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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22 명왕성의 발견부터 행성 자격상실과 태양계 소식들 이야기 38

 본문을 읽을 때 추천 브금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xxWC4J7KYQ




 분류라는 게 원래 좀 그런 면은 있지만, 행성은 참 모호한 분류입니다. 어쨌든 모두가 알다시피 명왕성은 1930년 발견되어 행성으로 분류되었다가 2006년 퇴출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명왕성을 행성으로 기억하며, 퇴출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천왕성의 발견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원래 행성 중 고대부터 인류에게 알려져 있던 건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5행성이었습니다. 지구도 행성입니다만 고대인들은 지구를 행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이 행성들도 그냥 별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천문학 지식이 발달하면서 지구를 포함한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러다 1781, 윌리엄-캐롤라인 허셜 남매는 7번째 행성인 천왕성을 발견합니다. 당시 윌리엄은 스타가 되어 (그 시대에) 40대 후반에 늦장가를 가는 수준의 출세를 했고, 여동생인 캐롤라인은 공동 발견자로의 공이 있었고 윌리엄도 이를 밝혔지만 여성 차별하던 시대라 나이 더 들어 노년에야 대접받았습니다.

 

 허셜 남매는 원래 도이치인이었는데, 윌리엄이 전쟁에 징병되었다가 탈영하면서 브리튼으로 망명했습니다. 업적을 세워 왕실에서도 인정받았고, 이후 천왕성에서 발견된 위성엔 예외적으로 엘라다(그리스)/로마 신화 이름이 아닌, 발견자와 동명이인이자 같은 국적인 윌리엄셰익스피어 작품 등장인물의 이름이 붙습니다. 실제 천왕성에서 가장 공전궤도가 안쪽인 위성 이름은 코델리아, 그 다음은 오필리아. 여섯 번째는 다들 아는 이름인 줄리엣입니다.

 

 여담입니다만 한국어로 토성까지는 오행의 이름이 붙는데 천왕성은 이름이 달라지는 게, 토성까지는 동아시아에서도 오래 전부터 관측해온 대상이지만 천왕성부터는 서양학문이 들어오면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금화목토는 서구 명칭의 역어가 아닙니다만,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은 우라노스, 넵튠, 플루토 같은 명칭의 역어가 된 것입니다. 한편으로 천왕성은 유독 특이하게 로마식 이름이 아닌 엘라다식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렇게 인류는 7번째 행성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인류는 180111, 그러니까 19세기의 첫날 새로운 행성으로 부를 만한 것을 발견합니다. 해왕성이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겠습니다만 아닙니다. 이탈리아인이었던 주세페 피아치는 화성과 목성 사이, 행성이 있을 법한 궤도에서 혜성이 아닌 것 같은 천체를 발견합니다. 꽤 크기가 있는 그것은 세레스였습니다. 그 때는 알 수 없었지만 평균 지름 946km. 구형 천체로 농업과 계절의 여신, 데메테르의 이름이 붙었지요.

 

 아무 천체에나 올림푸스 12신의 이름을 붙이지 않습니다. 세레스는 화성에 이어 태양계의 다섯 번째 행성으로 대접받게 됩니다. 그러나 세레스의 영광(?)은 길지 않았습니다. 이후 세레스와 비슷한 궤도에서, 새로운 천체들이 연달아 계속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천체들은 순서대로 팔라스, 주노, 베스타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요즘 발견되는 천체엔 거의 꿈도 못 꿀 이름들이지요. 각기 좀 더 잘 알려진 이름으로 아테나, 헤라, 헤스티아입니다. (아테나의 일반적인 로마식 이름은 미네르바입니다만, 팔라스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이 천체들은 행성으로 이해되었었기 때문에 기존 행성들의 이름인 머큐리, 비너스, 마르스, 주피터, 새턴, 우라노스와 동격의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그런데 베스타 다음에 또 아스트라이아가 발견되면서 학자들은 비슷한 게 계속 발견되니 영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세레스, 팔라스, 주노, 베스타를 포함하여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비슷한 천체가 무수히 있음을 알게 됩니다. 세레스는 결국 얼마 지나지도 않아 행성 분류에서 퇴출당했습니다.

 

 8번째 행성인 해왕성이 발견되는 데는 좀 더 세월이 걸렸습니다. 해왕성은 천왕성과는 달리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행성입니다. 천왕성은 다들 보면서도 그게 태양계 내 행성인 줄 몰랐던 건데, 해왕성은 아예 망원경 없인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해왕성을 최초로 관측한 사람은 갈릴레이였습니다. 그러나 갈릴레이는 해왕성이 행성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이론은 있습니다) 발견자로 인정받진 못합니다.

 

 천왕성이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자들은 뉴턴 역학으로 예측된 천왕성의 움직임과 실제 천왕성의 움직임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천왕성 외부에 영향을 주는 미지의 행성이 더 있을 거라 생각했고, 수학적인 예측을 통해 찾아냅니다. 발견자였던 요한 갈레는 계산 결과를 편지로 받은 후, 하룻밤 만에 해왕성을 찾아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1846년의 일이었지요.

 

 그런데 곧 학자들은 해왕성의 움직임도 천왕성처럼 예측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해왕성 바깥 행성을 찾다 1930년에 새로운 행성이라 생각되는 것을 찾았으니, 그것이 문제의 명왕성입니다. 미국인인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했지요.



