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에 보이는 반민주적 언행들에 대하여

정치 2016. 3. 11. 20:30 Posted by 해양장미

 선거철이 돌아왔습니다. 선거일까지 이제 한 달 조금 더 남았네요. 지난 글에도 이야기했지만, 정치적 상황이 많이 변하고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국면에서 개인 사정상 정치판에 많은 신경을 쏟을 수 없다 보니, 상황파악이 잘 안 되는 면이 있습니다. 좀 신경 써서 생각해본 후 상황을 서술해볼 생각도 있긴 합니다만, 일단은 개인적인 투표 결정도 고뇌중입니다. 나의 한 표가 당락을 결정짓는 불상사는 안 일어나야겠고 그럴 확률은 거의 0일 것입니다만 (사례로는 실제 있었습니다), 어쨌든 선거철이다 보니 정치적 담화들이 곧잘 눈에 들어오긴 하고 그것들을 보다보면 참 불쾌한 화법이나 내용들도 많이 마주하게 됩니다.

 

 돌아보면 근 몇 년 동안의 나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선택에 있어 많은 고민을 했고, 남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려 애썼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투표를 하는 건 축구 경기의 승패를 맞추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정치적 오판들에서 배운 것들이 앞으로도 쓸 만할지는 또 모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위에 이야기한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역시나 가장 많이 보이는 건 철근 콘크리트들의 반민주성이라 해야겠습니다. 물론 그 중 강성 새누리 콘크리트를 스킵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대체로 그들은 심하게 비논리적이고 공포와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진정시켜주는 게 우선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아닌 새누리 지지자들은 대체로 정치적 의견을 강하게 먼저 말하는 편이 아니라서, 의견이 다르더라도 딱히 부딪치거나 불편할 게 별로 없습니다. 때때로 의견이 다르고 감정이 고조되더라도, 그들은 그런 상황에 대체로 익숙하고 그만큼 금세 보다 논리적인 담화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됩니다. 온건한 새누리 지지자들은 대체로 민주당계 지지자들과 많이 싸워봤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주된 불편함의 문제는 떠민당 철근 콘크리트들에 있습니다. 그들은 새누리 강성 콘크리트들과는 달리 (그들은 공유하는, 온갖 신앙/교리 같은 전제조건이 수반된) 일련의 논리성이 있고 신념 및 선의를 담아 최선을 다해 반민주적인 썰을 풉니다. 그들의 절대적인 신앙은 이것입니다. ‘반새누리는 정의다.’ 이는 마치 유신론자들의 전능한 신이 존재한다.’ 같은 신앙과 같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줘야 하는 게 있다면 이것입니다. 새누리당에 각종 문제가 많다. 라는 명제는 참입니다. 그렇지만 그것과 반새누리는 정의다라는 명제 사이엔 충분한 논리적 연관성이 없습니다. 새누리에 대한 반대가 새누리당에 있는 많은 문제들로 인해 초래된 각종 국가/사회적 문제를 충분히 개선시키고, 그 부작용도 별로 없을 것과 같은 기대로 이어질 만한 근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보다 올바른 담화가 이루어지려면 소위 기대값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표를 받을 때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그것으로 인해 얻는 것과 잃는 것은 어떠하며 그렇기에 어디에 투표하는 게 좋다는 식의 이야기 말입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놓고 이야기하면, 사실 나와 같은 사람이 판단하기엔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하는 게 그다지 쉽지 않습니다. 지난 국회만 놓고 봐도, 나는 민주-새민련 의원들이 새누리당 의원들 이상으로 좋지 못한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데 앞장서 왔다고 판단합니다. 그들은 선심성 정책을 너무 많은 경우 남발하고 예산을 낭비했으며, 동시에 국가 예산 확보에는 너무나도 무신경하다 못해 심히 부도덕한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나 개인의 이익에도 새민련-떠민당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며, 전반적으로 마음에는 참 안 들지만 그나마 새누리당이 조금이라도 비교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떠민당 지지자들은 물론 기대값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모여서 신앙간증을 할 뿐이고, 나처럼 이것 저것 재보는 사람들에게 불편하고 무례하며 폭력적인 발언을 반복하고 있지요. 그러한 어리석음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입니다. 지지자들의 성향은 정치집단의 행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들의 태도 또한 정치적 판단에 있어 고려해야 할 대상이 됩니다.

