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부터 이어져갈 미래

정치 2021. 3. 2. 15:08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ZyEA1-1367o

 

 

 

1) 건강보험재정이 머잖아 고갈될 것 같습니다. 박근혜 시절만 해도 흑자이던 건보재정은 누적적립금을 급속도로 소모 중이며, 이번 COVID-19 백신 접종도 건보재정을 소모할 것으로 발표되었기에 어쩌면 백신 접종으로 그 동안 적립해온 건보재정은 끝날 겁니다. 관련하여 정부 발표를 믿으면 곤란할 것 같습니다. 만약 정권 바뀌고 나면, ‘사실은 이미 고갈되었습니다.’ 라고 이야기 나올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실손도 이제 혜택이 많이 줄어드는 게 예고되어 있으니까, 가능한 각자 서둘러 질병상해보험을 강화시켜 두는 걸 추천합니다. 앞으로 우리 가붕개들은 건강보험에 무언가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4년 전만 해도 문제없던 건보는 이제 미래가 없습니다. 그리고 건보재정만 끝난 게 아니고, 사실 의료체계도 끝났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 국민들 평균수명은 감소할 겁니다.

 

 

 

2)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우리나라가 망할까? 를 생각해본다면 딱히 판단모델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사적으로 예상하는 정도는 아르헨티나에서 그리스 사이입니다. 작년 기준 1인당 GDP는 아르헨티나가 $8,433. 그리스는 $18,168입니다. 망해도 아르헨티나보다는 괜찮을 것 같고, 그렇다고 안 망하기에는 너무 망할 만한 모든 조건이 잘 갖춰져 있는 상황이라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보다 더 망하려면 공교육과 제조업이 붕괴해야 합니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산업이 농업 위주라는 겁니다. 일단 농산물은 가격이 심하게 널뛰기 때문에 수입의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대신 아르헨티나는 워낙 먹을게 넘쳐나는 나라라 경제가 망해도 사람들이 굶지는 않습니다. 돈은 없어도 먹을 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물가가 상승하면 먹을 것조차 구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경제구조입니다. 그래서 더욱 회복이 어렵지요.

 

 

 

3) 지난 여름부터 나는 이미 올라버린 금값을 보면서, 언제 금을 매수할 시기가 올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슬슬 구매시기가 오는 것 같아 금 관련 투자를 시작하였습니다. 일단 매수를 시작한 건 실물 또는 선물금이 아니라 버핏이 샀다 판 금광회사 배릭골드입니다. 나는 근래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실력이 별로라고 생각합니다만 - 장이 이상해서 버핏옹한테 힘든 장인 것 같습니다. -, 버핏이 산 종목은 재무재표상 회계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고 믿을 수 있다는 점에서 버핏을 좋아합니다. 국내기업 중에는 고려아연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공매도 재개로 코스피 지수가 하락할 때 매수할 수 있을 걸로 생각 중입니다. 실물금을 보유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만, 현재 현물금이 우리나라에 부족하여 프리미엄이 다소 형성된 것 같습니다. 관련하여 여러분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싶습니다. 비트코인 만세입니다.

 

 

 

4) 첨언하자면 금값의 저점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 면에서는 금값이 떨어지는 게 정상인데, 금값은 또한 인플레이션의 영향도 받습니다. 그래서 금값 예측이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금 보유는 언제나 장기적으로 틀린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3000년 동안은 그랬습니다.

 

 

5) 조선에서 상공업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유교 영향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조선에 금과 은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명나라는 조선에 금과 은을 바치라고 요구했는데, 조선은 없다고 주장해서 공납을 면한 후 금과 은을 채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화폐경제를 만들기가 힘들었지요. 금/은 없이 동으로만 엽전 만들어봐야 한계가 뚜렷했던 것입니다. 조선은 악화밖에는 못 만드는 환경이었고, 실질적인 통화 역할은 면포가 했습니다. 천조각이 무슨 화폐역할을 하느냐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대적인 섬유산업이 발달하기 전에 혹독한 겨울을 겪어야 하는 조선에서 면포는 정말 중요한 물건이었습니다. 조선이 아끼던 금/은은 암암리에 소량 채굴하다가 대원군 시기 들어서야 외국에 채굴권을 넘기게 됩니다.

 

 대조적으로 청과 일본에는 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서양은 은을 찾아 지팡그로 향했고, 일본은 제 때 근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열강에게도 별 매력이 없는 지역이었고, 심지어 일제도 조선(대한제국) 합병했다가 잔뜩 투자만 하고 손해만 봤습니다. 조선총독부는 일제시기 내내 단 한 번도 재정자립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본국에서 충당금 보내줘야 살림이 됐단 말입니다. 공업투자한 게 있어서 말기로 갈수록 그나마 나아지긴 하고, 조선에 있던 금광에서 황금을 싸그리 캐가서 그건 재미를 좀 봤습니다만. 일제가 쌀 수탈해갔다는 선동도 어처구니가 없는 게, 조선 쌀이 일본 본토에 수입되면서 당시 일본 농민들이 꽤 반발했었습니다. 쌀 말고는 조선령에서 나는 게 딱히 없었으니까 조선총독부가 쌀이라도 유통한 겁니다. 일제가 조선 민중을 수탈한 건 전쟁으로 앞뒤 안 가리기 시작한 이후였지요. 그 때는 당연히 조선반도 민중뿐만 아니라 본토 민중도 수탈당했고, 그 수탈 정도는 본토 민중이 더 심각했습니다. 수탈시기를 포함한 1935~1945년에도 조선반도는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을 통틀어 상대적으로 천국이나 다름없는 지역이었습니다. 그 땐 진짜로 헤븐조선이었지요. 헤븐조선에 살던 조선인들이 헬조선을 겪는 건 광복 이후부터입니다. 한참 지나 박정희 집권하고 나서야 조금씩 살만해졌지요.

 

 상대적으로 일제는 1895년에 합병했던 대만에서는 이익을 봤는데, 3대 수출품으로 꼽히던 게 장뇌, 아편, 소금이었습니다. 설탕도 좋은 상품이었다고 하고요. 이 중 최고 수익 상품은 아편이었고, 그 다음은 장뇌였는데요. 현대에 장뇌는 멘톨과 함께 파스의 주성분으로나 씁니다만, 1870년대에서 1900년대까지는 최초의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를 만드는 데 장뇌가 쓰였습니다. 니트로셀룰로오스(면화약)에 장뇌를 섞으면 셀룰로이드가 되거든요. 다만 셀룰로이드는 재료가 재료인 만큼 폭발적으로 연소하는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이후 1906년에 베이클라이드가 개발되면서 셀룰로이드의 사용이 크게 줄어, 일제가 장뇌로 대만에서 얻던 이익도 감소합니다. 그리고 원래 천일제염업은 대만이 하던 방식이라고 합니다. 일제를 통해 대만식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겁니다. 괜히 이토 히로부미가 한일합방에 반대한 게 아니었습니다. 안중근은 그런 이토를 쏴버렸습니다만.

 

 

6) 조선이 더 나은 길을 걸으려 했다면, 최대한 좋은 시기를 봐 금과 은을 채굴하고, 그것을 지키는 가운데 상품을 개발해서 어떻게든 교역을 늘려 금과 은을 더 들여와 화폐경제를 발달시켰어야 합니다. 다만 이는 조선 초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는데, 원 제국이 쇠퇴하고 흑사병이 유라시아를 휩쓸면서 실크로드 자체가 쇠락했기 때문입니다. 원나라는 유럽 및 중동과 교역을 하던 나라였지만, 초기 명나라는 그런 교역이 쇠퇴해 있었고 조선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요. 일본도 그 무렵에는 한동안 정상 아니었고요. 만약 배를 타고 더 먼 세계로 어떻게든 교역을 위해 나선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사람들을 국가가 용인했다면 역사가 달라졌겠지만, 유교 중심 세계관에서 그런 건 불가능했습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점은 조선은 후기까지도 시장의 발달과 상품의 개발이 늦었다는 겁니다. 청과 일본을 빼면 주변국이 없던 상황도 문제였지만, 그 시대에 유럽과 중동 사람들은 세계를 누비고 있었습니다. 조선은 훌륭한 도자기, 칠기, 유기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였음에도 그런 물건을 유럽에 팔아본 적이 없지요. 그리고 고객이 없다면 상품은 개발되지 않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에스파냐는 전국에서 와인을 만듭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건 역시나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인데, 그렇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보르도가 지롱드 강을 낀 교역항이어서 그렇습니다. 예전부터 프랑스 남부 와인이 보르도항을 따라 수출되었고, 보르도 인근 와인들은 수출을 전제로 고급품을 만들려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고급 와인을 만들기 좋은 지질과 기후가 있다보니 최고급 와인이 나오게 된 것이지요.

