘 조절해서 만들자마자 먹어야 맛있습니다. 만들자마자 안 먹고 냉장고에 들어가는 순간 맛이 많이 떨어지고요.

 

 가지 자체는 옷을 입혀 전 부쳐 먹건, 옷을 입혀 튀기건, 아니면 그냥 잘라서 기름을 충분히 이용해 잘 구워 먹건 맛이 좋습니다. 왜 맛있게 만들기 어려운 가지나물이 일반 레시피가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주관적으로는 튀겼을 때 가장 맛있는 채소 후보로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0) 외국에선 거의 안 먹는데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식재료로 먹장어(꼼장어)와 골뱅이가 있습니다. 먹장어는 생긴 걸 보면 못 먹게 생겼으니까 그럴 만 한데, 골뱅이는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 소비의 90% 정도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골뱅이라고 먹는 건 사실 꽤 다양한 종류의 조개라고 합니다. @모양으로 생긴 건 다 골뱅이라 하니까, 맛있는 고급 골뱅이 종과 맛없는 저급 골뱅이 종을 그냥 다 골뱅이라 하고 있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주관적으로는 달팽이(에스카르고)와 골뱅이 맛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해양생물이냐 육지생물이냐 정도의 맛 차이인 것 같습니다. 달팽이가 좀 더 부드럽고, 골뱅이가 좀 더 단단합니다.

'식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4  (33) 2020.10.14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3  (63) 2020.10.05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1  (83) 2020.08.28
커피 생두 가공법  (27) 2020.07.05
두서없는 커피 이야기  (32) 2020.05.13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1

식이 2020. 8. 28. 05:38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We3KG0lem54

 

 

 사견이고, 오류 가능성 있으며, 생각날 때마다 30개 정도씩 이야기할까 합니다.

 



1) 근래 한정식집이 문을 닫는 걸 많이 봅니다. 특히 가격대가 좀 있는 곳들, 다이닝에 가까운 곳이 그러한데, 한정식을 꽤 좋아하는 나로서는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독립적인 건물을 가진 가든형 한정식집은 김영란법에 타격을 크게 입었었는데, 올해 들어 COVID-19까지 터지면서 견딜 수 없는 곳이 많아진 걸로 보입니다.


 

2) 한식을 먹으러 다니다보면 가장 유감스러운 건 역시나 밥입니다. 근래 곧잘 하는 한정식집은 창의적인 음식을 곧잘 만들고, 맛도 좋아서 만족스럽습니다만 밥만큼은 일정 수준 이상인 곳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신경을 제법 쓴 곳들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추청같은 개발된 지 오래 된 품종 쌀을 쓰면 밥이 맛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3) 드물게 밥이 맛있다고 인정하는 식당 중 하나는 흥미롭게도 저렴한 무한리필 고깃집이었습니다. 밥도 인당 1공기를 시키면 무한리필을 해 주는데, 밥이 쓸데없이 맛있다보니 고기보다 밥을 많이 먹게 되는 곳이었지요.




4) 한식은 여러 모로 발전 중이긴 합니다만, 결정적인 단점을 꼽자면 맛의 세밀함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프랑스 요리나 이탈리아 요리에 셜롯 써야 할 때 양파 쓰면 맛이 망가지는데요. 한식에는 셜롯 쓸 일이 없습니다. 셜롯과 양파의 맛 차이를 반영할 만한 요리가 실질적으로 없어서입니다. 이게 한식이 양식보다 맛없다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림으로 치면 양식이 더 가늘고 세밀한 선을 사용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지요.



