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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포지셔닝 난항에 대하여

정치 2020. 7. 4. 12:00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SWcI7WqdlIQ

 


 

 소위 보수주의자들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큰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수세력이 어려워진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 또는 정치학적 의미로의 보수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박정희가 보수주의자였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박정희는 과감한 개혁주의자였고, 민족주의를 앞세우는 지도자였습니다. 전두환이나 노태우는 보수주의자였을까요? 둘 다 개혁적이었고, 마찬가지로 민족주의를 앞세웠습니다. 김영삼은? 김영삼은 급진 수준으로 개혁적이었고 민족주의도 강하게 앞세웠습니다. 이명박도 보수하지 않았습니다. 개혁적인 인물이었지요. 다만 이명박은 역대 한국 대통령 중 유일하게 민족에서 거리를 뒀습니다. 그래서 업적에 비해 인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말년에 독도 방문 퍼포먼스 하면서 인기 좀 올렸지요. 대신 한일관계를 살짝 말아먹었고. 마지막으로 박근혜는 좌클릭 실컷 하면서 집권했습니다. 개혁을 제대로 한 게 없습니다만, 개혁적인 성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요.


 

 그러니까 원래 우리나라 집권세력의 기본 컬러는 개혁 성향’ + ‘민족주의였습니다. 여기서 벗어난 정권이 거의 없어요. 어느 당에서 집권하건. 보수주의자들의 오해와는 달리, 이 성향을 기본으로 만든 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으로 이어지는 현 미통당 계열의 장기집권이었고요. 그러니까 당은 달라졌어도 일단 현 위수문동(僞囚紊)정권도 개혁 성향의 민족주의인 쪽으로 보이면서 집권한 겁니다. 물론 실제로는 역대 그 어떤 정권보다도 개혁성향이 없습니다만.


 

 미통당이 헤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혁과 민족을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이 두 요소를 놓치고 집권하는 건 어렵습니다. 개혁의 청사진, 신뢰, 그리고 우리 민족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이런 것들을 보여줘야만 세가 생깁니다. 나는 자유주의자고 직업 정치인은 아니니까 이런 걸 알아도 별로 말을 안 해왔는데, 상황이 워낙 나쁘니까 말을 해야겠습니다.


 

 곧 686으로 네이밍을 바꿔야 할 586이건 40대건, 위대(偉大)하고 개혁적인 민족주의 영웅에 대한 갈망과 환상이 있습니다. 정치를 잘 아는 사람들 중 586을 박정희와 유신의 사생아라고 조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40대까지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시절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주체사상파의 정서와 사고방식도 갑자기 무()에서 생겨난 게 아닙니다. 20대가 40대와 586을 이해하기 힘든 건, 민족주의 색채를 약화시켰던 이명박 시대에 자라난 영향이라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명언 중 정치가는 국민을 반보만 앞서가고, 국민의 손을 놓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이 국민에 너무 앞서가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좋은 방향으로 반보씩 앞서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더 좋은 길로 가도록 할 수는 있습니다. 물론 국민은 대한민국의 주인이었지 헤븐조선의 주인은 아니긴 합니다. 네오 헤븐조선의 주인 당과 헤븐조선, 촛불혁명의 최고령도자, 성인지감수성과 래디컬 페미니즘의 든든한 수호자, K아이돌 중 단 하나의 정점, 누구보다 달과 같은(Lunatic) , 화성(火星)보다 붉은 분, 그믐보다 더 깊은 분, 노틀담의 예언 속 대왕 앙골모아, 평등(抨蹬)과 공정(恐怔)과 정의(怔偯) 그 자체, 북쪽을 바라볼 때는 그냥 천사, 남쪽을 바라볼 때는 나팔과 금대접을 든 천사, 모든 존엄 중 최고존엄(膗辜燇㛪),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이시지요.


 

 소 거의 다 잃고 목장 울타리 고치는 상태이긴 합니다만, 불행 중 다행히도 김종인과 주호영은 감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게, 김종인은 박정희 유신시절 당시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한 인물입니다. 주호영은 경력을 보면 법관 시절 소신판결을 하던 인물이고, 발언을 보면 정치철학을 잘 이해하는 편 같고요. 정치인으로의 행보를 보면 대구에서 쭉 비박계를 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말 그대로 보수주의적인 국가였다면 지금과 같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전통문화가 많이 사라진 국가입니다. 바닥난방처럼 어레인지되어 남아있는 것들을 제외하면, 거의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지요. 심지어 관습에 대한 존중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아예 보수주의적인 기반 자체가 없단 말입니다.