 

 

 

7)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면서 도자기 기술이 쇠퇴했다는 오해가 많은데, 기술적으로 보면 청자보다 백자가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청자에서 그냥 백자로 넘어간 게 아닙니다. 시대가 흐르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청자 => 분청 => 백자로 유행이 바뀐 거지요. 조선 사람들이 흰 색을 좋아해서 옷도 희게 입고, 도자기도 백자를 선호한 걸로 봅니다. 현대 들어서 백자가 흔해져서 그게 귀하게 안 보이는 거지, 원래 백자라는 게 만들기 절대 쉬운 게 아닙니다. 유럽에서 백자 못 만들어서 별 거 다 해보다가 개발한 게 소뼈가루 섞은 본차이나고요. 잘 만든 도자기는 청자건 분청이건 백자건 본차이나건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조선 사람들의 백의가 염색할 돈이 없어서 그렇다는 자국비하도 있는데, 헛소립니다. 조선 사람들이 입던 흰 옷은 흰색으로 탈색한 옷입니다. 작업 없이 뽀샤시한 흰 색 안 나옵니다. 전근대에 백색 옷 유지하는 거 쉬운 거 아닙니다. 세탁기도 수도도 없던 시대라고요. 흰 옷을 너무 좋아해서 조선 시대에 흰 옷 좀 그만 입고 푸른 옷 입으라고 왕명까지 내린 적이 몇 번 있습니다만, 백성들이 듣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흰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일단 피부색부터 하얀 걸 매우 선호하고, 흰색 와이셔츠나 블라우스 같은 걸 챙기고, 흰색 차도 많이 탑니다.

 

 만약 그럴 기회가 있었다면, 조선도 명이나 청이나 일본처럼 도자기를 유럽에 수출할 수 있었을 겁니다.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도 무력하게 무너진 청이 있으니까 무역을 해서 부를 축적한다고 조선이 멸망을 면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보다는 더 많은 기회가 있었겠지요.

 

 

 

8) 우리나라는 루키즘의 나라입니다. 이는 대체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지만, 예외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미의식이 발달하다보니 결국 아름다운 상품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좋은 수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습니다. 그 동안 수공예품을 충분히 산업화할 만한 시간과 지원, 각종 여건 등이 주어지지 못했을 뿐이었지요. 물론 지금도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습니다만, 어쨌든 이제 시간이 누적되어 괜찮은 결과물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단히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페미니즘이 문제가 됩니다.

 

 관련하여 페미니즘이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여성 장인만 지나치게 육성했다는 겁니다. 여성에 대한 각종 지원금이 투입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비가 최악입니다. 그리고 여성 장인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여성들이 사용하거나 좋아할 만한 수공예품이 주가 되고 있는데, 보통 수공예품은 의복 구두 가방 악세사리 등 아니면 테이블웨어 가정용 소품 계열입니다. 그런데 페미니즘은 이런 것들 소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걸 넘어 방해가 됩니다. 2015년 메갈리아가 생기고 래디컬 페미니즘 디스토피아가 된 후, 여성들이 미용실에서 소비하는 금액까지 줄어든 현실에서 여성향 위주인 수공예품 수요의 축소는 피할 수 없습니다. 젊은 여자들이 남자를 만나고 가정을 꾸려야 소비가 있지요. 기껏 키워온 수공예 시장이 성장 초기부터 암초를 만난 셈입니다.

 

 훗날 우리나라가 멸망한다면 그건 페미니즘 때문일 겁니다.

 

 

 

9) 현실적으로 이제 우리나라 네이티브 가붕개들은 중국계와 이웃하여 살아야 합니다. 그건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어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국계를 이웃으로 두면 가장 힘든 건 음식냄새입니다. 중국인들이 만들어 먹는 음식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중화요리와는 달리 꽤 자극적이고 불쾌한 냄새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낡은 공동주택은 가구마다 밀폐가 충분히 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인이 요리를 하면 이웃집들까지 냄새가 퍼지게 됩니다. 앞으로 저렴하고 낡은 공동주택에 사는 분들은 그런 문제들을 감수하고 살아야 할 겁니다.

 

 서로 다른 문화권 사람들끼리 어울려 살면 트러블을 겪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 강력한 동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족은 어차피 상상의 공동체입니다. 우리 한민족도 단일민족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 부여계 예맥족과 남부의 삼한 계열에 여진이나 말갈 계열도 섞인 게 우리 혈통입니다. 실제로는 더 다양한 혈통이 섞인 거고요. 한족은 유전적으로 훨씬 더 다양합니다. 북경 한족은 만주족 및 몽골 유전자가 많이 섞여있지요.

 

 앞으로 우리나라에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살게 될 겁니다. 피할 수 없으니까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나가야 합니다.

 

 

 

10) 기축통화국이나 준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가 빚을 너무 많이 져서 정상적으로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탈출구가 거의 없습니다. 돌려막으려면 누군가 채권을 사줘야 하는데, 채권이 안 팔리면 금리가 올라가고 점점 빚이 많아지거든요. 그러다보면 모라토리엄이나 디폴트를 맞이하게 되는 거지요. 세금 많이 거둬서 나라 빚 갚으려고 하면 세금피해서 기업들이 도망가거나, 의욕이 떨어져서 별로 이익을 내지 않거나, 새 기업이 안 생기게 되고요. 그러면 결국 국부를 팔아야 하는데 팔다 보면 진짜로 거지나라 되는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현 정권 들어 우리나라도 이 루트로 가고 있습니다.

 

 아마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면, 우리나라는 나라빚을 갚으려고 좀 기상천외한 행위를 하고 있을 겁니다. 다음 정권이 교체되면 상대적으로 빚이 적겠지만, 리재명 동지가 대통령이 되면 매우 고통스러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물론 한명숙 동지가 되면 잘 하면 빚을 안 갚아도 되겠지요. 그 경우 과연 우리나라가 남아있을지 의문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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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금


https://youtu.be/__7W7BhGhfI


 ※ 본질은 검찰개혁입니다.



 우리 모두는 욕망을 가진 존재이며, 공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육아를 해 보신 분들은 인류가 본능적으로 타고나는 욕망과 공격성에 대해 직관적으로 잘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현대 인류가 가진 문제 중 하나라면, 육아를 해 본 경험을 성인 모두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어느 정도 욕망을 통제할 수 있게 되고, 숨길 수도 있게 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욕망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고, 많은 경우 스스로 욕망을 충분히 자각하지 못합니다.


 인류가 가져 온 고전적 도덕관은 다분히 종교적이었습니다. 종교 교리들 또한 현실적 필요와 권력자들의 욕망에 의해 발전되어 왔습니다. 종교적 도덕관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대체로 욕망을 억제하거나 버리라는 것입니다.




 시간적으로 인류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렵채집 위주의 부족사회 시절, 인류는 욕망을 충족하는 걸 우선시하면 되었습니다. 인류가 가진 욕망 매커니즘은 그 자체로 생존과 번식을 위해 형성되고 진화해온 것입니다. 그런데 인류 집단이 커지고, 농경이 시작되고 권력자와 국가가 등장하면서 인류는 더 이상 욕망대로는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떤 관점으로는 야만이 끝나고 문명이 시작된 것이고, 어떤 관점으로는 평생 욕망을 충족하기 어려운 고난의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농경은 인류라는 종 전체를 번영하게 하였으나, 개개인에게는 나름대로의 어려움이기도 하였습니다. 일단 수렵채집사회에 비해 농경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잘 못 먹습니다. 인구밀도가 너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자유도 없고요. 대신 수렵채집사회에서는 서로 싸워서 한쪽을 몰아내게 되는데, 농경사회에서는 공존을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족을 지키는 데는 농경이 훨씬 낫고요. 전쟁을 하면 공존을 선택한 이들이 수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에, 농경이 가능한 지형에서는 농경민족이 승자가 됩니다. 농경이 안 되는 지역에서는 유목이 수렵채집을 대체하게 되었고요.




