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적으로는 예측대로
팍스 아메리카나의 붕괴는 굳이 뿌리를 찾자면 911부터입니다. 911을 계기로 아들 부시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어 이라크 전쟁을 벌였는데, 이 이라크 전쟁이 모든 문제의 발단 중 한 축이 되었지요.
다른 한 축은 글로벌 금융위기였습니다. 현재의 복잡한 문제가 아들 부시 시절의 커다란 잘못 두 개에서 비롯됩니다. 빌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스캔들을 터뜨리지 않았다면, 또는 엘 고어가 그렇게 물러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아들 부시와 같은 사람에게 표를 연거푸 주는 미국인이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오바마에 대한 내 평가는 복잡한 편인데, 나는 기본적으로는 그가 좋은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문제도 많이 저질렀습니다. 나는 네오콘 시절이건 티파티 시절이건 공화당이 이미 미국을 이끌어나갈 수 없는 수준으로 전락한 지는 오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WWE는 해줄 필요가 있는데 오바마는 그런 데 너무 약했습니다. 노회한 정치인인 날리면에 비해 오바마는 좀 강성이었고, 그가 이룬 업적들은 공화당을 패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곤 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공화당이 더욱 극단화되는 경향이 생겨났습니다.
셰일 오일 및 가스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된 것도 오바마 때인데, 그때부터 미국은 어느 정도 국제경찰 자리를 내려놓고 에너지 수급을 미국내에서 우선하게 되었으며, 중국과의 대립도 시작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방식이 다를 뿐, 팍스 아메리카나의 붕괴는 사실 오바마 때부터 전개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아베는 그런 오바마를 잘 이해하면서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노렸던 정치인이었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고 아베가 죽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주변은 좀 다른 식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트럼프가 두 번 당선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본 블로그를 오래 봐오신 분들은 날리면의 반도체법 초안 당시, 내가 차라리 트럼프를 지지하는 쪽이 낫겠다고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후 반도체법의 구체적인 방안과 대응방식이 나오고 날리면 정권의 문제를 넘어가기로 판단하긴 하였었습니다만, 그 때 이미 나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때의 나는 누군가 트럼프에게 총을 쏘고 그게 빗나가고, 날리면이 재선에 출마하지도 못하는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었고, 그렇기에 날리면이 재선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였었습니다. 그리고 반도체법이 감내할 수 있는 게 된 이상 우리도 날리면이 트럼프보다는 많이 나은 입장이었지요. 다만 트럼프의 당선이 우리에게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건 이미 계산이 된 상태였습니다.
1년 전에 이미 나는 물돼지 각하가 오래 가지 못할 거라 생각하였고, 우선적으로 계엄을 저지를 거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시기적절하게 그것이 치워지고는 있다고 판단합니다. 트럼프의 시대에는 리재명 두목이 집권하고 있는 게 나쁘지 않다는 게 나의 견해인데, 기본적으로 리재명 두목과 그 뒤의 NL 한총련 세력은 반미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변화한 상황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트럼프는 무언가 신중하게 계산을 한다거나 사려깊게 고찰하고 뭘 하는 타잎이 아닙니다. 그것의 기본적인 욕망은 관심을 받는 거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겁니다.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소년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 소년이 늙은이의 몸으로 세계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일 뿐이고요.
그것은 끊임없이 세계를 놀라게 만들거고,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은 그것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아닐 겁니다. 즉 쉽게 이야기해서 그것은 이벤트를 일으키는 것 자체가 목적입니다. 그리고 그가 저지를 언행의 방향성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우리나라의 포지셔닝은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너무 앞날을 비관할 건 없을 겁니다. 미래가 과거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