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통닭'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10.25 양념치킨 한식 논란에 대하여 33

양념치킨 한식 논란에 대하여

식이 2015. 10. 25. 19:20 Posted by 해양장미

 양념치킨이 한식이다, 아니라는 논란이 며칠 전 화제가 되었었는데요. 사실 이건 논란거리도 아닙니다. 양념치킨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식이고 이를 한식이 아니라고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논란거리가 되는 건 통상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식의 범주 이미지가 협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글로벌 기준에서의 한식과, 한국인들이 메뉴 고를 때 생각하는 한식은 다를 수밖에 없단 말이지요.

 

 여담이지만 중식이건 경양식이건 일식이건 한국에서 먹는 건 글로벌 기준에서 거의 한식입니다. 현지화가 많이 되었고, 특유의 개성을 가지는데다 외국에서는 거의 안 먹는 타입이기 때문입니다. 짜장면, 짬뽕, 한국식 우동, 한국식 돈까스, 한국식 생선/해물회 등은 모두 한식입니다. 편의상, 그리고 마케팅을 위해 각각을 중식이니 양식이니 일식이니 하고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아함이 있을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일단 우리가 먹는 95%이상의 한식은 조선 말 무렵만 해도 안 먹고 못 먹던 겁니다. 그 땐 먹을 것도 그리 다양하지 않았고, 뭔가 잘 해 먹고 살 만한 부유함도 없었습니다. 그 무렵 왕가나 세도가에서 먹던 것도 현재엔 (일부러 재현하지 않는 한) 형태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닭도리탕이나 너비아니만 해도 옛날 왕가의 레시피와 현대 레시피는 완전히 다릅니다. 현대엔 옛날식 레시피를 쓸 이유가 없어요. 과거 레시피들은 그 시대엔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했던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치킨의 조리법이 딮프라잉이라 한식이 아니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튀김은 원래 어느 국가건 현대 이전엔 평범하게 할 만한 조리법이 아니었습니다. 식품화학 공정이 발전하기 이전 전통적 착유법 및 작물 재배법으로는 딮프라잉을 할 만한 충분한 식물유를 확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본래 한반도에서 사용하던 식용유는 참기름과 들기름, 그리고 동물성 기름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전은 라드로 부쳤었고, 튀김은 참/들기름으로 했었습니다. 현대에도 참기름 부어서 딮프라잉 하긴 힘들지요? 옛날엔 더 힘들었습니다. 유럽에서 그나마 일찍 튀김 요리가 발달한 건 (같은 재배면적에서 상대적으로 기름이 많이 나오는) 올리브가 자라서였다고 할 수 있고요. 그래도 튀김 해먹기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식용유는 대부분 식품화학 공정의 발전으로 출시될 수 있었던 거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현대에 들어 튀김 요리가 발달하게 된 것입니다. 식용유만 확보되면 누구나 튀김을 해먹습니다. 튀김은 만인이 좋아하는 맛이고 대량 조리도 쉬우니까요. 닭은 세계적인 가금이기 때문에, 누가 안 가르쳐줘도 식용유만 생기면 사람들은 조만간 프라이드 치킨을 만들게 되어 있습니다.

 

 역사적인 면에서도 양념치킨은 다른 한식들과 그리 큰 시대적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양념치킨은 맥시칸 또는 페리카나에서 처음 개발되었으며 (서로 각자가 개발했다 주장 중입니다. 맥시칸을 멕시칸, 멕시카나와 혼동 금지. 세 브랜드는 모두 실존하는 다른 브랜드입니다.) 페리카나 쪽 썰을 따르자면 개발년도는 1981년입니다. 오래 안 된 것 같지요? 그런데 캔참치김치찌개나 찜닭도 1980년대에 개발되었습니다. 모두가 잘 아실 동원참치 살코기 캔이 처음 나온 게 1982년입니다. 그 전엔 참치김치찌개라는 요리가 없었다는 겁니다. 안동찜닭 역시 1980년대 안동구시장 닭골목에서 개발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춘천닭갈비는? , 채소, 사리와 볶는 현재의 형태는 80년대 후반부터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양념치킨은 상대적으로 오래 된 한식에 속한다는 겁니다. 원래 음식문화라는 게 자본이 좀 있어야 발달합니다.

 

 사실 양념치킨을 한식으로 인정하는 게 나름대로 의미 있는 면도 있습니다. 한국은 선진국이 된 지 얼마 안 되는 나라고, 근래 요리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보면 이제 한식도 본격적으로 발전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 한식의 범주를 보다 포괄적이고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게 좋습니다. 어쨌든 문화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식탁을 만들려면 많은 시도가 필요한 법인데, 보수적이고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문화에서는 창의적인 무언가가 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만큼 다양한 식재료를 먹는 민족도 드뭅니다. 그런 만큼 한식의 발전 가능성은 높습니다. 이미 35년 역사를 지닌 양념치킨 정도는 전통한식으로 포용하고 나갈 필요가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