 농경과 함께 잃어버렸던 자유는 시장에서, 화폐에서 부활하였습니다. 돈이 자유를 만들었습니다. 돈은 재산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대합니다. 돈이 없으면 재산 축적이 불가능합니다. 곡물 같은 건 몇 년 보관할 수는 있지만 보관할수록 품질이 떨어지고, 아주 오래 보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사회에서는 권력과 명성과 토지소유가 곧 재산입니다. 바꿔 말하면 표면적으로라도 시장경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권력과 명성을 광적으로 추구합니다. 이건 외우면 됩니다. 자유로운 시장이 없으면 축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검찰개혁적으로 자유란 곧 권력입니다. 바꿔 말하면 정당한 자유란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의미합니다. 자유가 없다는 건 곧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화폐란 시장에서의 권리를 의미합니다. 화폐가 없는 사회에서 권력은 폭력(군사력 등)과 인맥, 명성, 종교적이거나 혈통적인 권위 등으로 형성됩니다. 그러나 화폐경제가 보장되는 사회에서는 돈도 권력이 됩니다.



 그러니까 인맥, 군사력, 종교, 혈통 등에 기반을 둔 권력자들은 태생적으로 화폐경제를 그다지 좋아하기가 어렵습니다. 화폐경제는 돈 가진 사람들 모두 권력을 나눠가지자는 겁니다. 상인은 본래 미움을 사기 쉬운 직종이기도 하다 보니 다양한 문화권에서 상공업은 천시 받았고, 보편적인 도덕과 교리는 검약을 중시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욕망을 억제하라는 도덕관은 그럴싸하게 통용되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항상 식량을 포함한 재화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공평하게 1/N 해도 곧잘 부족하니까, 욕심꾸러기가 많으면 곤란했지요. 그런데 식량이라는 건 어딘가에서 부족해도 다른 어딘가는 남아돌기 마련이기 때문에, 식량을 잘 분배하려면 필히 상업이 발달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니까 상업은 국가 따위가 개입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형성됩니다. 농사 망쳐도 바닷가에는, 야산에는 먹을 게 있기 마련입니다. 초보자가 먹을 거 없다고 어업이나 사냥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원래 어업이나 사냥을 하던 사람들을 통해 식량을 구하는 게 낫지요. 상업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농업에 집중하는 쪽이 오히려 기근에 더 위험한 것입니다. 흔히 조선시대에는 화폐경제와 상업이 발전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주 상업활동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저 엽전을 잘 쓰지 않았던 거고 면포를 대신 돈으로 썼습니다. 공납을 면하기 위해 금은이 없다고 주장했던 나라라 금은화가 유통되지 않았고, 세금을 엽전으로 받지도 않았던 만큼 딱히 엽전 쓸 일 없이 면포면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조선은 세를 쌀과 면포로 받았지요.


 화폐는 가장 유용한 권력 분배수단입니다. 또한 사람들 각자에게 있어 화폐의 축재는 곧 미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사람은 당장 주어진 의무 이상 노력하지 않습니다. 못 사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권력이 축재를 방해한다는 겁니다. 축재를 방해할수록 못 사는 나라가 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고, 그 나라를 떠날 수 있으면 떠나게 되지요.


 자유주의란 검찰개혁적으로 각자가 나름대로 챙길 수 있는 권력과 권리와 권익을 나눠 가지자는 것입니다. 상기하였듯 권력/권리/권익 없이는 자유도 없습니다. 돈이, 기득권이, 투표권이 권력이고 권리이며 권익입니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의 도덕은 비자유주의적이고 금욕적인 전통적 도덕과 충돌합니다. 자유주의는 각자의 탐욕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각자 가진 욕망과 공격성을 긍정하고, 그것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자유주의입니다.




 결국 자유주의는 자신의 욕망을 이해하고 타인의 욕망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유주의 국가에서의 올바른 관계는 서로의 욕망을 인정해주고, 심히 불공정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경쟁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누군가가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에 대해 협력하여 대항해야합니다. 반(Anti)자유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의 정당한 권리를 언제나 침해하고자 하며, 자유주의자끼리 연대하지 않으면 자유를 침탈하려는 권력자와 그 추종세력의 공격 앞에 정당한 권력, 권리, 권익, 그 모든 것을 지탱해주는 재산을 지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자유주의에서 멀어질수록 타인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에도 솔직하지 않습니다. 이 특성 때문에 위선적이거나 이중잣대를 드러내고 내로남불 할 때가 많은 것입니다. 타인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타인의 권리와 권익을 침해할 확률도 높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정말 자유주의와 거리가 먼 정서를 가진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의 욕망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각자 스스로 욕망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는 걸 넘어 타인의 욕망을 억압하는 데 매우 적극적입니다. 그 결과가 거대한 규모의 불법매춘이고, 래디컬 페미니즘 디스토피아고, 대책 없는 상속세와 청년고용붕괴, 4대 보험 재정붕괴고, 세계 최악의 출산율입니다.




 자칭 사회적 자유주의자들은 실제로는 사회주의자일 뿐이고, 우리나라의 자칭 자유우파들 또한 지독히도 전근대적인 도그마를 가진 반자유주의자들입니다. 오래 전부터 예견해온 우려처럼 근래 청년남성들이 급속도로 극우화되는 게 관측되는데, 우리사회가 청년남성들의 분노와 좌절을 빨리 진정시키지 못한다면 좋은 미래를 맞이할 확률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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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브금

 

https://youtu.be/SmXJgaipGbQ

 

 

 이번 글은 경제학의 기본적인 이야기입니다.



 ‘왜 세상은 부유한 것 같은데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있고, 분배를 통해 평등을 달성할 수 없는 걸까요?’ 라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끌리는 데는 본능적이고도 규범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권에 대한 지지의 기반 중 하나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선의가 있다고도 생각하고요.



 그러나 항상 말하듯 선한 마음이 선한 결과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선한 결과를 얻고 싶다면 먼저 현실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본문에서는 원천적으로 시장 경제에서 평등이 달성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성장이 왜 끝없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요.



 일단 누구도 이런 기적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전제하고 이야기를 시작할 필요가 있고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시장은 다음과 같은 법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신용화폐를 씁니다.

2) 신용화폐를 발급하는 중앙은행은 기본적으로 양수의 기준금리를 규정합니다.

3) 모든 각국의 신용화폐는 기축신용통화인 미국달러와 연동됩니다.

4) 모든 미국달러는 미국채를 담보로 발권됩니다. (닉슨쇼크 이전에는 현물금이 담보)

5) 미국달러와의 환율이 망가진 신용화폐는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이 법칙 때문에 다음과 같은 정리가 가능해집니다.

 

1) 그러므로 우리가 가진 화폐는 고정되고 안정적인 가치 교환권이 아니고, 기준금리만큼 매년 녹아 사라집니다.

2)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노동인구는 기준금리 및 국채금리만큼은 매년 의무적으로 벌어야 합니다. 그 번 금액은 금리로 소멸합니다.

3) 그러므로 원화보다는 한국채, 미국달러보다는 미국채가 실제 통화가치를 보존하는 수단입니다.

 3-1) 보통 사람들은 국채를 직접 이용하는 대신 예적금 및 단기금융상품을 이용합니다.

 

 이 정리에 더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게 있습니다.

 

1) 화폐는 재화와 용역에 대한 권리입니다.

2) 재화와 용역의 충분한 공급이 없다면 화폐는 쓸모가 없습니다.

3) 재화와 용역의 공급이 불충분하면 물가가 상승하니까 화폐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4) 경제가 성장하면 너도나도 소비를 늘리기 때문에 화폐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5) 재화와 용역의 공급이 과도해지면 때 물가가 하락하는데, 공급이 과도하다는 건 수요가 부족하다는 거고, 이것은 불경기를 의미합니다.

6) 통화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흘러 다니는 것이고, 이 현금흐름이 시장에서 빨리 일어날수록 호황이고 천천히 일어날수록 불황입니다.

7) 통화의 공급량이 많을수록 경기는 호황 쪽에 가깝고, 줄어들면 그 반대가 됩니다.

 

 일단 이 정도 알아두시고 이야기하자면요.


