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의 위기 - 왜 아무도 말하지 않는가

정치 2017. 8. 27. 17:36 Posted by 해양장미

 박근혜 탄핵 사건에 있어, 나는 탄핵을 지지하기는 했으나 민주정이 위기였다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박근혜가 되도 않는 반민주적 뻘짓을 좀 하긴 했지만 거의 씨알도 안 통했고, 대통령직을 맡을 자격이 없음이 드러났으니 시민들의 정당한 권리와 법에 정해진 절차에 의해 시위와 탄핵소추가 일어났을 뿐이지요.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크게 별스러운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민들은 가능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했지요. 거기까진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요즘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정을 처참하게 만들었거든요. 지금이야말로 민주정의 위기이고, 야당 인물들의 두개골 속에 지성이 들어있다면 그걸로 공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만... 지금으로선 그들이 어리석은 건지 음험한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음험함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자한당은 지금은 가만있어도 반사이익이 굴러들어올 상황이라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비대한 권력을 쥐고, 일방적인 국민의 응원을 받으며, 비리에 무관하게 자기 사람들을 마음껏 기용하고, 꼼꼼하게 인기몰이를 하는 가운데 비주류 학설에 기반한 포퓰리즘 정책을 일삼고, 의회는 찌그러져 있으며, 여당은 대통령을 추종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집권한 권력은 자신들을 선으로 규정하고, 반대쪽은 악의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은 자유롭게 허용되지 않고, 여론조작은 공공연합니다. 독재죠? 어느 나라라도 이런 상황이면 독재입니다. 적어도 민주적인 상황과는 거리가 멀지요.

 

 독재라는 건 정치체제와는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권력의 집중도와 정치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독단성 및 주관성 같은 게 독재를 판단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특히 의회가 무시당하고 찌그러져 있는 건 공화국에서 독재가 발생할 때의 아주 표준적인 모습인데, 의회야말로 민주정의 코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집권하는 공화국이 아니라, 왕이 군림하는 왕국이더라도 있어도 의회가 강력하고 제 구실을 한다면 민주국가로 취급되는 건 괜한 게 아닙니다.



 현 상황에 대해 포퓰리즘 독재니, 대중독재니 지지율 독재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시민들은 이런 형태의 독재에는 매우 취약하고 문제의식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 현상이 한국인의 민주정체에 대한 평균적인 인지 레벨이 너무 낮은 데 기인한다 생각합니다. 정파를 막론하고 근대적 세계관을 군사독재로 학습한 이후 민주정의 문법을 배우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한국인의 민주정에 대한 감각은 불의에 대한 저항이자 맹자식 왕도정치론의 연장선 정도에 머무릅니다. 문재인은 그럭저럭 정의로워 보이고 어쨌든 왕도정치 비슷한 걸 추구하는 것 같으니 시민들이 지지하는 것이겠지요. 그 행태는 너무나도 반민주적이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독재는 대가가 따릅니다.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오판은 수정되기 어렵고, 적의 숫자와 누적되는 불만은 점차 많아지고, 권력자는 오만해지는 동시에 피로가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의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2017년 가을을 맞이하려는 현재, 대한민국 민주정은 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지금 우리가 겪는 게 민주정의 위기라는 것조차 잘 모르고, 알려줘도 거부감을 보일 테지만요. 가능한 쉬운 구분법을 알려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민주적으로 잘 돌아가는 시스템에서 대통령은 행정업무 및 의회를 설득하는 데 주력합니다.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자리거든요. 그러나 독재를 하려 드는 대통령은 국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국민만 보고 간다고 멋진 말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말 국민만 보고 가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가 어떤 선의를 가졌건, 그의 정치행위는 독재인 것입니다. 선량한 의도를 가진 독재도 독재일 뿐이고, 반복해 말하지만 독재는 좋은 결과를 낳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인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글을 정리합니다.

 

 “암흑 속에서 등대를 보고 똑바로 가듯이 국민만 보고 가겠다.”

 

 이 말을 했던 사람은 대통령이 되기 1년 전의 박근혜였습니다.

박근혜 정부를 보내며

정치 2017. 5. 9. 15:09 Posted by 해양장미

 나는 지난 2012, 문재인에게 투표하였습니다. 박근혜는 대통령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나는 문재인에 대해 영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박근혜를 찍지 않아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말할 수 있었지만, 문재인을 찍어야 할 이유를 말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에게 긍정적인 면은 별로 없었으니까요.