 

 대조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지는 관습을 우리보다 훨씬 중시합니다. 일견 비효율적이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것들조차, 일단 관습을 중요시하고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처럼 근대화가 늦어서 모든 걸 바꿔가면서 죽자 사자 따라붙은 나라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이념적 보수주의자들은 일단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보수성향의 단체를 만들거나 정책을 펼치고 싶다면 체계화를 시키고 정리한 발상을 논의하여 우리 헤븐조선의 가붕개들에게 제대로 이해를 시켜 줄 필요가 있습니다. 나 또한 자유주의자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유주의를 설명하고, 주변에 이해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이야기하는 과정 없이 권력을 위해 목소리만 높이고 그 때 그 때 이익을 쫓는다면, 결국 파시스트나 포퓰리스트가 될 뿐입니다.

 브금은 계절에 맞춰

 

https://youtu.be/2i1T2L2BJpo

 

 



 여러 번 말했던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은데, 결국 철학이 문제입니다. 자유한국당은 (김병준 비대위 시절을 제외하면) 정치철학이 부재한 정당입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은 아주 잘못된 정치철학을 가진 정당이고요. 그래서 더 해로운 건 민주당입니다만, 더 헤매는 건 자한당입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강조하고 있는데요. 보수주의는 태도(attitude) 또는 정서(emotion)일 뿐 철학(philosophy)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특정 정치세력 또는 사회운동 및 사회적 트렌드 등이 급진성을 보일 때, 그에 대한 의심이나 반감 등이 보수주의적인 움직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보수주의는 능동적이기 어렵고, 수구화되기 쉽고, 극우화 및 포퓰리즘으로 치닫기도 쉽습니다. 괜히 최근에 세계 전반적으로 전통적 보수세력이 망한 게 아닌데요. 21세기 들어 엄청나게 빠른 사회/기술변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말 그대로의 보수적 태도를 가지고서는 국가가 생존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철학적으로만 - 그리고 원리만 - 보자면, 보수주의는 공동체주의와 친하고 진보주의는 자유주의와 친해야 합니다. 이것이 자유 없는 자유한국당소리를 듣는 근본 이유인데요. 보수적 정서와 태도를 가질 경우 관습과 가까워지는 반면 자유주의와는 멀어지게 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꽤 많은 자칭 보수주의자들이 사회적/문화적 면에서 다소 수구적인 공동체주의를 앞세우는 가운데, 오로지 경제적인 면에서만 극단적인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모습은 자칭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대중적 - 특히 중도적인 사람들의 -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특히 이런 유형의 전형인 것 같습니다. 대조적으로 유승민의 경우 그의 정치적 행보가 최악임에도 불구하고, 철학적으로 공동체주의적 태도를 제법 일관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지층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보수주의적인 사람들은 각자의 보수성이 본질적으로 정서적이라는 것을 먼저 이해하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철학적 일관성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좌우파를 막론하고 이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포퓰리스틱해지고 파시스틱해지기 쉽습니다. 파시즘은 철학의 일관성이 없고 열광적으로 권력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우선시하는 게 본질입니다.


 

 한편으로 대한민국에서는 민족주의와 해당 이미지를 NL계열이 선점하고 있으며, 인종/민족갈등이 매우 약한 편이기 때문에 보수파가 극우화되면서 세력을 확장할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극우적 열광의 많은 지분을 민주당과 범여권이 가지고 있고, 보수당은 반공 매카시즘에 집착해 왔던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공동체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자유한국당이 보수적 공동체주의를 적극 도입하기엔 우리나라의 보수적 전통이라 할 만한 게 별로 없습니다. 만일 자유한국당의 뿌리를 박정희에서 찾는다면, 박정희 정권은 좋게 표현해 혁신적인 정권이었습니다. 권위주의적이긴 하였으나 보수적인 정권과는 거리가 멀었지요. 심지어 전두환도 혁신적이었습니다. 김영삼도 그러합니다. 이명박도 보수적인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보수파는 이름만 보수지, 실제로는 보수적인 적이 없었습니다. 박정희를 숭상하면서 그걸 보수라 부르니까 논리가 사라지고, 맹종이 남기 쉬워지는 것입니다.


