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성주의는 한국에서만 두드러지는 현상은 결코 아닙니다만, 한국에서도 만연한 현상입니다. 정치적인 면에서 반지성주의는 좌우를 가리지 않습니다만, 소위 진보좌파쪽 반지성주의는 그 반대쪽보다 더 골치 아프고 위험한 경향이 있습니다. 보수주의자들은 현상 유지를 원하는 속성이 있기에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박사모의 행태는 반지성주의 그 자체였으나, 그들이 성공했다 해도 박근혜의 퇴임은 불과 9개월 늦어질 뿐이었습니다.


 진짜 문제가 되는 부류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 반지성주의를 앞세우는 부류입니다. 이번 정부처럼 말이지요. 나는 탈원전을 쭉 주장해왔습니다만, 이번 정부의 부당하며 독선적이고 반지성주의적인 방식엔 결코 함께할 수 없습니다.

 

 나의 탈원전 주장 글은 http://oceanrose.tistory.com/595 에 있습니다.

 

 이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절차와 책임문제, 그리고 피해자 양산 문제입니다. 문재인은 항상 그렇듯 이번에도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4대강보다 더 황당할 정도의 부당한 밀어붙이기와 밀실협약으로 원전 공사를 중단시켰고, 시민 평가단을 만드는 식으로 그 책임마저 회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에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났지요. 그야말로 반민주의 표본이라 할 만한 날치기입니다.

 

 이러한 정책 결정에서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전혀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나도 한수원 및 원자력 전문가들을 전혀 신뢰하지 않습니다만, 그렇다 해서 비전문가들이 의사결정을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심한 반지성주의입니다. 적어도 그들의 기득권 중 정당한 부분을 빼앗으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미래 대비도 이성적으로 제대로 해야 합니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문제에 있어 제대로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하는지, 이성적인지, 올바른 판단을 하는지 하나도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환경론자들 말만 듣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걸로 판단합니다.

 

 물론 원전 건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전반의 행동에는 합리적인 면모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본문에선 논의를 넓히지 않겠습니다.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 하니 이야기 좀 하자면요.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노력이 없었던 게 아니고,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수도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력 발전기의 예를 들어보지요. 경인아라뱃길 서쪽 끝, 정서진에 풍차가 두 대 있습니다.


 

 아라뱃길 자전거로를 이용하는 분들은 대략 알겠지만, 아라뱃길엔 일상적으로 어느 정도 이상 바람이 붑니다. 도심지와는 달리 바람이 계속 불지요. 그렇지만 수자원공사가 74억을 들인 풍력발전기 두 대는 계획대로의 발전량이 나오지 않습니다. 항상 돌고는 있지만, 헛돈 썼다는 비판이 많아요.

 

 정서진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쓰레기매립지가 있습니다. 박원순이 인천시민들에게 쓰레기를 떠안겨준 그 곳 말이지요. 매립지공사는 그 곳에 풍력발전소 건설을 검토했지만,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어서 기각되었습니다. 인천광역시는 강화도에 풍력발전 시설을 만드는 걸 검토했지만 역시 기각되었습니다. 바람이 많이 안 부는 데는 방법이 없습니다. 풍력발전이라는 게 그리 수월하지가 않습니다. 유지비도 생각보다 꽤 들고, 점검 만만하지 않고... 실제 풍력발전기를 안 보신 분들은 그 엄청난 크기를 봐야 감이 잡힙니다. 날개 하나만 해도 한번 점검하는 게 제법 큰일입니다. 거기에 철새들도 새대가리 아니랄까봐 자꾸 부딪쳐서 죽고, 소리도 꽤 나고... 미국에서 한 해에 풍력발전기에 죽는 새는 50만 마리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솔라는? 일단 가장 큰 문제가요. 태양광이건 태양열이건 먼지 앉으면 효율이 떨어집니다. 닦아 줘야 해요. 세차 안 하고 실외에 차 한참 두면 색을 알아보기 힘들게 변하잖아요? 태양 발전도 마찬가집니다. 먼지 잔뜩 앉으면 발전효율이 안 나오니까, 계속 닦아야 해요... 그런데 태양광, 태양열 발전 계획이라고 환경 단체들이 내놓는 거 보면 대체 어떻게 닦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와이퍼라도 달 건가요? 오지 곳곳에 집광판 달거나 도로 따라 쭉 집광장치 설치하면 닦고 다니는 데 유지비가 얼마나 들 거라 생각하는 건지요. 이미 집광판 청소 전문 업체가 있습니다. 진짜로 집광판 여기저기 설치하면 청소 로봇이라도 개발해야 할 상황입니다.

