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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혐오라는 면에서 보면 여초를 제외한 모든 커뮤니티는 동색이다. 일베충을 비난하는 커뮤니티들도 대체로 맨 똑같다. 양성평등 예산이 대폭 증대되었다는 뉴스는 오늘의 조회수 인기 뉴스였고, 역시나 수많은 마초스타일~ 댓글이 달렸다. 기사 링크는 클릭


 꼴마초 관념 앞에 일베충과 깨시민은 단결한다. 어차피 그들에게 22조를 어디에 쓰는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여성혐오정서 그 자체다. 인생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공격할 대상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인간이 저런 수준 이하는 아니다. 문제라면 어느 정도 멀쩡한 사람도 저런 데 물들기 매우 쉽다는 데 있다. 그래서 본문에서는 저 22조라는 거액을 어디 쓰는지에 대해 좀 이야기해보려 한다. 저 거액의 예산은 대체로 들어갈 만 한 데 들어가는 것이다.


 저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예산은 육아지원이다. 한국 출산률이 국가적 문제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양성평등이니 여성부니 이런 말을 빼면 육아지원 자체에는 찬성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그런데 그게 여성의 탈을 쓰는 순간, 수많은 개념남들이 찌질남들으로 돌변해버린다. 그러나 실제 육아지원의 많은 부분이 여성부와 양성평등 정책을 통한다.


 또한 여성 화장실을 확충하거나, 가로등과 CCTV를 늘리는 등에 많은 예산이 쓰인다. 모태솔로가 아닌 이상 남자라도 여성 화장실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엔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물론 마법의 길을 걷는 자들 중 진정한 찌질남들은 논외.


 가로등과 CCTV 확충은 범죄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어두운 골목일수록, CCTV가 적은 곳일수록 범죄율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가로등과 CCTV가 적은 동네는 대체로 부유하지 않은 동네라는 점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취업과 고용, 창업, 인력양성 등을 돕는 데도 예산이 쓰인다. 한국의 고용률은 충분히 높지 못한데, 혼인 및 출산과정에서 생기는 여성의 경력단절로 인한 고용률 저하가 주된 요인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전혀 좋은 현상이 아니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는 일단 함께 나눠져야 하는 짐이라 할 수 있다. 고용률이 낮은 사회는 그만큼 경제적으로 덜 성공적인 사회가 된다.


 물론 양성평등 예산이니 남성에 대한 지원도 있다. 예를 들어, 남성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 등을 설치하기도 한다. 남성 또한 육아를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다.


 또 흔하고 큰 오해가 있는데, 이 양성평등 예산은 여성부 예산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등 여러 행정기관에서 사용하는 예산이다. 여성부 예산은 결코 그렇게 많지 않다. 올해 여성부 예산은 5천억원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정부의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양성평등에 거액의 예산이 편성되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성 불평등 문제는 사실 모두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문제다. 육아의 어려움은 출산률을 낮추고, 여성 고용 문제는 국가 전체의 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너무나도 흔하고 널리고 많은 찌질남들에게 멀쩡한 사람들까지 악영향을 받는 것이다. 한국은 객관적으로 성 불평등이 큰 국가고, 그로 인해 모두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 물론 여성부건 여성단체건 어리석은 짓들을 종종 저지르긴 하지만, 그것은 난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종종 빚어지는 미숙함일 뿐, 그 이상의 문제라 보기는 어렵다. 최소한 정신이 똑바로 박힌 시민이라면 증오심과 혐오감을 앞세워 추악하고 공격적인 언행을 일삼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