 

 나의 견해로 자유한국당은 전반적인 시민이 그럭저럭 동의할 수 있는 철학을 먼저 정립하고, 그 철학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중도적인 시민들은 결코 민주당의 아집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 적어도 한 번은 투표를 해 줄 겁니다.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자유한국당은 공동체주의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연구하고 사상을 정립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주의를 챙기는 건 대단히 어렵고요. 바람직한 공동체주의라도 챙기는 게 현실적으로 나을 겁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보편적인 한국인들이 현재 원하는 건 제대로 된 공동체주의입니다. 표 가진 유권자들의 니즈가 그쪽입니다.



 나는 스스로 자유주의자임을 여러 번 밝혀왔습니다만, 만일 내가 현재 자유한국당에서 당론과 정책을 결정하는 입장이었다면 나는 공동체주의적 요소를 많이 이야기할 것입니다. 민족주의적인 이야기도 할 거고요. 이 연장선상에서 이야기하자면, 아무래도 민부론은 정치공학적으로는 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만일 자유한국당이 현재 국민들이 가진 국가공동체에 대한 불안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듬직한 청사진을 제시하여 안도감을 줄 수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질래야 지기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유주의라는 대안

정치 2018. 8. 31. 22:03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UBQUeVPdYvo

 


 

 이 곳을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은 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나는 자유주의자입니다.

 

 나는 동성애, 낙태, 안락사 같은 논제에 있어 모두 진보적인 입장입니다. 나는 정치적 자유주의자이기에 다원주의자이며 가능한 타인끼리의 간섭은 줄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남이사 뭘 하건, 그게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지요.



 다원주의에 대한 - 특히 사회문화적인 면에 대한 - 나의 지향은 아주 강합니다. 진짜로 남한테 피해만 안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만큼 나는 꼰대를 많이 싫어합니다. 특히 좌파 꼰대들은 북핵보다 더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는 방어적 민주주의자이기도 합니다. 다원주의가 하나의 사회적 단위 내에서 상대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언더도그마에 빠져 타인에게 피해를 강요하는 순간 극단주의자가 대세가 되고, 좌파 포퓰리즘이나 극우파가 날뛴다는 걸 잘 알고 있기도 합니다. 다원주의의 한계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느냐 아니냐, 공격성이 어떠한가에 있습니다.


 

 자유주의는 문화적인 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경제적인 자유도 중요합니다. 이것에 대해 조금 설명하자면, 정부는 자유 시민들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또한 동시에 정부는 자유시장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매 순간 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시장을 무조건 자유방임해야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어차피 닉슨 쇼크 이후의 현대 금융시장은 자유방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경제적인 면에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기본적으로 갈등 관계입니다. 사회적 자유주의라는 건 엄밀히 말하면 성립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는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조세저항을 초래합니다. 그것은 정치권력 또는 무력에 의한 일종의 폭력이며, 결코 동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유재산침해에 대한 불만을 가진 자들의 저항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사회주의적인 국가는 진취적이고 성공을 추구하는 인적 자원을 빠르게 잃습니다. 권력자에 의한 사유재산침해의 역사는 아주 오래 된 것이기도 합니다. 사회주의와 좌파 포퓰리즘은 사유재산침해를 인민의 이름으로 어찌 잘 합리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전적이지 않은, 또는 리버테리어니즘이 아닌 현대적인 자유주의는 꼭 필요한 복지나 꼭 필요한 부분의 정부 간섭을 결코 배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는 노동능력이 없는 자를 위한 복지를 딱히 부정하지 않습니다. 축조물이나 제조 과정, 교통수단 등의 안전 관리 같은 것도 정부가 간섭을 해야만 하는 부분입니다.