 

 한편으로 올바른 정당의 행보라는 면에서 볼 때,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 좋지가 않습니다. 국민의당은 내부분열 중이니 뭐라 말할 게 없고요. 아무래도 마음에 드는 곳이 없으니 장고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어쨌든 고민중에 있으니, 본문 댓글에는 방문하시는 분들이 정당 홍보나 추천을 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내용이 터무니없거나 보편적 불쾌감을 유발할 만 하면 삭제 및 차단조치될 겁니다.

 

 

어디서 못된 것만 배운 안철수

정치 2014. 3. 6. 13:07 Posted by 해양장미

 내가 한 때 안철수에 대한 유보적 지지를 보낸 주된 이유 중에 최장집이 있었다. 시작부터 안철수는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등의 어이없는 발언을 했지만, 최장집과 같이 간다면 그런 뻘소리는 더 이상 없을 거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최장집과 갈라졌고, 그 이후의 행보를 보면 도저히 성공하기 힘든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근래 안철수가 도마에 올렸던 것 중 하나가 공천문제다. 정당이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건,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발상과 별 다를 게 없다. 안철수는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모자라고, 존중도 없다. 그리고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웠다.

 

 민주주의는 너무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시스템이다. 현행 민주주의 시스템은 정당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소위 개혁적이라는 인물들이 정당의 힘을 와해시키며, 직접적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식의 언행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런 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과 오만에서 나오는 것이다.

 

 도시에서 출발한 초기의 민주주의와는 달리, 현대의 국가 단위 민주주의는 너무 큰 대상(Nation)을 다룰 뿐만 아니라 너무 전문적이고 복잡한 걸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현대의 민주주의는 전문가 집단과 안정적으로 고용된 정규직들(공무원)을 기반으로 한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여기에 국민들이 선거로 뽑은 지도자를 앉혀 전문 관료집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를 운영하게 된다.

 

 정당이 필요한 이유는 더 나은 정치인을 선별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쇠락하지 않으려면 항상 새롭고 유능한 정치인들이 배출되어야 하며, 성공적인 회사가 그렇듯 정치인 또한 정당한 노력을 통해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새누리당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정당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전통을 잃어버렸고, 젊은 당원들을 키워낼 만한 상황도 아니며 입당 지원자도 별로 없고 실질적으로 정치 자영업자의 협회처럼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정당에서 공천권을 빼자는 건 곤혹스러운 발상이다. 유능한 지도자가 지휘하는 정당이 유능한 정치인들을 발굴해서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게 정상이다. 그것은 마치 유능한 소믈리에가 와인을 추천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니들 알아서 고르세요.’는 좋은 서비스가 아니다. 소믈리에가 괜히 있는 게 아니듯이, 정당인들도 아닌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 좋은 정치인을 발굴할 수 있단 말인가.

 

 정당의 올바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선 정치인들이 바른 길을 걸을 수가 없다. 어떻게든 나서서 이름을 날리고 시민들의 눈도장을 찍어야만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정당이 힘을 잃고, 구심점이 되지도 못한다면 정치인들은 정당을 이용하려 들 뿐이다.

 

 어리석은 실패한 실험들이 현재의 망가진 민주당을 만들었다. 새누리당이 그나마 현재의 위용을 갖추고 있는 것은 위기를 극복할 만한 뛰어난 지도자가 있었고, 조직이 와해된 적이 없으며 이상한 실험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야권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더 민주적이라 착각할지 모르겠지만, 훨씬 완성도 높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가진 게 새누리당이고 그래서 새누리당이 선거 승률이 좋은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많은 야권 지지자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개념을 못 잡고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깨시민들이 그리도 파시스트처럼 구는 거고. 뭐가 민주주의고 뭐가 수호자주의고 뭐가 파시즘인지, 뭐가 뭔지 아예 개념을 못 잡거든.

 

 안철수는 최장집에게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본다. 정치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고집만 부리니까 최장집이 떠났으리라. 안철수에게서 어떠한 진보성을 찾을 수 있는지, 어떠한 새정치를 찾을 수 있는지 나로서는 더 이상 모르겠다. 수많은 이들이 빠졌던 함정에 안철수 또한 빠진 것이다. 이게 다 공부를 안 해서, 뭐가 옳고 그른지를 구분하지 못해서 그렇다. 안철수가 의술이나 프로그램은 알겠지만, 정치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결국 그는 올바른 말을 무시하고,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는 그를 도우려던 사람들까지 배신해 버렸다.