 

 이후 문재인의 행보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결코 좋게 볼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를 찍었으나,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싶을 정도였지요. 박근혜는 음... 일을 안 하고 나서지도 않아서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5년 전의 새누리당은 유능했고, 나쁘지 않은 정책을 만들고 펼칠 수 있었고, 박근혜가 방해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는 정부를 무난하게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건 내가 보기엔 과격하고 현실파악 못하는데다 무책임에 말바꾸기를 일삼는 민주당보다 확률적으로 나은 것이었지요.

 

 그러나 박근혜라는 인물은 오래 못 가 바닥을 드러내며, 아무리 대통령으로 존중을 하려 해도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나설수록 정부는 혼란스러워졌고, 모순된 정책을 동시에 펼친다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권력투쟁에만 매달리다 큰 치부를 드러냈지요. 현 시점에서 한국 역사상 박근혜보다 못한 대통령은 이승만과 윤보선 정도일 겁니다.

 

 이제 새 정부의 출범이 시작되기 직전입니다. 부디 다음 정부는 박근혜정부의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 바랍니다. 나는 다음 정부가 박근혜정부보다는 잘할 거라 안심하지 않습니다. 이승만을 몰아낸 후 장면 정부는 무능하였고, 군사정부를 끝낸 김영삼 정부는 외환위기를 초래하였습니다. 개혁은 필요한 것이지만 어렵고 또 위험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번 대선후보들에 대해 그다지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영업을 못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나는 진심으로 그를 응원하는 동시에 비판하고 견제할 것입니다. 특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에게 맹목적으로 힘을 실어주려는 움직임이 거셀 것입니다. 난 그런 게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지저분하며 추악하기에 열광하거나 진심으로 좋아할 만한 게 못 됩니다. 걱정은 많습니다만, 어쨌든 일단 새 정부를 환영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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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임 소감

정치 2017. 3. 12. 20:42 Posted by 해양장미

1. 대교까진 도로통제를 했다지만 청와대-삼성동 사저를 20분 만에 주파한 데 조금 놀랐습니다. 에쿠스가 빠르긴 빠르네요. 하긴 5000cc NA였지요.

 

 역시 대통령 관용차 몰 정도가 되려면 운전을 상당히 잘 해야 하나 봅니다. 와인딩 좀 하는 친구와 이야기해보니 야밤에도 끊기 힘든 시간대라는 의견.

 

 방송사 차량들은 필사적인 추격전을 펼쳤지만 그런 RV 차량들론 고속 추격은 어렵지요.

 

 

2. 박근혜의 웃는 모습이 욕 많이 먹네요.

 

 입은 활짝 웃는 반면 눈은 울기에 개인적으론 박근혜의 그런 면은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는 거고, 그런 능력이 있으니 그 위치에 올라갔겠지요. 박근혜는 적어도 있어 보이는 모습을 연출하는 데 있어서는 상식 이상으로 자기통제가 강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오늘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게 정치적으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 때 웃는 사람이 일류라지만...

 

 

3. 메세지 남긴 건...

 

 최소한 본인이 직접 말했어야 했습니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특권의식이 상황을 이렇게까지 망쳤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그 누구도 그 정도의 특권의식은 없었습니다. 이승만도, 그의 부친 박정희도요. 아무리 이승만이 오만하고 기고만장한 인물이었다지만 최소한 물러날 땐 본인이 입장발표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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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행동패턴, 독재자의 행동패턴

정치 2017. 3. 12. 10:07 Posted by 해양장미

 탄핵정국부터 박근혜가 보여온 건 전형적인 범죄자의 행동패턴이었습니다.

 

 어떠한 의혹이 있을 때, 억울한 사람은 대체로 적극적인 해명이 있고 억울함 표명이 있습니다. 적어도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이지요.

 

 대조적으로 그때그때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말을 최대한 줄이고 잡아떼는 건 내가 알기론 범죄자의 행동패턴입니다.

 

 물론 이러한 패턴만으로 범죄를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제라도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빠른 구속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는 그 동안 수사에 대단히 비협조적이었고, 이미 할 수 있는 한 많은 증거를 인멸했겠지만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인멸할 가능성이 있으며, 도주우려도 아예 없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가 탄핵된 후에도 청와대에서 칩거 중인 데 대해, 국가는 추징금을 받아내야 합니다. 탄핵 순간 이후 박근혜는 청와대에 거주할 권리가 없으며, 현실적 문제로 인해 강제퇴거를 바로 시킬 것까진 없다 해도 권한 없는 거주에 대한 추징금 정도는 받아내야 할 것입니다.

 

 그가 바로 퇴거를 못 하고 있는 건 그가 독재자의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독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파악을 못하고, 인의 장막 속에 가려져 잘못된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주변에 아부꾼 예스맨들만 남게 되니까요.