 

 1970년대에서부터 80년대 초반까지는 공공, 환경 관리조차 시장주의적으로 접근하던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1984년에 보팔 가스 누출 사고가 터지면서 극단적인 시장주의는 그 설득력을 잃었지요. 자유주의는 원리주의가 아니고, 고집스럽지 않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양극단의 정치적 갈등을 최대한 배제한 균형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자유주의는 후기 롤즈의 철학으로 대표할 수 있습니다. 그 주장을 요약하자면, 본문의 위에 설명한 것과 같은 다원성입니다. 서로 다른 포괄적 교설들이 중첩되는 지점에서의 중첩적 합의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정치와 도덕의 분리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한 도덕을 강조하는 것은 공동체주의 또는 공화주의의 특성인데, 자유주의는 보다 다양한 도덕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도 방어적 민주주의 범주 안의 옳음의 범위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워마드나 이슬람 원리주의 같은 건 포용할 수 없지요.


 

 대조적으로 보수적인 공동체주의를 주장하는 철학자로 역제 정의란 무엇인가를 집필한 마이클 샌델을 꼽을 수 있는데, 나는 그의 주장을 여러 모로 비판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본문은 대략적인 자유주의 소개이며, 자유주의라는 대안을 제시하려는 목적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요새 문재인 정권에 실망하면서, ‘내가 보수 편을 들어야 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보수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보수 정치세력 편을 들라고 하는 건 처음부터 어려운 이야기지요.

 

 자유주의는 보수주의가 아닙니다. 철학적으로는 공동체주의 또는 공화주의와 대립하는 개념이며, 현실적으로는 사회주의와 보수주의 모두에 대립할 수 있는 개념이지요.

 

 그러나 자유주의는 좌파와 우파 모두에게 더럽혀져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익들이 주로 자유주의의 이름을 망쳐왔지만, 글로벌 기준에서는 좌파 사회주의자들이 자유주의 이름을 많이 더럽혔습니다. 미국의 리버럴들은 결코 더 이상 리버럴하지 않습니다. 사사건건 간섭하기 좋아하고 교조적이며 너무나도 사회주의적인 자들이 자유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것은 명백한 잘못입니다. 진짜 자유주의는 그런 게 아닙니다.

 

 한편으로 나는 리버테리언들은 다소 극단적이며 현실적이기보다는 관념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왜 현대적인 자유주의가 변화하였는지를 조금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리버테리언이나 고전적 자유주의자가 아닙니다만, 그런 쪽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견을 밝혀둡니다.

보수의 몰락

정치 2017. 7. 4. 03:12 Posted by 해양장미

 여러 번 하던 이야기입니다만, 한국에 엄밀한 의미에서 보수주의 정치세력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건국 이후의 한국엔 왕당파도, 전통을 지키려는 정치세력도 의미 있는 규모로는 없었으니까요. 한국에서 보수주의의 유일한 가치로 통하는 건 반공이었고, 그 외엔 보수주의라 할 만 한 건 없었습니다. 세력, 소속감, 지역감정, 기득권, 권위주의 같은 게 보수파를 구성하였으나 그 응집력은 세에 비해 매우 약했습니다. 그들은 언제고 세가 잦아들면 분열되고 몰락할 것이었고, 한심하게 붕괴하였습니다.

 

 만일 한나라-새누리당 세력이 충분한 명분을 가질 수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권위적이고 일방적이지 않았다면, 보다 더 보편적인 설득력과 올바름을 지녔고 강자의 여유를 보였다면, 자유라는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는 그들이 진짜 자유주의를 기초적으로라도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였다면 지금과 같은 파시즘 시대는 결코 열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 시대의 과제에 무한한 책임이 있고, 다수의 시민들은 그 책임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들은 쇠퇴하였고 현재진행형으로 몰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도금이 벗겨진 그들에게 남은 지지세는 소속감이 남아있는 자들이 보내는 것뿐입니다. 그들은 명분도 정통성도 설득력도 잃어버렸고, 어느 때보다도 잘 해야 함에도 그들이 보이는 모습은 여전히 한심하고 많이 모자랍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 중 바른정당에 기대를 가졌던 분들이 많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나 역시 그들이 가능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랐지만, 진심으로 기대를 건 적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유승민이 말하는 그 어떤 말에도 마음이 움직인 적이 없고, 그의 주장에 동의한 적 또한 없습니다. 또한 바른정당 구성원 중엔 함량미달이 많았습니다. 결국 극단적인 보수개신교도 이혜훈이 대표가 되었지요. 제대로 된 정치철학을 가지고, 자유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혜훈처럼 어이없는 주장을 펼치지 않습니다. 이혜훈이 뭘 어쨌는지 궁금하신 분은 다음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iraorCoL3to

https://www.youtube.com/watch?v=egocIVbJdYw

 

 한편 이름값을 전혀 못하는 자유한국당은 홍준표가 대표가 되었습니다. 홍준표가 흠집투성이 정치인이란 건 굳이 더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싶고, 무엇보다도 그는 2개월 전 대선에서 패배한 정치인입니다. 그런데 2개월 만에 당대표가 되었지요.