 

 현재 안철수가 제시하는 구조로 통합신당은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운이 좋아 집권을 하더라도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것이다. 정당으로서 구심점이 제대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때 잘 나갔던 열린우리당이 무너지는 데는 6개월로 충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정치 2013. 2. 22. 14:12 Posted by 해양장미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도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집권기간은 체감 상 참 길게 느껴졌다. 나는 그에게 도저히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고, 그의 정책에 의한 개인적인 손해도 여러 번 입었다. 그러나 그 역시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진보시킨 면이 있다. 문득 그 점을 느껴서 놀랍다고 느끼고 있다.


 퇴임을 4일 앞둔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도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부덕하여 많은 욕을 먹은 대통령이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물론 박근혜가 당의 패권을 쥐면서 당 이름도 바꾸고, 로고 색깔도 바꿨지만 그 과정에서도 이명박은 당적을 유지하였다. 이는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에 충분히 기여했으리라 생각하며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있어 또 한 번의 발전이 이루어진 거라 볼 수 있다.


 이걸 보면서 친노 노빠 깨시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도저히 안 할 수가 없다. 노무현 정권은 임기 중 여당을 두 번이나 깨먹었다.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으로,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깨고 통합민주당으로. 그것도 모자라 노무현의 후계자(취급을 받았던) 유시민은 이명박 당선 이후 통합민주당에서도 탈당하더니, 지역도 옮기고 국민참여당도 만들고는 민주당에 몽니를 부리다가 유력 대선 후보에서 낙마하고는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으로 옮겨가는 희대의 철새짓을 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해 무지하고 자기반성능력이 없는 소아적 행태를 보이는 깨시민들은 그런 유시민에 대해 바른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시민의 낙마 이후 정치할 생각도 없던 문재인을 소환하여 지난 4년간 민주당을 지키던 사람들을 물리치고, 부활의 조짐이 보였던 민주당의 생명줄을 끊어놓고 말았다.


 민주당은 지금도 친노 문희상이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고, 친노가 문제가 아니라는 둥, 친노는 실체가 없다는 둥의 물타기를 넘어선 은폐조작까지 저지르고 있다. 새누리당 세력이 법치와 공화를 파괴한다면, 노빠 깨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주범인 동시에 새누리당이 저지르는 모든 범죄적 행위의 공범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시대 내내 깨시민들은 반MB만 외쳐댔다. 딱하나 자기 목소리 낸 게, 무상급식이다. 그 어줍잖은 이슈가 나름 잘나가던 오세훈을 반영구적으로 정계에서 퇴출시켰고, 박원순을 시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거기에 도취해서 깨시민들은 총선과 대선을 모두 박근혜 여왕폐하께 헌납했다.


 퇴임을 앞둔 현재, 이명박은 거의 지지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지만 5년 전의 노무현에 대한 지지보다는 통계 조사 결과 낫다. 이명박이 잘한 게 있다면 정책이 꽤 일관적이었다는 데 있다. 일관성이 있다는 건 예측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명박은 작정하고 나라 곳간 한번 털어먹자는 식으로 정치한 면이 있지만, 그 착취가 대한민국의 기둥뿌리를 뽑아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정책이 갈팡질팡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살아남기 쉬웠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하면 비록 그지같더라도 질서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민중은 혼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명박은 남탓을 하지도, 자기연민을 보이지도 않았다.






 이 시대의 나쁜 남자, MB. 그는 털어먹어도 일관성 있게 당당하게 털어먹으면 사람들이 그나마 덜 싫어한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인 대통령이었다.

 

 이제 들어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얼마나 다를지, 더 나을지는 잘 모르겠다. 인수위를 보면 물론 기대가 별로 안 되긴 한다. 그런데 박근혜건 친박이건 원래 그런 사람들이고, 정권교체를 위한 열망이 가득했던 작년 분위기를 감안해볼 때 이런 결과를 초래한 건 누가 뭐래도 노빠 깨시민들임을 부정할 수 없다. 노무현 정권을 넘어, 이명박 정권 내내 노빠 깨시민들은 한국 사회의 진보적인 열망을 잠식하고, 새로운 개혁세력의 등장을 찍어 눌렀다. MB를 방패삼아 새로운 수구세력이 자라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