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2017/10/05'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7.10.05 빛깔 이야기 16

빛깔 이야기

자연 2017. 10. 5. 17:12 Posted by 해양장미

 일단 추천 브금.

 

https://www.youtube.com/watch?v=IMTzp9hJKqo

 


 물질은 그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파장의 전자기파를 반사하거나 방출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가시광선에 해당하는 빛의 일부 파장을 눈에서 감지하고 뇌에서 시각화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인류가 감지하는 빛의 파장은 대략 400~700nm 정도입니다. 전자기파를 감지하는 능력은 동물마다 달라서, 자외선이나 적외선 영역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동물도 많고,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도 있습니다. 사람은 가시광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시광선을 사용하는 광학 현미경은 최대 배율이 1000배 정도고, 그보다 작은 건 가시광선 파장보다 작은 것들이라 광학 현미경으로는 관측이 불가합니다.

 

 색각 이상자를 제외하면, 우리 인류는 대체로 Red, Green, Blue로 표현할 수 있는 파장들, RGB를 각각 수용하는 감각이 있어 색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색 구분 능력은 개인차가 있고, 돌연변이 같은 4색각 보유자도 있는 반면 남성들은 색약도 흔하긴 합니다만... 본문에서는 잘못된 색인지와 관련지식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이 글을 본다고 립스틱 색깔 구분에 딱히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만.




 

 사실 우리들은 대체로 색에 대해 잘못된 관념이나 오해를 일정 이상 가지고 있습니다. 무지개 또는 스펙트럼 기준으로 빨강에서 노랑까지는 오해가 없는 편인데, 녹색부터 심각한 오해들이 많습니다. 이는 관습의 문제이기도 하고 교육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이게 전형적으로 잘못된 무지개 색 표현입니다. 뭐가 문젠지 잘 모를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럼 대조해 보지요.



 

 이건 실제의 무지개입니다. 뭐가 다른지 보이나요?

 

 학교에서 모두들 색의 3요소에 대해 배웠을 겁니다. 색상, 명도, 채도지요. 그런데 이것들에 대해 언급은 하지만 제대로 가르치질 않습니다. 사실 디스플레이가 발달하기 전엔 염료나 안료로 가르치기 힘든 면도 많긴 했고요. 명도는 그나마 구분이 쉬운 편인데, 사람들은 색상과 채도를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무지개, 즉 자연광 스펙트럼은 채도가 가장 높은 것입니다. 원색이지요. 반대로 가장 채도가 낮은 건 무채색입니다. 색상과 채도가 없고, 명도만이 남은 게 무채색인 겁니다.

 

 그럼 볼까요. 모바일 모드로 보시는 분들을 위해 그림파일로 합니다.



 이상한가요? 초록, 파랑, 남색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요? 그렇지만 저게 실제 무지개 색에 최대한 가까운 디스플레이 표현입니다. 오해가 크다보니 설명할 게 많아요.

 

 일단 실제 순수한 녹색은 우리의 통상적인 언어로는 연두, 색 코드 명칭으로는 라임색입니다. RGB에서 순수하게 G만 있는 색을 라임이라고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물론 사전적 정의상의 연두는 색 코드 명칭 라임과는 다르긴 합니다. 한국어 연두는 녹색과 노란색의 중간색이지요. 코드명으론 Chartreuse색이라 할 수 있는데요. 바로 놓고 비교해보면 살짝 다르긴 합니다만...



 크게 다르지 않지요? 사실 사람의 시각은 녹색계열을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녹색끼리의 구분은 적록색약자가 더 잘한다고도 합니다. 사람이 보는 색 영역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식입니다.

 흔히 사람들이 초록이라 생각하는 색은, 디스플레이 기준 RGB에서 G값이 최대치의 절반 수준으로 낮은 녹색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꽤 어두운 녹색을 순녹색으로 생각한단 말이지요. 보기 쉽게 비교해 볼까요?

 왜 우리가 어둡고 탁한 녹색을 녹색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는 알기 쉽습니다. 자연에는 그렇게 높은 채도를 가진 녹색이 잘 없기 때문입니다. 형광녹색에 가까운 발색이 나는 건 잘 없지요.

 

 그럼 다음 색, 문제의 파랑으로 가봅시다.

 

 무지개에서 파랑에 해당하는 파랑은 실제 우리가 아는 파랑이 아닙니다. 처음 접하면 좀 곤혹스러운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만, 사실 무지개에서 남색에 해당하는 게 우리가 아는 파랑’이고요.


 RGB상의 B가 아닌, 위 색의 3원색에 해당하는 Cyan(시안)이 무지개에서 빨주노초 다음에 오는 실제 파랑입니다. RGB기준으론 G값과 B값이 최댓값인 빛깔이지요.