 

 아무리 그래도 자유한국당은 107석을 가진 거대야당입니다. 그 의석만큼 역할을 해 줘야 하는 정당이고요. 그런데 그런 정당에서 불과 2개월 전에 패한 대선후보가 대표가 되는 건 정말 실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현재 그만큼 상황이 좋지 못하며, 거의 몰락단계에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만일 자유한국당이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이고, 고인 물이 아니라면 이런 사태는 없을 겁니다. 군소정당도 이런 추태를 보이진 않습니다.

 

 물론 이 보수 소리 듣는 정당들만 상태가 나쁜 건 아닙니다. 국민의당도 정의당도 끔찍한 상황에 있지요. 이 쪽들도 언젠가 이야기할 일이 있겠습니다만, 본문에서는 두 보수정당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보수정당이 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유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기본적인 철학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입니다. 이들은 명분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철학적 담화를 하지 못하며, 국가를 꾸려나갈 청사진에 있어 민주당보다 더 왼쪽인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 주장합니다. 또한 이들은 권위주의적이고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심하게 부족하며, 유기체적 국가관을 최소한의 문제의식조차 없이 내세우고, 자유주의-공동체주의 논쟁 같은 건 별나라 일인데다 자유시장경제는 말로만 옹호하지 제대로 지켜본 적이 없는 대상이며, 더 나아가 아예 헌법의 정신과 너무 동떨어진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구성원 중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 이들이 잘 되는 건 요원한 일이며 지금까지 운이 좋아서, 3당 합당 덕에, 상대가 약해서 잘 풀렸던 겁니다.

 

 실제로는 보수주의와도 자유주의와도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던 한국의 보수세력 이념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들은 유기체적 국가론자이자 권위주의자이자 근대화, 산업화를 앞세우는 개혁주의자였습니다. 자유와 보수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함부로 가져다 썼고, 심지어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를 구분도 못 하면서 서구의 자유주의, 보수주의 개념을 완전 자기 멋대로 가져다가 마음에 드는 부분만 가져다 쓴 세월이 길어서, 흔한 표현으로 끔찍한 혼종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주제는 품위 있게 꼬아서 학술적으로도 제법 자주 다뤄집니다.

 

 내가 좀 신랄하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자한당쪽에서도 윗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긴 합니다. 자한당 지지자들이나 구성원들 중에 멍청이가 많긴 하지만, 절대 다 멍청이는 아니니까요. 기사 하나 보셔도 되는데.

 

http://www.mediapen.com/news/view/279941

 

 기대는 하지 마세요. 원래 새누리당엔 보기보단 나름 유능하고 똑똑한 사람이 있긴 있었습니다. 그래봐야 전혀 소용이 없었어요. 문빠들에게 당내에서 무슨 바른 말을 해도 소용이 없듯, 저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권을 포함하여 많은 걸 가졌음에도 무력하게 허물어진 집단입니다. 수십 년 간 이념도 지성도 없이 자유주의 말만 가져다 붙인 집단에 갑자기 뭐가 생기겠습니까. 폐광에 곡괭이질 해봐야 황금을 얻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 보수정당들은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있고, 시스템 상 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이들이 남은 의무라도 다하길 바랍니다. 그 이상의 기대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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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6단계 이념 분류

정치 2013. 9. 18. 19:45 Posted by 해양장미

 한국은 서구와는 좀 다른 양상의 역사를 가졌고, 그에 따라서 정치적 이념의 분화 역시 형성되었다. 또한 냉전과 케인즈 시대를 거치면서 기존의 단편적인 좌우파 구분은 현실에서 잘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에 따라 본 블로그에서는 한국 현실에 어느 정도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6단계 이념 분류 체계를 제시해볼까 한다. 이 분류는 (1)에 가까울수록 우익이고, (6)에 가까울수록 좌익이다. 그리고 가운데 쪽일수록 개인주의적이고, 양 끝에 가까울수록 집단주의적이다. 그렇다면 우선 하나하나 설명해 나가려고 한다.




