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고관심층을 위한 논문을 하나 소개합니다.

정치 2019. 12. 22. 03:31 Posted by 해양장미

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80026882

 

 소개하는 논문의 제목은 한국 가톨릭교회 사제들의 정의구현 활동에 대한 고찰 :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활동을 중심으로입니다. 2006년에 작성된 석사학위논문입니다만, 나는 이 논문을 읽어보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 요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도서관이 자료를 제공하는 논문으로 열람은 무료입니다만, 관련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합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가톨릭 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정리는 윈브라이트님의 포스트, ‘여러가지 퍼즐 조각들’ 을 참조하여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문재인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문을 소개하며 첨언하고 싶은 이야기가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지지하지 않는 천주교도도 많습니다. 천주교의 공식적인 입장은 주교회의의 결정사항이지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아닙니다. 그리고 천주교는 보편적 공동체 의식과 공공선, 생명에 대한 존중과 자연보호 사상 같은 게 강한 편인데, 이와 어긋나는 건 정치파벌과 무관하게 비판하곤 합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소위 보수정치세력이 이런 이념에 어긋나는 행위를 여럿 해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톨릭과 현 자유한국당 파벌의 사이가 그리 좋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무관하게 가톨릭의 보편적인 정치적 색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회주의-기민주의-공동체주의적인 면이 있습니다. 안락사와 낙태에 반대합니다. 보수적인 교도의 경우 피임과 소극적 안락사도 반대합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는 어느 쪽이 하건 기본적으로 반대합니다. 그래서 가톨릭의 기본적인 정치성향을 단순한 좌우의 기준에서 이야기하기는 어렵고, 가톨릭이 지향하는 색채가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새로운 총선 변수? - 인천 적수 현상

정치 2019. 6. 16. 15:18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RCZXZrpozsA

 



 지난 3일에 인천 적수 현상에 대한 포스트를 올렸었지요. 당시 포스트는 다음 링크에.

 

https://oceanrose.tistory.com/1023

 

 그런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이해가 잘 안갑니다. 나의 우려대로 공촌정수장에서 물을 공급받는 영종도와 강화도에도 적수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환경부는 괜찮다고 합니다. 박남춘 시장도 괜찮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제 지역에서 박남춘에 대한 원성이 엄청난데요. 이 정도면 내년 총선에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인천지역에서는 민주당의 승률이 좀 낮아졌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귀납적으로 인천에서 이기거나 지는 건 그냥 한 도시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87체제 역대 모든 대선은 인천의 승자가 선거의 승자였습니다. 인천에서 지고 대선에서 이기는 건 귀납적으로 불가능합니다. 18대 대선에서의 인천 득표율과 전국 득표율은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같을 정도였습니다. 총선이나 지선 또한 인천의 승자가 거의 최종 승자가 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천의 선거결과가 전국 선거의 결과와 유사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인천은 그럴 만한 조건 위에 있는 도시입니다. 일단 인천은 외부 출신 비율이 높은데, 토박이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비율의 인구가 충청도 출신입니다. 그래서인지 인천의 민심은 충청의 민심과 일정 정도 유사성이 있습니다. 충청에서 선거를 진 쪽은 그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건 거의 다 알고 계실 겁니다.


 

 한편으로 인천은 호남 출신도 제법 있고, 젊은 부부도 꽤 있습니다. 인접한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현재 0.78인데요. 인천은 1.05입니다. 서울보다는 많이 높습니다. 호남 출신과 신혼부부들은 민주당을 많이 찍습니다.


 

 또한 인천은 공업 도시고, 현재 정의당의 최대 계파인 인천연합의 본진입니다. 예전부터 인천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으로 유명했습니다. 거기서 이어진 노동계 출신 정치인들이 현 정치계에 꽤 있고, 일정 정도 지지도 얻습니다.




 그런데 인천은 기독교도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입니다. 개신교도와 천주교도의 비율을 합친 총 기독교 인구 비율이요. 그리고 그만큼 불교도는 매우 적습니다. 전국에서 천주교도 비율이 불교도 비율보다 높은 유일한 지역이 인천입니다. 이렇게 높은 기독교도 비율은 어느 정도 자유한국당 계열의 고정 표 비율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천 시민 중 제법 다수가 서울로 장거리 출퇴근을 합니다. 그래서 서울 문화에 영향도 많이 받고, 지역보다는 국가 단위의 정책에 집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천에 거주하면서 인천 시민이라는 자의식은 거의 없거나, 지역 현안에 거의 관심이 없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지역에 관심을 가지더라도 본인이 거주하는 동네에만 관심이 있고, 인천이라는 범주에는 별 관심이 없거나 아예 지긋지긋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인천은 매우 복합적이고, 합쳐 놓으면 상당히 중립적인 정치색이 나옵니다. 그래서 인천 선거의 승자가 전국 선거의 승자가 되어 온 것입니다.