 

 현실적으로 원자력 접으면 화력이고요. 원자력 접을 때 계획 제대로 안 세우면 나중에 노후원전 더 돌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미 그렇게 하는 나라 있어요. 섣불리 신고리 공사중단 하는 건 나중에 노후원전 돌릴 위험 높은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현재 계획이 잡혀서 건설단계인 원전은 건설하고, 노후원전은 연장하지 않고 폐로하고, LNG 발전을 늘려나가는 동시에 가능한 원전기술은 유지하면서 국내 새 원전 건설계획은 최대한 보류하는, 즉 짓지 않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방사능을 필요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후쿠시마산 생선이라도 방사능 계측결과 안전하다면 먹겠다고 하는 사람입니다만 한수원은 못 믿습니다. 원전 운용에 발생하는 정보의 극단적인 비대칭성과 폐쇄성은 그 자체로 문제고, 방사성 폐기물은 정말 답이 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모든 문제는 문재인 집권시기엔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반지성주의적인 태도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반지성주의는 근본주의, 전체주의, 파시즘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들 합니다. 나는 문재인 정부를 파시즘 정부로 보고 있습니다.

 

 독재자들은 반지성주의를 좋아합니다. 그들은 항상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어 자신을 비판하는 지성인들을 배척합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보이는 행태는 너무나도 전형적이어서,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태도 전반에 걸쳐 주의와 경계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원자력 발전의 문제는 크게 4가지입니다.

 

1) 특별한 전문가가 아니면 다룰 수 없어, 대단히 폐쇄적인 일부 집단이 모든 걸 담당하게 되고 필연적으로 수많은 부정부패가 함께합니다.

 

2) 문제가 생기면 주변 일대엔 수십 년 간 출입하기도 힘들어지고 광범위한 피해가 생깁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은 결코 비용이 저렴하지 않습니다. 당장 우라늄은 저렴합니다만, 다 사용한 원자력 발전소를 해체하고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매우 큽니다.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큰 위험을 비용으로 계산할 필요도 있습니다.

 

4) 온갖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걸핏하면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을 위해 정지하며 한 번 정지시키면 다시 켜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립니다. 몇 년 전 있었던 순환정전 사태의 직접 원인도 제 구실 못한 다수의 원전에 있습니다.

 

 한 마디로 원전은 별 가치가 없습니다. 당장 싼 우라늄으로 발전을 할 수 있다 정도지요. 나중에 수습하기 힘든 짐을 떠안게 되고요. 미래에 빚을 지워 일단 싸게 전기 쓰는 게 거의 다랄까요.

 

 그러니 수명이 다 된 노후 원전은 모두 폐쇄하고, 새로운 원전은 지으면 안 됩니다. 당장은 아니라도 지금부터라도 탈핵해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대안이 필요하지요. 대안으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비현실적입니다. 그런 건 올바른 이야기가 아니고요. 현실적인 대안은 화력입니다.

 

 화력 발전으로 인한 대기오염은 어쩔 건가? 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LNG 가스 발전 같은 건 어느 정도 깔끔합니다. 과거에 비해 발전소 배기가스를 깨끗하게 내보낼 수 있는 기술도 있고요. 이 방면 기술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원자력 발전보다야 좀 먼지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차라리 원자력보다 화력이 저렴하고 - 발전소 건축, 해체, 핵폐기물 처리 비용 감안 - 유사시 원전보단 훨씬 덜 위험하고, 껐다 재가동하거나 순간적으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데도 비교할 수 없이 유리합니다.

 

 무엇보다도 핵폐기물에 대한 대중의 이해는 매우 부족합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사실상 인류가 어떻게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처리할 방법이 없습니다. 특히 원자폭탄의 재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폐기하려면 반감기가 24천년이므로 최소 10만년이란 시간, 자연적인 상태로 돌아가려면 80만년이란 시간이 걸립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문제는 원소들이 불안정한 것들이라, 가만히 두면 계속 열을 내며 제대로 식히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매립 처리를 하기 전에 충분히 식혀야 하는데, 그 충분히 식히는 데 걸리는 시간만 100년입니다. 그래서 아직 인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해본 적이 없습니다. 워낙 골칫덩이라 바다에 버린 사례들도 있고 한국도 바다에 핵폐기물 버린 나라에 속하는데, 이런 건 후쿠시마 멜트다운 이상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박정희 시절 핵폐기물 버린 곳이 울진 앞바다라 하니, 일단 그쪽엔 가능한 안 가는 게 안전할지도 모릅니다. 생각이 있으면 어느 정도나 방사능이 나오고 있는지, 해산물은 멀쩡한지 제대로 검사도 하고 측정도 하고 공개해야 하는데, 우리 한수원은 그런 건 커녕 활성단층 연구도 묻어버리는 위인들이라 신뢰성 제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