 

 박근혜는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객관적이고 단순한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그에게 바른 말을 해줄 사람은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청와대가 국정을 펼쳐나갈 능력 같은 건 한참 전에 잃었다고 봐야겠지요.

 

 안철수가 탈당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깨지던 그 때만 하더라도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이렇게 무너질 거라곤 거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었습니다. 박근혜 본인이 그 깽판을 치지 않았더라면, 최소한 당시 대표였던 김무성에게 굴욕까진 주지 않았더라면 역사는 많이 달라졌겠지요.

 

 한국처럼 민주화가 잘 된 국가에서 죄를 지어가며 오만방자한 독재를 하는 건 제 무덤 파는 일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고 모든 정치인들과 앞으로 정치를 할 사람들이 깨달음을 얻기 바랍니다. 당장 다음 대통령이 될 것 같은 사람도 주변이 예스맨 위주일 것 같고, 인의 장막을 주의해야 할 만한 분이 아닐까 우려되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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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인용

정치 2017. 3. 10. 12:25 Posted by 해양장미



 이젠 이미지 망가진 태극기를 회수해야합니다. 개인적으로 바꿨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국기라지만, 조국의 기를 국기문란, 국헌유린 세력이 가지고 놀게 둘 수는 없지요.

 

 박근혜가 탄핵된 이유에 대하여 우리나라 헌재가 명료하고 논리적으로 밝혔습니다.

 

 중요 부분 인용합니다.이 선고문은 박근혜가 왜 탄핵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기존 대통령들의 측근비리와 근본적으로 무엇이 달랐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

 

 지금까지 살펴본 피청구인의 법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

 

 박근혜가 최순실(최서원)의 존재를 공개하였다면 그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최순실은 이렇게까지 부정을 저지르기 힘들었겠고 박근혜도 어느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노무현도 이명박도 친인척 또는 측근비리가 있었으나 그것이 탄핵사유로까지 심각해지지 않은 건 해당 인물들이 공개된 인물이었고, 본인이 개입하여 부정을 저질렀다는 근거가 없거나 불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주권원칙을 위반하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최순실 및 부정을 저지른 측근들을 숨기고 보호해왔고, 온갖 조사에도 응하지 않은 결과 그 대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맹목적인 박근혜 추종자들과 수구세력들은 궤변과 억지를 일삼았으나 그런 말들은 본인들의 수준과 인성을 증명했을 뿐입니다.

떠나는 김종인을 보면서 드는 생각

정치 2017. 3. 8. 13:16 Posted by 해양장미

 나는 김종인 편이 아닙니다.

 

 김종인이 더민주당에 붙는 시점에서 이미 어리석다 생각하였고 이런 미래가 올 거라 예상하였습니다. 그가 통찰력이 없었던 거지요. 그간 친노, 문재인 세력의 행태를 모르지 않았을텐데 뭐에 홀려서 참.

 

 아마 총선에서 더민주당이 졌으면 문재인 세력은 패배를 김종인 탓으로 돌렸을 겁니다. 잘 되면 문재인 덕, 망하면 김종인 탓이었지요. 김종인이 뭐 잘한 게 있느냐 묻는다면,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만 김종인 간판으로 승리했으면 승자는 김종인인 겁니다. 문재인 파벌과 지지자들은 문재인 덕으로 이긴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지만, 문재인은 대표직을 김종인에게 양도하고 선거를 치렀으니 승리의 공을 가져갈 자격이 없습니다. 그리고 문재인이 거래를 아는 사람이었다면, 김종인 간판으로 성공했을 때 김종인에게 줄 보상을 생각해뒀어야 합니다. 김종인은 걷어 차버린 의원직 외엔 보상 받은 게 없지요.

 

 문재인은 이해찬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계파수장급 정치인과 갈등관계고, 해결이 수월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의 대중적 지지도는 높지만, 정치권에서 문재인은 점차 고립되고 있습니다. 이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자신의 뜻을 펼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주정에서 정치인의 정치는 대중의 마음을 얻는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시민의 대표자인 다른 정치인들과 이견을 조율하고 타협하고 서로의 이해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줄이고, 합치되는 것을 활용하여 자유롭고 정의로운 가치를 실현하고 시민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며 고통은 줄이는 게 정치인이 해야 할 행동입니다. 그런데 적이 많고, 등돌린 사람이 많은 문재인이 그런 걸 할 수 있을지는 매우 회의적입니다.

