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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20
    예수는 왜 신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20)


 나자렛 예수는 크리스트교에서는 동정녀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한 신의 아들이자, 메시아이자, 성부와 같은 페르소나라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현대인들이 들으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지요. 만약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했다 가정한다면, 남신+여인이니까 잘 봐줘도 반쪽짜리 신 아니냐고요.

 

 본문에선 옛 사람들이 왜 예수의 신성을 인정하기 쉬웠는지, 과학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여권을 성장시킬 수 있었는지, 사람들의 인식이 과학의 발전으로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많은 것이 하나의 오해에서 비롯됩니다.실 옛 사람들은 정액 속에 이미 완성된 작은 사람이 들어있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작아서 안보인다고, 그런 식으로 생각했지요.

 

 이 작은 사람을 부르는 라틴어가 연금술과 창작물에서 많이 언급하는 호문쿨루스입니다. 다만 옛 사람들은 이 호문쿨루스가 성장하려면 모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여성의 역할은 호문쿨루스를 몸 속에서 키워 낳고 젖을 먹여 성장시키는 거라 생각했지요. 현미경으로 처음 정자를 발견했던 사람들은 호문쿨루스를 드디어 관측했다고 기뻐했었다고도 합니다.

 

 말 그대로 남성은 씨를 만드는 존재요, 여성은 그 씨를 키우는 밭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창작물에서 연금술사들이 유리병 속에서 호문쿨루스를 키우는 건, 별다른 게 아닙니다. 기술이 발달하면 정액 속의 호문쿨루스를 여자 몸이 아니라 유리병 속에서도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지요. 요즘 기준으로 생각하면 시험관 아기를 대리모가 아닌 인큐베이터에서 키우려는 것이니, 별로 황당한 발상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런 오해는 과학적, 의학적으로는 별로 심한 오해는 아니었습니다. 현미경이 발견되고, 난자를 관측하고, 수정과 착상을 이해하게 되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지요. 다만 이 오해는 문화에는 당연하리만큼 큰 영향을 줬고, 오해가 풀린 후에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동정녀 마리아는 성령에 의해 잉태했다고 합니다. 그 경우, 옛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예수는 반쪽짜리 신이 아니고 온전하게 신성을 가진 겁니다. 마리아의 역할이 현대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거랄까요. 생모가 아니라 대리모인 겁니다. 그래서인지 성모공경은 성모의 신성을 인정하지 않고, 성모의 원죄 없음만을 인정합니다. 물론 과학적으로 보면 만약 동정녀가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클론, 그러니까 연령차 나는 일란성 쌍둥이가 나올 뿐입니다만.

 

 그리고 이런 인식체계에서 가부장제는 당연한 겁니다. 생모라 해봐야 현대인들 마인드로는 대리모 같은 거고, 자식들의 씨는 온전히 아버지의 것이니까요. 현대인들이 보기엔 좀 웃긴 이야기지만, 중세 세계관에선 여자는 번식능력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기술이 발달하고 과학이 발전하고, 사람이 어떻게 생겨나는지가 밝혀졌지요. 이후 어머니는 기존과 다른 위상이 되었습니다. 현대 페미니즘은 모성에 대해 부정적인 경우가 많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여권의 상승은 진짜 모성의 발견으로 이루어진 면이 큽니다.

 

 자녀의 씨가 온전히 아버지의 것이 아닌 것이 알려진 이상, 호문쿨루스가 고환이 아닌 자궁에서 생성된다는 게 알려진 이상 가부장제는 금이 가기 쉬운 것이 되었습니다. 중세적 세계관에선 여성이 혈족의 이름을 주도할 수 없었지만, 현대 세계관에선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도 되니까요. 자녀의 생모는 보다 중요한 것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세계관의 큰 변화가 온갖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인식의 전환이 아동양육에 준 영향이 클 거라 생각합니다. 전근대적 세계관에서, 어머니는 자녀들을 남자의 아이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전근대엔 흔했던 원하지 않는 임신일수록 자녀를 보는 눈이 나빴겠지요. 그런데 과학의 발달 이후 그게 어쨌든 내 아이가 된 것입니다. 물론 모성은 자연스러운 것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인식이 달라진 건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그 영향일까요. 실제 현대에 들어 자녀를 키우는 방식이 바뀌고, 아동보호라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사실 전근대엔 현대처럼 아동이 보호받거나 귀히 대접받지 못했거든요. 현대인들은 인류사에 전례 없을 정도로 너무 귀하게들 커서 문제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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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월비상 2017.09.20 13:17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1. 저도 나일롱 신자이지만 기독교인인데, 마리아 잉태에 이런 비밀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성경은 현재와 지역적, 시기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보니, 맥락을 이해 못하거나 오해받는 경우가 참 많은 책인 것 같아요.