 

 시안은 Aqua라고도 표현합니다. 물색이란 거지요. 현대 한국어로 표현하면 청록색인데, 채도가 최댓값인 청록이라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청록하곤 또 다릅니다. 샘플은 위에 있는 실제 '무지개의 파랑을 참조해주세요. 한편으로 어릴 때 우리는 색의 3원색을 빨강, 노랑, 파랑으로 배웁니다만 실제론 그게 아니라 마젠타, 노랑, 시안입니. 위의 색 영역 그래프에서 뚜렷한 경계가 보이는 세 선의 가장 바깥쪽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RGB 기준으로 마젠타는 R,B가 최대값인 색이고 시안은 위에 이야기했듯 G,B가 최대값. 그리고 노랑은 R,G가 최대값인 색입니다. 즉 빛과 색의 원색을 순서대로 정리해 색환을 만들면 빨강-노랑-(형광)녹색-시안-파랑, 그리고 빨강과 파랑 중간이 마젠타가 됩니다.

 

 그럼 왜 시안이 파랑색이 되었느냐... 하면 사실 우리가 쓰는 말에도 암시는 있습니다. 한국말의 파랑또는 푸름녹색과 따로 쓰이지 않지요? 이 색 구분 이야기 문제는 추리소설 트릭으로도 이용될 정도입니다. 신호등의 녹색등을 파랑불이라 부르는 건 아직도 일반적이지요. 게다가 중국어의 청색은 한국어의 청색보다는 시안에 좀 더 가깝습니다.

 

 우리는 관습적으로 녹색부터 파랑색에서 보라색 계열을 엄밀하게 구분해 언어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정 시대 이후 교육을 받은 세대는 크레파스나 색연필, 그림물감에 붙은 색 이름을 외우고 있을 뿐입니다. 그것으로 색의 기준점을 잡고 있는 것이고, 그 전에 교육을 받은 세대는 그런 구분이 덜 엄밀하고 더 관습적인 색구분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지개의 남색이 통상적인 파랑인 이유는, 실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남색. 그러니까 인디고나 네이비 같은 색은 실제 무지개에서 발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뉴턴이 정의했던 무지개의 남색은 현대적 기준에선 Azure 정도의 색. 그러니까 시안과 파랑의 중간인 색입니다. 번역하면 하늘색인데 흔히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하늘색보단 청색에 가까운 색이랄까요. 시안을 파랑이라 불렀으니 그런 표현이 된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남색은 어두운 파랑 계열인데, 무지개 원색은 결코 어두울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진하고 순수한 파랑은 중국어로는 감색, 일본어로는 곤색입니다. 위에 말했듯 중국어로 청색은 시안에 더 가까운 색입니다.

 

 현대적 한국어로 무지개의 7색을 가능한 정확하면서도 쉽게 표현하면 빨주노초파남보가 아니고 빨주노 다음 연두(또는 형광녹색), 하늘(또는 밝은청록), 파랑, 보라가 됩니다. 중요한 건 이 색들이 원색이고, 명도나 채도가 아닌 '색상'이 다른 것으로 이해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보라색을 이야기해보지요. 일단 정확히 말하는데, ‘보라색은 바이올렛색입니다. 퍼플(자주색)이나 마젠타가 아닙니다. 이거 혼동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설명이 필요합니다. 샘플로 구분을 해드리자면 이런데요.

 보시다시피 진짜 보라는 청색에서 이어지는 스펙트럼 원색으로, 디스플레이 RGB에서 R값은 B값의 절반입니다. 래서 청색에 더 가깝고,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생각하는 보라보다는 더 청색 쪽입니다. 아마도 이론적으로 보라는 '파랑보다 더 파랑인' 색이어야 할테지만, 사람은 파랑을 인지할 수 있을 뿐이고, 실제 적색광과 자색광은 파장이 정반대에 있습니다만, 사람은 청색보다 더 파장이 짧은 빛은 약간 적색 비슷하게 인식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의 색 영역 그래프 참조) 그래서 사람은 청색과 적색을 섞은 자주색 계열을 보라와 비슷하게 인지합니다.



 색상환은 인간의 인지를 바탕으로 바이올렛과 마젠타를 연결합니다. (디스플레이 퍼플은 마젠타와 R,B 비율은 같되 값이 절반인 색입니다.) 실제의 빛은 적색 밖에는 적외선이, 보라(자색) 밖에는 자외선이 있어 사람이 볼 수 없습니다만 RGB만 인지하는 사람이 보기엔 적색과 청색을 섞어놓으면 자색과 연결되는 것처럼 보여, 색상환이 연결되는 것처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이야기를 마쳤으니 다시 한 번 무지개를 보이며 본문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무지개는 이런 빛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