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브금

 

https://youtu.be/yviOKjRZwvs

 


 

 나는 지난 대선이건, 2012년 대선이건 좋은 후보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가장 좋지 않은 선택법은 개중 가장 나아 보이는 사람을 골라 찍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선택법을 사용해서 문재인을 찍었을 겁니다. 그러고 후회하는 분들도 꽤 많겠지요.


 

 충분히 좋은 후보가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최소한 자유주의자라면 함량미달의 후보들 중 그나마 나은 걸 고르려는 무의미한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주의자가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 시민의, 민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강하고 비윤리적인 권력자가 등장할 수 있느냐 아니냐입니다. 함량미달의 후보는 기본적으로 비윤리적이기 쉽습니다. 정치인의 윤리는 책임윤리여야 한다는 베버의 정의를 전제하고 이야기하지요. 정치인은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만 윤리적입니다. 그러므로 문재인은 지극히 비윤리적인 정치인입니다. 우리는 윤리적이지 않은 것을 악이라고 하기에 문재인은 악인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대선에서 자유주의자는 어떤 후보를 골랐어야 할까요. 내가 도출한 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당선될 수 있는 후보 중, 당선되었을 경우 가장 약하고, 그렇기에 크게 비윤리적이기 어려우며, 고집을 부리기 힘든 입장이 되는 후보입니다. 나에겐 그 결론이 안철수였지요. 조금 더 쉽게 말하면 안철수는 대통령이 된다고 해 봐야 우리나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습니다. 적어도 지금 청와대 하듯 귀 막고 아몰랑 식으로 제 고집만 부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지요.



 자유주의자라면 크고 강하고 자기 확신까지 강한 정권의 위험성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합니다. 운전을 못 할 것 같은 운전자에게 차를 준다면, 그나마 경차를 줘야 사고가 나도 남들이 덜 다칩니다. 운전자가 모는 차의 크기를 정치인의 권력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운전을 못 할 것 같은 후보에게 덤프를 줬는데 운전을 제멋대로 막 하면 여럿 다치는 겁니다.


 

 2017년의 문재인은 당선될 경우 아주 강한, 거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입장이었습니다. 현명한 유권자라면 이러한 정치적 힘의 구도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 문재인은 독단적인 성향을 드러내면서, 민중의 자유와 권리를 많이 빼앗아가고 맙니다. 내가 우려했던 대로입니다. 자유주의자라면 애초에 권력자에게 그런 큰 권력을 주는 선택을 하면 안 됩니다.

 

 정리하자면 투표를 할 때는 나온 사람만 봐서는 안 됩니다. 나온 사람뿐만 아니라 그 주변을 보고, 그가 서 있는 배경과 조직을 보고, 그가 당선되었을 때 각종 권력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예상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자격이 충분한 유권자는 투표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기본적으로 권력을 사랑하며, 언제나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또한 권력자는 큰 권력을 가지게 되면, 그 권력을 반드시 행사합니다. 그리고 큰 권력의 행사는 대체로 민중을 억압하고 자유와 권리를 빼앗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아주 특별한 수준의 몇몇 지도자만이 강한 권력을 행사함으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지도자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만약 문재인이 특별한 수준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2017년에 투표를 한 사람이 있다면, 정치에 대해 아예 아무 것도 몰랐던 것입니다. 유권자의 자격이 부족했던 것이지요. 그런 오판을 바로잡으려면 공부를 많이 하거나, 최소한 정치인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투표를 하는 게 좋습니다. 시민은 어지간해서는 정치인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줘서는 안 됩니다.

 본문에 어울릴 것 같은 브금

 

https://youtu.be/hfXZ6ydgZyo

 


 

 밀턴 프리드먼과 케인즈로 대변되는 통화주의자와 재정주의자의 대립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흘러간 옛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이런 대립구도를 대중들이 좋아하긴 합니다만, 주류경제학은 케인즈와 프리드먼을 모두 포용하여 통합했지요. 물론 여기서 비주류 포스트케인지언들은 논외입니다. 요새 우리나라에서 소득주도성장 어쩌고 하는 사람들이요. 그 몽상가들은 케인즈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고전적인 대립이 근래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들은 저금리 정책을 실행했는데, 일단은 기대했던 결과가 나온 곳이 미국뿐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경제위기의 주범이었던 미국경제가 역설적으로 빨리 회복되는 바람에, 미국은 금리를 먼저 올렸고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타 주요국들은 금리를 더 낮추는 식으로 대응하게 되었지만, 그 결과는 현재로서는 망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한미금리역전이 한참 이어지고 있는 우리도 이 논란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금리를 낮춰서 통화량을 늘렸는데 경기부양이 안 되고 점점 죽는다... 이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이론이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통화주의가 처음부터 안 맞던 것은 아니고, 그 동안 곧잘 맞아왔던 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및 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 잘 안 맞게 된 것 같습니다.