 

 경제규모는 현금(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의) 액수 총합이 아니고, 생산성의 총합입니다. 또는 구매력의 총합이기도 합니다. 생산성의 총합과 구매력의 총합은 실질적으로 같습니다.


 

 이게 성장이 중요하고 분배위주 정책을 펴면 안 되는 핵심인데요. 우리 각자가 가진 돈은 그 화폐가치만큼의 구매력이고, 중앙은행이 그 구매력을 보증하는 신용(credit)이거든요. 우리 사회가 가진 구매력의 총합이 우리 사회의 총재산입니다. 그런데 구매력은 곧 생산성입니다. 생산성만큼 우리 사회 총합에 구매력이 주어진단 말이지요. 그러니까 경제성장 = 생산성의 상승 = 구매력의 상승입니다.


 

 그런데 생산성은 현금흐름이 빨라지는 호황에 올라가고, 현금흐름이 나빠지는 불황에는 내려갑니다. 예를 들어서 공장 설비를 밤낮없이 풀가동하면 생산성이 올라가잖아요? 그런데 그러려면 발주가 있어야 합니다. 도소매 상인이나 원청업체가 발주를 하려면 그만큼의 수요가 예측되어야 하고요. 수요가 많이 예측된다는 건 사람들이 물건 구매를 많이 한다는/앞으로 할 거라는 거고요.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물건을 많이 사는 상황이 시장에 현금흐름이 좋은 거고, 그게 호황입니다. 그러니까 호황은 생산성을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우리는 의무적으로 생산성을 매년 일정 정도는 끌어올려야 합니다. 기준금리가 있으니까요. 적어도 그것보다는 더 끌어올려야 +가 되는 거고, 기준금리만큼 못 끌어올리면 -가 되는 겁니다. 기준금리는 해당 중앙은행이 속한 국가의 생산성 증가 또는 노동력을 담보로 한 채무입니다. 화폐경제를 돌리는 데는 기본적인 비용이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나라는 생산성을 매년 높이기 때문에, 그걸 뛰어넘지 못하면 도태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단 한 번도 여유롭게 남들을 내려다볼 입장에 있지 못했습니다.


 

 그럼 분배 정책의 원천적인 문제를 짚어보지요. 정부가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을 펼치려면 세금을 많이 거둬야 합니다. 그런데 세금을 거두면 가처분소득이 감소합니다. 시민들 각각의 주머니가 빈단 말이지요. 주머니가 비면 절약을 하지요? 이 절약은 시장에서 현금흐름을 줄입니다. 그러면 공장에도 발주가 줄어들겠지요? 그럼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거나 저성장을 하게 되지요. 그러면 분배를 해서 뭘 개선하기도 전에 사회 전반의 부유함이 줄어듭니다. 이게 분배 정책의 첫 번째 문제고요. 두 번째 문제는 분배 정책을 시행하면 그 분배 과정 전반에서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그냥 잘 작동되는 시장의 분배기능보다 정부주도의 분배는 효율이 매우 낮습니다. 수압이 낮아서 어딘가 물 공급이 잘 안될 때 가장 효율적으로 물을 보내는 방법은 파이프를 정비하고 수압을 높이는 겁니다. 누군가가 물을 떠다 공급해줘 봐야 비효율적일 뿐이지요.


 

 우리 사회가 가진 부는 고정된 게 아닙니다. 유동적으로 흘러 다니고 어느 정도 쉽게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개입해서 분배를 하려 들면 들수록 경제 규모는 수축합니다. 주류경제학이, 경제에 대해 잘 이해하는 사람일수록 정부 주도의 분배정책에 반대하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그들이 분배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는 이 정부가 잘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정부가 집권한 후 빈부격차 추세가 매우 심각해졌습니다. 이명박근혜 시절에는 빈부격차가 개선되고 있었는데, 이 정부 들어서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박근혜가 본격적으로 좌클릭을 한 이후) 급반전했지요. 주류경제학 이론이 그대로 실현된 겁니다.


 

 정책적으로 보면 정부의 제일 목표는 정부가 분배를 직접 해줘야 할 사람을 최소한으로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즉 시장의 분배기능을 최대한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는 실업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요새 글로벌 경제는 골디락스 소리 들을 정도라, 실업이 늘어나는 나라가 OECD에 거의 없습니다. 실업률이 부정확한 측정치라는 소리는 어디서나 많이 나오지만, 실업률의 수치가 아닌 추세는 중요한 참조자료입니다. 실업률이 줄어드는 추세는 좋은 거고, 늘어나는 추세는 나쁜 겁니다.


 

 정부가 주도해야하는 분배 정책은 교육과 의료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예전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지금은 더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의료는 원래 지속이 불가능했는데 문재인케어로 상황이 더 나빠졌습니다.



 이 정부는 성장은 물론이고 분배 성적도 최악입니다. 분배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지 못했고, 잘못된 신념을 밀어붙였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시민이라면 경제학의 기본을 이해하고, 정부가 내놓는 기본적인 성적만큼은 어떤지 직시하셔야 하겠습니다.

주가가 많이 빠진 이유에 대한 생각

경제 2018. 10. 27. 10:59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OOCbKcP5qrs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적습니다.

 

 


1) 그냥

 

 이 정도 주가하락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뭘 들어도 불충분합니다. ‘그냥 많이 빠졌다라고 해도 좋을 장세입니다. 빠지다보니 수급과 투기 포지션이 얽히고 얽혀 많이 빠졌을 확률이 높겠고, 어디가 바닥일지는 모릅니다.

 

 경제지에서 많이 다루는 표현으로는 낙폭과대입니다. 낙폭과대 시엔 바닥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만, 펀더멘탈과 금융 시스템이 유지되는 이상 시간 지나면 정상적인 추세로 돌아옵니다.

 



2) 대한민국 경제 펀더멘탈의 명백한 악화

 

 이에는 복합적인 리스크가 얽혀있습니다만, 근래의 펀더멘탈 악화는 정치리스크가 큽니다. 문재인 정권의 명백하게 잘못된 경제정책이 나쁜 전망을 만들었고, 그 나쁜 전망이 꽤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지부진하고 설비투자가 박살나는데 주가라고 멀쩡할 수는 없습니다. 타 경쟁국과는 정반대로 가는 법인세율 인상은 물론 R&D 감면까지 대폭 축소한 이상 시장의 비관이 없으면 그건 비정상이지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재벌 대기업들에까지 부담이 되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우리나라 산업구조에 대해 기초지식도 없는 겁니다.) 전반적인 투자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기업 오너들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 또한 기업들의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동력을 감쇄시키는 결과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결과가 나쁜 건 근원물가 상승률에 드러나게 되어 있고, 이것은 기준금리의 발목을 잡아 외인의 매도세를 유도했습니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우리나라 경제상황의 악화를 명료하게 설명합니다만, 이번 정부의 경제에 대한 인식수준은 바닥도 아니고 저 깊은 심해 레벨입니다.

 

 이번 주가폭락의 주범을 찾자면 문재인과 소주방입니다. 무역전쟁이요? 당사자인 중국 빼면 우리나라처럼 폭락한 나라 없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봐야 시장은 바보가 아닙니다.

 


 

3) 트럼프와 무역전쟁

 

 트럼프는 자신이 하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 위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일부러 저러는 거라면 사악한 의도겠지요.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양쪽에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라서 무역전쟁의 타격을 많이 받긴 합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우리나라 주가가 이렇게까지 빠지진 않습니다.

 


 

4) 본질적 불안

 

 닉슨 쇼크 이후 세계 금융 경제는 좀 보수적으로 보면 무한 돌려막기 상태입니다. 수천 년 단위의 경제사로 본다면, 근본적으로 대단히 불안정한 상태란 말이지요.

 

 그러니까 1971715일 이후의 세계경제 흐름은 원자력 같은 겁니다. 강한 에너지를 내면서 상승 중이지만, 아주 정교한 제어가 필요한데... 나는 영원히 잘 제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언젠가는 임계점을 넘어가고 핵폭발이 일어날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죽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죽게 될 겁니다. 그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르고, 기적적으로 폭발 없이 더 나은 제어 시스템이 등장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내기를 한다면 나는 앞으로 50년 내엔 터질 것 같다.’에 겁니다. 그리고 이 불안을 내다보는 이들은, 언젠가는 우리가 처음 겪어보는 규모의 경제위기/금융위기가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올해 내로 찾아와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단 이번에는 큰 위기가 아니라고 보고는 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불안이 하락장에서 불안을 더 부추기긴 합니다. 나만 해도 이번 하락장에서 본질적 불안에 대한 대응을 꽤 했습니다.