5) 근래 한우가 육종이 이상해서인지 키우는 게 이상해서인지, 한우 위주로 소고기를 학습하신 분들은 쇠고기를 좀 이상하게 이해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쇠고기의 일반적인 특성이 등급 높은 한우에서는 잘 발현이 안 되서 그런데요. 일단 기본적으로 채끝은 아래등심보다 질이 낮은 고기로 취급됩니다. 아래등심은 채끝에서 멀고 꽃등심에 가까운 부위일수록, 새우살이 크게 붙어있을수록 고급부위고요. 그런데 요새 한우는 채끝이 같은 등급의 등심보다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채끝은 원래 기름이 없는 부위인데, 등급이 높은 한우는 부채나 채끝처럼 기름이 원래 없는 부위도 근내지방이 많이 껴서 강렬한 쇠기름 풍미를 가지는 부위가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6) 경험적으로 한우의 품질은 편차가 매우 크고, 육안으로 잘 고르는 게 거의 불가능하며, 조리난이도도 매우 높습니다. 맛있어 보인다고 맛있지가 않아요. 신뢰할 만한 공급처 또는 판매처에서 구매하는 게 좋은 것 같고, 스테이크용으로는 어떻게 실험해 봐도 가성비가 안 나옵니다.




7) 주관적으로 한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육사시미를 타다키해먹는 겁니다. 육사시미 및 육회용을 제외하고 맛있는 부위라면 역시나 꽃갈비일까요. 나는 아래등심의 알등심이나 채끝에 마블링이 가득한 건, 심지어 안심까지 지방이 끼어있는 건 아무리 먹어봐도 이상하고 가격대비 충분히 뛰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런 계열이라면 꽃갈비가 최고라고 생각하네요.

 

8) 세상에서 가장 이해 못하는 조리법 중 하나는 등급이 높은 한우 국거리를 사서 국을 끓인 후, 뜨는 기름을 건져 버리는 겁니다. 한우 등급은 맛하고 상관이 없어요. 기름 많은 게 등급이 높습니다.

 

9) 어지간한 요리에는 한우 안 써도 되는데, 한우 써야 하는 요리를 딱 하나 꼽자면 미역국입니다. 미역국엔 기름이 적은 한우를 쓰는 게 최고입니다. 국거리라고 파는 게 기름이 많으면, 육회용이나 육사시미용 고기를 찾으면 됩니다.

 



10)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회는 광어회입니다. 광어(넙치)는 주관적으로 내가 아는 생선 중 회로 먹을 때 최고 수준의 맛을 가진 생선입니다만, 별로 맛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광어는 특성 상 날이 추울수록 맛있고 더워지면 맛이 없습니다. 그런데 회는 찬음식이기 때문에, 하절기에 생선회를 드시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문제는 여름 광어는 겨울 광어에 비하면 맛이 정말 없어요. 물론 쌈싸먹으면 광어회는 아무 맛도 없습니다.



 

11) 쌀은 차지고 부드럽고 맛있는 쌀일수록 볶음밥이 안 됩니다. 찹쌀로는 볶음밥을 만들지 않아요. 그래서 백반과 볶음밥에 적합한 쌀 품종은 각기 따로 있습니다. 볶음밥용 품종으로 많이 재배되고 팔리는 품종이 신동진입니다. 별로 맛은 없어요. 볶음밥엔 좋지만. 전천후로 쓰기 좋은 품종을 하나 꼽자면 오대고요.

 



12) 양념치킨은 한식입니다. 한식으로 취급되지 않을 뿐. 한국식 토핑 많은 피자도 한식입니다. 한식으로 취급되지 않을 뿐. 자장면, 짬뽕도 당연히 한식입니다. 중식으로 아예 법적으로 정해놨지만요.

 



13) 서구에서 돼지고기 부위 중 가장 비싼 건 뒷다리입니다. 햄을 만드는 부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선 가장 싼 부위지요.

 



14) 삼겹살이 한식이냐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곤 하는데, 분명한 건 삼겹살을 쌈싸먹으면 그건 한식이라는 겁니다. 쌈용 상추는 다른 나라에선 안 먹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게 쌈용 상추랑 깻잎입니다.