(1) 반공주의적 보수주의


: 한국에서 가장 오른쪽에 선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북조선이라는 적을 관념 속에서 강하게 설정하면서, 그 적과 대비하여 ‘우리’를 강화하고자 한다. 이런 관념은 그들에게는 질서를 잡는 체계이며, 자신의 이념과 거리가 먼 사람을 ‘빨갱이’로 낙인찍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전체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며, 민주주의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인 경향은 약하다. 이들에게는 어지간한 우익 정당조차 충분히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강한 통제로 사회를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보면 사실 불안감이 크고 안전의 욕구가 강한 편. 이 정도로 극단적이면 어지간해서는 이성적인 논의가 어렵기 때문에, 대체로 그나마 가까운 (2)나 (3)과 연대하는 정도에서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



(2) 중상주의적 보수주의자


: 가장 표준적인 보수주의자. 한국인 전체에 가장 흔한 유형이라 볼 수도 있다. 이 쪽 타입은 국가와 우리를 중요시여기고, 개개인을 우리라는 틀에 일치시키고자 하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전체의 이익을 곧 우리의 이익으로 환산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실제 그런 경험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관념을 실행하려는 성격도 강하다. 집단주의적이며, 계획 경제로 부강해진 한국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하며 앞으로도 그런 양상으로 국가가 나아가길 원한다.


 개개인의 이익이라는 면에서 이 타입은 종종 모순을 드러내는데, 집단과 개인 간의 갈등에서 집단의 편을 들 때가 많은 반면 본인이 집단과 갈등을 벌일 때는 다른 판단을 하곤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런 태도가 별 문제가 되지는 않고, 집단 속에서의 사적인 유대 관계를 중요시하면서 실리를 챙기는 경향도 짙다. 정치적 보수성을 꽤 강하게 가지지만, 의외로 이 집단이 무조건적으로 새누리당 계열만을 찍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념적 보수성이 ‘정당함’에 대한 추구로 이어져 더 정당해보이는 정치적 선택을 할 때도 많다.



(3) 신고전적 자유주의자


: 한국에서 가장 자유주의적인 경향이 짙은 집단으로, (2)와는 문화적인 면에서 차이가 크고 (4)와 비교하면 국가와 사회를 신뢰하는 정도에서 차이가 크다. 이 타입은 기본적으로 국가, 사회, 타인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국가와 개인 간의 관계를 갈등을 일으키기 쉽거나 암묵적 계약으로 묶여 있는 정도의 관계로 생각한다. 물론 국가 외의 다른 집단주의에도 상대적으로 호응이 없는 편.


 경제에 대한 접근에서 이 집단은 외부에서 볼 때 때때로 (2)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러나 (2)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2)와는 달리 경제 행위를 보다 사적인 것으로 인지한다는 데 있다. 또한 국가의 통제가 가지는 비효율성을 빨리 간파하고, 그것을 줄이려는 시도를 곧잘 한다. 단점은 비교적 적은 숫자와 대표성 부족. 아직까지 자신들의 정당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정치적으로는 보다 숫자가 많고 세력이 큰 (2)나 (4)와의 연대가 불가피하다. 사실 수많은 선거에서 이 좌우중도적인 집단을 누가 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은 그다지 나서서 시끄럽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편은 아니다보니 충분한 포섭이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일견 정치적 관심이 적어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기에 선거의 양상에 따라 투표율이 꽤 달라지기도 한다. 이따금 이 집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은 이들을 ‘문화적으로는 좌파, 경제적으로는 우파’ 정도로 규정하기도 한다. 경향으로는 한국 사회에서는 가장 냉정한 축에 속하는 집단.



(4) 문화적이면서 사회적인 자유주의자


: 젊은 층에서 꽤나 흔히 볼 수 있는 유형. 이 집단은 자유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는 (3)과 동일하지만,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보다 좌파적인 관념을 많이 가지고 있고, (5)나 (6)이 주장하는 것들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이 집단이 원하는 것은 ‘개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복지국가’ 정도.