자본은 사람보다 이동하기 쉽습니다.

정치 2018. 3. 21. 15:48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umWYO8U7_k4

 

 

 21세기가 되면서 자본은 예전보다 더 이동하기 쉬워졌고, 사람은 이동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해외투자는 쉽지만 해외에 이민가긴 어렵고, 이민을 가려면 돈을 싸들고 오는 쪽을 어떤 나라건 반긴단 말이지요.



 

 여러 지난 글들에서 통화는 흘러 다니면서 증식하는 신용이라 했습니다. 그렇게 흐르는 통화는 다른 말로 자본이고, 자본은 더욱 많은 신용을 창출할 수 있을 만한 곳에 모여서 커집니다. 물론 더욱 많은 신용이란 이익이 있을 만한 곳이란 이야기지요.

 

 즉 어떤 지역이 발달하려면 자본이 모이게 해야 합니다. 이익이 생길 만한 곳이라는 기대를 줘야 한단 이야기지요. 반대로 돈이 모일 만하지 않은 곳에선 돈이 빠져나갑니다. 다른 곳이 더 나을 것 같으면 빠진단 말이지요.



 

 사회주의가 나쁜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미 소련이나 중공이 주도하던 공산 사회는 끝난 지 오래고, 그 어떤 나라도 전부 글로벌 시장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 세계에서 어떤 정권이 사회주의 한다고 시장의 수익성을 나쁘게 만들면, 거기선 연쇄적으로 자본이 빠져나갑니다.

 

 한국은 민주화 이후 오랜 기간 사회주의적인 제도가 유지되었고, 그런 만큼 성장이 지체되었습니다. 당적을 가리지 않고 각 정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한국 사회가 워낙 자유주의가 약하고 사회주의적인 면이 많다보니 장기적인 문제가 많이 누적되었습니다.

 

 지난 20년을 돌아볼까요. 사회주의자들의 주장대로 최저임금은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더구나 좌파들이 중요시하는 국가부채, 한국의 국가부채는 세계 선진국 중 최저 수준입니다. 지가상승이요? 그것도 선진국 중 최저 수준입니다. 집값이요? 소득이나 성장대비 집값은 한국이 선진국 중 가장 싼 수준입니다.



 그런데 한국 경기가 언제 좋았나요? 서민들이 언젠 살기 좋았나요? 인재가 한국에 남고 싶어 합니까, 외국으로 떠납니까?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되고 고용 늘리고 있습니까? 기업들이 한국에 공장 늘립니까, 아니면 외국에 공장 늘립니까? 좋은 일자리는 점점 늘어납니까, 줄어듭니까?

 

 이런 과정과 결과는 경제의 기본원리를 알면 아주 간단한 겁니다.



 이번 정권은 한국의 역대 정권 중 가장 사회주의적인 정권입니다. 그런 만큼 가장 큰 해악을 가져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사회주의 개헌부터 막읍시다. 왜 경기는 날로 나쁜지, 왜 일자리는 계속 없는지, 왜 최저임금을 늘릴수록 서민들이 먹고살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는지, 평범한 시민들이 원점부터 재검토해야합니다.

 

 사회주의는 결국 시민들의 권리를 권력에 내주는 겁니다. 그렇기에 사회주의는 자유주의와 함께 갈 수 없고, 사회자유주의는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이념과 실행안 및 비전이 없는 허상에 불과하며, 모든 사회주의는 권위주의적이고 반민주적이며 빈부격차가 심한 현실로 종결지어지는 것입니다.

 

화폐의 역사와 자본주의에 대하여

경제 2015. 8. 28. 13:59 Posted by 해양장미

 많은 이들이, 특히 많은 청년들이 자본주의와 자유시장, 그리고 돈에 관하여 막연하게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이에 본문을 작성합니다.

 

 우선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게, 자본주의는 사실 ~ism이라 하기 어려운 자연발생적인 현상입니다. 애초에 자본주의라는 말을 발명한 것도 시장경제에 비판적이었던 그 마르크스이며, 그의 자본 및 시장에 대한 파악 및 정의는 불완전하고 작위적인 데가 있었기에 단어 자체가 광범위한 오해의 기원이 되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경제학자들은 - 좌파 비주류들을 제외하면 - 자본주의라는 말 자체를 거의 안 씁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자본주의라는 언급 자체가 나오는 문서는 아예 보지도 않는다고까지 합니다. 즉 자본주의라는 말은 그 자체로 공산주의자들이 현실 시장-화폐경제에 대해 찍은 일종의 낙인이나 다름없습니다. 실제로는 시장-화폐경제는 자연발생적인 것으로, 우리 인류는 국가 형성 이전부터 이미 상업 활동을 해왔습니다. 옛 공산주의자들의 비과학적 오인이 현재까지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면이 많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건 긍정하던 관계없이, 시장과 화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먼저입니다.

 

 이를 위해 선사 시대의 일부터 이야기해보지요. 우리 먼 조상들은 정착 생활로 재산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이웃 부족과 자연스럽게 거래를 하게 됩니다. 이런 원시적 상행위는 삶의 질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생존 자체를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었는데요, 현대 선진국인들과는 달리 본래 인류의 삶이란 매우 큰 불안정성 위에 놓여있었기 때문입니다.

 

 불안정성의 일차적인 원인은 농사에 있습니다. 농사라는 건 사실 이 동네는 잘 되는데 옆 동네는 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떤 작물은 전멸하는데 어떤 작물은 멀쩡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즉 상업행위는 흉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쉬운 예를 들어보지요. 산 위의 A 부족은 수수와 조를 키우고 도토리, 밤을 줍고 토기를 굽습니다. 그리고 산 밑 바닷가의 B 부족은 물고기를 잡고, 해산물을 채취하며 신발을 만듭니다. 이 경우 AB 부족의 거래는 서로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생존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유용한 것입니다. A부족이 농사가 망했을 때는 토기를 팔아 물고기를 사올 수 있고, B부족의 어획이 엉망일 때는 신발을 팔아 수수, 조 등을 사올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는 다양한 부족이 다양한 물품을 거래하게 되기 때문에, 계급 사회 형성 이전의 원시사회에서 상행위란 수렵, 채집, 농사, 목축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으로 중요한생존 행위였습니다.

 

 실제 상업이 발달하지 못한 지역에선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 들어서도 기근 시 대규모의 사망자가 나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런 사례에는 북조선도 포함됩니다. 더 나아가 상행위에 대한 인류의 열망은 공산주의자들조차 이길 수 없었기 때문에, 완벽하게 시장경제를 통제할 수 있었던 옛 동구권 공산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거래는 인류의 본능이고, 사람이 모이면 시장이 생깁니다.

 

 물론 상행위의 기본은 물물교환입니다. 그렇지만 서로 필요한 물건만을 그 때 그 때 교환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각자가 매 순간 원하거나 필요한 건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모두에게 필요하거나 모두가 좋아할 법한 물건이 교환수단이 되게 됩니다. 화폐, 즉 돈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실물 화폐에는 크게 3종류가 있습니다. 식량, 섬유-피혁, 금속이 그것입니다. 이것들은 모두 생존에 중요한 것으로, 한반도에서도 꽤나 최근까지 쌀과 면포를 화폐로 사용했었습니다.

 

 물론 모두가 알다시피 점차 화폐의 통상적인 정의에 점차 가까워진 것은 금속입니다. 금속이 식량이나 섬유보다 보존성이 더 좋고 가치에 비해 부피가 작기 때문에 화폐로 보다 더 좋은 기능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금속은 식량, 섬유보다 사용이나 거래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기원전 7세기경에 우리가 잘 아는 주조화폐, 즉 주화(=coin)가 등장하게 됩니다. 그 기원은 순도와 중량을 통일하고, 그것을 군주가 보장하는 금속조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주화는 오랜 기간 동안 화폐의 기본이 됩니다.