 



15) 우리나라에서는 무가 흔하니까 보통 다른 나라에서도 무를 많이 먹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세계에서 우리가 먹는 길고 하얀 무를 먹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 헤븐조선, 북조선, 일본만 그런 무를 먹고요. 중국 일부지역에서도 먹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아시아 외의 지역에서는 무보다 순무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아는데, 순무하고 무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식물입니다. 순무는 무가 아닌 배추와 같은 식물 종이고 다른 품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순무를 즐겨 먹는 지역은 강화, 김포, 계양 일대 정도입니다. 순무김치는 매우 맛있으니까 꼭 드셔보시길



 

16) 1950년대만 해도 우리가 현대에 흔히 먹는 대형 결구배추는 우리나라에서 먹지 않았습니다. 얼갈이에 가까운 걸 주로 먹었지요. 대형 결구배추로 담그는 포기김치는 근대화 과정에서 개발된 한식입니다. 우리가 먹는 형태의 배추는 우장춘 박사가 개량했지요. 여담인데 청경채도 배추입니다. 품종이 다른 소형 배추지요. 알타리도 무인 것과 비슷합니다.



 

17) 찐 호박잎으로 쌈싸먹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있을 텐데, 단호박잎은 드셔보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맛이 없습니다. 생긴 건 거의 구분이 안 가는데 맛은 매우 차이납니다. 주키니로 호박전 해먹는 게 더 나을 수준입니다.




18) 양배추는 배추하고 닮아서 그렇게 부르는 거지, 배추하고는 다른 식물입니다. 배추하고 같은 식물은 순무, 청경채(청경채는 생긴 것도 그냥 미니 배추인데 사람들이 배추라 생각을 잘 못합니다.), 다채(비타민) 등이고요. 양배추는 브로콜리, 컬리플라워, 케일, 콜라비와 동일 식물입니다. 그러니까 대형 결구배추값 비싸지면 양배추로 김치 담글 게 아니고, 일단 청경채로 담그면 됩니다.



 

19)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식물 중 종류가 나름대로 복잡해서 파악이 어려운 것 중 하나가 갓입니다. 갓의 씨앗이 겨자인데, 식물 자체를 겨자라고 부를 때도 많지요. 갓은 들깨와 함께 텃밭에서 야생으로 곧잘 자라는데, 잎과 종자 모두를 많이 이용한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굳이 갓김치를 먹지 않아도 적갓을 갈아 김장 양념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 주로 된장국을 끓여 먹는 근대와 비트는 같은 식물입니다. 잎을 주로 먹는 품종을 근대라 부르고, 뿌리를 먹는 품종은 비트라 부르지요. 비트 중 유독 달콤한 건 설탕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슈거비트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선 사탕무라는 역어로 주로 부릅니다만 사실 무가 아니라 비트입니다

 



21) 우리나라에서 주로 키우는 콩은 대략 다음과 같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완두, 강낭콩, 대두, , 동부, 녹두, 땅콩. 이 중 팥, 동부, 녹두는 비슷하게 생겼고 야생의 것은 때때로 구분하기도 힘든데 뭉뚱그려 부르는 이름이 없습니다. 작은 콩들이지만 소두라고 부르면 팥을 의미하고요. 대두는 영어 Soy인데 종류가 다양합니다. 백태, 흑태, 서리태, 서목태(쥐눈이콩), 오리알태, 청태 등이 있지요. 두부, 두유, 메주, 간장, 된장, 청국장 등을 만드는 건 이 대두 계열입니다.


 완두는 옥수수와 특성이 꽤 비슷합니다. 잘 말려서 보존하면 오래 보존되긴 하는데, 그렇게 하면 맛이 전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 맛도 없는 무미(無味)가 되지요. 다 영글어도 맛이 없고요. 조금 덜 익어서 아직 풋풋한 걸 수확하자마자 해 먹어야 제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옥수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옥수수가 적절한 시각에 수확되어 최고의 상태일 때 갓 쪄 먹을 경우, 일반적으로 옥수수라 부르는 것과 얼마나 다른 맛을 내는지 알고 계실 겁니다. 햇옥수수 택배연착은 죄악입니다. 농담이 아니고 연착된 옥수수는, 개념 있는 판매자는 환불해줍니다. 그런데 완두도 그렇습니다. 주관적으로는 맛의 감소정도건 감소속도건 옥수수보다 더합니다. 완두의 맛은 본체에서 떨어지는 순간 실시간으로 사라집니다. 맛을 조금이라도 보존하려면 마르기 전에 얼리는 게 최선이고, 마른 완두는 완두의 형태와 영양소만이 남아있을 뿐 맛이라고는 남아있지 않은 것이 되지요.

