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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이야기

사회 2016. 7. 7. 08:17 Posted by 해양장미



(사진은 이베이에서 팔고 있는 무궁화 씨 상품 사진입니다.)


 개인적으로 무궁화는 좋아하는 꽃입니다. 그렇지만 무궁화가 한국의 국화인 것에 많은 한국인들은 불만이 있지요.

 

 사실 무궁화 정도면 좋은 걸 넘어 근사한 꽃나무입니다. 그렇지만 근래 한국에서 무궁화는 정말 인기가 없어요. 아마 독재정권 때 민족의 꽃으로 너무 밀어붙인 게 반작용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요즘 이미지로는 무궁화 하면 군대 꽃 같기도 하고요.

 

 여담입니다만 실제로 조선시대 때만 해도 무궁화는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꽃이었습니다. 그것도 양반가의 꽃 같은 게 아니고, 그야말로 모든 조선인들이 좋아하고 즐겨 키우는 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순한 관상용이 아니라 유용성이 있어서 많이 키우던 꽃나무인데, 일단 무궁화엔 진딧물이 잘 붙습니다. 이게 현대엔 단점이 되는데, 과거엔 무궁화를 키워 진딧물을 몰리게 하고 대신 다른 작물을 보호했습니다. 무궁화는 생명력이 매우 강해서 어지간히 진딧물 핀 정도론 죽지도 않고, 무당벌레 같은 게 찾아오니 여러 모로 괜찮았지요. 꽃피는 기간도 정말 길고요.

 

 그리고 무궁화는 그래 보여도 먹는 식물입니다. 요즘 안 먹어서 그렇지... 분류학적으로 보면 아욱과 히비스커스 속입니다. 아욱처럼 잎도 먹고, 히비스커스처럼 꽃도 차로 마셨던 게 무궁화입니다. 허브티 즐겨 드시는 분들한테 무궁화가 히비스커스라고 하면 좀 놀라기도 하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무궁화는 엄연히 히비스커스의 일종입니다.

 

 한국의 국화가 무궁화인 건 사실 꽤 의미가 있는 일이긴 합니다. 보통 국화로 지정되는 건 왕가의 상징 꽃이거나, 귀족의 꽃이거나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무궁화는 모두의 꽃이었어요. 대조적으로 양반 계층의 꽃이라 할 만한 건 매화와 능소화였습니다. 물론 이제는 무궁화보다 매화와 능소화가 흔해졌지요. 그래도 무궁화가 국화가 된 건 일제시대에 민족의 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광복은 무궁화가 피는 계절에 이루어졌지요. 수십 년 만에 대접을 못 받게 된 신세가 된 건 뭔가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게 다 군사정권 탓일지도 모르죠.

 

 근래 무궁화를 아예 법적으로 국화로 지정하자는 움직임도 있는데... 이게 좀 어렵긴 합니다.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지정을 하면 어떤 품종 무궁화가 국화냐?’ 라는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어요. 꽃이란 게 같은 속이라도 종 및 아종이 달라지면 화형은 꽤 다른 게 되어버립니다. 그렇다고 무궁화 속 전체를 국화로 정해 버리면 하와이 무궁화나 허브티용 히비스커스 같은 것도 국화가 됩니다. 대체로 세계 어디서나 국화는 관습과 암묵적 약속에 의한 것이지, 성문법으로 지정된 게 아니기도 합니다.

 

 한편 진달래로 국화를 바꾸자는 목소리도 좀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반대의견입니다. 굳이 바꾸자면 매화 쪽이 나을 것 같습니다. 매화는 사군자의 하나로 오래 전부터 사랑받아왔고, 매화 아니라 매실은 모두가 좋아하기도 하잖아요?

 

 여담인데 진달래는 북조선의 국화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만, 공식적인 국화는 산목련 (함박꽃나무. 북조선에서는 목란이라 부릅니다. 모란이 아닙니다. 목련과 모란은 외견이 비슷하긴 합니다만 다른 식물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냥 함박꽃이라 부르는 건 대체로 작약입니다.) 입니다. 분단 직후에는 북쪽도 무궁화를 국화로 인식했습니다만, 알려지기론 김일성이 산목련에 반해 국화를 변경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