 

 이런 주화는 우리가 잘 아는 금, , ()동으로 주로 만들었고, 청동으로 된 게 주로 유통되다보니 동전이라는 언어가 대표적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청동은 흔한 오해와는 달리 부식되지 않는 한 우리가 잘 아는 구리 색깔이며, 자연적으로는 쉽게 부식되지 않습니다. 부식이 된 후에야 청동 미술품에서 볼 수 있는 청록색이 나옵니다. 그 밖에 연(), 아연, 철 등으로도 주화를 만들었습니다만, 주화를 만들기에 적합한 소재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주조화폐 역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동전을 많이 가지고 거래를 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건데, 이게 자루 하나에 담길 정도가 되면 꽤 무겁습니다. 양이 좀 많아지면 운동 기구나 무기가 따로 없을 정도지요. 또 화폐를 발행하는 데 자원이 많이 들다 보니 마음대로 발행하기도 힘들고, 테두리를 깎아서 따로 사용한다거나 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문제보다 결정적으로 큰 문제는 금속의 시세는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화는 엄연히 액면가가 있는데, 액면가와 실제 금속 조각의 가치가 다르다보니 혼란과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 현상은 화폐의 본질과 맞닿아있기도 합니다. 근래에도 10원 동전을 모아 녹여 판 일당이 적발된 사례가 있는데, 10원 동전의 금속 가격이 10원보다 꽤 비싸기 때문에 빚어진 사건이었습니다.

 

 보다 현대적 의미에서 발달한 의미의 화폐는 사실 고대부터 거래되었습니다. 위에 이야기한대로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이며, 이 매개에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은 크레딭, 즉 신용입니다. 실물이 화폐로 쓰였던 건 그것이 매우 높은 신뢰성, 즉 현물로서의 실효성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확실하게 이행을 한다는 신뢰만 있다면, 사실 시간차가 있는 재화교환에 있어 현물이 꼭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신용 거래 자체는 사실 매우 일반적입니다. 외상으로 물건을 산다거나, 품앗이를 한다거나 하는 것 모두가 신용 거래입니다. 위의 A, B 부족 이야기로 돌아가 보지요. A부족이 어느 해 흉년이 들어 B부족에게 식량을 사러 갔습니다. 그런데 B부족에는 이미 A부족이 만드는 토기가 남아도는 상태였고, A부족은 당장 B부족에게 줄 게 없습니다. 그래서 B부족은 A부족에게 내년에 조와 수수 열 자루씩을 받겠다는약속을 받고 물고기를 줍니다. 그런데 그냥 말로만 하는 약속은 안 지킬지도 모르니까, 신의 이름과 조상의 명예를 걸고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증서를 받아둡니다. 이 경우 이 증서는 일종의 화폐나 다름없습니다. 수표나 어음과 비슷한 신용화폐지요.

 

 시장에서 통하는 신용화폐, 지폐는 일종의 지급보증서에서 출발하였습니다. 큰 규모의 거래가 발생할 경우, 그 지불을 주화로 하는 것은 사실 꽤 어렵고 비효율적입니다. 공식적인 최초의 지폐는 ()송에서 시작되었습니다만, 신용 거래의 특성상 리스크가 있다 보니 실패를 거듭하긴 했습니다.

 

 지폐가 신용화폐인 건 지폐 그 자체로는 별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크레딭 없는 지폐는 온갖 낙서가 적히거나 인쇄된 작은 섬유조각일 뿐이지요. 이후 지폐는 현물과 연계되는 금, 은본위제와 함께 점차 보편화되게 됩니다.

 

 화폐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화폐를 이해해야만 크래딭(신용)을 이해할 수 있고, 크래딭을 이해해야만 캐피탈(자본)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야 공산사회주의가 얼마나 큰 오해를 사람들에게 주입했는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화폐를 설명하기 위해 유럽사 속의 시장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서로마가 붕괴한 후, 중세는 흔히 이야기하는 암흑시대가 됩니다만 사실 상공업은 도시를 중심으로 계속 발달합니다. 상공업은 토지와 날씨가 주요 변수가 되는 농업과는 달리, 보다 사람과 기술에 의존적입니다. 사람이 모여야 기술이 발달하고, 상행위가 쉽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모이면 공간적으로 식량 등을 자급자족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더더욱 상업이 중요해지게 됩니다.

 

 중세 초기의 도시들은 대체로 봉건 영주들에 속해있었으나, 점차 독립하게 되어 자치구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공화제는 도시의 제도였고, 그렇기에 시민이라는 어휘는 공화정과 관련이 깊습니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상업이 없으면 데모크라시도 없습니다. 자본을 부정한 모든 체제가 민주정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걸 기억하세요.

 

 한편 근대 이전의 모든 도시는 담수를 가까이합니다. 사람이 살려면 물이 필요한데, 도시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큰 수원이 필요했습니다. 이 수원은 대체로 강이고, 일부 운하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물길을 따라 교역이 이루어지곤 했지요.

 

 그런데 점차 유럽의 상업이 발달하다 보니, 1300년대쯤에는 주화에 쓸 귀금속이 부족해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주화가 귀해지게 되지요. 그리고 이후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1500년대에 들어서는 아메리카산 은이 유럽에 대량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는 위에 이야기했던 주조화폐의 해당 금속 시세문제를 본격적으로 일으키게 됩니다. 비쌌던 은값이 공급증가로 싸지게 된 것이고, 그래서 은화에 대한 문제가 복잡해진 것이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사실 은 유입으로 신나하던 에스파냐 사람들, 즉 보다 일반적인 표현으로 중상주의자들이 가졌던 경제와 화폐에 대한 인식 수준은 이 시대의 어린 사회주의자들과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 아는 게 없다는 뜻입니다. -, 왜 돈 그 자체였던 은을 많이 가졌는데도 충분히 부유해지지 않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우리는 이 시대의 멍청한 사회주의자들을 욕할 수는 있어도, 당시에 중상주의자들이 했던 착각을 욕하긴 힘듭니다. 돈의 본질에 대한 통찰은 그 시대에는 힘든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나 현명한 현대인이라면 이 문제를 어렵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화폐는 독립된 기준 - 그러니까 액면가 - 을 가지는 것이 시장 경제를 안정적으로 만듭니다. 그런데 실물화폐는 해당 실물의 가격이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기준이 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완벽한 신용화폐가 등장하지는 못했는데 그것은 본질적으로 세계에 신용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예시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만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극도로 억제되어있다면 - 이는 사실 경제성장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옛날엔 이런 시대가 길었지요. - 쌀값은 매년 작황에 따라 크게 변화하게 됩니다. 그런데 만일 쌀 20kg에 해당하는 쌀본위제 하의 5만원권 지폐가 있다면 (그러니까 그 지폐를 정부 기관에 가져가면 쌀 20kg랑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액면가에 (5만원이라는 표기와는) 관계없이 지폐의 가치는 신용이 낮은 사회의 경우 쌀 시세에 맞춰 변화하게 됩니다. 이리 설명하자면 어렵지만, 실거래가를 거의 통제하지 않는 상장주식의 경우 액면가는 거의 무가치한 것이니 그에 연관 지어 생각하면 좀 더 쉽습니다.


 화폐가 그 본질인 크레딭으로 이해되는 데는 오랜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이 이해의 차이에서 중상주의와 자유주의가 구분되고, 그 유명하고 위대한 1723년생 애덤 스미스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중상주의자들은 귀금속을 부로 생각해 중시하고 귀금속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걸 막으려 했지만, 애덤 스미스는 그것을 반박하고 총생산량과 교환가치야말로 중요한 것이라 주장하며 경제학의 아버지가 되지요. 그렇지만 지폐를 실물인 금과 연계하는 금본위제는 극히 최근인 1970년대까지 계속됩니다. 금본위제 하에서 현금은 본질적으로 신용화폐가 아닌 금화의 변형된 형태입니다. 그렇지만 결국 이러한 금본위제는 시한부일 수밖에 없었는데, 여러 복잡한 모든 이유들을 생략하고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 원인만을 꼽는다면, 금은 한정적인데 화폐는 점점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꼽아야겠습니다. 가장 선명한 예로, 현 시점에서 전 세계의 GDP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추정 황금 시세의 총합을 초과합니다.

