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브금은 유승준의 곡이므로 불쾌할 분들은 재생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https://youtu.be/0IA6HHiFjec

 


 

 나는 유승준의 입국금지 조치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사건 직후 오랜 세월동안 일관적으로 주장해 왔습니다. 본 블로그에서도 그에 대해 예전에 논의가 있었는데요. 오래 전 일이라 아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나는 유승준의 팬이 아니며 팬이었던 적도 없고, 그에 대해 딱히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의 행위를 옹호할 생각이 있는 것 또한 아니고요. 이는 그저 법리적이고 행정적인, 또는 철학적인 문제입니다.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시켜야 하는가. 그것이 법리적/행정적으로 정당한가. 그에 대한 나의 의견이 아니오일 뿐입니다.


 

 항상 그렇듯 이런 시대라도 어떤 면은 조금씩은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유승준 문제의 핵심은, 유승준 측이 해당 선택으로 한국에 입국금지를 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미리 인지할 수 없었다는 데 있습니다



 국가는 있는 룰대로 해야지, 자의적으로 룰을 만들고 권력을 휘두르면 안 됩니다. 새로운 룰은 국회에서 만들어야 하고 가급적 소급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과거 유승준의 입국금지 조치에는 속칭 떼법 요소가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대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유승준에 대해 호감을 가졌었기 때문에 그를 더 미워할 수는 있습니다. 나는 그에 대해 처음부터 별 감정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뭘 하건 별 감정이 없을지도 모르고요. 그리고 나는 기본적으로 세상에 미움이 많아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도 합니다. 괘씸한 사람 중 눈에 잘 보이는 사람을 더 엄벌해봐야 세상이 좋아질 일도 없습니다. 처벌엔 형평성이 중요한데, 떼법은 이 형평성을 망치기 때문에 법치를 엉망으로 만듭니다.


 

 유승준이 다시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되더라도 뭘 해서 뭘 얻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가 티비에라도 나오면 항의가 어차피 빗발치겠지요. 별 걸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분명 많은 욕을 먹게 될 텐데, 굳이 들어와서 좋을 게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가 한국 땅을 다신 못 밟을 정도의 대죄를 지은 것은 아니겠지요. 박근혜도 벌써 석방하라는 소리 곳곳에서 나오는데, 박근혜의 죄가 유승준보다 가볍던가요.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숨통을 터놓은 것도 이 판결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동안 대한민국이 해 온 강압적인 징병제는, 우리나라를 자유국가라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봅니다. 관련하여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유승준 문제를 푸는 것 또한 하나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나는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폭력적인 징병제와 그로 인한 트라우마, 그리고 그 아픔을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조롱과 멸시를 당한 것에 대한 분노 등을 유승준에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어쩔 수 없는 면은 있겠으나, 그렇게 누군가를 욕받이로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현실이 개선되지는 않습니다.


 소위 군살녀라고 불리는 이분. 문제의 동영상은 이것이었다.







 사실 이런 발언은 다소 급진적인 경향을 가진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는 통쾌하다고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의 말이다. 현실적으로는 비교적 국소적이고 특정한 사상을 가진 그룹 내에서 통용될 수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나는 이 발언이 로지컬한 문제가 두드러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남자들이 비속어를 쓰는 비율은 (통상적인 인식 하에서) 여성보다 높다. 나는 이따금 식당이나 술집 등에서 큰 소리로 비속어 대화를 하는 남자들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그런 이야기들 중에는 도저히 가만히 듣고 있기 힘든 내용이 많다. 한국은 그래도 괜찮은 나라라는 게 문제다. 물론 여자들도 입이 곱기만 한 것은 아니라서 이 점에서 문제가 있는 논지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입이 험한 것은 사실이다. 이 점은 필수적으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제의 군대 이야기. 사실 군대는 사람을 효율적으로 죽이는 법을 배우는 곳이 맞다. 한국은 국방이라는 변명 하에 젊은 남성들을 공짜에 가깝게 부역시키는 세계 유일의 OECD 국가이며, 이러한 시스템의 존속을 위해 시스템에 대한 비난은 좀처럼 인정받지 못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굳건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군필자들의 감정이다.


 한국에서 징병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무한한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다. 그것을 합리적으로 보상할 만한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사회가 제시하는 합리화를 받아들인다. 그것은 ‘우리가 희생해서 조국과 가족, 여성을 지킨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위는 자랑스러운 것으로 정당화된다.