 

 박근혜는 임기 전반에 걸쳐 지지도가 높았고, 그만큼 강력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정치인들을 모두 자기 아래로 생각했고, 오만과 독선을 앞세웠습니다. 그에게 반발하는 정치인들은 그의 모든 정책에 반대했고, 국회선진화법은 박근혜의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결국 박근혜는 하려는 정책마다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다 이룬 거 없는 대통령이 되었지요. 문재인은 다를까요? 적어도 적을 많이 만든다는 면에선 문재인도 박근혜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탄핵 이야기

정치 2016. 12. 10. 00:15 Posted by 해양장미

 반복해 이야기하지만, 탄핵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행위입니다. 특히 면책특권이 있는 대통령의 탄핵은 더더욱 그러하지요. 탄핵이란 직무에 관련된 것일 뿐, 형법에 의해 죄를 가리고 처벌을 받는 행위와는 구분됩니다. 최초의 탄핵은 중세시절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2세를 탄핵한 것이었습니다. 왕비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가 국정을 농단한 왕 에드워드 2세를 구금한 후, 웨스트민스터 의회가 왕을 탄핵한 후 유폐했고 왕은 얼마 후 사망했지요.

 

 다만 한국의 탄핵절차는 다른 대다수 민주 국가들의 탄핵절차보다는 더 사법 절차 같은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법기관에 속하는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을 맡기 때문인데, 이는 일단 상원이 없다는 데 기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출이 아닌 헌재가 대의체인 의회 이상의 권한을 가질 수 있는 이 체제 자체엔 상당한 문제소지가 있는데, 민주정과 법치주의는 현재 대체로 상보적인 관계이지만 근본적으로건 역사적으로건 대립하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의 건국과 민주화 과정에서 써진 헌법과 법률 체계는 충분히 민주적인 과정을 거치지 못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나 개인의 의견이 아니고, 정치학계에서 제기되는 문제로 개인적으로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이러합니다. 대의민주정은 의회에 의해 돌아가도록 되어있습니다많은 경우 자연적인 민주정은 의회가 군주에게서 지배 권한을 이양받거나 가져옴으로 천천히 축조되었습니다. 미국 건국 시기에 그 체제를 만든 사람들은 의회의 권한이 너무 커서 대통령이 의회 때문에 아무 것도 못 하지 않을까 우려했을 정도입니다. 실제 결과는 정치력이 좋았던 대통령들 덕에 우려와는 달랐지만요.

 

 탄핵은 본래 사법권력 위에 있는 고위공직자나 법관을 시민의 대의체인 의회가 파면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니까 탄핵은 다시 한 번 말해 정치적 신임의 문제이자 헌법 정신 및 가치의 문제지 통상적인 법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법률적으로 죄가 없더라도 원론적으로 탄핵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괜히 헌법에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 게 아닙니다. 법률조항이 아니라 가치를 명시한 헌법을 위배해도 탄핵사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헌재는 공직자를 파면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을 탄핵의 조건으로 이야기한 바 있으며, 나는 한국 국민으로 한국 체제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으나 존중은 하기에 헌재의 의견 또한 존중은 합니다. 헌재는 주어진 권한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본인의 결백을 밝힐 의지가 전혀 없어보였던 박근혜 대통령 또한 헌법과 법률에 의해 주어진 마지막 기회는 활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하야하라는 주장은 가능합니다만, 나는 그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헌재는 탄핵 소추를 통과시킬 것입니다. 강압이 아닌 협치를 한다는 것은, 그것이 군주정이건 귀족정이건 공화정이건 상관없이 시민들의 동의와 납득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만일 국민들이 그릇된 판단을 하는데 지도자가 옳은 판단을 하는 경우라면, 국민들을 설득하고 읍소하여 올바른 길로 이끌 의무와 책임은 지도자에게 있으며, 그렇기에 공화정에선 시민 중 한 사람일 뿐인 지도자에게 특별하고도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다수 국민의 신임을 잃었고, 대의체에 의해 탄핵되었습니다. 헌재에겐 이러한 탄핵을 뒤집을 수 있는 명시적 권한은 있습니다만, 그것은 내각제 대통령이나 입헌군주정의 왕처럼 행사해선 안 될 권한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와 형법 적용은 면책특권이 사라진 다음에 진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검찰에 의해 피의자 신분이 된 경우 무죄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보통 5%정도입니다. 그렇지만 그 대상이 (일선 경찰이 농간을 부릴 수 없는) 고위공직자일 경우 그 가능성은 더 낮아집니다. 보통은 기소가 될 경우 99% 유죄라 보면 됩니다만, 가끔 의욕이 앞선 검찰이 빼도 박도 못할 죄인을 두고 기소를 잘못해서 무죄가 뜨는 경우가 있긴 하지요. 한명숙 관련해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건 지켜보면 될 문제입니다. 한명숙의 긴 꼬리도 결국 잡혔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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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입니다.