 

 강낭콩도 마르면 맛없는 건 완두와 비슷합니다. 그나마 완두 수준으로 맛이 빠르게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지만, 제대로 맛있는 걸 먹으려면 마른 강낭콩은 쳐다도 안 보는 게 좋습니다. 강낭콩 철일 때 재래시장에 가면 아직 안 말린 강낭콩을 파는데요. 그걸 사서 얼려야 합니다. 울타리콩, 호랑이콩 같은 건 강낭콩의 일종입니다. 과자류에 들어가는 백앙금은 보통 강낭콩 앙금입니다. 팥이 아니에요.

 

 동부는 생긴 건 팥, 녹두와 거의 같습니다. 팥처럼 생긴 게 팥색이면 팥이고, 녹색이면 녹두고, 희거나 검거나 하면 동부입니다. 동부는 묵을 많이 만드는데, 시중의 백색 묵은 대체로 청포묵이 아니라 동부묵입니다. 청포묵은 녹두로 만드는 건데, 녹두보단 동부가 싸기 때문에 가까운 친척인 동부를 주로 씁니다.

 

 대두 중 오리알태는 크기가 좀 작습니다. 그래서 콩나물을 주로 만듭니다. 일반적인 대두인 백태로 콩나물을 만들면, 일반 콩나물보다 큰 찜용 콩나물이 됩니다. 아구찜에 쓰는 그거요.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숙주나물은 녹두로 만드는데, 조선시대때는 팥으로 만든 팥나물도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숙주나물이 제일 고급이고 그 다음이 팥나물. 콩나물은 하급품이었다나요. 그런데 어쩌다보니 팥나물은 안 먹게 되고 숙주나물보다 콩나물을 많이 먹게 되었습니다. 한국인들이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을 즐기게 된 게 주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견으로 대두 중 맛있는 콩은 서리태와 청태입니다.

 

 땅콩은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데 콩의 일종입니다. 맛이 다른 콩들하고 좀 다르고, 콩깍지가 땅 속에서 열리긴 하지요. 가장 맛있는 콩을 하나만 꼽자면 땅콩을 꼽겠습니다. 주관적으로 갓 수확한 완두가 땅콩보다 맛있긴 합니다만, 그 맛은 몇 시간 못 가고요.



 

22) 족발을 드실 때 흔히 미니족발로 불리는 발 부위보다 살이 많은 부위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껍질이 붙은 앞다리살이나 뒷다리살을 수육해 드시는 게 가격대비 저렴합니다. 나는 돼지고기 앞다리살은 삶아 먹기에 최적의 부위라 생각하며, 족발과 유사한 맛을 내고 싶으면 삶는 양념을 조절하면 됩니다. 사태도 다리살이기 때문에 (다리살과 발 사이의 근육 부위) 사태를 쓰는 것도 좋은데, 껍질이 붙은 사태는 구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만일 다리살 수육과 족발 살 부위의 맛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삶는 양념의 차이에서 주로 기인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족발을 삶을 때는 수육과 달리 간장, 콜라, 한약(쌍화탕), 설탕, 올리고당, 물엿 등이 들어갑니다.

