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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구도심의 몰락 이야기

사회 2018. 5. 19. 18:32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xZAoYz4IkAM

 



 

 동인천역 주변의 인천 구도심은 90년대만 해도 번영했던 지역입니다. 그러나 인천광역시의 발전 속에서 동인천은 쇠퇴하였고, 2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은 시간이 멈춰버린 지역이 되었습니다.

 

 동인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주안, 그 사이의 제물포 일대도 쇠퇴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90년대에 인천의 도심으로 모두들 동인천 아니면 주안을 꼽았고, 부평이 그 다음 부도심 정도 느낌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원도심이었던 동인천과 주안이 모두 몰락하여 더 이상 도심으로 부르기 어려워 옛 도심 정도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아주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건 역시나 IMF 외환위기인데요. 이 때 대우가 망하면서 인천은 IMF를 아주 심하게 앓았습니다. 대우그룹의 거점이 인천이었거든요.


 

 내부 산업기반이 흔들리니 다수의 인천 시민들은 바깥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인천 동쪽엔 바로 서울이 있지요. 인천 내부에서 먹고살기 나쁘니 서울로 출퇴근하거나 하는 인구가 증가추세가 된 것입니다. 이런 흐름에서 인천 바닷가 쪽의 동인천은 (동인천은 인천 행정구역 내에서 동쪽이 결코 아닙니다.) 서울에서 접근성이 나빴습니다.

 

 또 90년대부터 인천 동쪽이 개발되고 고층 아파트 단지가 지속적으로 들어섰습니다. 부평, 만수동 일대부터 시작해서 연수구, 계산지구. 2000년대 이후엔 구월동-간석동의 고층아파트단지, 최근엔 삼산지구, 송도국제도시등이 들어섰지요. 그리고 90년대 말에 대략 이 라인을 따라 인천지하철 1호선이 들어서면서 도시의 축이 바뀌게 됩니다. 부평에서 용산까지 다니는 (경인선) 1호선 급행열차가 생겼고 (이후 이 급행열차는 주안시발을 거쳐 동인천시발로 좀 더 노선이 연장됩니다만, 부평시발이 제법 오래 유지되었습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인천지하철 1호선 라인을 따라 살게 되었으며, 구도심 쪽은 점차 낙후되어갔습니다.


 

 동인천의 몰락에는 동인천역에 있던 인천백화점의 폐업과 19991030일에 있었던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고도 큰 요인이었습니다. 사망자 56, 부상자 78명이었던 그 사건이 동인천 몰락의 상징과도 같은 사고가 될 지, 그 때는 알 수 없었지요.



 이후 인천의 신도심은 인천시청이 있는 구월동 일대가 되었습니다. 본래 인천시청은 1985년까지 현 중구청에 있었는데, 85년에 구월동으로 이전했었습니다. 구월동은 주안동의 인접지이면서 조선시대 인천도호부가 있던 관교동-문학동 일대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실제 행정구역상 관교동 일부 지역은 통상적 관념으로는 구월동으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해당 지역에 들어선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과거 인천백화점의 위치를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사에서 인천 구도심만큼 단시간에, 완벽하게 몰락한 원도심은 없습니다. 알려지기론 이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입니다.

 

 만일 2007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지 않았고, 인천이 사려던 사업들이 잘 풀렸고, 서울이 강남 중심으로 발달하지 않았고, 우리나라의 사회주의화가 심해지지 않았다면 동인천-주안 지역이 이렇게까지 몰락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인천이 투자했던 사업들의 자금회수를 늦췄고, 서울이 점점 더 강남 중심으로 발달하면서 인천 사람들이 강남까지 가야 하는 빈도가 늘었고, 사회주의의 심화는 상권의 쇠퇴와 부동산 재건축, 재개발 등에 악재가 되었습니다.

 

 근래 인천 구도심 쪽에 가면 별로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주안역 근처는 아직도 어느 정도는 번화합니다만, 역에서 좀 거리가 있는 남쪽 주안동 일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활기가 없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도 박남춘과 유정복 두 후보 모두 주안동에 선거사무소를 차렸는데, 주안 쪽이 좋지 않으니까 선거사무소를 차리는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몰락이 있었던 동인천 쪽은 이제 관광지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옛 흔적과 추억이 남은 곳을 보존하고, 사람들이 관광을 올 수 있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입니다. 대도시의 주거, 산업용 지구로는 경쟁력이 약해졌지만 관광지로는 좋을 수 있지요.

 

 원인과 전개에 대해 각자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인천 구도심의 몰락에선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 도시는 항상 재정비와 재개발이 필요하며, 재정을 긴축해서 운영하는 건 언제나 리스크가 큽니다. 도시는 상행위와 건축, 개발로 동력이 공급되고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