    2. 이게 사실이라면, 선사시대에서 농경사회 오면서 임신의 인식이 거꾸로 후퇴한 셈이네요. 임신 = 내 아이라는 인식이 농경사회 오면서 임신 = 남성 덕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밖엔 안 되니...

    3. 여성은 모성이 있고 육아를 하기 때문에 남성과 구분된다는 성차 페미니즘이 여기서 나왔을지도 모르겠군요. 처음에 성차 페미니즘의 주장 보고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기억이 있는데, 이런 맥락이라면 이해는 됩니다.

    • 해양장미 2017.09.20 13:48 신고 address edit/delete

      1. 삼위일체설이 이 논란의 핵심입니다.

      2. 어찌보면 부성의 발전과 가부장제 체제의 대가라 볼 수도 있을텐데, 중세의 학자들은 저리 생각했지만 그보다 앞선 선대 사람들이 어찌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 성차 페미니즘은 여성성의 재발견 또는 기존 여성성과는 다른 여성성의 발견 같은 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 유월비상 2017.09.20 17:51 신고 address edit/delete

      2. 선사시대엔 결혼제도가 딱히 없다보니, 임신한 여성만 이 아이가 내 아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모계사회가 발전한 걸로 알고 있거든요.

      3. 그렇긴 합니다만... 그쪽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성이 남성성보다 우월하다고 우긴다던가, 여성성을 임신, 육아에 고정시켜 도리어 여성을 얽매는 등 삽질을 많이 했습니다.

    • 해양장미 2017.09.21 00:56 신고 address edit/delete

      2. 정확히 검증될 수는 없습니다만, 통용되는 가설로는 본래 아버지들은 자신이 아버지인지 몰랐습니다. 그러다 그걸 알게 되고, 가부장제가 생겨났지요.

      한편으로 호문쿨루스 가설도 부자관계가 믿음에 의해 구성된 것이라는 본질을 바꿔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모성은 사실의 영역이지만 부성은 믿음의 영역입니다. 요즘에야 유전자 검사라도 가능해졌지만요.

      3. 아, 그런 이야기입니까. 그렇지만 페미니즘의 흑역사는 그쪽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2. 복서겸파이터 2017.09.20 13:34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사실 성모 승천교리도 20세기에 들어서 교황이 선포한 도그마라고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 하신 흐름과 관계가 있겠네요.

    • 해양장미 2017.09.20 13:49 신고 address edit/delete

      성모승천은 근래의 이야기입니다만, 성모숭배 자체는 아주 오래 된 이야기입니다. 중세 때 성모숭배가 많이 퍼지면서, 예수와 동등한 위치로 성모를 볼 수 없다는 식의 교리도 같이 설파되었지요.

  3. 복서겸파이터 2017.09.20 13:42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선생님 글을 읽고 또 생각해보니 그리스 로마신화를 보면 제우스가 인간 여자랑 동침해서 낳은 아이들은 바로 신이 아니고 반신적 존재로 해석 되는 경우가 많군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문화적 차이 일까요?

    • 해양장미 2017.09.20 13:56 신고 address edit/delete

      말씀대로 엘라다 신화에선 남신과 여신의 사이에서만 신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남신이라도 인간 여성 사이에선 신이 나오지 않는다는 식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쪽이 더 자연스러운 관념이고, 기독교 쪽에서 삼위일체, 동정녀 같은 개념을 만들면서 성령같은 관념을 도입한 쪽에 가깝지 않나 생각은 합니다. 옛 사람들도 성령없인 동정녀에게 신을 수태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겠지요.

