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본 블로그 유입 중 많은 비중이 고지방 저탄수 열풍에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저지방, 고탄수화물 다이어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고 그에 관련한 글을 몇 개 올려두었기에 그 글이 고지방 저탄수 하시는 분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 비추어볼 때 고지방 저탄수 방식에는 찬성하기 어려웠고, 근래에야 시간을 내서 관련 글들을 여럿 찾아보았습니다.

 

 이후 개인적으로 내린 판단은 고지방 저탄수는 내가 알고 있던 대로 위험성이 있으며, 내가 직접 시도해보거나 남들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겠다는 것입니다.

 

 나는 표준적으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적정 비율로 챙겨먹되 단순당을 가능한 배제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남들에게도 추천하려고 합니다.

 

 한편 이런저런 문서들을 보면서 강하게 인지하게 된 것은, 대다수의 사람은 확률적으로 장기적 다이어트에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실험 결과에서 다이어트 방식과는 무관하게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실험마다 그 구체적 %는 다릅니다만, 어떤 실험을 봐도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이 살이 찌는 이유는 본인이 어쩌기엔 너무나도 어려운, 유전적이거나 환경적인 요인들이고 감량 후 장기적으로 날씬한 몸을 유지할 확률은 빈자가 부자 되기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각종 다이어트 방식이 돌아가면서 유행을 타는 건, 다이어트가 장기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경우가 있듯, 장기적으로 감량에 성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 비율은 너무나도 낮고 다이어트가 얼마나 어려운건지를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살찌는 건 팔자입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만일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면, 당신은 앞으로 살아갈 날의 많은 부분을 과체중, 비만인으로 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당신이 만일 과체중, 비만을 탈출하고 날씬한 몸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당신은 빈자였던 부자만큼이나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살찜을 노력이나 의지의 문제로 폄하하기엔, 개인은 비만을 거의 극복할 수 없습니다. 통계적으로는 살이 많이 찐 사람일수록 극복확률은 낮아집니다. 사람의 유전자는 살찌는 데 특화되어있고 살빼는 덴 매우 무능합니다. 살찜에 대한 사회적 냉대는 줄어들어야 합니다. 빈자를 타박하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요.

 

 다이어트는 어쩌면 단기적 방식으로 제안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살을 빼는 건 장기적인 저체중 유지보다는 훨씬 쉬운 과제입니다. 그리고 일단 줄인 체중은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단 저탄수 고지방 다이어트는 논외라고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저탄수 고지방은 단기 체중감량에 매우 유리하지만, 그 대가가 클 확률이 있기에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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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무분별한 각종 다이어트를 섭렵하다 정석의 길로 들어오게 되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문구가 있다. ‘체근육은 늘리고, 체지방은 줄여라.’


 대부분의 (나이가 많지 않은) 한국 여성들은 문화적으로 저 문구 자체를 받아들이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울퉁불퉁할 정도의 근육은 그리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자 몸은 어지간해서는 부피 있는 근육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이젠 어느 정도는 알려지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생각보다 체근육은 늘리고, 체지방은 줄이는 목표를 이루기란 쉽지 않다. 실제 통상적인 사람 몸은 체지방과 체지방이 어느 정도 이상 같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비만인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체근육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인데, 그 이유는 늘어난 체중을 충분히 움직일 정도의 체근육은 자연스레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 체근육은 그대로 보존하거나 늘리면서 체지방만 줄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체중이 과하긴 하지만 비만 범주는 아닌, 소위 과체중의 경우는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수많은 다이어터들이 왕도를 버리고 자꾸 온갖 유행 다이어트의 길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는 위에 이야기한 것과 관계가 있다. 동시에 ‘체근육은 늘리고, 체지방을 줄여 결국 체중까지 줄이는 것.’은 정말 쉬운 게 아니다. 이게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지만, 이 경우 우리 몸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체근육을 늘리려면 보충제를 먹는 게 아닌 이상 단백질 식품을 엄청나게 먹어야 한다. 실제로 체중의 0.15%에 해당하는 무게의 단백질만 매일 먹으려 들어도 어지간해선 식단이 정말 보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단백질 위주의, 극도로 통제된 식단을 이어나간다면 체근육을 늘리는 가운데서도 체지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어지간해서는 그건 정말 쉬운 게 아니다. 잠시라면 모를까, 그런 걸 지속하기란 너무 어렵다. 그렇다고 일반인이 운동을 프로 선수들처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한 텀에 보통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물론 운동을 충분히 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이다.


1) 감량이나 체지방량 줄이기를 둘째 목표로 하고, 근력이나 근육 크기 및 지구력 등을 늘리는 걸 첫째 목표로 한다.

2) 근력이나 근육량이 감소할 위험은 좀 있지만, 체지방과 체중을 우선적으로 줄인다.


 어지간해서는 1과 2를 번갈아가면서 반복하는 가운데 최종적으로 체근육을 늘리고 체지방을 줄이는 게 수월하다. 물론 각자의 목표나 입장에 따라 1또는 2만 무한 반복할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른 대가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1번을 무한 지속할 경우 소위 전형적으로 체격이 좋은 운동한 사람 몸이 되기 쉽다. 추구하는 게 그런 몸이라면 별 문제가 없는데, 통상적인 여성 기준에선 마냥 좋게 받아들여지는 몸은 아닌 게 단점. 또한 엄청나게 먹어대야 하기 때문에 소화기가 충분히 튼튼하지 않은 경우 탈이 난다거나, 원하는 체중에 비해 너무 나가게 된다거나 할 수가 있다.


 2번을 지속할 경우 소위 아이돌 몸매에 가장 근접해지기 쉽다. 슬림하면서도 발달된 근육이 체지방까지 적어 도드라져 보이기 알맞은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문제는 근력이나 근육량 자체가 일정한 한계를 가지기 쉽고, 체지방도 너무 줄어들 위험이 있다. 또한 지속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던 운동이 몸에 적응이 되어버린 상태에서는 똑같이 운동을 해도 몸은 점점 더 운동효율이 높아진다. 즉 똑같이 운동해도 운동 시 연소하는 칼로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실 운동은 충분히 하는 데 먹을 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면 몸은 그것을 비상사태로 받아들인다. 어지간해서는 너무 지속하지 않는 게 좋다.


 실제론 보통 계절이나 상황에 따라 1번과 2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몸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나만 지속할 거라면 당연히 1번이 낫다. 운동을 많이 한 근육질 과체중이 어지간한 정상체중보다 훨씬 건강하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여성들의 미적 감각에 그리 잘 부합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다이어트를 처음 시작하는 경우라면 보통은 1번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 운동 수행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상태라면 1번같이 해도 살이 잘 빠진다. 초고도비만을 고도비만 수준으로 만드는 건 정말 쉽고, 고도비만을 비만으로 만드는 것도 쉽다. 그리고 비만을 과체중 정도로 만드는 것도 그나마 쉽다. 위에 말한 문제는 그러고 난 다음의 이야기이다. 이미 전체적인 운동 신경과 근절이 발달하여 충분한 운동 수행 능력을 갖춰야 2번이 쉬워진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운동이나 식이는 결국 각자의 목표에 맞춰야 한다. 1과 2로 나눈 것은 편의에 가까운 것으로, 각자의 목표와 시즌에 맞춰 기간을 나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운동과 식이의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급적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더 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