 



23) 돼지수육(보쌈)은 어느 때서부터인가 다리살도 목살도 아닌 삼겹살을 삶는 게 일반화되었는데, 삶은 삼겹살이 나름대로 맛있긴 하고, 과도한 지방도 줄여 먹을 수 있는 방법이긴 합니다만, 굳이 삼겹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는 요리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24) 돼지 목살은 돼지의 품종이나 상태 등에 따라 마블링이 많이 차이 납니다. 나는 마블링이 좋은 돼지 목살을 좋아하는데, 마블링이 좋은 돼지 목살과 마블링이 거의 없고 살코기 위주인 목살은 이름이 같을 뿐 특성은 매우 다른 고기가 됩니다.



 

25) 경남 지방에서 주로 먹지만 수도권에서는 거의 존재감조차 없는 방아잎의 정식 명칭은 배초향입니다. 약재로도 쓰는데, 약재명은 곽향입니다. 물약 소화제 성분 보시면 곽향이라는 약재명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주관적으로 배초향은 회향(펜넬/산미나리)과 풍미의 유사성이 있습니다. 아니스, 스타아니스(팔각), 딜 시드, 쿠민과도 유사성이 있고요. 그러니까 미나리과 스파이스와 비슷한 풍미인데, 특이한 건 배초향은 꿀풀과 허브라는 겁니다.

 



26) 참깨와 들깨는 둘 다 깨로 불리긴 합니다만, 그다지 가까운 식물이 아닙니다. 참깨는 꿀풀목 참깨과 참깨속이고, 들깨는 꿀풀목 꿀풀과 들깨속입니다. 과 수준에서 다르지요. 참깨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먹지만 들깨는 아닙니다. 특히 들깻잎은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먹는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깻잎은 참깨가 아닌 들깨의 잎입니다.

 

 들깨는 이름답게 야생화가 잘 되고, 텃밭이 있으면 굳이 심지 않아도 야생들깨가 곧잘 자라나는데요. 야생들깨는 일반 들깨보다 잎이 억세고, 향은 강하며, 씨앗인 들깨는 매우 작고 기름기가 별로 없습니다. 향이 강하기 때문에 깻잎향을 좋아하는 분들은 선호할 수 있습니다만, 재배 깻잎보다 질기고 억세기 때문에 사용용도가 다소 제한됩니다.

 



27) 다니다 보면 깻잎하고 생긴 건 똑같은데 깻잎보다 작은 식물을 볼 수 있는데요. 소엽(차즈기/차조기)입니다청색인 것과 자색인 게 있는데, 자색인 건 자소엽이라 부르고 청색인 건 청소엽입니다. 소엽은 생긴 건 깻잎하고 비슷하지만 깻잎처럼 강한 풍미를 가지지는 않고, 나름대로 특유의 풍미는 있습니다. 식물 종으로 보면 들깨와 같은 종이고, 품종이 다른 것이라 하고요. 경험적으로는 야생에서 들깨보다도 잘 자라고요. 일본에서는 깻잎이 아니라 이 소엽을 주로 먹는데, 스시를 만들어먹으면 어울리는 맛입니다. 대조적으로 한식에는 소엽을 주로 쓸 만한 요리가 없습니다. 한식 스타일로 먹고 싶으면 옷을 입혀 튀김을 하는 게 무난합니다. 깻잎튀김도 맛있잖습니까.

 



28) 상추는 색에 의한 구분과 품종에 의한 구분이 있습니다. 주로 재배하고 시판되는 종류는 축면, 치마, 담배, 생채, (결구), 오크, 로메인 정도입니다. 이 중 축면상추와 오크상추, 로메인상추는 적/청 바리에이션이 있고, 치마상추는 적/청에 더해 흑색 바리에이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잎상추는 축면상추와 치마상추입니다. 이 둘을 의식해서 구분하는 분은 드문데, 통상적으로 축면상추는 적축면이 유통되고 치마상추는 청치마가 많이 유통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적상추라 하면 축면상추를 떠올리고, 청상추라 하면 청치마를 떠올리기도 합니다만 실제로는 청축면도 있고 적치마도 있습니다.