 

 결국 1970년대에 금본위제는 폐지되고, 신용 화폐의 시대가 열립니다. 신용 화폐는 지금껏 인류의 최대 발명품중 하나일 것입니다. 오랜 오해를 풀고 결국 인류는 돈의 본질을 마주한 것입니다. 이후 많은 오해와 낙인, 그리고 각종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는 꽤 많이 부유해집니다.

 

 지금껏 설명하였듯 화폐는 재화의 매개수단이며, 이 본질은 크레딭(신용)입니다. 그런데 화폐는 거래의 수단이기 때문에, 거래가 발생하지 않으면 실물이 아닌 신용화폐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고 결국 유통화폐, 즉 통화는 흘러 다니는 신용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걸 다시 한 번 바꿔 말하면 통화량이 많다는 건 시장에 신뢰가 가득하다는(많다는) 겁니다. 그런데 시장의 신뢰란 곧 재화에 기대라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호황일 때는 통화량이 많고, 불황일 때는 통화량이 적습니다. 이걸 뒤집으면? 통화량을 늘리면 세상에 신뢰가 늘어나고, 호황이 옵니다. 어지럽나요? 언어유희 같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이런 식으로만 이야기하면 세상이 너무 해양장미빛일수 있으니 또 하나의 진실을 이야기하자면, 사실 많은 경우 과도한 신뢰는 위험합니다. 믿음이 항상 진실이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과한 믿음과 기대는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고, 버블을 생성하며 그건 곧잘 터지곤 합니다.

 

 이것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소위 아나바다 이벤트 시장을 열고, 모든 참가자에게 일정한 액수의 (많은 분들이 한 번쯤 써 보셨을) ‘달란트단위 이벤트 화폐를 나눠줬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모든 참가자에게 적은 액수의 달란트를 지급한다면, 참가자들은 가장 신중하게 물건을 고르고 적은 물건만을 사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 경우 물건이 얼마 안 팔리다 결국 막판에 많은 물건이 떨이로 처리되는 불황 및 디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참가자 모두에게 넘치도록 많은 달란트를 준다면? 보이는 대로 막 사니까 전체 물건이 아주 잘 팔릴 겁니다. 다만 한정적인 물건을 두고 누군가 경매를 시작한다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싸게 살 수도 있겠지요. 이런 예시가 너무 간단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만, 현실 시장도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사람 본능과 습성이 거기서 거기거든요.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제 맨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시장이란 자연스러운 거래의 필요성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거래의 교환수단인 화폐는 곧 서로간의 신용(현실적으로는 기축통화국의 - 이 시대에는 미합중국의 - 신용)입니다. 누군가 만들어낸 악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만약 돈이 사악하다면, 그것은 인간이 사악한 겁니다. 모든 돈 뒤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해가 어디서부터 빚어졌을까요? 마르크스나 엥겔스 등이 보았던 산업 사회 초기의 온갖 사회 문제들은, 그냥 당시의 사회 문제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입니다. 자동화 기기의 발달로 인해 기계가 많은 노동력을 대체하게 되면서, 농장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도시로 나온 대규모 인력이 저임금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렸던 게 당시 시대상입니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문제가 아니고, 당시의 시대상이 만들어냈던 일자리-노동력 시장 불균형의 문제라 보는 게 맞습니다. 그 문제는 생산성이 향상되고, 경제가 성장하며 개선되게 되지요.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공산주의 계열의 사상은 경제사에서 단순한 잡음이었을 뿐입니다. 자본주의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고, 그저 자연 발생적인 시장경제가 있었을 뿐이며 경제학은 꾸준히 발전하였고, 온갖 실패를 겪고 문제를 고쳐가면서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을 뿐입니다. 그것을 작위적으로 나쁘게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뿐이지요.

 

 또 좌파들이 주장하는 수정 자본주의역시 현실 속에서는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주류경제학에 속하는 케인즈주의를 좌파 사회주의자들이 제멋대로 부른 말에 불과합니다. 케인즈 이후 모든 주류경제학은 케인즈의 영향을 받았고, 케인즈를 부정하는 건 비주류들뿐인 게 또 현실이고요.

 

 세상엔 비교적 자유로운 시장경제활동을 보장했던 정부와, 그렇지 않았던 정부가 있었을 뿐입니다. 어떤 사상 및 체제는 상공업을 통제하고 철저한 농업 중심으로 갔고, 또 어떤 사상 및 체제는 생산수단을 국유화하는 코뮤니즘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러나 결국 자유로운 시장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정부가 성공하였고, 인류의 본성적 생존활동인 상공업 행위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시도들은 예외 없이 실패하였습니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수만 년을 쌓아온 본성을 섣부르게 통제하려 드니 결과가 좋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또한 시장 경제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정부는 거의 예외 없이 착취적이었고, 시민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진보좌파를 구분하는 기준은 지난 포스트, ‘한국형 6단계 이념 분류’ 에서 밝혔다. 본문에서는 저 포스트에서 (4), (5), (6)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통합하여 진보좌파라 이야기할 것이다. 그래프를 첨부한다.





 한국의 진보좌파가 사회에 끼치는 가장 큰 문제라면 사실 경제적인 면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다분히 교조적인 (5), (6)은 그렇다 치고 문화적으로 자유주의적인 (4)가 경제적으로 비현실적 선택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은 왜 그럴까? 본문에서는 이것에 대한 사견을 좀 이야기하려 한다.


 본래 한국에서 생겨나지 않은 말 중 본래의 어감과 꽤 다르게 번역된 말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대통령’인데, 이 어감은 ‘president’와 분명히 좀 다르다. 그런데 이건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의 영문은 ‘capitalism'이다. 한국에서 ’캐피탈‘이라는 말이 쓰이는 용례 덕도 있겠지만, 어감이 확 달라지지 않는가?


 진보좌파가 경제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관념적 윤리성이다. 많은 그들은 이 시장이 윤리적으로 잘못되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윤리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면에서 그들은 사회성을 앞세우려 들고, 복잡한 각종 금융 기술들을 사기적인 것이라 생각하여 ‘악’으로 규정한다. 물론 실제로 수많은 파생 금융 기술들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선악을 쉽게 나누고 구분하려는 건 진보좌파가 가장 빈번하게 가지곤 하는 미성숙한 모습 중 하나다.


 경제 분야에서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많은 진보좌파인들이 ‘돈’자체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못한다는 데 있다. 너무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돈을 실물이라 착각한다. 실물의 변형된 형태를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태도는 사실 자본주의에는 맞지 않는다. 1) 이자가 있고, 2) 발행기관이 있는 한 돈은 실물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들이 딱히 크게 어리석어서 이런 착각을 하는 건 아니다. 정말 오랜 세월동안 인류는 돈이 실물이라고 착각을 해 왔다. 돈이 실물이 아님을 깨달은 사람들이 먼저 부자가 되었고, 그런 사람들이 사는 국가가 제국이 되었다. 이것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해 보자.


 사람들은 오랜 시간동안 금화와 은화를 화폐로 썼다. 금과 은은 그 자체로 귀금속이기 때문에, 순도만 보장된다면 그 자체로 실물로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근대 이전 화폐 발행기관들은 충분한 신용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렇기에 화폐 자체의 가치를 실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가치가 있기 어려웠다. 사실 너무 많은 진보좌파의 인식은 안타깝게도 이 시대에 머물러 있다.


 대항해시대가 시작될 무렵, 에스파냐(스페인)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앞서갔다. 그들은 남아메리카의 은광에서 엄청난 은을 발견했는데, 당연하게도 그들은 부자가 되었다고 좋아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에스파냐는 얼마 안 되어 브리튼(영국)과 네덜란드에 밀리고 만다. 왜 그들의 막대한 부는 실효성이 없었던 걸까?


 MMORPG계열 게임을 해보신 분이라면 이 문제를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게임 속 화폐는 유저가 많아지면 금방 그 가치가 떨어진다. 많은 MMORPG게임에서는 따로 화폐발행기관이 없고, MOP을 잡으면 돈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MOP은 계속 무한히 리필되기 때문에 유저들은 약간의 노동으로 무한한 돈을 벌 수 있다. 이것은 엄청난 은광을 발견한 에스파냐와 거의 동일한 상태다. 너무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리면, 돈은 그 가치가 떨어진다. 시중에 돈이 2배가 되면 예전에는 은화 1개로도 살 수 있던 고깃덩어리를 은화 2개는 줘야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돈은 교환의 매개수단일 뿐 실물이 아니다. 관리되지 않는 돈은 풍년에 농산물 가격 폭락하듯 언제든 그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후에도 인류가 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부 천재들이 돈의 본질을 빨리 직감하고 막대한 돈을 벌긴 했지만, 그것은 소수에 국한된 경우였고 체계화되어 있지도 않았다. 인류가 돈을 바르게 이해하고 통제하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1971년, 서방 세계는 드디어 화폐를 실물과 완전히 분리시켰다. 그 이전에 달러는 금화의 변형된 형태였다. 35달러는 언제든 금 1온스로 바꿀 수 있었다. 이 제도를 금본위제라 한다. 그리고 금본위제 폐지 이후, 인류의 경제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었다.


