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부평구 십정동 인근은 행정구역상 남동구 간석 4, 남구 주안 5, 서구 가좌 4동의 4개 구가 맞닿아있는 지역입니다. 살짝 떨어져있지만 인천 동구의 경계도 굉장히 특이하게 생겨 그리 멀지 않은데, 이런 복잡한 행정구역의 나뉨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또한 이 일대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행정구역의 경계보다 눈에 잘 보이는 황당한 지형이 있으니, 혜성이 태양을 공전할 때의 궤적에서나 보일 것 같은 열우물로-석정로의 유턴(?) 구간이 있는 것입니. 지도의 십정1동 주민센터 앞을 지나는 도로가 열우물로고, 간석역 북쪽을 지나는 도로가 석정로입니다.

 

 이 도로의 옆을 따라서는 경인선이 있고, 소위 동암드리프트로 불리는 기묘한 급커브 구간이 있습니다. 보통 어지간해선 철도를 이런 식으로 턴하게 만들지 않는데, 이런 이상한 길 모양엔 이유가 있긴 합니다.

 

 옛 인천 지도를 보면 왜 이런지 바로 알 수 있지요.




 지금 보면 좀 어이가 없습니다만, 이게 1910...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의 인천 모습입니다. 경인선이 왜 지금과 같은 선형인지, 왜 부평과 인천이 다른 지역이었는지를 알 수 있지요. 현 인천역(경인선 개통 당시엔 이름이 제물포역이었습니다.) 일대는 본래 곶(cape)이었습니다. 현재의 동암역 서쪽-간석역 북쪽까지 바닷물이 들어왔고요. 동암드리프트는 바다를 메우지 않는 한 필연적인 것이었습니다. 경인선은 19세기에 개통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 된 선로고요.

 

 열우물로와 석정로는 대략 바닷가를 따라 나 있던 길이 현재의 모습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이해하기 힘든 길이지만, 예전엔 자연적인 지형을 따라 있었던 길일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대략 인천의 큰 공업지대는 부평공단을 빼면 본래 바다였던 곳들에 있으니, 그것으로 옛 지형을 연상해볼 수 있긴 합니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면 자연적이던 지형의 흔적은 사라질 겁니다. 이젠 의미가 없고, 비효율적이니까요. 실제 원인천쪽의 도로는 대체로 좋지 않습니다. 번화했던 동네가 쇠퇴하는 데는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가 한 몫을 합니다. 인천의 경우 바닷가의 매립지 쪽이나 김포평야 쪽은 대조적이라 할 만큼 도로가 좋기도 하지요.

 

 수도권 1호선이 된 경인선도 언젠가는 지하화가 되면서 직선화도 이루어질지도 모릅니다. 인천은 하나의 도시라기엔 각 지역이 상당히 따로 놀고, 유대감이 낮은 편인데 거기엔 지리적인 분단이 큰 역할을 합니다. 경인선도 여기에 한 몫을 하지요. 다만 경인선 지하화는 돈이 너무나도 많이 들어서 쉽지는 않습니다. 현재는 경제성이 낮아서 무리고, 주변 도시개발이 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