 

 축면상추는 포기째 수확하며 잎에 굴곡이 많습니다. 가장 흔하며 야들야들하며 부드러운 식감입니다. 치마상추는 보다 아삭하며, 잎에 굴곡이 적습니다. 담배상추는 치마상추보다 잎이 매끄럽고 다소 배추를 닮았습니다.

 

 오크상추는 잎이 가늘고 말 그대로 오크나무 잎을 닮았습니다. 맛이 좋은 상추인데, 잎 면적이 좁은 게 유일한 단점입니다. 생채상추는 양상추와 흡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결구가 되지는 않고, 양상추보다는 얇습니다. 아삭이상추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결구형 양상추는 다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샐러드나 햄버거/샌드위치용으로 주로 씁니다만, 일반 상추처럼 쌈용으로 써도 좋습니다. 특히 좀 두께가 있는 돼지고기수육에 잘 어울립니다. 로메인은 샌드위치용으로 주로 씁니다.


 모든 식물이 그렇지만 상추의 색도 맛과 연관이 있습니다. 상추의 붉은색은 안토시아닌인데, 안토시아닌의 맛은 쓰고 떫습니다. 그러니까 청상추보다는 적상추가, 적상추보다는 흑상추가 더 쓴맛이 나고, 전반적으로 강한 상추 풍미를 가집니다. 그래서 주관적으로는 생오리처럼 좀 풍미가 있는 고기를 먹을 때 흑상추처럼 강한 상추가 어울립니다.




29) 식문화의 발달은 거주양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조선은 주로 흙으로 지은 집에 살면서 구들장까지 이용했기 때문에, 불과 솥을 사용한 음식이 발달했습니다. 화재위험이 적으니까 불을 마음껏 쓸 수는 있었는데, 무쇠가마솥 외의 조리도구가 발달하지는 않았었지요. 아직도 한식은 그 영향이 크게 남아있습니다. 중국은 석탄을 일찍부터 사용했는데, 숯에 비해 화력이 강한 석탄을 사용했기 때문에 강한 화력에 볶는 요리가 발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목조건축물이 밀집해 있는 구조로 도시가 일찍 발달하면서 불 사용이 덜 적극적이고, 날도 덥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식혀 먹는 음식이나 날음식이 발달했다는 쪽으로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30) 송어와 숭어를 혼동하는 분들이 어쩔 수 없이 많은데, 송어는 연어의 일종입니다. 그래서 살 색깔도 연어 색깔이고, 맛도 연어 맛입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연어송어는 다른 종이긴 하니까 약간 차이는 나지만요. 숭어는 잉어처럼 몸이 길쭉한 생선인데, 바다 생선이지만 담수에도 강해서 강 중하류까지 올라오기도 합니다. 저렴한 편인 흰살생선이지요. 여담으로 슈베르트의 가곡은 숭어로 알려졌습니다만, ‘송어가 맞습니다. 숭어도 강에 올라오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강에서 뛰는 건 송어입니다.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우리나라 내륙지방에서는 송어를 많이 먹습니다.


 (본문은 댓글 피드백을 반영하여 부분 수정하였습니다.)

양념치킨 한식 논란에 대하여

식이 2015. 10. 25. 19:20 Posted by 해양장미

 양념치킨이 한식이다, 아니라는 논란이 며칠 전 화제가 되었었는데요. 사실 이건 논란거리도 아닙니다. 양념치킨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식이고 이를 한식이 아니라고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논란거리가 되는 건 통상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식의 범주 이미지가 협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글로벌 기준에서의 한식과, 한국인들이 메뉴 고를 때 생각하는 한식은 다를 수밖에 없단 말이지요.