 우주에 관심이 많고, 유럽과 동등한 업적을 원하던 미국인들은 (하트 모양이 있어 귀여운데 이름은 어째 무서운) 명왕성의 발견에 매우 기뻐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명왕성을 자랑스레 9번째 행성으로 등록했습니다. 그러나 논란은 많았지요. 명왕성은 아무리 봐도 너무 작은데다, 궤도도 다른 행성 공전 궤도와 다르고, 태양에서의 거리도 해왕성 안쪽 궤도로 들어오는 기간이 있을 정도로 이상했던 것입니다. 계산을 할수록 명왕성은 해왕성 궤도에 영향을 충분히 주기엔 너무 작은 천체라는 게 드러났고, 1978년엔 명왕성의 위성으로 생각되던 카론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더더욱 커집니다. 카론의 발견으로 명왕성의 질량이 지구의 겨우 0.2%밖에 안 된다는 게 드러났고, 카론하고 크기도 좀 비슷해서 카론이 명왕성 주변을 돈다기 보단 명왕성도 카론에 따라 살짝 공전하는 쌍성계 같은 양상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크기비교를 위한 사진. 카론이 좀 어둡게 나왔네요.)

 

 그래서 논란거리였지만 한동안 명왕성은 자리를 유지합니다. 그러다가 2003, 당시 지름 1800km로 추정되던 세드나가 발견됩니다. 명왕성 못지않은 크기의 명왕성 바깥 궤도 천체가 발견된 것이지요. 그리고 2005, 문제의 에리스가 발견됩니다. 에리스는 발견 당시엔 명왕성보다 약간 큰 천체로 인지되었으며(둘의 지름은 거의 같은데, 최근엔 명왕성이 수십km 더 큰 걸로 알려졌습니다. 단 질량은 에리스가 더 무겁고, 에리스는 우주선이 가까이 가서 관측한 적이 없어서 명왕성만큼 크기를 정확히 재질 못했습니다.), 명왕성보다 더 먼 궤도를 돌아 10번째 행성 후보였습니다. 에리스도 미국인이 발견했지요. 명왕성 킬러로 알려진 마이클 브라운이요.

 

 에리스는 꽤 논란거리가 되었습니다. 명왕성과 에리스를 다른 분류로 둘 이유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심지어 명왕성처럼 미국인이 발견했으니까요. 에리스라는 이름 자체가 불화와 이간질의 여신, 트로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파리스의 심판을 부추긴 그 여신 이름입니다. (에리스라는 이름이 붙기 전엔 제나로 불렸습니다.) 에리스로 싸움이 나니 붙은 이름이에요. 그러다가 2006년 명왕성의 발견자 클라이드 톰보가 타계하는데, 미국엔 톰보가 살아있을 땐 명왕성을 퇴출시킬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톰보가 죽자마자 명왕성은 행성 분류에서 퇴출됩니다. 그리고 명왕성과 에리스 외 한 때 행성 대접 받던 세레스를 ()행성이라는 분류로 발표합니다. 이 분류는 행성은 아니고, 소행성인데 소행성중에 특별히 큰 것들에 대한 애매한 분류가 되었지요. 그리고 2008년에 마케마케하우메아가 추가됩니다.

 

 그런데 이 왜행성 분류에도 문제는 많습니다. 일단 뚜렷한 기준이 없거든요. 그리고 세레스의 지름은 위에도 이야기했듯 946km인데, 지름이 900km이상일 걸로 추측되는 천체는 행성과 위성, 왜행성을 제외하고도 마이클 브라운의 정리로 6개나 더 있습니다. 콰오아, 세드나, 오르쿠스, 살라시아와 별칭이 안 붙은 2004 MS4, 2007 OR10이 그것인데 2007 OR10은 이름이 안 붙은 것 치곤 지름이 1535+75-225km로 추정되어, 해왕성 바깥 천체 중 명왕성과 에리스 다음으로 큰 걸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발견자 중 한명인 마이클 브라운은 하얀 천체일 걸로 생각해 Snow White.. 그러니까 백설공주로 불렀었다는데, 좀 더 자세히 알아보니 붉은 천체였다고 합니다. 세레스가 왜행성인 이상 이 천체들도 왜행성이 아닐 이유는 전혀 없다는 거지요.



 사진의 맨 왼쪽 위쪽 2003 EL61이 하우메아, 그 오른쪽 2005 FY9이 마케마케입니다. 보시다시피 위에 이야기한 세드나는 이 둘 못지 않은 크기고(발견당시엔 1800km 정도로 추정되었었지만 현재는 995+-80km로 추정 중입니다.), 2007 OR10은 이 둘보다 큽니다. 세레스는 콰오아보다 조금 작고, 오르쿠스보단 좀 큽니다. 오르쿠스는 지름이 917+-25km로 추정되며, 유사한 크기로 그려진 2002 TX300은 지름이 900km는 안될 걸로 추정되어 위의 정리에선 빠졌습니다. 왜행성 기준을 분명히 한다면 다수의 천체들이 왜행성에 편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 해왕성이 마지막 행성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계속 이름이 나오는 명왕성 킬러 마이클 브라운은 이번에야말로 9번째 행성을 발견했다고 주장 중이시거든요. 세드나 등 해왕성 바깥 천체들 중 다수가 궤도공명을 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확률적으로 꽤 강한 중력을 가진 (질량이 큰) 행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찾진 못했지만요. 이심률이 클 걸로 추정되는 카이퍼 벨트 바깥 천체를 찾는 건 정말 쉽지 않지만, 정말 있다면 언젠가는 찾겠지요.

 

 공전궤도 이심률이 크다는 건 태양에서 가까울 때와 멀 때의 차이가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세드나 같은 경우 태양에서 가장 가까울 때의 거리는 76AU인데 (해왕성이30.11AU), 멀 때는 오르트 구름에 속하는 1000AU 정도까지 멀어질 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9행성은 가까울 때는 200AU, 멀 때는 1200AU 정도로 추정 중이라 지금 먼 곳에 있다면 정말 찾기 힘들긴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