 이런 합리화가 커지는 이유는 실질적인 피해가 크기 때문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또한 군필자들은 걸핏하면 군대 이야기를 꺼내고, 그 시절을 즐거웠던 시절처럼 이야기한다. 실제로는 그럴 리가 없는데도 그렇다.


 이로 인해 생기는 피해의식이 향하는 지점은 중요하다. 좀처럼 이런 피해의식은 불합리한 사회구조로 향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그들은 이런 민감한 감정을 건드리는 사람들에게 언제든 공격을 가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실 그들이 분노를 터뜨려야 할 만한 대상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 보상을 국가 자체에서보다는 다른 데서 받으려고 하게 된다.


 물론 장희민씨의 이야기는 부정될 수 있다. 장희민씨의 언어는 징병의 대상이 되는 불쌍한 젊은이들에 대해 동정심은커녕 냉소적인 시선으로 일관하고 있다.[각주:1] 군대가 좋아서 공짜로 가서 복무해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 점을 무시한 발언을 하고 있다. 군필자들이 화를 낼 만도 하다.


 그렇지만 그녀가 한 발언이 이토록 공격당하는 것은[각주:2] 납득할 수 없다. 비록 많은 이들을 불쾌하게 할 만한 이야기라도, 이런 상황은 그녀가 약한 여성이어서 당하는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강사로서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직장을 잃었다.


 여성 비하나 성소수자 비하, 인종 차별 등의 발언을 하는 교사들은 정말 많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장희민씨보다 훨씬 문제가 큰 발언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별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야말로 한국의 징병제는 신성불가침의 성역인가? 이 사회의 폭력성과 야만성, 전근대성은 해결할 방법이 없는가? 그리고 한국에서 급진주의 페미니즘 발언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회에서 매장당할 행위인가? 진정으로 한국은 사상의 자유가 없는 곳인가? 한국에서 성 평등은 존재하는가?


 매우 불쾌한 감정과 생각들 속에서, 역시나 내가 평소에 주장하던 ‘장병들에게 공무원 월급 주기’ 가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에도 한번 이야기했지만 사람을 억지로 끌고 와 놓고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는 나라는 진짜 찢어지게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나 북조선 같은 데를 빼면 한국뿐이다. 공무원 시험 가산점 같은 엉터리 보상 말고, 제대로 낮은 급료라도 줘야 한다.


 만일 60만 장병에게 1년에 천만원의 봉급을 주면 전체 예산은 불과 년 6조원이 추가된다. 이 예산이 크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정부에서 부자감세로 5년간 줄어드는 세수의 양은 기획재정부 추정으로 88.65조원이다. 이에 비해 5년간 장병 봉급을 챙겨줘 봐야 30조밖에 안 된다. (한편 현재 한국의 공기업과 연금을 포함한 정부의 적자 누계는 2008년 기준 1439조원이나 된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의 추정.)


 나는 한국이 빨리 종전을 해야 하며, 군사제도도 모병제로 전환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지역 블록화 및 평화 연대를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당장은 불가능한 일이고, 대신 장병에게 봉급을 챙겨주는 것은 당장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군대를 다녀온 젊은이들은 전역과 동시에 2천만원 정도의 돈이 생길 테고, 그것으로 대학 학비를 내던 종자돈으로 쓰던 유용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로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해결 방안은 상식적인 접근법에 있다. 내가 원하는 한국은 장희민 씨와 같은 발언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고, 유승준도 다시 입국해 가수 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다.




뱀발


 MLB Park의 '♥구구콘♥', SLR클럽의 '쿠니미짱'의 링크를 통해 유입되어 본문을 읽게 된 분들은 다음 공지를 필히 읽어보시고 링크의 목적과 연관된 사태를 파악하시기 바랍니다.


http://oceanrose.tistory.com/197




  1. 그녀의 뭘 지키자는 거지요? 라는 발언은 사실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현재의 한국은 반드시 지켜야 할 체제로 온전히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가? 그리고 현재의 국군 최고 통수권자는 그 자리에 어울리는 자격이 있는가? 전시를 가정할 때 한국 군인들의 사기는 문제가 없을까? [본문으로]
  2. 미니홈피 테러, 전화 테러 등 온갖 범죄 행위들이 발생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