 

 여담이지만 중식이건 경양식이건 일식이건 한국에서 먹는 건 글로벌 기준에서 거의 한식입니다. 현지화가 많이 되었고, 특유의 개성을 가지는데다 외국에서는 거의 안 먹는 타입이기 때문입니다. 짜장면, 짬뽕, 한국식 우동, 한국식 돈까스, 한국식 생선/해물회 등은 모두 한식입니다. 편의상, 그리고 마케팅을 위해 각각을 중식이니 양식이니 일식이니 하고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아함이 있을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일단 우리가 먹는 95%이상의 한식은 조선 말 무렵만 해도 안 먹고 못 먹던 겁니다. 그 땐 먹을 것도 그리 다양하지 않았고, 뭔가 잘 해 먹고 살 만한 부유함도 없었습니다. 그 무렵 왕가나 세도가에서 먹던 것도 현재엔 (일부러 재현하지 않는 한) 형태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닭도리탕이나 너비아니만 해도 옛날 왕가의 레시피와 현대 레시피는 완전히 다릅니다. 현대엔 옛날식 레시피를 쓸 이유가 없어요. 과거 레시피들은 그 시대엔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했던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치킨의 조리법이 딮프라잉이라 한식이 아니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튀김은 원래 어느 국가건 현대 이전엔 평범하게 할 만한 조리법이 아니었습니다. 식품화학 공정이 발전하기 이전 전통적 착유법 및 작물 재배법으로는 딮프라잉을 할 만한 충분한 식물유를 확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본래 한반도에서 사용하던 식용유는 참기름과 들기름, 그리고 동물성 기름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전은 라드로 부쳤었고, 튀김은 참/들기름으로 했었습니다. 현대에도 참기름 부어서 딮프라잉 하긴 힘들지요? 옛날엔 더 힘들었습니다. 유럽에서 그나마 일찍 튀김 요리가 발달한 건 (같은 재배면적에서 상대적으로 기름이 많이 나오는) 올리브가 자라서였다고 할 수 있고요. 그래도 튀김 해먹기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식용유는 대부분 식품화학 공정의 발전으로 출시될 수 있었던 거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현대에 들어 튀김 요리가 발달하게 된 것입니다. 식용유만 확보되면 누구나 튀김을 해먹습니다. 튀김은 만인이 좋아하는 맛이고 대량 조리도 쉬우니까요. 닭은 세계적인 가금이기 때문에, 누가 안 가르쳐줘도 식용유만 생기면 사람들은 조만간 프라이드 치킨을 만들게 되어 있습니다.

 

 역사적인 면에서도 양념치킨은 다른 한식들과 그리 큰 시대적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양념치킨은 맥시칸 또는 페리카나에서 처음 개발되었으며 (서로 각자가 개발했다 주장 중입니다. 맥시칸을 멕시칸, 멕시카나와 혼동 금지. 세 브랜드는 모두 실존하는 다른 브랜드입니다.) 페리카나 쪽 썰을 따르자면 개발년도는 1981년입니다. 오래 안 된 것 같지요? 그런데 캔참치김치찌개나 찜닭도 1980년대에 개발되었습니다. 모두가 잘 아실 동원참치 살코기 캔이 처음 나온 게 1982년입니다. 그 전엔 참치김치찌개라는 요리가 없었다는 겁니다. 안동찜닭 역시 1980년대 안동구시장 닭골목에서 개발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춘천닭갈비는? , 채소, 사리와 볶는 현재의 형태는 80년대 후반부터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양념치킨은 상대적으로 오래 된 한식에 속한다는 겁니다. 원래 음식문화라는 게 자본이 좀 있어야 발달합니다.

 

 사실 양념치킨을 한식으로 인정하는 게 나름대로 의미 있는 면도 있습니다. 한국은 선진국이 된 지 얼마 안 되는 나라고, 근래 요리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보면 이제 한식도 본격적으로 발전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 한식의 범주를 보다 포괄적이고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게 좋습니다. 어쨌든 문화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식탁을 만들려면 많은 시도가 필요한 법인데, 보수적이고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문화에서는 창의적인 무언가가 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만큼 다양한 식재료를 먹는 민족도 드뭅니다. 그런 만큼 한식의 발전 가능성은 높습니다. 이미 35년 역사를 지닌 양념치킨 정도는 전통한식으로 포용하고 나갈 필요가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