  4. 열받는방랑자 2017.09.20 14:25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여권 신장, 그리고 아동의 권리 신장에 이런 배경이 있었군요. 여성과 아동뿐만 아니라 남성의 삶을 위해서라도 가부장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뭐 취할게 있으면 취해야겠지만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지성의 발전이 얼마나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했는지를 새삼 느낍니다.

    다른 얘기 잠깐 하자면, 페미니즘이 왜 시대에 뒤처진 학문인지, 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하는지, 왜 남성 페미니스트들에게서 오히려 가부장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는지 알겠군요.

    • 해양장미 2017.09.20 23:56 신고 address edit/delete

      페미니즘은 그 자체로 반지성주의고, 비과학적인 면이 많아서 문제가 매우 많습니다. 어떤 사회 운동이건 고집과 망상을 앞세우면 결과가 좋지 못한 법이랄까요.

  5. 둥둥가 2017.09.20 20:41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저는 비신론자인데 개인적으로 비신론적 입장에서 종교를 바라보면서 그것들이 어떻게, 얼마나 인류의 문화에 영향을 줬는지 탐구하는 글을 좋아해서 이 글도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본문을 보면서 궁금점이 하나 생겼는데 기독교 문화권이 아닌 지역들도 가부장제의 영향이 컸는데(ex동아시아) 그렇다면 이런 곳에서의 가부장제는 기독교 문화권과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다시 한번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싶습니다. ㅎㅎ

    • 해양장미 2017.09.21 00:00 신고 address edit/delete

      음... 유럽에서도 기독교와 가부장제를 직접적으로 결부시키는 건 좀 어렵습니다. 본문의 내용은 호문쿨루스 가설이 기독교 교리와 가부장제 모두에 영향을 줬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6. 보통사람 2017.09.20 20:47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페미들이 모든게 가부장제 때문이라 우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상당히 있었던게 이런것들 때문이군요

    • 해양장미 2017.09.21 00:01 신고 address edit/delete

      페미들은 가부장제를 전혀 과학적, 역사적으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제멋대로 가부장제를 규정하고, 아무 데나 자의적인 용어를 씁니다. 그러니까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만... 걸핏하면 페미스플레인을 시전하지요.

  7. duddn0277 2017.09.21 05:07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위에 동아시아의 가부장제는 어떻게 설명하는 댓글에 답을 하자면...
    옛날 조선시대에는 아버지보고 자식을 낳았고 어머니는 길러주신 존재라고 하였습니다. 즉 조선도 아버지의 정액이 사람을 만드는 결정적인 역활을 했지 어머니의 역활은 애 키우는 것 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서양에도 비슷한 사상이 있었는지는 몰랐습니다.

    • 해양장미 2017.09.21 14:45 신고 address edit/delete

      사실 옛 사람들은 남자를 씨에, 여자를 밭으로 생각했으니 당연했을지도 모릅니다.

      감수분열이라거나 정액이 미성숙한 씨라거나, 그런 발상을 하는 건 쉬운 게 아니었겠지요.

  8. 잡지식 98 2017.09.23 08:55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하지만 그러면서도 안되면 돌밭탓을 먼저 했다는게 참..

    • 해양장미 2017.09.23 14:54 신고 address edit/delete

      척박한 땅엔 멀쩡한 씨를 뿌려도 잘 안자라거나 이상하게 자란다는 식으로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ㅎㅎ

      한국에도 얼마 전까지 있었던, 딸을 낳으면 며느리를 타박하던 시어머니 같은 모습도 옛 사고방식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9. 바다새 2017.10.01 17:17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아이가 오로지 남자의 씨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면 아버지를 전혀 닮지 않고 어머니만을 쏙 빼 닮은 아이는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현대에도 본인을 닮은 자식, 혹은 손주를 더 예뻐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옛날에는 더 찬밥 이었을까요?

    • 해양장미 2017.10.01 17:21 신고 address edit/delete

      성장과정이 외모에 영향을 준다 생각하면 별 문제는 없을겁니다.

      사람에 비해 식물들은 유전적 변이가 더 잘 일어나는데, 같은 계열의 식물 씨앗을 여기저기 심다보면 다른 게 나오는 걸 보면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을거예요.

      그리고 어지간해선 아버지를 그래도 닮은 구석은 있기 마련입니다. 정말 하나도 안닮는 건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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