 

 요새 우리나라 정부가 추경해 재정 푸는 걸 우선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도 이것입니다. 금리인하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근래 돌아가는 걸 보면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좀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이론적으로 통화완화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색된 경기를 완화시켜야 하는데, 별로 그렇게 되고 있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 우리 대한민국의 입장 차이에 있기도 하겠지만, 문화적인 차이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사람들은 저축을 좋아하지 않고, 주식 같은 유동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부동산 같은 비유동자산을 투자용으로 선호하는 비율은 낮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축과 부동산을 좋아하고, 주식 같은 투자용 유동자산은 잘 신뢰하지 않습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통화완화가 잘 안 통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부동산이 많이 오른 편은 결코 아닙니다만. 세계적으로 안 오른 편입니다. 주요국 중엔 그나마 금리가 쭉 높은 편이기도 했고요.


 

 2010년대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리가 낮아지는 와중에도 저축을 늘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금리를 낮추면 이론상 저축을 줄여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저축을 늘린 것입니다. 그 첫째 원인으로 그 동안 꼽히던 건 고령화였습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 생각해보면 그냥 우리나라 사람들 성향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금리가 낮아서 기대이자수익이 낮아지니까, 저축을 더 함으로 그 낮아지는 수익률을 만회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주식시장 같은 유동자산시장에 대한 인식과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제 고령화가 된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던 방식을 쉽게 바꿀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낮은 기준금리가 외국자본을 쉽게 떠나게 하는 한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건 한미기준금리역전이 일어난 현 시점에서는 좀 더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되어버렸지요. 경기가 좋아지려면 우리나라사람들의 자산 중 유동자산 비율이 더 높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결국 주식시장이 올라야 하는데, 그 동안의 박스피 및 평균PBR 하락을 보면 저금리가 주식시장에 도움이 된다는 일반론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안 통하는 것 같긴 합니다.


 

 사실 그 동안 대중들 사이에서는 저금리 같은 X수작부리지 말고 금리 올리라는 주장이 꽤 있기도 했습니다. 대조적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저금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아주아주 가끔 전문가들이 틀리고 대중이 옳을 때도 있긴 합니다. 이번이 어쩌면 그런 경우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에 금리를 올리는 걸 생각해보면 정말 어려운 수긴 합니다. 이렇게 경기가 나쁜데 통화유동성을 줄이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나에게는 금리를 올리는 게 좋은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한미금리역전을 감수한 저금리가 효용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생긴 정도입니다. 다만 이 논제에 대한 이해는 이주열을 비롯한 한국은행측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무언가 선택을 하기 어렵겠지요.



 홍남기 부총리나 KDI, 그리고 채권시장은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근원물가지수도 준디플레이션 상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금리인하가 이론적 답안에 가까운 상황이긴 합니다. 다만 근래 시장에서 이론이 잘 들어맞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론을 어떻게 업데이트해야할지를 결정해야 하고, 그것은 아주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지금은 정부의 반복된 실책으로 그러기 너무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놓은 시기이기는 합니다. 부작용 강한 약을 써보려고 해도 체력이 너무 소진되어서 쓰기 어려운 상황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내가 조금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세 가지 같습니다. 하나는 저금리 정책을 끝낼 거면 치밀한 준비와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치밀한 준비를 하려면 현실에 대한 이해가 좋아야 하는데, 이 정권은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는 것이건 무리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금리인하로는 충분한 경기부양 효과가 없는 걸 넘어, 거의 경기부양 효과가 없거나 어쩌면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경기부양을 시킬 거면 보다 확실하고 강력한 부양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주류경제학이 머지않아 업데이트되면서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방식의 경제정책이 표준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금리가 앞으로 더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장기대출을 받을 때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변동금리대출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줄이는 방향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당장 한국은행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들어가고는 있겠지만, 당장 올려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결하거나 내리겠지요. 내리면 내릴 때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별다른 조치 없이 그럴 경우 시중 부동자금들이 비유동자산으로 더 들어갈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는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고, 부동산 랠리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급반전해서 경기가 과열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정책이 크게 실패하고, 전반적으로 불안정하며, 대외변수에 많이 흔들릴 때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크게 움직이건, 신뢰를 잃은 이 정권은 더 이상 시장에 대한 강한 통제력을 가지기 어려울 겁니다.