정치 2016. 12. 9. 16:21 Posted by 해양장미

 이제 우리 시민들은 혁명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234표 찬성이면 헌재에서도 빠른 처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처음에 탄핵을 주장할 때 11월 내 탄핵 표결을 요청했는데, 10일이나 미적거린 게 유감입니다.

 

 표수로 볼 때 역시나 우리 허니는 당 내 민심도 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총선 때부터 알아봤지만요. 탄핵은 본질적으로 정치행위라 생각합니다. 우리 허니가 이렇게 탄핵까지 당한 건 윤리적 잘못도 했지만 정치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둔 참치 통조림은 까나페 해 먹을 계획입니다. 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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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사태나 계엄에 대한 대비

정치 2016. 11. 30. 12:59 Posted by 해양장미

(본문은 백중사리 밀물처럼 밀려올 위험이 있는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기 위해, 넘쳐나는 품위를 내려놓고, 다소의 해학을 우리 허니의 애국심만큼 활용합니다.)

 

 더 불어! 도로민주당의 염장식품 장인 같은 간보기와 우리 myth busy 허니근임순실치킨의 자애로운 퇴진의사 덕에, 1~2주 전에 비하면 탄핵 소추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졌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탄핵 소추 희망이 없는 건 아니겠습니다만, 만일 탄핵안이 부결되거나 하면 그때부터가 진짜 게헨나입니다.

 

 이 경우 강경한 시민들의 분노를 아무도 말릴 수 없게 될 겁니다. 시위는 더 이상 축제 같을 수 없겠지요. 우리 허니는 의회의 심판을 받은 셈이 되니 빨리 물러날 생각 없이 이런저런 흔들기를 하면서 버틸 거고요. 거듭 사과하면서 과격한 시위대를 나쁜 사람들로 몰아갈 걸로 예상합니다. 그럼 그럴수록 시위대는 더 분노하겠지요.

 

 진압할 명분을 얻으면 얻을수록 우리 허니는 운신폭이 넓어집니다. 적절하고도 숙련된 도발 스킬의 사용으로 점차 게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두렵게 만드는 데 성공하면 허니가 이기는 겁니다.

 

 소요가 일어나고 빨리 멈추지 않을 경우, 우리 myth busy 허니근임순실치킨께서는 계엄을 엄격, , 진지하게 선포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 그 복음에 많은 시민들이 기뻐하며 거리로 나오겠지요. 정말 신나는 나날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올지 모를 그 날을 위해 나는 통조림을 사겠습니다. 광주사태 때 무사히 살아남은 분들의 가르침에 의하면, 식량이 떨어져도 배고픔을 참으며 집에서 안 나갔다 하거든요.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격언을 되새겨야 하겠지요.


ps. 미래를 내다봤던 물건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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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근ㅏ임허니 3차 담화 시청 소감

정치 2016. 11. 29. 14:57 Posted by 해양장미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 : 거짓말

국회에서 조기 퇴진을 포함한 일정을 정해 달라 : 니들끼리 피터지게 싸워 보세요.

모든 건 조만간 밝히겠다. : 아직은 밝힐 수 없다.

하야 : 안함

 

 다른 건 몰라도 우리 허니, 나라 사랑하는 것 같은 모습은 제대로입니다. 연기건 착각이건 망상이건 뭐건 말이에요. 아마 지지율 좀 반등할 거 같고요.

 

 제대로 했으면 이것저것 잴 거 없이 이미 탄핵 발의가 됐어야합니다. 미적대니까 상황이 이리 되는 거예요.

 

 탄핵 소추가 되기 전까진 결국 칼자루 쥔 사람은 우리 허니입니다. 지난 한달간 국민 여론이 돌아섰다고 야당 주제에 우리 허니랑 수싸움을 하려 드는 걸 보니 어이가 없더라고요. 언제 이겨본 적 있던가요? 진박 - 옥새런에 비례지지 3위 하고도 총선에서 어째 이기니 더민주당, 본인들이 잘해서 이긴 줄 착각하던데... 하긴 주제 파악을 할 위인들이 아니지요. 김종인 영입해서 이기고는, 김종인 아니었음 더 크게 이겼을 거라고 팽하는 대단한 친구들이니까요.


 만일 탄핵이 제대로 안 되면, 그 책임은 문재인 파벌이 져야 합니다. 우리 허니가 저렇게 나오면 비박계는 탄핵에 당장 적극적으로 임하기가 힘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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