 수많은 진보좌파들과 (한국에서는 아니지만) 보수주의자들은 금본위제의 폐지를 탐탁찮아한다. 그러나 금본위제는 본질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었다. 화폐에는 이자가 붙는데, 금은 저절로 증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자가 존재하는 한 금의 가치는 저절로 올라가게 된다. 장기적으로 이 모순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이자가 있는 자본주의에서는 금을 화폐로 쓸 수 없다. 자본주의가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이었다.


 한편으로 인류가 금을 돈으로 썼던 것은 발행기관의 신용문제 때문이었다. 금이 어떠한 발행처보다도 믿을 만했기 때문에 금을 돈으로 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금을 돈으로 쓸 수 없게 되었다. 돈은 본질적으로 신용이다. 이 크레딧을 보증하는 게 과거엔 금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금은 저절로 증식하지 않기 때문에, 이자가 존재하는 돈은 금이라는 기원을 벗어나 더 진보된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이 시기부터 돈이 사람보다 더 빠르게 진보했다. 자칭 진보주의자들에 비해 경제학과 금융의 진보가 훨씬 빨랐다는 뜻이다. 너무 많은 진보좌파가 본질적으로 현대의 돈이 크레딧이며,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속성이 있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한다. 때때로 일부 이해하더라도 이 상황은 윤리적인 문제가 있으며, 금본위제로 돌아가거나 획기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경우 일종의 음모론을 믿곤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금본위제 폐지 이후 공산주의에 대해 승리를 거뒀다. 또한 1971년 이후 지구는 상당히 부유해졌다. 그들은 금이 돈을 계속 보조할 수 없다는 것은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또 이해하지 못하는 것(어쩌면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시장의 분배기능이다.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에서 분배를 담당하는 것은 시장이다. 잘 돌아가는 시장은 은행의 예대차와 연계되어 엄청나게 자본을 증식시키고, 수요를 늘린다. 늘어나는 수요 전망은 경쟁적으로 공급을 늘리기 때문에 분배도 잘 일어난다. 그런데 너무 많은 진보좌파들은 시장 자체를 과소평가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실제 공산주의 국가를 제외하면 시장은 언제나 분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정부의 직접적인 분배는 훨씬 그 효율이 떨어지고 부작용도 큰 방식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해 진보좌파들이 경제면에서 하는 이야기 중 정말 많은 것들이 1800년대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다. 또한 그들은 너무 많은 경우 이성적인 이야기보다는 감정적인 증오를 퍼붓는다. 근래 그들이 취하는 태도 중 가장 나쁜 예를 들자면 부동산과 대기업에 대한 태도를 들 수 있다.


 민주당을 위시한 대다수 진보좌파들의 부동산에 대한 접근은 어리석은 광신 그 자체나 다름없다. 그들이 집값폭락을 외치는 근본적인 원인은 증오심과 질투, 그리고 그런 감정과 결합되어 ‘집값이 이렇게 높은 건 옳지 않다.’라는 판단에 있다. 그러나 집값은 시장에서 형성된 것이지, 어떤 특정인이 결정한 게 아니다. 또한 집값이 폭락할 경우 어떤 현상이 생길지, 부동산 거래가 잘 되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그들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거나 망상을 한다. 부동산 가격이 반토막 난다는 예언과 떨어져야 한다는 당위,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민주당의 행동들은 결국 전세대란을 불러왔다.


 대기업에 대한 태도 또한 그렇다. 그들은 대기업을 마치 재벌의 소유인 양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재벌에서 기업을 분리시키고, 좀 더 사회가 기업에서 많은 것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기업에 대해 워낙 잘 모르다보니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현금을 쌓아놓았다는 말에 진보좌파들은 분개하며, 그것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그 쌓아놓은 현금은 대체로 ‘유보금’이다. 이 유보금은 본질적으로 대기업 소유의 돈이 아니고, 대기업의 소유자인 주주의 돈이다. 그러니까 기업은 함부로 유보금을 건드릴 수 없다. 기업이 순이익을 현금배당하지 않고 이익금을 쌓아두면 그 유보금은 주가에 반영된다. 기업 총수라 할지라도 이 유보금을 함부로 건드리면 배임ㆍ횡령죄가 된다.


 다만 유보금이 그냥 기업에 쌓여있는 건 사회적으로 좋은 건 아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정부는 투자를 유도한다. 기업이 투자를 한다는 것은 대체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고, 시장에서 돈이 더 빠르게 돌아 호황이 오게 된다. 그러나 진보좌파들은 투자를 위해 정부가 기업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매우 아니꼬와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좌파 이념은 다 내던지고 ‘그냥 시장에 맡기라!’고 19세기 자유주의자들이나 할 법한 말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웃기는 광경을 너무 많이 봤다. 그런데 그러면서 또 법인세는 늘리라고 한다. 아무 것도 모르고 매사에 감정적이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런 판단들과 사회적 압력은 불황을 만들어낸다. 불황은 그 무엇보다 나쁘다. 특히 가진 게 없는 사람일수록 불황을 견디기 더 어렵다. 진짜 부자들은 오히려 불황을 반기기도 한다. 호황은 시민들을 더 평등하게 만들지만, 불황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한편으로 진보좌파들은 국가와 사회를 실제보다 인격체에 가까운 것으로, 또한 보다 전지전능한 것으로 여기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상을 반영하는 직관은 아니다. 정부는 아무리 잘 하려고 노력을 해도 허술한 면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시장은 쉽게 제어할만한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정부는 시장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오직 규제나 진흥을 시도할 수 있을 뿐이다.


 모든 국가가 시장이 발달하기 전에는 계획경제 정책들이 잘 통한다. 그러나 충분히 시장이 커진 이후엔 그렇지 않다. 계획경제를 추종한다는 면에서는 모든 집단주의자가 좌우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보수주의자들은 제 2의 박정희를 기대하고, 사회주의자들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혁명적 영웅을 꿈꾼다. 박정희교와 노무현교가 동시에 존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에서 한 정치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때때로 진보좌파들은 ‘진짜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라고 외친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경제를 모르듯, 민주주의도 모른다는 데 있다. 민주주의란 통치제도일 뿐이고 이 제도는 현실 속에서는 자유주의와 결합되어, 각각의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경쟁하고 화합하는 가운데 시장과 연계되어 돌아가는 사회 구조가 된다. 세금을 좀 더 걷던 덜 걷던, 세계의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근본적으로 이렇다. 시민들은 결코 경제적으로 실패한 정권이나 정당에 투표를 하지 않는다.


 깨시민들은 서민들이 왜 새누리당을 지지하느냐고 분개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현실적이고, 지난 세월을 되돌아봐도 뭐 하나라도 서민들에게 더 해줬다. 민주당은 서민들에게 잘 한 게 거의 없다. 있더라도 그것은 거의 다 김대중 정권이 한 것이지, 노무현 정권은 그야말로 최악이었고 각 지역의 지자체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봐도 새누리당 쪽이 더 해놓은 게 많고 문제도 잘 해결하는 경향이 짙다.


 진보좌파들의 경제적 이론들은 너무나 낙후되어있다. 그들이 하는 말들은 케인즈주의와 사회주의를 적당히 섞어놓은 것들이 많은데, 실제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현재의 네오케인즈주의에 대한 이해는 너무나도 부족하고, 좌파 경제학자들은 주류 학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있는 사람들조차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맞는 게 없고, 네오케인지언에 해당하는 주류 경제학자들과 토론을 하면 상대가 되지를 않는다. 한국의 진보좌파들은 좀 더 현실적인 경제적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제시하는 대안들은 대체로 별 가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