 다른 어느 집단보다도 이 집단이 그리는 사회는 이상적이기 때문에, 대외적인 호응도 높고 현실 속에서 소위 진보좌파의 스펙트럼이 이 정도에 맞춰질 때가 많다. 다만 문제는 매우 심각한 디테일 부족.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결합된 형태다보니 그 중간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하거나, 갈등이 생기기 쉬울 때에는 굉장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거나 사태 파악 자체를 못 할 때가 많다. 즉 실제 권력을 가져도 문제 해결 능력이 크게 떨어질 때가 많은 게 결정적인 문제. 이런 문제 때문에 이 집단은 시대에 따라 (3)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5)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3)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더 감정적인 유형이 많고, 디테일을 높여나가는 경우 (4)에서 벗어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보고 있다.


 

(5) 전통적 사회주의자


: 소위 가방끈 긴 386~486 진보좌파가 많이 속한 유형. (4)와는 달리 자본주의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강하게 가지고, 사회주의적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전반적으로 (4)보다 더 집단주의적이고, 이론적으로 체계를 갖춘 동시에 수가 적다. 그렇지만 보다 수가 많은 (4)집단의 관념에 큰 영향을 주는 그룹.


 이 집단의 결정적인 단점이라면 과도한 관념성으로 인한 현실과의 불일치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자체가 아주 오래 전의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 그룹은 업데이트가 과도하게 느리다. 또한 자본주의 중에서도 세계 첨단을 달리는 한국 사회에서 현실을 설명하고 개선하는 데 큰 약점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이 그룹은 실제로 본인들의 의견을 (4)에 반영할 수 있을 뿐, 자체적으로 수를 늘려나가거나 정치적 입지를 만드는 데는 지속적으로 실패하고 있다. 그 외에 너무 편하게 입만 쓴다는 지적도 많다.



(6) 민족주의적 사회주의자


: 민족주의적 사회주의자는 흔히 NL(민족해방 또는 자주파)로 불린다. 이 집단은 대한민국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민족분단의 문제로 생각한다. 즉 현재의 대한민국은 미국 제국주의의 식민지이며, 자본가 세력은 미국과 결탁하고 있고 그 결과 여러 문제가 특수하게 큰 상태라는 것이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모든 NL이 종북세력인 것은 아니다. 요새는 민족주의가 약해졌지만, 민족주의가 강하던 시절엔 NL의 주장이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 이 그룹은 한국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민주화에도 일조한 면이 있다. 그러나 현재 이 집단이 한국 내에서 어떻게 인지되는지는 모두가 잘 알 것이다.


 NL을 논파하려면 사실 민족주의를 논파할 필요가 있다. 바꿔 말해 대부분의 내셔널리스트는 언제든 NL의 말을 일부라도 수용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이 (6)이 입장을 바꿀 경우 비교적 숫자가 가까운 (4), (5)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정 반대의 (1), (2)가 될 때가 많은데, 이것은 실제로는 좌우를 바꾸는 것보다는 집단주의적인 태도를 바꾸는 게 더 힘들기 때문이라 본다. 한편으로 이 (6)이 하는 말을 수용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들이야말로 진정한 우익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역시 집단주의적인 태도가 만들어내는 것이라 본다,


 적잖은 NL이 친북성향을 보이는 건 역사 속에서 북조선 쪽이 더 정통성을 가졌다고 보는 그들의 입장과 관련이 있다고 파악한다. 그들의 표현으로 이야기하자면 남쪽정부는 미국의 괴뢰정권이지만 북쪽은 주체적이었다는 것이다. 민족국가를 중심에 놓는 관점에서는 이런 인지도 가능하다. 물론 철저하게 집단을 우선시하는 관점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그래도 이 집단이 (5)보다는 숫자가 많다.






 이해하기 쉽도록 이 6단계 이념 분류에 대한 대략적인 그래프를 첨부한다.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모든 시민을 이 분류법에 일치시키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또한 이 분류 체계는 개인적인 인상을 포함하여 설명하였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편적이고 혼동하기 쉬운 통상적 좌우파 구분보다는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