 

 물론 이번 적수 사태는 인천 지역에 국한된 문제입니다. 이게 주 원인이 되어 내년 총선에서 인천지역 민주당 후보가 전멸한다면, 그것만 연역적으로 보면 인천이 더 이상 전국 선거민심의 바로미터가 되지 못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실제 선거 결과는 보다 복합적인 인과관계의 결과물입니다. 현재의 인천 적수 사태는 단순하게 박남춘 시장과 민주당 인천 정치인들의 문제라 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당 전반이, 이 정권 전반이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나는 앞으로도 인천이 전국 선거결과를 그대로 반영하는 지역일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한국 사회의 보수성은 전근대성과 근현대적 단점이 뒤섞인 광기로 점철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얼마나 보수적인지를 설명할 때 나는 다음과 같은 어휘를 사용하는데, 아마 어느 나라 사람에게 사용해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가톨릭과 성공회가 진보주의 취급을 받는다. 세상에 상식적인 범주에서 이런 나라는 없다. 가톨릭과 성공회도 엄연히 아브라함 계열 종교고,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국가에서 아브라함 계열 종교의 교리는 보수의 아이콘이다.


 물론 군사독재 국가나 과두정 국가에서는 아브라함 계열 종교가 진보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은 24년 전만 해도 군사독재 국가였다. 이런 과정에서 가톨릭과 성공회는 사회의 민주화를 담당했다. 그런데 이것은 결코 그 종교들이 민주주의적인 속성이 있어서는 아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군부의 비인간적 폭력성과 한국 개신교회의 광기, 그리고 가톨릭의 경우 바티칸과 한국 천주교 사이의 거리가 있었다. 문제는 그 후 24년이 지난 지금도 가톨릭과 성공회는 한국 사회에서 진보적인 위치라는데 있다. 


 사실 가톨릭/성공회는 현대에 어느 정도 진보주의와 일치하는 자세도 있다. 친환경주의라거나 로컬한 공동체주의, 박애주의 같은 모습을 보이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그 구체적인 부분은 상당히 다르다.


 우선 가톨릭/성공회는 민주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가톨릭 내부에서 어떠한 문제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고, 협의를 해서 풀어나가려는 태도는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가톨릭의 근엄한 평화 뒤에는 수직적 위계관계가 있다. 평화로운 위계관계 속에서 아랫사람은 모든 문제를 내 탓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크다. 그리고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와 이성적 접근태도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고 윗사람은 그야말로 자신의 역량에 의해 문제를 접근하게 된다.


 게다가 성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개신교회보다도 전근대적이다. 이런 문제들에서 가톨릭은 이슬람에 버금갈 정도로 답이 없다. 예를 들어 현재의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아프리카의 에이즈 문제는 콘돔을 사용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고 발언해서 화제가 되었었다. 사실 황당하게도 가톨릭은 콘돔 사용을 반대한다. 게다가 어떠한 경우에도 임신 중절에 반대한다. 심지어 그들은 성범죄로 생긴 태아조차도 중절하지 말라고 하는 입장이다. 가톨릭 입김이 강한 중/남아메리카 국가들에선 이런 게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여성 차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부 개신교 교파가 여성 목회자까지 배출하는 반면, 가톨릭에서 여성은 결코 수녀 이상이 될 수 없다. 가톨릭의 제의인 미사에서 여성은 미사보라는 것을 쓰는데, 미사보는 강제 의무는 아니며 그 미적인 디자인 탓에 용서받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여성 차별의 의미가 있다. 거기에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는 말할 것도 없다. 비록 사제나 복사, 수녀들의 공공연한 동성애 행위의 의혹은 곳곳에 있더라도 말이다. 또한 사제나 수녀의 혼인은 여전히 금지되어있다.


 비록 한국 가톨릭은 교황청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서, 이 정도로 과격한 돌머리들은 아니다. 그렇지만 본래 아브라함 계열 종교는 근본적인 교리에 강한 배타성이 있고, 또한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며 언제든 더욱 많은 문제점을 만들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이 정치적 스펙트럼에서의 진보적인 열망을 진지하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국민들은 진보적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과 손해를 성숙한 자세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현재 한국 국민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상식이나 성숙한 보수에 가까우며, 그렇기에 사회주의자와 자유주의자, 페미니스트와 가톨릭이 동맹을 맺은 상황에 가깝다.


 이명박 시대가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 만일 박근혜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 해도, 그 5년 후의 한국 정치지형도는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운이 좋아서 언젠가 한국이 글로벌한 상식의 기준에 부합하는 국가가 된다면, 그 때 가톨릭과 성공회는 한국에서 어떤 위치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