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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조선 제제와 미래 전망

정치 2013. 2. 2. 15:02 Posted by 해양장미


 북조선이 곧 망할 거라는 전망은 꽤 오래 전부터 계속 있었던 기대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까지는 김정일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최우선적인 목적이 체제 유지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그들은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정세의 변화는 결코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는 않다.


 애초에 북조선은 자생이 불가능한 나라다. 충분한 식량자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디든 땅 힘에는 한계가 있고, 북조선의 지력은 완전히 죽은 지 오래이며 그것을 되살릴 만한 여유가 없다. 더구나 공산주의식 국영농장 제도는 개개인의 위기 탈출 가능성마저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문제점이 있다. 물론 기술적인 수준도 뒤떨어지기도 한다.


 본래대로라면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북조선 또한 체제를 변경했어야 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고립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현재의 북조선을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보면 북조선은 과거 냉전 시대에는 양 진영 대립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었고, 지금은 G2의 완충지대이자 골칫거리이다.


 중국에게 있어 북조선은 더 이상 밀접한 동맹국이라 하긴 어렵다. 그보다는 어쩔 수 없이 관리해야하고, 챙겨줘야 할 대상에 가까운 상황이다. 중국은 북조선의 붕괴를 두려워한다. 엄청난 난민이 중국으로 넘어올 수 있고, 미국과 국경을 맞대는 거나 다름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중국은 여러 변수를 맞이하고 있다. 오랜 숙원인 타이완과의 통일 문제도 점점 더 가시화된다 할 수 있고, 경제성장으로 인해 민주화에 대한 압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위구르ㆍ내몽고ㆍ티벳 등지의 자치구들의 독립 시도도 없어질 수는 없다. 그리고 근래 일본이 극단적인 우경화가 일어나면서 중국과의 영토분쟁까지 일으키다 보니, 중국은 이 연장선상에서 미ㆍ일 동맹에 생기는 틈을 이용하여 미국과 좀 더 직접적인 딜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러시아의 푸틴은 이미 북조선과의 친교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상황이라 할 수 있으며, 대신 대한민국과 영토를 맞대고 싶어 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푸틴은 동부 시베리아를 개간하는 데 관심이 많은 듯한데, 그에 적합한 국가로 대한민국을 꼽고 있는 듯하다. 일본과는 영토분쟁이 있기도 하고, 중국은 견제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일본은 대북 관련한 6자 중 가장 통일을 원하지 않을 세력이다. 그러나 근래 일본은 극우화되면서 미국과의 친밀함도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아베의 엔화에 대한 정책은 일본인 외에는 반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경제적인 면에서 일본이 죽어줘야 세계가 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합중국은 오바마가 재선된 상황이며, 전반적인 추세를 볼 때 민주당의 장기집권을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쓸데없는 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낮고, 각종 카드를 사용하는 데는 좀 더 유연하다. 또한 미국은 군 감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북조선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조선은 작년 12월,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이는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에 어긋나는 행위였고, 1월 23일 UN은 대북제제 강화 결의를 체결했다. 이 새로운 제제 결의에는 북조선의 오랜 우방인 중국까지 동참했으며, 내용을 보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제라 할 수 있다.


 이에 북조선은 3차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런 파국은 오래 전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흐름이다. 김대중-클린턴 때만 해도 사실 북조선 문제는 잘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하고 후세인을 사형시킨 것을 이야기해야한다. 후세인도 한 때는 미국에 협력했었다. 그러나 결국 미합중국은 역사에 남을 오판으로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라크는 10년이 거의 다 지난 아직도 혼란상태다. 미국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북조선은 제제를 받더라도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힘의 균형을 맞추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의 대북송금특검 및 나빴던 초기 대북정책도 한 몫을 한다. 물론 2002년에 연평해전을 일으키는 등 북조선의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의 대북송금특검은 그나마 부시정권 하에서 나빠지고 있던 남북관계를 급속히 냉각시켰다. 많은 사람들의 오해와는 달리,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와는 다른 대북정책을 펼쳐나갔다. 이에는 노무현의 정몽준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도 있다고 확신한다. 다들 알다시피 대북사업 관련하여 가장 적극적이었고 가장 투자를 많이 했던 기업은 현대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현대는 정몽헌 회장이 자살하는 참극을 맞으며 무너져 내렸다. 대신 참여정부는 노골적으로 삼성편을 들었다.


 또한 북조선은 한국을 절대로 군사적인 대등한 협상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사실 이것은 당연하다. 한국은 군사적인 면에서는 독립국가라 할 수 없다. 전시 작전 통제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별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그냥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대한민국은 엄밀히 말해 독립국이 아니다. 그보다는 미합중국이라는 제국 아래 속해있는 자치령에 가깝다. 아마 역사는 이런 식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이고,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상태도 그리 꼭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북조선이 ‘남쪽 정부는 괴뢰정부다.’ 라고 주장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는 건 알아두는 게 좋겠다.


 어쨌든 북핵 이후 남북 또는 북미 관계는 그리 좋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무한정 미뤄둘 수는 없다. 곧 북조선은 어쨌든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핵무기’를 갖춘 나라가 된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미국 본토에 핵을 날릴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합중국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미국은 여러 가지 카드가 있다. 그들이 어떤 방향을 선택할 진 알 수 없지만, 다행히도 박근혜는 이명박에 비해 외교적 감이 좋아 보인다. 북조선 문제는 다자간의 문제고, 한국은 이미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은 중국과 딜을 할 수 있다. 중국은 어떻게든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대만이 중국 앞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은 미국에 있다. 대만과 북조선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이 근래 극우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어느 정도 미국의 힘을 믿기 때문인데, 그 또한 미국이 선을 그으면서 동아시아 정세를 제어할 수 있다.


 결국 북조선 문제는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북조선이 보다 온전한 국가로 인정을 받고 종전이 되던지, 북조선 체제가 급속도로 무너지던지. 결국 그들이 ‘정상적인’국가가 아닌 이상 결과는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의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수는 없을 것이다. 종전이 되고 북조선에 대한 제제가 풀린다면, 자본의 유입으로 인하여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