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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관련 이야기

사회 2014. 4. 30. 20:29 Posted by 해양장미

 사건이 터진 이후, 돌아가는 걸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역시나 이 사고는 이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주는 것 같다. 일부러 좀 뒤늦게 몇 가지 이야기를 하자면.

 

 

1) 난 세월호의 선장이 유영철보다 더한 학살을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에 어울리는 죄값을 치러야한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이유에서건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선박에서는 선장의 책임이 막중한 것이다. 그는 선장의 자격이 전혀 없었다. 차라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 것이다.


 

2) 배가 크게 기운 시점에서 무조건 갑판으로 나와야 한다는 건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는 상식이다. 침몰하는 선박의 선실 안에 있으면 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는 수많은 사고에서 증명되었고, 영화 타이타닉만 봤어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선실 안에 얌전히 있으라는 방송은 고의적인 학살이 아닌가 싶은 수준이지만, 그 말을 듣고 배 안에 남았던 사람들 또한 그릇된 지시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오판을 한 것이다.

 

 유사시 누군가가 나의 안전을 온전히 책임져주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그러한 상황에 처할 일은 드물지만, 그렇더라도 재난에서 빠져 나오는 것에 대한 숙지가 필요하다. 나는 이 사회가 그런 것이 지극히 부족하기에 과도하게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고 느낀다. 학생들은 어려서 잘 모른다 쳐도 교사들은 보다 나은 지시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대한 교육과정이 따로 필요할지도 모른다.

 


3)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세월호가 가라앉은 시점에서 안에 있던 사람들은 생존 가능성이 별로 없었다. 그 이후 벌어진 온갖 답답하고 불쾌한 상황과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희생자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정말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구조 작업은 현실적인 효용성을 가진 게 아니다. 크레인 또한 마찬가지로 보여주기 이상의 의미는 거의 없다. 선박의 인양은 쉬운 게 아니고, 구조는 실제로는 시신을 꺼내는 작업이나 다름없다. 잠수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설령 잔잔한 바다라도 일정 수심 이하에 들어갔다 나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하물며 저 곳은 목숨이 순식간에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곳이라 봐야 한다.


 

4) 나는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적잖은 혐오감을 느낀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 대해 실망을 한다거나, 다른 방식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는 물론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현 정권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반응은 그와는 많이 다르다. 참사를 이용해 증오심을 충족하려 드는 모습이 타인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그들이 알 수 있을까.


 

5) 박근혜정부는 여러 기관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나 순발력 같은 데서 계속 약점을 보여 왔다. 이번 사건에서는 그것이 잘 드러났고, 예상할 수 있었던 각종 전통적인 문제들 또한 드러났다. 사진을 연출한다거나 구조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언플을 하는 것은 드문 일도 아니지만, 유가족을 비롯해 많은 이들을 실망시키기엔 충분한 사건들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건 그나마 사소한 문제같다.


 

6) 역시나 깨시민들은 노무현때 만들어진 재난 대비 매뉴얼이라거나, 이명박 때 2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난 선박 연식 제한 문제 등을 이야기하면서 게거품을 물고 있는데 혐오스러운 정치병도 정도껏 하면 좋겠다. 이것에 대해 야권 지지하는 친구한테 설명을 하느라 좀 애를 먹었는데, 선박 수령의 제한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선박은 본래 차량에 비해 더 많은 메인터넌스가 필요하고, 수령이 늘어나면 그 메인터넌스에 더 많은 지출을 해야할 뿐 수령 자체가 주된 문제는 아니다. 이 사건의 진짜 문제는 선박개조에 관련된 규정과 관리 시스템, 그리고 누가 봐도 수상하고 문제투성이인 해운회사의 안전불감증 같은 것이다. 이 때가 기회라는 듯 공격성과 증오심을 드러내는 사람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7) 세월호 사건으로 300명이 죽었다. 슬프고 안타깝다. 그러나 이 나라에선 한 해에 14000명이 자살한다. 하루에 자살로 죽는 사람이 40명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시도했지만 실패하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일주일마다 세월호 희생자에 육박하는 수가 자살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살들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재정난이다. 가난은 현대 사회에서 그 무엇보다도 쉽게 사람을 죽인다.

 

 난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공격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평소에 사람 적잖게 죽일 소리를 쉽게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세월호 사건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운데 참 못 볼 꼴 많이 본다는 기분이다. 과도한 적대와 증오는 결코 이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과 다른 유형의, 보다 보편적인 사람들에 대한 공감능력이 정말 바닥 수준이기도 하다.

 

 

8) 기자들에 대해선 아무런 할 말이 없다. 말할 가치도 없다. 살면서 카메라랑 마이크 든 사람들은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이다.

 

 

9) 난 이 사회가 상실감과 우울에 좀 길게 빠져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은 언제나 우리들 곁에서 일어난다. 이번엔 그것이 좀 더 큰 규모로 한 번에 일어났고, 그래서 잘 보일 뿐이다.

 

 한편으로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안전이란 대가가 따르는 것이며, 더 안전한 것은 더 비싸고 더 오래 걸리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한국 사람들이 안전을 위해 두드러지게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할 것 같지는 않다.

 

 부수적인 사건이지만 이번 사건 이후 광역버스의 입석을 금지시키는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졌었다. 나는 그러한 것에는 냉소를 보낼 수밖에 없다. 광역버스에서 입석을 없애려면 광역버스 요금이 어디까지 오를까? 사람들은 그런 요금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